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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2.08 [인터넷과 경영 1편]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중, ‘나’와 ‘너’로서 편하게 대화하는 공간 추구
  3. 2009.01.04 2009년 국내경제 전망(LGERI 리포트)
  4. 2008.12.19 미래 기업의 핵심 가치, 고객의 신뢰(LG경제연구원)
  5. 2008.11.26 Web 2.0시대의 인터넷 사업 성공 요건(LGERI 리포트)
  6. 2008.11.19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LG경제연구원)
  7. 2008.11.09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8. 2008.11.05 2009년 휴대폰 산업 전환에 주목하라(LG경제연구원)
  9. 2008.10.29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LG경제연구원)
  10. 2008.10.25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
  11. 2008.10.25 디자인 경영의 진화 패러다임
  12. 2008.10.25 글로벌 트렌드와 디자인 경영의 미래
  13. 2008.10.21 ['이야기'가 세계경제를 바꾼다] <4>스토리텔링 마케팅 "베트남서 총알 막아준 지포 라이터" 판촉
2009. 3. 31. 18:50

고객 가치 창조, 시각부터 교정하자(LG경제연구원)

고객 가치 창조, 시각부터 교정하자(LG경제연구원)


최근 고객 가치 창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고객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시각에서 벗어나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경제 상황을 놓고 다들 위기라고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심각하다’. ‘자유시장 모델이 실패했다’라고 할 정도로 금융위기의 충격은 광범위하고 깊다. 3월 들어 국내외 증시가 다소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분간 기업들의 화두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기업에게 위기(危機)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유수한 기업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례가 수두룩했으며, 그 자리는 어느새 새로운 기업으로 대체되어 왔다.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가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 전후의 미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불황 이전 상위 25%에 속한 기업 가운데 40%가 과거 시장 지위를 상실했던 반면 하위 75%의 기업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극심한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강조되는 것이 ‘고객 가치’이다. 실제로 Toyota, GE,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도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오직 비용 절감만을 위해 긴축경영으로 일관하기보다 고객에 기반한 가치를 추구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고객 가치를 발견하여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경영 환경이 ‘제품이 부족한 시대’에서 ‘고객이 부족한 시대’로 전환되어 마켓 파워가 기업에서 고객으로 이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가치를 파악하고 실현하는데 있어 기업의 시각이 여전히 기업 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기에는 고객 가치 창조의 접근 방법에 따라 사업 성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다 보니 시각을 고객에 두지 않고서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피상적인 글귀만으로 좋은 사업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본고에서는 진정한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한 고객 관점의 접근이란 무엇이며 이를 명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업 관점 vs 고객 관점 
 
진정한 고객 가치 창조란 기업 관점에서 행해지는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주기 위한 고민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해 유사한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가 천차만별인 것은 고객 가치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 가치 창조는 프로세스나 방법론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어 기업 관점과 고객 관점의 접근으로 인한 차이는 무엇일까?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 고객 가치 파악, 고객 가치 분석 결과물 활용 측면에서 그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자(<그림 1> 참조).   
 

첫째, 기업 관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는 목적이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제품 구매 전에는 뭐든지 들어줄 것 같던 기업들이 제품 판매 후에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경우가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반면 고객 관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류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자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미국에서 12년 연속 자동차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조 지라드(Joe Girard)는 ‘나는 차를 팔지 않는다. 고객이 소개시켜준 고객을 만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며 진정한 고객 관계는 일회성 판매가 아닌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둘째, 고객 가치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기업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선호 여부에 초점을 둔다면, 고객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의 특성과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불황중에도 표정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닌텐도(Nintendo)의 이와타 사토루 현 사장은 닌텐도 관련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는 외주업체 출신인데 43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경영 관련 서적은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 단지 유명한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내가 CEO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엔지니어로서 더 성능이 좋은 게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게임기 고객인 젊은 남자들의 애로 사항과 게임기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고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객 관점의 고민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개발에 전력투구해서 내놓은 작품이 바로 전세계에서 7천만대가 넘게 팔린 닌텐도 DS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고객과 시장 정보에 대한 활용 측면을 살펴보자. 기업 관점에서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은 이를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주력한다. 반면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은 고객만이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의사결정의 핵심적인 근거로 활용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고객에 대한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며 ‘고객 없는 사업은 없다(No Business without a Customer)’고 주장했다. 고객은 기업의 활동을 정당화시켜주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 관점 명확화 방안
 
 
결국 고객의 시각에서 고객 가치를 이해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생각의 힘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시장 지향적 활동에 대한 믿음이 고객 가치 창조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해답이 안보일 때 일수록 방법론이나 프로세스에 연연하기보다 고객 가치 창조의 기본으로 돌아가,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객 관점에서 고객 가치 창조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고객 관점을 명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1. 고객의 원하는 것은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이다. 
  
지갑이 얇아지면 고객들은 더욱 까다롭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수의 기업들이 새로운 성능이나 디자인을 개발하여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 가치 창조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고객 관점에서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아이팟(i-pod)이라는 히트 상품 덕에 애플(Apple)이 재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플의 주가를 살펴보면 아이팟이라는 새로운 제품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그림 2> 참조). 오히려 2001년의 1세대 아이팟 출시 후 2003년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를 시작하고 디자인, 대용량 메모리와 클릭휠 방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6세대 아이팟 시리즈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더욱 더 확장하여 컬러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사진 및 비디오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음반회사들과 할리우드 영화사, 방송사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음악, 영화, 텔레비전 쇼 등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팟캐스팅라 불리는 손수제작물(UCC)인 개인 방송들을 쉽게 구독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부분 무료이어서 사용자들의 편의를 대폭적으로 향상 시켰다. 그 결과 2007년 4월까지 1억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애플의 성장은 아이팟이라는 MP3 상품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 편의라는 새로운 가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닌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닌텐도의 실적 개선은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 ‘위’는 지난해 4~12월 사이 전 세계에서 이천만대가 넘게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실적이다. '닌텐도 DS'도 전년 실적을 웃도는 약 이천 오백만대가 판매됐다. 과연 ‘100년 만의 경기 불황’상황에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휴대용, 가정용 게임기였을까? ‘위’와 '닌텐도 DS'의 성공 비결을 찬찬히 뜯어보면 불황으로 사람들이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 게임기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닌텐도의 게임기만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일까? 바로 '닌텐도 DS'의 경우 단순 게임뿐만 아니라 영어 학습, 지능 개발 등 교육적인 게임 타이틀을 개발해 게임기에 대한 부모들의 저항감을 최소화했고, ‘위’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운동 삼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 고객 가치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깝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 가치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수록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지나친 고객 가치는 고객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기업의 마케팅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즉, 기업 관점에서의 고객 가치는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에서 다다익선에 가깝다면, 고객 관점에서의 고객 가치는 가짓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가치를 극대화하여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2월 세상에서 가장 얇고 이동성이 뛰어난 노트북을 표방하며 출시된 맥북 에어(MacBook Air)의 경우를 보자. 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내장 광 드라이버, Firewire, 모바일 브로드밴드 등이 지원되지 않고 타이핑 시 손가락이 뜨거울 정도의 발열, 신경에 거슬리는 팬 소음 등으로 인해 ‘최악의 노트북’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맥북에어는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맥북 애호가들에게는 이동성과 디자인이 핵심적인 가치였을 뿐 다른 것들은 관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맥북에어가 접속사양과 발열이라는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동성과 디자인에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면 애플의 주 타겟 고객층인 애플의 매니아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맥도널드(MacDonald)도 자신들의 주고객층의 관점에서 고객의 가치를 파악하여 ‘최고급 햄버거’가 아닌 ‘빠르고 저렴한 햄버거’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였기 때문에 불황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마다 원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을 정확히 선별(Targeting)해서 그들의 핵심 가치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고객 만족에 대한 맹신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고객 가치 창조는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이 표출한 요구나 니즈뿐 아니라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된 니즈까지 파악해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고객 만족만을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제품 또는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고객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특히 기존 방식을 뒤엎을 정도의 파괴적 혁신일 경우에 대해 고객들로부터 통찰력을 얻는 것은 그 전제부터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실제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다고 믿는 수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고객 목소리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들이 더욱 영리해지고 까다로워지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파괴적 혁신이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M.Christensen) 하버드대 교수는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말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일례로 스테이플스(Staples)는 1990년대 고객 정책 수립 초기에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위해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여기고 연간 $100 정도의 구매 고객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기업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다 주는 대량 구매 고객은 실제적으로 아무런 변화나 혜택을 느끼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후 스테이플스는 연간 $1,000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할인 및 환불 혜택 등 계층적 보상 시스템을 수립하는데 추가적인 막대한 자원을 낭비해야만 했다. 가치에 따른 고객 식별 작업 없이 일률적으로 파악되는 고객 만족에 대한 맹신은 고객 가치 창조는 커녕 기업에게 심각한 부작용으로 작용할 뿐이다. 


4.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은 기업에게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다.
 
  
2006년 와튼(Warton School)의 불만 고객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불만족 고객 100명 중 6명만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뿐이라고 한다. 반면 94%의 불만족 고객은 이를 직접 표현하지 않는데 이 중 31%에 달하는 불만족 고객이 입소문이나 험담을 통해 친구나 가족, 동료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잠재 고객까지 잃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은 제거하거나 회피해야 하는 '독(毒)'이 아니라 의사로부터 처방 받고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藥)'이다. 특히 약 중에서도 항생제나 소화제 같이 되도록 적게 먹어야 좋은 것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치료를 위해 반드시 지속적으로 복용되어야 하는 약에 가깝다. 기업들은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에 대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분석하여 그때그때 신속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이러한 불만이 더 큰 불만으로 확대되어 잠재 고객에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불만이 자라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감지되는 불만에 대해서는 잠재 고객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치해야 한다.  
 
오늘날 나이키(Nike)가 전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2007년 추산 120억 달러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1990년대 아랍어로 알라를 지칭하는 문자와 유사한 신제품 로고가 새겨진제품 출시로 인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키는 발빠르게 일부 운동화에 붙은 로고가 알라신을 모독했음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관련 제품 3만 8,000켤레에 대해 모두 리콜을 실시하고 문제의 로고가 부착된 모델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나이키는 꾸준히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들을 자발적으로 리콜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 불만을 잠재운 것은 물론 현재 고객 및 잠재 고객에게 ‘1등 제품은 다르다’는 인식을 굳건히 심어줌으로써 경제적 손실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였다. 이후 2000년 이후 전 세계 인권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제3세계 여성과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막대한 이익을 낸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신속하게 전세계적으로 어린이 구호사업과 환경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국제적인 NGO 단체들과의 갈등을 극복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전담 부사장직을 상설화하고 매년 사회책임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책임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또한 전세계 569개 해외 하청공장에 대한 인권위반 감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나쁜 기업,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미 해병대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 체스티 풀러(Chesty Puller) 장군은 아군이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고립되었다는 보고를 받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포위됐다. 덕분에 문제는 간단하다! 이제 우리는 모든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황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무조건 ‘어렵다’고 규정하고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기업의 진가를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계기로 삼아, 고객의 지갑에서 굳건한 자리(SOW : Share Of Wallet)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고객가치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때이다. <끝>

2009. 2. 8. 15:18

[인터넷과 경영 1편]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중, ‘나’와 ‘너’로서 편하게 대화하는 공간 추구

[인터넷과 경영 1편] 기업들 앞다퉈 블로거로 변신 중, ‘나’와 ‘너’로서 편하게 대화하는 공간 추구


과거 기업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다. 어쩌다 블로그를 개설해도 홍보 성격이 강한 것으로 홍보대행사, 웹에이전시 등이 블로그 운영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화라는 의미의 블로그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부 기업은 블로그를 악성 루머의 발원지로만 간주해 아예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들이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 블로거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들의 블로그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 사례를 소개하고 시사점을 짚어 본다.


홍보 위주 홈페이지와는 달라


기업, 블로그로 네티즌과 직접 대화에 나서

기업이 이처럼 블로그를 통해서 네티즌, 블로거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로그는 웹(web) 로그(log)의 준말로 블로거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일기, 칼럼, 기사, 사진 등을 자유롭게 올리는 인터넷 상의 공간이다. 홈페이지와 가장 큰 차이점은 HTML(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를 표현하는 컴퓨터 언어)를 몰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블로그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는 원래 개인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이 개인의 공간인 블로그에 진출하고 있다.

기업이 과거 인터넷 활용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홈페이지의 구축이었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하는 데에 일차적인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쩌다 블로그를 개설해도 홍보대행사, 웹에이전시 등이 블로그 운영을 대행해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화란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블로그가 개인 공간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기업이 비집고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기업의 블로그 활용을 막는 요소였다. ‘홍보'를 위해 블로그 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블로거들의 비토(veto: 거부)를 당할 우려가 높았다. 일부 기업은 블로그를 악성 루머의 발원지로만 간주해서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 되어 버렸다. 현재 세계적으로 매일 7만 개 이상의 블로그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 블로그가 1,500만 개가 개설되어 있다. 그중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만 1,1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들이 이렇게 넓은 시장에 손을 놓고 있을 리는 없다. 이미 <포천>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13.7%인 67개 기업이 기업 블로그를 갖고 있다.

 

 
블로거 영향력 무시했다가 낭패 보기도

블로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기업의 명성에 금이 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것도 기업들이 블로그 구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발생한 델 컴퓨터 사건이다.

당시 미국의 영향력 있는 블로거 제프 자비스(Javis)가 개인 블로그인 버즈머신(www.buzzmachine.com)에 1,600달러짜리 델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에 대한 글을 써서 올렸다. 수십 번의 이메일을 보내고 고객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도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블로그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델 컴퓨터는 제프 자비스의 글을 무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프 자비스의 글은 블로거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평소 델 컴퓨터의 고객 서비스에 불만이 많던 네티즌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글은 온라인 미디어를 거쳐 신문에까지 기사화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델 컴퓨터의 주가는 떨어졌고, 결국 경영진이 제프 자비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공식 발표도 했다. 그 후 델 컴퓨터는 기업 블로그(www.direct2dell.com)를 개설했다. 블로그 공간에 직접 뛰어 들기로 회사 방침을 바꾼 것이다.

기업 블로그 개설로 델 컴퓨터는 이득을 보기도 했다. 일본에서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하고 있는 사고가 났는데, 델 컴퓨터는 즉각 리콜(불량 제품 회수) 조치를 발표하고 블로그를 통해서 고객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노트북이 문제가 아니라 타사가 생산한 배터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재빨리 알려 기업 평판이 또 다시 무너질 위기를 무마시킨 것이다.

 


삼성전자 등 블로그 마케팅 효과 ‘톡톡'

최근 기업의 블로그 정책은 델 컴퓨터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쌍방향 대화에 앞장선다는 것이 키워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네티즌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8년 4월 햅틱폰을 출시하면서 애니콜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식 블로그의 문을 열고 블로그 마케팅을 펼쳤다. 25명의 전문 IT 블로거와 5명의 애니콜 사용자 블로거를 초빙해서 직접 햅틱폰 개발자를 만나고 햅틱폰을 사용해 본 후 소감을 블로그에 올리도록 한 것이다. 파워 블로거들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햅틱폰 블로그에 올렸다.

세계적인 홍보기업 에델만이 ‘신뢰도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최고경영자와 같은 권위 있는 인물보다는 ‘주변의 보통 사람'을 신뢰하는 비율이 세 배 가까이 높다. 실제로 햅틱폰 블로그에서도 블로거가 직접 쓴 글의 파장은 컸다. 초기 40일 사이에 100건의 글이 올라왔고 조회수도 60만 건을 넘겼다. 햅틱, 햅틱2, 햅틱온 등 햅틱폰 시리즈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2008년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아자동차는 2007년 9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블로그를 개설했다. 기아 버즈(www.kia-buzz.com)는 개설 당시 정의선 사장이 글을 올리는 등 20여 명의 국내외 기아자동차 직원이 필자로 참여해 영문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기아 버즈에는 기아차 개발 뒷이야기, 기아자동차의 사회공헌활동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170여 개국에서 매일 평균 250명이 방문하고 있다.

병원도 이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2007년 12월 개설된 김안과병원의 공식 블로그 ‘옆집 eye 블로그(blog.kimeye.co.kr)'가 대표적이다. 개설 1년간 누적 방문자 수가 60만 명을 넘겼다. 블로그에는 김안과병원의 의사, 간호사 등 직원 열 명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취학 전 시력검사의 중요성', ‘눈 좀 때리지 마세요' 등 일반인이 궁금해 할 만한 소재로 글이 올라온다. ‘옆집 eye'라는 블로그 이름도 방문자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해 김안과병원 블로거들이 투표로 결정한 이름이다. 김안과병원은 동양 최대의 안과 전문병원으로 연간 40만 명의 환자가 방문한다.

 


기업 블로그는 투명성과 진정성이 성공의 관건

기업 블로그는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소비재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항공, 에너지, 의료장비, 기업금융 등 세계적인 산업재 생산 기업인 GE는 2008년 10월 기업 블로그 GE리포트(www.GEReports.com)를 개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시장서 GE에 대한 악성 루머가 번지자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업 블로그를 만든 것이다. GE리포트에는 경영진이 1인칭 시점에서 GE의 경영 내용을 소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기업 블로그는 홈페이지와는 달리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운용돼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블로거는 홍보물 형식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블로거는 옳고 그르다는 사실 여부 보다는 서로 의견을 주장하고 교환하는 광장으로서 블로그를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기업 블로그의 1차적인 목표는 매출 증대가 되기보다는 평판 관리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 기업 블로그 전문가인 이중대 에델만코리아 이사는 “기업 블로그는 투명성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광고하듯 다가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라는 보고서를 낸 박세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혹시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오더라도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견해의 차이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방현철 /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4. 20:04

2009년 국내경제 전망(LGERI 리포트)

2009년 국내경제 전망(LGERI 리포트)

경제연구실 gtlee@lgeri.com


세계경기 급락과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경기는 2008년 4분기 이후 가파르게 하강하면서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경기와 동조화가 심해지고 있는 국내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는 2009년 중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선진국에 대한 내구재 수출과 개도국에 대한 자본재 수출이 위축되고 수출단가도 하락하면서 2009년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둔화에 따른 소득창출 부진과 신용공급의 제약으로 내수경기의 침체도 이어질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소비 및 건설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하반기 경에는 세계와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가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약 1%p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내년 중 국내경제 성장률은 1%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위축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 평균 취업자 증가수는 2008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가 및 환율이 안정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를 기록할 것이며 경상수지도 소폭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 목 차 > 
  
Ⅰ. 향후 경기의 흐름 
Ⅱ. 대외거래 
Ⅲ. 내수경기 
Ⅳ. 맺음말
 
  
 
Ⅰ. 향후 경기의 흐름 
  
 
4분기 이후 실물경기 급락 
 
국내 실물경기는 2008년 1월 이후 하향국면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상반기 동안에는 유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가 내수경기를 악화시키면서 경기를 하강국면으로 이끌었다면 하반기 이후부터는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도 커지고 있다. 특히 4분기 들어 경기는 급격하게 하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기관 부실화는 경제주체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크게 확대시켰고 이는 금융 측면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그리고 실물경기 측면에서는 디레버리지(de-leverage)를 통한 수요의 급격한 위축이라는 현상을 낳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외화유동성의 급격한 유출 등으로 심각한 신용경색이 발생했고 경제주체들의 내수심리도 빠르게 악화되었다. 
 
