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에 해당되는 글 62건
- 2009.01.2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④] 종업원 가치 /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을 만든다
- 2009.01.2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③] 고객가치 / 존경받는 기업은 고객의 마음속에 있다
- 2009.01.13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①] 혁신가치 /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가치 창출해야 ‘존경받는 기업’
- 2009.01.13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 2009.01.09 [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 2009.01.09 [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 2008.12.19 미래 기업의 핵심 가치, 고객의 신뢰(LG경제연구원)
- 2008.12.19 [위기 극복 기업 8편] 맥도날드 / 반미 상징에서 친근한 로컬 기업으로 현지화에 성공 2
- 2008.12.18 [Think Smart Work Better] 창의성 원하면 인식의 틀 바꿔라 (DBR)
- 2008.12.18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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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6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낳는다.
- 2008.12.16 여러분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CEO처럼 기획한다면!
- 2008.12.16 [위기 극복 기업 7편] 월트 디즈니 / 창의성 잃었을 때 회사도 위태, 디즈니의 ‘창의성 회복’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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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6 [위기 극복 기업 5편] 버버리 / 150년 트렌치코트의 위기, 30대 디자이너의 ‘버버리’ 살리기
- 2008.12.16 [위기 극복 기업 4편] 닌텐도 / 폭력 게임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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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6 [고전에서 배우는 창조적인 생각법 2] 정확한 욕망 - 비교력 / 네 개의 눈으로 사물을 꿰뚫어 본 한나라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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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6 [인재경영 사례 - ‘로슈’의 혼혈문화] 국적, 성별, 문화! 골고루 잘 섞여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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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6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4편] 인재경영을 위한 인사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 2008.12.16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3편] 인재양성 - 사람이 힘이다, 미래다, 희망이다
- 2008.12.16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2편] 인재 채용 / 창조경영 시대에 맞는 글로벌 인재 찾기
- 2008.12.16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1편] 인재,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의 핵심
- 2008.12.16 [아이디어 뱅크를 찾아서 / 월트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센터]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이 모여,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 2008.11.27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4편] 기업 역전의 시대 / 개선장군이여,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④] 종업원 가치 /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을 만든다
종업원도 고객이다. 고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부 고객이다. 회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종업원이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리가 만무하다. 그런 의미에서 종업원은 외부 고객보다 더 중요한 고객인 셈이다. “존경받는 직원이 존경받는 회사를 만든다”라는 말은 아주 단순해 보이는 명제지만 이 명제는 우리에게 내부 직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존경받는 기업은 존경받는 직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이야말로 기업 가치의 원천이므로 창의성 계발을 극대화한 직무 환경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결과는 곧바로 종업원들이 손수 만들어 가는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은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SAS의 창업자이자 CEO 굿나이트 회장은 “직원은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SAS는 종업원을 대상으로 한 다양하고도 세심한 배려 프로그램을 갖춘 기업으로 유명한데 SAS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복리후생 지원 수준을 넘어 종업원의 창의성을 키우고 종업원 가치를 제고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적 자원을 투자 자원의 하나로 철저히 인식하고 전략적 자원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집중적이며 총체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SAS는 종업원이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창의성 계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편의시설과 의료시설, 개인별 지원제도 등을 완비하고 있다.
공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외부 조경에 신경을 썼으며 탁아시설과 피트니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의료시설의 경우 내·외과는 물론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등 각 분야의 전문 의료인을 따로 두고 있다. 심지어 업무에 열중하다 늦게 퇴근하는 경우를 대비, 집에 가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저녁 식사 재료를 준비해 주는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다.
존경받는 기업은 존경받는 직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직원이 존경받는 기업이야말로 기업 가치의 원천이므로 창의성 계발을 극대화한 직무 환경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결과는 곧바로 종업원들이 손수 만들어 가는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으로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업원 만족을 넘어 성과 지향적 동기 부여
인재가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각 기업들은 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높은 보상 수준, 훌륭한 복리후생 등을 제공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구성원들이 더욱 회사에 헌신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성원 만족만으로 기업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까?
종업원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종업원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성과 지향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과 업무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작업 환경의 개선, 복리후생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하면 이를 통해 종업원들은 기업 내에서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게 된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종업원 만족이 향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텃밭이 되어 줄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조직체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높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적 자원이 곧 투자 자원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관점의 변화는 인적 자원의 잠재력을 개발함으로써 자산 가치와 조직의 부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은 종업원 자신의 모든 물리적, 지적 자원을 기업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종업원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보답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건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존경받는 기업으로서 직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일하고 싶은 조직 기반이 정착되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조직운영 체계가 실제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능력의 자발적 축적 및 발휘, 열정적 업무 의욕과 몰입, 권한 및 책임의 부여가 함께 어우러지는 임파워먼트(impowerment: 책임과 권한 위임을 통한 조직 운영 효욜화)가 가능한 조직 운영 여건이 중요하다. 금전적인 보상은 내재적·정서적 보상이 갖춰질 때 그 효과가 발휘된다. 즉 돈으로 인재를 살 수는 있어도 정작 그들의 헌신까지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사업 성과와 연계한 공유 개념이 담긴 총보상(total reward)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개인 업적에 따른 차등 보상을 강조한 초기 성과 연봉제 개념이 아닌, 조직 성공에 대한 공유로 직원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성공에 기반한 성과 연동급 비중을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급여와 복리후생에 경력개발과 교육·육성을 포괄하여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을 인재별 특성에 맞게 총보상 형태로 제공해야 성과 기반의 직원 가치 향상이 가능하다.
셋째, HR(Human Resource) 정책 개발의 과학화와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인재 확보·유지를 위한 정책·제도 개발은 인재의 정의, 가치관 및 의식, 만족 및 불만족 요인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각 기업 또는 업무 및 인재 특성에 맞게 이루어져야 각 상황에 적합한 제도와 정책의 성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직원 요구 및 만족도 조사를 통해 제도 항목 및 지원 규모를 유연하게 반영·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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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③] 고객가치 / 존경받는 기업은 고객의 마음속에 있다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고객만족을 위한 활동을 끊임없이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기업의 차별적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현재의 고객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 고객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고객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상품, 서비스, 이미지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와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 및 프로세스가 정말로 고객지향적인지, 고객만족을 위해 평가하고 있는 요소가 정말 합당한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과 공감하라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혁신적인 발명품이 미국에서 등장했다. ‘세그웨이(Segway)'라는 이름을 가진 1인용 전동 스쿠터가 바로 그 주인공. 이 혁신적인 제품에 사람들은 ‘세기의 발명품'이라는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중에서 이 제품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도 일부 기관 등에서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한 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혁신적인 발명품이 왜 제대로 시장을 형성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린 것일까?
세그웨이는 제품이 가진 놀라운 기능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불편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터리 충전시간이 짧아 장시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도난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불편 요소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없었던 것은 세그웨이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볼품없다는 것이다. 오토바이의 대명사 ‘할리데이비슨'이나 삼각형 모양의 접이식 자전거인 ‘스트라이다'는 그 제품을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큰 자부심과 함께 만족을 준다. 하지만 세그웨이는 편리한 이동이라는 기능성 외에 특별한 감성을 주지 못했다.
뛰어난 제품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제품 중에서 이처럼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만 제품들의 사례는 많다. 그리고 이들 제품이 실패한 대표적인 이유는 고객과 공감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존경받는 기업은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수한 품질의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 존경받는다.
독특한 만족감과 이미지를 제시하라
고객만족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만족을 적극적으로 창출할 때 가능하다.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기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가치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남다른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향유할 수 있고 생활도 윤택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고객만족이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더 큰 효용과 가치를 체감하도록 하는 기업활동이며, 이는 곧 기업의 목적이 되는 동시에 기업 혁신과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기업의 고객 서비스 개선 활동은 고객만족에 더욱 기여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고객들에게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만족을 제공하여 말 그대로 감동의 차원으로까지 승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우선 고유한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 서비스 아이덴티티란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다.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이야기하면 저가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 회사는 고객들을 위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펀경영'으로 유명하다. 승객이 비행기에 타서 내릴 때까지 한 번은 크게 웃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가 항공사'보다는 ‘즐거운 항공사'라는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서비스 아이덴티티를 수립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어떤 모습으로 각인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인 동시에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한다는 의미다. 이때 기업은 반드시 경쟁사와 차별화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미 고객의 머릿속은 넘쳐 나는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극도로 복잡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 특유의 독특한 그 무엇을 고객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만드는 노력, 그것이 고객만족경영의 첫걸음이다.
고객의, 고객을 위한, 고객에 의한 가치를 창출하라
고객만족경영이 산업계에 자리잡고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면서 계속적인 변화와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즉, 고객만족경영은 고객의 소리를 보다 잘 파악하고 고객 불만에 대응함으로써 고객 욕구를 충족시켜 왔으며,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성과측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고객만족경영을 통한 기존 고객의 충성도 확보 차원을 넘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고객가치경영이 혁신의 중요한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가치경영이란 고객을 잘 대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이 ‘고객을 위한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의 가치'와 ‘고객에 의한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란 말 그대로 기업이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가치를 말한다. 고객의 가치는 고객이 지니고 있는 가치이고, 고객에 의한 가치는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창출하는 가치를 의미한다.
또한 고객가치경영은 기존 고객만족경영을 포괄, 발전시켜 시장 확대를 꾀하는 전략이다. 기존의 고객만족경영은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에 대응해 유연한 경영체제를 갖추는 데까지 눈을 돌리지 못했다.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나 CSI(Customer Satisfaction Index: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고객가치경영은 고객의 니즈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중시한다.
또 고객만족경영이 기존 고객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고객가치경영은 기존 고객뿐 아니라 신규 고객, 경쟁사 고객까지 대상을 확대한 경영 활동이다. 고객만족경영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 기존 고객의 불만을 없애고 나아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주력했다면, 고객가치경영은 이와 함께 자사 고객이 아닌 미래의 잠재 고객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선보이는 데까지 확장된 개념이다.
지금의 어려운 국내외 여건은 어느 기업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기적인 생존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장기적인 비전 수립과 혁신이 더욱 절실한 때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잠재 고객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고객가치 창출을 통해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존경받는 기업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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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0) | 2009.01.09 |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①] 혁신가치 /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가치 창출해야 ‘존경받는 기업’
먼저, 존경받는 기업의 첫 번째 조건으로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국내 경제 불황이라는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혁신가치'에 대해 알아본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도 내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특히 지금의 국내 경제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비전과 통찰력 있는 경영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총체적인 경영혁신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총체적 경영혁신이란 ‘시장 경쟁력 확보'와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통합적 프로세스를 말한다. 즉, 총체적 경영혁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객 관리, 상품력과 가격 경쟁력 향상, 채널 확보, 브랜드 가치 제고,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의 활동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의 고객가치를 창출하여 마켓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기본 목표를 두어야 한다. 이는 시장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전략기획, 인적자원, 가치 창출 프로세스 등의 내부 역량이 탁월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체적 경영혁신을 위한 세 가지 조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총체적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주주, 고객, 종업원, 사회)의 가치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달성되어야 한다.
첫째, 혁신의 방향성을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 향상을 위한 존경받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둘째,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변화 관리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셋째, 혁신을 단계적으로 실천 가능하도록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혁신가치 향상을
혁신의 방향은 ‘고객만족 정착'이나 ‘어떤 산업에서 1위가 되겠다'는 식의 모호한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12시간 이내 배달'과 같은 구체적인 프로세스 비전의 형태로 가시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 혁신 로드맵, 실행을 위한 변화 관리 프로세스 구축 등이 이루어져야 혁신가치를 높일 수 있다. 혁신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프트웨어 혁신, 하드웨어 혁신, 디지털 혁신 등의 균형적인 혁신활동 전개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혁신은 혁신 실행력 강화 및 강력한 리더십과 연계된다. 교육과 실행이 연계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인 워크아웃/타운미팅, 액션러닝, 6시그마 등을 통해 혁신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혁신활동에는 반드시 ‘임직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은 위에서부터의 변화가 아니다. 모든 임직원이 혁신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발전적인 변화를 이루어야 그 성과가 향후 기업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임직원의 참여에 대한 기업의 대응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실행'이 없는 혁신활동은 없다. 임직원이 참여하여 개선안이 도출되었다면, 그것은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CEO 및 임원진의 참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셋째, 지속적인 혁신체계 구축을 위하여 조직, 인사 평가체계의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팀제 등 성과 중심의 혁신 조직 및 인사 보상체계가 구현되어야 한다. 비전과 연계된 전략 수립 및 전략 과제들을 평가체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지속적인 혁신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혁신활동이 실질적인 프로세스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과 같은 업무통합 시스템과 혁신활동의 연계, BPM과 평가체계의 연계도 고려되어야 한다.
성과는 변화가 아닌 변화의 정착에서 온다
프로세스를 재설계할 때는 효율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 프로세스와 관련된 조직과 이해관계자, 그리고 그들의 습성, 문화, 제도, 법규 등 프로세스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총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여러 환경 요인 중 프로세스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존재한다면, 프로세스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기업의 프로세스는 기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 요인에 따라 진화하거나 혹은 생명력을 잃어 버리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혁신가치는 프로세스 성숙도 관점에서 정의하고 관리되어야 한다.
한국 산업계는 일찍이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1960년대 일본 컨설턴트들에 의해 전파된 TQM(Total Quality Management: 종합적 품질경영), ZDM(Zero Defect Movement: 무결점 운동) 등을 필두로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프로세스(당시에는 주로 공정이라는 용어를 사용)의 성과를 창출하고자 노력해 왔다. 때로는 성과에 만족하기도 했고, 실패의 고통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혁신활동을 되돌아 보면, 변화 후 정착보다 변화 자체에 집중해 온 감이 없지 않다.어떤 방법론이 되었건,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변화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변화를 위한 To-be의 도출에서 멈추고, 이를 실행하고 정착시키기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있다.
