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1편] 2009년 경영기조 - 보수경영기조의 틀 안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전개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10여 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10여 년 전 대다수의 한국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감내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일까. 상당수 기업들은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의 진행 상황을 상당 기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현금성 자산의 확보가 최고의 안전판'이란 인식 아래 현금 중시형 보수경영기조로의 움직임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용 감축과 현금 확보를 위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경영기조는 피할 수 없는 대세(大勢)
2009년 한국 기업의 경영기조는 ‘보수경영'이 확연히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은 성장기조로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구체성을 띄며 신사업 추진에 대한 CEO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함께 M&A 등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CEO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증대시켜 이러한 공격적 경영 전략은 쉽게 추진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은 1997년 IMF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10여 년 만에 치솟는 환율, 유동성 문제 등과 직면하면서 ‘IMF 트라우마(trauma)' 증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 현시점에서는 생존과 안정 위주로의 경영기조와 전략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트라우마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로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받는 사고를 경험한 후 동일 사고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거나 행동에 장애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정신적 장애를 의미한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다수의 한국 기업은 사업 철수와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당했다. 물론 1997년의 상황과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황은 다르지만 외환위기를 경험한 대다수 한국 기업에게는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잠재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 투자에 주력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상당수 기업은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 위기의 진행 상황을 상당 기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전 산업으로 진행되는 자산매각, 사업 구조조정
실물경제의 위축과 환율의 불안정성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에게 ‘현금성 자산의 확보가 최고의 안전판'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과 부채비율 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현금 중시형 보수경영기조로의 움직임은 한국 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이며 이미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재무구조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보수경영기조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비용 감축과 현금 확보를 위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수출 시장에 대한 글로벌 전략 재점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미국, 유럽, 중국 등 한국 기업의 주력 수출 시장뿐만 아니라 신흥개도국 시장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글로벌 실물경제권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등 한국의 수출 주력 산업 및 기업의 글로벌 전략 수립과 실행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하반기부터 이미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 그림기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전략 수립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대상국은 중국이다. 2002년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의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실질 GDP가 1%p 하락할 경우 대(對) 중국 수출은 2.5%p 감소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중국에 대한 섬유, 석유화학, 전자 등 가공무역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던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투자가 위축되면 필연적으로 국내의 설비투자 감소 및 고용 감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 기업과 경쟁 중에 있는 글로벌 기업 역시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 위주의 성장 전략에서 내실 위주의 전략으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자금 여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춘 한국 기업은 이 기회를 새로운 성장을 향한 글로벌 전략의 일대 전환기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 속, 미래를 향한 투자가 요구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다수 기업이 수비 위주의 경영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일부 업종과 기업은 성장을 향한 투자 활동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장기 불황이 예고되면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고,대기업들도 자체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부문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그룹 관계사들의 사업부문 또는 회사 자체를 인수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2009년 한국 기업은 보수경영기조라는 큰 틀 안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항이 있다. 바로 단기적인 위기 극복 차원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 경영의 방향타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현재 한국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자들과 중요 직책에 있는 임원들은 거의 대부분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조정을 경험했을 것이다. 요지는 당시 구조조정의 경험을 토대로 ‘실패의 자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눈앞에 닥친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현재 새로운 사업이 될 수도 있었던 미래성장동력까지 훼손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이 필요하다. 또한 구조조정은 위기가 닥칠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 문지원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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