또한 세계적인 수요위축으로 그동안 성장을 지지해주던 수출도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급격한 매출저하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기업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한계기업들의 부실우려도 커지고 있다. 4분기 중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전년동기비로도 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와 같은 실물경기 급락은 거대 금융기관들의 몰락을 계기로 경제주체들이 이제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불안심리를 수요위축이라는 경제행동으로 일시에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급격한 수요위축은 기업수익 악화를 통해 금융부실을 확대시켜 다시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상황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쁠 것으로 생각되어 당 연구원은 10월에 발표했던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자 한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위축 
 
정부의 금융안정대책 효과로 금융부문의 극심한 불안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기업들의 신용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어 신용경색과 이에 따른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가격 하락과 고용위축으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속되면서 선진국이 2009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개도국 경기도 성장세의 큰 폭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우리나라와 세계경기의 동조화 현상은 2009년 중에도 지속될 것이다(박스기사 참조).  

  

2009년 상반기까지 수출이 금액기준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수출에 따른 소득창출이 크게 줄어들고 이것이 내수경기 및 고용에도 파급될 것이다. 세계적인 생산설비 조정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2009년에는 아시아국의 자본재 및 중간재 공급국의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의 수출이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선진국으로의 내구재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동안 장치산업 부문에서 설비를 확장시킨 개도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출가격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2009년 초반까지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이후에도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기능이 충분히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둔화에 따른 소득창출 부진과 신용공급의 제약으로 내수경기의 위축도 이어질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소비 및 건설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로 고용위축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2009년 상반기 중에는 취업자 증가수가 마이너스에 이르고 이에 따라 고용저하와 소득 및 수요창출 둔화의 악순환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부양책이 없을 경우 마이너스 성장  
 
경기를 하락시키는 국내외적인 충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인위적인 수요부양이 없다면 수요위축과 고용감소의 악순환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심각한 경기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09년 중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공표하고 있다. 2009년 하반기 중에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세계경기의 하강추세도 완화되면서 국내경기의 빠른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의 조기집행이 예상되고 있으나 신용경색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정책의 효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9년 하반기 경기는 본격적인 회복이라기보다는 가파른 침체에 따른 상대적 안정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부실과 실물경기 하강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기침체는 일반적인 경기하강보다 기간이 길고 폭도 깊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과잉부채와 금융부실 문제가 금융기관의 신용창출 여력을 위축시키고 가계의 신용도를 떨어뜨려 실물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과잉유동성 발생에 따른 부채 누적으로 현재 디레버리지 과정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9년 중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조정이 2008년 4분기 이후 본격화되어 2009년 중 계속되면서 소비의 회복세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확실한 세계경제 상황으로 투자심리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2009년 중 국내경제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1.6% 전망)과 비슷한 1.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현재 발표된 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경우 성장률을 1%p 가량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박스기사 참조). 금융시장 지원 등 통화정책의 효과까지 감안할 때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2009년 중 국내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반기 중에는 0%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중 3% 내외로 성장률이 반등할 전망이다.  
  
 
Ⅱ. 대외거래 
  
 
수출 및 경상수지 
 
개도국의 수입수요 확대와 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어 2008년 3분기까지 20%대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온 우리 수출이 2009년에는 급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공식적인 경기침체를 선언한 가운데 2009년에는 이들 모두가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도 그간의 고성장 기조에서 한 단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주력 품목의 구성으로 볼 때 세계의 수입수요 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먼저 선진국에서는 경기침체와 소득감소에 따라 내구소비재에 대한 구매가 가장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자동차, 가전 등 우리나라 소비재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내구소비재에 대한 수요 급락으로 인해 2009년에도 對선진국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본재(2008년 10월 현재 48.9%)에 대한 수출 전망 또한 마찬가지이다. IT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업 부문이 과잉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위축이 발생함에 따라 글로벌 재고조정과 투자위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근래까지 호조를 보였던 석유제품, 화공품, 철강제품, 기계류 등도 향후 재고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신흥국들의 경기 하락세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세계경제 성장률은 전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다(<그림 4> 참조).  

 

단가 하락으로 마이너스 수출증가율 예상 
 
2009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올해와 비슷한 1,10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유럽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평균적으로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어 환율여건은 2008년에 비해 다소 개선될 것으로 평가된다. 2009년 수출물량 증가율은 2008년의 6%대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제 성장률보다는 높은 2%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5> 참조).  

 

반면 수출단가는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으로 떠오른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철강 제품 등은 그 동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 효과를 크게 누려온 제품들이다. 그러나 해외수요 급락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2004년 중반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 또한 급격히 떨어져 2009년 중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수요감소로 더욱 좁아진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IT제품들의 단가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금액기준 수출은 2008년 대비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감소, 여행수지 개선으로 경상수지는 흑자 
 
2008년 원자재 수입가격의 급등으로 60억 달러 가량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는 2009년 중에는 70억 달러 가량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상품수지 흑자는 2008년보다 늘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기반 약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급락으로 인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여행수지의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위축에 따라 소득탄력성이 큰 여행지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전망이지만 2009년 초반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해외여행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서비스부문 경쟁력 저하로 사업서비스 부문의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서비스수지의 가장 큰 적자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Ⅲ. 내수경기 
  
 
소비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2008년 소비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입단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소득의 상당부분이 수입으로 유출되어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 소비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4분기 이후 유가하락으로 물가는 안정되고 있으나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중에도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측면을 보면 유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겠지만 이제는 수출이 급락할 것이라는 점이 소득수준을 크게 높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 수익성 악화가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임금상승률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2009년 중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2009년 중 0%대의 낮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격 하락이 부채조정 가속화 
 
자산가격의 하락도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8년 말 주가는 연평균 대비 20% 이상 떨어져 있어 2009년 중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2008년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소비의 행태방정식을 이용하여 보면, 소비는 실질소득(GNI)과 주택가격, 주가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표 3> 참조). 자산가격의 하락으로 역(逆)의 자산효과가 발생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89.6%에 달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가격 하락으로 가계들의 부채감소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소비하기보다는 부채를 상환하려는 노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기관들도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저하 등으로 가계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이후 두 차례의 가계부채 조정기는 평균 2년 이상 지속되어 왔고 현재의 부채조정이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9년 중에도 가계의 부채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6> 참조).  

 

감세, 고용진작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소비의 급속한 침체를 막아주는 요인이 되겠지만 2009년 상반기 중 소비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 경기정책의 고용효과가 커지면서 민간소비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으로 1% 내외의 저조한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공급과잉으로 재고조정 및 신규투자 위축 예상 
 
세계경기 급락으로 설비투자 조정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기계수주액 등 투자의 선행지표들 역시 설비투자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세계경제의 잠재성장 능력 저하로 수요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5% 가까운 세계경제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의 빠른 확충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1~2%대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세계적으로 대규모 재고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신규 설비투자에 대한 수요도 큰 폭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실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을 통해 본 기업의 투자심리는 국내외적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다소 긍정적인 측면은 우리나라의 과잉설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설비투자를 늘리기보다는 가동률을 높임으로써 생산증가에 대응해 왔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의 보수적인 경영분위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2001년 이후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평균 3.1%에 그쳤다. 
 
IT산업 투자둔화 폭 클 전망 
 
그렇지만 2009년 중 설비투자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설비투자는 그 속성상 GDP, 민간소비보다 변동성이 큰 측면이 있다. 국내외적으로 설비투자의 변동성은 GDP의 약 4~5배에 이르러, 향후 설비투자의 변동폭이 실질GDP 증가율의 변동폭보다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그림 7> 참조).  

 

산업별로 보면 국내 설비투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IT산업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의 경우 경쟁과열로 가격이 원가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이고 2009년 수요감소에 대비해 주요 기업들이 감산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2009년 설비투자계획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의 설비투자가 2008년 대비 약 27%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내구재소비 위축으로 LCD 등 가전부문 투자도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설비투자 증설을 기대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이며, 석유화학 산업 역시 국내의 경우 그 동안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설비투자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투자 조정 폭을 확대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설비투자 중 외부자금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감소하였지만 아직도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자금여력이 취약하고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제약될 전망이다. 투자여력이 남아 있는 기업들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설비투자 증설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건설투자 
 
미분양, 부동산가격 약세로 민간 주택투자 부진 지속 
 
2007년 잠시 회복기미를 보이던 건설투자는 2008년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장기적인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규모 균형개발사업들의 본격적 추진에 따른 공공 토목수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과 수급불균형에 따른 미분양 누적 등으로 주거용 건축투자가 크게 부진한 모습이다.  
 
민간 건설부문의 위축현상은 2009년 중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부동산가격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그림 8> 참조). 미국 등 선진국의 부동산가격 하락추세가 2009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개도국 시장으로 파급되려는 조짐도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전국 주택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거품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장기적 성장잠재력 둔화로 부동산으로부터 얻어지는 미래소득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실질가치(fundamental value)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택의 실질수급과 관련된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주택가격 하락 예상은 자산으로서의 주택의 기대수익을 떨어뜨려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2008년 9월 현재 미분양주택이 15.7만호로 크게 누적되어 있는데 이는 연간 주택건설호수의 30%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결국 2009년 중 수요부진과 재고해소로 인해 주택공급의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부터 재정지출 효과 본격화 
 
여기에 부동산 개발금융(PF)을 통한 주택공급이 제약될 것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8년 6월 현재 7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PF 중 저축은행 등을 통한 사업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 2009년 중에는 신규 공모가 위축될 것이다. 부실 건설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건설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제약될 것이다. 소비와 투자의 위축으로 상가나 공장 등 비주거용 건설투자도 부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공공부문의 토목건설 투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정비 및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한 2009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08년 대비 26.9% 증가한 24.7조원에 이르고 있다. 재정지출이 실제 건설투자로 이어지는 시차를 고려할 때 공공투자 증대는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도로 및 철도 부문과 4대강 정비 부문 등에 SOC 투자가 집중될 계획이다. 또한 최초 분양이 2009년에 집중되어 있는 2기 신도시 공급물량 확대 등의 요인이 민간부문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2009년 전체 건설투자는 상반기 중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될 전망이다.  
 
물가 
 
소비자 물가 하향 안정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급등 속에 환율 상승까지 이어져 2008년 상반기 4.3%, 3분기 5.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분기 들어 세계경제 침체 우려 속에 물가불안의 주요인이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로 급락하였고, 국내 실물경제 역시 크게 둔화되면서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근원물가지수가 여전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실물경기 침체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심각히 우려되었던 물가의 2차 파급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환율, 국제유가, 총수요압력 변수를 이용하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행태방정식을 추정, 요인별로 분해해보면 2008년에는 모든 변수들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2009년 중에는 유가와 총수요측면에서 물가하락 압력이 나타나는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그림 9> 참조). 국제유가는 2009년 중 2008년 평균 대비 5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이고 총수요압력 역시 국내경기 침체에 따라 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1분기까지는 환율의 영향으로 3%대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이후 점진적인 안정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반기 이후 경기의 상대적 반등이 예상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안정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200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대 초반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2009년 취업자수 2008년보다 줄어들 전망 
 
2009년에는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수 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위축으로 전통적으로 고용을 크게 흡수하던 서비스업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수출기업들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신규인력 채용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정규직이나 장기근속자에 대한 정리해고, 명예퇴직의 실시 등이 취업자수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파산에 따른 해고자, 실업자도 늘어나 취업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GDP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의 수를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는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그림 10> 참조) 이러한 취업유발계수의 장기추세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2009년에는 우리 경제가 약 2%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2008년의 취업자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장기계약에 따른 고용의 경직성으로 고용수준을 전년과 같이 유지하는 임계성장률은 2%대 후반보다 좀 더 낮을 수 있다. 그러나 2009년 경제성장률이 1%대로 크게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취업자수는 2008년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수요부문별로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취업유발효과가 큰 소비나 투자가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어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실업률은 여전히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여력의 약화, 청년층의 구직기간 장기화에 따른 실망실업자화 효과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인구에서 탈락하여 비경제활동인구화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이 심화될수록 고령 인구는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경제활동참가율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의 구직기간도 점점 더 길어지면서 그 중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Ⅳ. 맺음말 
  
 
2009년 우리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다. 수요침체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기업부실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관련된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2009년 상반기 중 지속될 것이다. 고용창출의 저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취업자수가 줄어들면서 고통을 느끼는 가계의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감소와 수요둔화의 악순환을 막지 못한다면 부실해지는 기업이 늘어나고 금융기관들은 더욱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충격으로 인해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 쓰러지게 된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요의 부양을 통해 경기위축이 우리경제의 성장기반에 손실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정부는 금리인하 등과 함께 대규모 재정정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경기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과감한 금융완화 기조를 통해 원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여 신용경색과 자산가격 하락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만으로는 바로 소비나 투자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공공투자 확대, 고용진작 등 재정팽창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내수부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는 국가들도 대규모 부양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다소의 재정적자 부담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정책을 찾기 위해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계획된 부양책들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세의 일시적 감면 등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세제정책을 병행하고 이미 계획이 수립되어 있는 지출의 일정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지출의 경우 계획의 수립과 실행에 따른 시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경기상황을 신속히 판단할 수 있는 지표들의 기준치를 정하여 실제 경기가 이보다 크게 위축될 경우 추가경정 예산 수립 등을 통해 경기 부양의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출처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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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9. 12:18

미래 기업의 핵심 가치, 고객의 신뢰(LG경제연구원)

미래 기업의 핵심 가치, 고객의 신뢰

사회 전체적인 신뢰의 위기는 기업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고객과 기업, 그리고 외부환경의 빠른 변화는 신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고객 신뢰의 의미 자체도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한 장단기적 대응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메일 수신함을 열어보면 ‘○○○ 고객님! 경품에 당첨되었습니다!’, ‘선물 받아가세요!’와 같은 메일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비단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보낸 스펨메일의 얘기만은 아니다. 유수의 기업들도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의 마케팅 메일로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실제 제목만큼의 혜택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속을 만큼 속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메일은 ‘삭제’의 대상일 뿐이다. 
 
사람들이 즐겨보는 포털 뉴스란의 경우 이른바 ‘낚시형’ 기사들의 천국이다. 실제 기사 내용의 특정 부분을 과장한 선정적인 헤드카피로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포털에 게재된 뉴스 중 상당수는 내용과는 딴판인 제목에 현혹되었음을 의미하는 ‘낚였다’는 덧글이 달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생산한 뉴스 등 새로운 정보원으로 이동 중이다. 정보 범람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과장된 제목의 기사들은 오히려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유제품 산업을 강타한 멜라민 파동, 유명 완구사 마텔의 중금속 장남감 리콜 사태,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등은 모두 신뢰와 관련하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 사건들이다. 어느덧 우리 주위에는 신뢰할 수 없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믿어도 되는가?’를 매순간 확인해야 하는 심각한 저신뢰 사회에 살게 되었다. 
 
이 같은 신뢰의 위기는 기업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과 고객이라는 경제적, 거래적 관계에서는 신뢰가 관계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1995년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맥킨지, 엑센추어 등 컨설팅사들과 많은 연구 기관에서도 미래 비즈니스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 역설하고 있다. 신뢰는 미래 기업들에게 전략의 원칙과 실행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여기서는 고객과 기업간 신뢰를 중심으로, 신뢰가 흔들리는 이유와 신뢰의 변화 양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고객과 기업간 신뢰가 흔들리는 이유 
 
사회 전체적인 신뢰의 저하와 함께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약화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간 연결성의 증대 때문이다. 웹 활용이 증가하면서 고객들간의 신뢰 형성이 촉진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직접적 관계에 기반한 신뢰는 웹 2.0 시대에 이르러 간접적 관계와 불특정다수에 대한 신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 구매시 기업이 제공하는 공식적인 정보에의 의존도가 줄어들고, 반면 다수 고객들의 의견을 따르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미국의 소비자 리뷰 사이트 ‘Epinions.com’의 경우 고객들이 상품평을 올리는 동시에,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를 내린 사람을 평가하는 2중의 신뢰 확보 장치를 구축함으로써 고객간 신뢰 구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둘째, 기업 내 가치사슬과 비즈니스 모델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신뢰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화와 아웃소싱의 확대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세계에 걸친 가치사슬에서 기업이 통제하기 힘든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의 멜라민 파동은 예측하기 어려운 신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멜라민은 중소기업, 대기업 브랜드를 막론하고 관련 재료가 사용되는 대다수 식품기업의 신뢰성에 타격을 준 바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보다 저렴한 생산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원료와 제조과정에 대한 관리 및 통제 능력을 잃어버린 결과, 품질과 안전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훼손되기에 이른 것이다. 


셋째, 고객-기업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도 신뢰 약화의 한 원인으로 판단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고객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자극적인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논란을 일으킬 만한 소재나 방식으로 기업의 제품, 브랜드 등을 광고하는 노이즈 마케팅은 이미 효과를 잃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홈피, 블로그를 활용하여 소비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할 역량이 부족하다. 개인성, 친밀성 등이 요구되는 1인 미디어를 마치 또 하나의 홈페이지처럼 활용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해서 금새 폐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는 고객임을 가장한 덧글과 블로그 활용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어설프게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신뢰 문제를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경우 생존경쟁이 심화되면서, 사회 구성원 상호간의 불신이 깊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기업과 고객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관계이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기업들의 품질, 가격 정책을 의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존을 위해 고객가치보다는 원가 절감이나 단기적 이윤에 따라 행동하려는 유인이 강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미국에서는 고객들이 더 많은 할인을 기대하면서,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상적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들이 기업의 가격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불황기에는 비단 가격 정책뿐 아니라,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고객이 늘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고객 신뢰의 양상과 의미도 변화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상호간 소통 증가, 기업 내 복잡성의 증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활용의 미숙 및 글로벌 경제 위기의 심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고객과 기업간의 신뢰는 점차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웹이 다양한 사회 관계와 행위들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고객의 신뢰가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이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고객 신뢰가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시차는 더욱 짧아질 것이다. 즉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는 시간과 경로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신뢰가 웹을 통해 빠르게 응집되면서,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단지성’이라는 형태로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더욱 증가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향후 의사결정에 있어 투자자들의 요구뿐 아니라 고객들의 신뢰 부합 여부를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가 단순히 기업 평판의 문제를 넘어 재무 성과와 기업의 제반 활동에까지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영국 노던록 은행에서는 이틀 만에 예금 20억 달러가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가 있었다. 이처럼 고객들의 정보력이 강화되면서 신뢰는 기업의 성과, 나아가서는 존립의 문제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극단적 신뢰와 극단적 불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웹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극단적인 신뢰 표출 형태는 일반화되는 상황이다.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에는 중간 성향의 논의가 존재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웹상의 논쟁을 살펴보면 특정 이슈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이 특정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뢰의 극단성 문제는 기업 비즈니스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고객 신뢰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고객의 신뢰/불신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웹상에서는 신뢰와 불신의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신뢰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할 전망이다. 
 
