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9. 12:56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LG경제연구원)
2008. 10. 29. 12:56 in Trend(트렌드)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수출둔화로 성장률 3%대 하락
선진국 정부의 국가간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으로 세계경제는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파국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금융불안 과정 속에서 수요위축이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하강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하반기 이후의 회복과정도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경기가 내년중 0%대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개도국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세 저하가 예상된다. 국내경기의 하강기조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3.6%로 낮아질 전망이다. 자산가격 약세, 내수심리 위축, 신용경색으로 인해 감세 등 정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률 하락을 주도할 것이다. 경기후퇴, 유가안정으로 소비자물가는 3%대 후반으로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균형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내년까지 경기하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감세 정책과 더불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자재정 편성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세계경제의 흐름
Ⅱ. 주요국 경제전망
Ⅲ. 국내경제 전망
Ⅳ. 정책 시사점
Ⅰ. 세계경제의 흐름
선진국 중심으로 침체국면 진입하는 세계경제
세계경제는 지난 9월부터 심각한 글로벌 금융 경색에 직면하여 실물경제도 동시에 추락하는 복합 불황에 부분적으로 빠지고 있다. 은행 간 자금거래 시장의 불안심리가 기업 및 소비자 금융의 위축으로 파급되면서 투자 위축, 실업 확대,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과잉 채무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서 계속되어 왔던 선진국의 소비 호황이 마감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하강은 과거의 경기침체기에 비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간 세계경기 하강국면에서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성장률이 저하되기 시작한지 5~6분기 뒤에 경기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하강이 길었던 2차 오일쇼크 시기 중에는 성장률이 6분기 이후 반등했다가 다시 1년후 떨어지는 더블딥(double-dip)의 모습을 나타냈다(<그림 1> 참조).
이번 경기하강을 야기했던 요인으로 세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번 경기하강은 복합적 충격(multiple shock)에 의해 유발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제의 하강기에는 한 부문에서의 충격이 경기하강을 유발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하강국면은 공급측면에서의 유가상승과 거품붕괴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의 충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각국의 경기가 동시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기 침체기에는 미국경기 하강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으로 전파되면서 세계경기 하강으로 이어져 국가간 경기변동에 시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기부진시 다른 나라가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현재에는 유가충격의 발생으로 2차 오일쇼크 시기 이후 다시 세계경제의 동시 하강이 발생함으로써 국가간 완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셋째, 이번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그동안의 과도한 소비로 취약해진 선진국 가계의 부채조정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부문에 의해 부풀려진 소비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확대되었고 신용경색 과정에서 가계는 소비절약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급격한 파국보다는 불황의 장기화 예상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세계경기 하강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과거 경기침체의 학습효과로 각국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어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억제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정책 협조를 강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공적 자금의 투입, 자본 확충 및 국유화 등의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한편 재정에 여유가 있는 신흥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도 경기 부양 정책을 강화하여 실물경제의 위축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평균성장률이 높은 개도국의 비중이 커져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선진국의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과거의 동시 불황기와 같이 0%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기는 급격히 추락하기보다는 하강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추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경기하강 국면은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는 경기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의 정책 공조가 실패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위험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급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파생상품 시장이 잇따라 무너지거나 이란 핵 위기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재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제위기, 미국-러시아의 관계 악화나 미국 신정부의 강경한 통상정책으로 인한 무역마찰 심화 등 글로벌화를 역행하는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 경우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조정 본격화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추세는 매우 완만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글로벌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신용창출 기능 약화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GDP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소비를 대체할 만한 수요부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자원제약도 여전히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고성장 끝에 유가가 폭등하면서 세계경기를 끌어내렸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당분간 과거와 같은 5% 내외의 성장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3%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기 하강기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글로벌 투자 위축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4%대 후반의 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가 크게 늘었다(<그림 2> 참조). 향후 설비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둔화가 경기하강을 선도하고 있지만 변동성은 투자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개도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줄어들면서 투자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건설, 기계, 철강, 화학 산업등의 생산 둔화가 예상되고 그동안 생산능력이 크게 높아진 부문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유가 90달러대 등락 예상
