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3. 23:57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지향의 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면서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가운데 큰 타격을 받았던 1997년과 비교하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개선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통해 불황 극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산업에서의 포지션 상승 또는 주력사업 변신의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 시작된 2009년은 한국 경제 전반은 물론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불황이 초래할 여러 가지 경영상의 위험과 난관 속에서도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존 산업에서의 포지션 상승, 혹은 주력사업 변신의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번 불황이 끝난 이후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이 명암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 중에도 경영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변신에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수익성 악화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던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제지, 가전, PC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던 비관련 다각화 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의 위기 극복을 통해 서비스 중심의 IT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한 IBM도 위기 당시에는 하드웨어 제조·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한국 기업들도 1997년에 겪었던 외환위기라는 경험과 함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기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단기적 접근에 매몰되지 않고 불황기 이후를 보는 전략적 기회 모색을 상당수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선된 한국 기업의 기초 체력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전망이 가능한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한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성장 지향의 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면서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가운데 큰 타격을 받았던 1997년과 비교하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비율 등 재무적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이를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재무적 안정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보수경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만큼 낮은 부채비율, 충분한 현금성 자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것이 불황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해 본격적인 현금 확보 노력을 시작했다. 외부차입이 거의 없던 미국 IT 장비업체 시스코사(社)가 이미 2008년 2/4분기에 약 4억 3,000만 달러를 차입했고, 동년 10월에는 GE가 워렌 버핏으로부터 30억 달러 유치 및 유상증자를 통해 15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조달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그 영향력의 크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무 안정성 유지를 주요 관리지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꾸준히 펼쳐 왔던 국내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품 가격 하락이나 매출의 감소에도 상당 기간 동안 버텨 내면서 필요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불황기가 지난 이후에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질 개선 노력에서 앞서 간 국내 우량 기업들에게는 경영 환경 악화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불황 대응 전략의 다양성 확대

이처럼 개선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통해 불황 극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구조 개편, 내핍경영 등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조치들에 더해, 소속 산업의 특성과 기업별 역량을 반영한 공격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기업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들의 재무적 유연성이나 유·무형 자산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기업의 복원력(resilience), 즉 불황기 도래로 인한 외부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이 전체적으로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기업은 실제 불황이 닥쳤을 때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들 우량 기업은 향후 호황기가 도래했을 때 기존의 경쟁 우위를 보다 공고히 하거나,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불황 대응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우선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둔 수비 경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무적 유연성과 소프트 역량을 중심으로 측정한 한국 기업의 복원력, 즉 불황 대응 역량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3 이상, PBR(Price Book-value Ratio: 주당 순자산 비율)이 1 이상인 기업의 비중이 7.4%에 불과했던 반면, 2008년 상반기에는 31%로 증가했고, 재무적 건전성과 소프트 역량이 모두 열악한 기업의 비중은 47.4%에서 23.9%로 감소해, 한국 기업의 전체적인 역량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가 많아진 만큼, 2009년 경영 환경 악화를 맞게 된 기업들이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3사분면에 속한 기업이 생존을 위한 현금 확보, 제휴 파트너 물색 등 한정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반면, 1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은 기존 산업 내에서의 위상 공고화를 위한 M&A나 미래를 위한 투자 등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1사분면에 해당하는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수비 일변도의 대응보다는 R&D 및 마케팅 관련된 투자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당 산업 내에서 지위를 공고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글로벌 판세 전환의 기회로 활용

이번 불황이 지구촌의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스케일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며, 여기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한국 기업들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해외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엔고 등의 이유로 인해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 감소한 바 있는 소니가 2008 회계연도에 1,000억 엔 정도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상당수 우량 기업들에게는 지금의 불황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판도를 바꾸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미국 모토롤라가 경쟁력 약화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미국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이나 미국 자동차 Big 3가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처럼, 시장 상황 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 간 경쟁 상황도 글로벌 업계 판도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기초 체력과 경영 능력을 토대로, 특히 최근 일본 경쟁 기업들의 부진을 기회로 승화시켜 경영 환경 악화라는 악재를 판세 변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 CEO들 역시 다가올 불황의 위기에도 수비 경영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며 해외 기업 M&A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예컨대 삼성, 포스코 등은 M&A를 2009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하고 해외 기업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8년 하반기에 이미 미국 샌디스크사(社) 인수를 시도한 바 있으며, 포스코는 동년 10월 일본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약 4조 원 규모의 브라질 철광석 광산 지분 인수를 감행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한국의 우량 기업들은 변동성이 매우 커진 불황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향후의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강한수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