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5. 23:23

글로벌 트렌드와 디자인 경영의 미래

글로벌 트렌드와 디자인 경영의 미래

인구구조 변화, 신흥 시장의 성장, 환경문제 심화 등 사업환경의 변화가 가속되면서 고객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미래 비즈니스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달라진 삶의 방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디자인 키워드를 주목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의 목표 고객과 디자인의 역할은 시대와 가치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왔다. 19세기 대량생산의 시대 이전에는 극소수를 위한 디자인이 중요했다. 예술품과 장식적 공예 등을 소비하는 상류층을 위한 디자인이 그것이다.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디자인의 고객층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에는 기능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춘 대중디자인이 시작되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 의식이 고도화되면서 산업디자인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카림 라시드, 필립 스탁과 같은 유명 산업디자이너들이 등장하였으며, 대중을 위한 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디자인은 어떤 모습일까? 21세기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인구구조의 변화, 새로운 경제권의 부상,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등 새롭고 거대한 사업환경의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기업의 고객인 개인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달라진 삶의 방식에 맞게 고객가치가 변화하면서 디자인 부문에도 새로운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회와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도 요구하는 디자인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다. 선진기업과 후발기업들이 각각 나름의 디자인 영역을 구축하고 디자인 경영을 강화하는 시기인 만큼, 우리 기업들도 미래 디자인 트렌드 변화를 주목하는 것이 당연하다. 디자인의 역할, 고객이 변화하고, 기업간 디자인 전략의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지 주요 트렌드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편리·안전에 대한 수요 확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첫 번째 글로벌 트렌드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구조 변화이다. 전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시대가 가고 고령자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인구의 증가는 이미 상당수준 진행되어 왔다. 영국디자인협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절반에 가까운 영국인구가 50세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같은 기간 미국 인구의 20%, 일본 인구의 25%가 65세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선진시장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선진국을 넘어 중국과 같은 개도국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예들 들어, 중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추진해온 저출산 정책에 따라 1명의 자녀를 가진 가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결과 향후 중국의 인구구조 고령화는 현재 선진국 고령화 이상의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이다. 
 
때문에 편의성과 안전으로 대표되는 배려가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 가치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점차 대중시장에서도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둔화되면서 힘이 적게 들고, 조작이 단순한 디자인 제품이 증가하고 있다.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제품-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통합형 상품의 등장도 관찰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제품과 서비스가 통합된 라이프솔루션(LG Business Insight 959호 참조)이 여러 산업에서 전개 중이며, 노인 대상의 의료, 개호 부문에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라이프솔루션 제품 디자인은 디지털 기술과 결합, 모든 생활환경 속에 적용되면서 Smart Home(가전의 지능화), Ambient Intelligence(환경의 지능화, 지능형 생활공간)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고령자들의 사회활동과 참여 증가에 따라 고령자 대상 디자인 수요가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도 예상된다. 
  
신흥 시장의 소비 고도화와 고객가치의 다양화 
 
둘째, 신흥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객가치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BRICs와 같은 신흥 경제권의 성장은 수년째 세계 글로벌 비즈니스 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신흥 시장의 성장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2% 내외인데 비해 신흥 시장은 전반적으로 7%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경 세계 경제의 40%이상, IT 산업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될 것임을 예측하기도 하였다. 또한 UN이 ‘밀레니엄개발목표’에 따라 2015년까지 절대빈곤층을 1990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신흥 시장의 지속 성장을 예상케 한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시장은 서구적 디자인 가치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와 소비행태를 고려한 디자인 가치 중심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신흥 지역의 소비자 의식이 고도화되고, 이는 디자인과 같은 고차원적 니즈를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인 구매력 증가로 인해 신흥 지역 소비자들의 디자인에 대한 잠재적 니즈가 표출되고 있기도 하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도, 라틴 아메리카 등 신흥 지역의 중간계층 소비자인 Next Billion의 구매력과 성장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지역의 소비자들도 단순히 저가의 기능성 제품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에 맞는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친화적 디자인에 대한 관심 증대 
 
