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9. 17:47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홍덕표 | 2008.11.03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주목 받은 경기침체기는 크게 4차례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경기침체기를 전후하여 기업들 간 경쟁 지위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들이 경쟁 지위가 올라갔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단기적인 대응에만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Big Picture’를 갖고 대응하였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Fundamental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또한,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포인트를 견지하여 제품력을 강화하였으며, 보다 빠른 대응을 통해 경기침체기 이후의 호황기때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기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과거 경기침체기의 유형 
Ⅱ. 경기침체기의 영향과 특징 
Ⅲ.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략적 대응 포인트 
Ⅳ.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지난 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단이 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언제 끝날 것인지 모를 정도로 세계 경제를 위협해 들어가고 있다. 금융 위기의 여파는 실물 경제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이미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상당 기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의 고민에 깊이 빠져 있다.


하지만, 해결책의 모색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과거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선진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살펴 보았다.

 

 

I. 과거 경기침체기의 유형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 등의 경제 활동은 주기적으로 활성화되었다가 침체되기를 반복한다. 이를 경기 변동(business cycle)이라 한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를 침체기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이 없다. 다만, 미국의 경우 前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일 때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우리 경제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미 경제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저성장을 하는 미국과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판단하자면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는 여러 경제 지표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금의 경제 상황이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IMF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주목을 받은 경기침체기는 크게 네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1970년대 1, 2차 오일 쇼크 시기(1차: 1974년 ~ 1975년, 2차: 1979년~1981년)의 경기침체기이다. 당시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에 따라 유가가 급등함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초 미국의 경기침체기이다. 1980년대 경기 확대 국면에서 기업들이 인수 및 합병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부채 증가로 인해 재무 구조가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인해 금융 기관이 부실화되면서 그 여파는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소비가 부진해지는 수요 불황을 겪었다.


세 번째는 1990년대 일본의 복합 불황기이다. 1980년대 후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인해 형성된 버블이 1990년대 초에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자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금융 기관과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 부문으로 부실이 확산되면서 소비도 위축되었다. 게다가 자산 디플레이션 발생 초기에 일본 정부가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연한 것이 부실 채권 확대를 가져와 불황이 2000년대 초반까지 장기화되었다.


네 번째는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기이다. 신경제에 대한 환상으로 무분별하게 과잉 투자를 감행한 소위 ‘닷컴 기업들’의 실적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IT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9.11 테러, 기업 회계 부정 등의 영향 속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가 급감하고 자산 효과가 감소함으로 인해 소비가 저하되는 수요 불황을 겪게 되었다.


이들 네 번의 경기침체기는 그러나 그 영향 지역이나 지속 기간은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일 쇼크기는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일본 장기 불황은 10여 년이나 지속되었으나 일본 지역에 국한되었던 침체기였다. 1990년대 초 미국 불황은 기간도 단기였으며,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지역 등지에만 영향을 주었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기는 기간은 단기간이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준 시기였다.

 


II. 경기침체기의 영향과 특징

 


1. 시장 지위의 변화 초래


과거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어떠하였을까? 2007년 현재 매출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과거 매출액 증가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매출액 증가율이 미미했거나(1990년대 초 미국 사례),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기). 하지만, 만일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사라진 기업들까지 포함한다면 매출 하락의 골은 더욱 깊었을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시장 지위가 크게 변화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PC산업의 경우 2000년대 초 불황 시기를 전후해서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경기침체기 전 시장 점유율 2위이던 Dell은 경기침체기를 벗어나면서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으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Compaq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HP에 인수 합병 되었다. 같은 기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Nokia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힌 반면, Ericsson은 Global Top 3의 지위에서 떨어져 나갔다.