2009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배럴당 20달러 정도 낮은 9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 압력은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1일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10월 10일 78달러까지 47%나 급락한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OECD 국가의 석유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져 향후 석유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겹쳐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석유소비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올 9월 중 석유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하였다. 이처럼 OECD 국가들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큰 기여를 해 오던 인도와 중국 등 개도국들의 석유수요 증가세도 경기 침체와 유가 보조금 삭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유공급 측면에서 여전히 유가 상승의 압력이 존재하고 있어 유가가 2007년의 배럴 당 70달러 수준으로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 원유생산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非OPEC 산유국 중에서 미국, 브라질, 아제르바이잔 등이 내년에는 원유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급 불안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지만 국제원유시장 전체의 공급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9월에 개최된 OPEC 회의에서 1일 52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였고, 11월 회의에서도 추가감산에 합의하는 등 유가 하락에 대응한 OPEC의 감산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OPEC의 여유생산능력 부족과 올해 들어 나타난 러시아의 원유생산 감소세 전환 등 원유에 대한 공급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란 핵 문제,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긴장 역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멕시코만 심해유전의 한계생산비용이 배럴당 90달러에 이르는 등 유가의 이론가격인 유전의 한계생산비용 상승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Ⅱ. 주요국 경제전망
선진국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에 빠진 미국경제의 장기 정체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실물경기 하락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년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된 것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증대에 기인한 바 컸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는데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13.2%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1%p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측면의 메리트가 지속되기 어려운 데다 세계경기도 위축되면서 미국의 수출활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세금환급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도 3분기 정도까지만 지속될 전망이어서 4분기 이후 미국경제가 2~3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경제 불안의 단초를 제공한 주택가격 하락은 내년중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6월까지 고점 대비 16.4% 하락한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S&P Case-Shiller index)가 향후 수년에 걸쳐 추가적으로 10~20%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추세 지속은 금융기관의 추가부실로 이어져 미국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등 신용 창출 능력이 단기간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기능의 약화로 현재 GDP 규모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가계부실이 확대되고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미국기업의 재무구조가 평균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경제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지만, 신용경색과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제약이 큰 기업들은 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미국경제는 0.4%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1%대의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률보다 소비와 수입의 하락추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이미 물량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경기둔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유럽, 미국경기와 동조화 심화
주요국들이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로지역은 경기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불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데다 영국,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추세가 가속되면서 미국과 같은 가계의 부채조정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부진을 겪으면서 역내교역이 위축되고 전체 교역의 8~9%를 차지하는 영국과의 교역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역외교역의 경우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로화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지만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부진과 설비투자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 가동률이 하락하고 신규투자가 줄어듦에 따라 고용사정 역시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경제는 내년 상반기 저점을 기록한 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불안, 가계의 부채조정, 실업 증가 등으로 회복속도는 미미할 것이다.