셋째, 기후변화, 자원고갈과 같은 지구환경의 파괴가 피부로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이상기후로 인한 고온, 폭우, 허리케인 등의 발생빈도와 피해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태평양에 ‘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리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닐, 플라스틱 등 썩지 않는 폐기물들이 미국 텍사스주 2배의 크기로 바다를 뒤덮고 있다고 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현재의 산업 패러다임하에서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친환경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오염원을 과다 배출하거나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제품과 기업을 점차 외면하는 상황이다. 제품의 형태, 기능, 에너지 사용량 등 디자인의 친환경성 여부가 중요한 구매결정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내가 먹고 사는 단순한 ‘생존’의 문제를 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블로그, 커뮤니티 등 웹의 새로운 도구를 바탕으로 양적, 질적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에 대한 배려가 결핍된 디자인은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에 대한 기여, 지속가능성 등을 기업 전략과 홈페이지에 명문화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선진 시장 중심으로 법·제도적인 규제가 현실화 
 
마지막으로 새로운 법·제도 트렌드도 미래 디자인 변화를 이끄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먼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를 강제하는 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장애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을 꾸준히 보완, 발전시켜왔다. 인종과 연령 차별에 대한 법 제·개정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규제는 기업의 고용, 인사정책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때문에 규제의 범위가 점차 제품의 기능, 형태 등 디자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인과 장애인들의 사회활동과 참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시설,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디자인에 대한 직접 규제 트렌드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규제도 기업들에게 시급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교토의정서와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 오염원 과다배출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1년 소니는 유럽으로 수출하려던 자사 제품 내부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되어 막대한 손해를 본 바 있다.  
  
2006년 이후 유럽의 RoHS(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 일본의 J-MOSS(전기전자기기화학물질표시방법)에 이어 중국도 China RoHS와 같은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러한 추세는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규제의 범위가 제조 공정은 물론 완성품의 형태와 기능에 까지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소재, 표면처리의 친환경성 문제는 글로벌 규제 확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디자인 전략도 달라져야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따라 편의성과 안전, 가치의 다양성, 공존과 같은 새로운 고객가치 실현을 위한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제도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웹 2.0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로 개인의 영향력이 극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가치, 제도의 글로벌 확산 속도와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들은 변화하는 고객가치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디자인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디자인은 기능적, 시각적으로 고객과 기업이 일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매개이다. 필립스는 비교적 일찍 사회 변화와 미래 디자인의 관계를 파악하고 ‘하이 디자인(High Design)’이라는 디자인 전략을 추진해왔다. 인문학적 연구와 기술적 변화 탐색을 병행하여, 달라지는 사회 모습에 따라 발생 가능한 디자인 문제에 대해 최적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디자인 이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 디자인 경영의 3대 이슈 
  
1.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이란 간단히 말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연령, 장애여부, 인종, 교육수준 등 개인적 특성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벽 없고(Barrier-free), 접근 가능한(Accessible), 보조/재활 기술(Assistive Tech) 등이 유니버설디자인의 주요 특징이다. 이러한 개념은 그 자체로 고령자의 증가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확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 등과 같은 가치 변화 트렌드에 부합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주로 미국, 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개념이며, 영국에서는 ‘Inclusive Design’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표현상의 차이에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공존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구성한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최근 들어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전자산업과 같은 하이테크 분야로 확산 중이다. 세계 최고 IT 전시회 중 하나인 세빗(CeBIT)에서 작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관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특히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는 이미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히트제품을 만들거나, 기업의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마쓰시타와 같은 기업에서는 세탁기의 드럼을 비스듬하게 설치하여 키가 작은 사람도 손쉽게 세탁을 할 수 있는 히트 제품을 만들어 냈다. 마쓰시타는 내부적으로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품의 개발에서부터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전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업체인 도시바는 유니버설디자인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로 명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버튼형 냉장고를 개발하여, 육체적 능력이 저하된 노인들도 버튼 하나로 손쉽게 냉장고 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수도꼭지, 변기 등 욕실용품 제조사인 토토(TOTO)는 별도의 유니버설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전사적인 전략에 유니버설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관련된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인인구 증가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주류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신흥시장의 소득 증대로 서구형 제품, 활용법이 복잡한 제품은 점차 다문화를 포용할 수 있고, 간단하고 직관적 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전세계적 법, 규제 트렌드도 유니버설디자인 시장을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2.지속가능디자인 
  