 

최근 Mckinsey & Company에서 조사한 자료(2000년대 초 IT 버블 시기 전후의 미국기업 지위 변화, 2008)에 의하면 경기침체기 전에 상위 25%에 속해 있던 기업들 중에서 경기 침체기 이후에도 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이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40%는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시장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75%에 속하던 기업들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인 Bain & Company에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의 기업 지위 변화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상위 25%에 드는 기업들 중 5분의 1 이상이 하위 25%로 추락하였으며, 하위 25%에 속하는 기업들 중 5분의 1 이상이 상위 25% 내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를 전후해서 기업 지위의 변화가 극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여러 조사 보고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지위 변화가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을 이해하자면 먼저 경기침체기의 특징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경쟁 Dynamics 변화의 장 제공


경기침체기는 시장/경쟁, 소비자,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호황기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개별 기업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위협이 되기도 하고,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먼저, 시장/경쟁 측면에서 보면 수요 부진에 따라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인한 재무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된다. 또, 매출 부진 탈피를 위해 지나치게 가격 경쟁에 의존하게 되고 이의 여파로 원가 절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소비자들의 경우 호황기 때에 비해 가격을 중시하게 되고 기본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로 인해 제품의 범용화가 촉진되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 짐에 따라 제품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이 까다로워지고 웬만한 제품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려고 하는 등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로 인해 어지간히 차별화된 제품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없고 혁신적인 제품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저관여 제품의 경우에는 오히려 브랜드 충성도의 영향이 커질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특히 고관여 제품의 경우 호황기 때의 버블이 꺼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요모조모 따지다 보면 브랜드 충성도의 영향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제품군에 속하는 기업들의 경우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회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가치 또한 하락함에 따라 재무적인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저렴하게 인수 합병할 수 있다. 산업 특성에 따라서 경기의 영향을 받는 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 조정이나 집중화 대상을 식별하기가 용이할 수 있다. 지역이나 국가별 차이가 있을 경우 해외 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특히, 기업 간 경쟁력 차이가 부각될 수 있다. 마치 시험이 어려우면 변별력이 커지듯이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과 한계 기업들 간의 경쟁력 차이가 경기침체기에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의 특성과 영향이 시장/경쟁 상황이나 소비자, 기업별로 달리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기업들에게는 위협이 되지만 또 다른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 시장 지위의 변화가 나타난 것도 이와 같은 특성과 영향을 잘 감안하여 적절한 전략적 대응을 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경기침체기가 경쟁 Dynamics 변화의 장을 마련하는 시기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다음에서는 시장 지위를 변화시킨 기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했는지, 그리고 그러지 못한 기업들과는 어떤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III.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략적 대응 포인트

 


사례 분석의 대상 시기를 90년대 초 불황과 일본 장기 복합 불황 시기, 그리고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시기로 나누어 살펴 보기로 한다. 사례 기업의 개요는 <표 1>과 같다.


1.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의 사례 :  Nokia vs. Kodak


1) 사업 구조조정에 성공한 Nokia


1980년대 말까지 목재, 제지, 고무, 케이블 등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었던 Nokia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험을 한다. 전통적인 주력 사업들의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고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짐을 간파한 경영진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사업 구조를 대전환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이러한 판단 하에 Nokia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하였다. 1990년대 초에 제지, 펄프, PC, 데이터 등 대부분의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였다. 그리고, 이동 통신 사업의 경쟁력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유럽 휴대폰 2위 업체인 영국의 테크노 폰을 인수 하였다. 경기침체기에 기업 가치가 많이 하락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럽 통신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1992년부터 미국과 아시아의 시장 확대를 위해 판매 거점을 확보해 나갔다.


한편,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안주하기 보다는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혁신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당시 아날로그 제품이 주류였던 상황이었기에 경기침체기에 이러한 방향 전환은 다소 성급할 수도 있었겠지만, Nokia는 1991년에 세계 최초로 GSM 방식의 디지털 휴대전화의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시장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모든 제품들을 Nokia 단일 브랜드로 통일하고 디지털 이미지 심기에 전력 투구한 결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1995년도에 세계 시장점유율 18%로 2위, 1998년도에는 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설 수 있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40%를 넘나드는 시장 점유율로 2위 업체와의 차이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었다.


