'기업'에 해당되는 글 41건

  1. 2009.04.01 [생존 게임] 살기 위해 뭉친다! 기업 불황탈출기!
  2. 2009.03.31 [IT 기업 이슈] 감기엔 장사 없다! 세계 경기침체에 몸살 앓는 글로벌 IT 기업
  3. 2009.03.26 [위기 극복 기업 14편] ‘엔지니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 R&D에 전력 / 마이크로소프트
  4. 2009.03.25 [21세기 메가트렌드] ① 디자인 상상력 / 디자인 상상력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하라
  5. 2009.03.12 [위기 극복 기업 13편] 급행화물업체에서 카드사로 변신, 틈새시장 공략의 귀재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6. 2009.03.06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5] 딱딱한 경영이념도 재미있는 스토리로 전달하라 / 기업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례
  7. 2009.03.06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4] 목적은 뚜렷하게! 창조적으로 이야기하라 - 기업별 다양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
  8. 2009.03.05 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9. 2009.03.01 [위기 극복 기업 12편]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 차량 17대로 시작, 현재 71만대 보유, 업계 1위로 등극한 마케팅 비결은?
  10. 2009.02.26 [비즈니스 3.0시대의 무기, 창조적 전환 3] 글로벌 기업의 성공 전략: C&D, 감성, M&A / 사업방식의 창조적 전환
  11. 2009.02.19 [인터넷과 경영 2편] ‘위키노믹스’, ‘위키매니지먼트’가 기업을 바꾼다
  12. 2009.02.12 [위기 극복 기업 11편] 네슬레 /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1
  13. 2009.02.08 [인터넷과 경영 1편]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중, ‘나’와 ‘너’로서 편하게 대화하는 공간 추구
  14. 2009.02.08 [해외 10대 트렌드 3] 응전: ⑦기업 구조조정 본격화와 산업 재편
  15. 2009.02.08 [불황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1편] 불황 때 M&A 한 기업, 세 배 이상 가치 창출해
  16. 2009.02.08 [1등 기업의 비밀병기 ‘콜래노믹스’ 3]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양보하는 자가 이긴다!
  17. 2009.01.23 [위기 극복 기업 10편] 코닝 / ‘깨지지 않는 기업’ 코닝, 경영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매출 10%는 R&D 투자
  18. 2009.01.23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19. 2009.01.23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20. 2009.01.22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3편] 불황 속 소비 트렌드 - 불황기, 어떤 소비계층을 공략할 것인가
  21. 2009.01.20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2편] 불황기 마케팅 키워드 / 보다 ‘알뜰’해진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
  22. 2009.01.20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1편] 2009년 경영기조 - 보수경영기조의 틀 안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전개
  23. 2009.01.2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⑤] 사회가치 /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와 상생할 전략이 필요하다
  24. 2009.01.2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④] 종업원 가치 /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을 만든다
  25. 2009.01.2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③] 고객가치 / 존경받는 기업은 고객의 마음속에 있다
  26. 2009.01.13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①] 혁신가치 /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가치 창출해야 ‘존경받는 기업’
  27. 2009.01.13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28. 2009.01.09 [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29. 2009.01.09 [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30. 2008.12.19 [위기 극복 기업 8편] 맥도날드 / 반미 상징에서 친근한 로컬 기업으로 현지화에 성공 2
2009. 4. 1. 20:46

[생존 게임] 살기 위해 뭉친다! 기업 불황탈출기!

[생존 게임] 살기 위해 뭉친다! 기업 불황탈출기!


전 세계가 사상 유례없는 경제 위기를 겪는 지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식당, 기숙사까지 공유하며 불황 타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일부 대기업은 국적을 넘어 다른 기업과 손을 맞잡으려 하고 있다. 불황기 ‘뭉치면 산다'는 진리를 믿고 손을 맞잡는 기업들의 속내와 그 시사점에 대해 알아 보자. 

유통업계 짝짓기 한창, 백화점과 쇼핑몰 공동판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인 유통업계 내 짝짓기가 한창이다. 합작법인보다는 경쟁사 물건을 공동 판매하는 방식이다. 서로 으르렁대던 백화점 업체들이 경쟁사 유통 물건을 판매하는가 하면 인터넷몰과 백화점이 서로 제휴를 맺는 모습도 보인다.

애경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몰 제휴 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G마켓에 이어 인터파크와도 업무제휴를 맺고 온라인 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애경백화점은 인터파크에 ‘애경백화점관'을 만들어 입점하고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애경백화점관에서 구로본점, 수원점, 삼성플라자에 입점 중인 300여 개 브랜드의 3만여 개 상품을 G마켓과 인터파크 애경백화점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경백화점 측은 오픈마켓과 협의를 통해 상품구색 및 마케팅을 강화해 상호 시너지를 높임으로써 연 매출 1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매출 부진으로 고민 중인 백화점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백화점도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수입하는 미국 캐주얼의류 ‘갭(GAP)' 매장을 미아점에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연내에 추가로 한두 개 점포에 갭 매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단독 수입 브랜드 ‘훌라'도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문을 연데 이어 현대백화점 천호점에도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2005년부터 단독 직수입해 온 프랑스 캐주얼웨어 ‘꼼뜨와 데 꼬또니에'를 자사 아홉 개 점포에서만 판매해 왔지만 올 상반기에는 수도권 다른 백화점에 한두 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미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현대백화점에서 독점 공급해 온 브랜드인 ‘쥬시 꾸뛰르'를 입점 시켰다. 이 제품은 현대백화점이 2007년부터 독점 수입해 압구정 본점 등 네 개 점포에서만 판매하던 것이다.

 


도요타, 미쓰비시 등 바이오연료 개발

이웃나라인 일본도 한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전 세계 식량난에 영향을 미치는 원료가 아닌 폐목재나 나무줄기, 해조류, 비식료 식물 등을 이용해 새로운 자동차용 연료를 만들어 내는 제 2세대 바이오연료 개발에 신니폰석유,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중공업, 화학업체 도레, 가지마건설, 삿포로 엔지니어링 등 일본 대기업 여섯 개 사가 공동 개발키로 결정한 게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 회사는 ‘바이오 에탄올 혁신기술 연구조합'을 설립, 농작물 경작에 적합하지 않은 토지에 바이오연료에 쓰일 비식료용 작물을 재배토록 할 계획이다. 이 조합은 오는 2015년까지 연간 20만 킬로리터의 바이오연료를 대량 생산, 1리터 당 40엔 정도로 생산 단가를 낮춰 기존 가솔린 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도 정했다. 현재는 1리터에 150∼200엔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조합 측은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바이오연료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이에 대한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아 업체 단독으로는 개발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조합 설립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바이오연료 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도요타는 원료생산을, 가지마는 연료 수확·운반·저장을, 미쓰비시는 원료 열처리를, 도레는 효소 분해를, 삿포로는 효모 발효를, 신니폰석유는 제조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등 회사별로 책임 분야를 나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일본-대만 반도체 연합전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오랜 시간 한국이 전 세계 주도권을 잡아 온 반도체 D램 산업에서도 ‘짝짓기'가 한창이다. 전 세계 D램 업계 3위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최대 메모리업체인 파워칩, 렉스칩, 프로모스와 영업을 통합할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통합사가 지주사가 되면 이 지주사가 엘피다와 렉스칩을 자회사로, 파워칩과 프로모스는 손자회사로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반도체 기업이 외국 회사와 통합을 결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일본 엘피다의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만약 D램 업계 3위인 엘피다(15.8%)와 대만 3사가 합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이 22.9%로 올라 하이닉스(19.2%)를 제치고 삼성전자(30.1%)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다.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치킨게임(상대방이 포기할 때까지 출혈경쟁을 지속하는 것)'을 펼쳐 왔다. 이런 출혈경쟁 와중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수요가 급감, 그동안 공급량을 늘려 온 업체들, 특히 국외 업체들의 손실이 엄청났다. D램 세계 5위권인 독일 키몬다는 파산했고, 대만과 일본 기업 역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상태다.

일본 엘피다는 부채가 65억 달러를 넘어섰고, 대만 파워칩, 난야, 프로모스 등도 각각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만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국 반도체업계를 통합시킨 뒤 일본 엘피다와 연대전선을 펴는 안을 제안했고 일본 엘피다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적과의 동침'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일부 대만 반도체 기업이 사실상의 국유화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통합안이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무산될 수도 있지만 해외 반도체 D램 업체들 경영상황이 워낙 안 좋은 만큼 엘피다와 대만 3사의 영업 통합과 비슷한 형태의 ‘짝짓기'는 계속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접점 못 찾은 기계적 합작은 실패 가능성 커

기업들이 국적까지 넘어서며 제휴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독자적으로 신규 사업에 뛰어들거나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됐을 경우 시장 지배자가 되려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언제 회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나중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간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 간 짝짓기는 불황기일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작을 비롯한 기업 간 짝짓기가 마냥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안겨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 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합작이나 제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김정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2009. 3. 31. 18:12

[IT 기업 이슈] 감기엔 장사 없다! 세계 경기침체에 몸살 앓는 글로벌 IT 기업

[IT 기업 이슈] 감기엔 장사 없다! 세계 경기침체에 몸살 앓는 글로벌 IT 기업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금융위기는 피해갈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견디면서 성장해 온 IT 기업들이라 다른 업종에 비해 내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반적인 소비 부진으로 인한 실적 부진은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황제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는 노키아의 부진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승승장구했던 구글마저도 막대한 투자손실을 겪으면서 IT 산업은 결코 혼자서만 잘하면 문제없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구글, 영업실적은 선방했지만

영업실적만 놓고 보면 구글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무관해 보인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주요 지표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의 2008년 4분기 매출은 5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다. 광고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은 42억 2,000만 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41억 2,0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도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효율적인 비용의 광고집행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구글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구글은 영업 외적인 부분에서 큰 손실을 치러야 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기업들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순이익은 12억 1,000만 달러에 달했으나 2008년 4분기 순이익은 68%나 감소한 3억 8,244만 달러에 그쳤다. 구글은 AOL과 클리어와이어 등에 11억 달러의 주식투자를 했는데 이들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AOL은 미국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야후나 구글과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리어와이어도 야심차게 내세운 모바일 와이맥스 서비스의 활성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곤경에 처했다. 구글이 이 두 기업에 투자한 것은 미래를 향한 포석이지만 극심한 경기침체기에 미래만 내다보는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 준 사례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비용절감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인사 담당 인력을 줄이고 통근버스 운전사와 청소 용역을 줄이는 인력 효율화에 착수했으며 천사표 직장 구글의 대명사였던 공짜 점심의 메뉴도 소폭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수익이 불투명한 서비스를 대폭 중단한 반면 통신 서비스 진출에 도전하는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올해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구글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점치기는 이르다. 다만 막대한 손해를 경험한 구글이 지나치게 소심한 투자를 할 경우 오히려 될 성 부른 새싹을 놓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가 지난 2000년 구글을 인수했다면 지금 IT 기업의 지도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가 했던 실수를 구글이 반복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은 이채롭다.


미래 성장동력 못 찾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굴욕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적도 심각하다. 지난 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47억 1,000만 달러에 비해 6억 달러 정도가 줄어든 41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11.5%나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매출은 166억 3,000만 달러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익이 11%나 줄어든 것은 주력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PC 시장의 침체가 있다. PC 시장이 2008년부터 정체기에 들어가 주력 제품인 윈도우 비스타의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근 급속하게 시장이 커가고 있는 넷북이 윈도우 XP를 기본 운영체제로 삼고 있는 점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닷컴 버블 시기에도 단행하지 않았던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시장이 커가고 있는 온라인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인터넷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인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검색 시장에서는 구글의 벽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 검색 기술을 보유한 파워셋을 인수하며 검색 시장에 대한 도전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구글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구글은 웹오피스 ‘구글독스', 웹브라우저 ‘크롬'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까지 선보이며 운영체제 시장에도 경쟁을 선언한 상태.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위협을 야후 인수를 통해 극복하려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여전히 야후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야후의 새로운 수장인 캐롤 바츠 CEO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 인수카드를 다시 빼내거나 독자적인 온라인 사업 모델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키아, 저가폰의 부메랑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노키아의 부진은 더욱 충격적이다. 노키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80%가 줄어든 4억 9,200만 유로에 그쳤다. 매출액 역시 19% 감소한 127억 유로로 집계됐다. 4분기 휴대전화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13.9% 줄어든 1억 1,310만 대이다.

전반적인 영업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은 노키아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키아는 안방인 유럽시장을 제외하면 주로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분기에 1억 대를 만들어 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경쟁업체에 비해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초저가 휴대전화로 신흥시장 확대에 주력해 온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시장의 구매력이 크게 감소한 것이 노키아에게는 그대로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선진시장 공략에 주력해 온 국내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선방을 펼친 것과 대조적이다.

노키아는 콘셉트폰 형태로 풀터치 휴대전화의 개념을 가장 먼저 선보였지만 정작 이를 상용화한 것은 경쟁 업체들에 비해 한참 뒤였다. 이미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선점한 뒤였다. 노키아는 데이터 서비스를 내세워 선진시장에서 빼앗긴 점유율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오비(Ovi)를 내세워 고가폰 시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키아를 견제하려고 하는 메이저 통신사들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노키아는 독자적으로 오비 서비스를 대중화 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전 세계 금융위기는 영원한 승자로 군림할 것 같았던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을 고난에 빠트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강자는 위기에 더 두각을 나타내는 법. 이들이 향후 어떠한 돌파구를 찾아 수렁에서 빠져 나올지 지켜 볼 일이다.

- 최광 / 매일경제신문 기자

2009. 3. 26. 19:07

[위기 극복 기업 14편] ‘엔지니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 R&D에 전력 / 마이크로소프트

[위기 극복 기업 14편] ‘엔지니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 R&D에 전력 /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는 불과 열 아홉의 나이에 ‘누구라도 컴퓨터를 쓰게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꿈은 보란 듯 이뤄졌다. ‘윈도우(Window)'라는 컴퓨터 운영시스템(OS)으로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로 바꿔 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매년 40%에 가까운 수익 성장률을 보이며 600억 달러(약 90조 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던 마이크로소프트도 회사의 존폐를 논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바로 그 ‘독보성' 때문이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독점법 위반'을 지적하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동과 혁신, 또 위기의 과정을 들여다 보자.


1975년 창업 3년 만에 매출 100만 달러 달성

 
빌 게이츠. 현대 세계 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2009년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는데 빌 게이츠는 400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빌 게이츠가 단순히 부자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그가 쌓은 부(富)는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켰느냐'의 정도와도 비례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북동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레드몬드(Redmond). 이 곳에 들어서려면 물 위의 도로를 달려 반경 300km에 달하는 워싱턴 호수를 건너야 한다. 이 한적한 시골 마을이 전 세계 컴퓨터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빌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는 바로 이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월리엄 헨리 게이츠 3세. 우리에게는 빌 게이츠로 알려진 그는 1955년 미국 시애틀의 유복한 변호사 가정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져왔던 그는 17세에 ‘tra-o-data'라는 회사를 설립, 사내 교통량을 분석하는 컴퓨터를 만들었을 만큼 비상한 능력을 가졌다. 빌 게이츠는 1975년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크에 둥지를 틀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웠다. ‘모든 가정과 책상에 컴퓨터를'이란 비전으로 출발했다.

 

그는 컴퓨터 언어프로그램인 ‘베이직(Basic)'을 개발해 승승장구하더니 포트란(FORTRAN) 등 후속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며 회사를 키웠다. 창업 3년 뒤인 1978년, 그는 매출 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때 빌 게이츠의 나이는 22세. 결정적인 기회는 1981년에 찾아왔다.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의 16비트 운영체제인 MS-DOS를 기반으로 한 PC를 발표했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가 선택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 당시 IBM은 우선협상대상인 디지털리서치와 협의에서 합의를 찾지 못해 차선책으로 MS-DOS를 골랐다. 당시는 이 결정이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를 탄생시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뒤 1990년대 초반 윈도우 3.0을 발표하며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성공신화를 이어 갔다.

1995년 윈도우 95, 1998년 윈도우 98, 2000년 윈도우 2000 등을 발표하며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연평균 수익 성장률은 40%에 가까웠다. 인터넷 분야에서도 넷스케이프를 누르며 익스플로러가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반독점법 소송으로 곤혹
 

그러나 초일류기업에게는 늘 그렇듯 위기도 찾아온다. 1998년 미 법무부와 19개 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제소됐다. 2년여간 계속된 법적 공방 끝에 2000년 4월 유죄판결을 받았고 같은 해 6월 ‘운영체제(OS) 회사와 응용소프트웨어 회사로 분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판결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대폭락했고, 금전적으로도 2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다행히도 2002년 미 법무부와 합의안을 마련해 회사 분할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독점성에 소비자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MS독점에 대한 반발로 리눅스 등 오픈 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진보를 이뤄 내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개인 사용자 뿐만 아니라 기업, 공공기관까지 눈을 돌리기도 했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지적 받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시스템에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의 독점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계속 이뤄졌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인 동시에 ‘가장 변화해야 할 것 같은 브랜드' 1위(인터브랜드 2008년 3월 설문조사)로 꼽히는 불명예를 겪었다.


R&D 투자에 모든 것 걸어
 

빌 게이츠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모든 위기를 극복했다.

그 분명한 철학이란 첫째, ‘기술에 모든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엔지니어가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곤 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이기에 앞서 하나의 거대한 연구소다. 레드몬드 본사의 직원이나 지역민들은 본사를 회사가 아닌 캠퍼스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T기업 가운데 연구개발에 가장 앞장서 있다. 2007년에만 해도 69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R&D에 쏟아 부었다. 직원 9만 명 가운데 3만 명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의 소프트웨어가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믿음도 기술 개발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도구라며 소프트웨어의 진화를 혁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 믿음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는 이 믿음 아래 자신의 영역에서 혁명을 이끈 것 만큼은 분명하다. 필자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재무담당 시니어디렉터 크리스서를 만났을 때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소프트웨어에 폭넓게 투자하는 회사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기술 혁명에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적인 불황에도 올해 약 90억 달러를 R&D에 투자한다. 올해 총 기대매출인 600억 달러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쏟는 것. 인원 감축 압박에도 연구 인력 3,000명을 늘릴 방침이다.

둘째, 빌 게이츠는 늘 최악을 염두에 두면서 경영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마이크로소프트답다”는 말을 자주했다. 리눅스가 공세적으로 나올 때 그는 부분적으로 프로그램 소스를 무료화해 MS의 독점성을 고집하지 않았다.

 

마지막 하나 더. 훌륭한 동반자는 위기 극복의 힘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말할 때 주저 없이 빌 게이츠를 떠올리지만, 스티브 발머가 없었다면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위기 때 마다 빌 게이츠를 도왔다. 빌 게이츠가 기술자이고 전략가이며 총 사령관이라면, 스티브 발머는 사업가이자 모사(謀士)이자 야전사령관이라고 평가된다.

스티브 발머는 인사·회계·법무 등 회사 운영에 관한 책임을 맡아 시스템을 개혁시켰다. P&G에서 브랜드관리와 마케팅 등의 실무경험을 쌓아 초기 벤처기업을 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전문 IT기업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특히 인재를 발굴하는 데 탁월했는데, 헝가리 출신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나이를 찾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개발을 성공시킨 시모나이는 다시 친구 프로그래머 리처드 브로디를 추천했다. 스티브 발머가 인재발굴의 정점에 서있었던 셈이다. 그는 윈도우 운영체제 선적부터 최고급 인재 공급까지 모든 부문을 책임지고 있어 빌 게이츠보다 공로가 더 큰 인물로 꼽힌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 PC 교체가 줄어 윈도우 판매가 줄었다. 사무용 소프트에어와 윈도우 서버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도 부진하다. 그러나 위기에는 ‘기본 경영'이 빛을 낸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어서 기본 경영은 기술 중시 경영이다. 올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 진화론 발표 1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진화에서 이기는 것은 강한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순응하는 생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의 변화를 가장 잘 따르고 있는 듯 하다. 빌 게이츠는 물러났지만 기술 중시와 변화의 전통은 마이크로소프트를 100년 넘는 장수 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25. 19:49

[21세기 메가트렌드] ① 디자인 상상력 / 디자인 상상력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하라

[21세기 메가트렌드] ① 디자인 상상력 / 디자인 상상력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하라


전 세계적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의 우선순위였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기능을 숙지하기도 전에 또다시 새로운 기능을 더한 제품이 출시되는 시장 상황을 볼 때, 여전히 디자인은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차별화시키는 핵심 포인트일 수밖에 없다.
 