프로세스 변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현실적인 성과지표 체계와 이에 대한 지속적 관리체계이다. 현실적인 성과지표 체계란 고객에게 정말 중요한 지표라고 조직원이 동의할 수 있고 결과지표와의 연계가 명확한 것을 말하며, 지속적 관리체계란 프로세스 지표별 담당자 배치와 그들에 대한 평가 및 보상 제도를 말한다.
기업은 프로세스에 의해 운영된다. 그 하나 하나의 프로세스가 고객,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한 혁신가치를 창출할 때, 우리는 기업을 존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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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우선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수익을 창출하여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자산 활용도를 높여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GE나 도요타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고 모범적이면서도 매출액이나 이익률, 성장성 등 기업 경영활동 측면에서도 경쟁업체를 압도할만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주의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서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됨을 의미한다.
주주는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함께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주주가 기업 가치에 대해 가장 직접적이고 균형적 위치에 있는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주주가치 극대화란 주주의 투자수익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경영 전략이다. 다시 말해 일반 주주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경영 체제를 말한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시장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또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시장을 선점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닥퍼페퍼와 세븐업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음료 및 제과업체인 캐드베리 쉐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따라잡는 것을 일관된 기업 목표로 삼았다. 시장에서 1위를 목표로 끊임없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고배를 마셨다.
1996년 존 선드랜드가 새로운 CEO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경영전략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존 선드랜드는 기존의 성장지향적 경영 전략 대신 가치창조 경영을 본격 도입하며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의 방향을 일관되게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정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로 5년 이내 회사의 주가를 두 배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캐드베리의 주가는 4년 만에 두 배로 올랐다. 단순히 시장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 주주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1997년 말 외환위기와 그에 이은 IMF 구제금융시대를 겪기 전까지 국내 기업들에게 주주가치 개념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상당수 기업이 주주에 대한 적정한 보상보다는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 일에만 급급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을 부쩍 늘리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이상으로 배당도 증가했다. 결국 외환위기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상당한 공헌을 한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선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수익을 창출하여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은 현재를 선도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냄으로써 주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줌은 물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성장을 이루며 존경받는 기업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주주들이 믿음을 갖고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향후 5년, 10년을 준비하고 보장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확실한 미래가 보이는 기업에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것이 기업을 존경받는 기업의 반열에 올려 줄 기본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2001년 9·11 사태 후의 극심한 경기불안 상황에서 CEO로 취임한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신성장동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전략을 통해 GE의 성장궤도를 이어가고 있다. GE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을 인수, 합병(M&A)했으며, 동시에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퇴출시켰다. 이를 통해 고수익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GE의 전략은 현재 가지고 있는 훌륭한 사업군, 즉 선도적인 사업부문에 새로운 사업분야를 인수, 합병 또는 매각함으로써 기존에 선점하고 있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한 포트폴리오의 재편에 앞장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경쟁 우위 산업 중에서 개별적으로 사업부문을 경쟁적 우위에 올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앞으로의 신사업을 위해 어떤 분야에서 인수, 합병 또는 성장 전략을 만들어 낼 지를 고민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업을 통한 인수, 합병과 그에 대한 성장 전략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다.
기업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저마다의 전략이 있다. 국내 1호 종합상사로 출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인프라와 노하우를 접목한 ‘종합력'을 무기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종합력의 사전적인 의미는 관찰과 비교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에 이르는 기술을 의미한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서는 네트워크, 거래선 등 상사 고유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품, 지역, 기능 등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품과 산업의 밸류 체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종합력'이라고 정의한다. 돈이 된다면 무조건 뛰어들고 보자는 방식이 아니라 그동안 해 온 사업과 인프라, 수십 년간의 노하우가 유기적으로 얽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힘을 싣게 된다는 것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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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과거 불황을 딛고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한 캐논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에서 ‘캐논 배우기 붐'이 불고 있다. 도요타를 제치고 캐논이 ‘벤처마킹 대상 넘버원'이 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실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4조 4,800억 엔, 순이익이 4,900억 엔에 달하는데, 2005년부터 3년 연속 일본 기업 중 순이익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도요타가 매출에서 하강 곡선을 그릴 때도 캐논은 줄곧 성장세를 이어 왔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에 이른바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캐논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도요타와 함께 일본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훗카이도대학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창업자가 1945년 소규모 렌즈공장을 사들여 카메라 생산을 시작한 것이 캐논의 시초다. 그리고 캐논은 창사 58년 만인 2003년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웠던 일본 전기·전자 메이커 부동의 1위 기업이었던 소니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때문에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불황을 벗어난 캐논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캐논의 부활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1993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미타라이 후지오(Fujio Mitarai, 72) 회장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일본 경영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들고 왔다. 미국의 수익중시 경영과 일본의 평생고용제도를 함께 도입한,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 경영'이다.
두 개념을 혼합시킨 배경이 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캐논USA 부사장 등을 거치며 일본의 최고경영자로서는 드물게 서구식 경영수업을 오랜 기간 받았다. 1995년 캐논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뒤 20년 이상 배워 왔던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미국처럼 수익에 기반한 영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 종업원의 생활 안정, 사회에 대한 공헌, 자기자본 축적이라는 미국식 경영이념을 들여왔다. “이 네 가지를 수행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며 과감하게 기업문화를 바꿨다.
그렇다고 일본식 경영을 배제한 게 아니다. 그는 종업원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했다', ‘고용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등 비판이 제기됐지만 종신고용제를 고집했다. 복사기 생산라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1,200명의 근로자가 필요 없게 됐을 때도 이들을 해고하지 않고 다른 부서로 재배치한 것이 좋은 예다. 그는 “인력을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니 쉽게 해고하는 것보다는 함께 가는 게 낫다”고 줄곧 말해 왔다.
고용을 최대한 안정시켰지만 성과지향형 인사평가 시스템도 확실하게 운영했다. 엄격한 기준으로 승진과 급여에 철저하게 실적에 따른 차등을 두자, 임금격차가 크게 날 지라도 종업원 사이의 갈등은 없었고 대기업이 겪는 관료주의화도 없었다. 말하자면 ‘실력 종신주의'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기술개발, 회계 투명성 같은 세계 공통의 영역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지만 문화적, 정서적 특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로컬화가 필수”라는 논리로 기업을 이끌어 갔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기업에서 효과를 거둔 방식이 한국에서 통한다는 법이 없다”며 “각각의 실정에 맞는 모델을 찾아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고용을 보장하니 직원들이 안정감을 갖고 행복하게 일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캐논이 위기를 극복한 두 번째 비결은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했다는 데 있다.
카메라로 시작한 캐논은 복사기에 이어 1990년대 반도체 제조장치 사업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주종인 카메라는 물론 다른 사업부문도 경쟁에 시달렸다. 적자를 기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세계 제일의 사업만을 모은 기업을 만들자'고 결단을 내렸다. 그리곤 취임 3년째인 1997년부터 PC사업,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 손을 떼면서 철저하게 사업영역을 조정했다.
“PC는 중앙처리장치(CPU) 싸움인데 우리처럼 CPU를 조달해 쓰는 회사에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부품과 핵심기술 없이는 제조업에서 이기기 어렵다. 캐논이 카메라 사업이 강한 것은 렌즈공학에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철학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95년부터 캐논이 손을 뗀 사업만 일곱 건에 달한다. 하지만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컴퓨터 프린터용 버블젯 기술은 개발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일본 내 시장 점유율 수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다. 그 결과 사무기기 부분이 총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만들었고 디지털카메라는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중시하는 사풍도 캐논의 장점이다. 캐논은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개발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경쟁사보다 지식재산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판단 아래 1970년대부터 ‘특허법무본부'를 설립했다. 1989년 ‘지적재산 법무본부'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 40여 명 규모로 사장 직할 독립부서로 운영 중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최고경영자에 오르면서 이런 문화는 한층 더 강화됐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연구자들에게 학술 논문보다 특허 명세서를 많이 읽고, 논문보다 특허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특허가 강한 몇몇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적재산권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다.”
캐논은 지적재산을 ‘사업적인 관점에서 창출되고 차별화된 지혜 전부'라고 정의해 신기술 개발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독자적인 물류기법까지 경영의 모든 것을 지식재산으로 취급했다. 지적재산 법무본부에 소속된 인재를 각 사업본부에 배치하고, 지적재산 관련 자격증까지 따도록 독려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캐논은 일본에서는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2위의 특허 보유 기업이 되었다. 매년 특허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 건수를 보면 IBM과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3위를 달려, HP와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따돌렸다.
독자기술을 중시하는 문화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연구개발비는 지난 1995년 이래 증가 일로다. 1995년 1,700억 엔대였던 개발비는 지난해 3,600억 엔 정도까지 뛰어올랐다.
마지막으로 캐논의 셀(cell, 세포) 방식의 생산현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 아미지역에 위치한 복사기 생산공장에는 컨베이어 라인이 없다. 7~8명의 근로자가 U자형 작업대에서 복사기를 조립한다. 이른바 셀 방식 생산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유연하다는 것. 예를 들어 300대만 생산하려는 복사기 A모델을 위해 컨베이어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셀을 늘려 생산량을 맞추면 그만이다. 컨베이어 방식은 앞 공정이 늦어지면 뒷 공정도 늦어지지만 셀 방식에서는 이럴 염려가 없다.
이 셀 방식의 도입으로 도쿄돔 18개에 해당하는 공장 바닥면적을 절약했고, 3,000억 엔 이상의 재고비용을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셀 방식을 넘어 ‘공장 완전 자동화'에 주력했다. 전기가 꺼진 상태에서도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공장 무인화가 이뤄지면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필요도 없고 불황이 와도 직원 수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에도 글로벌 경제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 장기불황의 조짐마저 보인다. 그렇다고 움츠려 있을 수만도 없다.
자동차 경주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부는 직선코스보다 곡선 주로에서 결정됐다. 진정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코너를 돌 때 승부를 걸어야 하는 법이다. 지금이 위기라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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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기업의 경영 전략은] 불황 뒤 도사리는 위기와 기회를 살펴라
우리가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계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도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는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침체기 뒤에 찾아올 호황을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 기업의 체질에 맞는 불황 극복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다면 이번 불황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이 전 세계적인 불황을 몰고 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들어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급속히 전이되면서 선진 경제의 침체를 가져왔고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역시 불황의 충격에 빠지고 있다.
불황은 모두에게 고통을 주지만 한편으로 이 시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거품이 꺼지며 기업 판도가 크게 바뀌어 왔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미국의 IT 버블이 꺼지면서 미국 상장기업의 고성과 기업 중 40%가 탈락되었고(맥킨지),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고성과 기업의 2/3가 탈락하고 말았다(삼성경제연구소).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도약의 기회와 추락의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침체기 뒤에 찾아올 호황을 미리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침체기에 몸을 도사리면 뒤에 다가올 호황의 기회를 잡지 못한다. 실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노키아는 불황기에 이동통신시장에 집중,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사업구조를 전환할 시기를 놓친 코닥과 컴팩은 경기가 살아난 뒤에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불황기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그 성공 전략을 살펴보자.
불황기 공통 전략은 구조조정과 전략적 비용절감
불황기에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쓴다. 핵심사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이때 비주력사업뿐만 아니라 주력사업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전략적인 비용절감에 주력해야 하는데 단기적 효과만을 고려한 비용감축은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래 성장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2001~2003년에 미국 자동차 빅3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불황기를 넘겼으나 체질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여 오늘에 이르고야 말았다. 반면 도요타는 고가 부품을 통합하고 공정을 개선하여 절감한 28억 달러를 R&D에 투자하여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비용삭감과 실적 개선은 다음과 같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즉 기업 실적의 90%가 10%의 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에 비해, 비용의 90%는 실적을 내지 못하는 90%의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는 ‘실적을 내는 사업은 일반적으로 자금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비용을 삭감하면 실적을 올릴 수 없다.'라고 하며 일률적인 비용 삭감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연역량별로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구사
이러한 공통 전략과 함께 유연역량의 네 가지 유형별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유연역량이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인 여유(현금)와 전략적 신축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 경쟁력(브랜드, 디자인, 기술과 같은 무형자산)을 의미한다. 이 유연역량은 사전에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위기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먼저 재무 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이 모두 양호한 그룹은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 불황은 좋은 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므로 M&A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 1위의 철강기업인 아르셀로 미탈은 다수의 광산을 확보하여 원자재를 저가에 공급받고 철강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대형화를 추진하여 급속히 성장하였다.
둘째, 재무 유연성은 괜찮지만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여 체질 강화에 주력한다. 성광전자는 외환위기 직후 ‘쿠쿠' 브랜드를 출시하여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 국내 압력밥솥 시장 1위로 등극하였다.
한편 불황기에는 싼 값으로 브랜드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자사가 부족한 소프트 경쟁력을 M&A를 통해 보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롯데제과는 2008년 6월에 고디바(벨기에), 페레로 로쉐(이탈리아) 등과 더불어 명품 초콜릿으로 유명한 길리안(벨기에)을 1,700억 원에 인수하여 프리미엄 초콜릿 생산 라인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하였다.
셋째, 재무 유연성과 소프트 경쟁력 모두 부족한 기업은 생존을 위한 재원 확보가 최우선이며 자력 생존이 어려우면 제휴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물색한다. 1998년 하이트맥주는 미국 투자회사 캐피털그룹에 3,000만 달러의 무(無)의결권 우선주 전환사채를 팔고 1999년에 덴마크 칼스버그 그룹에서 외자 1억 달러를 유치하여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으로 재무력은 약하지만 소프트 경쟁력이 강한 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 속에서도 소프트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신축성을 확보하여 지속성장을 추구한다.