사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조조정을 할 당시인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그 전 기간보다 매출액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잘 인내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 오늘날의 결실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Nokia는 경기침체기에 이미 한계에 봉착한 기존 사업의 성과 개선에 매달리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즉, 중장기적인 안목의 사업 대전환과 더불어 호황기 때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2) 사업 구조조정 타이밍 실기한 Kodak


Kodak의 경우 1980년대까지 공격적으로 다각화한 전자출판, 의약품, 가정용품, 플로피 디스크 등에 대한 방만한 연구 개발 투자로 경영 효율성이 저하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던 필름과 카메라 사업이 디지털 제품들의 시장 잠식으로 성과가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를 맞이한 Kodak은 경기침체기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미래 성장성이 떨어지는 필름 사업을 오히려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개도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글로벌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Kodak으로서는 진부화된 기존 사업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이미지 솔루션 등 뉴 패러다임으로 사업구조를 대전환하는 것을 모색했어야 했다.


당시, Kodak은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의 핵심 기술인 CCD(Charge-Coupled Device : 전하 촬상 소자, 디지털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의 한 방식)나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 디지털식 고화질 수동 카메라) 등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관련되는 원천 특허도 보유하고 있었다. 즉, 디지털 사업의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Kodak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드는 기존 필름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준비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1992년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지 못함으로써 시장 확대에 실패하였다. 반면 Canon, Sony, Nicon 등 경쟁업체들은 경기침체기에 집중적으로 디지털화로 전환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Kodak은 경기침체기 막바지인 1993년에 이르러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17%에 이르는 1만 명 이상을 감축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했다. 이때 당시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간주되었던 디지털 사업, 의료, 제약, 화학 사업 등을 기존 핵심 역량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매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2004년에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경기침체기에 매각했던 신기술들, 예를 들어  상용 프린팅 기술, 의료 등을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재구매 하게 된다. 결국 뒤늦은 그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경기침체기 이후를 대비한 Fundamental을 강화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 실패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매출이 계속 하락과 정체를 반복하였으며, 수익성도 과거 대비 낮아졌다.


결국 Kodak은 경기침체기에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기존 필름 사업을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구조조정 타이밍의 실기에 따라 Fundamental이 약화되고 디지털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소홀히 함으로써 경기침체기 이후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2. 일본 복합 불황기의 사례 :  Canon vs. Sanyo


1) 핵심역량에 집중한 Canon


1980년대 차입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오던 Canon은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더불어 재무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다각화 했던 사업들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인식에 맞추어 Canon은 핵심 역량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였다. 선택과 집중의 모토 하에 복사기, 프린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성과가 우수한 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반면, 사업 유망성은 있으나 핵심 역량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 즉 FLCD(Ferroelectric LCD), PC, 태양전지 등 7대 적자 사업들을 철수하거나 매각하였다.


한편, Canon은 경기침체기에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공략하였다.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는 선발자 전략으로 신제품 개발을 선도하였다. 핵심 역량의 하나인 광학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DSLR 방식에 집중하였다. 디지털 복사기에서는 대형 시장에 주력하는 Xerox 등과는 달리 중소형 시장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창출해 나갔다. 이전에는 대형 복사기 위주였던 시장이 경기침체기에 접어 들면서 중소형으로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먼저 발견하고 먼저 대응한 것이다.


