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9. 23:18

[경제학 바이블 4] 무역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 비교우위와 교환을 통한 더불어 살기 / 무역의 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4] 무역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 비교우위와 교환을 통한 더불어 살기 / 무역의 경제학


미국발 ‘바이 아메리칸' 조항으로 전 세계는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해졌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게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지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낸다.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데에도 세계 각국은 공감하지만,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과거 수백 년간 환경을 오염시켜 온 선진국이 이제 막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면 후발주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무역이 생기는 이유, 비교우위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Ricardo)는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무역이 생기는 이유를 ‘비교우위'에서 찾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5위 수준이고 섬유기술은 최고이다. 자동차와 섬유산업 모두 잘할 수 있지만, 자동차를 수출하고 섬유는 인건비가 싼 동남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섬유를 만드는 기술보다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비교우위는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더 싸게 잘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비교우위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말 그대로 어떤 두 대상을 비교하여 ‘누가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요소를 투입하여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은 노동력 또는 적은 시간을 투입하거나, 상대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재화의 양이 적은 쪽이 비교우위를 갖는다. 따라서 어떤 국가든 어느 한 품목에 대해서는 비교우위를 갖기 마련이다.

비교우위는 무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를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고 돌연 농구코트를 떠나 야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조던은 결국 야구를 포기하고 농구선수로 돌아왔다. 자기 재능을 왜 모든 분야에서 활용하지 않고 한 종목에 몰두했을까? 바로 비교우위 때문이다. 조던은 야구와 농구 중 더 잘하는 것을 골라 농구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비교우위는 복잡한 사회에서 협동해 살아가는 방법이다.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기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 분야를 특화시키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삶의 지혜라고 하겠다.


자국 이익을 위한 무역장벽 쌓기, 보호무역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무역에 참여하는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면 각국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해당 국가의 부(富)가 증가한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경쟁이 과열돼 각국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보호무역을 꾀하기 때문에 국가 간 무역분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의 유치산업(infant industry) 보호를 목적으로 보호무역을 실시했다. 보호무역정책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 것은 관세장벽(수입업자가 지불하는 세금)과 비관세장벽(수입할당제, 수출자율규제, 수출보조금, 여러 가지 행정규제 등)이었다.

최근 미국이 경기부양법안과 함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을 통과시키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조항은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 정부가 투입하는 건설공사에 미국산 철강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까지 미국산만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러시아도 자동차와 농기계 등의 수입장벽을 높이고, 유럽과 인도, 브라질 등이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70~80%를 무역이 차지할 만큼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에게 큰 부담을 준다. 다행히 3월 15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국은 ‘보호주의 배격'에 합의했다.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와 맞서 싸우고 자유무역과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제무역 경찰인 세계무역기구(WTO)도 글로벌 경제침체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대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얼마 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명 아나운서의 말실수가 화제가 되었다. ‘물가 불안, 서민경제를 위협한다'라는 주제로 농산물 등 먹거리 가격 폭등에 관한 보도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의미를 설명하다가 “‘애그'는 계란의 ‘에그(egg)'를 이야기하는 거겠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곡물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 급증'이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의 경제가 급성장하고, 브릭스·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도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연히 소득이 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급증하면서 곡물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곡물 가격이 뛰었다.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소득이 늘어나자 과거에는 먹지 않던 식품도 먹기 시작했다. 중국인은 원래 목축을 하는 몽골족 등 일부 소수민족을 제외하고는 우유를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3억 인구가 우유를 마시면서 소비가 급증해 중국은 전 세계 우유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원자재 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유 값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곡물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지구 온난화, 태풍, 가뭄, 홍수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인해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8%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수준이다. 특히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는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유통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은 곡물뿐 아니라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중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러시아·중남미·아프리카를 누비고 있으며, 인도 등도 ‘신 자원민족주의'가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여 자원외교에 전력을 쏟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자원외교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일찍부터 자원외교를 목적으로 지진이나 해일 피해를 입은 동남아 국가에 엄청난 무상 지원을 해줌으로써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결국 안정적으로 자원을 챙기고 있다.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수립에 따라 상대국과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원활한 외교적 소통을 계속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 원인 되는 이산화탄소 억제, 탄소배출권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라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의무가 생긴 동시에 탄소배출권 확보도 중요해졌다. 탄소배출권이란 교토의정서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나라별로 정한 온실가스 배출권한이다. 할당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려면 다른 나라의 탄소배출권을 사야 한다.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면제받았으나, 2013년에는 2차 의무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전문금융회사가 세워졌으며, 저탄소 녹생성장 기본법 입법예고(2009년 1월말) 등 탄소배출권 시행과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국가별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후발국 간 기술격차 때문에 후발국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과거 수백 년간 환경을 오염시켜 온 선진국의 책임을 이제 막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 떠안는 셈이다.

우리 정부도 저탄소 녹생성장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탄소세가 도입되면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산업 부문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석유화학기업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위기를 기회 삼아 블루오션을 선점하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


각 나라의 맥도날드 햄버거 가격비교로 예측 가능, 환율

경제현상은 정치, 외교,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로부터 시시각각 민감하게 영향을 받아 종잡을 수 없이 꿈틀거린다. 모든 경제 현상이 그렇지만 환율 변동은 ‘신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예측하기 어렵다. 1주일만에 100원이 넘게 널뛰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때는 더욱 그렇다.

‘환율'이란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로 교환되는 가격이다. 한 나라의 돈이 다른 나라의 돈에 비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사과 농사가 잘 안 되어서 사과가 귀하면 사과 값이 오르듯이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 값이 오른다. 환율은 상식적으로 봐서 적당하다고 평가될 때가 있는가 하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게 평가될 때도 있다.

적정환율이 얼마인지 알아내고 현재 환율이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됐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으로 팔리는 표준화된 상품가격을 조사하면 된다. 여기서 ‘빅맥지수'가 활용된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팔리고 있는 맥도널드의 대표적인 메뉴 ‘빅맥(Big Mac)'을 각국의 환율 적정성을 검토하는 보조지표로 사용한다. 그 이유는 빅맥이 세계적으로 품질, 크기, 재료가 표준화되어 있어 어느 곳에서나 값이 거의 일정하리라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면 우리 경제는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를 연상케 하는 요즘의 환율급등세는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작년 3월엔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 안 되었다. 부모가 100만 원을 송금하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자녀는 1,000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 기러기 아빠는 한국에서 150만 원을 송금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요즘처럼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체에게는 유리하지만, 원유 가격 상승으로 기름값과 물가가 올라 서민 경제는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