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8. 23:00

[IT 이슈] 뜬구름 잡는 컴퓨터라고? - 차세대 인터넷 경영 화두 ‘클라우드 컴퓨팅’를 알아보자

[IT 이슈] 뜬구름 잡는 컴퓨터라고? - 차세대 인터넷 경영 화두 ‘클라우드 컴퓨팅’를 알아보자


〈타임〉지가 표지 인물로 사람이 아닌 컴퓨터를 등장시킨 것이 1982년이다. 그 후로 27년. 기업 업무에서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빼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컴퓨터가 기기를 의미하는 정적 개념이라면 ‘컴퓨팅(computing)'은 정보처리(processing)를 통해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는 동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컴퓨팅은 20세기 인류의 역사를 속도 기반의 디지털 경제로 바꾸고 수많은 기업의 권력(시장지배)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빌려 쓰는 IT,
인터넷 컴퓨팅의 부각
 

최근 컴퓨팅 앞에 ‘클라우드(cloud)'라는 수식어가 붙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화제다. 특히 IT 업계 종사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용어가 됐다. “이게 무슨 ‘뜬구름(cloud)' 잡는 얘기인가”라는 반문도 나올 듯 한데, ‘인터넷 컴퓨팅'이라고 부르면 조금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실제로 클라우드는 컴퓨터 네트워크 구성도의 인터넷을 구름으로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용 컴퓨팅 환경에서는 업무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PC에 설치해 놓고 사용한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인터넷(데이터 센터의 서버)에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사용자는 장소에 상관없이 어떤 단말기(휴대전화 포함)이든지 인터넷만 접속할 수 있으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업무를 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유비쿼터스 단계의 진입을 의미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목하는 국내외 대표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오피스 라이브'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근이 잦은 회사원은 노트북과 USB(Universal Serial Bus: 컴퓨터와 주변 기기를 연결하는 데 쓰이는 입출력 표준) 메모리만 있으면 웹에서 제공하는 오피스 라이브에 각종 문서 자료를 옮겨 놓고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장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통상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로 불리는데, ‘스토리지(저장장치) 임대 서비스(S3)'와 ‘웹 호스팅 서비스(EC2)'가 대표적이다. 이를테면 기업은 별도의 IT 기기를 직접 구입할 필요 없이 아마존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스토리지 등을 임대하여 이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존은 중앙처리장치(CPU) 개수나 메모리 크기, 디스크 크기에 따라 시간당 10~80센트를 받고 있으며 월 이용료로 기가바이트(GB)당 15센트, 연간 1,500달러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십 년간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구글, IBM, 델, 어도비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목한 것도 경쟁사인 구글이 2006년 구글 앱스(Google Apps)를 통해 온라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 앱스는 이메일, 채팅 및 음성 통화, 일정 관리, 문서 작성 기능 등을 제공한다.

세일즈포스닷컴은 고객관계관리(CRM)라는 기업용 업무 소프트웨어를 고객이 직접 설치하지 않고도 이용료만 내면 인터넷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HP는 40억 달러의 연구개발비 중 상당 부분을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8대 연구과제에 분석, 지능형 인프라, 지속가능(그린 IT 등) 등과 함께 ‘동적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한 연구기관과 삼성SDS, KT, 한국IBM,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썬 등 국내외 IT 기업이 모여 ‘한국클라우드컴퓨팅협의회(CCKI)'를 결성,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새로울 것 없는 용어의 재포장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유소프트웨어(리눅스 등) 운동의 대부 리처드 스톨만은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람들에게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시스템을 팔기 위해 만들어 놓은 덫”이라며 “그 덫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강자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도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다 있는 것을 다시 한 군데 몰아넣고 재정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오라클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시장유형별 서비스 유형과 주요 사업자 서비스]


* 자료 출처: 포레스터 리서치(2008)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 중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가상화를 비롯해 유틸리티, 그리드, 유비쿼터스, SaaS(Software as a Service) 등 혁신적인 컴퓨팅 기술이 모두 녹아 있으며, 디지털 경제에서도 서비스 부문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이행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로의 몇 가지 이행 가능성을 살펴 보자.

첫째, 클라우드 컴퓨팅은 서비스 개념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이는 솔루션 제공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데 고객의 가치 실현에 중점을 두고, 단순 하드웨어 공급 비즈니스가 서비스/솔루션과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내는 차세대 비즈니스 유형을 의미한다.

실제 이러한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경영 성과를 낸 대표 기업이 IBM이다. 하드웨어(서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컨설팅/아웃소싱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이 회사는 일찍이 서비스 중심의 경영 체제로 탈바꿈해 지금은 서비스/소프트웨어 부문의 매출 비중이 하드웨어를 앞서고 있다. 이제 하드웨어는 서비스를 위한 종속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HP가 컨설팅 기업인 EDS를 139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전 세계 IT 서비스 시장에서 종전 2.3%(매출 170억 달러) 점유율을 5.3%(매출 390억 달러 이상)로 높여 1위인 IBM(7.2%, 540억 달러 매출)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HP는 기존 컴퓨터, 프린터 등 하드웨어의 강점에 IT 서비스를 접목해 서비스 분야를 강화함으로써 장기적인 회사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878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에디슨전기조명회사에서 시작한 GE는 이제 더 이상 제조업체로 불려지길 원하지 않는다. 잭 웰치가 회장을 맡던 시절 그는 “GE는 2000년대 100% 서비스 회사로 전환될 것”이라고 주창했고,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도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사업군을 재편해 헬스 케어, 환경 연관 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

프린터 업계를 보자. 단순히 프린터라는 기기(하드웨어)를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지금은 소프트웨어/서비스 개념을 중요시하고 있다. 고객의 기업 업무 환경에 따라 맞춤형 문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IT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는 2008년 8월 삼성전자와 기업용 프린팅 시장 협력에 관한 제휴를 통해 ‘프린터 + IT의 융복합'을 추구하는 통합출력관리서비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둘째, 아웃소싱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다. 국내는 아웃소싱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돼 있지만 정부에서 공공부문의 민간 이양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아웃소싱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같은 아웃소싱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비스(이를테면 특정 기업업무)에 접속 가능한 단말기와 네트워크(인터넷)만 확보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다. 일부 그룹사는 IT 자산을 직접 소유·운영하지 않고 관계사 및 전문기업에 맡기면서 종량제 방식(유틸리티 컴퓨팅)을 택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이같은 비용절감 측면의 접근 외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다양한 산업에 비즈니스 모델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셋째,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용료(subscription)' 기반의 비즈니스 이행을 의미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와 같은 라이센스 기반의 비즈니스 근간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전략을 ‘소프트웨어 + 서비스'로 긴급 수정하고 ‘윈도 애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넷째, IT 시장의 바로미터였던 PC 시대의 퇴조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개인은 광대한 IT 네트워크(클라우드 컴퓨팅 및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단말기만 있으면 된다. PC 자리를 대신해 휴대전화(스마트폰), TV 등 각종 기기의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메릴린치는 “향후 5년 이내에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95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무종 / 디지털타임즈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