셋째, 신뢰의 속성들이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즉 고객이 신뢰할 만 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들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컨설팅사 맥킨지(2003)에 따르면 신뢰의 속성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있을 경우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엔론 회계부정 사건과 닷컴 버블 이전(1997년)에는 ‘역동성’이라는 속성이 ‘신뢰할 만함(Trustworthy)’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이후(2002년)에는 ‘역동성’은 오히려 신뢰와 음의 상관관계를 갖게 되었다.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최근 정보사회의 특징상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충격들이 실시간으로 PC나 TV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뢰 속성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신뢰 구축이라는 대명제는 계속 유효하지만 그 전술적 수단들은 끊임없이 재점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신뢰의 문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비즈니스 진화의 방향성 관점에서 볼 때 고객의 신뢰가 갖는 영향력은 미래에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주요 비즈니스인 대행 서비스나 사후적 제품/서비스 판매를 수반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신뢰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지속적 파트너 관계 유지를 위해 신뢰가 필수적이다. 대행 서비스도 ‘주인-대리인’ 문제(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려는 유인) 때문에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가 요구된다. 이처럼 미래에도 신뢰의 문제는 꾸준히 기업의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도 고객의 신뢰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장단기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 관행의 신뢰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가 필수적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먼저 기존 사업에서 신뢰 훼손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고객 신뢰를 증진시켰던 전략이나 사업방식 등이 현 시점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신뢰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는 필수적이다. 이는 특히 산업 내에서 관행이나 통설로 굳어진 사업 방식이 지배적인 경우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조기업들의 경우 아웃소싱은 비용절감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가치사슬이 전세계로 흩어지면서 발생하는 돌발 리스크의 비용보다 제조비용 절감으로 인한 편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관행 때문이다. 그러나 멜라민 분유나 농약 만두, 제 3국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스웻샵(sweat shop) 문제 등 다양한 리스크로 인해 고객 신뢰의 파괴가 나타나고 있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 속에서 기존 펀드나 금융상품의 구성과 판매 방식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많은 금융기관들도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고객과 자사의 자산에 대한 손실은 물론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의 신뢰에 상당한 훼손이 발생했다는 점은 기존 사업 관행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단기 성과, 재무 성과 중심의 근시안에서 탈피 
 
단기적 성과나 재무적 성과를 위해 고객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도 빈번히 발생한다. 무리한 끼워팔기로 고객의 선택가능성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첨단 업종의 경우 전문지식 없이는 알기 힘든 복잡한 옵션이나 사양을 제시하면서 고객의 혼란을 유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동차 회사의 옵션 패키지나, 펀드/보험 상품의 깨알 같은 정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은 손쉽게 단기 매출과 이윤을 확보할 지는 모르지만, ‘신뢰할 만함’의 평판은 잃게 된다. 신뢰로부터 얻을 미래 수익을 값싸게 할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1등 기업의 법칙’이라는 책에서는 고객 가치에 반하는 나쁜 이익(Bad Profit)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시적으로 고객의 신뢰나 가치를 훼손해서 얻은 이익은 오래갈 수 없으며, 결국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NPS(순추천지수) 개념도 고객 신뢰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반영한다. 추천이라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신뢰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 훼손에 대한 즉각적 대응 시스템 구축 
 
신뢰 표출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면서, 신뢰 훼손에 대응하는 신속한 사후조치와 대응 시스템 마련은 필수적이다. 극단적 신뢰와 불신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장치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자발적 리콜이 확산되는 것도 기업들이 신뢰 훼손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고객들과 개인적,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들도 많다. 반드시 공식적인 경로가 아니라 하더라도, 고객들과 가장 빠르고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1980년대 존슨앤존슨이 타이레놀 제품과 관련해 보여준 신속한 대응은 시간이 지나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극물이 주입된 약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언론을 통해 신속히 사과하고, 해당 지역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제품을 긴급히 회수한 바 있었다. 이를 통해 오히려 고객의 더 큰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새로운 신뢰 구축 포인트의 발견과 적극적인 강화 
 
지금까지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다소 방어적인 관점이었다면, 장기적으로는 보다 공세적인 입장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신뢰를 지킨다고 해서 항상 기존에 해왔던, 기존의 고객이 기대했던 방식으로 사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신뢰에 대한 기존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할 만 하다고 판단하는 기준, 즉 신뢰의 속성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고객들이 기업의 어떤 가치와 태도를 신뢰하는지 연구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의 경우 배송단계를 보다 자세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거에는 없었던 ‘투명성’, ‘통제가능성’ 등 새로운 고객 신뢰의 속성들을 제공하고 있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 향후 고객들이 신뢰할 만한 속성들을 발굴하고, 선 제시함으로써 높은 평판과 성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신뢰 구축을 고민한 것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나아가 현재의 고객이 아닌 비고객으로까지 신뢰 구축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만이 방법이다. 언행일치의 철학과 투명한 프로세스 구축이 고객의 지속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미래기업의 조건으로 여겨지는 ‘진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맥킨지는 고객의 신뢰 증진을 위한 확실성(Reliability), 정직함(Integrity), 공감(Empathy), 친숙함(Familiarity)의 네 가지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고객의 입장에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를 재고해 보라는 것이다.   <끝>
2008. 11. 26. 11:16

Web 2.0시대의 인터넷 사업 성공 요건(LGERI 리포트)

Web 2.0시대의 인터넷 사업 성공 요건
  
< 목 차 > 
  
Ⅰ. 인터넷 사업에서의 성공의 의미 
Ⅱ. 인터넷 사업이 실패하여 사라지는 이유 
Ⅲ.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당면하는 제약 
Ⅳ.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한 기업의 활동
 
  
 
1990년대에 급속한 확산시기를 거쳐 성장해 온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터넷 사업분야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의 초기시대에 특히, Dot-com으로 불리며 사업 아이디어와 더불어 짧은 시간 내에 운영 체계를 구비해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이 무수히 많았었는데, 많은 경우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Amazon, eBay, Yahoo 등과 같이 인터넷 시대 초기에 등장하여 아직도 생존해 있거나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도 있다. 2004년경 Tim O’Reilly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생겨나 생존해 오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을 연구해보았다. 그 연구를 통해 그가 밝혀낸 것은 그 연구시점까지 살아 남은 인터넷 기업들은 ‘참여-공유-개방 (Participation-Sharing-Openness)’이라는 공통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분수령으로 인터넷 사업의 차세대로 대변되는 Web 2.0시대에 대한 논의가 폭 넓게 진행되었다. 그 이후로 인터넷 기업들은 이러한 Web 2.0의 핵심 특성과 개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인터넷 환경에 발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켜 오고 있다. 예로 <그림>에서 보듯이, Web 2.0 이전이라고 할 수 있는 Web 1.0 시대에는 기업이 웹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반면, Web 2.0 시대로 접어들면서 최근의 인터넷 사업은 고객이 직접 서비스에 참여하여 기업과 함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방식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코닥사가 공급하고 있는 사진공유 서비스인 Ofoto가 1.0 이라면 Flickr 서비스는 2.0 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두 개의 기업이 ‘사진 공유’라고 하는 동일한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Web 1.0 시대에서는 사업자-사용자간 사진 공유에 국한되었던 것이, Web 2.0 시대로 들어와서는 사용자-사용자간 공유로 확대되었다. 또한 XHTML(Extensible Hyper Text Markup Language), CSS, XUL(XML User Interface Language), RSS, AJAX 등의 기술 개발로 인해 사용자 참여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동시에 사용자가 더욱 많은 것을 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인터넷 사업은 이러한 기술을 포함하여 Web 2.0 특성과 핵심 개념들을 적용시켜 왔으며, 이는 인터넷 산업의 현재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사업의 이러한 진화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에 대응하여 생존 또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시대가 시작된 이후를 돌이켜 보면, 수많은 기업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인터넷 사업은 초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잠재성 있어 보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남보다 빠르게 구현하여 시장을 선점하고자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지만 실패로 끝난 경우도 무수히 많다. 이에 비추어, 이 글에서는 인터넷 영역에서 무수히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몇 가지 본원적인 질문을 다루고자 한다. 첫째, 인터넷 사업의 성공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둘째, 수많은 인터넷 사업이 실패하여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오프라인의 사업과는 달리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당면하는 제약은 어떠한 것이 있는가?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고, 이로부터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해 기업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시사점을 도출하여 제시해보고자 한다. 
  
 
Ⅰ. 인터넷 사업에서의 성공의 의미 
  
 
먼저, 인터넷에서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인터넷 영역에서도 사업의 실패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인터넷에서 시작했던 사업이 관련 웹사이트를 닫고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을 때, 그 인터넷 사업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면 무엇을 인터넷 사업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사업의 성공을 그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때로는 장수하는 사업을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인터넷 사업을 시작할 때 이 사업을 통해 그 기업이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 그 인터넷 사업을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 기업에 따라 또는 그 기업의 경영진에 따라 추구하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인터넷 사업 또는 그 사업을 운영하는 인터넷 기업이 인터넷상에서 지속적으로 자생(自生)해 나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여 운영해 나갈 수 있게 된다면 그 인터넷 사업을 성공이라 하고자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인터넷 영역에서는 인터넷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객들이 계속 사용하고 이를 통해 어떤 형태든 그 기업이 자생해 나가는데 필요한 수입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구현한다면, 그 인터넷 사업은 성공한 것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Ⅱ. 인터넷 사업이 실패하여 사라지는 이유 
  
 
인터넷이 생성되고 확장되면서 인터넷상에서 나타났다 없어진 기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경우에는 초기에는 잘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궁극적으로 사라져버린 인터넷 사업도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사업의 실패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언급된다. 때로는 사업 아이디어가, 때로는 인터넷 사업을 위한 사업전략이, 때로는 제공하는 서비스 또는 오퍼링(Offering)이, 때로는 자원/자금이, 때로는 목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때로는 기술이, 때로는 운영 비용이 인터넷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로 간주되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Web 2.0의 특성과 핵심개념, 플랫폼, 콘텐츠, 그리고 문화, 환경, 경제 등도 인터넷 사업의 실패와 관련있는 것으로 논의된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인터넷 사업의 실패와 분명 관련 있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인터넷 사업이 궁극적으로 실패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어떤 것일까?  
 

Web 2.0시대와 더불어 인터넷 사업의 성공은 사용주체가 되는 고객에게 달려있다. 오프라인 사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사업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고객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사업에서도 고객중심적 사고는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고객의 중요성에 비추어 본다면, 인터넷에서 등장했다 사라진 수많은 인터넷 사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그 사업이 운영되는 기간 동안에 고객에게 필수적이거나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객이 추구하거나 요구하는 가치는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mazon이나 eBay와 같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거래에서의 효율성/편리성/진기함 등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oogle이나 Mahalo는 정보성 콘텐츠를 거래하는 인터넷 사업으로 고객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무료로 받고 이 서비스의 비용은 제3자가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고객에게는 효율성/편리성/정보의 유용성 등의 가치를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Cyworld, Facebook, 그리고 Twitter는 사회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고객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고객에게 신뢰, 평판, 그리고 상호작용이라는 가치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Web 2.0시대에 성공하고 있는 이러한 인터넷 사업을 볼 때, 고객을 위한 뚜렷한 가치가 기반이 된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그 인터넷 사업은 지속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고 운영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그 인터넷 사업은 성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강조하고자 하는 또 한 가지는 인터넷 사업이 고객가치가 기반이 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다 하더라도 경쟁사가 제공하는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 인터넷 사업이 지속적으로 자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인터넷 사업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가장 본원적 이유는 바로 경쟁사가 제공하는 가치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강한 기업이 더욱 강해지고 약한 기업이 더욱 약해지거나 쇠퇴해질 수밖에 없는 시장 경쟁하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경쟁사보다 더 높은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Ⅲ.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당면하는 제약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과 인터넷 사업을 비교해보면 유사점도 많지만 인터넷 사업은 온라인 환경이라는 특성상 뚜렷한 차이점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온라인 환경이라는 인터넷 사업이 본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환경적 특성이 인터넷 사업에는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인터넷 사업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제약들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인터넷 사업을 둘러싼 환경과 고객의 빠른 변화 
 
인터넷 사업의 제약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먼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인터넷 사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둘러싼 환경과 이를 사용하는 고객 니즈가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업의 초기에 밝혀낸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다 하더라도 환경과 고객이 변화하게 된다면 처음 제공되었던 고객가치가 의미없는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사업을 하는 기업은 과거에 구현했던 비즈니스 모델이 제공하는 고객가치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함으로써 환경과 고객의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야만 지속적으로 자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가치창조와 비즈니스 모델의 강화가 늘 쉽지만은 않기에, 인터넷 사업 환경과 고객은 그 자체가 인터넷 사업의 제약이 된다. 예를 들어, Cyworld는 지인 네트워크 구현을 바탕으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은 성공했지만 최근에 볼 수 있듯이 성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는 Cyworld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진화보다 더 빨리 고객이 변화하였고 비즈니스 모델이 이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터넷 사업들이 초기의 성공을 이룬 이후 지속적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를 더 한층 높이고 새롭게 해나가지 못한다면 초기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더 이상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인터넷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2) 목표 고객층의 특성  
 
인터넷 사업의 주된 고객은 다른 고객층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으며, 이는 실제로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쉽게 관찰되는 것은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의 주요 고객층이 되는 Y세대(Generation Y)라고 일컫는 집단의 행동 패턴이다. 이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없거나 매우 낮고, 집중이 지속될 수 있는 시간(Attention Span)이 짧으며, 동료들로부터의 평판/평가(Peer Reputation)가 그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목표 고객층의 특성으로 인해 서비스나 가치에 대한 니즈도 빠르게 바뀌며, 필요하다고 느끼는 가치를 직접 생성하려 하기도 한다. 폭넓은 고객층을 주요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사업에 비해, 이러한 고객층이 주된 목표 고객이라면 그들의 빠르게 변화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이러한 목표 고객층의 특성 자체가 인터넷 사업에는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3)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가 가져오는 시장의 실패 
 
경쟁이 없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Social Network Service나 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활용한 서비스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하면 좋지만, 실질적 활용에 필요한 콘텐츠나 커뮤니케이션/상호작용 등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을 정도의 임계규모(Critical Mass)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충분한 유인(Incentive)이 없다면 이로 인해 콘텐츠나 활동이 자율적으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공재 성격을 지닌 서비스는 때때로 이를 위한 시장이 성립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이 자체가 인터넷 사업의 제약이 될 수 있다. 
 
(4) 공짜 경제 
 
또 다른 제약으로는 ‘공짜 경제’의 급부상을 들 수 있다. 이는 인터넷에서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최종 사용자인 고객과의 관계로 인하여 고객으로부터 직접적인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짜 경제를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블로그와 같은  정보성/엔터테인먼트형 컨텐츠, 그리고 메신저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상호작용에 의한 가치의 경우에는 고객은 공짜만을 기대하게 된다. 또 가치의 특성상 무한 복제가 가능하거나 고객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져 ‘소유’에 대한 갈등이 생기게 되면 고객은 소유 및 배포에 대한 기업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은 이를 광고, 공짜 재화 등으로 극복하려 하지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공짜 경제에 대한 주장 때문에 인터넷 사업이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어렵게 될 수가 있다. 따라서, 인터넷 사업은 공짜 경제의 생성과 확산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5) 고객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고객들의 집합적 반응  
 
기업이 추진하려는 인터넷 사업 방향과 상반되는 사용자 고객의 사고도 인터넷 사업의 제약이 될 수 있다. 예로, 미국에서 잘 알려진 SNS(Social Network Service)인 Facebook은 2007년에 사용자에게 접근하는 ‘Beacon’이라는 광고형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커뮤니티 서비스의 지배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됐다. 플랫폼의 변화에 동의하지 못한 고객 커뮤니티는 변화에 반대하였고, 기업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업 방향조차 기업이 지배하기 힘들다는 것을 Facebook은 알게 되었고, 고객 커뮤니티의 반발로 인해 공개적인 사과를 하기도 했다. 국내의 SNS 서비스인 Cyworld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일단 만들어진 커뮤니티의 성격을 바꾸거나 진화시킨다는 것은 고객 커뮤니티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 사업의 진화는 고객의 저항이 있다면 어려워질 것이므로 고객 커뮤니티의 집합적 반응은 인터넷 사업에서 또 하나의 제약이 될 수 있다. 
 
(6) 공유와 참여로 인한 프라이버시 이슈 
 
고객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 사업인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는 커다란 제약이 된다. 왜냐하면 고객들의 참여 활동 정보 또는 개인 정보가 보호되지 않는다면 그 인터넷 사업의 바탕이 되는 고객의 참여를 유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입장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 주려고 하더라도, 자신의 고객이 외부에서 타인의 정보를 가져와서 유통시킴으로써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인터넷 사업에 대해 기업은 통제력을 잃게 되어 기업이 전개하려는 사업의 추진이 더 이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사업에서는 공유와 참여로 인한 프라이버시 보호가 핵심 제약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사업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주요 제약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제약 요인들은 다양한 조합이나 형태로 존재할 수 있어 개별 인터넷 사업이 당면하게 되는 제약은 각각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이러한 제약요인들이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유념해야 할 포인트라 하겠다. 
  
 
Ⅳ.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한 기업의 활동 
  
 
앞에서 논의한 인터넷 사업의 실패 이유와 인터넷 사업이 당면하는 제약 요인을 상기해 보면서, 여기서는 Web 2.0시대에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인터넷 사업이 초기에는 잘 되어도 궁극적으로 실패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되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앞에서 언급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Web 2.0의 특성으로 강조되는 ‘참여-공유-개방’은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참여-공유-개방’은 꼭 있어야 하는 부분들이지만, 이것들이 제공되었다 하더라도 인터넷 사업이 반드시 성공을 이루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인터넷 사업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고객관점에서 밝혀낸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고객이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 인터넷 사업이 자생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동시에, 그 인터넷 사업이 제공하는 가치가 경쟁사가 제공하는 가치보다 높아서 고객의 지속적 선택과 사용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되는 고객을 철저히 이해하여 그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밝혀내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사업들이 제공한 서비스가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 창립자의 아이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즉, 많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경우 창업자가 기존 서비스가 충족시키지 못했던 창업자 본인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한 기업 중에 지속적으로 고객의 또 다른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인터넷 서비스의 창립자가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더 이상 고객의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또는 ‘공급자의 시각’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급자의 시각에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Amazon이 인터넷 서점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구매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A9이라는 검색엔진 서비스를 시도하였지만, 공급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게 된 것도 그 일례라 하겠다.  
 
또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인터넷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터넷 사업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제약 요인을 제거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된 고객층인 Y세대의 특성과 그들의 인터넷 서비스 사용 패턴을 이해해야 하고, 프라이버시가 내포하고 있는 두 가지 상반되는 면을 잘 조화시켜야 할 것이다. 고객 커뮤니티의 정체성과 그들의 예상되는 집단적 반응을 고려하여 인터넷 사업의 방향과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대응책을 준비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공공재 성격을 지니고 있는 서비스가 시장 실패로 인해 지속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이 불가능하게 되지 않도록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유인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사업의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일시적 성장에 안주하지 말고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구축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환경과 고객의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새롭게 해나가야 한다. 일시적으로 잘 되어가던 비즈니스 모델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가하지 못하면 흔들릴 수 있다. Cyworld의 경우 고객의 니즈에 맞는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하여 10대에서 20대의 거의 모든 고객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에 기반한 가치를 반영한 서비스의 발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고객들은 떠나기 시작하고, 초등학생 등 오히려 서비스의 목표 고객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는 경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결국 Cyworld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적으로 자생이 어렵게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Cyworld가 당면하고 있는 도전은 인터넷상에서 흔히 관찰될 수 있는 어려움이라고 생각된다.  
  