수출경기 급락·엔고에 고전하는 일본
2002년 이후 미약하지만 수출에 의존해 경기확장기를 이어왔던 일본경제는 세계경기의 둔화로 지난 2/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기후퇴기 진입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의 경우 미국, 유럽과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나 이와 관련된 각종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나 만성적인 소비 정체 속에서 수출이 둔화됨으로써 성장세의 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 공업국의 자본재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와 일본 수출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투자 둔화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글로벌 금융불안의 여파로 수출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엔화마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일본기업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연쇄적으로 설비투자도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9년의 경우 2008년에 극심하게 악화된 교역조건이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안정에 힘입어 다소 개선되면서 내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9년 성장률은 0.5%로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수출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경제도 하강 국면 진입?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돈은 수출과 투자에 주로 의존해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및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향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내 민간부문의 투자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올해 가격상승 요인을 제거할 경우 14%대까지 떨어져 최근 수 년 동안 기록해온 20%대 중반의 신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출둔화로 대외수요가 줄어들면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의 투자활기가 내년 중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중앙정부가 2006년 이후 추진해온 노동합동법 제정 및 발효, 위안화 절상, 에너지 및 환경보호 정책 등도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투자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고정자산투자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주택투자가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림픽 폐막 이후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함께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건설투자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데다 고가 내구재 및 중간재 판매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만일 시장이 붕괴될 경우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화는 중국 정부도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10월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이후 사실상 거시경제 정책기조를 경기부양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2년 만에 은행 대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감세 등 재정확대 정책도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같은 재정정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중국경제는 내년중 8%대의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의 SOC 투자가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중심 성장으로의 정책전환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증가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내구재 소비는 보급률 포화현상과 맞물려 내년중에도 둔화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동유럽, ASEAN 국가 경기둔화 빠를 듯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 글로벌 투자 위축 등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 그리고 수출에서 중간재 및 자본재 비중이 큰 나라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ASEAN 국가,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와 체크,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그림 6> 참조).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투자둔화 효과도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크, 폴란드의 경우 경상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복지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폭도 늘어나면서 쌍둥이 적자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대외부채가 경제규모 수준인 발틱 3국의 경우 EU의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큰 폭의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내수중심국 경기하강은 상대적으로 완만
중동 지역의 경우 원유가격의 하락세로 수출증가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축적된 오일머니를 통해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OPEC 산유국의 석유수입이 금년 중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지만 이를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상당부분을 국부펀드 등에 예치해 자원가격의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설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은 내년 중에도 5%대의 성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 높은 물가상승률, 글로벌 신용경색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경상수지 흑자를 더욱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며, 식료품 부문이 견인하는 10%대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건설과 신성장 산업 육성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큰 서비스업에서 선진국 시장 침체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와 제조업부문 생산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지 않아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하향추세로 물가가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소비가 소폭 회복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정부의 SOC인프라 투자도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남미 경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국내 소비와 국제 원자재 수요 역시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9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 주춤한 가운데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기 둔화 지속,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 유입 감소 등 대외 여건 악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그 충격을 다소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Ⅲ. 국내경제 전망
국내경기 흐름
수출의 기여도 하락으로 성장률 저하
국내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불안과 유가상승으로 금년 들어 투자와 소비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수요둔화가 수출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8월중 수출용 출하가 부진해지면서 산업생산 증가세가 크게 꺾여 향후 제조업 부문에서의 성장둔화 추세가 나타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향후 수출둔화에 의해 주도되는 경기의 하강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03년 이후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세계경제 고성장에 기인한 수출의 호조로 우리경제가 4~5%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내년중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7> 참조).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내수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부진이 기업과 근로자 수익 저하로 이어지면서 올해 1%대 증가로 부진했던 실질 국민소득(GNI)이 내년중에도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2004년 이후 높아진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방향 뿐 아니라 크기 면에서도 매우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는 우리경제의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내년중에도 우리경제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에 따라 국내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실질국민소득 둔화추세 지속으로 소비회복 어려움
올해와 내년은 소비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소비는 유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빠르게 위축되어 왔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는 완화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동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향후 소비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두가지이다.