 

많은 고객은 디자인의 의미를 단순히 ‘새로운 스타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디자인은 스타일을 넘어서 과거의 경험을 존중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상상해 나가는 ‘통찰(insight)'과 ‘직관(intuition)'의 통합적 의미이다.

특히 디자인은 한 가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여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기대하지 못한 감동을 창출하고 만족스러운 미래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는 측면에서 디자인의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디자인으로 상상을 실현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 사례를 통해 그 핵심 가치를 알아보자.


경쟁자와 정반대의 길로 가라, 다이슨 청소기

청소기 브랜드 다이슨은 영국의 RCA(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에 의해 탄생됐다. 다이슨 청소기는 영국 청소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청소기 시장에서 최고가 브랜드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청소기는 세계 최초로 먼지 주머니가 투명하게 내비치는 상상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이클론 흡입 방식을 사용해 고객은 청소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결과에 대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경쟁 기업과는 정반대의 상상력을 디자인으로 구현해 현재까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트레오 타입(stereo type)의 인식을 멀리하라, 삼성 휴대전화/영국 항공
 

유럽 사람들은 한국 휴대전화의 놀라운 성공을 부러워하는 한편 시기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종합정보통신망과 연결되어 모뎀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화 단말기와 팩시밀리, 랩톱 등에 직접 접속해 이동 데이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럽식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금속성의 밝고 작은 폴더 전화의 등장에 당시 휴대전화 시장의 강자였던 에릭슨, 지멘스, 보쉬, 필립스 등은 유럽인의 커다란 손 사이즈도 반영하지 못한 장난감이라고 펑가절하했다. 이들의 판단 근거는 바로 유럽인의 특성을 스테레오 타입(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정된 견해)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관과 통찰에 근거해 유럽인을 공략한 한국 휴대전화의 성공으로 이들은 현재 쇠락의 길을 걷고 있거나 심지어 대부분의 브랜드가 휴대전화 사업을 접었다.

또 다른 예는 영국 항공(British Airways)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다. 세계 최초로 수평으로 누울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이 비즈니스 좌석은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앞뒤로 마주보는 두 개의 좌석이 한 쌍을 이룬다. 이 디자인이 처음 구체화될 때, 뒤로 비행하는 좌석은 승객에게 대단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견이 영국 항공 내에서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도 편안한 침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상상력에 확신을 가지고 론칭하였다. 이후 영국 항공은 이 좌석을 통해 현재까지 8년여 동안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연평균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마니아를 배려 하라, 일본 혼다 Zoomer

일본 혼다가 최근 선보인 스쿠터 Zoomer는 긴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트렁크가 개방되어 있는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 스쿠터는 1리터에 75km를 주행하는 놀랄 만한 경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산화탄소를 일본 규제치의 5분의 1밖에 방출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다. 즉 경제성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은 획기적인 제품인 것이다.

이 제품은 혼다 사장의 “최종 고객의 입장에서 젊은이들이 진정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반드시 상상해 내라”라는 요구에서 시작되었다. 기존 스쿠터의 빈약한 디자인을 넘어 강인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제품의 조형을 만들어 낸 것이 성공의 주요인 중 하나이다. 결국 제품 가격보다 몇 배의 비용을 투자해 튜닝을 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으며, 이들을 일컬어 Zoomer족이라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미래 경영의 힘 ‘상상력' 키우기

위의 세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기존 경쟁자들에게서 찾기 힘든 상상을 통해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상상의 주체를 고객에게 철저히 집중시켰다. 이러한 상상력은 기업 혁신의 큰 추진체가 된다.

미래 경영의 힘은 상상이다. 상상은 지속성을 가진 전달과 디자인에 의한 확신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디자인을 잘 활용했을 때 상상을 조직 안에서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상을 발현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1. 낯선 것을 상상하자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가장 기본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접할 때 멋지고 효율적인 상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상상은 자신의 모든 경험이 전혀 색다른 경험과 충돌할 때 반짝인다.

2. 전략적으로 상상하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발한 상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새롭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사실은 기억 저편에 자리잡고 있었거나 끊임없는 고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타고난 상상가는 없다. 다른 분야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자신만의 상상 과정을 구축해 전략적으로 상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3. 절박함으로 상상하자
기업의 상상은 여유로운 감성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절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위기가 기회라는 정의와 직결된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공상과 상상을 구분 짓는 것이기도 하다. 간절하고 절박하게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혁신을 추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 이돈태 / 디자인 기업 ‘탠저린' 대표, 삼성물산 디자인 고문. <하이트렌드> 공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2. 21:53

[위기 극복 기업 13편] 급행화물업체에서 카드사로 변신, 틈새시장 공략의 귀재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위기 극복 기업 13편] 급행화물업체에서 카드사로 변신, 틈새시장 공략의 귀재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몇 개의 글로벌 기업에 큰돈을 투자했다. 그는 주로 핵심역량을 가진 장수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대표 기업이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다.

존 웨인 주연의 서부극을 보면 은행강도가 자주 등장하는데 은행의 이름은 늘 ‘웰즈 파고'였다. 웰즈 파고 은행은 당시 미국 은행의 대명사였다. 웰즈 파고는 바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창시자 헨리 웰즈와 윌리암 조지 파고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15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긴 세월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증권·화폐 배달의 틈새시장을 공략
 
1850년 미국 뉴욕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라는 회사가 만들어졌을 때는 카드업이 태동하지도 않았을 때다. 오늘날 특급열차를 뜻하는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첫 출발은 급행화물 배달업이었다. 당시 미국의 우편 서비스는 느리고 비쌌다. 편지 같은 소형 우편물 정도를 배달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배달 지역도 한정돼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때 화물서비스 업체는 말과 마차를 타고 동부와 서부를 신속하게 오갔다. 화물뿐 아니라 금과 화폐 등 귀중품을 성실하게 배달했다. 여러 운송서비스 업체들 가운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가장 믿을 만한 업체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물 운송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 수익 또한 늘지 않았다. 이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틈새를 노리기 시작했는데 바로 은행이었다. 은행으로부터 주식, 어음, 돈 등을 배달하는 것은 일반 화물을 운송하는 것보다 훨씬 수익이 좋았다.

성실하게 배달하면서 고객들의 믿음도 쌓여 갔다. 신뢰와 안심이라는 단어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규정짓는 브랜드 가치가 됐다. 초창기 광고를 보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라고 쓰인 상자 위에 하얀 개 한 마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상자를 지키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1882년 선보인 여행자수표 대성공

 
1882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우편환(money order) 사업에 뛰어들었고 1891년에는 세계 최초로 여행자수표를 발행했다. 이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둬 당시로는 큰돈인 6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운송회사가 아닌 금융회사로 전환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 영국 등 유럽으로 사업을 넓혔고 외환업에도 뛰어들어 명실상부한 금융사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기회는 위기 속에서 찾아왔다. 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미국인들은 국경 폐쇄와 은행 서비스 정지로 혼란에 빠졌다. 유럽의 은행들은 여행자들에게 돈을 내어 주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여행객들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발행하는 여행자수표를 이용했다. 이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성의를 다해 여행자의 귀국 수속을 도와주었고 전쟁 중에도 유럽 사무실의 문을 열고 여행자수표를 고객에게 유리한 환율로 현금화해주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절대 고객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신화를 굳건히 했다.

2차 세계대전 역시 위기이자 기회였다. 전쟁 중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전쟁이 끝난 이후를 준비했다. 따라서 종전 후 어느 회사보다 먼저 유럽 현지에 영업소를 재건할 수 있었다. 전쟁 직후 유럽대륙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영업소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세계여행'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냈다. 또 미국 정부와 제휴를 맺어 해외에 머물고 있는 미군 및 가족들을 위한 군용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신용카드를 발행한 것은 전쟁이 끝난 뒤인 1958년이다. 결제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던 시대에 시작한 카드사업은 손실만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 시기를 잘 견뎠다. 결국 신용카드는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이 됐고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100만 장이 넘는 카드를 발급했다.

 
다각화하다 위기 찾아와

그러나 이렇게 승승장구할 때 더 큰 위기는 찾아오는 법이다. 1970년대 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다양한 사업군을 가진 글로벌 대기업이 되기를 원했다. 그 손쉬운 방법은 인수합병이었다. 그래서 세어슨 로프 로즈(Shearson Loeb Rhoades), 퍼스트 데이터 리소시스(First Data Resources), 트레이드 디벨롭먼트 뱅크(Trade Development Bank), 리먼 브라더스 쿤 로브(Lehman Brothers Kuhn Loeb) 등을 마구 사들였다. ‘금융슈퍼마켓'을 지향한 것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례는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사업 다각화의 위험성을 보여 준다. 수많은 사업을 통해 교차판매를 시도했지만 얻은 것은 비대해진 비용구조뿐이었다. 경영자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산만한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는 고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시너지도 크지 않았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1990년대 들어 시가총액은 40% 이상 떨어졌고 기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루머도 횡행했다.

결국 위기를 벗어나는 해법은 다시 핵심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다각화에 대해 주주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비 골럽(Harvey Golub)과 켄 체널트(Ken Chenault)라는 새로운 경영진이 나섰다. 그들은 곧바로 20억 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에 착수했고, 카드라는 핵심사업(core businesses)으로 돌아섰다.

 

두 경영자는 ‘모든 고객에게 탁월한 가치를 제공한다',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경제성을 달성한다', ‘모든 기업 활동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브랜드를 강화한다'는 3대 경영원칙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금융백화점이 되겠다는 비전으로 인수했던 기업 상당수를 매각했다.
긴축과 구조조정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매출은 상당수가 법인고객의 출장 용도였다. 시장이 너무 좁았다. 반면 경쟁업체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개인고객 시장을 파고들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출액이 높은 고객군을 파악한 후 이 그룹에 맞는 상품을 개발했다. 제품 개발 사이클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합 프로세스를 구축해 2년이나 걸리던 신상품 개발 기간을 1개월까지 단축시켰다.

그 결과 출장비와 접대비가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구조에서 30% 수준으로 줄이고, 고객의 실제 소비패턴을 반영하는 구조로 전환시켰다.


전략이 옳아야 위기를 벗어나는 속도도 빨라져

너무 많은 상품을 발행하는 것이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체널트 사장은 “더 많은 상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분명 복잡성을 늘린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향상되는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150년을 이어 온 브랜드의 힘과 고객 정보 등 숨겨진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요즘 어느 누구도 위기라는 단어를 피해갈 수 없듯이 이번 경기침체의 골이 깊고 넓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는 반드시 끝난다. 다만 전략적 방향 설정이 옳아야 그 속도가 빨라진다. 강력한 브랜드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진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례는 위기 극복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6. 23:39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5] 딱딱한 경영이념도 재미있는 스토리로 전달하라 / 기업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례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5] 딱딱한 경영이념도 재미있는 스토리로 전달하라 / 기업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례


많은 기업이 기업 가치를 경영 이념이나 사훈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의 문구는 고객을 감동시키기는커녕 내부 구성원의 공감조차 얻기 어렵다. 임직원조차 기업이 가진 차별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이 자신의 기업을 사랑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상 업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그럼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구성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조직과 리더의 가치 전달
 
얼마 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리더의 최고 덕목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꼽혔다. 기업의 가치와 리더의 생각을 조직 내부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미국 대중뿐만 아니라 NASA 직원 모두가 강력하게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 스토리는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NASA 내에 혁신과 창조를 기반으로 하는 가치 시스템을 전파시켰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의 가치를 스토리로 설명하면 추상적인 가치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복잡한 개념이 구체화 된다. 물론 여기에서도 핵심 스토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는 분명한 전략적 메시지를 먼저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적절한 시기에 개연성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IKEA)는 기업 설립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Swede Ingvar Kamprad)의 스토리를 통해 기업 철학을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회사 운영 초기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스웨덴 내의 이케아 창고들을 방문하기 위해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녔다. 목적지에 밤에 도착할 경우 그는 도시 한가운데 차를 주차하고 저렴한 호텔을 찾을 때까지 걸어서 돌아다녔다. 호텔에서도 미니바에서 콜라를 꺼내 마셨을 경우에는 다음 날 아침 가까운 가게에서 똑같은 콜라를 사서 다시 채워 놓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날 한 창고를 방문할 때 그는 예정보다 30분쯤 일찍 도착했다. 그는 30분 동안 잡담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대신 파손된 가구들을 모아놓은 거대한 컨테이너로 향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직 사용 가능한 가구가 혹시 있는지를 일일이 검사했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판매해도 좋을 만한 상태의 가구를 종종 발견해서 창고 담당자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케아의 핵심 메시지는 다양한 유형의 기능적이고 디자인 중심적인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인데, 언제나 이를 위해 노력한 설립자의 스토리를 접하면서 이케아 직원들은 기업 내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신발 브랜드 에코(ECCO)의 설립자인 칼 투스바이(Karl Toosbuy) 역시 에코 기업 내에서 회자되는 많은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에코에서 새로운 생산 방법을 처음 도입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기계의 틀을 새로 바꾸는 것이었다. 다른 종류의 밑창을 만들 때마다 매번 기계의 틀을 바꿔야 하는데 이 교체 작업에만 대략 30분 이상이 걸렸다. 그동안 기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에코에게는 막대한 손실인 셈이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투스바이는 생산 관리자에게 ‘중단하는 시간을 줄여라!'라는 도전 과제를 주었다.

생산 관리자는 여러 주 동안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한 끝에 마침내 해결책을 생각해 냈고 투스바이를 찾아가 가동 중단 시간을 단 2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외치며 뿌듯해 했다. 투스바이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주말에 포뮬러 원(Formula 1)을 봤는데, 차에 주유하고 타이어 네 개를 교체하고 선바이저를 닦고 다시 트랙으로 돌려 보내는 데 8.6초가 걸렸다네. 자네는 틀 하나를 바꾸는 데 2분이나 걸리는 것에 정말로 만족하나?”

생산 관리자는 되돌아가서 시간을 더 줄일 방법을 다시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2분이 채 걸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투스바이의 스토리들은 매일 같이 회사 내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부서를 막론하고 에코의 모든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책임과 완벽함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짚어 주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하는 방식 제시

스토리텔링은 조직의 가치나 문화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구성원에게 제시해 주는 데도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스토리는 업무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컨텍스트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추상적인 이론보다 훨씬 잘 이해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레고(LEGO)는 지난 2000년에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경영이 악화되었고 적자 폭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경영 팀은 기업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기업의 가치들을 새로 평가하고, 그 가치들이 구성원 개개인에게 좀 더 공감되도록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레고는 전 조직을 대상으로 레고의 가치에 기반한 다섯 개의 핵심 역량을 도출하고 세부적으로 체계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지만 레고 역시 국내 기업들이 역량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것과 동일한 문제점에 도달했다.

‘비즈니스 지향적', ‘고객 및 브랜드 포커스'와 같은 역량을 도출했지만 이 역량이 실제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역량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지 아는 직원이 거의 없었다.

레고는 구성원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역량 관련 교육이나 지루한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터득하고 있었다.

레고의 경영진은 스스로에게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개인의 역량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 보았다. 대답은 명확했다. 구성원의 일상 업무에 관련된 스토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개별 역량이 어떤 식으로 실천되고 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경영진은 곧 전 세계 모든 레벨의 조직에 걸쳐 역량을 대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스토리를 탐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집된 스토리들은 역할과 가치, 역량과의 부합 정도,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과 분류 작업을 통해 간추려졌다. 그리고 다시 스토리를 가다듬고 플래시 영상과 인터뷰 영상으로 재편집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레고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가득한 스토리를 얻을 수 있었다. 레고의 정신을 그대로 담은 이 보물 상자는 CD-ROM과 인트라넷을 통해 배포되었고 직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를 통해 레고 구성원의 역량에 대한 공감와 이해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지식경영 그리고 스토리텔링
 

지식경영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사실 지식경영의 핵심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가치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때문에 복잡한 개념 이해보다는 일상 업무 속의 자연스러운 컨텍스트에서 사용되는 지식이 회사 차원에서는 더 소중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식 경영에서 스토리텔링은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스칸디나비아의 호텔 체인 콤웰(Comwell)은 고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이 회사의 핵심 스토리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극복해 나가는 구성원 개개인의 우수성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콤웰은 조그마한 지식경영 활동을 전개했다. 바로 ‘올 포 유(All For You)'라는 조그마한 폴더를 만드는 것이었다.

콤웰의 모든 직원은 일상 업무 속에서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어떠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폴더 속에 스토리 형식으로 자세하게 적어 놓는다. 폴더 속에 기록된 직원들의 경험담은 전 직원에게 공유되고 이를 접하는 직원은 동료들의 재미난 스토리에 푹 빠져든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유사한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제록스(Xerox)도 이러한 일상의 스토리를 잘 활용한 기업이다. 제록스는 내부조사를 통해 서비스 인력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매뉴얼을 찾아보거나 비싼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 대신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해 자신이 경험한 스토리를 휴게실 커피자판기 옆에서 잡담처럼 주고 받음으로써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교환한다는 것을 밝혀 냈다.

제록스는 그런 스토리들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 휴게실에 떠돌아다니는 ‘커피 브레이크 스토리'를 모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스토리를 잘 구조화해 ‘유레카(Eureka)'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제록스의 수석연구원인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에 따르면 유레카를 통해 매년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 현실과 이상 사이

기업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스토리텔링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스토리는 기업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과 현재 상황 사이의 현실적인 균형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이상적인 미래만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스토리는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곧 잊혀지거나 무시되고 말 것이다. 먼저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들이 스토리 속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스토리를 통해 영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구성원을 향한 스토리텔링은 그저 단순한 선전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 황신웅 / 비즈니스스토리텔링연구소장, 덴마크 SIGMA의 협력 컨설턴트, STORYout 대표 컨설턴트로 스토리텔링 관련 강의 및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6. 23:32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4] 목적은 뚜렷하게! 창조적으로 이야기하라 - 기업별 다양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4] 목적은 뚜렷하게! 창조적으로 이야기하라 - 기업별 다양한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사례 역시 기업과 제품의 특성에 따라, 스토리텔링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살펴보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기 전에 먼저 핵심 스토리를 튼튼하게 구축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스토리 창조

 
로얄코펜하겐(Royal Copenhagen)은 2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도자기 업체로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국가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로얄코펜하겐의 핵심 스토리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재창조'에 관한 것이다. 이 메시지 아래서 새로운 디자인과 스토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로얄코펜하겐만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살려 나가고 있다.

 

로얄코펜하겐의 한 제품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자. 할머니의 찬장 속에 있는 그릇, 주전자, 도자기 인형들이 할머니가 외출하자마자 갑자기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가장 무도회를 열어서 누가 제일 예쁘게 차려 입는지를 두고 시합을 벌인다. 옷을 가지고 다투는 등 여러 사건들이 이어서 벌어진다.

만화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스토리는 로열코펜하겐의 디자이너인 셰인 브록스에 의해 창작되었다. 그는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아동용 그릇인 가면무도회(masquerade) 제품도 디자인했다. 이야기 속 주인공과 멋진 장면으로 디자인된 이 제품은 스토리를 담은 예쁜 아동용 동화책과 함께 판매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제품을 오히려 엄마들이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같이 책을 읽고 공상을 하면서 그릇의 매력에 빠져 든다. 게다가 아이들이 그릇을 소중하게 다루도록 지도하면서 식사 예절까지 가르칠 수 있다. 단순히 멋지고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통해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스토리 속 캐릭터들이 로얄코펜하겐의 오랜 전통 속에서 사랑받아 온 도자기 인형과 식기 중에서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스토리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던 로얄코펜하겐의 유명한 북극곰 도자기 인형은 이 스토리 속에서는 발레리나로 분장하며 우스꽝스럽고 재미난 모습으로 바뀐다. 전통의 끈을 이어 가면서도 대상과 시대에 맞춰 새롭게 해석된 스토리를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도자기의 가치가 새로운 빛을 발하는 것이다.


당신의 눈물을 닦아 드립니다

크리넥스는 ‘Let it out'이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기업 광고나 제품 광고는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얼마나 멋진지, 얼마나 저렴한지를 과장되게 광고하곤 한다. 하지만 크리넥스의 캠페인은 그런 요소를 배제하고 감동적인 컨텍스트를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캠페인은 길거리 한복판에서 진행되었다. 길거리에 크리넥스의 상징색인 푸른색 소파를 놓고 소파 앞에는 크리넥스 휴지가 올려진 탁자를 놓았다. 캠페인의 내용은 거리를 지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서 자신의 삶에 얽힌 감동적인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터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 삶에서 기뻤던 순간, 고통과 슬픔의 순간들을 되살리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을 크리넥스 휴지로 닦는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의 실제 스토리에 감동 받는다.