인터넷 사업이 겪을 수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방지하거나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연구와 조사를 꾸준히 실행하여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전형적인 고객연구/조사 방법론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방법론은 고객 니즈를 파악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구글이 사용하고 있는 고객연구를 위한 70:20:10 접근 방법으로 기업의 직원이 직접 사용자가 되어 사용자의 관점에서 고객니즈를 직접 밝혀내어 구체화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접근 방법이고, 또한 많은 자원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이 접근 방법은 인터넷 사업을 하는 기업이 그 사업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고 서비스의 방향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한 가지 시도해 볼 만한 것은 서비스를 통한 가치 창출이 아니라, 창출된 가치를 전달하는 플랫폼을 관리하는 활동에만 관여하고 가치 창출은 고객에게 맡기는 Customer-sourcing이다. 제공되는 서비스의 향후 방향에 대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고객한테 넘기는 이러한 고객 참여 방법을 활용하여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객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가 수렴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고객가치를 기반으로 구축된 비즈니스 모델도 환경과 고객의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고객가치를 새롭게 해나가야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 그러므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여 고객들의 사용 패턴 변화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한 추가적인 고객가치를 초기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여 더욱 고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야만 지속적으로 인터넷 사업의 성공이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2008. 11. 19. 13:00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LG경제연구원)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LG경제연구원)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과 고객 니즈에 대해 경쟁사보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 Inditex그룹의 Zara 브랜드 사례를 통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의 성공 조건을 살펴본다. 
  
많은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여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는데, 정작 고객의 반응이 냉담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기업 생존의 기본조건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읽기만 하면 문제가 끝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바와 같이,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 실행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면 모처럼의 고객 통찰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즉, 타임 투 마켓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업만이 고객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본고에서는 소비자 요구사항의 정확한 이해와 타임 투 마켓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 스페인 Inditex그룹의 Zara 브랜드 사례를 통해 타임 투 마켓의 성공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패스트 패션의 선도자로 평가받는 Zara 브랜드 
 
패스트 패션이란 고객의 니즈를 제품으로 빠르게 반영하여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 어제 오늘의일은 아니지만, 이를 기업 경영 이념과 접목시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어온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Zara 브랜드이다(<박스 기사> 참조).   
  
Zara의 성공 포인트 
 
그렇다면 Zara의 성공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사업 모델의 핵심인 매장의 적극적인 활용, 짧은 컬렉션 준비 기간, 품목별 소량 생산 원칙,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 창조 그리고 지리적 이점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  
  
● 매장의 적극적인 활용 
 
Inditex 사업 모델의 핵심은 매장이다. Zara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산업 평균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오히려 광고를 거의 안 한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Zara는 매장 구성에 많은 노력을 함으로써, 광고 없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Zara는 매장 그 자체가 홍보인 셈이다. 매장은 고객 경험 관리를 하기 위한 첫 장소이자 가장 강력한 프로모션 수단이다. Zara 매장들은 도시의 번화한 상업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매장에서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해 Inditex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부분들은 매장의 인테리어 디자인, 의류 컬렉션들의 배열, 상품 진열 창문에 대한 세심한 관리 그리고 고객 관리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합쳐져 Inditex가 추구하는 고객 경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2주에 한번씩 변화하는 매장 내부의 배열은 고객에게 항상 새로운 분위기를 제공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매장은 살아있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최첨병의 역할도 하고 있다. 
  
● 짧은 컬렉션 준비 기간 
 
Zara의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국 매장에서 들어온 고객 정보와 시장 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2주 만에 패션을 재창조해 낸다. 반면에 일반 의류업체 디자이너들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차기 컬렉션 준비를 시작한다. 과연 2주 만에 새로운 의류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시장 조사, 디자인, 생산, 운송, 매장 진열 등의 기본적인 과정은 동일하다. 다만, 각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일례로, 일반적인 기업들은 고객 니즈 조사를 하는 데 수주 내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Zara는 이런 과정이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Zara 매장에는 한번에 10벌 까지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구비되어 있다. 입어본 옷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반납하게 되는데, 이 때 매장 직원들은 반납된 의류들에 대한 정보를 따로 관리하고 고객이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근본 이유를 찾아내어 본사로 피드백 한다. 심지어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여 취향이나 현재 나온 제품들에 대한 품평 그리고 향후 기대하는 의류 제품의 방향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자료 수집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매장의 매출과 직결되어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영향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의 70%가 인센티브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아이디어가 디자이너들에게 전달되면 생산 부문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 소량 생산 원칙 
 
Zara는 모든 제품을 소량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류업체들은 히트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생산하려고 한다. 반면, Zara는 모든 의류 제품들의 소량 생산 원칙을 통해, 재고를 줄이고 세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 하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히트 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더라도 또 다른 히트 상품을 개발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이다. 동시에 소량 생산 원칙은 디자인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하나의 위기 관리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매장을 방문했을 때 마음에 드는 물건에 눈도장을 찍어두고 그 다음주에 다시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하면 그 옷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희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량 판매와 희소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한번 매장에 발을 들인 고객들의 지갑을 내일이 아닌 오늘 열도록 도와준다. 
  
이는 매장 방문 인구를 구매 고객으로 탈바꿈 시키는 Zara만의 독특한 전략인 동시에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주 의류 컬렉션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되는 고객들은 Zara 매장을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되며 더욱 자주 지갑을 열게끔 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Zara 고객에 대해 실시된 한 조사에서 Zara의 평균적인 고객은 월 17회 방문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통상 월 2회 방문에서 3회 방문이 전부인 일부 다른 유명 브랜드의 통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 Zara 매장에는 주 2회씩 신제품이 들어오는데, 이러한 빠른 대응이 고객들의 발걸음을 매장 안으로 이끄는 것이다.  
  
● 차별화된 패션으로 고객 가치 창조 
 
한 품목에 대해 소량만 생산하므로 Zara에서 패션 의류를 구매하게 된 고객은 남들과 차별화된 의상을 통해 나만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Zara가 창조하는 고객 가치의 핵심이다. Zara의 패스트 패션을 통해 우리는 기업 관점에서 운영상의 우수성을 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제품별로 소량 생산되었기 때문에 길에서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게 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개성이 강조되고 남과 다른 나만의 멋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소비자들은 비교적 경제적인 가격대의 의류에서 고급 브랜드에서 경험할 법한 한정 판매에 의한 의류의 희소성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Zara는 매장에서 취합된 제품별 매출 정보를 통해 특정 지역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신제품 아이디어도 얻는다. 
  
●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 
 
그리고 생산에 있어 제 3세계의 비교적 값싼 노동력을 투입하는 대신에,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상대적으로 비싼 인력을 활용하면서라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데 주력한다. 비즈니스 위크지에 의하면 Inditex에서 일하는 스페인 근로자들은 월평균 1,650 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중국 관동성의 근로자는 206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인건비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노동력을 고집하는 것은 생산을 가까이에서 관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두고 관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디자인과 생산을 가까이에 위치시킴으로써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요구되어지는 대응 속도에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 게다가 이미 오랜 기간 성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온 납품 업체들을 근거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Zara는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고 원하는 제품 규격을 보장받으면서 시장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Zara의 핵심 역량  
 
지금까지 Zara의 주요한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런 Zara의 성공을 타 업체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이유는 조직의 역량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디자인과 생산 과정의 수직 계열화 
 
Inditex 사업 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 원동력의 하나는 디자인과 생산의 수직 계열화이다. 생산 과정의 수직 계열화와 조직의 유연성은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Zara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만 250명이 넘는다.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는 Inditex 생산 과정의 49%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인접 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진다. Inditex 생산량의 35%가 아시아 그리고 14%는 기타 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1,200개에 달하는 납품업체들과 견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또한 Zara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 과정의 상당 부분을 인하우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생산을 모두 외부에 의뢰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납품 지연 및 품질 불량 등과 같은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Zara의 한 경쟁사는 자체 공장은 없이 900개의 납품 업체들을 활용하고 있으나 Zara는 약 60% 정도의 제품을 인하우스로 제작하고 있으며, 심지어 40%에 달하는 원단을 직접 제조하여 계열사를 통해 염색 작업을 수행할 정도이다. Zara의 역량은 디자인과 생산의 긴밀한 협업을 가능케 하는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협업 문화를 통해 이룩한 수직 계열화이다.  
  
● 패션의 재창조 능력 
 
Zara가 가진 또 다른 경쟁 우위 요인은 바로 길거리 패션의 재창조 능력이다. Zara는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인 동시에 최신 유행 패션을 따라가는 추종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미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검증된 패션을 창의적으로 재창조하여 히트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이미 선택한 패션을 벤치마킹하고 추가적으로 자사 매장 등에서 취합한 고객의 소리와 자료를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패션 의류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매출은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고객 정보 수집을 위한 IT 시스템 
 
Inditex로 하여금 살아있는 고객 정보의 획득과 활용을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기반이 고유의 IT 시스템이다. 전세계 매장마다 마련되어 있는 POS(Point-of-sales)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본사에 전달하고, 더 나아가 제품 디자인에서 제작 그리고 매장별 맞춤 공급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Zara의 IT 시스템이다. 시장 평균 IT 투자 비용의 1/4로 이러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Zara의 IT 시스템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시사점 
 
패스트 패션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Zara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불황기인 현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죽은 정보가 아닌 생생하고 살아있는 고객 정보, 발로 뛰고 노력해서 취합된 따끈따끈한 고객 정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고객 가치 창조에 사용해야만 선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기업 운영 측면에서의 우수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창조할 수 있느냐가 최종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렇듯 타임 투 마켓은 의류 업체만이 아닌 유행의 속도가 빠르게 바뀌는 모든 제조업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며, Zara의 패스트 패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끝> 


2008. 11. 9. 17:47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홍덕표 | 2008.11.03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주목 받은 경기침체기는 크게 4차례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경기침체기를 전후하여 기업들 간 경쟁 지위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들이 경쟁 지위가 올라갔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단기적인 대응에만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Big Picture’를 갖고 대응하였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Fundamental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또한,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포인트를 견지하여 제품력을 강화하였으며, 보다 빠른 대응을 통해 경기침체기 이후의 호황기때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기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과거 경기침체기의 유형 
Ⅱ. 경기침체기의 영향과 특징 
Ⅲ.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략적 대응 포인트 
Ⅳ.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지난 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단이 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언제 끝날 것인지 모를 정도로 세계 경제를 위협해 들어가고 있다. 금융 위기의 여파는 실물 경제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이미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상당 기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의 고민에 깊이 빠져 있다.


하지만, 해결책의 모색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과거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선진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살펴 보았다.

 

 

I. 과거 경기침체기의 유형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 등의 경제 활동은 주기적으로 활성화되었다가 침체되기를 반복한다. 이를 경기 변동(business cycle)이라 한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를 침체기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이 없다. 다만, 미국의 경우 前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일 때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우리 경제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미 경제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저성장을 하는 미국과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판단하자면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는 여러 경제 지표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금의 경제 상황이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IMF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주목을 받은 경기침체기는 크게 네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1970년대 1, 2차 오일 쇼크 시기(1차: 1974년 ~ 1975년, 2차: 1979년~1981년)의 경기침체기이다. 당시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에 따라 유가가 급등함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초 미국의 경기침체기이다. 1980년대 경기 확대 국면에서 기업들이 인수 및 합병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부채 증가로 인해 재무 구조가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인해 금융 기관이 부실화되면서 그 여파는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소비가 부진해지는 수요 불황을 겪었다.


세 번째는 1990년대 일본의 복합 불황기이다. 1980년대 후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인해 형성된 버블이 1990년대 초에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자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금융 기관과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 부문으로 부실이 확산되면서 소비도 위축되었다. 게다가 자산 디플레이션 발생 초기에 일본 정부가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연한 것이 부실 채권 확대를 가져와 불황이 2000년대 초반까지 장기화되었다.


네 번째는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기이다. 신경제에 대한 환상으로 무분별하게 과잉 투자를 감행한 소위 ‘닷컴 기업들’의 실적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IT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9.11 테러, 기업 회계 부정 등의 영향 속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가 급감하고 자산 효과가 감소함으로 인해 소비가 저하되는 수요 불황을 겪게 되었다.


이들 네 번의 경기침체기는 그러나 그 영향 지역이나 지속 기간은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일 쇼크기는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일본 장기 불황은 10여 년이나 지속되었으나 일본 지역에 국한되었던 침체기였다. 1990년대 초 미국 불황은 기간도 단기였으며,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지역 등지에만 영향을 주었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기는 기간은 단기간이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준 시기였다.

 


II. 경기침체기의 영향과 특징

 


1. 시장 지위의 변화 초래


과거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어떠하였을까? 2007년 현재 매출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과거 매출액 증가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매출액 증가율이 미미했거나(1990년대 초 미국 사례),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기). 하지만, 만일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사라진 기업들까지 포함한다면 매출 하락의 골은 더욱 깊었을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시장 지위가 크게 변화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PC산업의 경우 2000년대 초 불황 시기를 전후해서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경기침체기 전 시장 점유율 2위이던 Dell은 경기침체기를 벗어나면서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으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Compaq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HP에 인수 합병 되었다. 같은 기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Nokia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힌 반면, Ericsson은 Global Top 3의 지위에서 떨어져 나갔다.

 

최근 Mckinsey & Company에서 조사한 자료(2000년대 초 IT 버블 시기 전후의 미국기업 지위 변화, 2008)에 의하면 경기침체기 전에 상위 25%에 속해 있던 기업들 중에서 경기 침체기 이후에도 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이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40%는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시장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75%에 속하던 기업들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인 Bain & Company에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의 기업 지위 변화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상위 25%에 드는 기업들 중 5분의 1 이상이 하위 25%로 추락하였으며, 하위 25%에 속하는 기업들 중 5분의 1 이상이 상위 25% 내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를 전후해서 기업 지위의 변화가 극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여러 조사 보고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지위 변화가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을 이해하자면 먼저 경기침체기의 특징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경쟁 Dynamics 변화의 장 제공


경기침체기는 시장/경쟁, 소비자,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호황기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개별 기업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위협이 되기도 하고,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먼저, 시장/경쟁 측면에서 보면 수요 부진에 따라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인한 재무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된다. 또, 매출 부진 탈피를 위해 지나치게 가격 경쟁에 의존하게 되고 이의 여파로 원가 절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소비자들의 경우 호황기 때에 비해 가격을 중시하게 되고 기본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로 인해 제품의 범용화가 촉진되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 짐에 따라 제품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이 까다로워지고 웬만한 제품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려고 하는 등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로 인해 어지간히 차별화된 제품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없고 혁신적인 제품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저관여 제품의 경우에는 오히려 브랜드 충성도의 영향이 커질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특히 고관여 제품의 경우 호황기 때의 버블이 꺼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요모조모 따지다 보면 브랜드 충성도의 영향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제품군에 속하는 기업들의 경우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회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가치 또한 하락함에 따라 재무적인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저렴하게 인수 합병할 수 있다. 산업 특성에 따라서 경기의 영향을 받는 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 조정이나 집중화 대상을 식별하기가 용이할 수 있다. 지역이나 국가별 차이가 있을 경우 해외 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특히, 기업 간 경쟁력 차이가 부각될 수 있다. 마치 시험이 어려우면 변별력이 커지듯이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과 한계 기업들 간의 경쟁력 차이가 경기침체기에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의 특성과 영향이 시장/경쟁 상황이나 소비자, 기업별로 달리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기업들에게는 위협이 되지만 또 다른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 시장 지위의 변화가 나타난 것도 이와 같은 특성과 영향을 잘 감안하여 적절한 전략적 대응을 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경기침체기가 경쟁 Dynamics 변화의 장을 마련하는 시기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다음에서는 시장 지위를 변화시킨 기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했는지, 그리고 그러지 못한 기업들과는 어떤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III.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략적 대응 포인트

 


사례 분석의 대상 시기를 90년대 초 불황과 일본 장기 복합 불황 시기, 그리고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시기로 나누어 살펴 보기로 한다. 사례 기업의 개요는 <표 1>과 같다.


1.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의 사례 :  Nokia vs. Kodak


1) 사업 구조조정에 성공한 Nokia


1980년대 말까지 목재, 제지, 고무, 케이블 등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었던 Nokia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험을 한다. 전통적인 주력 사업들의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고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짐을 간파한 경영진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사업 구조를 대전환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이러한 판단 하에 Nokia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하였다. 1990년대 초에 제지, 펄프, PC, 데이터 등 대부분의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였다. 그리고, 이동 통신 사업의 경쟁력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유럽 휴대폰 2위 업체인 영국의 테크노 폰을 인수 하였다. 경기침체기에 기업 가치가 많이 하락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럽 통신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1992년부터 미국과 아시아의 시장 확대를 위해 판매 거점을 확보해 나갔다.


한편,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안주하기 보다는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혁신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당시 아날로그 제품이 주류였던 상황이었기에 경기침체기에 이러한 방향 전환은 다소 성급할 수도 있었겠지만, Nokia는 1991년에 세계 최초로 GSM 방식의 디지털 휴대전화의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시장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모든 제품들을 Nokia 단일 브랜드로 통일하고 디지털 이미지 심기에 전력 투구한 결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1995년도에 세계 시장점유율 18%로 2위, 1998년도에는 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설 수 있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40%를 넘나드는 시장 점유율로 2위 업체와의 차이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었다.


사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조조정을 할 당시인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그 전 기간보다 매출액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잘 인내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 오늘날의 결실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Nokia는 경기침체기에 이미 한계에 봉착한 기존 사업의 성과 개선에 매달리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즉, 중장기적인 안목의 사업 대전환과 더불어 호황기 때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2) 사업 구조조정 타이밍 실기한 Kodak


Kodak의 경우 1980년대까지 공격적으로 다각화한 전자출판, 의약품, 가정용품, 플로피 디스크 등에 대한 방만한 연구 개발 투자로 경영 효율성이 저하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던 필름과 카메라 사업이 디지털 제품들의 시장 잠식으로 성과가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를 맞이한 Kodak은 경기침체기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미래 성장성이 떨어지는 필름 사업을 오히려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개도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글로벌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Kodak으로서는 진부화된 기존 사업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이미지 솔루션 등 뉴 패러다임으로 사업구조를 대전환하는 것을 모색했어야 했다.


당시, Kodak은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의 핵심 기술인 CCD(Charge-Coupled Device : 전하 촬상 소자, 디지털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의 한 방식)나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 디지털식 고화질 수동 카메라) 등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관련되는 원천 특허도 보유하고 있었다. 즉, 디지털 사업의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Kodak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드는 기존 필름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준비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1992년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지 못함으로써 시장 확대에 실패하였다. 반면 Canon, Sony, Nicon 등 경쟁업체들은 경기침체기에 집중적으로 디지털화로 전환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Kodak은 경기침체기 막바지인 1993년에 이르러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17%에 이르는 1만 명 이상을 감축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했다. 이때 당시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간주되었던 디지털 사업, 의료, 제약, 화학 사업 등을 기존 핵심 역량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매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2004년에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경기침체기에 매각했던 신기술들, 예를 들어  상용 프린팅 기술, 의료 등을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재구매 하게 된다. 결국 뒤늦은 그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경기침체기 이후를 대비한 Fundamental을 강화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 실패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매출이 계속 하락과 정체를 반복하였으며, 수익성도 과거 대비 낮아졌다.


결국 Kodak은 경기침체기에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기존 필름 사업을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구조조정 타이밍의 실기에 따라 Fundamental이 약화되고 디지털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소홀히 함으로써 경기침체기 이후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2. 일본 복합 불황기의 사례 :  Canon vs. Sanyo


1) 핵심역량에 집중한 Canon


1980년대 차입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오던 Canon은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더불어 재무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다각화 했던 사업들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인식에 맞추어 Canon은 핵심 역량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였다. 선택과 집중의 모토 하에 복사기, 프린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성과가 우수한 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반면, 사업 유망성은 있으나 핵심 역량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 즉 FLCD(Ferroelectric LCD), PC, 태양전지 등 7대 적자 사업들을 철수하거나 매각하였다.