우선 내년까지도 실질국민소득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은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실질국민소득 증가는 1%대에 머물렀다. 국내총생산의 상당부분이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로 해외에 유출됐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수출의 둔화로 인해 소득을 벌어들이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을 때 소비가 살아나려면 소비심리가 급격히 확산되어 저축이 줄어들던가 금융부문으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내년 중에도 이어지고 자산가격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으로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금융기관들도 이제까지와 같은 가계대출 확대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소비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설비투자 제약
설비투자는 80%가 넘는 높은 가동률로 투자 증가 압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원자재 조달난, 원화 가치 하락, 신용 경색으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내년에도 여전히 부진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외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설비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수 부문 역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가동률 하락과 설비 투자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업종별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과 자동차 업종 등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 증설보다는 유지, 보수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조선, 철강 업종 등에서도 향후 설비투자 계획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등 기업친화적 정책 등으로 제도적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의 징후가 보일 때까지는 투자 심리 회복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주택건설투자 침체 지속
건설투자는 올 상반기 마이너스의 성장을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불안감 확산, 건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 악화와 더불어 국내 부동산 가격 약세 지속 및 매수 심리 실종,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미분양 물량 적체 등 대내적 요인이 더해져 민간 주택 건설 투자 침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내수 경기 침체로 상가, 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 투자도 여전히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내년중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균형개발사업의 본격 시행과, 2기 신도시 및 도심 재개발 사업, 공공 SOC 투자 등 정책적 건설 수요 확대가 건설 투자 활성화에 다소 기여할 것이다. 올해 말부터 국토균형개발사업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늘어나고 공공 SOC 투자의 집행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건설투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주택 건설 부문의 부진이 공공 투자로 어느 정도 상쇄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다소 증가한 수준의 건설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수출
수출단가 하향압력 거세질 듯
글로벌 불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출단가 상승, 개도국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년말 이후 수출여건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량 기준 수출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원자재 가공 품목들의 수출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수출 주력 품목인 IT 및 전자제품에서 더욱 좁아진 시장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출단가의 하향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더욱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기 부진으로 우리나라가 가져올 파이의 몫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단가하락과 물량증가세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는 對선진국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對개도국 수출도 투자 관련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둔화 추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연쇄적으로 신흥국들에 대한 자본재 및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총액에서의 비중이 22.2%에 달하는 중국의 수출 둔화세가 가시화되면서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균형 수준에 접근
올해 급증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폭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의 하향 추세와 국내 수요 둔화로 수입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 엔화 등 주요국 환율이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는 당분간 달러당 1,100원이 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상품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은 여행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내년 중에도 90달러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항공운임 및 환율 부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의 감소추세는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물가
고용창출 부진 지속될 전망
고용창출효과가 큰 민간소비와 건설 부문의 침체로 고용창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취업자수 증가는 둔화되어 올 한해 평균 16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에는 공공건설 부문의 회복 및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 등이 고용흡수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서비스부문의 고용흡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고용부담이 큰 상용직 근로자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중에도 취업자 증가수는 10만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저하와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의 취업준비 기간 장기화 현상이 내년 중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새로운 고용 창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활동 참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내년 중에도 우리경제는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3%대의 낮은 실업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3%대 안정
국제유가 급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유가의 하향안정과 함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많이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금년 1월 이후 지속된 경기하강으로 총수요압력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어 향후 물가의 하향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물가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다.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크게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파급 효과가 큰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계획되어 있는 점도 물가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올해 유가급등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평균 5%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중에는 3%대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5년 이후 3년간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졌던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유가상승의 시차적 효과와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다.