크리넥스는 인터뷰 장면을 광고로 제작하고 웹 사이트를 만들어 자세한 내용과 뒷이야기도 제공했다. 인위적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요란스럽게 제품을 광고하는 대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속에 제품을 연결시킴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 캠페인은 스토리의 진실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크리넥스의 제작진이 인위적으로 참여자들의 경험을 과장되게 만들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과 고발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실제 스토리의 경우 그 진실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는 사례이다.

지금은 예전처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기업보다는 고객이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실제 스토리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감추어진 수많은 스토리들을 찾아내고 그중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전달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스토리텔러의 역할이다.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연출한 스토리는 순간적으로 사람들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거짓이 탄로나면 그 이상의 역효과를 얻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하우스 속의 애플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거나 실제 스토리를 찾아내는 것 외에도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가 기존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패러디나 PPL 같은 간접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무작정 스토리를 이용해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단순히 영화 속 배경이나 소품으로 쓰였다거나, 유명 배우가 사용했다고 해서 쉽게 이목을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관객은 영화 내용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가 매력적인 스토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기업은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지만 효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상품의 핵심 스토리가 영화 내용과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 영화와 기업 간에 시너지 효과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 인기 드라마 하우스(House M.D.)를 보자.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주인공 닥터 하우스의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고 제도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천재 의사다. 대사마다 그의 솔직하고 쿨한 매력이 넘친다.

이 드라마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은 어디일까?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쉽게 애플을 떠올릴 것이다. 애플은 이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간접광고를 하고 있다. ‘창조적 다양성'을 핵심 스토리로 하는 애플의 캐릭터는 드라마 속 주인공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하우스의 필수품은 아이팟(iPod)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노트북은 맥(MAC)이며, 선물로 받는 휴대폰은 아이폰(iPhone)이다. 애플 제품들은 창조적 디자인과 개인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닥터 하우스라는 캐릭터를 더욱 잘 살려 주고 있다. 그리고 애플은 하우스의 매력적인 개성을 제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창조적인' 간접 광고들도 종종 등장한다. 극중 닥터 하우스가 사과를 먹는 장면이 가끔 등장한다. 닥터 하우스가 현대미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녹색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들고 다니는 모습은 은연중에 애플을 떠올리게 한다. 의사가운과 정장 대신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진료하는 하우스의 스타일은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옷차림을 연상시킨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도 잡스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다. 아마도 하우스라는 드라마와 애플을 묘사하는 단어들 중에는 겹치는 것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일상적인 스토리에 신뢰를 담아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았다.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많은 기업이 이미 전달할 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스토리를 이미 가지고 있다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굳이 새로운 스토리를 개발할 필요는 없다. 진짜 스토리는 메시지에 신뢰성을 부여하고 허구의 스토리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업 안팎에 퍼져 있는 일상적인 스토리들은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훌륭한 소재를 공급해 준다. 문제는 어디를 찾아봐야 하고 무엇이 시작점인지를 아는 것이다. 스토리를 탐색하기 전에 먼저 이 스토리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스토리들을 찾고 모으는 작업을 한 뒤 이들을 분류하고 가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적절한 컨텍스트 속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전달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치면 좋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지는 것이다.


- 황신웅 / 비즈니스스토리텔링연구소장, 덴마크 SIGMA의 협력 컨설턴트, STORYout 대표 컨설턴트로 스토리텔링 관련 강의 및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5. 00:04

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생필품은 ‘싸고, 가까운 곳에서, 빨리' 구입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최대한 줄이려는 생활방위형 라이프스타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소비자 편에서 그들의 삶을 개선해주는 경영활동이 아니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기업경영의 관점이 소비자에서 출발하는 마케팅 전략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친화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소비자친화경영,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자친화경영이란 제품기획 및 개발단계에서는 소비자 안전 및 건강 등의 요소를 고려하고,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에서는 품질, A/S,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의사소통을 철저히 시스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공동체, 국제사회, 미래세대와 생태계 등에 대한 배려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EHS(Environment, Health, Safety)' 시스템의 운영은 기업 이미지와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이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소비자지향우량기업상을 제정해 기업의 자율적 소비자친화경영을 촉진했다. 우리나라도 향후 국가 소비자정책계획에서 기업의 소비자지향적 역할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따라서 향후 소비자친화경영은 기업사회 전반에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친화경영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경기침체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P&G의 팸퍼스 기저귀,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전방위 전략

세계 최대 생활용품기업 P&G는 아기기저귀 팸퍼스를 단순히 흡수가 빠른 기저귀로 홍보하기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기 키우기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을 수년간 전개했다. P&G는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양육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기들이 잠을 잘 자지 않는 이유를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천 기저귀와 유사한 감촉을 주는 기저귀를 개발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기저귀는 아기 엉덩이를 따뜻하게 감싸주어 아기가 보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했다.

 

새로운 기저귀 덕분에 팸퍼스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했다. 물론 점유율이 증가한 이유가 단순히 신개발품의 기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기를 위한 제품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직원들이 의기투합할 수 있었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입지가 강화되고 소비자와의 감정적 유대도 돈독히 할 수 있었다. 제품 차별화를 통해 직원들의 마음까지 얻게 됨으로써 선순환의 고리가 연결돼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피봇(Pivot)의 에코백, 포스터 소재를 가방으로 재활용

 
삿포로에서 패션몰을 운영하는 피봇은 옥외광고 소재를 활용하여 에코백을 만들었다. 도심의 빌딩을 화려하게 수놓은 옥외광고는 계약했던 기간이 끝나면 내리고 곧이어 다른 광고가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광고캠페인은 기간이나 계절이 끝남과 동시에 그 생을 마감하며 광고기간이 의외로 짧아 사실상 산업폐기물로 버려졌다.

옥외광고에는 방수성,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인 타폴린(tarpaulin, 타르를 칠한 방수천)이 주로 사용된다.폐기될 타폴린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이 바로 피봇이다. 피봇은 2007년 이후 자사의 건물에 걸린 옥외광고물을 재활용하여 가방을 제작했다. 패션몰의 옥외광고라면 화려한 색상과 참신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한 디자인이 적지 않다. 가방 등 패션잡화의 소재로서 안성맞춤인 셈이다. 또한 광고 중에서도 옥외광고는 그 역할을 다하면 바로 폐기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광고 소재가 가방 등의 제품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거리에서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소니의 CSR 디자인을 위한 SD(Sustainable Design)팀

SD팀은 소니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에코 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문의 디자이너가 모여 구성된 팀이다.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인 개발부서인데, 그들은 고성능 절전형 모듈이 개발되어 제품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주제의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에콜로지와 유니버설 디자인은 SD팀이 추구해야 할 커다란 테마이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어떻게 디자인을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모색하고 있다.

SD팀은 발족과 동시에 소니 LA 디자인센터에서 개발한 ‘odo'를 인계받았다. 소니의 디지털 가전시리즈 odo는 ‘스스로 사용할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자'라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자가발전 기능을 갖춘 친환경제품인 odo는 전원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이 사진촬영이나 음악청취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소니는 ‘For the Next Generation(다음 세대를 위해)'이라는 명쾌한 슬로건과 로고를 탄생시켰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소니의 CSR 활동을 나타낸 캐치프레이즈다. ‘odo'는 이러한 소니의 철학에 기초하여 제안된 수동발전(kinetic energy)을 응용한 디자인 콘셉트 그룹이다.

odo 컨셉으로 제작된 기기들은 아이들의 창의성, 호기심, 에너지를 활용한다. 그 대가로 아이들에게 미래의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여 사회적 의식 및 생태적 가치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고취시킨다. 본체 소재로는 식물성 원료의 플라스틱이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본체 바닥에 있는 롤러를 움직여서 충전하는 비디오 뷰어나, 레버를 돌려 충전하는 캠코더, 좌우의 집게손가락을 구멍에 끼고 돌리면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마쓰시타의 청소가 필요없는 아라우노 변기

소비자의 친환경 의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친환경 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친환경 상품이라는 호소만으로는 팔리지 않는다. 마쓰시타는 3개월간 청소할 필요가 없는 변기 아라우노(A La Uno)를 출시했다. 절수, 절전 설계와 더불어 변기용 세제가 아닌 주방용 세제를 사용한 거품세척 등을 도입해 친환경 성능과 귀찮은 화장실 청소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실속형 친환경 상품이라는 점이 주효한 것이다.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격대비 높은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감정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불황을 극복할 또 다른 무기가 될 것이다. 브랜드 가치와 가격을 함께 홍보하여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그 이상을 원한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새로운 물건을 갖기 위한 끝없는 경주 속에서 불황의 허전함을 느끼던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친화경영은 기업환경이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앞으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과제임에 분명하다.


- 이동훈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 08:30

[위기 극복 기업 12편]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 차량 17대로 시작, 현재 71만대 보유, 업계 1위로 등극한 마케팅 비결은?

[위기 극복 기업 12편]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 차량 17대로 시작, 현재 71만대 보유, 업계 1위로 등극한 마케팅 비결은?


경영 현장에서는 레드오션(Red Ocean),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잘 알려졌다시피 레드오션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고, 블루오션은 바다와 같이 많은 기회가 녹아 있는 신시장을 말한다.

레드오션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산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렌터카 시장인데, 최근 ‘엔터프라이즈 렌터카'가 기존 렌터카 시장의 강자인 허츠(Hertz)와 에이비스(Avis)를 제치고 미국 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두를 차지한 엔터프라이즈 렌터카의 성공 비결을 찾아 보자. 


선두주자 따돌리고 미국 내 1위로 성장한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다. 쉽게 말하자면 자동차를 몇 대만 갖고 있어도 시작할 수 있는 게 렌터카 사업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렌터카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진입하지만 살아남은 기업은 몇 되지 않는다. 버티기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장으로, 결국 글로벌 렌터카 시장은 허츠(Hertz)와 에이비스(Avis)의 양분 구조로 정착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지만 최근 미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렌터카 회사가 있다. 바로 엔터프라이즈 렌터카(Enterprise rent-a-car, 이하 엔터프라이즈)다. 1957년 겨우 17대의 렌터카로 사업을 시작한 엔터프라이즈는 전 세계 71만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고, 허츠와 에이비스를 제치고 미국 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렌터카 업계가 전체적으로 3%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엔터프라이즈는 연평균 14%의 고성장에 10%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허츠나 에이비스보다도 엔터프라이즈의 매장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 매장은 공항 대신 주택가에

렌터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공항일 것이다. 렌터카는 보통 여행이나 비즈니스 출장 온 사람들이 이용한다. 이처럼 타지에서 온 고객을 잡기 위해서 렌터카 업체 직원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다. 렌터카 업체들이 공항 안팎에 사무실을 두는 이유다.

그런데 엔터프라이즈는 독특하게도 공항에 사무실이 없다. 대신 주택가에 사무실을 두었는데, 위치를 분석해보니 미국 인구의 90%가 엔터프라이즈 사무실 근처 15마일 이내에 살고 있었다. 이는 엔터프라이즈가 여행객 외의 다른 틈새 시장을 파고든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고장과 정비 등의 문제로 렌터카가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엔터프라이즈가 겨냥한 틈새 고객인 것이다. 엔터프라이즈는 각 지역의 정비소와 네트워크를 맺었고, 정비소는 자연스럽게 동네에 위치한 엔터프라이즈를 추천하게 된다.

엔터프라이즈의 또 다른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땅값이 비싼 공항 대신 저렴한 교외 지역에 차고가 있으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해서 절약한 비용은 렌터카 가격을 인하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주택가의 고객을 위한 전략은 아주 효과적이었고, 이로 인해 엔터프라이즈는 1957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큰 위기를 겪지 않고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우리가 당신을 데리러 갑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다른 사업분야와 마찬가지로 렌터카 업계 또한 초토화시켰다. 여행객이 줄어들면서 렌터카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주택가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엔터프라이즈도 피해갈 수 없는 위기였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는 또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고객 중심의 문화다.

엔터프라이즈는 한때 “엔터프라이즈를 고르세요. 우리가 당신을 데리러 갑니다(Pick Enterprise. We'll pick you up)”라는 TV광고 카피를 선보인 적이 있다. 실제로 엔터프라이즈는 소비자가 렌터카를 원하면 직접 찾아 간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낳았는데, 첫째는 고객이 번거롭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차 안에서 고객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항상 정장 차림을 하고 고객과 대화를 하면서 최적의 차종과 렌트 방식을 추천해준다. 1대1로 친절하게 상담을 하고 나면 고객과 기업 간의 친밀감이 형성된다. 게다가 차를 다소 늦게 반납해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다양한 서비스는 엔터프라이즈의 막강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고객 감동, 충성도 높은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주택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직접 찾아 오고,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많은 고객들이 엔터프라이즈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95%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엔터프라이즈는 순추천지수(NPS)라는 지표를 활용했다. 순추천지수란 거래하는 회사를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고객 충성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1~10의 척도를 사용하는데 9~10점을 준 고객은 추천고객으로, 7~8점은 중립고객, 1~6점은 비추천고객으로 분류된다. 엔터프라이즈는 NPS를 측정해 9~10점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충성고객이 반복 구매하면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바로 입소문이다. 마케팅 부서를 대신해 고객이 지인들에게 엔터프라이즈를 광고하고 다녀 실제 고객 획득 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까지 발생했다. 절감된 비용은 가격 인하의 형태로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동시에 회사 수익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엔터프라이즈의 매출은 2000년 56억 달러에서 2008년 101억 달러로 상승하기까지 한 번도 하향세를 타지 않았다.

최근 경기침체는 또다시 렌터카 업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엔터프라이즈도 역시 어려움을 겪어, 구조조정의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최악의 경기침체에도 꿋꿋이 잘 버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지혜,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과 경영, 입소문 마케팅 등은 상식에 가까운 기본경영으로써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엔터프라이즈는 최근 환경을 우선하는 녹색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매년 ‘백만 가구 나무심기' 운동을 하는가 하면 렌터카에도 하이브리드카를 도입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변화에 발빠른 엔터프라이즈의 앞날이 밝아 보이는 이유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26. 01:40

[비즈니스 3.0시대의 무기, 창조적 전환 3] 글로벌 기업의 성공 전략: C&D, 감성, M&A / 사업방식의 창조적 전환

[비즈니스 3.0시대의 무기, 창조적 전환 3] 글로벌 기업의 성공 전략: C&D, 감성, M&A / 사업방식의 창조적 전환


사업방식의 창조적 전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모든 것을 혼자 한다는 ‘자체 완결주의'를 버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감성과 문화 등을 중시해야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게 사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자생적 성장보다는 적극적인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R&D에서 한 발 나아가 C&D로 승부하라
 

세계 최대 소비재 생산업체인 미국 P&G의 앨런 래플리 회장은 2000년 취임 당시 “R&D 비용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앞으로 P&G 혁신의 50% 이상을 회사 밖에서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이 아닌 연결개발(C&D; Connect and Development) 전략의 시작이었다. C&D 전략의 핵심은 외부의 R&D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신속하게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보톡스가 유행하던 2003년 P&G는 프랑스의 소규모 벤처 기업인 세데르마(Sederma)가 피부재생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 이 회사와 손잡고 ‘올레이(Olay)'라는 브랜드의 주름 개선 화장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의 연구개발에 걸린 기간은 18개월에 불과했다. 기존처럼 독자적으로 개발했을 경우보다 개발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것이다.

P&G는 2004년에 감자칩에 글씨와 그림을 그린 아이디어 제품 ‘프링글스 프린츠(Pringles Prints)'를 출시했는데, 이 또한 C&D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얇고 끈적이는 감자칩 반죽에 글씨를 새기는 기술이 필요했던 P&G는 당시 이 같은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링크를 타고 대서양 건너 이탈리아의 대학교수가 운영하는 한 제과점에서 답이 왔고 그 기술을 이용한 P&G의 프링글스 프린츠는 대박상품이 됐다.

P&G는 이같은 C&D 전략을 통해 150만 명 규모의 연구개발 인력을 활용하는 효과를 거뒀다. P&G 내부 연구개발 인력 9,000여 명의 167배에 달하는 규모다. P&G 내부 연구인력은 외부로 결코 유출돼서는 안 되는 몇 가지 핵심 기술 개발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P&G의 매출액은 2001년 392억 달러에서 2006년에 682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연구개발 비용은 18억 달러에서 21억 달러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감성에 호소하라
 

할리데이비슨은 한 때 군수업체였다. 1·2차 세계대전 무렵 이 회사는 미군에 ‘전략물자'로 모터사이클을 공급했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를 군수업체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독특한 할리데이비슨 문화를 공유하는 ‘헬스 엔젤스(Hell's Angels;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에 대한 애칭)'와 심장을 두드리는 북소리같은 독특한 배기음 소리를 떠올릴 뿐이다.

할리데이비슨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식 명칭은 할리 오너스 그룹의 약칭인 ‘호그(H.O.G)'다. 호그의 총괄 담당자인 브루스 모타는 할리데이비슨의 감성과 문화에 매료된 대표적 마니아 고객인데, 그는 “이 친구(할리데이비슨)에게 심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혼이 있어요. 라이딩할 때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한다. ‘두둠! 두둠!~ 두둠! 두둠!'하고 이어지는 리듬감 넘치는 V트윈 엔진(실린더가 두 개인 V자형 엔진)의 강렬한 소리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이야기다.

1909년 처음 V트윈 엔진이 만들어진 이후 100년간 할리데이비슨은 단 한 번도 이 엔진의 소리를 바꾼 적이 없다. 심장 박동처럼 들리는 엔진 소리가 모터사이클을 살아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할리데이비슨의 매출은 2007년 총 27억 달러, 순이익은 9억 3,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6년까지 10년간 평균 순익성장률은 18.3%에 이른다. 20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고 2000년 일본 혼다와 야마하를 제치고 세계 1위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자리에 올랐다.


제품 본래의 목적에 집중하라

일본의 게임 업체 닌텐도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은 할리데이비슨과 조금 다르다. 이 회사는 커뮤니티 위주의 고객관리 대신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게임'으로 세계를 휘어잡았다. 2006년 11월 출시한 비디오 게임기 닌텐도 위(Wii)는 1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 1,400만 대가 팔려 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의 세 배 규모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DS라이트'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을 가볍게 눌렀다. 신제품이 속속 히트를 치면서 닌텐도는 도쿄 증시에서 도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이같은 닌텐도의 성공 비결은 상식을 뒤집는 발상에 있다. 게임 업계가 성능 위주의 과다경쟁을 벌일 때 닌텐도는 가격을 대폭 낮추고 기능을 단순화했다. 재미로 승부한다는 콘셉트에 모든 것을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나온 것.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 대표는 닌텐도의 타깃층을 “다섯 살부터 아흔 다섯 살까지”라고 지칭한다. 연령이나 성별, 게임 경험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글로벌 M&A로 눈을 돌려라
 

룩셈부르크 신시가지에 자리잡은 다국적 기업 아르셀로 미탈은 전 세계 60여 개 국가에서 연간 1억1,80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다. 생산량만 놓고 보면 세계 2위 신일본제출보다 세 배나 많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해도 아르셀로 미탈의 전신인 미탈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도 변방의 꼬마기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인도 북부 라자스탄 지방의 하층 상인계급 출신인 락시미 미탈이다. 그는 “공장 한 개를 짓는데 2~3년씩 걸리는 시간이 아깝다”며 창업 후 단 한 개의 용광로도 자체적으로 짓지 않고 오로지 M&A만으로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를 만들어 ‘21세기 강철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탈 사장은 1989년 부채 덩어리였던 트리니다드코바고의 국영 철강회사 캐리비언 이스팟을 인수, 1년만에 흑자 회사로 바꿔 놓았다.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카자흐스탄의 국영 철강회사 카르멧을 인수했고 2004년에는 미국 최대 철강업체 인터내셔널스틸그룹을 사들여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2006년에는 세계 2위인 아르셀로를 합병해 공룡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미탈 사장은 “세계 1위지만 시장점유율이 10%에 불과하다. 덩치를 키워야 한다”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세계 정상에 오른 글로벌 기업들은 사업방식에 있어 각각의 전략으로 창조적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기존의 사업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C&D, 감성, M&A 등 새로운 사업방식의 활용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최명수 /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차장(한경닷컴 온라인뉴스국 증권팀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19. 22:28

[인터넷과 경영 2편] ‘위키노믹스’, ‘위키매니지먼트’가 기업을 바꾼다

[인터넷과 경영 2편] ‘위키노믹스’, ‘위키매니지먼트’가 기업을 바꾼다


‘위키노믹스'가 왜 시대의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가. 그것은 인터넷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협력 방식이 지금까지 보아 온 그 무엇보다 강력하며, 무한대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1억 명을 모을 수 있는 힘. 그 무한한 연결성이 인터넷의 힘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힘을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위키노믹스의 원리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 사례를 살펴보자. 