IBM과 HP는 그 좋은 사례이다. 먼저 IBM은 강력한 소프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변신에 성공하였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시장이 침체되고 PC 가격의 하락으로 제조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비핵심분야를 지속적으로 매각함으로써 재무력을 회복했다. 또한 2002년에 하드디스크 부문을 히타치에, 2004년 PC 부문을 레노버에 매각하여 ‘하드웨어 회사'에서 지식 기반의 ‘서비스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하였다.
다음으로 HP는 기존 PC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부활하였다. IBM도 철수하고 델사도 고전하던 PC업계에서 HP만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바로 ‘와우(WOW; 대성공, 열광시키는 상품)'에 있다. CEO 토드 브래들리는 ‘우리가 팔아야 할 것은 와우'라고 강조하며 디자인을 강조한 PC, 눈길을 끄는 독특한 광고 등을 통해 자사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했다. 또한 혁신에 대한 투자와 제품 가격의 인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전략을 구사하였다.
자신감을 갖고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 펴야
우리가 불황을 극복하고 글로벌 재계 판도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파고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도 크게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앞에서 소개한 유연역량별 맞춤형 불황 극복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이번 불황의 끝에서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종년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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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업의 핵심 가치, 고객의 신뢰(LG경제연구원)
사회 전체적인 신뢰의 위기는 기업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고객과 기업, 그리고 외부환경의 빠른 변화는 신뢰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고객 신뢰의 의미 자체도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이에 대한 장단기적 대응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메일 수신함을 열어보면 ‘○○○ 고객님! 경품에 당첨되었습니다!’, ‘선물 받아가세요!’와 같은 메일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비단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보낸 스펨메일의 얘기만은 아니다. 유수의 기업들도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의 마케팅 메일로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실제 제목만큼의 혜택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속을 만큼 속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메일은 ‘삭제’의 대상일 뿐이다.
사람들이 즐겨보는 포털 뉴스란의 경우 이른바 ‘낚시형’ 기사들의 천국이다. 실제 기사 내용의 특정 부분을 과장한 선정적인 헤드카피로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포털에 게재된 뉴스 중 상당수는 내용과는 딴판인 제목에 현혹되었음을 의미하는 ‘낚였다’는 덧글이 달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생산한 뉴스 등 새로운 정보원으로 이동 중이다. 정보 범람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과장된 제목의 기사들은 오히려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유제품 산업을 강타한 멜라민 파동, 유명 완구사 마텔의 중금속 장남감 리콜 사태,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등은 모두 신뢰와 관련하여 사회 전반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 사건들이다. 어느덧 우리 주위에는 신뢰할 수 없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사회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믿어도 되는가?’를 매순간 확인해야 하는 심각한 저신뢰 사회에 살게 되었다.
이 같은 신뢰의 위기는 기업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업과 고객이라는 경제적, 거래적 관계에서는 신뢰가 관계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1995년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맥킨지, 엑센추어 등 컨설팅사들과 많은 연구 기관에서도 미래 비즈니스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 역설하고 있다. 신뢰는 미래 기업들에게 전략의 원칙과 실행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여기서는 고객과 기업간 신뢰를 중심으로, 신뢰가 흔들리는 이유와 신뢰의 변화 양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고객과 기업간 신뢰가 흔들리는 이유
사회 전체적인 신뢰의 저하와 함께 기업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기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약화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간 연결성의 증대 때문이다. 웹 활용이 증가하면서 고객들간의 신뢰 형성이 촉진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직접적 관계에 기반한 신뢰는 웹 2.0 시대에 이르러 간접적 관계와 불특정다수에 대한 신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 구매시 기업이 제공하는 공식적인 정보에의 의존도가 줄어들고, 반면 다수 고객들의 의견을 따르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미국의 소비자 리뷰 사이트 ‘Epinions.com’의 경우 고객들이 상품평을 올리는 동시에,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를 내린 사람을 평가하는 2중의 신뢰 확보 장치를 구축함으로써 고객간 신뢰 구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둘째, 기업 내 가치사슬과 비즈니스 모델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신뢰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화와 아웃소싱의 확대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세계에 걸친 가치사슬에서 기업이 통제하기 힘든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의 멜라민 파동은 예측하기 어려운 신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멜라민은 중소기업, 대기업 브랜드를 막론하고 관련 재료가 사용되는 대다수 식품기업의 신뢰성에 타격을 준 바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보다 저렴한 생산지를 찾아 이동하면서, 원료와 제조과정에 대한 관리 및 통제 능력을 잃어버린 결과, 품질과 안전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훼손되기에 이른 것이다.
셋째, 고객-기업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도 신뢰 약화의 한 원인으로 판단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고객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자극적인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논란을 일으킬 만한 소재나 방식으로 기업의 제품, 브랜드 등을 광고하는 노이즈 마케팅은 이미 효과를 잃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홈피, 블로그를 활용하여 소비자들과의 직접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할 역량이 부족하다. 개인성, 친밀성 등이 요구되는 1인 미디어를 마치 또 하나의 홈페이지처럼 활용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해서 금새 폐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는 고객임을 가장한 덧글과 블로그 활용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어설프게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는 신뢰 문제를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킬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을 경우 생존경쟁이 심화되면서, 사회 구성원 상호간의 불신이 깊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기업과 고객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관계이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기업들의 품질, 가격 정책을 의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존을 위해 고객가치보다는 원가 절감이나 단기적 이윤에 따라 행동하려는 유인이 강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미국에서는 고객들이 더 많은 할인을 기대하면서,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상적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들이 기업의 가격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불황기에는 비단 가격 정책뿐 아니라, 품질, 서비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고객이 늘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고객 신뢰의 양상과 의미도 변화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상호간 소통 증가, 기업 내 복잡성의 증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활용의 미숙 및 글로벌 경제 위기의 심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고객과 기업간의 신뢰는 점차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웹이 다양한 사회 관계와 행위들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고객의 신뢰가 갖는 의미는 다음과 같이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고객 신뢰가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시차는 더욱 짧아질 것이다. 즉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는 시간과 경로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신뢰가 웹을 통해 빠르게 응집되면서,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단지성’이라는 형태로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더욱 증가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향후 의사결정에 있어 투자자들의 요구뿐 아니라 고객들의 신뢰 부합 여부를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뢰가 단순히 기업 평판의 문제를 넘어 재무 성과와 기업의 제반 활동에까지 직접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영국 노던록 은행에서는 이틀 만에 예금 20억 달러가 인출되는 뱅크런 사태가 있었다. 이처럼 고객들의 정보력이 강화되면서 신뢰는 기업의 성과, 나아가서는 존립의 문제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둘째, 극단적 신뢰와 극단적 불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웹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증가하면서 극단적인 신뢰 표출 형태는 일반화되는 상황이다.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에는 중간 성향의 논의가 존재하기 어려우며, 실제로 웹상의 논쟁을 살펴보면 특정 이슈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이 특정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뢰의 극단성 문제는 기업 비즈니스의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고객 신뢰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고객의 신뢰/불신 여부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웹상에서는 신뢰와 불신의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신뢰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할 전망이다.
셋째, 신뢰의 속성들이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즉 고객이 신뢰할 만 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들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컨설팅사 맥킨지(2003)에 따르면 신뢰의 속성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있을 경우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엔론 회계부정 사건과 닷컴 버블 이전(1997년)에는 ‘역동성’이라는 속성이 ‘신뢰할 만함(Trustworthy)’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이후(2002년)에는 ‘역동성’은 오히려 신뢰와 음의 상관관계를 갖게 되었다.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최근 정보사회의 특징상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충격들이 실시간으로 PC나 TV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뢰 속성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신뢰 구축이라는 대명제는 계속 유효하지만 그 전술적 수단들은 끊임없이 재점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신뢰의 문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비즈니스 진화의 방향성 관점에서 볼 때 고객의 신뢰가 갖는 영향력은 미래에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주요 비즈니스인 대행 서비스나 사후적 제품/서비스 판매를 수반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신뢰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우 지속적 파트너 관계 유지를 위해 신뢰가 필수적이다. 대행 서비스도 ‘주인-대리인’ 문제(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려는 유인) 때문에 기업에 대한 높은 신뢰가 요구된다. 이처럼 미래에도 신뢰의 문제는 꾸준히 기업의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도 고객의 신뢰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장단기 전략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 관행의 신뢰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가 필수적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먼저 기존 사업에서 신뢰 훼손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고객 신뢰를 증진시켰던 전략이나 사업방식 등이 현 시점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신뢰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는 필수적이다. 이는 특히 산업 내에서 관행이나 통설로 굳어진 사업 방식이 지배적인 경우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조기업들의 경우 아웃소싱은 비용절감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가치사슬이 전세계로 흩어지면서 발생하는 돌발 리스크의 비용보다 제조비용 절감으로 인한 편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관행 때문이다. 그러나 멜라민 분유나 농약 만두, 제 3국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스웻샵(sweat shop) 문제 등 다양한 리스크로 인해 고객 신뢰의 파괴가 나타나고 있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 속에서 기존 펀드나 금융상품의 구성과 판매 방식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많은 금융기관들도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고객과 자사의 자산에 대한 손실은 물론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의 신뢰에 상당한 훼손이 발생했다는 점은 기존 사업 관행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단기 성과, 재무 성과 중심의 근시안에서 탈피
단기적 성과나 재무적 성과를 위해 고객의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도 빈번히 발생한다. 무리한 끼워팔기로 고객의 선택가능성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첨단 업종의 경우 전문지식 없이는 알기 힘든 복잡한 옵션이나 사양을 제시하면서 고객의 혼란을 유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자동차 회사의 옵션 패키지나, 펀드/보험 상품의 깨알 같은 정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은 손쉽게 단기 매출과 이윤을 확보할 지는 모르지만, ‘신뢰할 만함’의 평판은 잃게 된다. 신뢰로부터 얻을 미래 수익을 값싸게 할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의 ‘1등 기업의 법칙’이라는 책에서는 고객 가치에 반하는 나쁜 이익(Bad Profit)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시적으로 고객의 신뢰나 가치를 훼손해서 얻은 이익은 오래갈 수 없으며, 결국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NPS(순추천지수) 개념도 고객 신뢰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반영한다. 추천이라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신뢰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 훼손에 대한 즉각적 대응 시스템 구축
신뢰 표출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면서, 신뢰 훼손에 대응하는 신속한 사후조치와 대응 시스템 마련은 필수적이다. 극단적 신뢰와 불신의 희생양이 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장치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산업에서 자발적 리콜이 확산되는 것도 기업들이 신뢰 훼손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 고객들과 개인적,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들도 많다. 반드시 공식적인 경로가 아니라 하더라도, 고객들과 가장 빠르고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1980년대 존슨앤존슨이 타이레놀 제품과 관련해 보여준 신속한 대응은 시간이 지나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독극물이 주입된 약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언론을 통해 신속히 사과하고, 해당 지역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제품을 긴급히 회수한 바 있었다. 이를 통해 오히려 고객의 더 큰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새로운 신뢰 구축 포인트의 발견과 적극적인 강화
지금까지 기업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다소 방어적인 관점이었다면, 장기적으로는 보다 공세적인 입장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신뢰를 지킨다고 해서 항상 기존에 해왔던, 기존의 고객이 기대했던 방식으로 사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신뢰에 대한 기존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할 만 하다고 판단하는 기준, 즉 신뢰의 속성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고객들이 기업의 어떤 가치와 태도를 신뢰하는지 연구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의 경우 배송단계를 보다 자세하게 조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거에는 없었던 ‘투명성’, ‘통제가능성’ 등 새로운 고객 신뢰의 속성들을 제공하고 있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 향후 고객들이 신뢰할 만한 속성들을 발굴하고, 선 제시함으로써 높은 평판과 성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신뢰 구축을 고민한 것이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나아가 현재의 고객이 아닌 비고객으로까지 신뢰 구축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만이 방법이다. 언행일치의 철학과 투명한 프로세스 구축이 고객의 지속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미래기업의 조건으로 여겨지는 ‘진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맥킨지는 고객의 신뢰 증진을 위한 확실성(Reliability), 정직함(Integrity), 공감(Empathy), 친숙함(Familiarity)의 네 가지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고객의 입장에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도를 재고해 보라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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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8편] 맥도날드 / 반미 상징에서 친근한 로컬 기업으로 현지화에 성공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타국에서 혼자서 한끼 식사를 해결해야 될 때, 거리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반가워 했던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맥도날드. 요즘 불황의 여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호황을 누리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한때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정크푸드의 대명사로 불리우며 매출 급감으로 인한 위기에 빠졌다.
경영진은 방만했던 확장경영 방식을 버리고,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현지화를 보다 철저하게 점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8% 포인트 늘었다. 맥도날드의 위기 극복 사례는 우리에게 소비자의 눈으로 판단하려는 원칙이 유지된다면 못 넘길 위기란 없다는 교훈을 안겨 준다.
요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시쳇말로 ‘죽을 쑤고 있다'고 한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이 5달러가 넘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을 돌아보면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맥도날드는 호황이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따져 봤을 때 10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8% 포인트 늘었다. 짐 스키너 맥도날드 최고경영자도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잘 견디고 있다”고 흡족함을 나타낼 정도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불황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식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55년에 세워진 맥도날드는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코드다. 세계 어디를 가도 특유의 노란 골든 아치 엠(M모양의 로고)을 만날 수 있을 만큼 글로벌화에도 성공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브랜드는 310억 5,000만 달러(2008년 기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50여 년 동안 맥도날드에 닥친 위기는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2000년 이후엔 그 고초가 심했다. 반미 시위가 거세졌을 때도 맥도날드는 타깃이 되었다. 대표적인 비만 식품을 꼽을 때도 맥도날드는 빠지지 않는다. 과연 맥도날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며 오늘날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맥도날드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짚어 보자.