Canon은 또 시장 선점 후에는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디지털 복사기의 경우 특허를 강화하고 토너, 잉크 탱크 등의 블랙박스화로 진입 장벽을 구축해 갔다. 특히, 경기침체기에 대부분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용을 삭감하려고 하는데 반해 Canon은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증가시킴으로써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심화시켰다. 다른 일본 기업들이 불황 극복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행하는 가운데에서도 Canon은 종신 고용제를 유지함으로써 핵심 인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 결과는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 불황 초기인 구조조정 시기에는 매출 신장이 주춤하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엔 고성장을 하였으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었다. 
결국 Canon은 先 구축된 핵심 역량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면서 신시장/신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구축함으로써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2)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Sanyo


흑백 TV와 냉장고에서 출발한 Sanyo는 1990년대 초까지 종합 전자기업으로서 AV, 정보통신기기, 2차 전지, 일반 가전, 산업 기기, 전자 디바이스 등 150여 개 업체를 거느리는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매출은 8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일본 내 복합 불황이 발생함으로 인해 매출이 부진하게 되었고 수익성도 저조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anyo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가전과 AV 등 기존 주력 사업과 LCD, 디지털 카메라, 비메모리 반도체, 2차 전지 등 차세대 성장 사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 갔다. 당연히 기존 주력 사업의 성숙화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차세대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미흡으로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결국 최근에 이르러서는 휴대폰, 반도체 등의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또한, 지역별 매출 구조에서도 내수 중심을 고수함으로 인해 장기 복합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 Canon 등이 글로벌화를 통해 미국, 유럽만이 아니라 신흥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여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한 것과는 상반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결과는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저조하였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Sanyo는 복합 불황기를 거치면서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다양한 사업들을 계속 유지하다 보니 성장 동력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데에 실패한 사례로 기록된다.


3. 2000년대 초 버블 붕괴기의 사례 : Apple vs. Compaq


1) New Business Model로 회생한 Apple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에 PC 산업은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과다 재고 누적으로 산업 전반적으로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었으며 소비자 니즈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PC 산업의 게임 룰은 가격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이러한 게임 룰의 변화는 차별화된 User Interface와 제품 디자인에 바탕을 두고 경쟁하는 Apple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실제로 주력 제품이었던 i-Mac, Power Mac 등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Apple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MP 3 Player를 주목하였다. 당시 MP 3 Player를 제조하는 기존 제조사들은 기능, 디자인 등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에 치우치고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 차별화 중심의 제품 개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Apple은 경기침체기에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감성과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이 절실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Apple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i-Pod를 중심으로 한 MP 3 Player 비즈니스 모델이다. Apple은 하드웨어 차별화를 통한 기기 판매 중심에서 컨텐츠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대전환을 추진하였다. 또 경기침체기에 신제품을 대중화하기 위하여 ‘Apple 제품 간 연결’에 머물러 있던 기존의 폐쇄적 사업 방식을 포기하고 개방형으로 전환하였다. 그 일환으로, i-Tunes 플랫폼의 호환성을 강화하였다. Apple OS에서만 작동되던 플랫폼을 Windows OS용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개방하였다. 


또한, 불법 다운로드의 확산 및 경기침체의 여파로 신규 수익원을 갈망하던 Sony, Warner, Universal 등 5대 음원업체들을 파트너로 유인하였다. 음원 사용료의 70%를 음원업체에 배분함으로써 파트너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한편, 위축된 소비 심리를 직접 체험을 통해 자극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에 Apple Store를 개설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였다. Apple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를 문화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Apple의 경영 성과는 경기침체기 초기에 다소 주춤하였으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힘입어 급신장 하게 된다. 수익성도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Apple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단순히 MP 3 Player 시장의 리더로 부상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산업 주류 시장 전반을 리드하는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요약하면, Apple은 기존 게임 룰을 파괴하는 고객 가치 창출을 통해 경기침체기에 대응한 것이다. 즉, 근본적인 사업 모델 변신을 꾀하고, 경기침체기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차별화한 것이 경기침체기 이후 도약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2) 승산 없는 게임 룰 적응에 급급하다 합병된 Compaq