한편, Canon은 경기침체기에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공략하였다.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는 선발자 전략으로 신제품 개발을 선도하였다. 핵심 역량의 하나인 광학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DSLR 방식에 집중하였다. 디지털 복사기에서는 대형 시장에 주력하는 Xerox 등과는 달리 중소형 시장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창출해 나갔다. 이전에는 대형 복사기 위주였던 시장이 경기침체기에 접어 들면서 중소형으로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먼저 발견하고 먼저 대응한 것이다.


Canon은 또 시장 선점 후에는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디지털 복사기의 경우 특허를 강화하고 토너, 잉크 탱크 등의 블랙박스화로 진입 장벽을 구축해 갔다. 특히, 경기침체기에 대부분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용을 삭감하려고 하는데 반해 Canon은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증가시킴으로써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심화시켰다. 다른 일본 기업들이 불황 극복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행하는 가운데에서도 Canon은 종신 고용제를 유지함으로써 핵심 인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 결과는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 불황 초기인 구조조정 시기에는 매출 신장이 주춤하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엔 고성장을 하였으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었다. 
결국 Canon은 先 구축된 핵심 역량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면서 신시장/신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구축함으로써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2)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Sanyo


흑백 TV와 냉장고에서 출발한 Sanyo는 1990년대 초까지 종합 전자기업으로서 AV, 정보통신기기, 2차 전지, 일반 가전, 산업 기기, 전자 디바이스 등 150여 개 업체를 거느리는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매출은 8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일본 내 복합 불황이 발생함으로 인해 매출이 부진하게 되었고 수익성도 저조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anyo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가전과 AV 등 기존 주력 사업과 LCD, 디지털 카메라, 비메모리 반도체, 2차 전지 등 차세대 성장 사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 갔다. 당연히 기존 주력 사업의 성숙화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차세대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미흡으로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결국 최근에 이르러서는 휴대폰, 반도체 등의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또한, 지역별 매출 구조에서도 내수 중심을 고수함으로 인해 장기 복합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 Canon 등이 글로벌화를 통해 미국, 유럽만이 아니라 신흥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여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한 것과는 상반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결과는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저조하였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Sanyo는 복합 불황기를 거치면서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다양한 사업들을 계속 유지하다 보니 성장 동력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데에 실패한 사례로 기록된다.


3. 2000년대 초 버블 붕괴기의 사례 : Apple vs. Compaq


1) New Business Model로 회생한 Apple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에 PC 산업은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과다 재고 누적으로 산업 전반적으로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었으며 소비자 니즈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PC 산업의 게임 룰은 가격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이러한 게임 룰의 변화는 차별화된 User Interface와 제품 디자인에 바탕을 두고 경쟁하는 Apple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실제로 주력 제품이었던 i-Mac, Power Mac 등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Apple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MP 3 Player를 주목하였다. 당시 MP 3 Player를 제조하는 기존 제조사들은 기능, 디자인 등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에 치우치고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 차별화 중심의 제품 개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Apple은 경기침체기에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감성과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이 절실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Apple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i-Pod를 중심으로 한 MP 3 Player 비즈니스 모델이다. Apple은 하드웨어 차별화를 통한 기기 판매 중심에서 컨텐츠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대전환을 추진하였다. 또 경기침체기에 신제품을 대중화하기 위하여 ‘Apple 제품 간 연결’에 머물러 있던 기존의 폐쇄적 사업 방식을 포기하고 개방형으로 전환하였다. 그 일환으로, i-Tunes 플랫폼의 호환성을 강화하였다. Apple OS에서만 작동되던 플랫폼을 Windows OS용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개방하였다. 


또한, 불법 다운로드의 확산 및 경기침체의 여파로 신규 수익원을 갈망하던 Sony, Warner, Universal 등 5대 음원업체들을 파트너로 유인하였다. 음원 사용료의 70%를 음원업체에 배분함으로써 파트너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한편, 위축된 소비 심리를 직접 체험을 통해 자극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에 Apple Store를 개설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였다. Apple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를 문화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Apple의 경영 성과는 경기침체기 초기에 다소 주춤하였으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힘입어 급신장 하게 된다. 수익성도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Apple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단순히 MP 3 Player 시장의 리더로 부상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산업 주류 시장 전반을 리드하는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요약하면, Apple은 기존 게임 룰을 파괴하는 고객 가치 창출을 통해 경기침체기에 대응한 것이다. 즉, 근본적인 사업 모델 변신을 꾀하고, 경기침체기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차별화한 것이 경기침체기 이후 도약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2) 승산 없는 게임 룰 적응에 급급하다 합병된 Compaq


1990년대 말까지 시장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던 Compaq도 2000년대 초에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수요 부진과 원가 압박으로 경영 성과가 악화되었다. 가격 경쟁 중심의 게임 룰 변화는 Compaq에게 점점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경쟁업체 Dell은 기왕에 구축한 Direct Business Model을 더욱 강화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원가우위를 바탕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Compaq도 가격 경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체 인원의 12%를 감축하여 비용 절감을 꾀하였다. 기업용과 일반 소비자용으로 분리되었던 PC 사업부도 통합하였다. 한편, Dell의 주 비즈니스 모델인 Direct Sales 방식을 Compaq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기존 유통 채널과의 마찰만 양산할 뿐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더욱이 Compaq의 원가 구조는 Dell의 그것과는 차이가 커서 맞대응에서 원가 우위를 누릴 가능성이 적었다. 이로써 매출이 부진해지고 손실은 더 커져서 결국 2002년에 HP에 합병되고 말았다.


차라리 Compaq은 Dell과는 다른 방식으로  Target 시장을 차별화 하면서 PC 사업을  Repositioning 할 필요가 있었다. 즉, PC 사업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향후 기업 서버용 솔루션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당시 Compaq은 이미 경기침체기에 들기 전인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Tandem과 DEC를 인수하여 서버 및 솔루션 사업에 대한 기반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Compaq은 시너지 제고를 위한 노력보다는 단순히 매출 규모를 늘리는 차원에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 서버용 솔루션 사업에 역량 집중을 통한 사업 구조 고도화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실패는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성과에도 나타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매출은 다소 증가하였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한 끝에 합병되었다.


요약하면, Compaq은 경기침체기에 경쟁 우위를 상실한 PC 사업의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격 경쟁을 지속하다가 Fundamental 강화를 통한 솔루션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 추진에 실패한 것이다.

 


IV.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이상 여섯 기업들의 경기침체기 전후를 걸친 전략적인 대응 과정과 결과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았다.


1. 중장기적인 ‘Big Picture’를 갖고 대응하라


경기침체기에 들면 기업의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된다. 때문에 유동성 압박으로 단기적인 대응에 급급하게 된다. 그러나, 사례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Big Picture’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Nokia는 전통적인 기존 주력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영역인 이동통신 사업 중심으로 구조 대전환에 성공함으로써 호황기에 들었을 때 비약적인 성장을 한 반면, Compaq은 단기 처방 중심으로 대응하다 장기적 사업 구조 고도화에 실패하였다.


2.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Fundamental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라


Apple이나 Nokia는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과 신사업의 확고한 역량 구축에 주력함으로써 호황기 때 대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Canon도 유망사업이라고 다 한 것이 아니라 핵심 역량과 관련 있는 사업에만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그러나, Kodak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시하여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변신하는 데에 실기하였으며, Sanyo도 선택과 집중에 실패함으로써 성장성 있는 사업의  Fundamental 확보에 실패 하였다.


경기침체기일수록 절박함에 사로잡혀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할 뿐 Fundamental한 투자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 사례들은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Fundamental한 투자에 인내심을 갖고 지속하다 보면 호황기에 큰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3.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포인트를 견지하고 강화하라


Apple은 가격 중심으로 바뀌는 경쟁의 Game Rule이 자신의 강점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마케팅 전략 또한 일관되게 전개하였다. Canon의 경우에도 기존 대형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중소형 디지털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시키고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4. 경기침체기에 대한 대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단기 효과가 나는 대응이 우선이겠지만, 근본적인 변화, 어차피 해야 하는 변화, Customer Insight에 대응하는 변화, 핵심 사업에 맞는 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Apple, Canon은 경기침체기 초기에 발빠른 변신을 함으로써 성공하였지만, Kodak, Compaq 등은 적기에 의사 결정을 못하고 뒤늦은 변신을 모색하다 실패하였다.

 

경기침체기에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 신용 경색,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또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이 때문에 자신의 Fundamental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동성 확보나 수익성 방어 등 단기적인 대응은 불황을 이기는 필요조건이지만, 지속적인 경쟁 포지션 강화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Fundamental 강화를 통해 경기침체기 이후의 도약을 대비하는 노력도 중요하며, 이것이 불황을 이기는 충분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끝>


2008. 11. 5. 13:02

2009년 휴대폰 산업 전환에 주목하라(LG경제연구원)

2009년 휴대폰 산업 전환에 주목하라

LG경제연구원

2009년 휴대폰 산업은 10% 미만의 저성장세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산업 환경 전환 속에서 선도업체인 노키아와 관련 산업의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인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을 활성화 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휴대폰 산업은 지난 10년간 대수 기준으로 연평균 성장률 26.3%를 기록하는 등 고성장 세를 구가해 왔다. 물론 2001년, 2002년에 각각 -5%, 9% 성장률을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이는 IT 버블 붕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휴대폰 산업은 성장률 10% 미만의 저성장 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초 시장전문 조사기관인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사는 2009년 휴대폰 산업 성장률을 6.5%로 전망했으며 이후 성장률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의 깊이에 따라 성장률은 보다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휴대폰 산업은 지금까지의 고성장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한다. 이미 휴대폰 산업 내부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여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보다 발전된 컴퓨팅 및 이동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 사업 확대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성장세가 꺾이는 2009년은 이러한 노력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됨으로써 휴대폰 산업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새로운 성장동력이 2009년 한해 동안 휴대폰 산업을 완전히 전환시키지는 않겠지만, 성장 둔화기가 도래하면서 이들 영역의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본 보고서는 2009년 휴대폰 산업의 변화 모습을 전망한 뒤, 국내 휴대폰 기업들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산업 전환기의 휴대폰 산업 전망 
 
2009년 변화를 주도할 핵심적인 키워드는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이 유통되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이나 서비스 플랫폼 사업은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시도되어 왔던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 2009년에 이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관련 핵심 인프라는 하드웨어와 통신 기술 등 기술적인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인식의 변화까지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컴퓨팅 성능 관점에서 볼 때, 최근 ARM사가 Cortex 버전을 출시하여 휴대폰 CPU의 처리 속도는 일반 PC 사양 수준인 1GHz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둘째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도 HSDPA 기술이 적용되어 최대 14.4Mbps 속도로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이미 1996년부터 Palm PDA를 알아왔고, 최근 들어 기업 고객용으로 RIM사의 블랙베리, 일반 소비자용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경험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험이 이미 축적된 상태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우선 주목해 봐야할 대목이 휴대폰 산업 선도업체인 노키아가 2009년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을 활성화시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휴대폰 산업의 성장동력 영역에 진입하려는 他 산업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PC 제조사와 스마트폰 전문 제조사의 진출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끝으로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서 본격적인 진입이 예상되는 OS 개발사와 기존 사업자인 이동통신 사업자간의 경쟁 심화 역시 2009년에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주요 포인트라고 하겠다.  
  
1. 한 발 앞선 노키아의 전환기 대응 
  
2009년 휴대폰 산업 선도기업인 노키아는 이미 구축된 스마트폰 역량을 바탕으로 서비스 플랫폼의 시장 기회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2위 ~ 5위 기업들은 사업 영역확대보다는 기존 사업 영역 내에서 사업기반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는 노키아 
 
선두기업인 노키아가 지금까지 준비해 온 차별적인 역량은 휴대폰 산업의 전환기에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점유율 약 40%의 안정된 사업기반을 갖춘 노키아는 스마트폰과 서비스 플랫폼 등 신성장 동력을 미리부터 준비해왔다. 그 결과 노키아는 ‘07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하였으며, OVI(브랜드 명칭; 핀란드 어로 관문이라는 의미)라는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했다. 노키아는 OVI를 통해 지도, 음악, 게임 컨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며, 컨텐츠의 공유와 연동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노키아는 구체적인 OVI 활성화를 통해 서비스 업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OVI 활성화 움직임을 살펴보면, 첫째 노키아는 2009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방하기 위해 심비안 재단을 설립할 것이다. 심비안 OS와 미들웨어인 S60은 OVI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구현시키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심비안 재단 설립과 함께 재단 소유가 될 것이다. 이에 재단 회원사는 누구나 로열티 없이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로열티 부담으로 생산이 어려웠던 심비안 OS 탑재 스마트폰이 과거보다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비안 OS를 적용한 휴대폰이 시장에 널리 확산될수록 노키아는 OVI 사용기반이 더 확대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둘째 노키아는 2009년 OVI와 연계된 휴대폰 출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4분기에 노키아는 컴즈 위드 뮤직(Comes with Music) 라인업으로 '노키아 5800 Xpress Music' 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컴즈 위드 뮤직은 해당 휴대폰 구매 시 1년간 음악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이는 등록된 휴대폰이나 PC로 음악을 다운받거나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OVI의 음악서비스와 휴대폰 구매를 결합한 것이다.  
 
컴즈 위드 뮤직을 출발점으로 노키아는 OVI 서비스가 인터넷 서비스의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노키아는 향후 음악뿐만 아니라 지도, 게임 등 다양한 OVI 서비스를 결합한 휴대폰 출시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 2위~5위 기업은 여전히 볼륨 경쟁에 집중 
 
선두기업인 노키아와는 달리 2위 ~ 5위 제조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기존 휴대폰 산업 환경 속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할 만한 여력이 없다. 실제로 2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全 제품지역에 걸쳐 노키아와 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고, 3위 ~ 5위 제조사들은 경쟁사간의 격차가 좁아 작은 환경 변화에도 순위가 바뀌는 등 경쟁환경 변화에 취약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2위 ~ 5위 기업들은 성장동력으로 인식되는 스마트폰 영역 확대보다 볼륨 경쟁에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다.  
 
선두기업인 노키아가 가진 4억대 정도의 제조역량은 저가에서 중고가까지를 포함한 제품라인업, 다양한 지역을 포괄하는 지역 포트폴리오까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다. 이에 반해 2009년 2위 ~ 5위 제조사들은 년 1억 ~ 2억 5천만대 정도의 제조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2위인 삼성전자가 가질 2억 5천만대 이하의 규모는 노키아처럼 넓은 제품지역 포트폴리오를 감당할 수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 비교에서는 규모의 경제 등의 요인으로 열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3위~5위 제조사들의 1억 ~ 2억대 규모는 특정 제품 라인업 또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성이 높을 수 밖에 없어 제품 및 지역환경 변화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위 ~ 5위 기업들은 휴대폰 산업이 전환기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시장에서 안정된 사업기반 확보를 위해 볼륨 경쟁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 틈새 공략자들의 스마트폰 진입 
  
앞서 살펴본 휴대폰 산업의 지배적 플레이어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틈새 공략자들은 새로운 성장 영역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례로 애플은 아이폰 출시로 2008년까지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켰고 시장성도 검증했다. 게다가 2009년에 심비안 OS와 S60 개방, 새로운 아이폰, 다양한 구글폰 출시 등 스마트폰의 공급을 확대시키는 요인들이 더 많아 수요를 더욱 진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전문 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09년 스마트폰 시장은 ’08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여 약 3억대의 시장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노키아를 제외한 2위 ~ 5위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개발제조 역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이 틈을 타서 스마트폰 전문 브랜드와 PC 제조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 이들 틈새 공략자들은 스마트폰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차츰 주류 플레이어로 거듭나고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 스마트폰 전문 플레이어의 부상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함께 스마트폰 전문 제조사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인 대만의 HTC(High Tech Computer)는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프로젝트에 의해 탄생한 첫 스마트폰인 G1의 출시와 함께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HTC는 2007년 기준으로 9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매출 36억 달러, 영업이익률 26.5%를 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2008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는 성장을 했다. 
 
이러한 HTC의 성공은 사업초기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기술에서 특히 중요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HTC는 MS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덕분에 사업 초기에 ODM(제조사 디자인 생산)을 통해 컴팩의 iPAQ을 생산했고 지금까지도 MS의 모바일 OS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 제조해 왔다.  
 
최근 HTC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바탕으로 소니에릭슨의 야심작인 Xperia X1와 Palm의 Palm Treo Pro를 디자인 생산하는 등 MS OS기반 스마트폰 역량이 부족한 업체들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HTC는 자체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확대 속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주류 플레이어로 거듭나고자 노력할 것이다. 자체 브랜드력에 걸맞는 제품력 확보를 위해 현재 HTC는 전체 종업원(7,500여 명)의 1/4인 1,8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 PC 제조사의 스마트폰 시장 진입 
 
컴퓨팅 성능이 중요한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는 기술적으로 유사한 PC 제조사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MS사가 모바일 OS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Intel이 휴대폰용 CPU를 출시하느냐 여부가 PC 제조사들이 시장 진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빠르면 2009년에 인텔이 첫번째 휴대폰용 CPU인 ‘무어스타운(Moorestown)’을 출시할 것이기 때문에 2009년은 PC 제조사들에게 스마트폰 시장 진입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인텔은 PC 산업에서 CPU 로드맵을 제안하고, 산업 내 관련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새 CPU를 적용한 PC 제품이 바로 출시되도록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이러한 인텔의 PC 산업 내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인텔이 휴대폰용 CPU 사업에 진입하면 곧바로 PC 제조사들이 인텔을 따라 휴대폰 제조사업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비록 HP, 에이서(Acer), 아서스(Asus)가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했지만, 인텔의 휴대폰용 CPU 출시로 더 많은 PC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제조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이동통신사업자와 OS 개발사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 경쟁 
  
이번에는 서비스 플랫폼 분야를 살펴보자. 새로운 성장영역인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서도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보다폰, 오렌지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망을 통해 이미 애플리케이션을 유통시키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애플의 App Store 성공은 이동통신 사업자 이외의 휴대폰 업체도 애플리케이션 유통사업에 진입하고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공으로 휴대폰 제조사들도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이 이동통신 사업자의 기존 사업영역이었던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 진입한 것은 제조 역량보다는 OS 역량을 바탕으로 한 사업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 제조 역량 중심인 제조사 사업영역이라기 보다 OS 역량이 바탕이 되는 OS 개발사에게 더 적합한 사업영역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상 애플리케이션은 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직접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하드웨어와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간접적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기 때문이다. 둘째, 특정 제조사 중심의 컨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이 OS 기반의 소프트웨어보다 더 높은 품질과 다양성을 갖기는 힘들다. 그 예로 PC 산업에서 1위 기업인 HP용 소프트웨어보다 MS OS 기반의 소프트웨어가 더 다양하고 높은 품질을 갖는다. 애플리케이션 유통을 위해 준비중인 안드로이드 마켓, 스카이 마켓도 모바일 OS 개발사인 구글과 MS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애플리케이션 유통은 OS 개발사 중심의 사업이라는 점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애플리케이션 유통은 이동통신 사업자와 OS 개발사 중심으로 치열한 주도권 확보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 전략 
 
저 성장세로 전환된 산업 환경에서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잘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성능 차별화에 집중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폰 시장 확대 및 차별화 방안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방안은 구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 기능 구현 강화와 관련 기술에 대한 배타적 권리 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도 소비자 니즈 발굴, 정확한 시장 수요 예측 및 대응 등 안정된 사업기반 확보는 기업이 갖춰야 하는 기본 체질이 되어야 한다.  
  