1950년대 단순한 메뉴와 공정으로 대인기
맥도날드의 창업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리처드 맥도날드, 모리스 맥도날드 형제다. 이들 두 형제는 1940년대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는 자동차 운전자를 상대로 하는 식당이 유행했다. 맥도날드 형제도 이 대열에 합류해 햄버거를 팔았다. 그런데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는 좀 달랐다. 종업원들이 배달하는 방식을 없애고 주방과 고객 사이에 두 개의 창문을 내 고객이 직접 음식을 주문하게 했다. 15센트짜리 햄버거는 언제나 똑같은 방식, 즉 겨자와 케첩, 양파에 피클 두 조각을 곁들인 단순한 형태였다. 지금의 ‘드라이브 인(Drive In)' 식당과 흡사했다.
하마터면 캘리포니아의 인기 있는 작은 식당에 머무를 뻔 했던 맥도날드를 미국 전역으로 퍼뜨린 인물은 레이 크록이었다. 믹서를 판매하던 그는 이 식당 운영 방식이 미국 전역에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1954년 맥도날드 형제와 계약을 맺고 프랜차이즈 권리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햄버거 이름이 ‘크록'이 아닌 ‘맥도날드'인 이유는 무엇일까? 훗날 크록은 “크록이라는 이름은 도무지 느낌이 나지 않아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크록이 전권을 갖고 운영을 시작하면서 사업은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1955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뒤 10년이 되지 않아 10억 개가 넘는 햄버거를 팔았고, 점포 수는 1,000개를 돌파했다. 1984년 크록이 죽을 무렵에는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에 맥도날드 점포가 7,500개를 넘었다.
맥도날드는 말 그대로 전 세계로 진출했다. 도무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 같은 국가, 도시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예를 들어 1994년 쿠웨이트 시티에 문을 열었을 때 맥도날드에 들어서려는 차들이 7마일이나 늘어서는 장관을 이뤘고, 하루에 1만 5,000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이었다. 옛 소련이었던 러시아가 개방되자마자 맥도날드는 모스크바로 곧장 진출했다. 이런 적극적인 글로벌화 덕분에 ‘미국 정보원들이 뚫지 못하면 맥도날드 영업사원을 보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맥도날드가 성공한 데는 현지화 전략의 공이 컸다. ‘적어도 음식은 각 지역의 고유한 맛을 살려야 한다'는 게 맥도날드의 기본 전략. 고객들에게 최대한 굽히고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후 반미 시위가 한창이던 2001년, 인도네시아 맥도날드 직원들은 이슬람교도 전통 복장을 입고 손님을 맞았다. 남자 직원은 ‘페치'라는 전통모자를 쓰고 여직원은 머리에 숄을 걸쳤다. 그 결과, 자카르타에 있는 맥도날드 체인점들은 단 한 번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반미 시위의 타깃, 정크푸드 이미지로 곤혹
하지만 맥도날드는 숱한 위기를 겪었다. 2000년대 들어 매출 하락 폭이 커졌다. 무엇보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일컫는 말)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각인된 점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반미 시위만 벌어졌다 하면 시위대로부터 습격당하거나 폭파당한다. 2002년 한국에서 반미 시위가 심했을 때 한국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서울 인사동 관훈 매장 앞은 반미 구호로 넘쳐 났다. 매출이 급감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 웰빙을 추구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햄버거를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상징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각종 인공 조미료와 성분도 불확실한 고기로 만든 햄버거는 비만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2002년에는 뉴욕의 청소년들에게 비만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는 수모를 당했다. 2004년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며 체중 증가량을 잰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로 곤혹을 치뤘다. 사람들 기호도 변하기 시작했다. 맥킨지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거실처럼 안락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슬로우 푸드(Slow Food)를 원하지, 햄버거 매장의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에서 급하게 식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002년 4분기, 1965년 상장회사로 등록한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이 소식과 함께 2003년 맥도날드 주가는 대폭락했다.
‘고객 눈높이를 맞추자' 현지화 재점검 돌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는 제임스 칸탈루포다. 실적이 나빠지자 잭 그린버그 회장이 사임하고, 전임 사장이던 칸탈루포가 돌아왔다. 그는 위기의 원인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해법을 찾아냈다. 우선 점포 정리 등 방만했던 확장 경영 방식을 버렸다. 당장은 경비절감이 필요해서다. 10개국 175개 해외 매장을 폐쇄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완전히 철수했다.
또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위기 뒤 바로 ‘승리계획(Plan to win)'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직원들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리겠다는 게 골자였다. 구조조정과 함께 투자도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대부분의 전망을 뒤엎는 역발상을 도입했다. 맥도날드 사내 대학인 ‘햄버거 대학'에 투자를 늘려 ‘장기전'에 대비했다. 칸탈루포의 처방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 1년 만에 매출은 다시 늘었다. 그러나 그는 복귀 1년만인 2004년 심장마비로 돌연사했다.
그 뒤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으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 출신인 찰리 벨이 들어왔다. 그는 현지화를 보다 철저하게 점검했다. 쇠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에서는 채소 햄버거를 내놓았고,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세계 최초로 매장 내에서 맥주를 팔았다. 노르웨이에서는 북해산 연어를 이용한 연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매했고, 한국에서는 전통 음식 김치버거와 불고기버거를 내놓았다.
슬로우 푸드가 유행한다는 점도 인정하고 매장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 맥도날드도 딱딱한 의자 대신 푹신한 소파를 내놓으면서,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햄버거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고칼로리 비만식품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칼로리를 줄인 햄버거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육류가 아닌 두부를 넣은 이른바 ‘일본형' 햄버거도 내놓았다. 샐러드나 달걀 같은 건강 메뉴도 추가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10여 가지 샌드위치 메뉴를 도입해 주문 즉시 그릴로 구워 줬다.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장마다 ‘이동선'을 그어 놓고 직원들이 30분씩 전자감응기를 들고 화장실 청결 상태에서 냉장고 온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도록 했다. 점검 태도가 불성실하면 전자감응기가 매니저의 휴대폰으로 이를 알린다.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임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신상품 발굴 노력이 빛을 발해 맥도날드 커피는 일약 히트를 쳤다. 최근엔 ‘맥도날드에 햄버거를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커피를 먹으러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정도다. 물론 앞으로 맥도날드가 순탄한 길만을 걸을 것 같지는 않다. 햄버거는 여전히 정크푸드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또 일회용품이 환경을 파괴한다며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할 때처럼 현지 소비자의 눈으로 판단하려는 원칙이 유지된다면 못 넘길 위기란 없어 보인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생각은 글로벌하게, 행동은 지역 현실에 맞게)'라는 맥도날드의 모토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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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Smart Work Better] 창의성 원하면 인식의 틀 바꿔라 (DBR)
“사람은 누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잘’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요리에 대가가 있듯이 사고에도 ‘달인’이 있다. 달인은 여러 정신적 재료로 맛을 내고 섞어 조합하는 일에 도통한 사람이다.”(‘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우리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낸 사고의 ‘달인’을 가끔 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현상의 핵심을 잘 간파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공에 필수적인 ‘사고의 기술(thinking skill)’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인크루트와 함께 직장인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회사에서 사고의 기술에 대해 교육받았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불과 7%에 그쳤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기술을 배웠다는 응답자도 극히 소수(4%)였습니다. 물론 직장인의 88%는 “사고의 기술을 익히면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훈련을 통해 사고능력을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도 “사고의 대가가 되려면 필요한 도구의 용법을 익히고, 정신적 재료의 요리법을 배우면서 실력을 키우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누구라도 탁월한 사고 능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텔과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이 조직원들에게 사고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DBR은 이번 스페셜리포트로 사고의 기술을 키울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창의적 사고는 아이디어 창출 과정, 전략적 사고는 실제 전략 수립 과정, 시각적 사고는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히 하는 데 각각 도움이 되는 방법론입니다. 이번 기획이 독자 여러분의 사고력 증진과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미국 하버드대에서 ‘Mark I’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그레이스 호퍼는 일반인에게 ‘나노초(nano second: 나노초는 10억분의 1초이며, 슈퍼컴퓨터 내부 시계의 기본이 되는 시간 단위)’의 의미를 설명할 예정이었다. 사람들에게 “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입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감을 잡지 못할 것 같아서 그녀는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런 시계 산업의 지형을 바꾼 것은 바로 일본의 전자시계다. 1950년대 전자공학이 발전하면서 일본 사람들은 시계를 이전과 달리 전자제품으로 바라봤다. 이후 값싼 전자시계가 대량으로 사람들에게 판매되면서 시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더 이상 시계를 만들어서는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았다.
2. 다이아몬드 사고법
출처 : 동아비즈니스리뷰(DBR) - www.dong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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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경쟁자를 이기려 하지 말고,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라.’ 2005년 한국 경영자들은 이 메시지를 담은 ‘블루오션 전략’에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은 레드오션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는 블루오션 전략의 메시지는 유효합니다. 그렇지만 레드오션에서의 생존법을 알아야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주창자들도 ‘기존 시장의 수성’과 ‘신시장 개척’ 모두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어렵게 블루오션을 찾더라도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드오션에서의 생존 전략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내외 환경 악화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는 레드오션에 대한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한물갔다고 생각하던 레드오션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들의 이론을 집약했습니다. |
주거 지역에서 몇 발자국만 걸으면 수많은 통닭집이 눈에 들어온다. 치킨업은 극도로 심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일부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복제품과 신제품이 쏟아진다. 지독한 레드오션이지만 여기서도 기막힌 성공 스토리가 나오고 있다.
옥수수수염차의 성공을 주도한 이인재 유통사업부 상무는 “차 음료 시장 자체는 레드오션이지만 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많다”고 말한다. 2005년 후반부터 차 음료 시장을 지배하던 녹차 시장 규모가 감소하면서 남양유업의 ‘17차(茶)’를 중심으로 한 혼합차가 주류로 떠올랐다. 광동제약은 이미 남양유업이 장악하고 있는 혼합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시장 발굴에 나섰고, 곡물차의 잠재력을 감지했다. 이 상무는 “당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가 월간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하고, 무명 회사인 담원식품의 ‘옥수수 끓인물’이 노래방에서 조금씩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혼합차 시장 이후에는 곡물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음료 업계에는 일본 등 외국 제품을 모방한 ‘미투 제품’이 난무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한국 고유의 원료를 발굴해 차별화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원료를 쓸까 고민하던 이 상무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그의 친척이다. 자궁과 신장 기능이 좋지 않던 이 상무의 한 친척이 이뇨 작용에 효능이 있는 옥수수수염을 달여 먹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그는 즉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과연 일반인들이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서 직접 동대구역에서 40대 아주머니 10여 명에게 비타500을 나눠주면서 혹시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주머니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강한 확신을 갖게 됐죠.”
2006년 옥수수수염차 출시 후 초창기 마케팅을 펼칠 때도 주부들을 중점 공략했다. 2006년 겨울에 광동제약은 전국 각지의 미용실에 옥수수수염차 포스터를 붙이는 조건으로 무료로 차 샘플을 나눠줬다. 주부들은 이미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용실에 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입소문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V라인 얼굴’이라는 광고 카피도 주효했다. 당시 대부분 차 음료들은 ‘칼로리 제로’나 ‘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몸매’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광동제약은 붓기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옥수수수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얼굴선을 V라인으로 만들어주는 차’라는 메시지를 홍보했다.
이 상무는 미투 제품으로는 결코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옥수수수염차의 경우 한국 고유의 소재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차 음료가 극도로 발달한 일본에도 없으며, 중국에서는 옥수수차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국내 식음료 업계에 존재하는 많은 제품이 일본 복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베낀 제품은 소비자들이 쉽게 식상해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라
특정 시장에 수많은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유력한 생존 대안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비용 우위는 물론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집중시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설비투자 같은 결정을 하는 중요한 이유도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단순한 숫자로만 보면 브랜드 쌀 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도 없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 쌀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2008년 4월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브랜드 쌀은 무려 1721개에 이른다. 특히 이천 쌀과 여주 쌀이 워낙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어 이에 필적할 만한 브랜드를 키우기는 더욱 어렵다. |
안성시의 ‘안성마춤 쌀’은 이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후발주자로 성공한 보기 드문 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쌀을 시도한 안성마춤 쌀은 2005년 국내 농산물 중 최초로 쌀 생산·유통 전 과정의 ISO9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주 및 이천쌀과 비슷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성마춤 쌀은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영세 농가의 결합을 촉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농산물 경쟁이 치열하던 1998년에 안성시는 ‘안성마춤’이라는 고급 농축산물 브랜드를 만들어 한우·쌀·포도·배·인삼까지 다섯 종류를 한 브랜드로 단일화했다. 전국 최초로 안성 내 14개 농협 단위조합이 뭉쳐 농협 연합사업단(안성마춤농협)도 꾸렸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안성마춤’이라는 공동 브랜드만 있었을 뿐 14개 농협 단위 조합마다 가격, 포장 디자인, 미곡처리장, 유통망 등이 모두 달라 대규모 유통이 불가능했다. 서류상 브랜드만 존재한 셈이다.
이에 안성시는 2003년부터 브랜드 단일화에 박차를 가했다. 안성마춤농협의 이순옥 마케팅 1본부장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투자를 비용 개념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하면 바로 흑자가 나는 줄 압니다. 이 점을 납득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2003년 출범 후 2006년까지는 적자가 났기 때문에 농협 연합사업단을 탈퇴하겠다는 조합도 심심찮게 있었고, 연합사업단을 해체하라는 요구도 많았습니다. 단일화 재배 매뉴얼이 까다롭다는 불평도 많아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안성시가 농민들을 다독인 방법은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이었다. 안성시는 2004년부터 마케팅 담당관실을 설치해 20여 명의 공무원이 안성마춤 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TV나 신문 광고도 시가 지원한다. 지난해 11∼12월에는 안성마춤 쌀 이동전시관 버스를 만들어 버스 안에서 홍보·시식·상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주요 대형 마트 앞을 찾아다니며 소비자와 접촉하는 등 이색 마케팅을 전개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일관된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다. 농민들에게 높은 수매가격을 보장해 주되 엄격한 품질 관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성마춤 쌀은 1년 간 예비심사를 거쳐 합격한 땅에서만 계약 재배를 할 수 있다. 종자는 안성 땅에 맞는 ‘추청(일명 아끼바리)’이란 단일 품종만을 사용한다. 추청 벼의 순도율은 97∼98%에 달해 균일한 밥맛이 가능하다. 작목 반장, 농협 직원, 시청 직원들이 수시로 계약 재배 농가에 들러 재배 매뉴얼을 지키는지 검사하고, 이를 어기는 농가는 계약농가에서 탈락시킨다.