Ⅳ. 정책 시사점
내년에도 글로벌 금융 불안 요인들이 우리 경제에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최근의 금융 혼란의 파장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외생적인 시스템 교란 요인들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정책 접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책 당국으로서는 적극적인 감세 정책과 아울러 필요 시 임팩트 있는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살펴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과거나 현재 비슷한 소득 수준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취약한 상황은 아닌 만큼 소폭의 적자재정 편성을 꺼릴 일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 역시 물가를 자극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경기하강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낮아지고 원화 환율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가계 부채 부담, 제2금융권 부실화 등 신용경색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만큼 전반적인 완화 기조 하에 국면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가와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경상수지는 내년에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본수지 호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외환시장 불안을 교훈 삼아 외환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자본수지 개선을 위한 국내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시장 참여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쟁게임의 룰을 세우고 관리하는 규칙 제정자 및 심판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정부 개입의 정도와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개입이 시장의 대체가 아닌 시장 실패의 보완을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은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 경색에 따른 흑자기업들의 도산을 막고, 해외 금융시장의 돌발 상황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입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 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실패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시장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정책 당국의 비상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
수출둔화로 성장률 3%대 하락
선진국 정부의 국가간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으로 세계경제는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파국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금융불안 과정 속에서 수요위축이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하강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하반기 이후의 회복과정도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경기가 내년중 0%대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개도국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세 저하가 예상된다. 국내경기의 하강기조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3.6%로 낮아질 전망이다. 자산가격 약세, 내수심리 위축, 신용경색으로 인해 감세 등 정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률 하락을 주도할 것이다. 경기후퇴, 유가안정으로 소비자물가는 3%대 후반으로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균형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내년까지 경기하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감세 정책과 더불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자재정 편성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세계경제의 흐름
Ⅱ. 주요국 경제전망
Ⅲ. 국내경제 전망
Ⅳ. 정책 시사점
Ⅰ. 세계경제의 흐름
선진국 중심으로 침체국면 진입하는 세계경제
세계경제는 지난 9월부터 심각한 글로벌 금융 경색에 직면하여 실물경제도 동시에 추락하는 복합 불황에 부분적으로 빠지고 있다. 은행 간 자금거래 시장의 불안심리가 기업 및 소비자 금융의 위축으로 파급되면서 투자 위축, 실업 확대,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과잉 채무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서 계속되어 왔던 선진국의 소비 호황이 마감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하강은 과거의 경기침체기에 비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간 세계경기 하강국면에서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성장률이 저하되기 시작한지 5~6분기 뒤에 경기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하강이 길었던 2차 오일쇼크 시기 중에는 성장률이 6분기 이후 반등했다가 다시 1년후 떨어지는 더블딥(double-dip)의 모습을 나타냈다(<그림 1> 참조).
이번 경기하강을 야기했던 요인으로 세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번 경기하강은 복합적 충격(multiple shock)에 의해 유발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제의 하강기에는 한 부문에서의 충격이 경기하강을 유발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하강국면은 공급측면에서의 유가상승과 거품붕괴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의 충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각국의 경기가 동시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기 침체기에는 미국경기 하강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으로 전파되면서 세계경기 하강으로 이어져 국가간 경기변동에 시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기부진시 다른 나라가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현재에는 유가충격의 발생으로 2차 오일쇼크 시기 이후 다시 세계경제의 동시 하강이 발생함으로써 국가간 완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셋째, 이번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그동안의 과도한 소비로 취약해진 선진국 가계의 부채조정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부문에 의해 부풀려진 소비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확대되었고 신용경색 과정에서 가계는 소비절약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급격한 파국보다는 불황의 장기화 예상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세계경기 하강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과거 경기침체의 학습효과로 각국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어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억제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정책 협조를 강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공적 자금의 투입, 자본 확충 및 국유화 등의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한편 재정에 여유가 있는 신흥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도 경기 부양 정책을 강화하여 실물경제의 위축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평균성장률이 높은 개도국의 비중이 커져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선진국의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과거의 동시 불황기와 같이 0%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기는 급격히 추락하기보다는 하강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추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경기하강 국면은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는 경기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의 정책 공조가 실패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위험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급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파생상품 