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9. 20:07

[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우리가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계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도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는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침체기 뒤에 찾아올 호황을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 기업의 체질에 맞는 불황 극복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다면 이번 불황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몰고 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들어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급속히 전이되면서 선진 경제의 침체를 가져왔고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역시 불황의 충격에 빠지고 있다.

불황은 모두에게 고통을 주지만 한편으로 이 시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거품이 꺼지며 기업 판도가 크게 바뀌어 왔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미국의 IT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상장기업의 고성과 기업 중 40%가 탈락되었고(맥킨지),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성과 기업의 2/3가 탈락하고 말았다(삼성경제연구소).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침체기 뒤에 찾아올 호황을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침체기에 몸을 도사리면 뒤에 다가올 호황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실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노키아는 불황기에 이동통신시장에 집중,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사업구조를 전환할 시기를 놓친 코닥과 컴팩은 경기가 살아난 뒤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불황기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그 성공 전략을 살펴보자.


불황기 공통 전략은 구조조정과 전략적 비용절감

불황기에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쓴다. 핵심사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이때 비주력사업뿐만 아니라 주력사업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전략적인 비용절감에 주력해야 하는데 단기적 효과만을 고려한 비용감축은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래 성장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2001~2003년에 미국 자동차 빅3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불황기를 넘겼으나 체질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여 오늘에 이르고야 말았다. 반면 도요타는 고가 부품을 통합하고 공정을 개선하여 절감한 28억 달러를 R&D에 투자하여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비용삭감과 실적 개선은 다음과 같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즉 기업 실적의 90%가 10%의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에 비해, 비용의 90%는 실적을 내지 못하는 90%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는 ‘실적을 내는 사업은 일반적으로 자금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비용을 삭감하면 실적을 올릴 수 없다.'라고 하며 일률적인 비용 삭감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연역량별로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구사

이러한 공통 전략과 함께 유연역량의 네 가지 유형별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유연역량이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인 여유(현금)와 전략적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 경쟁력(브랜드, 디자인, 기술과 같은 무형자산)을 의미한다. 이 유연역량은 사전에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먼저 재무 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이 모두 양호한 그룹은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 불황은 좋은 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므로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 1위의 철강기업인 아르셀로 미탈은 다수의 광산을 확보하여 원자재를 저가에 공급받고 철강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대형화를 추진하여 급속히 성장하였다.

 

둘째, 재무 유연성은 괜찮지만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여 체질 강화에 주력한다. 성광전자는 외환위기 직후 ‘쿠쿠' 브랜드를 출시하여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국내 압력밥솥 시장 1위로 등극하였다.

 

한편 불황기에는 싼 값으로 브랜드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자사가 부족한 소프트 경쟁력을 M&A를 통해 보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롯데제과는 2008년 6월에 고디바(벨기에), 페레로 로쉐(이탈리아) 등과 더불어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길리안(벨기에)을 1,700억 원에 인수하여 프리미엄 초콜릿 생산 라인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하였다.

셋째, 재무 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 모두 부족한 기업은 생존을 위한 재원 확보가 최우선이며 자력 생존이 어려우면 제휴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한다. 1998년 하이트맥주는 미국 투자회사 캐피털그룹에 3,000만 달러의 무(無)의결권 우선주 전환사채를 팔고 1999년에 덴마크 칼스버그 그룹에서 외자 1억 달러를 유치하여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으로 재무력은 약하지만 소프트 경쟁력이 강한 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 속에서도 소프트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신축성을 확보하여 지속성장을 추구한다.

IBM과 HP는 그 좋은 사례이다. 먼저 IBM은 강력한 소프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변신에 성공하였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시장이 침체되고 PC 가격의 하락으로 제조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핵심분야를 지속적으로 매각함으로써 재무력을 회복했다. 또한 2002년에 하드디스크 부문을 히타치에, 2004년 PC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하여 ‘하드웨어 회사'에서 지식 기반의 ‘서비스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하였다.

 

다음으로 HP는 기존 PC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부활하였다. IBM도 철수하고 델사도 고전하던 PC업계에서 HP만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바로 ‘와우(WOW; 대성공, 열광시키는 상품)'에 있다. CEO 토드 브래들리는 ‘우리가 팔아야 할 것은 와우'라고 강조하며 디자인을 강조한 PC, 눈길을 끄는 독특한 광고 등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했다. 또한 혁신에 대한 투자와 제품 가격의 인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전략을 구사하였다.


자신감을 갖고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 펴야

우리가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계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도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앞에서 소개한 유연역량별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이번 불황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종년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