창조적 협력의 오랜 역사

참여와 협업을 키워드로 하는 이른바 ‘위키노믹스(Wikinomics)'에 대한 관심이 높다. 탄생 5년 만에 200년 역사의 브리태니커를 압도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사례는 이제 경제·경영 전반에 벤치마킹 되면서 ‘위키노믹스', ‘위키매니지먼트(Wiki-management)' 등의 신조어를 일반 트렌드로 자리잡게 했다.

물론 ‘협업을 통한 창조적 활동'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협업의 산물이다. 키스 소여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가 저술한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에 따르면 근대 발명품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신, 비행기, 텔레비전 등은 모두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협력하여 이룬 결과물이었다.

한 사람이 썼다고 생각했던 세기의 작품들도 실제로는 협력을 통해 탄생한 경우가 많았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탐독하고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둔 환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도 저자인 톨킨과 루이스가 옥스퍼드 재학시절 ‘잉클링스(The Inklings: 모호하고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뜻)라는 창작그룹의 멤버들과 수많은 지적 논의를 거치면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처럼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나 창작물은 작고 평범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 보석으로 다듬어진다. 작은 아이디어가 협력을 통해 놀라운 혁신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아 온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유독 ‘위키노믹스'가 시대의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가. 그것은 인터넷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협력 방식이 지금까지 보아 온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하며, 무한대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 무한대'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

가령 직원이 만 명인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기업이 하루 8시간 가동한다면 8만 시간이 가치 창출을 위해 투자된다. 만약 여기서 사람 수를 늘리고 시간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100만 명일 경우 한 사람당 4분 48초, 만약 1억 명이라면 직원 1만 명이 하루 8시간 일할 때 창출되는 가치를 단 3초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순식간에 1억 명을 모을 수 있는 힘. 그 무한한 연결성이 인터넷의 힘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힘을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위키노믹스의 원리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위키노믹스에 기반한 생태계 조성: 구글과 애플

구글 혁신의 기본 철학은 개방과 공유에 있다. 구글 검색은 물론 구글맵, 유튜브, 모바일 서비스, 학술 지식 정보에 이르기까지 구글의 서비스들은 대부분 이용자 또는 관련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확대 재생산 되는 메커니즘을 갖는다.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방대하게 뻗어 있는 이용자들의 클릭 속에 ‘구글 세계'는 더욱 더 풍성해진다.

새로운 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 기존의 경쟁법칙을 바꾼 경우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아이폰에서 활용할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온라인 마켓 ‘앱스토어'를 함께 출시했다. 출시 이후 앱스토어의 인기는 기존의 ‘아이튠즈' 서비스를 능가했다. 누구나 스스로 만든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게 개방형 정책을 취함으로써 현재 앱스토어에는 2만 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었으며, 다운로드 횟수는 5억 회를 상회하고 있다.

앱스토어 성공 이후 휴대전화 업계의 경쟁모델은 게임기 사업과 유사해졌다. 단말기 자체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얼마나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경쟁 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즉, 외부의 풍부한 개발자 네트워크의 확보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로 부상한 것이다.

 


지식 공유를 통한 신사업 발굴: BP

영국 석유화학기업 BP는 온라인상에 ‘전문가를 위한 공간'을 개설하여 경영자들이 서로 기술을 교류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BP의 모든 경영자들은 업무 시간의 15%를 계열사 간, 혹은 사업부문 간 지식공유 활동에 할당해야 한다.

이러한 지식공유의 장은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오픈마켓이 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전문기술을 찾아내는 감각을 기른다. 일례로 BP의 경영자들은 새로운 e-비즈니스에 관한 아이디어와 전문기술을 공유하며 100개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했다.


사운을 건 변신 노력: P&G

외부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Connect & Development' 전략으로 유명한 P&G는 사실 폐쇄성이 강한 회사였다. P&G가 변신을 하게 된 것은 혁신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5년마다 혁신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지는 소비재 업계에서 내부 R&D만으로 업계 리더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내부 R&D에 투자하는 금액도 크고 수많은 특허를 내고 있지만 그 중 10%도 제품에 적용하지 못한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나왔다. 내부 R&D 인력은 9,000명에 달했지만 외부의 수많은 전문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P&G는 C&D라는,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전략을 도입하게 된다. 그 결과 오늘날 시장에 출시되는 P&G 신제품 중 35%, 제품 개발 계획의 45%가 외부 아이디어에서 나오게 되었다. P&G는 이 전략을 통해 비용은 줄이는 대신 R&D 생산성은 60% 가량 증가했고, 기업 가치도 상승했다.

 


전 세계가 하나의 R&D 부서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은 위키노믹스가 말하는 협업의 파워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도 이렇게 광대하고 집약적인 협업을 통한 가치 창출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특히 근래에 볼 수 없었던 세계 경제의 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부 중심의 사고만으로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향후 10년의 미래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 미국 미래연구소(IFTF)는 올해 보고서 집필 방식을 바꾸어 외부 전문가 6,000여 명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토론을 거쳐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보다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 새로운 미래의 혜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다.

바야흐로 세계를 하나의 R&D 부서처럼 생각하고 전 세계에서 아이디어와 혁신, 독특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 권기덕 /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12. 20:46

[위기 극복 기업 11편] 네슬레 /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위기 극복 기업 11편] 네슬레 /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네슬레는 무려 150년 가까이 이어 온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위기 상황을 맞곤 한다. 네슬레에게 위기 때마다 힘이 된 것은 바로 창업정신이었다. 죽어가는 유아를 살리자는 공익적 취지는 안전 제일주의 식품 회사로 커 가는 밑바탕이 됐다.

한편, 네슬레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세웠다.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다국적 식품 회사로 성장했고, 철저한 글로벌화와 현지화 전략으로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개 도시에 진출했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


지금은 영향력이 조금 약해졌지만 10년 전쯤 소니(SONY)는 난공불락의 세계적인 IT 기업이었다. 당시 일본의 모 신문사 국장이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소니도 벤치마킹을 하는 기업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많은 기업이 소니를 벤치마킹하는 상황이었지만 소니도 무언가를 닮고 싶은 기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잠시 고민하던 이데이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럽의 ABB와 미국의 GE입니다. 제조업은 휴렛팩커드(지금의 HP)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는 네슬레를 벤치마킹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식음료 기업 네슬레(Nestle)다. 네슬레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당시 세계 IT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소니도 배우고 싶다고 했을까?


1860년 모유 대체 식품으로 개발
 

네슬레의 탄생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1860년대 당시 숙련된 약사였던 앙리 네슬레는 모유를 먹일 수 없었던 어머니들을 위해 모유 대신 유아의 영향을 보충해 줄 식품을 개발했다. 궁극적인 목적은 영양실조로 인한 유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는 우유와 밀가루, 설탕 등을 조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한 끝에 모유 대신 먹일 수 있는 우유와 비슷한 액체 성분인 ‘페린락테(farine lactee)'를 개발했다. 첫 고객은 모유나 기존 대체 식품을 소화하지 못해 의사들도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미숙아들이었다. 네슬레의 ‘페린락테'는 성공적이었다. 미숙아는 이 분유를 먹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자랐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네슬레가 유럽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이다.

15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 오는 동안 위기의 순간은 수시로 찾아왔다. 제 1·2차 세계 대전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1차 세계 대전은 엄청난 유제품 수요를 만들었고, 네슬레는 미국에 있는 공장을 속속 사들여 전쟁이 끝날 무렵 40여 개의 공장을 갖게 됐다. 기회가 되는 듯 했으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소비자들은 신선한 우유를 원하기 시작했고 네슬레는 1921년 첫 번째 손실을 기록했다. 바로 위기가 닥친 것이다.

네슬레는 스위스의 금융전문가인 루이스 데이플을 데려와 공장 가동 효율성을 높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때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초콜릿 회사 피터 카일러를 사들였다. 이 곳에서 맥아로 된 우유, ‘마일로'라고 불렸던 가루 음료, 유아 음료 등을 개발했고 1938년에는 ‘네스카페'를 출시했다.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들이 네스카페 전파

2차 세계 대전도 네슬레에게는 위기처럼 보였다. 회사 이익은 반토막 났고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는 전쟁 기간 동안 유럽에서 고립됐다.

그러나 전쟁이 네슬레에게 위기로만 끝나지 않았다. 제 2차 세계 대전은 네슬레의 최신 제품이었던 네스카페가 급속도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추운 전쟁터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뜨거운 네스카페는 언 몸을 녹이는 최고의 음료였고 세계 각지에 주둔하는 미군의 주요 음료가 됐다.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군인들은 본토로 돌아가서도 네슬레의 커피를 즐겼다. 1938년에 1억 달러 수준이었던 총 판매액은 1945년 2억 2,500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네슬레 역사상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급격히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분유에서 커피,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
 

네슬레는 전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 첫 번째는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초콜릿 회사 피터 카일러를 인수한 것은 분유에서 커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요구르트와 디저트 회사인 프랑스 기업 샴부르시를 인수했고, 1992년에는 생수 회사 페리에, 1998년에는 스필러 패스트푸드를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네슬레는 생수 회사, 냉동식품 회사, 제약 회사,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며 다국적 식품 회사로 성장했다.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또 하나의 전략은 철저한 글로벌화와 현지화다. 네슬레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고 종업원 수가 25만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지만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서의 매출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다.

유엔(UN)이 최고의 현지화 기업을 꼽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첨단 업종이 되리라고 결과를 예상했지만 1위는 바로 네슬레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화에 따라 입맛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식품업체만큼 현지화가 중요한 곳도 없다.

일본이 ‘스시'와 ‘사시미'를 미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를 생각해 보면 식품의 현지화만큼 힘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네슬레는 아주 성공적으로 현지화를 이뤄 냈다. 미국인에게 네슬레가 어느 나라 기업인가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이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한국에서도 철저하게 현지화가 이뤄졌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입맛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소비자는 맛은 씁쓸해도 향이 풍부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반면 한국 소비자는 양립하기 어려운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을 기대합니다. 한국네슬레는 본사의 지시를 최대한 한국 코드에 응용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내놓게 된 겁니다.”


최근 멜라민 파동도 슬기롭게 넘겨

네슬레는 신뢰도 높은 브랜드를 앞세워 철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식품 회사는 한 번의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2004년 이른바 ‘만두 파동' 때문에 한동안 만두 시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멜라민 파동도 전 식품 업계를 흔들었다. 특히 커피에 멜라민이 들었다는 소문과 함께 네슬레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네슬레는 멜라민 파동이 일어나자마자 베이징에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유해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실험기계를 도입하겠다고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슬레가 갖고 있는 경영철학과 브랜드다. 네슬레의 로고는 어미새와 아기새 둥지로 이뤄졌는데 이는 안전, 모성애, 자연, 가족 등을 의미한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식품을 제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모토는 다양한 환경정책, 사회공헌 등을 통해 투영되며 브랜드에도 그대로 녹아 들게 관리됐다.

네슬레는 전 세계 경영학 교수들이 선호하는 회사라고 한다. 조직과 인사 관리, 자금 운용, 브랜드 마케팅, M&A, 기업 윤리 등 경영학 수업시간 어디에 등장시켜도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네슬레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네슬레는 무려 150년 가까이 이어 온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위기 상황을 맞곤 한다. 네슬레에게 위기 때마다 힘이 되는 것은 바로 창업정신이었다. 죽어가는 유아를 살리자는 공익적 취지는 안전 제일주의 식품 회사로 커 가는 밑바탕이 됐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앞으로 100년간 장수할 세계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스페인의 건설사 ‘악시오나', 프랑스 소비재 기업 ‘아코르' 등이 꼽혔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단 한 기업도 선정되지 못했다. <포브스>의 잣대를 비판하기에 앞서 한국 기업에는 장수기업의 DNA가 없는 것인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서 또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더라도 위기 극복의 DNA가 있느냐의 여부는 다른 이야기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8. 15:18

[인터넷과 경영 1편]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중, ‘나’와 ‘너’로서 편하게 대화하는 공간 추구

[인터넷과 경영 1편]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중, ‘나’와 ‘너’로서 편하게 대화하는 공간 추구


과거 기업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다. 어쩌다 블로그를 개설해도 홍보 성격이 강한 것으로 홍보대행사, 웹에이전시 등이 블로그 운영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화라는 의미의 블로그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부 기업은 블로그를 악성 루머의 발원지로만 간주해 아예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이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 블로거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들의 블로그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 사례를 소개하고 시사점을 짚어 본다.


홍보 위주 홈페이지와는 달라


기업, 블로그로 네티즌과 직접 대화에 나서

기업이 이처럼 블로그를 통해서 네티즌, 블로거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로그는 웹(web) 로그(log)의 준말로 블로거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 칼럼, 기사, 사진 등을 자유롭게 올리는 인터넷 상의 공간이다. 홈페이지와 가장 큰 차이점은 HTML(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를 표현하는 컴퓨터 언어)를 몰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는 원래 개인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이 개인의 공간인 블로그에 진출하고 있다.

기업이 과거 인터넷 활용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홈페이지의 구축이었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는 데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쩌다 블로그를 개설해도 홍보대행사, 웹에이전시 등이 블로그 운영을 대행해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화란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블로그가 개인 공간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기업이 비집고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기업의 블로그 활용을 막는 요소였다. ‘홍보'를 위해 블로그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블로거들의 비토(veto: 거부)를 당할 우려가 높았다. 일부 기업은 블로그를 악성 루머의 발원지로만 간주해서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 버렸다. 현재 세계적으로 매일 7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 블로그가 1,500만 개가 개설되어 있다. 그중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만 1,1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들이 이렇게 넓은 시장에 손을 놓고 있을 리는 없다. 이미 <포천>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13.7%인 67개 기업이 기업 블로그를 갖고 있다.

 

 
블로거 영향력 무시했다가 낭패 보기도

블로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기업의 명성에 금이 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것도 기업들이 블로그 구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발생한 델 컴퓨터 사건이다.

당시 미국의 영향력 있는 블로거 제프 자비스(Javis)가 개인 블로그인 버즈머신(www.buzzmachine.com)에 1,600달러짜리 델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에 대한 글을 써서 올렸다. 수십 번의 이메일을 보내고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도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블로그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델 컴퓨터는 제프 자비스의 글을 무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프 자비스의 글은 블로거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평소 델 컴퓨터의 고객 서비스에 불만이 많던 네티즌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글은 온라인 미디어를 거쳐 신문에까지 기사화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델 컴퓨터의 주가는 떨어졌고, 결국 경영진이 제프 자비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공식 발표도 했다. 그 후 델 컴퓨터는 기업 블로그(www.direct2dell.com)를 개설했다. 블로그 공간에 직접 뛰어 들기로 회사 방침을 바꾼 것이다.

기업 블로그 개설로 델 컴퓨터는 이득을 보기도 했다. 일본에서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고 있는 사고가 났는데, 델 컴퓨터는 즉각 리콜(불량 제품 회수) 조치를 발표하고 블로그를 통해서 고객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노트북이 문제가 아니라 타사가 생산한 배터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재빨리 알려 기업 평판이 또 다시 무너질 위기를 무마시킨 것이다.

 


삼성전자 등 블로그 마케팅 효과 ‘톡톡'

최근 기업의 블로그 정책은 델 컴퓨터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쌍방향 대화에 앞장선다는 것이 키워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네티즌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8년 4월 햅틱폰을 출시하면서 애니콜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식 블로그의 문을 열고 블로그 마케팅을 펼쳤다. 25명의 전문 IT 블로거와 5명의 애니콜 사용자 블로거를 초빙해서 직접 햅틱폰 개발자를 만나고 햅틱폰을 사용해 본 후 소감을 블로그에 올리도록 한 것이다. 파워 블로거들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햅틱폰 블로그에 올렸다.

세계적인 홍보기업 에델만이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최고경영자와 같은 권위 있는 인물보다는 ‘주변의 보통 사람'을 신뢰하는 비율이 세 배 가까이 높다. 실제로 햅틱폰 블로그에서도 블로거가 직접 쓴 글의 파장은 컸다. 초기 40일 사이에 100건의 글이 올라왔고 조회수도 60만 건을 넘겼다. 햅틱, 햅틱2, 햅틱온 등 햅틱폰 시리즈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2008년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아자동차는 2007년 9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블로그를 개설했다. 기아 버즈(www.kia-buzz.com)는 개설 당시 정의선 사장이 글을 올리는 등 20여 명의 국내외 기아자동차 직원이 필자로 참여해 영문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기아 버즈에는 기아차 개발 뒷이야기, 기아자동차의 사회공헌활동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170여 개국에서 매일 평균 250명이 방문하고 있다.

병원도 이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2007년 12월 개설된 김안과병원의 공식 블로그 ‘옆집 eye 블로그(blog.kimeye.co.kr)'가 대표적이다. 개설 1년간 누적 방문자 수가 60만 명을 넘겼다. 블로그에는 김안과병원의 의사, 간호사 등 직원 열 명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취학 전 시력검사의 중요성', ‘눈 좀 때리지 마세요' 등 일반인이 궁금해 할 만한 소재로 글이 올라온다. ‘옆집 eye'라는 블로그 이름도 방문자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해 김안과병원 블로거들이 투표로 결정한 이름이다. 김안과병원은 동양 최대의 안과 전문병원으로 연간 40만 명의 환자가 방문한다.

 


기업 블로그는 투명성과 진정성이 성공의 관건

기업 블로그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소비재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항공, 에너지, 의료장비, 기업금융 등 세계적인 산업재 생산 기업인 GE는 2008년 10월 기업 블로그 GE리포트(www.GEReports.com)를 개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시장서 GE에 대한 악성 루머가 번지자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업 블로그를 만든 것이다. GE리포트에는 경영진이 1인칭 시점에서 GE의 경영 내용을 소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기업 블로그는 홈페이지와는 달리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운용돼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블로거는 홍보물 형식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블로거는 옳고 그르다는 사실 여부 보다는 서로 의견을 주장하고 교환하는 광장으로서 블로그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기업 블로그의 1차적인 목표는 매출 증대가 되기보다는 평판 관리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 기업 블로그 전문가인 이중대 에델만코리아 이사는 “기업 블로그는 투명성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광고하듯 다가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라는 보고서를 낸 박세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혹시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오더라도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견해의 차이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방현철 /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8. 15:10

[해외 10대 트렌드 3] 응전: ⑦기업 구조조정 본격화와 산업 재편

[해외 10대 트렌드 3] 응전: ⑦기업 구조조정 본격화와 산업 재편


자동차 산업은 2009년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줄어들 것이고 경쟁 악화로 인해 산업 전반의 수익률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따라서 그에 따른 자동차 산업 내외적으로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 및 외압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다.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경기 악화로 치킨게임(Chicken Game)을 지속하고 있던 반도체 산업도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1년 이상의 장기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도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트렌드 7.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
 

2008년 하반기에 본격화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실물경제의 피해가 2009년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위기는 소비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자의 구매력도 약화시켰다. 그에 따라 최종 소비재 시장 규모가 대폭 줄었고 유통, 부품·소재, 해운, 조선 등 최종 소비재의 전·후방 산업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기업 대부분은 매출과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2009년에도 주요 산업의 경기는 정체되거나 지금보다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우울한 1년이 될 전망이다.

