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8. 14:51

[1등 기업의 비밀병기 ‘콜래노믹스’ 1] 콜래노믹스의 힘, ‘경쟁’에서 ‘협력’으로

[1등 기업의 비밀병기 ‘콜래노믹스’ 1] 콜래노믹스의 힘, ‘경쟁’에서 ‘협력’으로


소유보다 접속이 중요한 네트워크 시대. 글로벌 기업들은 21세기형 비즈니스 모델로 하이컨셉(high concept)에 의해 헤쳐 모이는 ‘콜래보레이션'을 선택했으며, 이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업종의 경계를 넘어 기업의 부와 네트워크를 창출할 수 있는 콜래보레이션 파트너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콜래보레이션을 추진해야 될까? 단순히 콜래보레이션을 한다고 콜래노믹스가 창출되지는 않는다. 효과적으로 콜래노믹스를 창출하려면 가장 적합한 시기에 양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과 철학을 제품에 쏟아야 한다. 성공적인 콜래노믹스를 위해 콜래보레이션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콜래보레이션의 대표적 유형, 콜래보레이션을 활용해 성공을 거둔 글로벌 기업 사례, 콜래보레이션을 200%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방법 등을 세 편에 걸쳐 소개한다. 


협력의 시대

많은 사람들이 ‘협력의 시대'라고들 한다. 특히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0일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다민족, 다인종 배경을 가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협력'과 ‘융합'이 이 시대의 코드로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비해 아쉽게도 많은 기업들은 협력이 대세라고 말은 하지만, 협력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같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의무라고 소극적으로 생각할 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는 기업 전략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사고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에서 기인했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기업의 주축이 되고 있는 40대 초반 인재들은 흔히 학력고사 세대라고 불리며, 혹독한 경쟁의 시대를 거쳐 왔다. 같은 크기의 파이를 놓고 더 먹고 덜 먹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 방식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경쟁보다 협력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적 발상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협력을 통해 힘을 합쳐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파이를 같이 협력한 이가 빼앗아 간다는 사고 방식이 아직도 팽배한 것이다.

더욱이,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협력을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개성,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희석시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협력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력의 마법,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

하지만, 영리한 협력이야말로 현재와 같은 경제 불황의 시대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회심의 한방이 될 수 있다. 협력 즉,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파트너를 자신의 시장에 끌어들여 시장의 화두와 게임의 판도를 유리하게 변경시킬 수 있다. 즉 콜래보레이션을 통한 부의 창출인 콜래보노믹스(collabonomics)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콜래보레이션을 통한 부의 창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두 기업이 만나니 둘의 고객 크기만큼 네트워크가 확장된다. 더욱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울타리(boundary)를 넘어서게 되고 새로운 네트워크로 진입하게 됨으로써 확산(diffusion)에 가속도가 붙는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느낌이 강한 1990년대의 루이비통이 2000년대 그래피티(graffiti) 아티스트인 스테판 스프라우스, 래퍼인 패럴 윌리엄스 등과 협력했던 것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파트너를 고르게 되면 자칫 노후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면서 수명을 길게 연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유의미한 협력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단순한 콜래보레이션을 넘어 콜래보노믹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콜래보노믹스 창출의 조건은 무엇인가?


가치 사슬 전반에서 협력하라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네트워크로의 진입을 통해 확산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협력의 마법이다. 하지만, 콜래보레이션이라는 미명 아래 파트너를 아웃소싱 업체로 생각한다면 파트너의 고객을 내 네트워크로 끌어올 수 없다. 디자인이나 영업 등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어느 한 부분에서만 콜래보레이션할 것이 아니라, 기획-디자인-제조-마케팅-영업 등 가치 사슬의 모든 부분에서 협력할 때에만 네트워크 기반이 확산된다.


오픈 플랫폼으로 ‘집단 혁신'을 도모하라

또한, 두 브랜드 간의 철학과 기술을 융합하여 고객의 잠재적 니즈 구현에 협력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진화와 혁신이 콜래보노믹스의 전제 조건인 것이다. 즉, 협력을 통한 집단 혁신(collaborative innovation)을 이룰 수 있을 때 콜래보노믹스가 창출된다. 이제까지 많은 휴대전화 메이커들이 디자이너와 합작(콜레보레이션)하여 디자이너 에디션 폰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만남은 그리 많지 않다.

의식적이든 의식적이지 않든, 휴대전화 메이커들은 디자이너들을 휴대전화 시장에 끌어들여 ‘멋진 디자인'을 시장의 화두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디자인을 통해 진일보된 혁신이 느껴지지 않고, 유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패턴을 클리쉐(cliche: 상투적인 표현이나 인식)처럼 휴대전화에 나열했을 뿐이다.

그에 비해, 삼성의 비욘세폰은 콜래보레이션한 대상과 제품의 혁신적 코드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미국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비욘세폰은 앞과 뒤가 다른 혁신적인 듀얼 페이스가 비욘세의 멀티 플레이어적인 모습과 겹치고, 뮤직폰인 만큼 세린폰으로 콜래보레이션했던 뱅앤올룹슨의 아이스파워 앰프기술과 이동 중 편리하게 음악을 검색할 수 있는 ‘스위핑 PUI(물리적 유저인터페이스)'를 채택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혁신 없는 콜래보레이션은 한순간 이슈 메이킹으로 간주되어 쓸데없는 가격 상승 요인으로만 여겨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명세에 얽매이지 말고, 철학이 맞는 파트너를 골라라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이제는 가전제품과 평면 TV도 종종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콜래보노믹스의 전제 조건인 진화와 혁신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빌려 이슈 메이킹에만 신경을 쓸 뿐이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한순간 이슈가 되는 콜래보레이션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인지도면에서는 떨어진다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기술적 혁신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디자이너 및 브랜드와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면 TV의 선(wire)을 완전히 없앤다거나, 혁신적인 소재 기술로 플라스틱이나 철을 자유 자재로 구부러뜨리는 등의 혁신을 선보이려는 기업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을 디자인으로 구현해 줄 파트너의 철학과 행보가 이러한 모습과 전혀 동떨어져 있다면 그 파트너의 유명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당연히 그 만남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실질적인 가공 기술 및 IT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업체가 있다면 그 업체가 신생 업체라 하더라도 협력할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브랜드 및 기업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콜래보레이션 유형과 경쟁적 패러다임에 익숙한 이제까지의 마케팅 기업에 비해 각 유형별 콜래보레이션이 얼마만큼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 데본 리(Devon Lee) / Faculty, Baruch College/City University of New York.
뉴욕시립대 경영대학이 소속되어 있는 버륙 칼리지에서 소비자 행동론과 마케팅 전략을 강의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콜래보경제학(새로운 부와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콜래보레이션 성공전략)>, <한국인이 사는 법(공저)>이 있다.

* ‘콜래보경제학(collabornomics)'이란?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과 이코노믹스(ecomonics)의 합성어로, ‘협력의 경제학'을 말한다. 콜래보레이션이 협력을 의미한다면, 콜래보경제학은 협력을 통해 창출한 새로운 이익을 의미한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