시장이 잇따라 무너지거나 이란 핵 위기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재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제위기, 미국-러시아의 관계 악화나 미국 신정부의 강경한 통상정책으로 인한 무역마찰 심화 등 글로벌화를 역행하는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 경우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조정 본격화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추세는 매우 완만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글로벌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신용창출 기능 약화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GDP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소비를 대체할 만한 수요부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자원제약도 여전히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고성장 끝에 유가가 폭등하면서 세계경기를 끌어내렸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당분간 과거와 같은 5% 내외의 성장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3%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기 하강기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글로벌 투자 위축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4%대 후반의 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가 크게 늘었다(<그림 2> 참조). 향후 설비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둔화가 경기하강을 선도하고 있지만 변동성은 투자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개도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줄어들면서 투자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건설, 기계, 철강, 화학 산업등의 생산 둔화가 예상되고 그동안 생산능력이 크게 높아진 부문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유가 90달러대 등락 예상
2009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배럴당 20달러 정도 낮은 9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 압력은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1일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10월 10일 78달러까지 47%나 급락한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OECD 국가의 석유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져 향후 석유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겹쳐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석유소비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올 9월 중 석유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하였다. 이처럼 OECD 국가들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큰 기여를 해 오던 인도와 중국 등 개도국들의 석유수요 증가세도 경기 침체와 유가 보조금 삭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유공급 측면에서 여전히 유가 상승의 압력이 존재하고 있어 유가가 2007년의 배럴 당 70달러 수준으로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 원유생산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非OPEC 산유국 중에서 미국, 브라질, 아제르바이잔 등이 내년에는 원유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급 불안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지만 국제원유시장 전체의 공급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9월에 개최된 OPEC 회의에서 1일 52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였고, 11월 회의에서도 추가감산에 합의하는 등 유가 하락에 대응한 OPEC의 감산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OPEC의 여유생산능력 부족과 올해 들어 나타난 러시아의 원유생산 감소세 전환 등 원유에 대한 공급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란 핵 문제,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긴장 역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멕시코만 심해유전의 한계생산비용이 배럴당 90달러에 이르는 등 유가의 이론가격인 유전의 한계생산비용 상승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Ⅱ. 주요국 경제전망
선진국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에 빠진 미국경제의 장기 정체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실물경기 하락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년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된 것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증대에 기인한 바 컸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는데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13.2%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1%p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측면의 메리트가 지속되기 어려운 데다 세계경기도 위축되면서 미국의 수출활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세금환급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도 3분기 정도까지만 지속될 전망이어서 4분기 이후 미국경제가 2~3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경제 불안의 단초를 제공한 주택가격 하락은 내년중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6월까지 고점 대비 16.4% 하락한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S&P Case-Shiller index)가 향후 수년에 걸쳐 추가적으로 10~20%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추세 지속은 금융기관의 추가부실로 이어져 미국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등 신용 창출 능력이 단기간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기능의 약화로 현재 GDP 규모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가계부실이 확대되고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미국기업의 재무구조가 평균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경제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지만, 신용경색과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제약이 큰 기업들은 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미국경제는 0.4%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1%대의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률보다 소비와 수입의 하락추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이미 물량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경기둔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유럽, 미국경기와 동조화 심화
주요국들이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로지역은 경기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불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데다 영국,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추세가 가속되면서 미국과 같은 가계의 부채조정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부진을 겪으면서 역내교역이 위축되고 전체 교역의 8~9%를 차지하는 영국과의 교역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역외교역의 경우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로화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지만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부진과 설비투자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 가동률이 하락하고 신규투자가 줄어듦에 따라 고용사정 역시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경제는 내년 상반기 저점을 기록한 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불안, 가계의 부채조정, 실업 증가 등으로 회복속도는 미미할 것이다.