 

2008년초부터 미국 자동차 빅 3(포드, GM, 크라이슬러)의 부실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조심스럽게 언급되던 자동차 산업은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잠재됐던 어려움이 일시에 표출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그동안 비교적 우량한 성적을 기록했던 도요타도 6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 볼 때 경기침체로 인해 세계 자동차 수요가 2008년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은 자동차 산업에 있어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줄어들 것이고 경쟁 악화로 인해 산업 전반의 수익률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따라서 그에 따른 자동차 산업 내외적으로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 및 외압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다. 가깝게는 미국 정부로부터 174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은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실질적인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도요타와 닛산은 이미 진행 중인 공장 폐쇄, 감원 등을 통한 감산과 자구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피아트의 최고경영자 세르지오 마르시온네는 최근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한 해 550만 대 이상 생산하는 거대 자동차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미국과 독일 각 1개사,프랑스-일본 합작사,어쩌면 미국 회사 1개사와 일본과 중국, 그리고 또 다른 유럽 메이커가 생존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 경제위기로 기업들 고통은 장기화될 것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경기 악화로 치킨게임(Chicken Game: 국제정치학에서 쓰는 게임이론으로 두 대의 차에 사람이 타고 반대방향에서 서로의 차를 향해 달려드는데 이때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에서 유래되었다. 결국 끝까지 버티는 쪽이 이기는 게임)을 지속하고 있던 반도체 산업도 최근 세계 제 5위 업체인 독일의 키몬다가 늘어만 가는 적자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파산했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업체가 4/4 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1년 이상의 장기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도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으로 버틸 수 있었던 대만 업체와 최근 파산한 독일의 키몬다(Qimonda) 등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업계 내 위상도 변화될 것이다. 또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도 경영 악화로 감원계획을 발표했고, 구글과 같은 우량 벤처기업도 경영 악화로 인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위기로 인한 기업들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기업 간 산업 재편은 불가피

한편 기업의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해당 산업의 기업 간 위상 변화 및 산업 재편으로 이어진다. 실제 2000년 IT버블 붕괴 당시,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해 진행된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미국 상장기업 1,300개사의 우량 그룹인 상위 25% 중 40%가 기존의 우량 그룹에서 탈락했다. 이렇게 구조조정 이후에 산업 내 판도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GM과 크라이슬러 등은 공장 폐쇄, 브랜드 매각 또는 피인수 등으로 인해 규모가 대폭 줄거나 회사가 합병될 수도 있어 앞으로 ‘빅 3'라는 표현은 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 강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빅 3의 다양한 브랜드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재편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 미국 자동차 빅 3의 구조조정 >

GM : 2012년까지 9개 공장을 폐쇄할 방침이며, Saab 및 Saturn 브랜드 매각 추진
포드 : 스웨덴의 볼보 매각 및 감원 등의 원가절감 노력으로 유동성 추가 확보
크라이슬러 : GM과의 합병 논의 진행, 4개 공장 폐쇄 및 브랜드 수 10~20% 축소 검토


반도체 업계도 산업 재편은 불가피하다. 파산한 독일의 키몬다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순위의 변동이 있을 수 있고 적자누적이 심각한 대만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 및 일본 업체들의 향후 행보에 따라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어수선할 때 기업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크지 않아 이번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최근의 경제위기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의 위상이 바뀌기 때문이다.


- 배영일 /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8. 15:09

[불황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1편] 불황 때 M&A 한 기업, 세 배 이상 가치 창출해

[불황에서 기회를 모색한다 1편] 불황 때 M&A 한 기업, 세 배 이상 가치 창출해


2003년부터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2007년에는 유사 이래 최대 규모로 성장했던 세계 M&A 시장이 작년 초부터 미국발 신용경색 여파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 역시 지난 수년간 과열되었던 M&A 시장이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속 냉각되고 있다.

M&A는 이렇게 시황에 따라 달아올랐다가 식어 버리는 유행에 불과한 것인가? 한때는 성장의 약(藥)이었던 M&A가 이제는 독(毒)이 된 것인가? 불황기 M&A를 통해 성공한 기업 사례와 그들의 공통점, 불황기 M&A의 성공 조건을 짚어 본다.


불황기 M&A의 엄청난 위력

역사에서 증명된 것처럼 불황을 대비해 온 준비된 경영진, 신중함과 동시에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 있는 경영진에게 불황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대다수 경영진은 격변기에 M&A 같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베인&컴퍼니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일어난 2만 4,000개의 M&A 딜(deal)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번 불황기(2001~2002년)에 딜을 한 기업들이 그 직전 호황기에 딜을 한 기업들보다 M&A를 통해 무려 세 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표1). 이러한 결과는 딜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리고 대부분 업종에 걸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공구(craftsman tools) 제조업체로 알려진 미국의 다나허(Danaher)는 2000년대 초반 불황기에 10여 건의 M&A 딜을 성공시켜 성장을 이룩한 대표적인 기업 사례이다. 마코니(Marconi)그룹으로부터 마코니 커머스 시스템스(Marconi Commerce Systems, 지금은 회사명이 길바코·Gilbarco로 변경되었음)라는 회사를 인수했는데, 다나허는 이를 계기로 환경 관련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처럼 불황기에 성사시킨 절묘한 M&A의 결과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본격적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수년간 다나허의 주가는 S&P 500지수 대비 300%나 초과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다나허는 매년 평균 20%가 넘는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는데, 분석 결과 그 성장 중 3분의 2가 불황기에 꾸준히 시도한 M&A 덕분이었다.

불황기의 성공적 M&A는 평소에는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핵심 역량과 시장 지위를 단숨에 얻게 해준다. 불황기 M&A에 성공한 기업들의 두드러진 공통점은 첫째,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갖고 있었고, 둘째, 외부 자문사를 적극적이고 적절하게 활용함과 동시에 내부에 인수 전략, 협상, 실사 및 인수 후 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M&A 전담조직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M&A 시장의 기회

베인&컴퍼니의 자회사이자 기업 구조조정 전문 기관인 베인코퍼레이트리뉴얼그룹(Bain Corporate Renewal Group)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올해 미국 중견기업 및 대기업 중 무려 100여 개가 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와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규모 차입을 통해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무리하게 M&A를 성사시킨 기업은 향후 1~2년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거시적 변화기에 기업들은 운전자금 확보나 부채 상환 또는 핵심 사업 재투자를 위해 비핵심 사업이나 자산을 매각하게 된다. M&A를 통해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준비된 인수자 입장에서 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향후 1~2년이 좀처럼 다시 오지 않을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 침체기, M&A 이렇게 하라

① 성장 목표, 방향성을 명확히 하라
가장 먼저 향후에 핵심 사업을 어떠한 시장에서 어떠한 상품을 어떠한 채널을 통하여 영위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핵심 역량을 배양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싼값에 끌려 M&A를 시도했다가 자칫 회사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② M&A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
성장 방향성이 명확하다면 일단 기존 핵심 사업에서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 분석하여 과연 M&A가 불가피한 대안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목표로 하는 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다양한 전략적 대안이 존재한다. M&A도 하나의 대안일 뿐이다. 내부적인 노력에 의한 자체 성장(organic growth)이나 전략적 제휴, 조인트벤처, 라이선싱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③ M&A 프로그램 청사진을 수립하라
고민 끝에 M&A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기업이 목표로 하는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중장기적인 M&A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M&A 프로그램이란 향후 수년간 어떠한 우선순위와 빈도로 어떠한 기업을 인수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실행 지침이며 원칙이다.

여기에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복안이 따라야 한다. 우선 주력 사업의 가치사슬을 펼쳐 놓고 역량 면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는 업체의 리스트를 국내외를 망라하여 작성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 있다. 또한 시장 정보를 토대로 가망성이 있는 인수 대상을 미리 수립한 기준에 대입하여 평가하는 톱-다운(top-down) 접근 방식도 있다. 그러나 톱-다운 방식만을 택한다면 전략적 우선순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당장 시장에 나오는 딜에만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보텀-업 접근과 병행해야 한다.

④ 규모 확대보다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둬라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나 값싼 매물이라는 이유로 성장 전략의 방향성과 무관한 딜을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핵심 기술, 유통 채널, 브랜드, 생산설비 등 성장 전략을 실행해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역량 강화나 자체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 등이 가능한 딜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⑤ 작은 M&A를 여러 개 성사시켜라
M&A를 통하여 월등한 주주가치를 창출한 기업은 자기 몸집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을 인수하고,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딜을 하는 기업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대우건설, 하이마트 등 최근 국내의 대표적인 M&A 사례에서는 인수 기업보다 피인수 기업의 덩치가 더 크거나 혹은 비슷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통계적으로 성공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인수기업의 규모에 약 15~30% 정도 규모의 기업을 여러 개 인수하는 것이 한 번의 큰 배팅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하다.

⑥ 비핵심 사업 매각도 동시에 추진하라
불황기에는 인수와 동시에 매각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M&A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에의 재투자나 현금흐름 관리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 가격이라면 비핵심 사업의 적극적 매각도 필요하다. 주가가 떨어진 시점에서 왜 매각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단순한 생각이다. 기업의 거래 가격이란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고 당시의 시장 가격이 가장 정확한 가격이다.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비핵심 사업 매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 수년간 국내 전략적 투자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이성적인 프리미엄을 주고 M&A를 했던 사례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근 두산그룹에서 발빠르게 그룹 내 포장용기 제조 사업부인 테크팩을 물적 분할하여 사모펀드인 MBK Partners에 매각하고 연이어 롯데그룹에 주류사업부의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향후 수년간 M&A 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될 것

최근 수년간 국내외 M&A 시장은 매물에 비해서 인수 희망자가 월등히 많은 확실한 매도자 시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번이 아니면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으로 시장에 나오는 딜 하나하나에 매달려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데 몰입해 왔다.

그러나 향후 수년간 국내외 M&A 시장에는 인수가격이 적정가격에 근접한 다양한 형태의 딜이 지속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 김수민 / 베인&컴퍼니 부사장, M&A 및 사모펀드 컨설팅 부문 한국 리더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8. 15:03

[1등 기업의 비밀병기 ‘콜래노믹스’ 3]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양보하는 자가 이긴다!

[1등 기업의 비밀병기 ‘콜래노믹스’ 3]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양보하는 자가 이긴다!


앞서 1, 2편을 통해 콜래보레이션의 의미와 다섯 가지 콜래보레이션 유형 및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제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여 콜래보레이션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낸 푸마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 보자.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을 만들어 트렌드를 주도한 푸마는 플랫폼 리더십 확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푸마는 콜래보레이션을 통한 플랫폼 형성과 확산 효과 창출로 디자이너들에게 스니커즈 시장을 선점 당하지 않고, 스스로 패셔너블 스니커즈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푸마,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이라는 트렌드 창출

푸마는 리복, 나이키, 아디다스에 한참 밀리는 스포츠 슈즈업계 4위로 업계에서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푸마는 1990년대 중반 나이키와 리복이 에어맥스 등 운동화 기술력 증진에만 힘을 쏟고 있을 때, 여성들의 활동이 본격화되어 편하게 신을 수 있으면서도 패셔너블한 스니커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을 포착했다. 푸마는 당시의 메가 트렌드인 미니멀리즘의 대표적 주자이자 트렌드 세터로 칭송받았던 질 샌더와 손을 잡았다.

푸마와 질 샌더의 콜래보레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푸마가 질 샌더를 단순히 푸마의 아웃소싱 디자이너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그랬다면,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이라는 트렌드가 널리 퍼지지 못했을 것이다. 푸마는 단순히 전문 패션 디자이너를 통해 디자인이 뛰어난 ‘푸마의 스니커즈'가 아니라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플랫폼'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준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패션 피플과의 네트워크가 창출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현재까지 푸마를 포함한 많은 스포츠 슈즈 업체들이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푸마는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플랫폼에서 스니커즈라는 플랫폼 리더십을 확보한 채, 디자인이라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보완재이자 협력자인 질 샌더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1: ‘양보'하면 더 큰 ‘이익'이 온다

푸마는 콜래보레이션 상대인 질 샌더에게 아예 ‘질 샌더 라인'이라는 독립 라인을 보장해 주었다. 그리고 독단적으로 가격결정(pricing)을 하거나 전반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통제하는 등 푸마의 뜻대로 관철하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질 샌더 라인'은 푸마의 다른 제품과 독립된 라인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기에, 질 샌더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플랫폼에 가져 올 수 있었다.

질 샌더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는 보그, 하퍼스 바자 등 패션 시장을 선도하는 잡지사의 에디터 및 세계 최고의 사진 작가, 런웨이 모델 등이다. 만약, 푸마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여 디자이너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디자이너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는 위험을 감수하게 했다면, 이들의 콜래보레이션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마 ‘디자이너 스니커즈 플랫폼'은 패션 피플이라는 네트워크 창출 효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푸마는 질 샌더에게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양보'를 함으로써 훨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2: ‘플랫폼'을 구축하고 확산시켜라

성공적인 패션 피플 네트워크 창출을 통해 푸마가 생성한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플랫폼은 대성공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플랫폼 덕분에 모 브랜드인 푸마마저 굉장한 확산(spill-over)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질 샌더 라인은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모 브랜드인 푸마 또한 일순간에 전 세계의 트렌드 세터들이 줄을 서서 사고자 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그 여파로 일반인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푸마의 가장 큰 이익은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플랫폼의 성공으로 연이어 관련 플랫폼 상품을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질 샌더 라인의 성공으로 많은 디자이너들, 즉 많은 ‘보완재'들이 서로 이 ‘디자이너 스티커즈'라는 플랫폼에 들어오고자 했고, 플랫폼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는 푸마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보완재, 즉 가장 적합한 디자이너를 선택하여 연이어 스타일리시한 플랫폼 상품들을 론칭할 수 있었다.

질 샌더는 그 이후 다른 스포츠 슈즈 업계와 손을 잡지 못했지만, 푸마는 질 샌더 라인 이후에도 샹하이 탱, 미하라 야스히로 라인 등의 플랫폼 상품을 성공시켜 ‘디자이너 스니커즈' 플랫폼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3: 독립성 보장과 이익배분으로 ‘상생'의 기반을 만들어라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을 만들어 트렌드를 주도한 푸마의 성공 비결은 플랫폼 리더십 확보의 대표적인 사례인 아이팟과 VHS VCR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산업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했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산업 생태계 내의 협력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배분'하고 이들을 지원해 상생의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즉, 푸마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독립성과 독자적인 마케팅 활동 등을 보장해 주면서 상생의 기반을 만들었다. 표준 장악과 플랫폼 리더십을 추구하는 기업은 단기 성과주의나 자기 이익 챙기기에 집착하여 독불 장군식 행태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콜래보레이션 성공 전략 4: 나만의 경쟁력과 리더십에 기반하라

푸마의 콜래보레이션 전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가 잠재적인 경쟁자일 수 있음을 인지하는 동시에 플랫폼 선점을 위해 이 잠재적인 경쟁자와 협력한 것이다. 푸마가 질 샌더와 손을 잡고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스니커즈에 더 큰 방점이 찍힌 플랫폼을 확보하고 패셔너블한 스니커즈 시장을 선점하지 않았다면, 스니커즈 시장은 다른 양상으로 흘렀을 수도 있다. 가령 유수의 디자이너가 영세 스니커즈 업체와 손을 잡고 ‘디자이너가 만든 스니커즈'라는 디자이너에 큰 방점이 찍힌 플랫폼을 창출하여 이 시장을 장악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푸마는 여성들의 활동성이 커져 가고, 메트로 섹슈얼이 증가하는 메가 트렌드에서 패셔너블한 스니커즈라는 시장을 파악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먼저, 잠재적 경쟁자인 디자이너와 손을 잡았으며, 자신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스니커즈에 리더십이 있는 ‘디자이너 스니커즈'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 결과 디자이너들에게 스니커즈 시장을 선점 당하지 않고, 스스로 패셔너블한 스니커즈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데본 리(Devon Lee) / Faculty, Baruch College/City University of New York. 바루크 칼리지와 뉴욕시립대에서 소비자 행동론과 마케팅 전략을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콜래보경제학(새로운 부와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콜래보레이션 성공전략)>, <한국인이 사는 법(공저)>이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3. 23:59

[위기 극복 기업 10편] 코닝 / ‘깨지지 않는 기업’ 코닝, 경영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매출 10%는 R&D 투자

[위기 극복 기업 10편] 코닝 / ‘깨지지 않는 기업’ 코닝, 경영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매출 10%는 R&D 투자


2001년, 코닝은 창립 150주년을 맞았다. 본사가 위치한 도시의 시내에서는 성대한 행사가 열렸고 수많은 불꽃이 밤을 수놓았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1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육성한 광섬유 사업이 IT(정보기술)버블 붕괴와 함께 막대한 손실을 안겨 줬다. 무려 30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고, 110달러를 넘던 주가는 1달러대로 떨어졌다.

당신이 이런 기업에 속해 있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 아마 그 참담한 심경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세계적인 장수기업 코닝(Corning)의 이야기다. 다행스럽게도 결론은 해피엔딩(happy ending)이다. 기업사에 남을 만한 실패 사례를 뒤로 한 채 코닝은 우뚝 일어섰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건재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깨지지 않는 그릇' 또는 삼성과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으로 알려진 코닝, 그 위기의 순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도시 이름을 딴 글로벌 유리 전문기업

코닝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많다. 1851년에 창립된 158년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기업, 세계 최초로 TV브라운관을 만든 기업. 열을 가해도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개발한 기업, 본사가 위치한 도시 코닝시에서 기업 이름을 딴 기업.

미국 동부 뉴욕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고 인구 1만 명이 조금 넘는 소도시 코닝시에 바로 코닝 본사가 있다. 코닝은 지역 이름을 따 회사 이름을 지은 세계적인 유리 업체다.

 

발명왕 에디슨도 코닝이 없었다면 지금 모양의 전구를 만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1879년 세계 최초로 필라멘트 백열등을 개발했지만 이를 감싸줄 유리가 문제였다. 에디슨은 코닝에 조수를 보냈고, 팀을 이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유리거품을 불어 만드는 전구용 유리를 개발해 냈다.

이 일화가 말해 주듯 코닝은 유리에서는 세계 최고다. 일반 유리뿐만 아니라 TV브라운관과 LCD유리기판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12년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내열 유리 ‘파이렉스'는 지금까지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달러화 약세와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이익이 급감했다. 코닝이 택한 방법은 사업영역의 확대다. 유리에서 생물공학, 광섬유, 세라믹, 화학의료 기구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모든 사업이 코닝에게 기회가 되어주지 못했다. 코닝은 선택을 해야 했다.


위기 극복책 1: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부터 파악

이 때 창업주의 5대손인 제임스 호튼(James Houghton)이 질문을 던졌다. 과연 코닝의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1983년 최고경영자에 오른 그는 핵심 역량을 평가했다. 그것은 유리제조와 관련된 기술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 뒤는 무엇을 가져 가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분명해졌다. 코닝이 처음으로 선보였던 백열전구 진공관 사업과 텔레비전 유리부품 등 무려 5억 달러의 수익을 내던 사업부서를 과감하게 버렸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핵심 역량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해서다.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스스로 경쟁력이 떨어져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사업도 접었다. 대표적인 예가 생물공학과 유전공학이었다. 대신 코닝은 유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 역량에 따라 특수재료, 소비자 가정용기, 통신산업, 검사서비스를 키우기로 했다. 이른바 코닝의 바퀴모델(Wheel Model)이다.

‘해당 산업의 선두기업으로 오를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한다'는 기본 전략을 실천해 코닝은 유리에서 광섬유와 광케이블을 자연스럽게 키웠다.

 


위기 극복책 2: 그칠 줄 모르는 R&D 지원

하지만 광섬유 산업도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정보기술 버블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30억 달러라는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당장 기업이 살아나려면 비용을 줄여야 했다. 물러났던 제임스 호튼이 복귀했다. 그는 ‘살기 위해 팔을 자른다'는 말과 함께 전 직원의 절반인 2만 5,000명을 내보냈다. 무려 12개가 넘는 공장을 폐쇄했다.

그리고 어느날,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조지프 밀러를 불렀다. 그는 생각했다. “올 것이 왔구나, 연구개발비를 줄이자고 말하겠구나.” 그러나 정반대였다. 호튼은 “연구를 그만둔다면 우리는 미래가 없다”며 “연구개발(R&D)에 몰두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닝은 2001년 10.3%였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을 2002년에는 15.3%까지 늘렸다.

코닝은 경영환경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연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R&D 투자도 원칙이 있다. 투자액의 70% 가량은 5~10년 안팎에 결과를 볼 수 있는 단기 연구에, 나머지 30% 가량은 10년 이상의 중장기 연구에 투자한다. 당장 구조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연구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전통이 코닝에는 있다.

 

결과는 어떤가? ‘뚝심 있게' 광섬유 분야에 투자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여전히 광섬유의 선도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지만 광대역 기술수요가 늘고 있어 코닝의 미래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액정TV용 유리기판 등의 투자도 멈추지 않았기에 현재 50%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위기국면에서 33억 달러까지 줄었던 매출은 지난해 58억 달러까지 끌어올렸고, 18%대 영업이익률을 올렸을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과연 기본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 말하자면 ‘Back to the basic'이다. 그런데 과연 기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성공요건으로서의 기본기(basic)를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의 회사가 추구해야 할 기본을 의외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코닝은 기본을 돌아보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 기본은 핵심 기술인 유리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유리에서 파생된 네 가지 분야에만 전념했던 것이다.

