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7. 19:23

[소비 트렌드] ‘만족한다’고 말한 고객의 단 8%만 재구매… 고객의 습관을 형성하라! 2009

[소비 트렌드] ‘만족한다’고 말한 고객의 단 8%만 재구매… 고객의 습관을 형성하라! 2009


모든 기업들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향후 고객 행동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단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의 관심이 CS에서 CH(Customer Habituation; 고객 습관화)로 옮겨 가고 있다.


미국에서 이동통신 사업자가 고객 한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300~450달러라고 한다. 여기에는 단말기 보조금, 유통비, 직영점 운영비, 그리고 전반적인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다. 미국에서는 세 개의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가 1억 7,5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점유하고 있으며, 한 달에 약 1.5%의 이탈 고객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한 달에 약 260만 명의 이탈 고객이 생겨나고, 이런 고객을 재유치하기 위해 기업은 한 달 기준 최소 7억 8,000만 달러 이상이라는 적잖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연 단위로 계산해보면 무려 90억 달러 이상이 된다. 이동통신 산업에서 장기 고객 유지가 기업의 수익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기업이 고객 유치를 위한 초기 투자비용까지만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후 발생하는 매출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통신 및 데이터 서비스 운영비용을 기반으로 기업에게 상당한 이윤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타 분야의 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고객보다 신규 고객에 집중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좋은 서비스 조건과 단말기를 제시하는 반면, 기존의 장기 고객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탈 고객이 발생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기존 고객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객 되찾기(win-back)' 캠페인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잃어버린 고객을 되찾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이동통신사의 모습이다.

 


고객만족지수에 바탕을 둔 가짜 충성도

 
많은 기업은 고객만족과 충성도 향상이라는 목적 아래 기존 고객의 이탈 방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본래 항공사나 호텔 등의 기업이 구사해 왔으나 후에 일반 소매점에서부터 대규모 기업까지 그 성공 전략을 모방하게 되었다. 오늘날 이런 보상 프로그램은 마치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필수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기껏해야 ‘가짜 충성도'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고객의 만족 정도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매년 수십억 달러가 소모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이 기업 사명서에 ‘고객만족 달성'을 미션으로 삼는 현실과, 마케팅의 대명사인 필립 코틀러 교수의 마케팅 정의가 고객만족에 발판을 두고 있는 것 또한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데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이렇듯 고객만족에 대한 중요성은 여러 곳에서 강조되고 있으나 문제는 실제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향후 고객 행동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단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 고객의 85%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했거나 매우 만족했다고 밝힌 놀라운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CS 전문가인 닐 마틴이 대규모 메타 분석을 통해 알아본 결과, 만족한 고객의 단 8%만이 재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실은 ‘만족'이라는 개념이 고객 유지를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마케팅 관리자들을 고민에 빠뜨리기 충분하다. 그러면 이쯤에서 불만족스러운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비판을 받으면서도 변함없이 세계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을 살펴보자.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전 세계가 중독

 
매일 십억 대에 가까운 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나 비스타 로고와 함께 부팅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은 익숙할 것이다. 25년 전 빌 게이츠가 만들어 놓은 소프트웨어에 전 세계가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일반적인 중독 상태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중독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의 어떤 희열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프로그램 사용 습관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빌 게이츠는 어떤 방법으로 우리의 삶을 이렇게 완벽하게 지배한 걸까.

그는 사실 PC용 운영체제를 최초로 개발한 것도 아니었고 데스크톱 컴퓨터를 세계적인 비즈니스 필수품으로 고정시킬 만큼 생산성 향상 목적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많은 사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현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응용 프로그램에 딸려 오는 수천 가지 옵션은 ‘거품 기능'이라는 용어를 낳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결함이 많은 보안 문제를 해결하느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스템 관리자들은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떻게 빌 게이츠가 전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이 의문에 ‘습관'을 대입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을 선점하거나 고품질, 저가의 제품을 만든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무의식중에 습관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의 열쇠가 아닐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뒤처지는 것과 같은 필연적이며 습관적인 사고방식을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심음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PC 혁명 초기의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대부분 전문화된 특정 제품 개발에 모든 힘을 쏟는 외골수였다. 비지칼(VisiCalc)이나 워드스타(WordStar) 같은 프로그램은 선도적이긴 했으나 극소수의 IT 전문가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이에 반해 빌 게이츠는 계산기나 타자기같이 초보 사용자가 습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표준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의 강도 높은 탐구는 세대를 막론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 기본 응용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으며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나 아웃룩은 PC에 꼭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공짜, 할인 마케팅으로 고객 습관 형성한 IBM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PC업계의 후발주자인 IBM은 수많은 대학교에 PC실을 무료로 만들어 주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경우, 신입생들에게 기종을 불문하고 누구나 PC를 사도록 권유했는데, IBM은 PC를 처음 구입하는 학생에 한해 절반 가격에 판매했다. 애플이 우수한 기종이었음에도 워낙 큰 가격 차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IBM을 구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들이 타사 제품보다 월등하지 않은데도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 그리고 IBM 제품이 더 우수한 기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IBM 제품과 그 모방제품(clone)들이 전 세계 대부분의 책상 위에 있게 된 것이 고객의 습관을 어떻게 형성시켰느냐로 귀결되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 홍성태 /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