진부한 소재로도 성공할 수 있다
지난 7월 말에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여자’는 최근 드라마 가운데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초반에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매회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에 따르면 5월 28일 1회 시청률은 6.8%에 그쳤지만 중반부로 접어들며 20%를 돌파했고, 20회 마지막 방송의 시청률은 무려 27.3%에 달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방송 1, 2회 때 시청률을 마지막 방송까지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셈이다. 호화 캐스팅이나 해외 로케 같은 투자도 없었으며, 이야기 소재도 극히 상투적이었다. 입양된 고아가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양부모의 친자녀를 버리고, 친자녀가 다시 복수에 나선다는 ‘출생의 비밀’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게다가 기억상실, 복수, 4각 관계 등 한국 드라마가 수십 년간 우려먹은 소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태양의 여자’는 단순 복수극으로 끝날 수 있었던 드라마에 인간에 대한 미세한 관찰력을 가미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용서와 화해, 인간 구원의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색다른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빤한 소재의 통속극이지만 전개나 결말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통속적이고 진부한 소재도 재해석을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시청자들이 특히 이 드라마에 호감을 표시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자인 ‘사월’은 가해자 역할을 맡은 ‘도영’ 못지않게 독하고 기가 세다. 이들은 선과 악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인간은 모두 악하면서도 착하고,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태양의 여자’는 잘 보여 준다. 인간 본성의 단면을 스토리로 잘 녹여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억상실 같은 지나치게 진부한 소재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면서도 결국 다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연구하는 김경묵 덕성여대 교수는 “진부한 소재를 썼으며 특급 배우를 동원하지 않고도 ‘태양의 여자’가 성공한 것은 지나치게 새로운 것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드라마의 기본은 새로운 소재, 화려한 볼거리, 톱스타가 아니라 결국 ‘이야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멜로드라마처럼 대중이 친숙함을 느끼는 주제일수록 스토리가 중요하지 배경이 어디냐, 배우가 누구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는 익숙한 것에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드라마를 시도하기보다 기존 요소들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출처 : 동아 비즈니스 리뷰(www.dongabiz.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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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도 끄덕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10년 불황에도 연구개발 투자비만은 줄이지 않을 만큼 일본 제조업체들은 최고 품질을 추구한다. 거기에 제품에 혼을 담는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 ‘모노츠쿠리'도 빼놓을 수 없다. 탄탄한 기초 과학과 기업의 뛰어난 응용 기술의 접목, 조직 결속력과 노사화합의 바탕이 되는 ‘한 식구 의식'도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중요 요인이다.
도요타 자동차 본사가 있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 도요타 자동차의 모태인 도요타자동직기 옛 공장 터에 지어진 이 기념관은 언제 가도 도요타 그룹 계열 회사들의 신입사원들로 북적인다. 도요타 계열의 신입사원들은 연수 중 반드시 이곳을 들러 도요타 그룹 창시자 도요다 사키치가 1906년 발명한 환상형 직기 등을 견학해야 한다. 무라이 코지 산업기술기념관장은 “창업 가문인 도요다가(家)가 100여 년 전에 만들었던 직기를 보여 주면서 도요타의 ‘모노츠쿠리(최고 제품 만들기)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제조 기업을 방문하면 하나 같이 강조하는 말이 ‘모노츠쿠리 정신'이다.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는 것. ‘장인정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일본 기업들은 10년 불황기에도 다른 건 다 줄여도 연구개발(R&D) 투자비 만큼은 줄이지 않았다. ‘R&D를 통한 최고 품질의 추구는 제조회사의 생명선'이란 철학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에도 쇠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제조업 경쟁력의 비밀도 거기에 숨어 있는 셈이다.
기계 아닌 ‘장인의 손'이 경쟁력
도쿄 인근 오타구공단에 가면 ‘기타지마 시보리 제작소'란 중소기업이 있다. 종업원이 20명도 안 되는 작은 공장이지만 일본의 모노츠쿠리 파워를 상징하는 곳이다. 1947년 설립된 이 공장은 알루미늄을 재료로 못 만드는 게 없다. 일상 생활용품에서 항공기, 로켓 부품까지 주문만 들어오면 다 만든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도 로켓 부품의 정밀도를 올리는 최종 마무리 가공은 이 공장에 맡긴다.
놀라운 건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기기가 아닌 기술자들의 손으로 이뤄진다는 것. 기타지마 가즈토시 사장은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기계보다 정확하다”고 말한다. 생산 현장의 근로자가 혼신을 다해 얻은 손재주와 미세한 감각 등의 노하우는 일본 부품·소재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LCD(액정표시장치)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첨단 제품도 기초는 현장 근로자의 모노츠쿠리에 있다”(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지적이다.
생산현장에서 모노츠쿠리가 가능한 건 일본 기업들의 끊임없는 R&D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기술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손기술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 그런 점에서 일본 기업들이 불황 때도 R&D 투자를 확대해 온 건 평가받을 만하다. 일본 기업들은 거품경제 붕괴 직후인 1992년부터 3년간 R&D 투자를 1~5% 소폭 줄인 것 외엔 지금까지 줄곧 R&D 투자를 늘려 왔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지난해엔 R&D 투자를 더 늘렸다. 불어난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으로 나누어 주는 대신 R&D에 쏟아 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요 2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R&D 부문에 전년보다 7.4% 많은 11조 3,304억 엔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은 R&D 확대와 함께 연구원도 크게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의 56%에 이르는 기업이 앞으로 5년간 연구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니와 아오 도쿄대 교수(기술경영학)는 “수익성이 개선된 기업들 사이에 장기 성장을 위해선 ‘신기술 개발'이 필수라는 인식이 다시 퍼져 R&D 투자 경쟁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 과학과 현장 기술의 만남 - 교토카
일본의 모노츠쿠리가 강한 비결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학협동이다. 대학과 연구소의 탄탄한 기초 과학과 기업의 뛰어난 응용 기술이 접목돼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키는 나라가 일본이다. 최근 교토에서 개발되고 있는 차세대 전기자동차 ‘교토카(Kyoto Car)'가 대표적 사례다.
철저하게 환경친화형 자동차를 지향하는 교토카는 차체에 철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연료도 태양광을 이용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가 맺어졌던 도시로서 환경친화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교토카엔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의 전통 문화도 반영된다. 자동차 차체엔 밋밋한 단색 외장 대신 꽃무늬 등 일본의 전통 문양이 디자인될 예정이다.
2010년 개발을 목표로 한 이 교토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일본의 명문 국립대인 교토대의 벤처비즈니스랩(VBL) 마쓰시게 카즈미 부학장. 쟁쟁한 자동차 기업들을 놔두고 대학 교수가 차세대 전기차를 개발한다니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쓰시게 부학장에겐 든든한 지원 그룹이 있다. 바로 교토 지역의 혁신적인 벤처·중소기업들이다.
마쓰시게 부학장은 벤처기업 여덟 곳과 교토카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철판을 쓰지 않고 대나무 소재와 탄소섬유를 사용할 차체 개발엔 이 지역 최고의 나노기술 벤처기업이 참여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태양광 전지와 연료전지 등도 지역 벤처기업이 직접 개발하고 있다. 교세라(정보통신기기), 옴론(전자부품), 덴소(자동차 부품) 등 일본 최고 부품 기업들의 고향인 교토의 기술력이 교토카에 집약된 셈이다.
일본의 기초 과학 수준은 세계 톱 클래스다. 이는 노벨상 실적이 증명해 준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모두 일본인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 중 1명도 일본인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물리학 7명, 화학 5명, 의학 1명 등 13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배출했다. 2000년 이후로만 화학상 수상자가 4명째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과학은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의 기술은 도요타 자동차,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적 기업들과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산ㆍ학 협동이다.
일본식 종신고용과 노사협력도 한몫
현장의 모노츠쿠리가 이어진 요인 중 하나는 종신고용을 바탕으로 한 일본식 경영이란 분석도 있다. 고도켄지 고도경영연구소장은 “일자리가 안정되지 못하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기 어렵고 현장의 기술 전수도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일본의 종신고용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종신고용은 임직원에게 ‘한 식구 의식'을 심어 주므로 조직 결속력과 노사화합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도요타는 노사가 한 식구란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본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임직원이 목제 밥통에서 직접 밥을 퍼먹도록 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일본 기업들이 옛 경영 방식에만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캐논은 종신고용이란 일본식 경영에 미국식 성과주의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일자리는 보장하지만 승진과 급여는 철저하게 실적에 따라 차등을 둬 조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렌 캐논 회장은 “일본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와 현금 흐름 관리, 투명성, 비용 관리 등에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였지만 고용과 거래업체와의 유대 관계에서는 일본식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것이 바로 일본 기업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차병석 /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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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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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우위' 하면 우리는 대부분 거창한 전략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 우위에 대한 편견은 기업들이 생각만 하다가 경쟁 기업에게 시장을 내주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기업의 경쟁 우위는 작은 차별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The Guerrilla Marketing Handbook’의 공동저자 Jay Levinson과 Seth Godin이 제시하는 사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Jay Levinson과 Seth Godin이 제시한 기업들을 살펴봄으로써 작은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방법에 대해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Colgate는 기존의 짜내는 치약 대신 펌프를 장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GE는 업계 최초로 에어컨디셔너의 포장재를 대폭 줄여 부피를 최소화했고, 상자에 손잡이를 장착하여 고객이 직접 상자를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Chubs에서는 아기용 티슈의 포장 자체를 상품화해 다 쓰고 나면 레고 블록처럼 가지고 놀도록 했다.
우편주문판매 업계의 양대 라이벌이던 Montgomery Ward와 Sears Roebuck, 두 유통업체는 작은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1872년, Aaron Montgomery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우편주문용 카탈로그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신발이나 의류, 가구, 연장, 낚시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었고, Aaron Montgomery의 사업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20년 후, Richard Sears도 우편주문판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8년이 경과하면서 Sears Roebuck의 우편주문판매 매출은 Aaron Montgomery를 역전시켰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후에는 Sears Roebuck가 이 분야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Sears Roebuck는 Aaron Montgomery보다 작고 얇은 카탈로그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카탈로그가 있다면 제일 큰 것을 아래에 놓고 크기대로 쌓아 제일 작은 것을 위에 올려 보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농부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맨 위에 있던 Sears Roebuck의 카탈로그를 봤던 것이다.
향수 산업의 개척자인 Estee Lauder가 포장의 변화를 통해 상품의 매출을 극대화 한 사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그녀는 그녀의 자서전인 “향기를 담은 여자 Estee : A Success Story”에서 1950년대에 출시한 ‘Youth Dew’란 향수의 판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한 Lauder에게는 큰 근심이 하나 있었다. 당시 미국은 직접 향수를 사서 뿌리고 다니는 여자는 씀씀이가 헤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Lauder는 상품 포장지에 ‘향수’가 아닌 ‘Bath Oil’이란 문구를 사용했다. Bath Oil 한 병을 사면서 죄의식을 느낄 여성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Lauder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도 생각해 냈다. “우리가 개발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최대한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향수병을 일부러 밀봉하지 않았지요.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뚜껑을 살짝 열어(실제로 사람들 대부분은 은밀히 이렇게 해보고 싶어한다.) 손에 한 방울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향수를 사지 않고 돌아서더라도 Youth Dew의 향기는 지니게 되는 거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다시 그 향기를 찾아 매장을 방문하여 자신이 직접 쓸 향수를 구입하게 됩니다.”
<참고자료 : “AESOP AND THE CEO : Powerful Business Insights from Aesop’s Ancient Fables”, David C. Noonan 지음, 김광수 옮김>
출처 : 휴넷(www.hu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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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영ㆍ창의경영ㆍ블루오션ㆍ신성장동력……. 표현은 다르지만 지향하는 것은 결국 창의력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빛나는 것이 ‘창의적인 기획력'이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 그리고 이것을 잘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CEO들은 다년간의 기업 경영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창의적인 기획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획 하나로 회사의 운명까지도 바꾼다. 우리도 그들처럼 멋진 기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부러워하지만 않고,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기획력을 깨우기만 한다면 말이다.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것일까? CEO에게 채택되어 회사의 앞날을 책임질 만한 아이템은 무엇일까? 해외 CEO들의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비해, 국내 CEO들이 경영을 하면서 어떤 기획과 아이디어에 주안점을 두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CEO들은 이론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남들과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수십 장 수백 장이나 되는 멋들어진 기획서도 실행하다 보면, 한 장짜리보다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CEO들은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오감을 열어 사물을 바라보는 법을 익히고, 똑같은 것이라도 다르게 정의하기 등을 통해 인문학적인 지식과 논리적인 기본을 쌓으라”고 강조한다.
어느 시대에서나 완전히 처음인 것은 없다. 많은 아이디어나 기획들은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해 가지를 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어 왔다. 결국 남들과 다른 기획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넓은 정보와 깊은 지식을 토대로 한다는 얘기다.
