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3.0 시대의 新무기 5] 따라잡기, 벤치마킹을 뛰어넘어라
선진 기업들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따라잡기(catch-up)' 전략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소개한 ‘창조적 전환'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 하는 것도 곤란하다. 성공 기업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방향에 눈을 맞추고, 변화의 계기와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스스로 변화하는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창의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한 명의 뛰어난 천재가 획기적인 발명을 할 수도 있고 평범한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대박'을 낼 수도 있다. 또 조직 구성원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이 발현될 수도 있다.
“미래에는 경쟁(competition)이 아니라 초경쟁(surpetition)을 해야 한다. 초경쟁이란 새로운 ‘독점 가치(value monopolies)'를 창조하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의 창시자 에드워드 드 보노)
“‘최고 기업'이 되거나 ‘보다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독특한 가치(unique value)'를 찾아내 포지셔닝하는 게 중요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
“경쟁의 레드오션(Red Ocean)이 아닌 창조적 가치혁신을 통해 블루오션(Blue Ocean)을 개척해야 한다. (김위찬·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독점가치, 독특한 가치, 블루오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이들 가치(또는 전략)의 공통점은 “남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따라잡기(catch-up)' 시대처럼 앞선 기업을 쫓아가는 데 급급해서는 성공을 담보하기는커녕 생존조차 힘든 시대다.
닌텐도, 애플 등 경영에 창의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조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구촌 전체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넘버원 아닌 온리원” 벤치마킹을 넘어서라
소비자들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찾아내고, 때로는 새로운 욕구까지 ‘창조'해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경영이 필요하다. 창의와 상상의 힘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사업방식을 선택하며, 임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를 구비해야 한다. 즉, 사업분야, 사업방식, 조직문화의 ‘창조적 전환(creative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창조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GT(Green Technology; 그린 기술)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설립 5년 만에 매출을 540배나 늘린 독일의 큐셀, 게임과는 거리가 먼 여성과 중장년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닌텐도DS와 Wii라는 대박상품을 만들어 낸 일본의 닌텐도,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섬유부문을 과감히 버리고 종자회사를 인수해 생명공학과 산업소재 등을 중심으로 한 ‘종합 과학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듀폰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선진 기술을 재빠르게 모방해 따라잡는 ‘따라잡기(catch-up)' 전략을 구사해 왔다. 선진 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모방하거나 기술과 설비를 도입하여 개량함으로써 선진 기업을 따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선진 기업으로부터 기술과 설비를 도입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자체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한 한국 기업들이 R&D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3년 후면 대부분의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1년 내외로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창조적 전환'은 어려울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새로운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록터앤갬블(P&G), IBM,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과거 혹독한 불황기 때 세워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던 1975년에 창업됐다. 1889년 화투 제작사에서 출발한 닌텐도가 게임업체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도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시기였다.
위기상황이라고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불황으로 경쟁 기업들이 투자축소와 구조조정에 나설 때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그리고 때를 기다려 불황이 지나고 호황이 찾아왔을 때 그동안의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현재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 산업들이 비슷한 패턴의 전략을 구사했다.
불황기 때 과감한 투자는 중요하다. 문제는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다.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신사업 분야 개척이나 기존 사업의 재해석을 통해 사업분야의 창조적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업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사업분야와 사업방식의 전환은 그에 상응하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창조적 전환'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 하는 것도 곤란하다. 각각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능력과 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공 기업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방향에 눈을 맞추고, 변화의 계기와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스스로 변화하는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나'부터 창조적 전환의 주체가 되자
‘창조'란 전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기존 제품을 ‘창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이미 존재하는 MP3플레이어,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결합해 탄생한 제품이다. 무선 컨트롤러를 사용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은 닌텐도가 처음 개발한 것이 아니다. 닌텐도는 이 기술에다 게임의 ‘재미'를 입혀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 최근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Wii 피트'는 건강과 미용에 관심을 높아지고 있는 ‘웰빙' 트렌드까지 제대로 접목시켰다. 주변에 널려 있지만 남이 주목하지 못한 뭔가를 찾아내는 안목 또한 창의력이다.
창의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한 명의 뛰어난 천재가 획기적인 발명을 할 수도 있고 평범한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대박'을 낼 수도 있다. 또 조직 구성원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이 발현될 수도 있다. 창조성 자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애니메이션영화 분야에서 잇단 히트작을 내고 있는 영화제작사 픽사의 조직운영 원칙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조직의 창조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고심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토이스토리>, <벅스 라이프>, <라따뚜이>, <월-E> 등을 만들어 낸 영화제작사 픽사는 집단창의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세 가지 조직운영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는 누구와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고, 둘째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셋째는 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가까이한다는 것이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08년 9월호).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조직에서 실제로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창의력을 자극하는 기업문화는 남을 모방하지 않고 상상력을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창조적 인재'를 확보하고 키워 나가는 데 필수적이다. 역으로 이러한 기업문화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기업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꿔 나갈 수 있다.
기업의 ‘창조적 전환'은 구성원 개개인의 ‘창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회사의 창조적 전환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업무분야), 어떻게 나의 아이디어를 회사의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업무방식)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역량(업무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회사 내에서도 나의 ‘독점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집결 됐을 때 기업의 ‘창조적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 박성완 /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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