◈ 휴대폰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인식 
 
저 성장세 전환은 휴대폰 산업의 패러다임을 ‘볼륨 성장’ 중심 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중심으로 전환시킨다. 예를 들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는 스마트폰은 기존에는 볼륨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제품 라인업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스마트폰은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성장 역량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사 보다 빠르게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스마트폰 전문 업체에 대한 M&A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2012년 휴대폰 전체 시장에서 40%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휴대폰 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조사들이 내부 역량을 축적할 여력이 없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애플리케이션 구현 기능 차별화에 집중 
 
국내 휴대폰 제조사는 OS 역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 중 서비스 플랫폼보다 스마트폰 제조에 더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국내 기업들은 시장에서 스마트폰에 가장 적합한 OS를 선택하여, 스마트폰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스마트폰이 갖는 특징을 살펴보면, 하드웨어 경쟁이 중심이었던 기존의 일반 휴대폰에 비해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 애플리케이션은 휴대폰 제조사의 영역이라기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영역이므로 휴대폰 제조사 측면에서는 통제성이 떨어져 차별화 요소가 줄어드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 제조사는 애플리케이션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도록 기능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폰 기능을 차별화하는 방안으로 휴대폰 제조사는 위치, 얼굴, 음성 등 ‘인식’ 기능 등 차별화 요소를 만들고 경쟁사가 쉽게 복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인식 기능과 관련해서는 애플 및 구글의 스마트폰이 초보적인 단계로 출시되었으며, 기능 차별화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애플의 특허 전략이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박스 기사> 참조).   
  
◈ 사업 기반 안정화를 위한 체질강화는 지속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한 제품의 변화 속에서도 휴대폰 제조사에게 본질적인 제조 역량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안정적 사업 기반 구축을 위해 제품라인업 증대, SCM (공급망관리)과 지역별 유통망을 견고히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저 성장세가 되는 산업 전환기에서도 제조업의 본질적 활동으로 변함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패러다임이 ‘볼륨 확대’에서 ‘신성장 동력 확대’로 포커스가 바뀌는 것이지 제품 라인업 확대와 공급망관리 역량은 스마트폰 제조에서도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휴대폰 기업들은 제품 라인업 확대를 위해서 소비자 니즈 발굴 역량을 높여 단순한 제품군 확대가 아닌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중심으로 확대시켜 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사들은 공급망관리를 위해서 수요 예측에서 제품 전달까지 정확하고 효율적인 공정관리 능력을 배양하여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맺음말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09년 휴대폰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앞서 밝힌 대로 2009년은 신 성장동력이 휴대폰 산업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기 보다는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기이다. 하지만 향후 스마트폰과 같은 성장동력은 휴대폰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점령해야 할 영역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신 성장동력으로서의 중요성은 휴대폰 기업들이 모두 인식하고 있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활성화의 노력은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휴대폰 기업들은 경쟁사들이 머뭇거릴 수 있는 지금이 미래 휴대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전해야 할 시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끝> 



2008. 10. 29. 12:56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LG경제연구원)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수출둔화로 성장률 3%대 하락

선진국 정부의 국가간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으로 세계경제는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파국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금융불안 과정 속에서 수요위축이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하강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하반기 이후의 회복과정도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경기가 내년중 0%대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개도국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세 저하가 예상된다. 국내경기의 하강기조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3.6%로 낮아질 전망이다. 자산가격 약세, 내수심리 위축, 신용경색으로 인해 감세 등 정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률 하락을 주도할 것이다. 경기후퇴, 유가안정으로 소비자물가는 3%대 후반으로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균형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내년까지 경기하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감세 정책과 더불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자재정 편성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세계경제의 흐름 
Ⅱ. 주요국 경제전망 
Ⅲ. 국내경제 전망 
Ⅳ. 정책 시사점
 
  
  
Ⅰ. 세계경제의 흐름  
  
 
선진국 중심으로 침체국면 진입하는 세계경제  
 
세계경제는 지난 9월부터 심각한 글로벌 금융 경색에 직면하여 실물경제도 동시에 추락하는 복합 불황에 부분적으로 빠지고 있다. 은행 간 자금거래 시장의 불안심리가 기업 및 소비자 금융의 위축으로 파급되면서 투자 위축, 실업 확대,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과잉 채무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서 계속되어 왔던 선진국의 소비 호황이 마감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하강은 과거의 경기침체기에 비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간 세계경기 하강국면에서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성장률이 저하되기 시작한지 5~6분기 뒤에 경기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하강이 길었던 2차 오일쇼크 시기 중에는 성장률이 6분기 이후 반등했다가 다시 1년후 떨어지는 더블딥(double-dip)의 모습을 나타냈다(<그림 1> 참조). 
 
이번 경기하강을 야기했던 요인으로 세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번 경기하강은 복합적 충격(multiple shock)에 의해 유발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제의 하강기에는 한 부문에서의 충격이 경기하강을 유발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하강국면은 공급측면에서의 유가상승과 거품붕괴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의 충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각국의 경기가 동시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기 침체기에는 미국경기 하강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으로 전파되면서 세계경기 하강으로 이어져 국가간 경기변동에 시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기부진시 다른 나라가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현재에는 유가충격의 발생으로 2차 오일쇼크 시기 이후 다시 세계경제의 동시 하강이 발생함으로써 국가간 완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셋째, 이번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그동안의 과도한 소비로 취약해진 선진국 가계의 부채조정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부문에 의해 부풀려진 소비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확대되었고 신용경색 과정에서 가계는 소비절약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급격한 파국보다는 불황의 장기화 예상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세계경기 하강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과거 경기침체의 학습효과로 각국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어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억제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정책 협조를 강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공적 자금의 투입, 자본 확충 및 국유화 등의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한편 재정에 여유가 있는 신흥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도 경기 부양 정책을 강화하여 실물경제의 위축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평균성장률이 높은 개도국의 비중이 커져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선진국의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과거의 동시 불황기와 같이 0%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기는 급격히 추락하기보다는 하강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추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경기하강 국면은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는 경기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의 정책 공조가 실패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위험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급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파생상품 시장이 잇따라 무너지거나 이란 핵 위기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재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제위기, 미국-러시아의 관계 악화나 미국 신정부의 강경한 통상정책으로 인한 무역마찰 심화 등 글로벌화를 역행하는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 경우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조정 본격화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추세는 매우 완만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글로벌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신용창출 기능 약화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GDP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소비를 대체할 만한 수요부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자원제약도 여전히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고성장 끝에 유가가 폭등하면서 세계경기를 끌어내렸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당분간 과거와 같은 5% 내외의 성장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3%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기 하강기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글로벌 투자 위축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4%대 후반의 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가 크게 늘었다(<그림 2> 참조). 향후 설비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둔화가 경기하강을 선도하고 있지만 변동성은 투자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개도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줄어들면서 투자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건설, 기계, 철강, 화학 산업등의 생산 둔화가 예상되고 그동안 생산능력이 크게 높아진 부문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유가 90달러대 등락 예상 
 
2009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배럴당 20달러 정도 낮은 9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 압력은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1일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10월 10일 78달러까지 47%나 급락한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OECD 국가의 석유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져 향후 석유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겹쳐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석유소비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올 9월 중 석유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하였다. 이처럼 OECD 국가들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큰 기여를 해 오던 인도와 중국 등 개도국들의 석유수요 증가세도 경기 침체와 유가 보조금 삭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유공급 측면에서 여전히 유가 상승의 압력이 존재하고 있어 유가가 2007년의 배럴 당 70달러 수준으로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 원유생산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非OPEC 산유국 중에서 미국, 브라질, 아제르바이잔 등이 내년에는 원유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급 불안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지만 국제원유시장 전체의 공급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9월에 개최된 OPEC 회의에서 1일 52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였고, 11월 회의에서도 추가감산에 합의하는 등 유가 하락에 대응한 OPEC의 감산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OPEC의 여유생산능력 부족과 올해 들어 나타난 러시아의 원유생산 감소세 전환 등 원유에 대한 공급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란 핵 문제,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긴장 역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멕시코만 심해유전의 한계생산비용이 배럴당 90달러에 이르는 등 유가의 이론가격인 유전의 한계생산비용 상승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Ⅱ. 주요국 경제전망 
  
 
선진국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에 빠진 미국경제의 장기 정체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실물경기 하락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년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된 것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증대에 기인한 바 컸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는데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13.2%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1%p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측면의 메리트가 지속되기 어려운 데다 세계경기도 위축되면서 미국의 수출활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세금환급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도 3분기 정도까지만 지속될 전망이어서 4분기 이후 미국경제가 2~3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경제 불안의 단초를 제공한 주택가격 하락은 내년중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6월까지 고점 대비 16.4% 하락한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S&P Case-Shiller index)가 향후 수년에 걸쳐 추가적으로 10~20%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추세 지속은 금융기관의 추가부실로 이어져 미국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등 신용 창출 능력이 단기간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기능의 약화로 현재 GDP 규모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가계부실이 확대되고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미국기업의 재무구조가 평균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경제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지만, 신용경색과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제약이 큰 기업들은 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미국경제는 0.4%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1%대의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률보다 소비와 수입의 하락추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이미 물량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경기둔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유럽, 미국경기와 동조화 심화 
 
주요국들이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로지역은 경기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불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데다 영국,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추세가 가속되면서 미국과 같은 가계의 부채조정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부진을 겪으면서 역내교역이 위축되고 전체 교역의 8~9%를 차지하는 영국과의 교역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역외교역의 경우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로화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지만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부진과 설비투자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 가동률이 하락하고 신규투자가 줄어듦에 따라 고용사정 역시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경제는 내년 상반기 저점을 기록한 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불안, 가계의 부채조정, 실업 증가 등으로 회복속도는 미미할 것이다.  
 
수출경기 급락·엔고에 고전하는 일본 
 
2002년 이후 미약하지만 수출에 의존해 경기확장기를 이어왔던 일본경제는 세계경기의 둔화로 지난 2/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기후퇴기 진입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의 경우 미국, 유럽과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나 이와 관련된 각종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나 만성적인 소비 정체 속에서 수출이 둔화됨으로써 성장세의 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 공업국의 자본재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와 일본 수출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투자 둔화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글로벌 금융불안의 여파로 수출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엔화마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일본기업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연쇄적으로 설비투자도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9년의 경우 2008년에 극심하게 악화된 교역조건이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안정에 힘입어 다소 개선되면서 내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9년 성장률은 0.5%로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수출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경제도 하강 국면 진입?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돈은 수출과 투자에 주로 의존해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및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향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내 민간부문의 투자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올해 가격상승 요인을 제거할 경우 14%대까지 떨어져 최근 수 년 동안 기록해온 20%대 중반의 신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출둔화로 대외수요가 줄어들면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의 투자활기가 내년 중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중앙정부가 2006년 이후 추진해온 노동합동법 제정 및 발효, 위안화 절상, 에너지 및 환경보호 정책 등도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투자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고정자산투자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주택투자가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림픽 폐막 이후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함께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건설투자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데다 고가 내구재 및 중간재 판매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만일 시장이 붕괴될 경우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화는 중국 정부도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10월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이후 사실상 거시경제 정책기조를 경기부양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2년 만에 은행 대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감세 등 재정확대 정책도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같은 재정정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중국경제는 내년중 8%대의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의 SOC 투자가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중심 성장으로의 정책전환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증가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내구재 소비는 보급률 포화현상과 맞물려 내년중에도 둔화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동유럽, ASEAN 국가 경기둔화 빠를 듯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 글로벌 투자 위축 등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 그리고 수출에서 중간재 및 자본재 비중이 큰 나라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ASEAN 국가,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와 체크,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그림 6> 참조).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투자둔화 효과도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크, 폴란드의 경우 경상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복지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폭도 늘어나면서 쌍둥이 적자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대외부채가 경제규모 수준인 발틱 3국의 경우 EU의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큰 폭의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내수중심국 경기하강은 상대적으로 완만 
 
중동 지역의 경우 원유가격의 하락세로 수출증가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축적된 오일머니를 통해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OPEC 산유국의 석유수입이 금년 중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지만 이를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상당부분을 국부펀드 등에 예치해 자원가격의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설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은 내년 중에도 5%대의 성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 높은 물가상승률, 글로벌 신용경색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경상수지 흑자를 더욱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며, 식료품 부문이 견인하는 10%대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건설과 신성장 산업 육성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큰 서비스업에서 선진국 시장 침체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와 제조업부문 생산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지 않아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하향추세로 물가가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소비가 소폭 회복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정부의 SOC인프라 투자도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남미 경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국내 소비와 국제 원자재 수요 역시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9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 주춤한 가운데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기 둔화 지속,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 유입 감소 등 대외 여건 악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그 충격을 다소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Ⅲ. 국내경제 전망 
  
 
국내경기 흐름 
 
수출의 기여도 하락으로 성장률 저하 
 
국내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불안과 유가상승으로 금년 들어 투자와 소비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수요둔화가 수출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8월중 수출용 출하가 부진해지면서 산업생산 증가세가 크게 꺾여 향후 제조업 부문에서의 성장둔화 추세가 나타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향후 수출둔화에 의해 주도되는 경기의 하강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03년 이후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세계경제 고성장에 기인한 수출의 호조로 우리경제가 4~5%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내년중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7> 참조).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내수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부진이 기업과 근로자 수익 저하로 이어지면서 올해 1%대 증가로 부진했던 실질 국민소득(GNI)이 내년중에도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2004년 이후 높아진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방향 뿐 아니라 크기 면에서도 매우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는 우리경제의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내년중에도 우리경제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에 따라 국내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실질국민소득 둔화추세 지속으로 소비회복 어려움 
 
올해와 내년은 소비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소비는 유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빠르게 위축되어 왔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는 완화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동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향후 소비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두가지이다.  
 
우선 내년까지도 실질국민소득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은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실질국민소득 증가는 1%대에 머물렀다. 국내총생산의 상당부분이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로 해외에 유출됐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수출의 둔화로 인해 소득을 벌어들이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을 때 소비가 살아나려면 소비심리가 급격히 확산되어 저축이 줄어들던가 금융부문으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내년 중에도 이어지고 자산가격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으로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금융기관들도 이제까지와 같은 가계대출 확대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소비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설비투자 제약 
 
설비투자는 80%가 넘는 높은 가동률로 투자 증가 압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원자재 조달난, 원화 가치 하락, 신용 경색으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내년에도 여전히 부진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외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설비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수 부문 역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가동률 하락과 설비 투자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업종별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과 자동차 업종 등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 증설보다는  유지, 보수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조선, 철강 업종 등에서도 향후 설비투자 계획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등 기업친화적 정책 등으로 제도적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의 징후가 보일 때까지는 투자 심리 회복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주택건설투자 침체 지속 
 
건설투자는 올 상반기 마이너스의 성장을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불안감 확산, 건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 악화와 더불어 국내 부동산 가격 약세 지속 및 매수 심리 실종,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미분양 물량 적체 등 대내적 요인이 더해져 민간 주택 건설 투자 침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내수 경기 침체로 상가, 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 투자도 여전히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내년중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균형개발사업의 본격 시행과, 2기 신도시 및 도심 재개발 사업, 공공 SOC 투자 등 정책적 건설 수요 확대가 건설 투자 활성화에 다소 기여할 것이다. 올해 말부터 국토균형개발사업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늘어나고 공공 SOC 투자의 집행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건설투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주택 건설 부문의 부진이 공공 투자로 어느 정도 상쇄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다소 증가한 수준의 건설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수출 
  
 
수출단가 하향압력 거세질 듯 
 
글로벌 불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출단가 상승, 개도국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년말 이후 수출여건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량 기준 수출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원자재 가공 품목들의 수출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수출 주력 품목인 IT 및 전자제품에서 더욱 좁아진 시장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출단가의 하향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더욱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기 부진으로 우리나라가 가져올 파이의 몫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단가하락과 물량증가세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는 對선진국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對개도국 수출도 투자 관련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둔화 추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연쇄적으로 신흥국들에 대한 자본재 및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총액에서의 비중이 22.2%에 달하는 중국의 수출 둔화세가 가시화되면서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균형 수준에 접근 
 
올해 급증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폭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의 하향 추세와 국내 수요 둔화로 수입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 엔화 등 주요국 환율이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는 당분간 달러당 1,100원이 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상품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은 여행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내년 중에도 90달러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항공운임 및 환율 부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의 감소추세는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물가 
  
 
고용창출 부진 지속될 전망 
 
고용창출효과가 큰 민간소비와 건설 부문의 침체로 고용창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취업자수 증가는 둔화되어 올 한해 평균 16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에는 공공건설 부문의 회복 및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 등이 고용흡수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서비스부문의 고용흡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고용부담이 큰 상용직 근로자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중에도 취업자 증가수는 10만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저하와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의 취업준비 기간 장기화 현상이 내년 중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새로운 고용 창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활동 참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내년 중에도 우리경제는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3%대의 낮은 실업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3%대 안정 
 
국제유가 급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유가의 하향안정과 함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많이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금년 1월 이후 지속된 경기하강으로 총수요압력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어 향후 물가의 하향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물가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다.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크게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파급 효과가 큰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계획되어 있는 점도 물가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올해 유가급등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평균 5%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중에는 3%대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5년 이후 3년간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졌던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유가상승의 시차적 효과와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다.  
  
 
Ⅳ. 정책 시사점 
  
 
내년에도 글로벌 금융 불안 요인들이 우리 경제에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최근의 금융 혼란의 파장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외생적인 시스템 교란 요인들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정책 접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책 당국으로서는 적극적인 감세 정책과 아울러 필요 시 임팩트 있는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살펴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과거나 현재 비슷한 소득 수준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취약한 상황은 아닌 만큼 소폭의 적자재정 편성을 꺼릴 일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 역시 물가를 자극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경기하강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낮아지고 원화 환율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가계 부채 부담, 제2금융권 부실화 등 신용경색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만큼 전반적인 완화 기조 하에 국면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가와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경상수지는 내년에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본수지 호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외환시장 불안을 교훈 삼아 외환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자본수지 개선을 위한 국내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시장 참여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쟁게임의 룰을 세우고 관리하는 규칙 제정자 및 심판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정부 개입의 정도와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개입이 시장의 대체가 아닌 시장 실패의 보완을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은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 경색에 따른 흑자기업들의 도산을 막고, 해외 금융시장의 돌발 상황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입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 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실패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시장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정책 당국의 비상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

2008. 10. 25. 23:39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

최근 기업들이 블로그를 고객 접촉을 위한 대표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 블로그는 엄연한 하나의 투자처로서 투입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 블로그를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새로운 고민거리, 기업 블로그 
 
블로그가 생겨난 지 10여 년이 흘렀다. 블로그는 ‘웹 로그(Web Log)’의 줄임말로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에 ‘기록을 남기다’라는 뜻의 로그(Log)라는 단어가 합성된 것이다. 어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블로그에는 누구나 쉽게 글과 사진을 올릴 수 있으며, 독자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달 수 있다. 또 글과 사진이 마음에 들면 쉽게 복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옮길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이 블로거들 사이에서 반복되면 특정 컨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했던 마샬 맥루한(H.M.McLuhan)이 오늘날 블로그 같은 소셜 미디어를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최근 새로운 표현 수단을 찾아 매일 세계적으로 7만개 이상의 블로그들이 새로 생성되고 있다. 존 카스는 이러한 블로그 확산 현상을 ‘현대 기술 발전의 산물이자 문화적 현상’이라 분석한다. 블로그를 통한 정보의 확산이 일시적인 문화적 현상으로 끝날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정보 탐색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대화의 창이 생겨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회요인이 될 수가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하는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발빠른 기업들은 이미 얼리 아답터(early adoptor)가 되었다. 델, IBM, 마이크로소프트 및 시스코시스템스 등 세상의 변화를 선도해왔던 다수의 하이테크 기업들은 블로그를 고객 접점 채널로 결정하고 블로그 공간을 열었다. 이들 기업은 블로그의 확산을 또다른 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블로그에 대해 전혀 고민을 하지 않거나 도입을 보류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우후죽순처럼 블로그가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현재 포춘 500대 기업 중 9.7 % 만이 기업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블로그의 증가 속도에 비해 확산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업 블로그가 이메일이나 기업 홈페이지처럼 기업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툴이 될 것인가? 모든 기업들이 얼리 어댑터들을 따라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떠한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기업 블로그를 채택하는 이유  
 
개인 블로그는 수를 헤아리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블로그를 검색해주는 테크노라티(Technorati)라는 검색 사이트까지 탄생한 것을 보면 블로그의 빠른 증가 속도를 알 수 있다. 유투브, 마이스페이스, 세컨드라이프 등의 다양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중에서도 블로그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블로그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 특정 기업에만 배타적으로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블로그에 쉽게 접근해서 쉽게 가입하고 자유롭게 글을 올린다. 이처럼 블로그는 이용자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온라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기업 블로그는 이러한 개인 블로그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얼리 어댑터 기업들이 기업 블로그를 시작했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기업은 철저히 이익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기업 블로그는 어떻게 기업이익을 높이는데 기여한단 말인가?  
 