수출경기 급락·엔고에 고전하는 일본
2002년 이후 미약하지만 수출에 의존해 경기확장기를 이어왔던 일본경제는 세계경기의 둔화로 지난 2/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기후퇴기 진입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의 경우 미국, 유럽과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나 이와 관련된 각종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나 만성적인 소비 정체 속에서 수출이 둔화됨으로써 성장세의 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 공업국의 자본재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와 일본 수출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투자 둔화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글로벌 금융불안의 여파로 수출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엔화마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일본기업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연쇄적으로 설비투자도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9년의 경우 2008년에 극심하게 악화된 교역조건이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안정에 힘입어 다소 개선되면서 내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9년 성장률은 0.5%로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수출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경제도 하강 국면 진입?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돈은 수출과 투자에 주로 의존해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및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향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내 민간부문의 투자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올해 가격상승 요인을 제거할 경우 14%대까지 떨어져 최근 수 년 동안 기록해온 20%대 중반의 신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출둔화로 대외수요가 줄어들면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의 투자활기가 내년 중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중앙정부가 2006년 이후 추진해온 노동합동법 제정 및 발효, 위안화 절상, 에너지 및 환경보호 정책 등도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투자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고정자산투자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주택투자가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림픽 폐막 이후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함께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건설투자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데다 고가 내구재 및 중간재 판매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만일 시장이 붕괴될 경우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화는 중국 정부도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10월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이후 사실상 거시경제 정책기조를 경기부양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2년 만에 은행 대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감세 등 재정확대 정책도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같은 재정정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중국경제는 내년중 8%대의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의 SOC 투자가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중심 성장으로의 정책전환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증가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내구재 소비는 보급률 포화현상과 맞물려 내년중에도 둔화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동유럽, ASEAN 국가 경기둔화 빠를 듯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 글로벌 투자 위축 등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 그리고 수출에서 중간재 및 자본재 비중이 큰 나라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ASEAN 국가,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와 체크,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그림 6> 참조).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투자둔화 효과도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크, 폴란드의 경우 경상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복지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폭도 늘어나면서 쌍둥이 적자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대외부채가 경제규모 수준인 발틱 3국의 경우 EU의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큰 폭의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내수중심국 경기하강은 상대적으로 완만
중동 지역의 경우 원유가격의 하락세로 수출증가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축적된 오일머니를 통해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OPEC 산유국의 석유수입이 금년 중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지만 이를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상당부분을 국부펀드 등에 예치해 자원가격의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설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은 내년 중에도 5%대의 성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 높은 물가상승률, 글로벌 신용경색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경상수지 흑자를 더욱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며, 식료품 부문이 견인하는 10%대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건설과 신성장 산업 육성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큰 서비스업에서 선진국 시장 침체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와 제조업부문 생산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지 않아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하향추세로 물가가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소비가 소폭 회복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정부의 SOC인프라 투자도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남미 경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국내 소비와 국제 원자재 수요 역시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9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 주춤한 가운데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기 둔화 지속,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 유입 감소 등 대외 여건 악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그 충격을 다소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Ⅲ. 국내경제 전망
국내경기 흐름
수출의 기여도 하락으로 성장률 저하
국내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불안과 유가상승으로 금년 들어 투자와 소비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수요둔화가 수출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8월중 수출용 출하가 부진해지면서 산업생산 증가세가 크게 꺾여 향후 제조업 부문에서의 성장둔화 추세가 나타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향후 수출둔화에 의해 주도되는 경기의 하강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03년 이후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세계경제 고성장에 기인한 수출의 호조로 우리경제가 4~5%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내년중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7> 참조).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내수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부진이 기업과 근로자 수익 저하로 이어지면서 올해 1%대 증가로 부진했던 실질 국민소득(GNI)이 내년중에도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2004년 이후 높아진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방향 뿐 아니라 크기 면에서도 매우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는 우리경제의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내년중에도 우리경제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에 따라 국내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실질국민소득 둔화추세 지속으로 소비회복 어려움
올해와 내년은 소비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소비는 유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빠르게 위축되어 왔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는 완화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동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향후 소비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두가지이다.
