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8. 23:02

[경제학 바이블 3]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이유는? - 정책을 통해 실물을 지배한다 / 국가경제학

[경제학 바이블 3]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이유는? - 정책을 통해 실물을 지배한다 / 국가경제학


우리는 평소 경제생활을 하면서 국가와의 관계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내고 자장면보다 탕수육을 먼저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국가경제학 이론이 적용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고속도로는 왜 통행료를 받을까? 이용자 부담의 원칙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고속도로는 국도처럼 길이 좁거나 급 커브길이 많지 않고 신호도 없기 때문에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다만 통행료를 내야 한다. 고속도로는 건설 비용이 엄청나며 공사기간도 아주 길다. 개통된 후에도 도로를 유지하는 데 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건설 및 유지 비용이 필요하긴 마찬가지인 국도는 왜 이용료를 받지 않을까? 국도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유지·보수를 하기 때문에 누구나 무료로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가 세금으로 시설을 만들고 국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인 것이다.

국도나 가로등, 공원 등의 공공재는 대부분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는 모든 국민이 항상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이처럼 이용자가 어떤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것을 ‘이용자 부담의 원칙'이라고 한다.

서울 남산터널은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늘 차량으로 꽉 막혀 원래 터널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서울시에서는 혼잡통행료라는 명목으로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도 ‘이용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된다.

자장면보다 탕수육이 먼저 없어지는 것은? 공유지의 비극 

중국 음식점에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보완 관계의 메뉴가 있다. 바로 자장면과 탕수육이다. 여럿이 식사를 하게 되면 자장면은 1인당 한 그릇씩을 주문하고 모여 있는 사람의 수를 가늠해 탕수육을 추가로 주문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여럿이 모여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면 대개 탕수육이 먼저 사라진다는 것. 그 이유는 단지 탕수육이 맛있기 때문일까?

내 음식, 내 옷 등 소유권이 자신에게 한정된 것은 스스로 아끼고 관리를 잘하지만 소유권이 분명치 않은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할 때는 비효율적 사용에 따라 자원고갈 현상이 나타난다. 즉 소유권이 불분명하여 자원을 아껴 쓸 유인(誘因)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한다.

대중목욕탕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요금을 내고 목욕탕에 들어온 순간부터는 물을 많이 쓰든 적게 쓰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시설물이나 자원을 아껴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비누칠을 하거나 탕에 들어가면서도 수돗물을 계속 틀어 놓는 사람들 때문에 절수형 수도꼭지가 개발된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개인의 합리성과 사회적 공공성이 충돌하는 영역에는 반드시 이러한 공유지의 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의 실패'라고 부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개입을 한다.

싱거포르 거리는 왜 깨끗할까? 페널티(Penalty) 

싱가포르는 담배꽁초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로 유명하다. 담배꽁초는 물론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엄격한 벌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문명국가는 기초질서위반자에 대한 처벌조항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헌데 유독 싱가포르의 벌금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법 적용'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전동차 내에서 음식물을 먹어 냄새를 풍기거나 음식물을 흘리면 500싱가포르 달러(약 50만 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된다. 침 뱉기도 적발 횟수에 따라 500~2,000싱가포르 달러 상당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노상방뇨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을 내야 한다. 금전적 처벌은 어느 정도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순기능 역할을 한다. 법을 어겼을 때 자신이 얻는 이익보다 치러야 하는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색 있는 관광지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외부효과 

유명한 문화관광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편리한 숙박시설과 교통편,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관광객의 마음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가 있어야 한다. 스페인 북부의 해안 도시 빌바오는 관광객이 조금씩 발길을 끊었던 공업도시였다. 그러나 1997년 10월 세계 최고 현대미술관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이 생긴 이후 빌바오는 마법처럼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1,500억 원을 들여 만든 구불구불하게 생긴 특이한 건축물은 이제 매년 1,600억 원의 관광 수익을 가져다 주는 상품이 되었다. 이 미술관의 특이한 건축양식 때문에 국내외 관광객이 모이고 외화를 벌어들여 숙박업을 비롯한 관광산업이 발전했다. 즉 이 미술관은 빌바오에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주었다.

외부효과에 대한 보다 쉬운 사례로 독감 예방접종을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주사를 맞으면 주변 사람들이 독감에 걸릴 가능성도 낮아진다. 한 사람의 예방접종이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득을 주기 때문에 이로운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옆자리 사람의 술 냄새, 아파트 복도의 소음, 중국의 황사와 같은 해로운 외부효과가 있는 반면 추운 겨울 내 집 앞의 눈을 치움으로써 나와 가족을 비롯해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안전한 길을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외부효과도 있다. 긍정적인 외부효과는 우리 경제에 매우 유익하다.

정부의 시장개입 약인가, 독인가? 신뢰 

사람 몸은 어느 정도 자체 회복 능력이 있다. 몸이 아플 때 가장 좋은 치유방법은 스스로 낫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나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통을 받는다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경제 주체(소비자나 기업)가 많은 고통을 겪는다면 정부의 정책적 개입 필요성이 커진다.

경기침체, 기업부도 등이 개인과 기업의 연체율 증가로 이어지면서 또 다시 금융위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여러 가지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가 정부의 계획 아래 변화해 왔다. 특히 경제정책은 그동안 많은 부분이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압축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추진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스포츠 시합을 할 때 심판이 신뢰를 얻는 이유는 심판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권위는 해당 시합을 진행하는 단체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심판을 선발하기 때문에 생긴다. 정부 정책이 심판으로서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설익은 정책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국민과 기업은 국가를 한층 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 조영관 / 경제교육 전문가. 신한카드 부부장. 〈씽아의 生生 경제탐험〉, 〈생생 라이브 경제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