1990년대 말까지 시장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던 Compaq도 2000년대 초에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수요 부진과 원가 압박으로 경영 성과가 악화되었다. 가격 경쟁 중심의 게임 룰 변화는 Compaq에게 점점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경쟁업체 Dell은 기왕에 구축한 Direct Business Model을 더욱 강화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원가우위를 바탕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Compaq도 가격 경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체 인원의 12%를 감축하여 비용 절감을 꾀하였다. 기업용과 일반 소비자용으로 분리되었던 PC 사업부도 통합하였다. 한편, Dell의 주 비즈니스 모델인 Direct Sales 방식을 Compaq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기존 유통 채널과의 마찰만 양산할 뿐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더욱이 Compaq의 원가 구조는 Dell의 그것과는 차이가 커서 맞대응에서 원가 우위를 누릴 가능성이 적었다. 이로써 매출이 부진해지고 손실은 더 커져서 결국 2002년에 HP에 합병되고 말았다.


차라리 Compaq은 Dell과는 다른 방식으로  Target 시장을 차별화 하면서 PC 사업을  Repositioning 할 필요가 있었다. 즉, PC 사업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향후 기업 서버용 솔루션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당시 Compaq은 이미 경기침체기에 들기 전인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Tandem과 DEC를 인수하여 서버 및 솔루션 사업에 대한 기반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Compaq은 시너지 제고를 위한 노력보다는 단순히 매출 규모를 늘리는 차원에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 서버용 솔루션 사업에 역량 집중을 통한 사업 구조 고도화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실패는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성과에도 나타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매출은 다소 증가하였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한 끝에 합병되었다.


요약하면, Compaq은 경기침체기에 경쟁 우위를 상실한 PC 사업의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격 경쟁을 지속하다가 Fundamental 강화를 통한 솔루션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 추진에 실패한 것이다.

 


IV.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이상 여섯 기업들의 경기침체기 전후를 걸친 전략적인 대응 과정과 결과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았다.


1. 중장기적인 ‘Big Picture’를 갖고 대응하라


경기침체기에 들면 기업의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된다. 때문에 유동성 압박으로 단기적인 대응에 급급하게 된다. 그러나, 사례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Big Picture’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Nokia는 전통적인 기존 주력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영역인 이동통신 사업 중심으로 구조 대전환에 성공함으로써 호황기에 들었을 때 비약적인 성장을 한 반면, Compaq은 단기 처방 중심으로 대응하다 장기적 사업 구조 고도화에 실패하였다.


2.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Fundamental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라


Apple이나 Nokia는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과 신사업의 확고한 역량 구축에 주력함으로써 호황기 때 대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Canon도 유망사업이라고 다 한 것이 아니라 핵심 역량과 관련 있는 사업에만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그러나, Kodak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시하여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변신하는 데에 실기하였으며, Sanyo도 선택과 집중에 실패함으로써 성장성 있는 사업의  Fundamental 확보에 실패 하였다.


경기침체기일수록 절박함에 사로잡혀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할 뿐 Fundamental한 투자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 사례들은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Fundamental한 투자에 인내심을 갖고 지속하다 보면 호황기에 큰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3.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포인트를 견지하고 강화하라


Apple은 가격 중심으로 바뀌는 경쟁의 Game Rule이 자신의 강점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마케팅 전략 또한 일관되게 전개하였다. Canon의 경우에도 기존 대형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중소형 디지털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시키고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4. 경기침체기에 대한 대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단기 효과가 나는 대응이 우선이겠지만, 근본적인 변화, 어차피 해야 하는 변화, Customer Insight에 대응하는 변화, 핵심 사업에 맞는 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Apple, Canon은 경기침체기 초기에 발빠른 변신을 함으로써 성공하였지만, Kodak, Compaq 등은 적기에 의사 결정을 못하고 뒤늦은 변신을 모색하다 실패하였다.

 

경기침체기에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 신용 경색,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또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이 때문에 자신의 Fundamental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동성 확보나 수익성 방어 등 단기적인 대응은 불황을 이기는 필요조건이지만, 지속적인 경쟁 포지션 강화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Fundamental 강화를 통해 경기침체기 이후의 도약을 대비하는 노력도 중요하며, 이것이 불황을 이기는 충분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