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8. 13:08

Saysme.tv, TV의 장벽을 허물다

 
Saysme.tv, TV의 장벽을 허물다
제일기획


2008년 11월 한국은 미네르바의 열풍이 뜨겁다. 로마신화의 아테네 여신을 일컫는 미네르바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음(Daum) 아고라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한 논객을 일컫는데,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견하는가 하면 미국발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환율,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예리한 분석을 내놓아 인터넷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미네르바에 대해 인터랙티브 마케터로서 주목할 포인트는 그의 경제에 대한 식견이 아니라, 그가 세상과 소통한 방식이다.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포탈 및 게시판은 지난 봄 촛불시위에서 위력을 발휘했듯 웹2.0 시대 소비자의 ‘광장(plaza)’ 역할을 하고 있다. 미네르바 역시 이 창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 왔는데, 이는 어찌 보면 한 명의 개인으로서 인터넷 외에는 대중과 소통할만한 마땅한 창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도 인터넷은 물론 TV, 신문 등 모든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 이는 법적 제약이 아니라 높은 비용이라는 경제적 제약과 매체사의 편집권과 같은 자율 규제 때문이다. 결국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대중 매체는 인터넷이 거의 유일한 형편인데, 비록 인터넷이 21세기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각광받고 있으나, 도달율과 임팩트 면에서는 아직까지 TV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30초짜리 TV 광고는 Youtube의 30초 동영상에 비해 폭넓은 파급력을 자랑하고, 많은 광고주들은 예산이 허락하는 한 TV 광고를 포기하지 않고 싶어한다. 이처럼 TV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체비는 사실상 개인의 접근을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TV에서 개인의 주장은 개인 혼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로 단체 (예: 정당, 이익단체 등)에 의해 표현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웹 2.0의 패러다임이 TV에 대한 문턱마저 낮추게 되었다. 바로 Saysme.tv와 같은 서비스에 의해서이다.

<Saysme.tv>


올해 4월 출범한 미국의 Saysme.tv는 일반인들도 TV에 광고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제작 혹은 선택한 광고는 (그 표현과 내용에 있어 해당 방송사의 자율규약 등 관련 규제를 따라야 하며) CNN, MSNBC, ESPN, Fox News, Comedy Central, MTV 등 주요 케이블 TV와 일부 지역의 공중파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된다. TV 광고와 인터넷 광고의 합작은 TV 광고의 인터넷 동영상 집행 혹은 바이럴 동영상을 추후 TV 광고로 집행하는 정도로 여겨졌던 관행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서비스는 미 전역 케이블 방송사들의 광고시간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5초에서 25초 단위로 일반 소비자에 판매하여 소비자가 자신의 주장이 담긴 광고를 방영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은 스스로 직접 제작한 동영상을 광고로 방영하도록 할 수도 있고, Saysme.tv측이 준비해 둔 동영상을 이용해 자신의 광고로 편집, 방영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준비한 메시지의 타겟을 골라 그들을 대상으로 광고가 방영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일반 소비자를 광고 시장의 주역으로 불러들인 이 모델은 광고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가능케 했다는 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나, 서비스를 들여다 보면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자신의 주장을 담은 광고를 내보낸다는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광고가 정치 광고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신의 상품을 파는 광고를 할 수도 있겠으나, 이 경우 미 수정헌법 1조(The First Amendment)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와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 있어 추가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고, 소규모 개인 업체의 상품 판매를 위해서는 오히려 인터넷 광고를 활용하거나 지역 케이블 TV 업체와 바로 계약을 맺는 편이 나을 수 있기 때문에 상품 광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이 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정치나 사회 이슈에 민감한 개인이나 각종 사회단체 그리고 지역 광고주들이 되는데, 광고 시장에서 정치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서비스는 Saysme.tv가 밝히고 있듯 ‘누구나 자신의 정견을 발표하고 설득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와 생각의 마켓플레이스를 구현’한 데에서, 혹은 소규모 인터넷 광고를 할 만한 개인 사업자가 TV 매체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역 케이블 사업자에게는 좋은 제휴 대상이 될 수 있다. Saysme.tv는 서비스의 장점 중 하나로 케이블 TV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역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을 꼽고 있는데, 여기에 광고 메시지의 타겟을 소비자가 직접 (인구통계학적 특징 등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을 더하면 지역 케이블 TV 사업자에게 광고주 모집 방식에 있어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TV 매체의 파급력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거나, 인터넷 광고의 영향력이 급증하지 않는 이상 Saysme.tv와 같은 결합 서비스는 인터랙티브 마케터에게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TV 광고 시간을 자동판매기에서 고르듯 개인이 TV 광고를 이용할 수 있는 손쉬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Saysme.tv는 TV 광고의 롱테일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서비스를 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TV 광고 시간의 재판매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데, 만일 (민영 미디어렙의 등장으로) 장벽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주장을 펴는 정치 광고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의견’이 아닌 ‘상품 및 서비스’를 광고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메시지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구인 구직광고나 개인 물품을 사고 파는 벼룩시장형 광고, 즉 ‘개인’을 주체로 하는 광고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와 같은 한국에서의 제약을 감안할 때 인터랙티브 마케터가 취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시사점은 아래 세 가지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존의 인터넷 동영상 광고를 인터넷 외 플랫폼에 확장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Saysme.tv가 TV라는 매체에 인터넷 동영상을 집행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면, 또 다른 매체로의 확장 혹은 응용 역시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기존 매체에서 볼 수 없던 많은 자유를 마케터에게 선사하지만, 매체로서 갖는 한계 역시 분명히 있게 마련이며, 그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얼마나 다양하게 하고 있는지 인터랙티브 마케터들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TV 혹은 기타 대중 매체 광고와의 연동을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여기서의 ‘연동’은 캠페인 전략 개발 단계에서의 연동이 아니라, 광고 집행 단계에서의 연동을 의미하며, 인터넷과 (오프라인 온라인) TV 광고의 동시 집행 및 형태의 통일, 혹은 인터넷과 (오프라인 온라인) 신문 광고의 연동 집행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인터넷 광고를 보다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게 하는 것,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것이 인터넷 광고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끝으로, IPTV 광고에 주는 시사점이다. 현재는 방송과 통신 양쪽의 규제를 받고 있어 그 적용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으나, IPTV가 인터넷과 방송의 융합 매체라는 점에서 Saysme.tv가 온라인 공간의 ‘사용자 중심주의’를 TV로 옮겨왔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재의 IPTV 광고는 대부분 대형 광고주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 TV 광고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광고의 인터랙티비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 방향이 모색되고 있으나, 반대로 일반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광고 역시 IPTV를 활용할 때 (케이블 TV를 활용하는) Saysme.tv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Saysme.tv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숙제는 (TV와의 연동 등) 아이디어의 ‘현실화’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터랙티브 광고에 대한 더 깊은 아이디어와 상상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