 

코닝의 미래는 앞으로도 어둡지 않을 듯하다. 158년 역사에서 묻어나는 관록만으로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코닝의 R&D 투자가 미래의 희망인 것이 분명하다.

조지프 밀러 CTO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광섬유 개발에 관한 일화도 소개했다. 1979년 처음 영입됐을 때 “이제 곧 광섬유 시장이 열린다”고 말했더니 경영진들은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1930년대부터 기초개발에 들어가 40년을 기다렸던 경영진들에게 ‘이제 곧'이라는 표현은 그다지 의미있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닝은 향후 10년 뒤의 시장을 내다보고 경영을 하기 때문에 굳이 ‘이제 곧' 열릴 사업에만 눈독을 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밀러 CTO는 향후 비전 사업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과 3차원(3D) 디스플레이, 후면 광원이 필요한 LCD와는 달리 외부의 빛을 이용해 만드는 리플렉티브(reflective)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지금은 많은 기업들에게 위기다. 그래서 구조조정, 파산 등 무시무시한 단어들도 곧장 언론에 오른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만을 고려하면 장수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어렵다. 코닝은 이 점을 잘 보여 줬다. 코닝의 최고기술책임자가 언급한 차세대 비전사업은 이미 코닝이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분야로 향후 150년의 역사를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3. 23:57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지향의 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면서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가운데 큰 타격을 받았던 1997년과 비교하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개선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통해 불황 극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산업에서의 포지션 상승 또는 주력사업 변신의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 시작된 2009년은 한국 경제 전반은 물론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불황이 초래할 여러 가지 경영상의 위험과 난관 속에서도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존 산업에서의 포지션 상승, 혹은 주력사업 변신의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번 불황이 끝난 이후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이 명암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 중에도 경영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변신에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수익성 악화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던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제지, 가전, PC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던 비관련 다각화 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의 위기 극복을 통해 서비스 중심의 IT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한 IBM도 위기 당시에는 하드웨어 제조·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한국 기업들도 1997년에 겪었던 외환위기라는 경험과 함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기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단기적 접근에 매몰되지 않고 불황기 이후를 보는 전략적 기회 모색을 상당수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선된 한국 기업의 기초 체력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전망이 가능한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한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성장 지향의 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면서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가운데 큰 타격을 받았던 1997년과 비교하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비율 등 재무적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이를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재무적 안정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보수경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만큼 낮은 부채비율, 충분한 현금성 자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것이 불황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해 본격적인 현금 확보 노력을 시작했다. 외부차입이 거의 없던 미국 IT 장비업체 시스코사(社)가 이미 2008년 2/4분기에 약 4억 3,000만 달러를 차입했고, 동년 10월에는 GE가 워렌 버핏으로부터 30억 달러 유치 및 유상증자를 통해 15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조달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그 영향력의 크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무 안정성 유지를 주요 관리지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꾸준히 펼쳐 왔던 국내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품 가격 하락이나 매출의 감소에도 상당 기간 동안 버텨 내면서 필요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불황기가 지난 이후에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질 개선 노력에서 앞서 간 국내 우량 기업들에게는 경영 환경 악화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불황 대응 전략의 다양성 확대

이처럼 개선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통해 불황 극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구조 개편, 내핍경영 등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조치들에 더해, 소속 산업의 특성과 기업별 역량을 반영한 공격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기업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들의 재무적 유연성이나 유·무형 자산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기업의 복원력(resilience), 즉 불황기 도래로 인한 외부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이 전체적으로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기업은 실제 불황이 닥쳤을 때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들 우량 기업은 향후 호황기가 도래했을 때 기존의 경쟁 우위를 보다 공고히 하거나,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불황 대응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우선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둔 수비 경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무적 유연성과 소프트 역량을 중심으로 측정한 한국 기업의 복원력, 즉 불황 대응 역량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3 이상, PBR(Price Book-value Ratio: 주당 순자산 비율)이 1 이상인 기업의 비중이 7.4%에 불과했던 반면, 2008년 상반기에는 31%로 증가했고, 재무적 건전성과 소프트 역량이 모두 열악한 기업의 비중은 47.4%에서 23.9%로 감소해, 한국 기업의 전체적인 역량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가 많아진 만큼, 2009년 경영 환경 악화를 맞게 된 기업들이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3사분면에 속한 기업이 생존을 위한 현금 확보, 제휴 파트너 물색 등 한정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반면, 1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은 기존 산업 내에서의 위상 공고화를 위한 M&A나 미래를 위한 투자 등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1사분면에 해당하는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수비 일변도의 대응보다는 R&D 및 마케팅 관련된 투자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당 산업 내에서 지위를 공고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글로벌 판세 전환의 기회로 활용

이번 불황이 지구촌의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스케일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며, 여기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한국 기업들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해외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엔고 등의 이유로 인해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 감소한 바 있는 소니가 2008 회계연도에 1,000억 엔 정도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상당수 우량 기업들에게는 지금의 불황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판도를 바꾸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미국 모토롤라가 경쟁력 약화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미국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이나 미국 자동차 Big 3가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처럼, 시장 상황 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 간 경쟁 상황도 글로벌 업계 판도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기초 체력과 경영 능력을 토대로, 특히 최근 일본 경쟁 기업들의 부진을 기회로 승화시켜 경영 환경 악화라는 악재를 판세 변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 CEO들 역시 다가올 불황의 위기에도 수비 경영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며 해외 기업 M&A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예컨대 삼성, 포스코 등은 M&A를 2009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하고 해외 기업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8년 하반기에 이미 미국 샌디스크사(社) 인수를 시도한 바 있으며, 포스코는 동년 10월 일본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약 4조 원 규모의 브라질 철광석 광산 지분 인수를 감행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한국의 우량 기업들은 변동성이 매우 커진 불황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향후의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강한수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3. 23:56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최근 많은 기업의 히트 상품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든 직원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큰 조직창의성이 구현되려면 조직의 풍토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커다란 창의성은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작은 창의성, 그리고 그러한 실천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반적인 조직 풍토에서 나온다. 서로 나누는 말 한마디, 서로의 좋은 측면을 보고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킬러앱을 창출할 수 있다.


조직창의성의 의미와 유형

창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조직창의성을 높일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이란 개인의 개성이나 튀는 행동보다는 규율과 협력이 중시되는 곳으로 창의성과는 일부 상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충을 극복하고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21세기 기업의 핵심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경영은 어렵게 생각하면 끝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천지창조만이 창조라고 한다면 창조는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남이 안 하던 방식, 나만의 색깔을 넣어서 조금만 새로운 측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일종의 창조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창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적 활동을 구분하는 유용한 도식이 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케리 운스워스(Kerrie Unsworth)가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회 저널인 지에 발표한 논문 (2001)의 도식에 따르면 조직창의성은 자발적이냐 지시에 의한 것이냐, 닫힌 문제냐, 열린 문제냐의 기준으로 다음의 넷으로 나뉘어진다.

1) 기대 창의성(expected creativity): 정형화되지 않은 광범위한 과제로서 조직이 공식적으로 지시한 경우, CEO 지시에 의한 조직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2) 반응적 창의성(responsive creativity):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상사의 지시에 의해 수행하는 경우
3) 기여적 창의성(contributive creativity):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4) 적극적 창의성(proactive creativity): 정형화되지 않은 광범위한 과제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과거 우리 기업은 주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에 따른 창의성 발현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거둬 왔다. 특히 기대 창의성의 경우 CEO의 의지를 받아들여 전사 차원에서 형성된 T/F가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 과제를 성공시키고 이를 통해 기회 선점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기업만의 독특한 강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의성의 유형이 경영진의 지시에 의한 것보다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GE, 구글, 애플의 히트 상품들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하고 전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밀고 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기업의 문제점은 창조적 역량이나 추진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아이디어 창출 및 실행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 관리 전략

결국 향후의 조직문화 전략은 어떻게 하면 ‘반응적 창의성(responsive creativity)'을 ‘적극적 창의성(proactive creativity)'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작은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파격적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이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조직은 작은 창의성에서 큰 창의성까지, 그리고 참신한 발상에서 현실적 문제 해결과 성과 창출을 위한 실행력까지 다양한 창의성의 스펙트럼을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성의 발원지가 조직의 상층부만이 아니라 전 계층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은 소수 엘리트만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조직창의성 구현에 큰 걸림돌이 된다.

 

물론 회사의 전략적 초점을 받는 큰 창의적 프로젝트에 모두 다 참여할 수는 없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디즈니의 경우 테마파크의 기획, 캐릭터 창출 등 전략적 과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달리, 시설/안전관리, 고객 대응 등을 담당하는 일반 직원의 경우는 엄격한 규정과 매뉴얼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직원들도 자기 직분 내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들은 작은 창의성, 특히 상사가 지시하지 않은 자기 업무의 독자적 차별화, 즉 기여적 창의성(contributory creativity)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직원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큰 조직창의성이 구현되려면 조직의 풍토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대문호가 나오려면, 개성 있는 아마추어 작가군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백과 두보를 낳은 성당시대(盛唐時代)에 내로라하는 시인만 1만 명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군기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연구실, 특정 조직만 경이적인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의성이 존중받고 박수받는 조직 풍토, 프로와 아마추어가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 창의적 성과를 달성한다.


작은 창의성 실천에서 킬러앱 창출로

“나폴레옹의 군대에서는 졸병도 나폴레옹이 된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지시에 복종하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보지 않고 전략과 전술의 실행자로 존중했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임직원을 만들려면, 우선 회사의 중요 정보가 소통이 되어야 하고, 임직원이 도구가 아닌 주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조직행동론에서는 임직원 간 관계의 질, 상호 존중,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가 창의성의 전제조건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커다란 창의성은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작은 창의성, 그리고 그러한 실천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반적인 조직 풍토에서 나온다. 서로 나누는 말 한마디, 서로의 좋은 측면을 보고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킬러앱(킬러 애플리케이션: 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 김은환 /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2. 11:29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3편] 불황 속 소비 트렌드 - 불황기, 어떤 소비계층을 공략할 것인가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3편] 불황 속 소비 트렌드 - 불황기, 어떤 소비계층을 공략할 것인가


불황 속에서도 부유층의 소비가 침체된 경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구매의 명분을 확실하게 제시한다면 이들을 당당한 소비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비심리가 억제된 상황에서도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들이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들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현상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소비심리에 따라 명품 액세서리나 개인용 프리미엄 디지털 가전이 높은 매출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재인식하면서 가족 소비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자녀와 관련된 소비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소비심리에도 기존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계층


글로벌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부유층의 소비심리마저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부유층도 이제는 불필요한 과소비를 줄이고 가격 대비 효용을 신중히 판단하여 소비하는 추세이다. 부유층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백화점이나 수입차 업계의 마케팅 노력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백화점의 경우 세일 기간을 늘리고 할인 폭을 강화하여 전년대비 4~13%의 매출 상승을 달성했으며, 수입 자동차 역시 대대적인 판촉을 통해 전년 대비 15.5%의 판매 신장세를 기록하였다.

이 같은 결과는 소비성향이 높지만 소비심리 불안으로 구매 갈등을 느끼는 부유층에게 다양한 혜택으로 가격 대비 효용과 같은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여 합리적 소비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유층의 소비가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사치를 즐긴다고 보는 시선으로 인해 더욱 지갑을 열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에 부유층의 소비가 침체된 경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구매의 명분을 확실하게 제시한다면 이들을 당당한 소비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비심리가 억제된 상황에서도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들이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들에 한해 관심을 보이는 현상도 눈에 띈다. 사회 전반에 퍼진 절약 분위기 때문에 일상적 제품에는 소비욕구를 억제하지만 약간의 사치로 삶의 위안과 만족감을 찾을 수 있는 제품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으며, 다른 제품의 소비는 줄이더라도 자신이 특별한 가치를 두는 제품만큼은 고가의 소비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그 제품을 통해 남들과 차별화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고 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해소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소비심리에 따라 명품 액세서리나 개인용 프리미엄 디지털 가전이 불황 속에서도 높은 매출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백화점 남성 의류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명품 시계 판매는 오히려 급증하여 2008년 1월부터 10월까지 백화점 시계 매출은 전년 대비 45~70% 증가하였다. 패션에 관심이 높아진 구매력 있는 남성들이 명품 시계를 자신의 패션 감각을 보여 주는 필수 아이콘으로 인식하여 기꺼이 구매한 것이다.

젊은층의 개성 표현 상품인 개인 디지털 역시 프리미엄 상품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8년 9월말 출시된 삼성전자 ‘햅틱2'는 70만 원대 이상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7주만에 20만 대가 판매되었으며, 넷북 등 저가 노트북의 열풍 속에서 200~300만 원대의 초고가 노트북의 판매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가 브랜드의 소품을 구매하는 현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립스틱 판매량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보여 주는 ‘립스틱 지수(Leading Lipstick Index)'는 이러한 작은 사치를 설명하고 있다. 불황기에는 소비 위축으로 화장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지만, 립스틱 매출만은 유일하게 경기 변동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 9·11테러 직후 찾아온 불황기에 립스틱 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백화점의 패션 아이템 매출에서도 의류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반면 패션잡화 매출은 16.5% 증가하였다. 고급 브랜드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스카프, 스타킹, 선글라스 등의 소품을 소비함으로써 대체하는 이 같은 소비 경향은 앞으로 다양한 제품군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공략

불황기에는 일에만 매달려 왔던 사람들이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서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재인식하면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족 구성원의 연대감을 통해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가족 중심의 소비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일기획의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개인 소비에 부담을 느낀다'는 소비자의 대다수가 ‘가족을 위한 소비(75%)와 자녀를 위한 소비(80%)는 유지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금융이나 통신상품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가족단위의 상품을 출시하고 가족 간의 사랑과 소통을 표현하는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08년 유행어 중 하나인 ‘staycation(stay와 vacation의 합성어)'은 경기침체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저비용으로 휴가를 보내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가족 중심의 여가생활 트렌드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라는 콘셉트의 닌텐도 ‘Wii'는 미국에서 11월 중 200만 대 이상 판매되면서 전년 같은 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2006년 출시 이래 최대 판매량을 달성하였다.

과거 일본에서도 불황기에 가족지향에 여가지향, 자연지향 성향이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자동차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SUV 차량 판매가 급증하였으며 도쿄 디즈니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근거리 여가 상품이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하버드대학의 존 켈치 교수는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감소하는 반면 적은 비용으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가족 중심 지출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가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녀와 관련된 소비는 지출 중에서 특히 줄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녀교육에 관한 소비를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 관련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자녀 수가 적고 맞벌이가 증가하면서 자녀에 대한 미안함을 물질적으로 보상하려는 심리 때문에 자녀를 위한 제품에는 가격에 크게 민감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모 두 명과 조부모 네 명이라는 뜻으로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식스 포켓 키즈(six pocket kids)라는 용어는 아이를 위한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높은 구매력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일반 가전 등의 내구재 제품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도 자녀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아이들에게도 직접적인 마케팅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자녀에게 마음이 약한 부모들의 지갑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 홍선영 /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0. 13:51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2편] 불황기 마케팅 키워드 / 보다 ‘알뜰’해진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2편] 불황기 마케팅 키워드 / 보다 ‘알뜰’해진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심리는 실속형 소비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일단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가격과 품질을 모두 기대하는 소비자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저가격을 내세운 유통 모델 등 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불황기에 가격 전략에 매몰되지 말고 좋은 품질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맹목적인 가격인하 전략은 추후 호황 시 가격인상에 오히려 제동을 거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망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가치소비패턴의 정착

불황이 금융을 넘어 실물경제에까지 전염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고 우울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심리적 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실속형 소비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 중·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되던 이 같은 실속형 소비가 이제는 소득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합리적 소비문화의 한 형태로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실속형 소비패턴이 확대되는 이유는 남녀노소 전 계층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불황기에는 가격 대비 가치를 꼼꼼히 비교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활용하려는 알뜰형 소비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뉴미디어 확산의 영향으로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비교할 뿐만 아니라 생필품과 같은 저관여 제품(low-involvement product: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지 않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까지도 사용 후기, 전문가 및 일반 사용자의 평가 등 사전정보를 충분히 습득한 이후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구매습관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합리적 소비패턴은 미국·일본의 소비시장을 비추어 볼 때, 과거 많은 불황과 호황의 파고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불황에 대한 ‘소비학습'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소비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일단 가격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낮은 가격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까지 원하는 불황기 합리적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과 제약 하에서 차별적인 소구 포인트(appeal point)를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주효할 것이다. 저전력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인터넷, 오피스 등 핵심기능으로 특화한 ‘넷북(Netbook)'의 세계적 인기는 이를 반영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부상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가격과 품질을 모두 기대하는 복잡한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유니클로'와 ‘자라' 등의 패션 브랜드가 저가이면서 빠른 재고순환으로 늘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획,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여하며 생산원가를 낮추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에 있었다. 이들 브랜드는 이제 ‘저가품'이 아니라 부유층도 갖추어야 하는 ‘베이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상품, 서비스, 혜택을 먼저 제공하고 가격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장치한 비즈니스 모델도 눈에 띈다. 무료로 제품을 빌려주되 제휴한 금융기관의 카드를 발급받게 해 일정액수를 사용하면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렌탈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입금하게 하는 ‘페이프리(pay free)' 모델은 최근 불황기를 타고 등장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다.

저가격을 내세운 새로운 유통 모델들도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에서 백화점과 대형양판점이 지속적인 매출 감소로 매장 축소와 합병 등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다양한 저비용의 소매 혁신 모델이 등장하여 이제 백화점, 할인점 등의 대형유통망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100엔숍'으로 유명한 ‘다이소'로 대표되는 균일가 매장이나 생필품을 엄선해 특정 브랜드로만 초저가에 판매하는 초저가 할인매장(hard discount store) 등이 향후 주목할 만하다.

 


불황은 ‘신뢰 쌓기'에 적기

다양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황기에는 ‘가격'이 절대적인 소비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나 신뢰도가 더 중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주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여 오래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무의식적 불안회피형' 소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일기획이 2008년 10월에 조사한 불황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가 가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비율이 56.4%로 ‘신뢰가 조금 덜 가더라도 가격이 싼 브랜드를 선택한다'(43.6%)보다 높았다. 단순히 가격에만 영향을 받지 않는 소비성향은 선진 소비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 KPMG(기업세금, 세무전략 및 금융자문 전문업체)가 2007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소비성향을 보이지만 한편으로 ‘환경문제', ‘제품 안전성', ‘제품 원산지' 등의 특정 가치를 확연하게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소비심리는 각종 안전과 환경, 먹거리 파동이 자주 불거지고 있는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불황기에는 가격이 구매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상품가치 측면에서 볼 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파괴 효과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기업들은 불황기에 가격 전략에 매몰되지 말고 좋은 품질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맹목적인 가격인하 전략은 추후 호황 시 가격인상에 오히려 제동을 거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망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광고홍보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8년 미국 맥그로힐연구소는 불황기 광고 활동과 매출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불황기(1981~1982년)에 광고비를 유지 또는 증가시킨 기업들의 매출이 5년 후(1987년) 3.75배 증가한 반면, 감소시킨 기업은 1.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불황기에 전개한 마케팅 노력이 추후 경기회복에 큰 동력이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불황기를 오히려 신뢰 형성과 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다.