▣ 1등과는 다른 시도를 하라
창의적인 기획 마인드의 첫 번째 요소는 ‘New & Better, 1등 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 찾기'다. 만년 2등 업체일수록 1등과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
월마트는 1962년 미국 아칸소주의 소도시 벤튼빌에 1호점을 열었지만, 당시 1위 업체인 K마트 및 메이저들의 경쟁에서는 한낱 시골뜨기에 불과했다. 직원들 역시 만년 2등이란 패배감과 좌절감을 갖고 살았다.
하지만 월마트는 1등과는 다른 것을 기획했다. 철저하게 저비용 구조를 추구, 땅값이 싼 소도시나 대도시 교외 고속도로변에 점포를 짓고 과학적인 물류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도 여성들에게 맞게 개선해 나갔다.
1등과 다른 전략을 구사한 월마트는 마침내 지난 2002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에 올랐다. 반면 한때 미국 1위 할인업체였던 K마트는 113억 달러 가까운 채무로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 시장과 고객을 예측하라
두 번째로 필요한 마인드는 ‘Prediction, 시장과 고객의 예측'이다. 즉 시장과 고객을 외면하는 기업이 오랫동안 장수하기란 힘들다.
1906년 창립한 멕시코의 시멘트회사 시멕스는, 역사가 오랜 기업이 그렇듯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임직원들의 의사소통 부재로 제품 납품이나 배달 등에 문제가 생겨 고객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든 이를 개선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CEO였던 로렌조 캄브라노 회장은 시장을 정확히 보고 고객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효율적인 배달과 예측할 수 없는 수요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시장과 고객을 정확히 본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기획하라
세 번째 마인드로는 ‘Branding, 제품의 속성이 아니라 브랜드 기획하기'다. 김준영 해태음료 사장은 “단기적인 판매를 위해 제품의 기능이나 특징만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각 제품의 차별화를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애니콜 휴대폰, 파브 TV, 지펠 냉장고, 센스 노트북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굳이 ‘삼성전자'를 강조하지 않아도, 이 제품들은 브랜드만으로도 세계적인 명품 대열에 올랐다. 브랜드 하나의 성공이 가져오는 부대효과는 이렇게 강력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자신들의 기획을 집요하면서도 일관되게 실행했다. 간혹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유연하게 생각을 돌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루이스 거스너(Louis V. Gerstner) IBM 전(前) 회장 겸 CEO는 “단호한 실행력이 중요하며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비전과 전략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실행이란 전략을 행동으로 전환하고 결과를 지켜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1985년까지 IBM은 천하무적이었지만,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모두들 매너리즘에 빠졌고 자만심도 커 갔다. 결국 매출은 물론 회사 이미지까지 바닥으로 떨어졌고, 1993년 거스너가 부임할 당시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은 회사가 회생할 확률은 25%도 안 된다고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거스너는 고객들과 업계의 전문가, 이름난 실력자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회사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그가, 인텔 펜티엄칩을 장착한 PC에 문제가 생겨 직원들에게 얘기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듣는 사람이 없어 불만이었던 고객을 접하게 됐다.
그 후 그는 그동안 판매했던 PC들을 전량 회수하고, 결함 원인이 밝혀져 모두 해결되기 전까지는 단 1대의 PC도 만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눈앞의 매출이 날아가는 상황이었기에 회사 내부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거스너는 IBM이 과거처럼 대충대충 하지 않으며 새롭게 태어났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IBM은 회사 안팎으로 작은 변화를 가져왔고, 거스너가 부임한 지 5년 만에 회사의 매출은 817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어쩌면 여러분의 기획력은 지금까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훌륭한 기획자가 될 수 있다. 설령 현란한 기획서를 쓰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생각을 구성원들과 공유하여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 진희정 / 더 스토리 컴퍼니 대표, CEO 인터뷰전문 작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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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 생명인 곳에서 창의성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조직은 위태로워진다. 상상과 공상의 나라 디즈니, 가장 창의적인 곳이 되어야 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창의성을 잃어버리자 기다렸다는 듯 위기가 찾아왔다.
두 번의 위기를 맞았을 때 디즈니는 마이클 아이즈너와 로버트 아이거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힘겨운 고비를 넘겼다. 낡은 리더십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그 두 번의 위기를 이긴 핵심은 바로 ‘창의성 회복'이다.
국내 캐릭터 상품의 시장 규모가 연간 4조 원대라고 한다. 그런데 월트 디즈니가 만든 캐릭터 상품 하나가 연 6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바로 ‘미키마우스'다. 미키마우스의 상품성은 현대자동차의 대표 차종인 ‘그랜저'를 30만 대 수출한 것과 같은 경제효과를 갖고 있다.
미키마우스의 위상은 대단하다.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그림이 그려 있는 상품을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면 반드시 나오는 대답이 미키마우스다. 여기에 ‘도날드 덕', ‘구피' 등 디즈니가 만든 어린이들의 친구들이 꽤 많다. 이 뿐인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어린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어디로 놀러 가고 싶으냐”고 물어 보면 주저 없이 ‘디즈니랜드'라고 대답한다.
1928년 만화제작자 월트 디즈니가 세운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변신하며 8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많은 글로벌 기업이 그러하듯 디즈니도 위기 국면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위기가 찾아온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창의적인 곳이 되어야 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그 창의성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과의 불화도 새로운 어려움을 낳았다. 과연 디즈니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마이클 아이즈너, ‘공쇼'로 직원들의 숨겨진 창의성 끌어내
디즈니는 두 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첫 번째는 창업주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후에 찾아왔다. 1966년 탁월한 능력과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기업을 이끌었던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뒤 후계자들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의사결정력이 떨어지면서 창의적인 사업 대신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운용에 치중했다.
부실경영의 여파는 1980년대 초반에 찾아왔다. CBS가 1954년부터 방송해 오던 디즈니 방송을 끊으면서 텔레비전과의 인연이 사라졌고, 당시 인기를 끌었던 <스타워즈>에 완전히 밀려났다. 디즈니는 미국 중년의 사라져 가는 브랜드로 인식됐다.
1979년 시장점유율은 4%로 7개 대형 영화제작사 중 꼴찌로 전락했다. 1980년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던 이익이 1983년에는 9,000만 달러대로 하향곡선을 그렸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있는 놀이공원 입장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선 ‘월트 디즈니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파다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한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이다. 파라마운트사에서 전격 영입된 아이즈너 회장이 디즈니를 구한 비법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바로 ‘창의성 회복'이다. 그는 디즈니에 영입되자마자 비전부터 다시 세웠다. 5년의 장기 계획을 세워 매년 열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만화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그 뒤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공쇼(Gong Show)'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공쇼는 1970년대 유행한 미국의 TV 쇼 이름. 아마추어들이 자유롭게 춤이나 노래 실력을 겨루는 무대였다. 이를 본떠 모든 직원들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했다. 모든 임직원들이 1년에 세 번의 공쇼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늘어진 조직문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숨어 있던 직원들의 창조성을 되살렸던 것이다.
또 본업에 충실했다. 영화와 테마파크에 몰두한 것이다. 특히 영화산업에 매진했는데 한 영화의 성공이 엄청난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5년 주기로 극장에서 재개봉하던 기존의 영화 전략을 폐기하고 새로운 영화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그는 미키마우스로 상징되는 디즈니의 브랜드 파워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 사업을 추진했다. 아이즈너 회장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 히트 작품을 잇따라 내놓을 수 있었다. 그가 위기 극복에 매진하는 동안 1984년부터 1997년까지 이익은 16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시가총액도 20억 달러에서 670억 달러로 껑충 끌어올렸다.
후임 로버트 아이거, 제작자 아이디어 최대한 존중
그런데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엔 아이즈너 회장 자신이 위기를 자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년 이상 재직하는 동안 그토록 강조했던 창의적인 조직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그는 독재자처럼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했다. 디즈니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 작품을 직접 선택했고, 심지어 디즈니 건물의 커튼 색깔까지 자신이 고를 정도로 지나친 개입이 계속되자 눈총을 받았다. 결국 아이즈너 회장은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경영진과의 다툼으로 인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2005년 사임했다.
다행스럽게도 후임자인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한 번 창의성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ABC방송 기상캐스터에서 출발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그는 아이즈너 밑에서 일할 때 그의 문제점을 잘 알았고, 전제통치의 대명사로 불렸던 전략기획그룹을 해체했다. 아이즈너 회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매사 뒤편에 서서 사람들을 독려했고, 말을 아끼고 주변의 말을 경청했다. 또한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존중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의 리더십으로 인해 창의적인 회사 분위기를 해치는 관료적 경영이 점차 사라졌다. 테마파크, 리조트, 스튜디오 등 각 사업부 단위는 스스로 권한을 갖고 책임 있게 일하게 됐다. 톰 스택스 월트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버트 아이거는 신중한 자유방임형 스타일로 임직원의 잃어버린 창의성과 조화를 다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디즈니 영화 프로덕션 파트너사인 픽사 애니메이션과의 관계를 회복시켰고, 나아가 2006년 1월 스티브 잡스 애플 CEO로부터 픽사 지분을 모두 인수해 애니메이션 분야의 위상을 굳건히 다졌다. 아이거 회장이 아니었더라면 사무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닐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재기 발랄한 픽사 직원들이 월트 디즈니의 압력에 눌려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이기도 하다.
아이거 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 실적은 다시 상향세로 돌아섰다. 월트 디즈니의 2007 회계년도(2006년 10월~2007년 9월) 순이익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어나 그가 부임한 2005년 회계연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이러한 성장은 그가 창의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마케팅 목표 계층을 기존 유아 중심에서 10~20대, 나아가 중·장년층으로 확대시킨 것이 주효했다. 예를 들어 2006년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돼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TV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을 실제 뮤지컬과 콘서트, 아이스쇼 등으로 새롭게 각색해 총 1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방대한 양의 실증 조사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한 기업들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지만, 위대한 기업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전환점을 거쳐 도약한다'고 했다. 그 전환점이란 바로 ‘위기와 극복의 모멘텀'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디즈니는 두 번의 위기를 맞아 마이클 아이즈너와 로버트 아이거라는 다소 다르지만 뛰어난 리더의 리더십으로 힘겨운 고비를 넘겼다. 낡은 리더십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경우이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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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6편] 한 번도 안 해봤으니 이제 해보자! 아사히맥주 / 맥주 모르는 은행원 사장, 역발상으로 위기 타개의 해법을 찾다
1953년 당시 33.5%로 업계 1위였던 아사히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985년에는 한자리 수인 9.6%로 떨어졌다. 아침해를 뜻하는 아사히(朝日)가 거듭된 실적 악화로 저무는 해를 뜻하는 ‘유우히(夕日) 맥주'라고 불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히구치 히로타로 사장이었다.
은행원 출신의 히구치 사장은 맥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또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임직원 의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전례가 없으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전례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가장 잘 만들고, 또 즐기는 국가로 독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일본인들은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선술집에 가면 ‘とりあえず, なま! (도리아에즈, 나마!: 생맥주 먼저!)'라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전통 술인 사케(청주)를 더 즐기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사케를 마시기 전에 맥주로 먼저 목을 축인다. 점심시간에 혼자 맥주를 마시는 직장인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맥주가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맥주 생산 역사는 깊고,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맥주 시장의 경쟁 구도를 두고 2강 2중이라고 한다. 아사히와 기린이 40%에 약간 못 미치는 시장점유율로 1, 2위를 다투고, 그 뒤를 삿포로와 산토리가 10% 조금 웃도는 점유율로 3~4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시장에서 주목할 기업은 바로 아사히맥주다. 아사히맥주가 1위로 등극한 것은 2001년으로 전쟁 이후 50년 가까이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기린은 장기 집권에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사히맥주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 아사히맥주는 1985년 시장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도의 순간까지 내몰렸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1위 다툼을 할 만큼 경쟁력을 끌어올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사히맥주 히구치 히로타로 사장의 위기 타개법
1. ‘전례가 없으니까 한다'는 역발상을 시도하라.
2.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다.
3. 영업소를 소비자 불만을 모으는 창구로 만들어라.
4. 소비자가 제품을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라.
은행원 출신 사장 “발상을 바꾸다”
1986년 일본은 소주 열풍이 휘감고 있을 때다. 맥주업계의 성장세는 뚝 떨어졌다. “맥주업계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왔다. 아사히맥주는 그 와중에 더 힘겨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사히맥주를 두고, ‘유우히(夕日) 맥주'라고 했다. 아사히란 말이 원래 아침해(朝日)라는 뜻인데, 거듭된 실적 악화를 비꼬아 ‘저무는 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53년 당시 33.5%로 업계 1위였던 시장점유율이 1965년 23.2%, 1975년 13.5%, 1985년에는 한자리 수인 9.6%로 떨어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히구치 히로타로(Higuchi Hirotaro) 사장이었다. 1986년 스미토모 은행에서 영입된 히구치 사장이 본 아사히맥주의 첫 인상은 ‘패배' 그 자체였다.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안 된다. 영업비가 제공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전례가 없어서 안 한다' 등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직원들은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게 없지'라고 자조하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아사히맥주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히구치 사장은 맥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또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임직원 의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전례가 없으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전례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히구치 사장 스스로가 먼저 전례에 없던 일을 했다. 경쟁업체인 기린과 삿포로를 찾아가 ‘아사히맥주의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약간은 당황했던 경쟁업체 회장들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요약하면 ‘맥주를 만들 때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오래된 맥주를 고객들 앞에서 없애라'는 것.
따끔했지만 값진 충고였다. 그는 맥주업계 대선배의 조언에 따라 아사히맥주의 사내 지침으로 네 가지 원칙을 수립했다.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돈을 아끼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한다.
2. 다른 업체를 흉내내지 않는다.
3. 건강을 지향한다.
4. 고객이 늘 신선한 제품을 마실 수 있게 제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맥주는 전국 어디에 있든지 회수한다.