기업이 블로그를 시작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고객 즉, 소비자들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소비자들이 블로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기업과 그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에서 찾고 의견을 올린다.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에 찬성을 하든지 반대를 하든지는 블로그 활성화에 큰 장애물이 아니다. 블로거들은 사실 여부보다는 옳든 그르든 서로 의견을 주장하고 교환하는 광장으로서 블로그를 이해하고 활용한다.  
 
이럴 경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방관, 적극적인 정보 유도, 혹은 그 중간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정보나 혹은 잘못된 정보가 블로그 공간에서 세포분열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지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 블로그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델은 2005년 제품 서비스에 대한 블로거의 불만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경험한 적이 있다. 일련의 시련을 겪은 델은 2007년 ‘DIRECT2DELL’이라는 자사의 블로그를 내놓았다. 델의 이 블로그는 이후 대표적인 기업 블로그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대응하고 그들과 새로운 공간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서 얼리 어답터들은 자사 웹 사이트에 부가 기능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혹은 독립적으로 기업 블로그를 만들었다. 기업 블로그에서 대화를 이끄는 블로거 역할을 맡기기 위해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문가를 고용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공간에서 고객과의 대화를 위해서 전담 블로거를 고용했다. IBM은 모든 직원이 블로거가 될 것을 전사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심지어 CEO들까지 직접 나섰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인 조나단 슈와츠( Jonathan Schwartz), GM의 CEO인 밥 루츠(Bob Roots), 그리고 매리어트의 CEO인 빌 매리어트 (Bill Marriott)는 자사를 대표하는 블로거가 되었다.  
 
기업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두 번째 이유는 고객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마케팅 효과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고객과의 접촉을 온라인에서 수평적으로 넓히는 잠재력이 있다. 혼다 테츠야(Honda Tetzuya)는 이것을 ‘과거 대중 매체를 통한 마케팅 푸쉬(push) 방식에서 풀(pull) 방식으로의 변화’로 해석한다. 블로그에서 흥미로운 컨텐츠와 대화를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직·간접 홍보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자사의 기업 블로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은 블로그 공간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파워 블로거들을 활용하여 기업 블로그 운영에서 얻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노키아는 자사의 ‘블로거 관계 확장 캠페인’의 일환으로 노키아의 대표적 상품중의 하나인 N90 폰을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에게 보내주면서 제품을 사용해보고 평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을 수락한 블로거들은 제품을 실제 사용해본 뒤 평가 결과를 블로그에 올렸다. 노키아는 이 결과를 마케팅, 홍보뿐만 아니라 제품 혁신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키아는 블로거들에게 자사에 유리한 글을 올려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좋은 점이 부각하는 것도 좋지만 솔직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시 캠페인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경영 환경에서는 글로벌 마케팅 관점을 배제할 수 없다. 얼리 어댑터들 가운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이 많았다. 블로그에서는 지역과 문화가 다르더라도 누구나 장애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델 컴퓨터는 현재 자사의 블로그를 4개 국어로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용 언어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기아 자동차가 글로벌 비즈니스 블로그인 기아버즈를 홍보 미디어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좋은 사례이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 브랜드 마케팅과 연관성이 높다.  
 
셋째, 기업 블로그 얼리어답터들은 블로그를 통해 고객과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마켓 센싱(market sensing)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소비자를 두려워한다면 기업 블로그를 해서는 안 된다. 얼리 어댑터들은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을 토대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기 위한 마케팅 인사이트를 강화하고 소비자의 불만을 체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객 서비스 방안을 마련한다.  
  
블로그는 반드시 필요한가?  
 
기업은 반드시 블로그를 운영해야만 하는 것인가? 수많은 기업 블로그가 생겨났으나 여전히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거나 심지어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기업이 블로그를 열지 않는다고 해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대중에게는 블로그가 비용 부담 없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다. 하지만 기업에게는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가 들어가는 엄연한 하나의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블로그를 운영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고객의 특성이다. 자사의 제품 성격상 고객과 블로그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기업에 이득을 가져다 주는가? 대체로 일반 소비재와  내구재는 소비자들의 입소문과 평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X세대와 Y세대는 자신이 쓰는 제품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의견을 올리는 성향이 있다. 이들이 올린 내용이 퍼져나가 제품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객층이 고정적이거나 시장이 특화되어 있는 산업에서는 기업 블로그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중장비, 석유화학, 특수금속 및 건설업은 전형적인 B2B 비즈니스로서, 기업 고객이 대부분이며 장기적인 거래 관계가 중요하므로 블로그에 대한 투자의 가치가 낮다.  
 
또다른 고려사항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일관성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블로그를 운영할 조직의 역량과 인력, 기타 자원의 투자 가치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기업 블로그는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실 있게 운영해나가기는 만만치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적 기업 블로그를 위한 제안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을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첫째, 확실한 비즈니스 목적이 있어야 한다. 블로그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단순하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장을 열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업 블로그는 목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그림> 참조). 기업 홈페이지처럼 기업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길 것인가? 마케팅 목적에 집중할 것인가? 고객으로부터 구매를 유도하는 목적인가 혹은 고객의 불만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창으로 활용할 것인가? 분명한 방향을 설정해야 목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코카콜라는 2008년 1월‘Coca-Cola Conversations’ 라는 기업 블로그를 열었다. 이 블로그는 코카콜라의 판매를 위한 직접적인 목적보다는 코카콜라의 PR에 목적을 두고 있다. 코카콜라의 역사적 사건들, 문화, 과거 브랜드 등을 소개하고 독자들의 의견도 올린다. 필 무니라는 담당 블로거는 담담한 문체로 코카콜라 팬들의 관심과 지속적 애정을 유도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 홈페이지와는 다른 방식의 혁신적 PR 방법이다.  
 
둘째,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 특징을 고려하고 고객의 특성을 고려하여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해야 한다. 기업 블로그의 이름도 기업명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나름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블로거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기업 블로그의 대표격인 델의 ‘DIRECT2DELL’, 시스코시스템스의 ‘The Platform’,그리고 앞서 언급한 코카 콜라의 ‘Coca-Cola Conversations’등은 블로그에 새로운 브랜드를 입혀 해당 기업의 특성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기업 블로그에 고유한 색채로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게 한다.  
 
셋째,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블로그 공간에서 블로거들은 기업 홍보물 형식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 않는다. 블로거들은 메시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중심으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야 한다. 대화의 내용을 연출해서도 안 된다. 혹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오더라도 예민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견해의 차이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를 위해서는 컨텐츠의 질, 다른 블로거들과의 교류, 민첩한 응답, 컨텐츠 포스팅 등이 모두 중요하나, 그중에서도 고객을 배려한 블로거의 진솔함이 가장 중요하다. 
 
CEO가 블로거 역할을 하는 경우에도 권위적이거나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인 조나단 슈와츠는 자신의 블로거 운영 경험을 술회하면서 “사람들이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블로거들은 기업 블로거가 자신들과 같은 수준에서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컨텐츠의 유통에 신경 써야 한다. 소비자가 블로그를 방문하는 것은 스스로 검색을 하거나 아는 사람한테 소개를 받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방문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파워 블로거의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그들과 지속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기업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2005년 구글 블로거인 마크 젠은 자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올렸다가 해고되었다. 2007년 호주의 미디어 그룹 페어팩스도 블로거 잭 막스를 기업의 정책과 맞지 않는 풍자적인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많은 블로거들이 컨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지침이 없어 사내 비밀 혹은 신상품 개발 정보를 누출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 블로거의 얼리 어답터인 매크로미디어는 사내 블로거를 상품개발팀에 한정하여 50~6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블로그 가이드라인을 갖추어야 한다. 
 
CEO 블로거를 선도 했던 선 마이크로 시스템즈의 조나단은 “내가 먼저 시작했던  블로그도 곧 그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 블로그가 관심을 잃게 되기 전에 경쟁사보다 더 빨리 변화를 포착하고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기업 블로그는 아직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태이고 기업이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기업 블로그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인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맞는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그 성과를 측정할 것인지도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

 


2008. 10. 25. 23:28

디자인 경영의 진화 패러다임

디자인 경영의 진화 패러다임


디자인이 제품의 형태를 다듬는 개념에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포괄적으로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자인 경영도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추구하는 확대된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품 외형의 개선이나 단발적인 히트 상품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성장의 툴로 확산되고 있는 디자인 경영에 대해 살펴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디자인 활동 성과가 그야말로 눈부시다. 최근 LG전자가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상인 Reddot Design Award를 수상하였다. 이 상은 디자인의 미래를 제시하는 기업에 수여되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최초이며 아시아에서는 2000년 소니의 수상에 이어 두번째이다.  
 
매년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주요 혁신상을 수상하며 디지털 한류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CES 혁신상은 디자인과 기술이 우수한 제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한국 기업들은 소니와 필립스 등을 제치고 해마다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괄목할만한 성과들은 일찍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 강화에 힘을 기울인 주요 기업들의 각고의 노력의 결과이다. 디자인은 점차 제품 기획에서 만족도 조사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경영의 주요한 도구로 부각되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며 외형적으로 상당한 디자인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디자인을 여러 제품 속성 중의 하나로 여기고 해당 기능의 강화에만 주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본 고에서는 디자인 개념의 변화와 함께 디자인 경영이 진화해 가는 방향성을 살펴보려 한다. 
  
디자인은 스타일에 머물지 않는다 
 
디자인이라면 일반적으로 특정 스타일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형태와 색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다. 디자인은 목적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행위이다. 초기에는 실용적이고 미적인 가치를 중시하다가 점차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기능으로 확산되고 있다. 
 
P&G의 디자인 혁신 담당인 클라우디아 코치카는 디자인의 유형을 4단계로 제시한다. 첫번째는 디자인 마인드의 결여(Clueless) 단계로 제품의 기능 구현에만 치중하여 제품의 형태나 사용자의 편의가 고려되지 않는다. 이해하기 힘든 사용 설명서와 복잡한 기능들로 제품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 두번째는 스타일(Style) 단계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반영되어 제품의 형태와 포장에서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적인 기능 구현이 우선이고 디자인은 외형과 최종 마무리를 맵시 있게 다듬는 수준에서 활용된다. 세번째는 기능 향상(Function) 단계로 디자인이 외형 꾸미기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좀 더 쉽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형태를 변형시켜주는 단계이다. 디자인과 기술의 협업이 강조되고 디자인에 의해 제품의 형태가 수정되고 기능이 더욱 향상된다. 마지막 단계는 문제해결(Problem Solving) 단계로 디자인이 제품의 스타일과 형태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실제 제품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디자인이 R&D와 회사 내부 역량을 결집하여 소비자의 소비 활동과 구매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개념의 변화와 함께 디자인 경영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목적은 사람과 돈, 물자, 기술 등을 이용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이익을 거두는 것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역할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최근에는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산에서 마케팅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으로 경영의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경영의 진화 포인트 
 
디자인을 중심에 둔 경영 패러다임인 디자인 경영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디자인 개념의 확대로 인해 그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디자인 경영의 변화 모습을 살펴보자. 
  
● 스타일에서 고객의 구매 경험으로 확대 
 
과거의 디자인이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상품의 포장이나 외형을 다루었다면 이제 소비자의 문제 해결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 디자인 경영은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디자인 경영이 추구하는 고객 지향적 프로세스는 소비자가 당면한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다. 기존의 마케팅 조사는 통계 조사의 한계로 인해 고객의 잠재적인 니즈를 찾지 못하고 평균적인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데 그치는 경향이 있다. 자연히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해 사장되고 범용적인 제품 기획이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고객이 표현하지 않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실제 사용 행태와 인지적 특성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클라우디아 코치카는 P&G의 첫 ‘디자인 혁신 전략’ 담당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브랜드 팀에 톱 디자이너들을 기용하였다. 이는 제품 디자인이나 패키지 등의 추상적인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떻게 제품을 경험하는지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P&G는 소비자들을 인터뷰하지 말고 직접 그들의 집을 방문하라고 한다. 실제 그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여 소비자들이 불만족스럽지만 표출하지 않는 속성들을 끄집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파악한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단순한 외형에만 한정하지 않고 사용자의 구매 과정이나 사용 패턴에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저귀의 경우에도 기저귀 품질이나 형태에만 국한하지 않고 속옷 개념으로 인식하여 패션 디자이너까지 두고 있다.  
 
LG 구본무 회장도 지금까지 개별 제품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객의 생활 공간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LG전자는 디자인을 제품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을 벗어나 제품과 고객 사이의 드라마로 규정한다. 제품에만 머물지 않고 고객의 마음에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는 것을 추구한다. 궁극적으로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새로운 생활과 더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다.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디자인은 유형의 제품뿐만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회사인 카이저 퍼머넌트는 2003년에 방문 환자의 증가와 비용 절감을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하였다. 디자인 컨설팅사 IDEO는 환자들이 의료 시설을 이용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환자의 입장에서 관찰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IDEO는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한 체크인 과정이 복잡하고 대기 과정도 매우 불편함을 파악하였다. 어린 아이와 노인들, 그리고 이민자들은 병원을 방문할 때 대부분 부모나 친구들과 함께 오게 되는데 대기실에는 환자 이외에 출입이 금지되어 환자가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진료실에서도 공포스런 의료 기기에 둘러 쌓인 채 20분 가까이 홀로 기다려야 했다. 이런 환자가 경험해야 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IDEO는 새로운 의료 장비 구매와 공간 확대를 성장 전략으로 도출하지 않고 환자의 치료 경험 개선을 제시하였다. 의료 서비스를 받는 과정을 쇼핑 공간처럼 환자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도록 권고하였다. 소비자의 문제 해결을 유형의 건물과 시설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고객 경험에서 찾은 것이다. 
  
● 창의적 경영 체질 구현 
 
디자인 경영은 회사 전반의 경영 프로세스와 조직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진 기업들은 창의성을 디자인 경영의 토대로 인식하며 조직 내에 창의적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P&G의 래플리 회장은 2000년 CEO로 취임한 이후에 기술과 마케팅 중심에서 디자인 경영 중심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이후 수천 명의 임원과 중간 관리자를 정리하였지만 디자인 관련 인원은 4배로 늘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R&D에서 탈피하여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C&D(Connect & Development) 전략은 디자인에도 유사하게 적용이 된다. P&G는 주요 디자인 작업은 외주로 주고 사내에서 디자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부의 디자인 매니저들은 외부의 디자인 에이전시와 사내 제품 매니저, 마케팅팀, 개발팀 사이에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 받으며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를 R&D 부서에 파견하여 전체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 통찰력을 가지고 제품 개발에 동참하도록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사내의 혁신 교육센터를 통해 디자인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리자들에게 디자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디자인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 아이디어가 묵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런 조직적 지원과 협업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활용하는 프로세스를 총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는 창의성과 상상력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취지로 상상력 약진 프로젝트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창의와 혁신 문화를 전사적으로 촉진시키고 있다. 또한 시장과 고객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이 내부 관리에 치우치지 않고 외부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파악하고 마케팅과 디자인 역할 강화와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내부의 전문가들을 조직의 다양한 부문에 2년간 파견하여 마케팅 지식의 전파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그 뿐 아니라 디자인 컨설팅 인력들을 영입하여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는데도 열심이다.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 기존 혁신의 한계를 넘어 
 
비즈니스위크誌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공동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 두번째 진행된 조사에서는 애플이 1위를 차지하였고 국내 기업들은 LG전자, 삼성전자, SK텔레콤이 포함되었다.  
 
혁신을 추구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최고의 관심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이를 위해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 등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 인수가 속속 실패로 이어지고 무리한 M&A가 오히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인수합병이 아닌 회사 내부 자원을 활용한 자생적 성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위크誌의 조사에서도 91%의 기업이 자생적 성장을 통한 혁신을 중요하게 평가하였다.  
 
자생적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반드시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혁신 기술에 시장에서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기술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성장 돌파구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  
 
소니의 명예회장인 오가 노리오는 소니의 제품이 경쟁사와 비교해 기술력과 가격, 성능, 기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였다. 소니의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유일한 요소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100대 혁신 기업의 공통된 혁신 요소도 디자인 차별화로 분석되고 있다.  
 
애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계 1위의 혁신 기업으로 선정된 애플은 창업이래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출시해 전세계 MP3 플레이어의 약 70%를 점유하였고 매출은 출시 이후에 두 배까지 성장하였다. 아이팟은 흰색의 선과 심플한 형태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깔끔한 스타일만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기존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성능과 음질을 강조하고 디자인도 개별 기기의 스타일에 주력하였다. 그러나 아이팟은 디자인과 소비자의 편리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곡을 구매하고 음악을 향유하는 소비 스타일까지 디자인하였다. 이로 인해 아이팟은 단순한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애플이 고질적인 기술 집착증에 벗어나 디자인을 모든 혁신의 중심에 두고 재기에 성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성장의 도구, 디자인 경영 
 
기업들의 R&D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신성장 엔진의 열쇠를 기술 개발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이 항상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들의 과잉 경쟁으로 고객의 기대 수준을 넘어버리는 오버슈팅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한 회사 내부적인 기술 로드맵에 따라 제품을 출시하면 창의적인 제품 아이디어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기술은 진화 발전하기 때문에 몇 단계를 뛰어 넘어 현상을 급격하게 타파하기는 힘든 것이다. 
 
