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0. 13:51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2편] 불황기 마케팅 키워드 / 보다 ‘알뜰’해진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2편] 불황기 마케팅 키워드 / 보다 ‘알뜰’해진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심리는 실속형 소비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일단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가격과 품질을 모두 기대하는 소비자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저가격을 내세운 유통 모델 등 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불황기에 가격 전략에 매몰되지 말고 좋은 품질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맹목적인 가격인하 전략은 추후 호황 시 가격인상에 오히려 제동을 거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망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가치소비패턴의 정착

불황이 금융을 넘어 실물경제에까지 전염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고 우울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심리적 불황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실속형 소비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과거 중·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되던 이 같은 실속형 소비가 이제는 소득과 상관없이 나타나는 합리적 소비문화의 한 형태로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실속형 소비패턴이 확대되는 이유는 남녀노소 전 계층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불황기에는 가격 대비 가치를 꼼꼼히 비교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활용하려는 알뜰형 소비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뉴미디어 확산의 영향으로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비교할 뿐만 아니라 생필품과 같은 저관여 제품(low-involvement product: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지 않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까지도 사용 후기, 전문가 및 일반 사용자의 평가 등 사전정보를 충분히 습득한 이후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구매습관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합리적 소비패턴은 미국·일본의 소비시장을 비추어 볼 때, 과거 많은 불황과 호황의 파고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불황에 대한 ‘소비학습'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소비패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일단 가격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낮은 가격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까지 원하는 불황기 합리적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과 제약 하에서 차별적인 소구 포인트(appeal point)를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주효할 것이다. 저전력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인터넷, 오피스 등 핵심기능으로 특화한 ‘넷북(Netbook)'의 세계적 인기는 이를 반영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부상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가격과 품질을 모두 기대하는 복잡한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유니클로'와 ‘자라' 등의 패션 브랜드가 저가이면서 빠른 재고순환으로 늘 최신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획,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여하며 생산원가를 낮추는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에 있었다. 이들 브랜드는 이제 ‘저가품'이 아니라 부유층도 갖추어야 하는 ‘베이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상품, 서비스, 혜택을 먼저 제공하고 가격은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장치한 비즈니스 모델도 눈에 띈다. 무료로 제품을 빌려주되 제휴한 금융기관의 카드를 발급받게 해 일정액수를 사용하면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렌탈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입금하게 하는 ‘페이프리(pay free)' 모델은 최근 불황기를 타고 등장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다.

저가격을 내세운 새로운 유통 모델들도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에서 백화점과 대형양판점이 지속적인 매출 감소로 매장 축소와 합병 등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다양한 저비용의 소매 혁신 모델이 등장하여 이제 백화점, 할인점 등의 대형유통망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100엔숍'으로 유명한 ‘다이소'로 대표되는 균일가 매장이나 생필품을 엄선해 특정 브랜드로만 초저가에 판매하는 초저가 할인매장(hard discount store) 등이 향후 주목할 만하다.

 


불황은 ‘신뢰 쌓기'에 적기

다양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황기에는 ‘가격'이 절대적인 소비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나 신뢰도가 더 중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주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여 오래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무의식적 불안회피형' 소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일기획이 2008년 10월에 조사한 불황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가 가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비율이 56.4%로 ‘신뢰가 조금 덜 가더라도 가격이 싼 브랜드를 선택한다'(43.6%)보다 높았다. 단순히 가격에만 영향을 받지 않는 소비성향은 선진 소비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 KPMG(기업세금, 세무전략 및 금융자문 전문업체)가 2007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소비성향을 보이지만 한편으로 ‘환경문제', ‘제품 안전성', ‘제품 원산지' 등의 특정 가치를 확연하게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소비심리는 각종 안전과 환경, 먹거리 파동이 자주 불거지고 있는 국내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불황기에는 가격이 구매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상품가치 측면에서 볼 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격파괴 효과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기업들은 불황기에 가격 전략에 매몰되지 말고 좋은 품질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맹목적인 가격인하 전략은 추후 호황 시 가격인상에 오히려 제동을 거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망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절감을 위해 광고홍보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8년 미국 맥그로힐연구소는 불황기 광고 활동과 매출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불황기(1981~1982년)에 광고비를 유지 또는 증가시킨 기업들의 매출이 5년 후(1987년) 3.75배 증가한 반면, 감소시킨 기업은 1.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불황기에 전개한 마케팅 노력이 추후 경기회복에 큰 동력이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불황기를 오히려 신뢰 형성과 이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삼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다.


- 정태수 /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