그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오래된 맥주를 회수하는 데 당시 12억 엔이라는 큰 돈이 들었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자부심이었다. 직원들에게 오래된 맥주를 시음시켰더니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히구치 사장은 말했다.
“당신들이 먹기에도 맛없는 맥주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겠는가? 이런 맥주를 파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앞으로 우리 아사히는 신선한 맥주만을 공급함을 소비자에게 알리자.”
이러한 결단은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였고, 아사히맥주를 부활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또 “모든 책임은 사장 한 사람이 질 뿐, 영업사원은 현장에서 판매에만, 기술자는 공장에서 신기술 개발 매진에만 힘쓰면 된다”고 독려했다.
영업소를 소비자 불만 수집 창구로 바꿔
아사히맥주가 결정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87년에 발매된 ‘슈퍼드라이'였다. 당시 맥주업체들은 맥주의 맛을 바꾸지 않고 병 용기만 바꾸는 데 치중했다. 아사히맥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히구치 사장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용기보다 맛에 대한 평가가 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5,000명을 대상으로 ‘지금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무려 87%의 응답자가 ‘맛을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전략대로 영업사원이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고 소비자의 불만을 모으는 데 집중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소비자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히구치 사장은 소비자의 불만과 의견을 모아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이 정도면 소비자의 마음에 들겠지'라면서 스스로 만족하던 관행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젊은 사원의 고집으로 대히트작 ‘슈퍼드라이' 탄생
그러나 신제품 개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맛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가볍고도 잘 넘어가는 드라이맥주가 필요하다'는 원칙 아래 ‘쌉쌀한 맛'을 가미하느냐가 이슈였다. 알코올 음료에서 ‘드라이'는 와인의 맛이고 ‘쌉쌀한 맛'은 청주의 맛이다. 이 두 맛을 조화롭게 섞어 맥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기술자인 고참 임원들은 “쌉쌀한 맛이 나는 맥주는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개발팀의 젊은 사원들의 히구치 사장이 늘 말했던 대로 “전례가 없기에 도전해 보자”고 맞섰다.히구치 사장은 논쟁을 멈추게 하고 개발을 지속시키면서 최종 결정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시음 평가에서 신제품의 맛을 본 소비자들은 만족해 했고, 이에 자신감을 얻어 시장에 선보이자 ‘깊이가 있으면서도 깔끔한, 달면서도 쓴 맛'이라며 뜨거운 반응이 돌아왔다.
1987년도에만 1,350만 박스를 팔았는데, 병으로 따지면 무려 2억 7,000만 병이라는 역대 최고 판매를 기록했다. 판매점에 물량을 대지 못해 직원들에게 “사지도, 마시지도 말고 회사 내 매점에도 진열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패배의식에 빠져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까지 내몰린 아사히맥주, 맥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히구치 사장은 아사히맥주를 일본 최고의 맥주회사로 재기시켰다. 히구치 사장은 199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느니 이제 해 보자'는 적극적인 자세와 역발상으로 일본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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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관록의 브랜드 ‘버버리'. 체크무늬로 상징되는 버버리의 전통적 디자인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버버리는 젊은층으로부터 외면 당했고, 노인들이나 입는 낡은, 시대에 뒤떨어진 브랜드로 전락해 버렸다. 전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전통은 역시 전통. 버버리의 CEO 로즈 마리는 2001년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디자인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그가 개발한 ‘프로섬(Prorsum)' 라인은 젊은 패션 마니아들을 버버리 매장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더 이상 묵직하고 낡은 중장년 세대의 ‘버버리'가 아닌 트렌치코트의 허리선이 한결 잘록해져 실루엣이 살아난 젊은 ‘버버리'가 재탄생되었다.
“영국이 낳은 것은 의회 민주주의와 스카치 위스키, 그리고 버버리 코결트다.” 영국인들은 스스럼없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버버리 창시자인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스스로 만든 말이라고 전해지지만, 영국인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기다. 영국하면 축축한 가랑비가 내리는 런던 거리에 버버리 코트 차림으로 걸어가는 영국 신사가 쉽게 연상되기 때문이다.
버버리는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프리미엄급 브랜드의 선두 주자다. 152년을 이어 온 관록과 전통이 이를 뒷받침한다. 버버리는 현재 옥스포드 사전에 그 이름이 수록되어 있고, 10년마다 갱신되는 왕실의 인가와 함께 영국의 지정상인(Royal Warranty)으로서의 역사를 잇고 있다.
그러나 명품의 생명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이라고 부를 만한 핵심 경쟁력을 간직하면서도,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 내고 변화를 줄 때만 명품으로서의 생명력을 갖게 된다. 버버리도 150여 년의 역사 동안 변화의 추세를 따르지 못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버버리의 탄생부터 성장, 위기 극복의 순간까지 시계추를 되돌려 보자.
1888년 영국 농부나 목동이 즐겨 입을 수 있는 혁신적 원단 개발
‘버버리' 브랜드의 창시자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는 1835년 태어났다. 그는 스무 살 때인 1856년 영국 햄프셔 지방에서 작은 포목상 경영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농부나 목동들이 즐겨 입던 옷감에 관심을 가졌고, 1888년 ‘개버딘(Gabardine)'이라는 혁신적이 원단을 개발했다. 이 원단이 지금 버버리 코트의 출발점이다.
개버딘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고 세탁이 수월한 한편 습기의 영향을 덜 받았다. 비가 자주 오고 축축한 영국 기후에는 최적의 레인코트였던 셈이다.
1891년 런던 헤이마켓에서 첫 매장을 연 이후 개버딘은 인기를 끌었으며, 버버리는 개버딘 원단으로 추위와 강풍에도 견딜 수 있는 트렌치코트를 만들었다.
트렌치는 전쟁시 적의 탄환으로부터 몸을 피하는 곳인 참호(Trench)에서 유래한 말이다. 벨트에는 수류탄을 달 수 있도록 ‘D형 고리'를 부착하고 장총을 사용할 때 개머리판이 닿아 생길 수 있는 원단 마모를 줄이기 위해 오른쪽 가슴에 덧단을 대는 등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이 옷은 영국 군인들의 군복으로 채택됐고 대를 물리는 옷으로 여겨지게 됐다.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개버딘 코트를 입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내 버버리를 가져오게”라고 말해 버버리가 곧 트렌치코트를 지칭하는 패션 용어가 돼 버렸다. 마치 미국인들이 검색을 할 때 “Do you Yahoo?(당신 야후하세요?)”라고 묻거나 복사할 때 “Could you Xerox?(제록스해 주실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90년대 모조품 늘면서 젊은층으로부터 외면
버버리는 120년 넘게 영화를 누렸다. 체크무늬로 상징되는 버버리의 전통적 디자인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위기는 1990년대 들어 찾아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강해졌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버버리는 젊은층으로부터 외면 당했고, 노인들이나 입는 낡은, 시대에 뒤떨어진 브랜드로 전락해 버렸다. 전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게다가 중국을 중심으로 가짜 상품, 이른바 ‘짝퉁'이 떠돌기 시작하면서 명품의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매출은 점점 하향세로 돌아섰다.
버버리가 내린 결단은 경영진부터 바꿔 보자는 것이었다. 1997년 로즈 마리 브라보(57)라는 걸출한 여성 CEO를 영입했다. 그는 미국 백화점인 삭스 피프트 애비뉴(Saks Fifth Avenue)의 사장 출신으로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최고의 소매상(Retailer)이였다.
로즈 마리는 말 탄 기사와 버버리 창업자 토머스 버버리의 흘림 서명을 새로운 브랜드 로고로 채택하면서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다. 운영 시스템도 바꾸고 시장도 넓혔다. 버버리는 디자인, 머천다이징, 공급 체인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으나 이를 중앙 집권 시스템으로 재정비했다. ‘하나의 회사에 하나의 브랜드(One Company, One Brand)' 전략으로 명품의 이미지를 통일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또 불필요한 라이선스는 되사는 방식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정비했다. 이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브랜드 집중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한때 버버리는 세일 등을 통한 명품 대중화 전략을 취했지만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브랜드를 통일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다시 ‘명품'의 선두주자로 돌아온 것이다.
로즈 마리가 국외로 눈을 돌린 점도 주효했다. 신흥 부자들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중국과 중동, 동유럽,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이머징마켓을 뚫었고 매출이 5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코트에 한정되어 있던 버버리의 상품군도 넓혔다. 의류에서도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액세서리 등으로 확대했다. 예를 들어 가죽과 독특한 금속 장식을 매치한 감각적인 핸드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출의 75%가 의류였지만, 핸드백과 구두, 스카프 등 액세서리 사업이 커지면서 신규 소비자도 늘어났다. 이런 성과 덕에 패션업계에서는 버버리를 두고 ‘로즈 마리의 아기(Rose Marie's Baby)'라 고 부르기도 했다.
‘버버리 프로섬' 라인으로 전통에 개성을 얹어
버버리를 살린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면 크리스토퍼 베일리(37)다. 뉴욕 출신답게 로즈 마리는 버버리에 보다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키고자, 2001년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디자인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1971년생으로 30대 초반의 치기 어린 젊은 디자이너가 150년 전통의 버버리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그는 ‘명품도 변해야 산다'는 명제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버버리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전통의 브랜드를 혁신'하라는 임무를 줬고 그는 성공적으로 개혁했다. 베이지색 바탕에 검은색과 붉은색이 교차한 전통 ‘버버리 체크'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 개성을 살린 체크무늬를 선보였고, 가죽 등 새로운 소재를 사용했다.
그가 개발한 ‘프로섬(Prorsum)' 라인은 젊은 패션 마니아들을 버버리 매장으로 다시 끌어들였다. 라틴어로 ‘앞으로 나가다'라는 ‘프로섬'의 뜻대로 버버리를 한 발 더 전진시킨 것이다. 더 이상 묵직하고 낡은 중장년 세대의 ‘버버리'가 아닌 트렌치코트의 허리선이 한결 잘록해져 실루엣이 살아난 젊은 ‘버버리'가 재탄생되었다.
버버리 프로섬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베일리가 만든 ‘버버리 프로섬' 라인을 예약해도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보그>, <엘르> 등 패션 전문지들은 ‘젊어진 버버리는 베일리 덕분'이라고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프로섬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버버리의 오랜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현대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더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서슴없이 말한다.
버버리는 완전히 부활했다. 2007년 10월부터 2008년 3월까지의 매출은 5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한 사람이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기업 사장들은 인재 영입에 온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주문한 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버버리의 150년 브랜드 스토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천재급 인재가 기업의 위기 극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 준 좋은 사례이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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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4편] 닌텐도 / 폭력 게임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찾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일본의 부호 40명'을 발표했다. 그중 일본 최고의 부호는 닌텐도 창업주의 손자 야마우치 히로시(80, Yamauchi Hiroshi) 고문이었다. 그의 재산은 무려 78억 달러. 지난해보다도 30억 달러(3조 6,000억 원)나 늘었다.
그의 급격한 재산 증가는 ‘닌텐도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굳이 ‘부활'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닌텐도 역시 위기의 순간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닌텐도 자신이었다. 닌텐도의 창업과 성장, 위기의 순간과 극복 과정을 조명해 본다
일본 교토는 보통 ‘오래된 도시'로만 인식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들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종합 전자부품 메이커로 유명한 교세라, 음향용 전자부품 세계 1위 기업인 니치콘 등 작지만 실력 있는 ‘강소 기업'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닌텐도도 교토에 본사를 둔 기업 중 하나이다.
화투 만드는 회사로 시작
야마우치 집안은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인 1889년, 화투를 만드는 기업을 세웠다. 당시는 기업이라기보다는 작은 공장 정도의 규모였다. 작은 화투 공장의 본격적인 변신은 일본 최고 부호로 뽑힌 야마우치 히로시가 주도했다.
화투 제작 사업이 잘되면서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45년 와세다대학 법학과를 중퇴하고 스물 두 살의 나이로 닌텐도 사장에 취임한다. 그 뒤 일본 최초로 얇은 플라스틱을 사용한 트럼프를 개발해 업계를 휩쓸었다.
야마우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트럼프와 게임시장을 둘러본 후 트럼프시장이 너무 작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식품, 택시, 호텔, 교육 등에서 실패를 맛보면서 1960년 도산의 궁지에 몰렸다.
이때가 첫 번째 위기다. 다행스럽게 사업 다각화 실패로 인한 위기는 오히려 닌텐도가 게임 산업에 몰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 뒤 연구 개발을 거듭한 끝에 1977년 첫 게임기를 출시했으나 조악한 수준에 그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1979년 세계 최초의 휴대형 게임기인 ‘게임앤와치(Game & Watch)'를 발매해 대히트를 쳤다.
1983년에는 패밀리 컴퓨터라는 뜻의 ‘패미콤'을 선보이면서 비디오 게임시장을 열었다. 닌텐도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슈퍼마리오'를 앞세워 전 세계 비디오 게임시장을 석권했다. 슈퍼마리오 시리즈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총 1억 8,000만 카피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시장에 내놓은 제품들마다 성공으로 이어지자 닌텐도 앞에는 ‘게임 기업의 전설, 신화, 파이어니어….'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2002년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무차입 근육질 경영, 강력한 시장 지배력, 부동의 소비자 신뢰도 등을 이유로 일본 최고의 우량회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X-Box 등 강력한 라이벌 등장
하지만 기업에게 기회와 위기의 사이클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닌텐도의 최대 위기는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려서가 아니라 바로 게임 업계 경쟁자의 출현이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는 강력한 경쟁자였다.
이들은 화려한 영상으로 게임의 멀티미디어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간단한 그래픽과 스토리에 의존하는 닌텐도가 이들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게임 보급으로 영업 기반은 갈수록 위축되었다.