이에 반해 디자인은 기술 혁신에 비해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회수 기간도 짧다. 특히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차별화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는 디자인이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고객에게 사랑 받는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디자인을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투입 비용 대비 더 효과적이다. 애플은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디자인에 전념하고 엔지니어는 그 디자인에 맞게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찾아내도록 하는 생산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디자인을 형태와 스타일로만 받아들이면 그만큼만 활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디자인 경영을 새로운 혁신의 툴로 인식하게 된다면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인 성장 도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2008. 10. 25. 23:23

글로벌 트렌드와 디자인 경영의 미래

글로벌 트렌드와 디자인 경영의 미래

인구구조 변화, 신흥 시장의 성장, 환경문제 심화 등 사업환경의 변화가 가속되면서 고객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미래 비즈니스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달라진 삶의 방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디자인 키워드를 주목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의 목표 고객과 디자인의 역할은 시대와 가치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왔다. 19세기 대량생산의 시대 이전에는 극소수를 위한 디자인이 중요했다. 예술품과 장식적 공예 등을 소비하는 상류층을 위한 디자인이 그것이다.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디자인의 고객층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에는 기능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대중디자인이 시작되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 의식이 고도화되면서 산업디자인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카림 라시드, 필립 스탁과 같은 유명 산업디자이너들이 등장하였으며, 대중을 위한 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21세기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인구구조의 변화, 새로운 경제권의 부상,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등 새롭고 거대한 사업환경의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기업의 고객인 개인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달라진 삶의 방식에 맞게 고객가치가 변화하면서 디자인 부문에도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회와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도 요구하는 디자인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선진기업과 후발기업들이 각각 나름의 디자인 영역을 구축하고 디자인 경영을 강화하는 시기인 만큼, 우리 기업들도 미래 디자인 트렌드 변화를 주목하는 것이 당연하다. 디자인의 역할, 고객이 변화하고, 기업간 디자인 전략의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지 주요 트렌드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편리·안전에 대한 수요 확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첫 번째 글로벌 트렌드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이다. 전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시대가 가고 고령자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인구의 증가는 이미 상당수준 진행되어 왔다. 영국디자인협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절반에 가까운 영국인구가 50세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같은 기간 미국 인구의 20%, 일본 인구의 25%가 65세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선진시장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선진국을 넘어 중국과 같은 개도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예들 들어, 중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추진해온 저출산 정책에 따라 1명의 자녀를 가진 가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결과 향후 중국의 인구구조 고령화는 현재 선진국 고령화 이상의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이다. 
 
때문에 편의성과 안전으로 대표되는 배려가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 가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점차 대중시장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둔화되면서 힘이 적게 들고, 조작이 단순한 디자인 제품이 증가하고 있다.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제품-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통합형 상품의 등장도 관찰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된 라이프솔루션(LG Business Insight 959호 참조)이 여러 산업에서 전개 중이며, 노인 대상의 의료, 개호 부문에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라이프솔루션 제품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 모든 생활환경 속에 적용되면서 Smart Home(가전의 지능화), Ambient Intelligence(환경의 지능화, 지능형 생활공간)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고령자들의 사회활동과 참여 증가에 따라 고령자 대상 디자인 수요가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도 예상된다. 
  
신흥 시장의 소비 고도화와 고객가치의 다양화 
 
둘째, 신흥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객가치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BRICs와 같은 신흥 경제권의 성장은 수년째 세계 글로벌 비즈니스 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흥 시장의 성장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2% 내외인데 비해 신흥 시장은 전반적으로 7%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경 세계 경제의 40%이상, IT 산업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될 것임을 예측하기도 하였다. 또한 UN이 ‘밀레니엄개발목표’에 따라 2015년까지 절대빈곤층을 1990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신흥 시장의 지속 성장을 예상케 한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시장은 서구적 디자인 가치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와 소비행태를 고려한 디자인 가치 중심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신흥 지역의 소비자 의식이 고도화되고, 이는 디자인과 같은 고차원적 니즈를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인 구매력 증가로 인해 신흥 지역 소비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잠재적 니즈가 표출되고 있기도 하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도,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 지역의 중간계층 소비자인 Next Billion의 구매력과 성장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지역의 소비자들도 단순히 저가의 기능성 제품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맞는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친화적 디자인에 대한 관심 증대 
 
셋째, 기후변화, 자원고갈과 같은 지구환경의 파괴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이상기후로 인한 고온, 폭우, 허리케인 등의 발생빈도와 피해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태평양에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닐,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폐기물들이 미국 텍사스주 2배의 크기로 바다를 뒤덮고 있다고 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현재의 산업 패러다임하에서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친환경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오염원을 과다 배출하거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제품과 기업을 점차 외면하는 상황이다. 제품의 형태, 기능, 에너지 사용량 등 디자인의 친환경성 여부가 중요한 구매결정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내가 먹고 사는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블로그, 커뮤니티 등 웹의 새로운 도구를 바탕으로 양적, 질적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에 대한 배려가 결핍된 디자인은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에 대한 기여, 지속가능성 등을 기업 전략과 홈페이지에 명문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선진 시장 중심으로 법·제도적인 규제가 현실화 
 
마지막으로 새로운 법·제도 트렌드도 미래 디자인 변화를 이끄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먼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를 강제하는 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장애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을 꾸준히 보완, 발전시켜왔다. 인종과 연령 차별에 대한 법 제·개정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규제는 기업의 고용, 인사정책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때문에 규제의 범위가 점차 제품의 기능, 형태 등 디자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인과 장애인들의 사회활동과 참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시설,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디자인에 대한 직접 규제 트렌드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도 기업들에게 시급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교토의정서와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 오염원 과다배출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1년 소니는 유럽으로 수출하려던 자사 제품 내부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되어 막대한 손해를 본 바 있다.  
  
2006년 이후 유럽의 RoHS(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 일본의 J-MOSS(전기전자기기화학물질표시방법)에 이어 중국도 China RoHS와 같은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러한 추세는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규제의 범위가 제조 공정은 물론 완성품의 형태와 기능에 까지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소재, 표면처리의 친환경성 문제는 글로벌 규제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디자인 전략도 달라져야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따라 편의성과 안전, 가치의 다양성, 공존과 같은 새로운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웹 2.0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로 개인의 영향력이 극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가치, 제도의 글로벌 확산 속도와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들은 변화하는 고객가치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디자인은 기능적, 시각적으로 고객과 기업이 일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매개이다. 필립스는 비교적 일찍 사회 변화와 미래 디자인의 관계를 파악하고 ‘하이 디자인(High Design)’이라는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왔다. 인문학적 연구와 기술적 변화 탐색을 병행하여, 달라지는 사회 모습에 따라 발생 가능한 디자인 문제에 대해 최적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디자인 이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 디자인 경영의 3대 이슈 
  
1.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이란 간단히 말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연령, 장애여부, 인종, 교육수준 등 개인적 특성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벽 없고(Barrier-free), 접근 가능한(Accessible), 보조/재활 기술(Assistive Tech) 등이 유니버설디자인의 주요 특징이다. 이러한 개념은 그 자체로 고령자의 증가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확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 등과 같은 가치 변화 트렌드에 부합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주로 미국, 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며, 영국에서는 ‘Inclusive Design’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표현상의 차이에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공존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구성한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최근 들어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전자산업과 같은 하이테크 분야로 확산 중이다. 세계 최고 IT 전시회 중 하나인 세빗(CeBIT)에서 작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관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특히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는 이미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히트제품을 만들거나, 기업의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마쓰시타와 같은 기업에서는 세탁기의 드럼을 비스듬하게 설치하여 키가 작은 사람도 손쉽게 세탁을 할 수 있는 히트 제품을 만들어 냈다. 마쓰시타는 내부적으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품의 개발에서부터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전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업체인 도시바는 유니버설디자인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로 명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버튼형 냉장고를 개발하여, 육체적 능력이 저하된 노인들도 버튼 하나로 손쉽게 냉장고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수도꼭지, 변기 등 욕실용품 제조사인 토토(TOTO)는 별도의 유니버설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전사적인 전략에 유니버설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관련된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인인구 증가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주류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신흥시장의 소득 증대로 서구형 제품, 활용법이 복잡한 제품은 점차 다문화를 포용할 수 있고, 간단하고 직관적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전세계적 법, 규제 트렌드도 유니버설디자인 시장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2.지속가능디자인 
  
지속가능디자인은 주로 지구 환경과 관련된 개념으로 비교적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이슈가 디자인 분야에 특화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지속가능디자인은 현재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의 상당 부분이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자성에서 출발한다. 지구환경 파괴와 자원남용으로 미래 후손은 물론 지금 세대의 생존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인만큼 향후 지속가능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가능 경영의 선도적 기업인 필립스는 디자인 부문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일찍 고민하기 시작했다. 필립스는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을 보다 세분화하여 환경, 사회, 개인 부문으로 구분하고 디자인 혁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영국디자인협회는 매력적인 제품,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속가능디자인을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를 바꾸고,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Dott 07’이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Dott는 Design of the time의 줄임말로 우리 시대의 디자인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 모색을 목표로 한다. Dott 07에서는 생활, 농업, 주거, 인구, 교육 등 삶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세부주제에 대해 다양한 디자인 개선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가능디자인과 관련된 니즈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실제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자원고갈로 인한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디자인 관련 수요의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고 소비자 의식이 고도화된 영국에서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선진 시장에서부터 환경친화적 디자인 수요가 증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디자인은 선진 시장에서 일종의 차별화 전략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지속가능디자인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형태와 기능이 환경친화적이지 않거나, 자원활용의 효율성이 낮을 경우 법, 제도 및 국제 협약에 따른 직접 규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속가능디자인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및 기업 이미지 제고 전략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3.확장된 패밀리룩 
  
패밀리룩이란 같은 기업, 같은 브랜드의 제품간 유사한 디자인 컨셉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메이커 BMW는 ‘키드니 그릴’과 같은 디자인 컨셉을 자사의 전 차종에 공유하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들도 이미 패밀리룩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패밀리룩은 동일 제품군 혹은 동일 사용환경내 제품간에 디자인 특징을 공유하는 정도이다. 또한 같은 기업내의 제품에서만 같은 디자인 컨셉을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확장된 패밀리룩이란 기존 패밀리룩의 범위를 고객성과 관점에서 확대시킨 디자인 전략이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통합형 제품, 생활공간 등으로 이동하면서 복합형 제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패밀리룩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합형 제품, 서비스, 생활공간의 경우 하나의 기업이 제공하기 어렵다. 전자, 건설,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부문의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통합성에 맞는 시각적인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참여하는 각 기업의 디자인 부서간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LG의 전자, 화학, 생활건강 3사는 LG디자인협의회를 창설하고 상호간 협력방안을 모색 중이다. 필립스는 Ambient Intelligence와 관련하여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자사의 디자인 비전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향후 확장된 패밀리룩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향후 라이프솔루션과 같은 복합형 제품이 증가하고, 통합형 생활공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확장된 패밀리룩이 효과적인 디자인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제품, 서비스, 생활공간에 대한 철저한 고객성과 관점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디자인 경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 
 
디자인 경영은 이제 선진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디자인 전략과 디자인 경영도 레드오션화가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내 전자기업의 신제품 디자인은 중국기업과 같은 후발주자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모방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터키와 같은 신흥 지역의 기업들도 모방 단계를 벗어나 자신만의 디자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가격대비성능’을 넘어 ‘가격대비디자인’을 무기로 선발 주자들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디자인 선도기업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 철학과 전략, 명성을 활용하여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가치를 제고하고 차별적 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세가지 이슈는 디자인 부문에서 점증하는 경쟁을 극복하고, 장기적 관점의 전략방향을 수립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내부 혁신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디자인 전략 수립시 중장기적인 가치 변화에 대한 예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경우 고객들의 가치가 효율성에서 평등, 배려와 같은 가치로 이동하는 중장기 트렌드를 반영한다. 지속가능디자인은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현실화 및 이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중장기적 가치와 트렌드 변화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디자인 전략과 전사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형의 가치를 조직 전체에 이식하는 것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래 예측이 향후 디자인 경영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둘째,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디자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복합 상품의 등장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 여러 기업간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경우에는 디자인을 위해 전문적인 부문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의료, 심리, 건축, 문화, 인문학 등 새로운 고객의 특성과 행동양식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 산업에 걸쳐 기업간 협업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서, 디자인이 협업적 혁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셋째, 소재, 표면처리 등 고부가가치 디자인 부문의 R&D에도 자원투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재와 표면처리는 유니버설디자인에서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결정적인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재의 친환경성 여부는 지속가능디자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소재, 표면처리 기술은 고객에게 시각, 촉각을 아우르는 공감각을 통해 높은 감성적 만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후발주자의 모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

2008. 10. 21. 00:57

['이야기'가 세계경제를 바꾼다] <4>스토리텔링 마케팅 "베트남서 총알 막아준 지포 라이터" 판촉

 

"베트남서 총알 막아준 지포 라이터" 판촉

['이야기'가 세계경제를 바꾼다] <4>스토리텔링 마케팅

● 할리 데이비슨은 오토바이보다 자유를
● 나이키는 스포츠 용품보다 도전정신을
● 애플은 컴퓨터보다 세련된 디자인을
● 기업은 훌륭한 이야기꾼 돼야


지난 12월 4일 흰 눈을 이불처럼 소복이 덮어 쓴 미국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 벤쿠버. 작가와 소설가들로만 구성된 경영 컨설팅회사 '아하!(Aha!)'를 찾았다. 사무실 안은 동화에 나올 법한 가정집 풍경이다. 머핀이 가득 담긴 상자나 나무 식탁, 흔들의자 등은 모두 수십 년씩 된 것들이다. 직원들 옷차림도 다 캐주얼 차림이다. 이 회사 설립자 베지 헤닝(Henning)과 브렌다 에일링(Alling)이 내민 명함에는 이름만 달랑 적혀 있다. 이 회사엔 직원들 직함이 없다. 베지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기업 내의 직원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의사 소통에 아주 효과적인 도구"라며 "우리는 이를 전문적으로 돕는 컨설팅회사"라고 소개했다.


두 설립자는 모두 기자 출신이다. 1990년대 초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축제 사업체를 차렸는데, "이야기가 어른의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것을 보고 이야기 컨설팅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1994년 두 사람이 자택 거실에서 설립한 회사가 지금은 직원이 40여 명으로 불었고, 내년엔 사업 확장을 위해 복층(複層)을 쓰는 건물로 옮길 예정이다.

◆"스토리텔링은 의사 소통의 마법"

2002년 이들은 고객사인 휴렛 팩커드(HP) 직원들에게 5년 후 있을 법한 가상(假想)의 잡지를 만들어 돌렸다. 2008년 비즈니스 위크 신년호에 HP의 성공사례가 큼직한 커버 스토리로 실린 것이다.

제목은 'HP, 잉크젯 프린터 최강에 오르다'. 이 회사 직원들이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자축하는 사진과 함께 어떻게 HP가 성공했는지를 설명하는 3쪽짜리 기사도 첨부했다. 이 회사 임직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정확히 집어 가상의 스토리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 가상의 잡지를 본 HP 직원들은 사기 충천했을 뿐 아니라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확실히 이해했다. 베지는 "복잡한 그래픽과 숫자로 수백 번 회의를 해봤자 직원들 머릿속에 붕붕 떠다니기만 한다"며 "이런 스토리텔링기법을 활용해 봤더니 마법처럼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토리의 힘을 깨달은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이메일이나 블로그 등을 통한 이야기 커뮤니케이션으로 직원들과 일체감을 높이려는 시도도 일고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CEO 조너선 슈워츠(Schwartz)는 블로그를 한국어 등 11개 언어로 운영 중이다. 이곳에 경영전략은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자신이 한때 박물관 경비원이었고 인도·웨일스·헝가리·러시아의 혼혈이라는 것 등을 일기 형식으로 올렸다. 슈워츠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자 직원들과의 대화가 봇물 터지듯 터졌다"며 "결과적으로 내 의사 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더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도 '이야기꾼'이 돼야"

스토리는 소비자 마음을 끌기 위해 기업이 광고나 마케팅에 자주 활용하는 소재다. 생활용품업체 도브(Dove)는 2004년부터 '진실한 아름다움(real beauty)'이라는 이야기 마케팅 캠페인을 가동하고 있다. 전 세계의 평범한 여성들이 출연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리즈다.

최근 에피소드엔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이 여성이 등장한다.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한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이러는 거예요. '얼굴에 레몬을 발라봐요. 주근깨가 좀 옅어질지도 몰라'. 그래서 저는 대답했죠. '괜찮아요. 저는 제 주근깨가 너무 마음에 드는 걸요…'라고."

도브는 코가 튀어나온 여성, 주름이 가득한 70대 할머니 등 다양한 외모의 여성들을 등장시켜 자신의 몸에 대한 사연을 말하게 한다. 이 캠페인으로 도브는 전 세계 여성들 사이에서 '자연 미인' 열풍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었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이제 기업은 상품이 아닌 이야기를 판다"고 말했다. 나이키가 운동화 보다 마이클 조던의 도전정신을 강조하고, 할리 데이비슨이 오토바이보다는 '자유'를, 애플이 컴퓨터보다는 '세련됨'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같은 이유로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는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통풍구에서 스커트 자락을 날리는 명장면을 찍기 위해 페라가모 신발을 고집했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지포(Zippo) 라이터는 베트남전쟁에서 총알을 막아 준 이야기를 끊임없이 광고에 우려먹고 있다.

스타벅스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콩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재배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커피로 만들어 지는지를 매장에 귀여운 캐리커처를 이용해 설명해 놓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커피문화'로 끌어들인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원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이제 기업들도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훌륭한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로 뜬 제품들 


빨간모자와 옷, 흰 턱수염 산타클로스 코카콜라가 광고를 위해 만든 이미지 

빨간 모자와 옷, 흰 턱수염.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가 광고를 위해 만들어낸 모습이란 사실을 아시는가. 코카콜라는 1931년 자사의 빨간 로고와 흰 거품을 상징하기 위해 이런 이미지의 산타클로스를 창조해냈다.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 경제를 우리의 생활 깊숙이 침투시켜 놓고 있다.

◆페어 플레이 정신 대통령을 기리는 테디베어: 1902년 11월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Roosevelt)는 미시시피로 곰 사냥을 나갔다. 대통령이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보좌관이 새끼곰을 생포해 대통령 앞에 풀어 놓게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며 곰을 풀어주도록 했다. 이 일화가 알려지자, 뉴욕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던 모리스 미첨(Michtom)은 대통령의 애칭인 '테디(Teddy)'라 이름을 붙인 곰인형을 팔아 대성공을 거둔다.

◆실연당한 여동생을 위한 메이블린 마스카라= 평범한 화학자 윌리엄스는 1913년 여동생이 실연을 당해 시름에 잠기자, 동생을 기쁘게 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동생을 더 예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바셀린 젤리와 분탄을 혼합해 속눈썹을 진하게 하는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최초의 마스카라다. 그는 동생 이름인 '메이블'과 바셀린을 합친 합성어 '메이블린'이라는 회사를 차려, 마스카라를 대중에게 선보였다. 동생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려는 오빠의 마음, 메이블린은 이 실제 스토리를 브랜드 이미지 전략에 활용 중이다.

◆물이 아닌 치료약 에비앙 생수: 프랑스 혁명 중인 1789년,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 신장 결석을 앓던 한 후작이 요양하고 있었다. 몸에 좋다는 주민들의 권유에 따라 후작은 에비앙의 지하수를 꾸준히 마셔 병이 깨끗이 나았다. 후작은 이 마을의 물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 물이 알프스 산맥의 눈과 비가 약 15년에 걸쳐 내려오며 정화됐을 뿐 아니라 미네랄 성분이 포함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1878년 마침내 에비앙 생수는 프랑스 정부에서 공식 허가를 받아 상품으로 판매된 세계 최초의 물로 기록됐다.


공동기획: 미래상상연구소

[신지은 기자(벤쿠버(미국 워싱턴주)) ifyouar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