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생필품은 ‘싸고, 가까운 곳에서, 빨리' 구입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최대한 줄이려는 생활방위형 라이프스타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소비자 편에서 그들의 삶을 개선해주는 경영활동이 아니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기업경영의 관점이 소비자에서 출발하는 마케팅 전략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친화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소비자친화경영,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자친화경영이란 제품기획 및 개발단계에서는 소비자 안전 및 건강 등의 요소를 고려하고,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에서는 품질, A/S,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의사소통을 철저히 시스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공동체, 국제사회, 미래세대와 생태계 등에 대한 배려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EHS(Environment, Health, Safety)' 시스템의 운영은 기업 이미지와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이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소비자지향우량기업상을 제정해 기업의 자율적 소비자친화경영을 촉진했다. 우리나라도 향후 국가 소비자정책계획에서 기업의 소비자지향적 역할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따라서 향후 소비자친화경영은 기업사회 전반에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친화경영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경기침체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P&G의 팸퍼스 기저귀,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전방위 전략
세계 최대 생활용품기업 P&G는 아기기저귀 팸퍼스를 단순히 흡수가 빠른 기저귀로 홍보하기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기 키우기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을 수년간 전개했다. P&G는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양육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기들이 잠을 잘 자지 않는 이유를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천 기저귀와 유사한 감촉을 주는 기저귀를 개발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기저귀는 아기 엉덩이를 따뜻하게 감싸주어 아기가 보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했다.
새로운 기저귀 덕분에 팸퍼스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했다. 물론 점유율이 증가한 이유가 단순히 신개발품의 기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기를 위한 제품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직원들이 의기투합할 수 있었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입지가 강화되고 소비자와의 감정적 유대도 돈독히 할 수 있었다. 제품 차별화를 통해 직원들의 마음까지 얻게 됨으로써 선순환의 고리가 연결돼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피봇(Pivot)의 에코백, 포스터 소재를 가방으로 재활용
삿포로에서 패션몰을 운영하는 피봇은 옥외광고 소재를 활용하여 에코백을 만들었다. 도심의 빌딩을 화려하게 수놓은 옥외광고는 계약했던 기간이 끝나면 내리고 곧이어 다른 광고가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광고캠페인은 기간이나 계절이 끝남과 동시에 그 생을 마감하며 광고기간이 의외로 짧아 사실상 산업폐기물로 버려졌다.
옥외광고에는 방수성,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인 타폴린(tarpaulin, 타르를 칠한 방수천)이 주로 사용된다.폐기될 타폴린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이 바로 피봇이다. 피봇은 2007년 이후 자사의 건물에 걸린 옥외광고물을 재활용하여 가방을 제작했다. 패션몰의 옥외광고라면 화려한 색상과 참신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한 디자인이 적지 않다. 가방 등 패션잡화의 소재로서 안성맞춤인 셈이다. 또한 광고 중에서도 옥외광고는 그 역할을 다하면 바로 폐기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광고 소재가 가방 등의 제품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거리에서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소니의 CSR 디자인을 위한 SD(Sustainable Design)팀
SD팀은 소니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에코 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문의 디자이너가 모여 구성된 팀이다.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인 개발부서인데, 그들은 고성능 절전형 모듈이 개발되어 제품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주제의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에콜로지와 유니버설 디자인은 SD팀이 추구해야 할 커다란 테마이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어떻게 디자인을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모색하고 있다.
SD팀은 발족과 동시에 소니 LA 디자인센터에서 개발한 ‘odo'를 인계받았다. 소니의 디지털 가전시리즈 odo는 ‘스스로 사용할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자'라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자가발전 기능을 갖춘 친환경제품인 odo는 전원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이 사진촬영이나 음악청취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소니는 ‘For the Next Generation(다음 세대를 위해)'이라는 명쾌한 슬로건과 로고를 탄생시켰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소니의 CSR 활동을 나타낸 캐치프레이즈다. ‘odo'는 이러한 소니의 철학에 기초하여 제안된 수동발전(kinetic energy)을 응용한 디자인 콘셉트 그룹이다.
odo 컨셉으로 제작된 기기들은 아이들의 창의성, 호기심, 에너지를 활용한다. 그 대가로 아이들에게 미래의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여 사회적 의식 및 생태적 가치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고취시킨다. 본체 소재로는 식물성 원료의 플라스틱이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본체 바닥에 있는 롤러를 움직여서 충전하는 비디오 뷰어나, 레버를 돌려 충전하는 캠코더, 좌우의 집게손가락을 구멍에 끼고 돌리면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마쓰시타의 청소가 필요없는 아라우노 변기
소비자의 친환경 의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친환경 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친환경 상품이라는 호소만으로는 팔리지 않는다. 마쓰시타는 3개월간 청소할 필요가 없는 변기 아라우노(A La Uno)를 출시했다. 절수, 절전 설계와 더불어 변기용 세제가 아닌 주방용 세제를 사용한 거품세척 등을 도입해 친환경 성능과 귀찮은 화장실 청소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실속형 친환경 상품이라는 점이 주효한 것이다.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격대비 높은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감정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불황을 극복할 또 다른 무기가 될 것이다. 브랜드 가치와 가격을 함께 홍보하여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그 이상을 원한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새로운 물건을 갖기 위한 끝없는 경주 속에서 불황의 허전함을 느끼던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친화경영은 기업환경이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앞으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과제임에 분명하다.
- 이동훈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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