- 정태수 /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0. 13:50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1편] 2009년 경영기조 - 보수경영기조의 틀 안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전개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1편] 2009년 경영기조 - 보수경영기조의 틀 안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전개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10여 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10여 년 전 대다수의 한국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감내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일까. 상당수 기업들은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의 진행 상황을 상당 기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현금성 자산의 확보가 최고의 안전판'이란 인식 아래 현금 중시형 보수경영기조로의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용 감축과 현금 확보를 위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경영기조는 피할 수 없는 대세(大勢)

2009년 한국 기업의 경영기조는 ‘보수경영'이 확연히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은 성장기조로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구체성을 띄며 신사업 추진에 대한 CEO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함께 M&A 등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CEO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증대시켜 이러한 공격적 경영 전략은 쉽게 추진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10여 년 만에 치솟는 환율, 유동성 문제 등과 직면하면서 ‘IMF 트라우마(trauma)' 증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현시점에서는 생존과 안정 위주로의 경영기조와 전략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트라우마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로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받는 사고를 경험한 후 동일 사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행동에 장애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정신적 장애를 의미한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다수의 한국 기업은 사업 철수와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당했다. 물론 1997년의 상황과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은 다르지만 외환위기를 경험한 대다수 한국 기업에게는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잠재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투자에 주력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상당수 기업은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의 진행 상황을 상당 기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전 산업으로 진행되는 자산매각, 사업 구조조정

실물경제의 위축과 환율의 불안정성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에게 ‘현금성 자산의 확보가 최고의 안전판'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과 부채비율 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현금 중시형 보수경영기조로의 움직임은 한국 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이며 이미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재무구조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보수경영기조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비용 감축과 현금 확보를 위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수출 시장에 대한 글로벌 전략 재점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수출 시장뿐만 아니라 신흥개도국 시장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글로벌 실물경제권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등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 및 기업의 글로벌 전략 수립과 실행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하반기부터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 그림기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전략 수립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대상국은 중국이다. 2002년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의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실질 GDP가 1%p 하락할 경우 대(對) 중국 수출은 2.5%p 감소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중국에 대한 섬유, 석유화학, 전자 등 가공무역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던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투자가 위축되면 필연적으로 국내의 설비투자 감소 및 고용 감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 기업과 경쟁 중에 있는 글로벌 기업 역시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 위주의 성장 전략에서 내실 위주의 전략으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자금 여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한국 기업은 이 기회를 새로운 성장을 향한 글로벌 전략의 일대 전환기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 속, 미래를 향한 투자가 요구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다수 기업이 수비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일부 업종과 기업은 성장을 향한 투자 활동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장기 불황이 예고되면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고,대기업들도 자체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부문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그룹 관계사들의 사업부문 또는 회사 자체를 인수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2009년 한국 기업은 보수경영기조라는 큰 틀 안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있다. 바로 단기적인 위기 극복 차원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 경영의 방향타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현재 한국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들과 중요 직책에 있는 임원들은 거의 대부분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요지는 당시 구조조정의 경험을 토대로 ‘실패의 자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눈앞에 닥친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현재 새로운 사업이 될 수도 있었던 미래성장동력까지 훼손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이 필요하다. 또한 구조조정은 위기가 닥칠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 문지원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0. 13:41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⑤] 사회가치 /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와 상생할 전략이 필요하다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⑤] 사회가치 /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와 상생할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이익 창출이다. 그리고 기업의 이익 창출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은 건전한 기업 활동 즉, 시장경제 룰을 철저히 지키고 이행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그 자체가 이미 사회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사회가치를 창출해야 할 때이다. 존경받는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사회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 발전할 때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존경받는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기본적으로 제품을 개발·생산·유통하는 전 과정에서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적절한 이익을 얻고, 이렇게 얻은 이익으로 사회 발전에 참여함으로써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기업이다. 즉 존경받는 기업은 사회와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기업이다. 다시 말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일하고 싶은 회사이며, 외부적으로는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국내 기업들도 이제 각 기업의 전문영역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했고, 또 이러한 전문영역이 매우 다양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즉 각 기업이 전문성을 활용해 다양한 지식 및 노하우를 사회적으로 전파·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성장·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좀 더 가치있는 기업 고유의 사회공헌을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공헌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기업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나눔의 본질적 의미를 환기시키고, 또 다른 하나는 생산적 나눔, 즉 물고기를 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일에 기업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존경받는 기업의 두 얼굴 ‘성장과 기여'


기업 활동에 있어 성장과 기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성장이 기업의 기본적인 목표라면 기여는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을 사회에 일부 환원하는 아주 부수적인 활동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성장과 기여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한 몸과 같은 개념이다.

홈플러스는 성장과 기여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개념을 체계적이고 조화롭게 관리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홈플러스는 최고의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존경받는 기업의 두 얼굴'이라는 독특한 모델을 통해 성장과 기여의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의 두 얼굴 중 첫 번째 얼굴인 ‘성장의 얼굴'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형성된다. 이는 단기간의 높은 성장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얼마나 꾸준히 성장하느냐의 문제다.

존경받는 기업의 두 번째 얼굴은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기여의 얼굴'이다. 홈플러스는 시장가치와 더불어 정도경영, 경제·산업 발전에의 기여, 지역사회 기여, 사회공헌활동 등의 사회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특히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요소 가운데 사회공헌활동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여 소수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풀뿌리 운동으로 확대하여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

사회가치 창출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첫째,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이익 창출이다. 그리고 기업의 이익 창출은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은 건전한 기업 활동 즉, 시장경제 룰을 철저히 지키고 이행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그 자체가 이미 사회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부분은 기업의 존재 이유와도 같은 맥락이다. 바로 물적, 인적 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높은 가치를 되돌려 주는 것이다. 고객에게는 그들이 지불한 비용 이상의 효용가치를, 투자자들에게는 기대 수준 이상의 투자 수익을, 종업원들에게는 자아 성장과 보상을, 지역사회와 국가에는 고용 창출 및 납세를 통해 기여하는 등의 활동이 그것이다.

둘째, 사회가치 창출을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이제는 전략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 경영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와 나누는 지출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생존 차원의 활동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책임 경영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윤리경영을 통해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상생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즉 기업이 남는 돈을 사회에 ‘퍼주기식'으로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비전과 실행 방법을 마련하고, 그에 맞게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투자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은 점점 체계적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체계적인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사회공헌활동 범위도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단순 사회봉사활동과 전통적인 사회공헌활동 분야였던 장학, 학술, 연구 분야에서 벗어나 사회복지, 문화예술, 교육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기업들은 산업별, 기업별로 각 기업의 전문영역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해졌지만 효과는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이해 정도가 매우 낮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전략이나 질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최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평가를 위한 공통지표가 개발됐다. 전략적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식공헌으로 사회가치 창출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미래지향적이고 차별화된 사회공헌인 ‘지식공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사회공헌 추세에 부합하는 전략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서 지식공헌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식공헌이란 기업이 가진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회와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보유한 핵심 역량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기업의 근간이자 중요한 역량인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기업 특성과 연계하여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사회공헌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에서 지식공헌 전략을 마련하고 조정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임직원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에 대한 공유와 나눔활동을 통해 조직문화로 내재화시켜야 한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0. 13:39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④] 종업원 가치 /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을 만든다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④] 종업원 가치 /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을 만든다


종업원도 고객이다. 고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부 고객이다. 회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종업원이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리가 만무하다. 그런 의미에서 종업원은 외부 고객보다 더 중요한 고객인 셈이다.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회사를 만든다”라는 말은 아주 단순해 보이는 명제지만 이 명제는 우리에게 내부 직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존경받는 기업은 존경받는 직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이야말로 기업 가치의 원천이므로 창의성 계발을 극대화한 직무 환경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결과는 곧바로 종업원들이 손수 만들어 가는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은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SAS의 창업자이자 CEO 굿나이트 회장은 “직원은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SAS는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하고도 세심한 배려 프로그램을 갖춘 기업으로 유명한데 SAS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복리후생 지원 수준을 넘어 종업원의 창의성을 키우고 종업원 가치를 제고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적 자원을 투자 자원의 하나로 철저히 인식하고 전략적 자원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집중적이며 총체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SAS는 종업원이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창의성 계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편의시설과 의료시설, 개인별 지원제도 등을 완비하고 있다.

공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외부 조경에 신경을 썼으며 탁아시설과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의료시설의 경우 내·외과는 물론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등 각 분야의 전문 의료인을 따로 두고 있다. 심지어 업무에 열중하다 늦게 퇴근하는 경우를 대비, 집에 가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저녁 식사 재료를 준비해 주는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다.

존경받는 기업은 존경받는 직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이야말로 기업 가치의 원천이므로 창의성 계발을 극대화한 직무 환경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결과는 곧바로 종업원들이 손수 만들어 가는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업원 만족을 넘어 성과 지향적 동기 부여

인재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 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높은 보상 수준, 훌륭한 복리후생 등을 제공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구성원들이 더욱 회사에 헌신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성원 만족만으로 기업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

종업원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종업원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성과 지향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과 업무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작업 환경의 개선, 복리후생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하면 이를 통해 종업원들은 기업 내에서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게 된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종업원 만족이 향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텃밭이 되어 줄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조직체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높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적 자원이 곧 투자 자원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관점의 변화는 인적 자원의 잠재력을 개발함으로써 자산 가치와 조직의 부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은 종업원 자신의 모든 물리적, 지적 자원을 기업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종업원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보답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건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존경받는 기업으로서 직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일하고 싶은 조직 기반이 정착되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조직운영 체계가 실제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능력의 자발적 축적 및 발휘, 열정적 업무 의욕과 몰입, 권한 및 책임의 부여가 함께 어우러지는 임파워먼트(impowerment: 책임과 권한 위임을 통한 조직 운영 효욜화)가 가능한 조직 운영 여건이 중요하다. 금전적인 보상은 내재적·정서적 보상이 갖춰질 때 그 효과가 발휘된다. 즉 돈으로 인재를 살 수는 있어도 정작 그들의 헌신까지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사업 성과와 연계한 공유 개념이 담긴 총보상(total reward)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개인 업적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조한 초기 성과 연봉제 개념이 아닌, 조직 성공에 대한 공유로 직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성공에 기반한 성과 연동급 비중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급여와 복리후생에 경력개발과 교육·육성을 포괄하여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을 인재별 특성에 맞게 총보상 형태로 제공해야 성과 기반의 직원 가치 향상이 가능하다.

셋째, HR(Human Resource) 정책 개발의 과학화와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인재 확보·유지를 위한 정책·제도 개발은 인재의 정의, 가치관 및 의식, 만족 및 불만족 요인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각 기업 또는 업무 및 인재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야 각 상황에 적합한 제도와 정책의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직원 요구 및 만족도 조사를 통해 제도 항목 및 지원 규모를 유연하게 반영·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0. 13:37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③] 고객가치 / 존경받는 기업은 고객의 마음속에 있다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③] 고객가치 / 존경받는 기업은 고객의 마음속에 있다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고객만족을 위한 활동을 끊임없이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기업의 차별적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현재의 고객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 고객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고객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상품, 서비스, 이미지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와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 및 프로세스가 정말로 고객지향적인지, 고객만족을 위해 평가하고 있는 요소가 정말 합당한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과 공감하라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혁신적인 발명품이 미국에서 등장했다. ‘세그웨이(Segway)'라는 이름을 가진 1인용 전동 스쿠터가 바로 그 주인공. 이 혁신적인 제품에 사람들은 ‘세기의 발명품'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중에서 이 제품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도 일부 기관 등에서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한 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혁신적인 발명품이 왜 제대로 시장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린 것일까?

세그웨이는 제품이 가진 놀라운 기능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불편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터리 충전시간이 짧아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도난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불편 요소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없었던 것은 세그웨이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볼품없다는 것이다. 오토바이의 대명사 ‘할리데이비슨'이나 삼각형 모양의 접이식 자전거인 ‘스트라이다'는 그 제품을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큰 자부심과 함께 만족을 준다. 하지만 세그웨이는 편리한 이동이라는 기능성 외에 특별한 감성을 주지 못했다.

 

뛰어난 제품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제품 중에서 이처럼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만 제품들의 사례는 많다. 그리고 이들 제품이 실패한 대표적인 이유는 고객과 공감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존경받는 기업은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 존경받는다.


독특한 만족감과 이미지를 제시하라

고객만족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만족을 적극적으로 창출할 때 가능하다.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기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가치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남다른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향유할 수 있고 생활도 윤택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고객만족이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더 큰 효용과 가치를 체감하도록 하는 기업활동이며, 이는 곧 기업의 목적이 되는 동시에 기업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기업의 고객 서비스 개선 활동은 고객만족에 더욱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고객들에게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만족을 제공하여 말 그대로 감동의 차원으로까지 승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우선 고유한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 서비스 아이덴티티란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다.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이야기하면 저가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 회사는 고객들을 위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펀경영'으로 유명하다. 승객이 비행기에 타서 내릴 때까지 한 번은 크게 웃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가 항공사'보다는 ‘즐거운 항공사'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수립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어떤 모습으로 각인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인 동시에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한다는 의미다. 이때 기업은 반드시 경쟁사와 차별화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미 고객의 머릿속은 넘쳐 나는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극도로 복잡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 특유의 독특한 그 무엇을 고객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만드는 노력, 그것이 고객만족경영의 첫걸음이다.


고객의, 고객을 위한, 고객에 의한 가치를 창출하라

고객만족경영이 산업계에 자리잡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면서 계속적인 변화와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즉, 고객만족경영은 고객의 소리를 보다 잘 파악하고 고객 불만에 대응함으로써 고객 욕구를 충족시켜 왔으며,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성과측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고객만족경영을 통한 기존 고객의 충성도 확보 차원을 넘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고객가치경영이 혁신의 중요한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가치경영이란 고객을 잘 대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이 ‘고객을 위한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의 가치'와 ‘고객에 의한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란 말 그대로 기업이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가치를 말한다. 고객의 가치는 고객이 지니고 있는 가치이고, 고객에 의한 가치는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창출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또한 고객가치경영은 기존 고객만족경영을 포괄, 발전시켜 시장 확대를 꾀하는 전략이다. 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은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에 대응해 유연한 경영체제를 갖추는 데까지 눈을 돌리지 못했다.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나 CSI(Customer Satisfaction Index: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의 니즈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중시한다.

또 고객만족경영이 기존 고객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 경쟁사 고객까지 대상을 확대한 경영 활동이다. 고객만족경영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기존 고객의 불만을 없애고 나아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주력했다면, 고객가치경영은 이와 함께 자사 고객이 아닌 미래의 잠재 고객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선보이는 데까지 확장된 개념이다.

지금의 어려운 국내외 여건은 어느 기업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기적인 생존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혁신이 더욱 절실한 때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잠재 고객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고객가치 창출을 통해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존경받는 기업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2009. 1. 13. 19:33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①] 혁신가치 /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가치 창출해야 ‘존경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①] 혁신가치 /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가치 창출해야 ‘존경받는 기업’


숨가쁘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 굳건히 자리를 지킨 기업은 일등만을 꿈꾼 기업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아 온 기업이었다. 그리고 존경받는 기업은 혁신가치, 주주가치, 고객가치, 종업원가치, 사회가치 등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금 존경받는 기업이 실천해야 할 다섯 가지 가치와 그 실현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존경받는 기업의 첫 번째 조건으로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국내 경제 불황이라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혁신가치'에 대해 알아본다.


총체적 경영혁신으로 경쟁 우위에 서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도 내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특히 지금의 국내 경제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비전과 통찰력 있는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총체적인 경영혁신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총체적 경영혁신이란 ‘시장 경쟁력 확보'와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통합적 프로세스를 말한다. 즉, 총체적 경영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객 관리, 상품력과 가격 경쟁력 향상, 채널 확보, 브랜드 가치 제고,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의 활동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의 고객가치를 창출하여 마켓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기본 목표를 두어야 한다. 이는 시장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략기획, 인적자원, 가치 창출 프로세스 등의 내부 역량이 탁월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체적 경영혁신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총체적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주주, 고객, 종업원, 사회)의 가치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달성되어야 한다.

첫째, 혁신의 방향성을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 향상을 위한 존경받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둘째,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변화 관리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셋째, 혁신을 단계적으로 실천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혁신가치 향상을


혁신의 방향은 ‘고객만족 정착'이나 ‘어떤 산업에서 1위가 되겠다'는 식의 모호한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12시간 이내 배달'과 같은 구체적인 프로세스 비전의 형태로 가시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 혁신 로드맵, 실행을 위한 변화 관리 프로세스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혁신가치를 높일 수 있다. 혁신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프트웨어 혁신, 하드웨어 혁신, 디지털 혁신 등의 균형적인 혁신활동 전개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혁신은 혁신 실행력 강화 및 강력한 리더십과 연계된다. 교육과 실행이 연계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인 워크아웃/타운미팅, 액션러닝, 6시그마 등을 통해 혁신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혁신활동에는 반드시 ‘임직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은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아니다. 모든 임직원이 혁신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발전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그 성과가 향후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임직원의 참여에 대한 기업의 대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실행'이 없는 혁신활동은 없다. 임직원이 참여하여 개선안이 도출되었다면, 그것은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EO 및 임원진의 참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셋째, 지속적인 혁신체계 구축을 위하여 조직, 인사 평가체계의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팀제 등 성과 중심의 혁신 조직 및 인사 보상체계가 구현되어야 한다. 비전과 연계된 전략 수립 및 전략 과제들을 평가체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지속적인 혁신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혁신활동이 실질적인 프로세스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과 같은 업무통합 시스템과 혁신활동의 연계, BPM과 평가체계의 연계도 고려되어야 한다.


성과는 변화가 아닌 변화의 정착에서 온다

프로세스를 재설계할 때는 효율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 프로세스와 관련된 조직과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들의 습성, 문화, 제도, 법규 등 프로세스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총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여러 환경 요인 중 프로세스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존재한다면, 프로세스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기업의 프로세스는 기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 요인에 따라 진화하거나 혹은 생명력을 잃어 버리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혁신가치는 프로세스 성숙도 관점에서 정의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한국 산업계는 일찍이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1960년대 일본 컨설턴트들에 의해 전파된 TQM(Total Quality Management: 종합적 품질경영), ZDM(Zero Defect Movement: 무결점 운동) 등을 필두로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프로세스(당시에는 주로 공정이라는 용어를 사용)의 성과를 창출하고자 노력해 왔다. 때로는 성과에 만족하기도 했고, 실패의 고통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혁신활동을 되돌아 보면, 변화 후 정착보다 변화 자체에 집중해 온 감이 없지 않다.어떤 방법론이 되었건,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변화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변화를 위한 To-be의 도출에서 멈추고, 이를 실행하고 정착시키기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있다.

프로세스 변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현실적인 성과지표 체계와 이에 대한 지속적 관리체계이다. 현실적인 성과지표 체계란 고객에게 정말 중요한 지표라고 조직원이 동의할 수 있고 결과지표와의 연계가 명확한 것을 말하며, 지속적 관리체계란 프로세스 지표별 담당자 배치와 그들에 대한 평가 및 보상 제도를 말한다.

기업은 프로세스에 의해 운영된다. 그 하나 하나의 프로세스가 고객,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한 혁신가치를 창출할 때, 우리는 기업을 존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2009. 1. 13. 19:3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도 기업의 기본활동인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지 않고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어렵다. 매출이나 수익은 기본적으로 주주, 종업원, 고객,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중 중요한 것이 바로 주주가치의 극대화이다.

우선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수익을 창출하여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자산 활용도를 높여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GE나 도요타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고 모범적이면서도 매출액이나 이익률, 성장성 등 기업 경영활동 측면에서도 경쟁업체를 압도할만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주의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서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됨을 의미한다.

주주는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함께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주주가 기업 가치에 대해 가장 직접적이고 균형적 위치에 있는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주주가치 극대화란 주주의 투자수익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경영 전략이다. 다시 말해 일반 주주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경영 체제를 말한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시장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또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시장을 선점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

닥퍼페퍼와 세븐업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음료 및 제과업체인 캐드베리 쉐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따라잡는 것을 일관된 기업 목표로 삼았다. 시장에서 1위를 목표로 끊임없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고배를 마셨다.

1996년 존 선드랜드가 새로운 CEO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경영전략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존 선드랜드는 기존의 성장지향적 경영 전략 대신 가치창조 경영을 본격 도입하며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의 방향을 일관되게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정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로 5년 이내 회사의 주가를 두 배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캐드베리의 주가는 4년 만에 두 배로 올랐다. 단순히 시장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 주주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1997년 말 외환위기와 그에 이은 IMF 구제금융시대를 겪기 전까지 국내 기업들에게 주주가치 개념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상당수 기업이 주주에 대한 적정한 보상보다는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 일에만 급급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을 부쩍 늘리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이상으로 배당도 증가했다. 결국 외환위기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상당한 공헌을 한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선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수익을 창출하여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주가치를 실현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라

기업은 현재를 선도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냄으로써 주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줌은 물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성장을 이루며 존경받는 기업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주주들이 믿음을 갖고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향후 5년, 10년을 준비하고 보장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확실한 미래가 보이는 기업에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것이 기업을 존경받는 기업의 반열에 올려 줄 기본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2001년 9·11 사태 후의 극심한 경기불안 상황에서 CEO로 취임한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신성장동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전략을 통해 GE의 성장궤도를 이어가고 있다. GE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을 인수, 합병(M&A)했으며, 동시에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퇴출시켰다. 이를 통해 고수익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GE의 전략은 현재 가지고 있는 훌륭한 사업군, 즉 선도적인 사업부문에 새로운 사업분야를 인수, 합병 또는 매각함으로써 기존에 선점하고 있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한 포트폴리오의 재편에 앞장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경쟁 우위 산업 중에서 개별적으로 사업부문을 경쟁적 우위에 올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앞으로의 신사업을 위해 어떤 분야에서 인수, 합병 또는 성장 전략을 만들어 낼 지를 고민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업을 통한 인수, 합병과 그에 대한 성장 전략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다.