지속가능디자인은 주로 지구 환경과 관련된 개념으로 비교적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이슈가 디자인 분야에 특화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지속가능디자인은 현재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의 상당 부분이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자성에서 출발한다. 지구환경 파괴와 자원남용으로 미래 후손은 물론 지금 세대의 생존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인만큼 향후 지속가능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속가능 경영의 선도적 기업인 필립스는 디자인 부문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일찍 고민하기 시작했다. 필립스는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을 보다 세분화하여 환경, 사회, 개인 부문으로 구분하고 디자인 혁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영국디자인협회는 매력적인 제품,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속가능디자인을 통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를 바꾸고,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Dott 07’이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Dott는 Design of the time의 줄임말로 우리 시대의 디자인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 모색을 목표로 한다. Dott 07에서는 생활, 농업, 주거, 인구, 교육 등 삶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세부주제에 대해 다양한 디자인 개선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가능디자인과 관련된 니즈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실제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자원고갈로 인한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디자인 관련 수요의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고 소비자 의식이 고도화된 영국에서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선진 시장에서부터 환경친화적 디자인 수요가 증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디자인은 선진 시장에서 일종의 차별화 전략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지속가능디자인을 필요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형태와 기능이 환경친화적이지 않거나, 자원활용의 효율성이 낮을 경우 법, 제도 및 국제 협약에 따른 직접 규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속가능디자인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인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및 기업 이미지 제고 전략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3.확장된 패밀리룩 
  
패밀리룩이란 같은 기업, 같은 브랜드의 제품간 유사한 디자인 컨셉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메이커 BMW는 ‘키드니 그릴’과 같은 디자인 컨셉을 자사의 전 차종에 공유하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들도 이미 패밀리룩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패밀리룩은 동일 제품군 혹은 동일 사용환경내 제품간에 디자인 특징을 공유하는 정도이다. 또한 같은 기업내의 제품에서만 같은 디자인 컨셉을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확장된 패밀리룩이란 기존 패밀리룩의 범위를 고객성과 관점에서 확대시킨 디자인 전략이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통합형 제품, 생활공간 등으로 이동하면서 복합형 제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패밀리룩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복합형 제품, 서비스, 생활공간의 경우 하나의 기업이 제공하기 어렵다. 전자, 건설,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부문의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통합성에 맞는 시각적인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참여하는 각 기업의 디자인 부서간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LG의 전자, 화학, 생활건강 3사는 LG디자인협의회를 창설하고 상호간 협력방안을 모색 중이다. 필립스는 Ambient Intelligence와 관련하여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자사의 디자인 비전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향후 확장된 패밀리룩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향후 라이프솔루션과 같은 복합형 제품이 증가하고, 통합형 생활공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확장된 패밀리룩이 효과적인 디자인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제품, 서비스, 생활공간에 대한 철저한 고객성과 관점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디자인 경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 
 
디자인 경영은 이제 선진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디자인 전략과 디자인 경영도 레드오션화가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내 전자기업의 신제품 디자인은 중국기업과 같은 후발주자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모방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터키와 같은 신흥 지역의 기업들도 모방 단계를 벗어나 자신만의 디자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가격대비성능’을 넘어 ‘가격대비디자인’을 무기로 선발 주자들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디자인 선도기업들도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 철학과 전략, 명성을 활용하여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가치를 제고하고 차별적 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세가지 이슈는 디자인 부문에서 점증하는 경쟁을 극복하고, 장기적 관점의 전략방향을 수립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내부 혁신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디자인 전략 수립시 중장기적인 가치 변화에 대한 예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경우 고객들의 가치가 효율성에서 평등, 배려와 같은 가치로 이동하는 중장기 트렌드를 반영한다. 지속가능디자인은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현실화 및 이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중장기적 가치와 트렌드 변화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디자인 전략과 전사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형의 가치를 조직 전체에 이식하는 것은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래 예측이 향후 디자인 경영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둘째,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디자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복합 상품의 등장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 걸쳐 여러 기업간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경우에는 디자인을 위해 전문적인 부문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의료, 심리, 건축, 문화, 인문학 등 새로운 고객의 특성과 행동양식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 산업에 걸쳐 기업간 협업 트렌드가 일반화되면서, 디자인이 협업적 혁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셋째, 소재, 표면처리 등 고부가가치 디자인 부문의 R&D에도 자원투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재와 표면처리는 유니버설디자인에서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결정적인 구매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재의 친환경성 여부는 지속가능디자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소재, 표면처리 기술은 고객에게 시각, 촉각을 아우르는 공감각을 통해 높은 감성적 만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후발주자의 모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www.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