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6. 23:39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5] 딱딱한 경영이념도 재미있는 스토리로 전달하라 / 기업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례

[기업경영의 카오스에서 승리하는 법, 스토리텔링 5] 딱딱한 경영이념도 재미있는 스토리로 전달하라 / 기업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사례


많은 기업이 기업 가치를 경영 이념이나 사훈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의 문구는 고객을 감동시키기는커녕 내부 구성원의 공감조차 얻기 어렵다. 임직원조차 기업이 가진 차별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이 자신의 기업을 사랑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상 업무에서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그럼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구성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조직과 리더의 가치 전달
 
얼마 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 리더의 최고 덕목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꼽혔다. 기업의 가치와 리더의 생각을 조직 내부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미국 대중뿐만 아니라 NASA 직원 모두가 강력하게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 스토리는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NASA 내에 혁신과 창조를 기반으로 하는 가치 시스템을 전파시켰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의 가치를 스토리로 설명하면 추상적인 가치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복잡한 개념이 구체화 된다. 물론 여기에서도 핵심 스토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는 분명한 전략적 메시지를 먼저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적절한 시기에 개연성 있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스웨덴의 가구회사 이케아(IKEA)는 기업 설립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Swede Ingvar Kamprad)의 스토리를 통해 기업 철학을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회사 운영 초기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스웨덴 내의 이케아 창고들을 방문하기 위해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녔다. 목적지에 밤에 도착할 경우 그는 도시 한가운데 차를 주차하고 저렴한 호텔을 찾을 때까지 걸어서 돌아다녔다. 호텔에서도 미니바에서 콜라를 꺼내 마셨을 경우에는 다음 날 아침 가까운 가게에서 똑같은 콜라를 사서 다시 채워 놓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날 한 창고를 방문할 때 그는 예정보다 30분쯤 일찍 도착했다. 그는 30분 동안 잡담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대신 파손된 가구들을 모아놓은 거대한 컨테이너로 향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직 사용 가능한 가구가 혹시 있는지를 일일이 검사했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판매해도 좋을 만한 상태의 가구를 종종 발견해서 창고 담당자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케아의 핵심 메시지는 다양한 유형의 기능적이고 디자인 중심적인 가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인데, 언제나 이를 위해 노력한 설립자의 스토리를 접하면서 이케아 직원들은 기업 내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신발 브랜드 에코(ECCO)의 설립자인 칼 투스바이(Karl Toosbuy) 역시 에코 기업 내에서 회자되는 많은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에코에서 새로운 생산 방법을 처음 도입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기계의 틀을 새로 바꾸는 것이었다. 다른 종류의 밑창을 만들 때마다 매번 기계의 틀을 바꿔야 하는데 이 교체 작업에만 대략 30분 이상이 걸렸다. 그동안 기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에코에게는 막대한 손실인 셈이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투스바이는 생산 관리자에게 ‘중단하는 시간을 줄여라!'라는 도전 과제를 주었다.

생산 관리자는 여러 주 동안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한 끝에 마침내 해결책을 생각해 냈고 투스바이를 찾아가 가동 중단 시간을 단 2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외치며 뿌듯해 했다. 투스바이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주말에 포뮬러 원(Formula 1)을 봤는데, 차에 주유하고 타이어 네 개를 교체하고 선바이저를 닦고 다시 트랙으로 돌려 보내는 데 8.6초가 걸렸다네. 자네는 틀 하나를 바꾸는 데 2분이나 걸리는 것에 정말로 만족하나?”

생산 관리자는 되돌아가서 시간을 더 줄일 방법을 다시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말로 2분이 채 걸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투스바이의 스토리들은 매일 같이 회사 내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부서를 막론하고 에코의 모든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책임과 완벽함의 수준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짚어 주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하는 방식 제시

스토리텔링은 조직의 가치나 문화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구성원에게 제시해 주는 데도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스토리는 업무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컨텍스트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추상적인 이론보다 훨씬 잘 이해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레고(LEGO)는 지난 2000년에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경영이 악화되었고 적자 폭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경영 팀은 기업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기업의 가치들을 새로 평가하고, 그 가치들이 구성원 개개인에게 좀 더 공감되도록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레고는 전 조직을 대상으로 레고의 가치에 기반한 다섯 개의 핵심 역량을 도출하고 세부적으로 체계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지만 레고 역시 국내 기업들이 역량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것과 동일한 문제점에 도달했다.

‘비즈니스 지향적', ‘고객 및 브랜드 포커스'와 같은 역량을 도출했지만 이 역량이 실제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런 역량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지 아는 직원이 거의 없었다.

레고는 구성원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역량 관련 교육이나 지루한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터득하고 있었다.

레고의 경영진은 스스로에게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개인의 역량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 보았다. 대답은 명확했다. 구성원의 일상 업무에 관련된 스토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개별 역량이 어떤 식으로 실천되고 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경영진은 곧 전 세계 모든 레벨의 조직에 걸쳐 역량을 대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스토리를 탐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집된 스토리들은 역할과 가치, 역량과의 부합 정도,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과 분류 작업을 통해 간추려졌다. 그리고 다시 스토리를 가다듬고 플래시 영상과 인터뷰 영상으로 재편집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레고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주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가득한 스토리를 얻을 수 있었다. 레고의 정신을 그대로 담은 이 보물 상자는 CD-ROM과 인트라넷을 통해 배포되었고 직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를 통해 레고 구성원의 역량에 대한 공감와 이해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지식경영 그리고 스토리텔링
 

지식경영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사실 지식경영의 핵심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가치를 창출하도록 만드는 것에 있다. 때문에 복잡한 개념 이해보다는 일상 업무 속의 자연스러운 컨텍스트에서 사용되는 지식이 회사 차원에서는 더 소중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식 경영에서 스토리텔링은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스칸디나비아의 호텔 체인 콤웰(Comwell)은 고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생각한다. 이 회사의 핵심 스토리는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극복해 나가는 구성원 개개인의 우수성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콤웰은 조그마한 지식경영 활동을 전개했다. 바로 ‘올 포 유(All For You)'라는 조그마한 폴더를 만드는 것이었다.

콤웰의 모든 직원은 일상 업무 속에서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어떠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폴더 속에 스토리 형식으로 자세하게 적어 놓는다. 폴더 속에 기록된 직원들의 경험담은 전 직원에게 공유되고 이를 접하는 직원은 동료들의 재미난 스토리에 푹 빠져든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유사한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제록스(Xerox)도 이러한 일상의 스토리를 잘 활용한 기업이다. 제록스는 내부조사를 통해 서비스 인력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매뉴얼을 찾아보거나 비싼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 대신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해 자신이 경험한 스토리를 휴게실 커피자판기 옆에서 잡담처럼 주고 받음으로써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교환한다는 것을 밝혀 냈다.

제록스는 그런 스토리들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 휴게실에 떠돌아다니는 ‘커피 브레이크 스토리'를 모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스토리를 잘 구조화해 ‘유레카(Eureka)'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제록스의 수석연구원인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에 따르면 유레카를 통해 매년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절감된다고 한다.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 현실과 이상 사이

기업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스토리텔링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스토리는 기업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과 현재 상황 사이의 현실적인 균형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이상적인 미래만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스토리는 신빙성이 없기 때문에 곧 잊혀지거나 무시되고 말 것이다. 먼저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들이 스토리 속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스토리를 통해 영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구성원을 향한 스토리텔링은 그저 단순한 선전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 황신웅 / 비즈니스스토리텔링연구소장, 덴마크 SIGMA의 협력 컨설턴트, STORYout 대표 컨설턴트로 스토리텔링 관련 강의 및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