[새 가치를 창출하는 ‘종합력']

기업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저마다의 전략이 있다. 국내 1호 종합상사로 출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인프라와 노하우를 접목한 ‘종합력'을 무기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종합력의 사전적인 의미는 관찰과 비교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에 이르는 기술을 의미한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서는 네트워크, 거래선 등 상사 고유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품, 지역, 기능 등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품과 산업의 밸류 체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종합력'이라고 정의한다. 돈이 된다면 무조건 뛰어들고 보자는 방식이 아니라 그동안 해 온 사업과 인프라, 수십 년간의 노하우가 유기적으로 얽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힘을 싣게 된다는 것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2009. 1. 9. 20:09

[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에 이른바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캐논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도요타와 함께 일본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에는 전기·전자 부문 부동의 1위 소니를 제쳤고, 도요타가 매출에서 하강 곡선을 그릴 때도 캐논은 줄곧 성장세를 이어 왔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과거 불황을 딛고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한 캐논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에서 ‘캐논 배우기 붐'이 불고 있다. 도요타를 제치고 캐논이 ‘벤처마킹 대상 넘버원'이 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실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4조 4,800억 엔, 순이익이 4,900억 엔에 달하는데, 2005년부터 3년 연속 일본 기업 중 순이익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도요타가 매출에서 하강 곡선을 그릴 때도 캐논은 줄곧 성장세를 이어 왔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에 이른바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캐논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도요타와 함께 일본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훗카이도대학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창업자가 1945년 소규모 렌즈공장을 사들여 카메라 생산을 시작한 것이 캐논의 시초다. 그리고 캐논은 창사 58년 만인 2003년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웠던 일본 전기·전자 메이커 부동의 1위 기업이었던 소니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때문에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불황을 벗어난 캐논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캐논의 부활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1993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미타라이 후지오(Fujio Mitarai, 72) 회장이다.


미국식 성과주의와 일본식 종신고용제 접목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일본 경영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들고 왔다. 미국의 수익중시 경영과 일본의 평생고용제도를 함께 도입한,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 경영'이다.

두 개념을 혼합시킨 배경이 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캐논USA 부사장 등을 거치며 일본의 최고경영자로서는 드물게 서구식 경영수업을 오랜 기간 받았다. 1995년 캐논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뒤 20년 이상 배워 왔던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미국처럼 수익에 기반한 영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 종업원의 생활 안정, 사회에 대한 공헌, 자기자본 축적이라는 미국식 경영이념을 들여왔다. “이 네 가지를 수행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며 과감하게 기업문화를 바꿨다.

그렇다고 일본식 경영을 배제한 게 아니다. 그는 종업원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했다', ‘고용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등 비판이 제기됐지만 종신고용제를 고집했다. 복사기 생산라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1,200명의 근로자가 필요 없게 됐을 때도 이들을 해고하지 않고 다른 부서로 재배치한 것이 좋은 예다. 그는 “인력을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니 쉽게 해고하는 것보다는 함께 가는 게 낫다”고 줄곧 말해 왔다.

고용을 최대한 안정시켰지만 성과지향형 인사평가 시스템도 확실하게 운영했다. 엄격한 기준으로 승진과 급여에 철저하게 실적에 따른 차등을 두자, 임금격차가 크게 날 지라도 종업원 사이의 갈등은 없었고 대기업이 겪는 관료주의화도 없었다. 말하자면 ‘실력 종신주의'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기술개발, 회계 투명성 같은 세계 공통의 영역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지만 문화적, 정서적 특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로컬화가 필수”라는 논리로 기업을 이끌어 갔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기업에서 효과를 거둔 방식이 한국에서 통한다는 법이 없다”며 “각각의 실정에 맞는 모델을 찾아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적자 안 나도 경쟁력 없으면 퇴출

고용을 보장하니 직원들이 안정감을 갖고 행복하게 일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캐논이 위기를 극복한 두 번째 비결은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했다는 데 있다.

카메라로 시작한 캐논은 복사기에 이어 1990년대 반도체 제조장치 사업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주종인 카메라는 물론 다른 사업부문도 경쟁에 시달렸다. 적자를 기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세계 제일의 사업만을 모은 기업을 만들자'고 결단을 내렸다. 그리곤 취임 3년째인 1997년부터 PC사업,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 손을 떼면서 철저하게 사업영역을 조정했다.

“PC는 중앙처리장치(CPU) 싸움인데 우리처럼 CPU를 조달해 쓰는 회사에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부품과 핵심기술 없이는 제조업에서 이기기 어렵다. 캐논이 카메라 사업이 강한 것은 렌즈공학에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철학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95년부터 캐논이 손을 뗀 사업만 일곱 건에 달한다. 하지만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컴퓨터 프린터용 버블젯 기술은 개발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일본 내 시장 점유율 수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다. 그 결과 사무기기 부분이 총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만들었고 디지털카메라는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 자리잡아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중시하는 사풍도 캐논의 장점이다. 캐논은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개발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경쟁사보다 지식재산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판단 아래 1970년대부터 ‘특허법무본부'를 설립했다. 1989년 ‘지적재산 법무본부'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 40여 명 규모로 사장 직할 독립부서로 운영 중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최고경영자에 오르면서 이런 문화는 한층 더 강화됐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연구자들에게 학술 논문보다 특허 명세서를 많이 읽고, 논문보다 특허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특허가 강한 몇몇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적재산권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다.”

캐논은 지적재산을 ‘사업적인 관점에서 창출되고 차별화된 지혜 전부'라고 정의해 신기술 개발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독자적인 물류기법까지 경영의 모든 것을 지식재산으로 취급했다. 지적재산 법무본부에 소속된 인재를 각 사업본부에 배치하고, 지적재산 관련 자격증까지 따도록 독려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캐논은 일본에서는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2위의 특허 보유 기업이 되었다. 매년 특허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 건수를 보면 IBM과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3위를 달려, HP와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따돌렸다.

독자기술을 중시하는 문화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연구개발비는 지난 1995년 이래 증가 일로다. 1995년 1,700억 엔대였던 개발비는 지난해 3,600억 엔 정도까지 뛰어올랐다.


공장 자동화 총력

마지막으로 캐논의 셀(cell, 세포) 방식의 생산현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 아미지역에 위치한 복사기 생산공장에는 컨베이어 라인이 없다. 7~8명의 근로자가 U자형 작업대에서 복사기를 조립한다. 이른바 셀 방식 생산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유연하다는 것. 예를 들어 300대만 생산하려는 복사기 A모델을 위해 컨베이어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셀을 늘려 생산량을 맞추면 그만이다. 컨베이어 방식은 앞 공정이 늦어지면 뒷 공정도 늦어지지만 셀 방식에서는 이럴 염려가 없다.

이 셀 방식의 도입으로 도쿄돔 18개에 해당하는 공장 바닥면적을 절약했고, 3,000억 엔 이상의 재고비용을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셀 방식을 넘어 ‘공장 완전 자동화'에 주력했다. 전기가 꺼진 상태에서도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공장 무인화가 이뤄지면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필요도 없고 불황이 와도 직원 수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에도 글로벌 경제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 장기불황의 조짐마저 보인다. 그렇다고 움츠려 있을 수만도 없다.

자동차 경주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부는 직선코스보다 곡선 주로에서 결정됐다. 진정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코너를 돌 때 승부를 걸어야 하는 법이다. 지금이 위기라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2009. 1. 9. 20:07

[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우리가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계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도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는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침체기 뒤에 찾아올 호황을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 기업의 체질에 맞는 불황 극복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다면 이번 불황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몰고 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들어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급속히 전이되면서 선진 경제의 침체를 가져왔고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역시 불황의 충격에 빠지고 있다.

불황은 모두에게 고통을 주지만 한편으로 이 시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거품이 꺼지며 기업 판도가 크게 바뀌어 왔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미국의 IT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상장기업의 고성과 기업 중 40%가 탈락되었고(맥킨지),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성과 기업의 2/3가 탈락하고 말았다(삼성경제연구소).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침체기 뒤에 찾아올 호황을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침체기에 몸을 도사리면 뒤에 다가올 호황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실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노키아는 불황기에 이동통신시장에 집중,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사업구조를 전환할 시기를 놓친 코닥과 컴팩은 경기가 살아난 뒤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불황기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그 성공 전략을 살펴보자.


불황기 공통 전략은 구조조정과 전략적 비용절감

불황기에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쓴다. 핵심사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이때 비주력사업뿐만 아니라 주력사업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전략적인 비용절감에 주력해야 하는데 단기적 효과만을 고려한 비용감축은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래 성장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2001~2003년에 미국 자동차 빅3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불황기를 넘겼으나 체질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여 오늘에 이르고야 말았다. 반면 도요타는 고가 부품을 통합하고 공정을 개선하여 절감한 28억 달러를 R&D에 투자하여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비용삭감과 실적 개선은 다음과 같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즉 기업 실적의 90%가 10%의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에 비해, 비용의 90%는 실적을 내지 못하는 90%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는 ‘실적을 내는 사업은 일반적으로 자금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비용을 삭감하면 실적을 올릴 수 없다.'라고 하며 일률적인 비용 삭감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연역량별로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구사

이러한 공통 전략과 함께 유연역량의 네 가지 유형별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유연역량이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인 여유(현금)와 전략적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 경쟁력(브랜드, 디자인, 기술과 같은 무형자산)을 의미한다. 이 유연역량은 사전에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먼저 재무 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이 모두 양호한 그룹은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 불황은 좋은 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므로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 1위의 철강기업인 아르셀로 미탈은 다수의 광산을 확보하여 원자재를 저가에 공급받고 철강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대형화를 추진하여 급속히 성장하였다.

 

둘째, 재무 유연성은 괜찮지만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여 체질 강화에 주력한다. 성광전자는 외환위기 직후 ‘쿠쿠' 브랜드를 출시하여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국내 압력밥솥 시장 1위로 등극하였다.

 

한편 불황기에는 싼 값으로 브랜드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자사가 부족한 소프트 경쟁력을 M&A를 통해 보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롯데제과는 2008년 6월에 고디바(벨기에), 페레로 로쉐(이탈리아) 등과 더불어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길리안(벨기에)을 1,700억 원에 인수하여 프리미엄 초콜릿 생산 라인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하였다.

셋째, 재무 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 모두 부족한 기업은 생존을 위한 재원 확보가 최우선이며 자력 생존이 어려우면 제휴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한다. 1998년 하이트맥주는 미국 투자회사 캐피털그룹에 3,000만 달러의 무(無)의결권 우선주 전환사채를 팔고 1999년에 덴마크 칼스버그 그룹에서 외자 1억 달러를 유치하여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으로 재무력은 약하지만 소프트 경쟁력이 강한 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 속에서도 소프트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신축성을 확보하여 지속성장을 추구한다.

IBM과 HP는 그 좋은 사례이다. 먼저 IBM은 강력한 소프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변신에 성공하였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시장이 침체되고 PC 가격의 하락으로 제조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핵심분야를 지속적으로 매각함으로써 재무력을 회복했다. 또한 2002년에 하드디스크 부문을 히타치에, 2004년 PC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하여 ‘하드웨어 회사'에서 지식 기반의 ‘서비스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하였다.

 

다음으로 HP는 기존 PC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부활하였다. IBM도 철수하고 델사도 고전하던 PC업계에서 HP만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바로 ‘와우(WOW; 대성공, 열광시키는 상품)'에 있다. CEO 토드 브래들리는 ‘우리가 팔아야 할 것은 와우'라고 강조하며 디자인을 강조한 PC, 눈길을 끄는 독특한 광고 등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했다. 또한 혁신에 대한 투자와 제품 가격의 인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전략을 구사하였다.


자신감을 갖고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 펴야

우리가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계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도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앞에서 소개한 유연역량별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이번 불황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종년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8. 12. 19. 00:26

[위기 극복 기업 8편] 맥도날드 / 반미 상징에서 친근한 로컬 기업으로 현지화에 성공

[위기 극복 기업 8편] 맥도날드 / 반미 상징에서 친근한 로컬 기업으로 현지화에 성공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타국에서 혼자서 한끼 식사를 해결해야 될 때, 거리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반가워 했던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맥도날드. 요즘 불황의 여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호황을 누리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한때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불리우며 매출 급감으로 인한 위기에 빠졌다.

경영진은 방만했던 확장경영 방식을 버리고,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현지화를 보다 철저하게 점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8% 포인트 늘었다. 맥도날드의 위기 극복 사례는 우리에게 소비자의 눈으로 판단하려는 원칙이 유지된다면 못 넘길 위기란 없다는 교훈을 안겨 준다.


요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다'고 한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5달러가 넘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을 돌아보면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맥도날드는 호황이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따져 봤을 때 10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8% 포인트 늘었다. 짐 스키너 맥도날드 최고경영자도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잘 견디고 있다”고 흡족함을 나타낼 정도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불황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식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55년에 세워진 맥도날드는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코드다. 세계 어디를 가도 특유의 노란 골든 아치 엠(M모양의 로고)을 만날 수 있을 만큼 글로벌화에도 성공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브랜드는 310억 5,000만 달러(2008년 기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50여 년 동안 맥도날드에 닥친 위기는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2000년 이후엔 그 고초가 심했다. 반미 시위가 거세졌을 때도 맥도날드는 타깃이 되었다. 대표적인 비만 식품을 꼽을 때도 맥도날드는 빠지지 않는다. 과연 맥도날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며 오늘날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맥도날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짚어 보자.


1950년대 단순한 메뉴와 공정으로 대인기

맥도날드의 창업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리처드 맥도날드, 모리스 맥도날드 형제다. 이들 두 형제는 1940년대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차 운전자를 상대로 하는 식당이 유행했다. 맥도날드 형제도 이 대열에 합류해 햄버거를 팔았다. 그런데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는 좀 달랐다. 종업원들이 배달하는 방식을 없애고 주방과 고객 사이에 두 개의 창문을 내 고객이 직접 음식을 주문하게 했다. 15센트짜리 햄버거는 언제나 똑같은 방식, 즉 겨자와 케첩, 양파에 피클 두 조각을 곁들인 단순한 형태였다. 지금의 ‘드라이브 인(Drive In)' 식당과 흡사했다.

하마터면 캘리포니아의 인기 있는 작은 식당에 머무를 뻔 했던 맥도날드를 미국 전역으로 퍼뜨린 인물은 레이 크록이었다. 믹서를 판매하던 그는 이 식당 운영 방식이 미국 전역에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1954년 맥도날드 형제와 계약을 맺고 프랜차이즈 권리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햄버거 이름이 ‘크록'이 아닌 ‘맥도날드'인 이유는 무엇일까? 훗날 크록은 “크록이라는 이름은 도무지 느낌이 나지 않아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크록이 전권을 갖고 운영을 시작하면서 사업은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1955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뒤 10년이 되지 않아 10억 개가 넘는 햄버거를 팔았고, 점포 수는 1,000개를 돌파했다. 1984년 크록이 죽을 무렵에는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에 맥도날드 점포가 7,500개를 넘었다.

맥도날드는 말 그대로 전 세계로 진출했다. 도무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 같은 국가, 도시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1994년 쿠웨이트 시티에 문을 열었을 때 맥도날드에 들어서려는 차들이 7마일이나 늘어서는 장관을 이뤘고, 하루에 1만 5,000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이었다. 옛 소련이었던 러시아가 개방되자마자 맥도날드는 모스크바로 곧장 진출했다. 이런 적극적인 글로벌화 덕분에 ‘미국 정보원들이 뚫지 못하면 맥도날드 영업사원을 보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맥도날드가 성공한 데는 현지화 전략의 공이 컸다. ‘적어도 음식은 각 지역의 고유한 맛을 살려야 한다'는 게 맥도날드의 기본 전략. 고객들에게 최대한 굽히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반미 시위가 한창이던 2001년, 인도네시아 맥도날드 직원들은 이슬람교도 전통 복장을 입고 손님을 맞았다. 남자 직원은 ‘페치'라는 전통모자를 쓰고 여직원은 머리에 숄을 걸쳤다. 그 결과, 자카르타에 있는 맥도날드 체인점들은 단 한 번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반미 시위의 타깃, 정크푸드 이미지로 곤혹

하지만 맥도날드는 숱한 위기를 겪었다. 2000년대 들어 매출 하락 폭이 커졌다. 무엇보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일컫는 말)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각인된 점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반미 시위만 벌어졌다 하면 시위대로부터 습격당하거나 폭파당한다. 2002년 한국에서 반미 시위가 심했을 때 한국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서울 인사동 관훈 매장 앞은 반미 구호로 넘쳐 났다. 매출이 급감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 웰빙을 추구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햄버거를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상징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각종 인공 조미료와 성분도 불확실한 고기로 만든 햄버거는 비만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2002년에는 뉴욕의 청소년들에게 비만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는 수모를 당했다. 2004년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체중 증가량을 잰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로 곤혹을 치뤘다. 사람들 기호도 변하기 시작했다. 맥킨지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거실처럼 안락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슬로우 푸드(Slow Food)를 원하지, 햄버거 매장의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에서 급하게 식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002년 4분기, 1965년 상장회사로 등록한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이 소식과 함께 2003년 맥도날드 주가는 대폭락했다.


고객 눈높이를 맞추자' 현지화 재점검 돌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는 제임스 칸탈루포다. 실적이 나빠지자 잭 그린버그 회장이 사임하고, 전임 사장이던 칸탈루포가 돌아왔다. 그는 위기의 원인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냈다. 우선 점포 정리 등 방만했던 확장 경영 방식을 버렸다. 당장은 경비절감이 필요해서다. 10개국 175개 해외 매장을 폐쇄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완전히 철수했다.

또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위기 뒤 바로 ‘승리계획(Plan to win)'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직원들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리겠다는 게 골자였다. 구조조정과 함께 투자도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대부분의 전망을 뒤엎는 역발상을 도입했다. 맥도날드 사내 대학인 ‘햄버거 대학'에 투자를 늘려 ‘장기전'에 대비했다. 칸탈루포의 처방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 1년 만에 매출은 다시 늘었다. 그러나 그는 복귀 1년만인 2004년 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

 

그 뒤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으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 출신인 찰리 벨이 들어왔다. 그는 현지화를 보다 철저하게 점검했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에서는 채소 햄버거를 내놓았고,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세계 최초로 매장 내에서 맥주를 팔았다. 노르웨이에서는 북해산 연어를 이용한 연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매했고, 한국에서는 전통 음식 김치버거와 불고기버거를 내놓았다.

슬로우 푸드가 유행한다는 점도 인정하고 매장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 맥도날드도 딱딱한 의자 대신 푹신한 소파를 내놓으면서,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햄버거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고칼로리 비만식품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칼로리를 줄인 햄버거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육류가 아닌 두부를 넣은 이른바 ‘일본형' 햄버거도 내놓았다. 샐러드나 달걀 같은 건강 메뉴도 추가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10여 가지 샌드위치 메뉴를 도입해 주문 즉시 그릴로 구워 줬다.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장마다 ‘이동선'을 그어 놓고 직원들이 30분씩 전자감응기를 들고 화장실 청결 상태에서 냉장고 온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도록 했다. 점검 태도가 불성실하면 전자감응기가 매니저의 휴대폰으로 이를 알린다.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임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신상품 발굴 노력이 빛을 발해 맥도날드 커피는 일약 히트를 쳤다. 최근엔 ‘맥도날드에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커피를 먹으러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정도다. 물론 앞으로 맥도날드가 순탄한 길만을 걸을 것 같지는 않다. 햄버거는 여전히 정크푸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또 일회용품이 환경을 파괴한다며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할 때처럼 현지 소비자의 눈으로 판단하려는 원칙이 유지된다면 못 넘길 위기란 없어 보인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생각은 글로벌하게, 행동은 지역 현실에 맞게)'라는 맥도날드의 모토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