우선 내년까지도 실질국민소득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은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실질국민소득 증가는 1%대에 머물렀다. 국내총생산의 상당부분이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로 해외에 유출됐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수출의 둔화로 인해 소득을 벌어들이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을 때 소비가 살아나려면 소비심리가 급격히 확산되어 저축이 줄어들던가 금융부문으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내년 중에도 이어지고 자산가격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으로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금융기관들도 이제까지와 같은 가계대출 확대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소비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설비투자 제약
설비투자는 80%가 넘는 높은 가동률로 투자 증가 압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원자재 조달난, 원화 가치 하락, 신용 경색으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내년에도 여전히 부진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외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설비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수 부문 역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가동률 하락과 설비 투자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업종별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과 자동차 업종 등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 증설보다는 유지, 보수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조선, 철강 업종 등에서도 향후 설비투자 계획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등 기업친화적 정책 등으로 제도적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의 징후가 보일 때까지는 투자 심리 회복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주택건설투자 침체 지속
건설투자는 올 상반기 마이너스의 성장을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불안감 확산, 건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 악화와 더불어 국내 부동산 가격 약세 지속 및 매수 심리 실종,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미분양 물량 적체 등 대내적 요인이 더해져 민간 주택 건설 투자 침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내수 경기 침체로 상가, 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 투자도 여전히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내년중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균형개발사업의 본격 시행과, 2기 신도시 및 도심 재개발 사업, 공공 SOC 투자 등 정책적 건설 수요 확대가 건설 투자 활성화에 다소 기여할 것이다. 올해 말부터 국토균형개발사업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늘어나고 공공 SOC 투자의 집행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건설투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주택 건설 부문의 부진이 공공 투자로 어느 정도 상쇄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다소 증가한 수준의 건설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수출
수출단가 하향압력 거세질 듯
글로벌 불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출단가 상승, 개도국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년말 이후 수출여건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량 기준 수출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원자재 가공 품목들의 수출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수출 주력 품목인 IT 및 전자제품에서 더욱 좁아진 시장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출단가의 하향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더욱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기 부진으로 우리나라가 가져올 파이의 몫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단가하락과 물량증가세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는 對선진국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對개도국 수출도 투자 관련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둔화 추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연쇄적으로 신흥국들에 대한 자본재 및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총액에서의 비중이 22.2%에 달하는 중국의 수출 둔화세가 가시화되면서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균형 수준에 접근
올해 급증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폭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의 하향 추세와 국내 수요 둔화로 수입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 엔화 등 주요국 환율이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는 당분간 달러당 1,100원이 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상품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은 여행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내년 중에도 90달러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항공운임 및 환율 부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의 감소추세는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물가
고용창출 부진 지속될 전망
고용창출효과가 큰 민간소비와 건설 부문의 침체로 고용창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취업자수 증가는 둔화되어 올 한해 평균 16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에는 공공건설 부문의 회복 및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 등이 고용흡수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서비스부문의 고용흡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고용부담이 큰 상용직 근로자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중에도 취업자 증가수는 10만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저하와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의 취업준비 기간 장기화 현상이 내년 중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새로운 고용 창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활동 참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내년 중에도 우리경제는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3%대의 낮은 실업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3%대 안정
국제유가 급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유가의 하향안정과 함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많이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금년 1월 이후 지속된 경기하강으로 총수요압력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어 향후 물가의 하향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물가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다.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크게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파급 효과가 큰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계획되어 있는 점도 물가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올해 유가급등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평균 5%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중에는 3%대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5년 이후 3년간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졌던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유가상승의 시차적 효과와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다.
Ⅳ. 정책 시사점
내년에도 글로벌 금융 불안 요인들이 우리 경제에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최근의 금융 혼란의 파장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외생적인 시스템 교란 요인들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정책 접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책 당국으로서는 적극적인 감세 정책과 아울러 필요 시 임팩트 있는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살펴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과거나 현재 비슷한 소득 수준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취약한 상황은 아닌 만큼 소폭의 적자재정 편성을 꺼릴 일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 역시 물가를 자극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경기하강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낮아지고 원화 환율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가계 부채 부담, 제2금융권 부실화 등 신용경색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만큼 전반적인 완화 기조 하에 국면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가와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경상수지는 내년에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본수지 호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외환시장 불안을 교훈 삼아 외환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자본수지 개선을 위한 국내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시장 참여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쟁게임의 룰을 세우고 관리하는 규칙 제정자 및 심판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정부 개입의 정도와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개입이 시장의 대체가 아닌 시장 실패의 보완을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은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 경색에 따른 흑자기업들의 도산을 막고, 해외 금융시장의 돌발 상황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입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 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실패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시장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정책 당국의 비상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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