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7. 17:22

[경제학 바이블 1] 생활이 곧 경제학의 무대/ 시장 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1] 생활이 곧 경제학의 무대/ 시장 경제학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매 순간 손익계산을 하며 살고 있다. ‘커피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 ‘지하철을 탈까, 승용차를 탈까?', ‘주택대출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탈까?' 이렇게 우리는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 최고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경제적 선택이다. 경제란 마음 속에서 무수히 많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저울질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빈번히 마주치는 생활 속의 경제학 원리를 찾아 보고 경제적 지혜를 얻어 보자.
 

지각을 할까 벌금을 낼까? 기회비용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것은 많지만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신중히 판단해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를 선택하면 나머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포기한 것 중 가장 아까운 것의 가치가 ‘기회비용'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매 순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물건이나 서류를 빨리 받거나 보내야 할 때 이용하는 퀵 서비스도 기회비용을 감안한 선택이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교통체증 때문에 길거리에서 허비하게 되는 시간, 물건을 갖고 오가야 하는 수고 등을 생각하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 하에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퀵 서비스를 이용한다.

어떤 직장에서 지각을 하면 벌금 5천 원을 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신입사원이 늦잠을 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회사에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면 택시를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택시비가 벌금보다 적게 나온다면 택시를 타는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택시비가 더 많이 나온다면 차라리 지각하고 벌금을 내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돈 이외의 것을 고려하면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만일 그 동안 지각을 여러 번 해서 근무평점이 나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 돈이 들더라도 택시를 타는 쪽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기회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간단하지가 않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경제활동의 시작이지만 잘못된 선택은 후회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 잎새가 더 소중하다. 희소성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주인공 소녀는 나무의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비바람이 몹시 세차게 휘몰아치던 밤, 화가인 할아버지는 담장에 똑같은 잎을 그려 넣고 그것을 본 소녀는 건강을 회복한다. 만약 그 나무에 많은 잎사귀가 붙어 있었다면 소녀는 나무의 잎사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꿋꿋이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견딘 잎사귀도 다른 잎사귀와 똑같이 여겨졌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마지막 잎은 다른 잎사귀와는 다른 희소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희소성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오백 원에 산 음료수가 산 정상에서는 천 원인 경우도 있다. 고도에 따라 가격까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반 비용이 가격에 추가되기도 하지만, 산 꼭대기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아이스크림의 희소성이 산 정상으로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희소성을 활용한 제품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남과 다른 특별한 것을 팔아라.” 업체마다 ‘스페셜 에디션(특별판)' 출시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소장가치가 높다는 점을 무기로 꼭꼭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에어컨 광고 모델인 ‘김연아 스페셜 에디션'을 1만 대 한정으로 판매하는 것은 희소성을 유지하는 좋은 사례이다. 김연아 선수의 뛰어난 유연성이 돋보이는 ‘스파이럴' 자세를 본뜬 에어컨을 보는 순간 소비자들은 구매 욕구와 감성적 충족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곧 희소성의 가치로 이어진다.

삼성 애니콜은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하면서 일명 ‘구준표폰' ‘꽃남폰'으로 불리는 ‘햅틱팝'을 출시하여 별칭에 맞게 ‘꽃보다 남자 F4 스페셜 에디션'을 홍보했다. 2만 대 한정판매인 이 휴대전화는 드라마 주인공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같은 기종을 갖는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꿩 대신 닭, 대체상품
 

우리나라 속담에 ‘꿩 대신 닭'이 있다. 옛날에 조상들은 설 떡국이나 만둣국을 끓일 때 꿩고기로 국물을 내었다. 그런데 산 속에서 꿩을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꿩고기를 구하지 못한 날에는 집에서 키우는 닭으로 육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뭔가를 쉽게 얻지 못할 때 다른 것을 대신해 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경제학에서는 한 상품의 수요가 늘면 다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고 말하며 꿩이 없으면 꿩과 비슷한 닭으로 대체(代替)하는 것이다.

유사한 상품들 안에서도 각각의 특성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것저것 따지고 비교하는데,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는 대체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가격경쟁, 품질경쟁, 신제품 개발 노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 원조 비빔밥을 먹기 위해 전주에 있는 유명 식당을 찾아갔는데 공교롭게 휴업이라면 어떨까. 되돌아갈 생각을 하며 허탈해하던 순간, 바로 그 식당 근처에 걸린 ‘휴일에도 영업합니다. 길 건너편 ○○식당'이라는 플랭카드를 발견한다면 아마도 ‘돌아가기엔 멀고 배가 고프니 한 번 가서 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은 편 식당에서는 대체수요자에게 자신의 식당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이나 수요의 초과로 대체재를 찾는 것이 아니다. 똑똑한 공급자는 소비자의 기호와 필요를 반영한 상품을 이미 만들고 여유 있게 손님을 기다린다. 바로 이러한 대체재를 틈새시장으로 볼 수 있다.
 

새해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다짐한다. 처음에는 굳게 각오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차츰 각오가 허물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각오한 목표를 하루하루 달성하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이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계효용'이란 어떤 상품을 소비(혹은 획득)할 때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만족감을 말하는데, 이러한 만족감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공복일 때 빵 한 개의 효용은 대단히 크지만 두 번째 빵의 효용은 최초의 빵 한 개보다는 분명히 적다. 이와 같이 세 개, 네 개로 증가하면 그 때마다 빵에 대한 효용은 점차 감소하며, 배가 부르면 빵을 먹어도 오히려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소비할수록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나중에 출시되는 제품은 기능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판매하는 것이다. 카트라이더가 다양한 게임 맵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함으로써 오랜 기간 인기를 끈 것이나, 장난감을 대여해 주는 사업이 소비자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잘 이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