스스로의 문제도 불거졌다. 닌텐도가 너무 잘나가면서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 것이다. 한 언론은 “게임시장 발전 속도는 빠르고 소비자들은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있는데 닌텐도 회사 분위기는 ‘천하태평'하고 위기 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만들면 몽땅 팔리는 성공 경험으로 인해 영업 조직이 열정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닌텐도의 매출은 떨어졌고 ‘닌텐도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성급한 평가도 나왔다.
위기 극복 비결 1: 과감한 선택! 협력업체 직원을 본사 사장에 앉히다
닌텐도에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킨 사람 역시 야마우치 히로시였다. 그는 작은 화투 제작사에 머무를 뻔했던 닌텐도를 세계적인 게임 전문회사로 이끈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위기에도 과감하게 대처했다. 2000년 닌텐도의 협력사인 할(HAL) 연구소 소장 이와타를 사장으로 앉혔다. 협력업체 출신이라 본사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상품 개발 능력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와타 사장은 야마우치 히로시를 실망시키지 않고 조용히 혁신을 이끌어 냈다. 그는 닌텐도의 조직을 정비하고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꿨다. 급격한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을 피했다. 개발 실패로 사내에서 외면 받던 직원들을 모아 사장 직속의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변혁 사례는 최대 라이벌이었던 소프트웨어 메이커 ‘나무코'와 손잡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전략적 제휴로 닌텐도는 ‘나 홀로 성공했다'는 안이한 자만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가, 반다이 등 담을 쌓고 적대시했던 소프트웨어 메이커들과도 제휴를 맺으면서 ‘외톨이'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영업도 활발하게 추진했다.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영업사원들이 주말마다 전자 양판점 게임 매장으로 출근해 고객들 앞에서 시범 조작을 보이는 등의 적극성을 보였다.
위기 극복 비결 2: 독창성과 단순함으로 승부하다
닌텐도의 명성을 되찾게 한 제품은 ‘닌텐도 DS'와 ‘위(Wii)'다. 2004년 말에 출시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는 연령과 성별을 떠나 전 세계 5,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초 선보인 닌텐도 DS 라이트는 출시 1년 만에 판매 대수가 100만 대를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었다. 2006년 말에 출시된 위(Wii)도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일본에서는 몸을 이용해 즐기는 게임인 ‘위'를 거실에 설치하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는 전 세계에 2,000만 대 이상 팔렸다.
이 두 게임의 특징은 독창성과 단순함에 있다. 이와타 사장도 올해 한국에서 ‘위'를 선보이며 “닌텐도의 기본 철학인 독창성이 성공을 이끌어 냈다”고 자평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이 첨단기술을 활용해 실제에 가까운 환상의 세계로 게임을 이끌었다면 닌텐도는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생활의 일부로 게임을 개발했다. 첨단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독창성에 승부를 띄운 것이다.
디자인도 심플하기 이를 데 없지만, 성능도 단순해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는 데 부담이 없다. 그동안 IT뿐만 아니라 많은 전자업계가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빠져 있었다. 사용자가 이해하기도 어렵고 굳이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을 마구 넣은 것이다. 닌텐도는 역으로 될 수 있는 대로 쉽고 단순한 게임으로 고객의 마음을 끌었다.
위기 극복 비결 3: 고객의 범위를 넓히다
마지막 위기 극복 비결은 고객의 범위를 넓히는 데 있었다. 바로 마케팅의 기본으로 돌아간 것이다. 마케팅(Marketing, 시장)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 마케팅 행위의 기본은 시장을 넓혀 가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고객 수요층을 확대하는 것이다. 닌텐도는 고객층을 다양하게 만드는 데 충실했다.말 그대로 게임 인구의 저변 확대다.
이와타 사장도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닌텐도 회생을 위해 연령, 성별, 게임 경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을 목표로 했다”며 “젊은 남성뿐만 아니라 5세부터 95세까지 게임 인구를 확대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닌텐도는 다른 기업의 귀감이 될 만큼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이 난무하는 가운데 닌텐도는 가족 중심의 생활형 게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게임은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야마구치 히로시 고문의 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함께 닌텐도 게임을 즐기는 가정의 모습으로 현실화됐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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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이란 자기를 둘러싼 안팎의 전체 구조를 새로운 시점에서 파악하는 일을 말한다. 통찰이 가능하려면 주위의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게슈탈트 심리학(형태 심리학)에서는 지각적 재구조화라고 한다.
춘추시대에 최고의 통찰력을 보여 준 대가로는 한나라의 한비, 정나라의 자산, 주나라의 노자를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한비는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할만큼 군주와 신하의 관계에 정통했다. 그는 군신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통찰했다. 그 놀라운 인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한비는 법가의 집대성자다. 그는 법의 냉혹한 적용을 주장했지만, 기본적으로 법은 피통치자인 백성의 납득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 법의 힘은 백성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일본 중세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통찰이기도 하다. 한비의 저술 <한비자>는 대부분 현실 문제에 대한 것으로 전국시대 사회 현실에 대한 냉철한 관찰이 돋보이는데 한비는 군주는 법술(法術)로써 사람들을 통제하고 엄한 형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고난 약소국 한(韓)나라 사람이었던 한비는 나라의 땅이 나날이 줄어들고 쇠약해지는 것을 보고 한나라 왕 한안(韓安)에게 여러 차례 글을 올려 간언했지만, 한나라 왕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비는 한안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법과 제도를 닦아 바로 세우고 권세를 잡아 신하들을 부리며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병력을 튼튼하게 하며 인재를 찾아 쓰고 어진 사람을 임명하는 일에는 힘쓰지 않고, 도리어 쓸모없는 소인배를 등용하여 그들을 공로와 실적이 있는 자보다 윗자리에 앉히는 것을 보고 통탄했다.
이에 한비는 유세의 어려움을 알고 <세난(說難)> 편을 지었다. ‘세난'이란 말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이 글은 한비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고난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대가 원하는 말을 돌려서 하라
그렇다면 유세의 모험에 관하여 한비는 어떤 말을 남겼을까. 먼저 그가 주목한 것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시나리오를 여러 개 쥐고 있다가 마음속으로 잘 계산한 뒤에 들이밀어야 한다는 뜻이다. 통찰력이란 엉뚱한 데서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이러한 준비성에서 나온다.
“상대방이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데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식견이 낮은 속된 사람이라고 가볍게 여기며 멀리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상대방이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데 높은 이름을 얻도록 설득한다면 상식이 없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속으로는 큰 이익을 바라면서 겉으로는 높은 이름을 원할 때 높은 이름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겠지만 속으로는 멀리할 것이며, 만약 큰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설득한다면 속으로는 의견을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그를 꺼릴 것이다.”( <사기열전> 중 「노자·한비열전」)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개 그의 사람됨과 행동거지, 언변의 스타일을 종합하면 대강은 얻을 수 있겠지만 좀더 철저한 유세가라면 관상학에도 정통해야 험한 전국시대를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비판은 신뢰가 깊어진 후에 하라
왕에게 걸어가는 길은 이처럼 온통 지뢰밭이다. 지뢰는 용케 피해야 하지만 중간중간 상대방의 환심을 살 수 있게 선물을 던져 주어야 한다.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주는 것, 군주가 자신의 결정을 용감한 것이라고 여기면 구태여 반대 의견을 내세워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 군주가 꾸민 일과 같은 계책을 가진 자가 있으면 그 사람을 칭찬하고, 군주와 같은 실수를 한 자가 있으면 그에게 잘못이 없음을 명확히 설명하고 덮어 주어야 한다. 계속 이어서 한비의 말을 들어보자.
“현명하고 어진 군주에 관해서 말하면 자기를 헐뜯는다는 오해를 받게 되고, 지위가 낮은 인물에 관해서 말하면 군주의 권세를 팔아서 자신을 돋보이려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되며, 군주가 총애하는 자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그들을 이용하려는 줄 알며, 군주가 미워하는 자에 관해서 논하면 자기를 떠보려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하면 아는 게 없다고 하찮게 여길 것이고,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말이 많다고 할 것이며, 사실에 근거하여 이치에 맞는 의견을 말하면 소심한 겁쟁이라 말을 다 못 한다고 할 것이고, 생각한 바를 거침없이 말하면 버릇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유세의 어려운 점이니 마음속에 새겨 두어야 한다.”( <사기열전> 중 「노자·한비열전」)
이것은 어디까지나 왕과의 신뢰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오랜 시일이 지나 군주의 총애가 깊어지면 큰 계책을 올려도 의심 받지 않고 군주와 서로 다투며 말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 그때 유세가는 국가에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을 명백히 따져 군주가 공적을 이룰 수 있게 하며, 옳고 그름을 솔직하게 지적해도 영화를 얻게 된다. 그때까지는 자기 몸을 수고롭게 하고 천박한 일을 겪어야 한다고 한비는 말한다.
한비자 통찰의 마지막 단계는 ‘역린(逆鱗)'에 대한 것이다. 이것으로 그는 「세난」 편의 대미를 장식한다.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기열전> 중 「노자·한비열전」)
한비의 군주 심리학은 오늘날의 대중시대에도 유용한 지식을 선사한다. 봉건시대의 군주와 현대사회의 ‘대중(大衆)'은 여러모로 닮았다. 일단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폭군일수록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말과 생각이 다를 때가 많다. 오늘날 대중의 입맛은 수시로 바뀌고 미묘하게 틀어지기 때문에 쉽사리 접근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매스미디어가 대중의 취향을 획일화하며 ‘대중=바보'라는 도식을 만들어 낸 것이 지난 20세기의 흐름이라면, 21세기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고 있다. 대중만큼 영악한 것도 없고, 대중만큼 위력적인 것도 없다. 그들은 무쇠도 녹일 수 있는 여러 개의 입으로 만장일치의 마녀사냥을 향유하는가 하면 스스로 문화를 창조해낸다.오늘날 대중의 역동성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새로운 상업적인 트렌드에 노출되어 있다면 한비 시대의 군주들도 왕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몰려든 유세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왕들은 항상 독살의 위협에 시달렸고 왕실의 권력게임에 지쳐 있었다.
비록 유세일 따름이지만 이것이 언제 칼이 되어 나의 목을 겨눌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왕들이 외부 세계와 만나는 하나의 필연성이기도 했다. 외부적인 요인이 설득 대상의 성질을 끊임없이 유연화시키고 변화시킴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한비를 읽으면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적어도 한비의 법은 이런 유동성의 불안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방패로 강구된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에 풍화되지 않을 단단한 ‘사유'의 힘을 기다리며
이들의 행적과 대화에서 공통점으로 간추릴 수 있는 것은 모순과 갈등을 수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때로는 조정하기도 하면서 생각의 싹은 자라고, 사회의 모든 면모에 대한 성세한 통찰 속에서 생각의 뿌리가 깊어진다는 것이다. 주름살이 많은 얼굴에서 더욱 웅숭깊은 삶의 흔적을 발견하듯,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쳐서 만든 상처가 ‘제대로' 아물수록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 단단한 사유가 탄생한다.
- 강성민 / <2천년의 강의> 저자, 교수신문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인물과 사상>에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저술가들의 책을 분석·비평하는 ‘탈脫 아카데미 저자열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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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는 창조적인 생각법 4편] 모순을 넘어서는 힘 직관력 / 진나라 이사의 기회경영
마치 거대한 맹수 한 마리가 장전된 총알처럼 꿈틀거리는 상황을 앞에 둔 인간은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직관은 이성과 분석을 거치지 않고 몸으로 본능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언제나 결정적 순간에 사용되기 때문에 일의 승패를 좌우하는 악역을 도맡는 능력이기도 하다. 진나라 통일의 패업을 도운 이사라는 인물은 모든 기회를 ‘만 년에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잡았던 인물이다. 그를 통해 직관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단 한 번 뿐이라는 것은 인간의 행동을 충동시키고 의욕을 자극한다. 춘추전국시대에 이 격언을 가장 강조하여 사용했고, 스스로의 삶에서 남김없이 증명한 인물이 바로 진시황을 보필한 이사(李斯)다.
초나라 상채(上蔡) 사람으로 순자(荀子)에게 학문을 배운 이사가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진의 천하통일은 이미 대세로 굳어진 상태였다. 이사는 이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통일 이후 자신이 정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보폭을 내디뎠고, 타이밍과 전략이 맞아떨어져서 수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만 년에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기회를 잡아라
시대는 마치 거대한 맹수 한 마리가 장전된 총알처럼 꿈틀거리는 상황이었다. 전국시대 말기 각국은 오랜 기간 서로 부딪혀 싸우면서 전쟁 피로증을 겪고 있었다. 여러 변법을 시행해 보았지만 강력한 중앙집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후국들은 인정하기 시작했다. 맹주가 나타나 부르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했다. 누군가가 결정만 내리면 판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걸 예민한 생존전략가 이사는 읽고 있었다. 스승은 제자의 이런 투지를 말리지 않았다.
이사는 초나라 출신이지만 거기 머물 이유는 없었다. 그가 가야할 곳은 곧 천하의 주인이 될 진나라였다. 그는 진시황을 찾아가서 유세할 기회를 얻었다.
“진나라의 강대함에 대왕의 현명함이라면 취사부가 솥단지 위에 앉은 먼지를 훔치듯 손쉽게 제후를 멸망시키고, 황제로서 대업을 이루어 천하를 통일하기에 충분합니다. 이것은 만 년에 한 번 있는 기회입니다. 지금 게으름을 피우고 서둘러 이루지 않으면 제후들이 다시 강대해져서 서로 모여 합종하기로 약속할 테고, 그렇게 되면 현명한 왕이 있을지라도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사열전」
아직 시황제의 칭호를 얻기 전인 진왕 정(政)은 이사의 의견을 즉시 받아들여 궁궐의 모든 일을 총괄하는 장사(長史)로 삼았다. 당시 진왕은 환관 여불위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져 정통성 논란을 막 겪은 뒤였다. 자신의 혀처럼 보좌할 막강한 측근 권력을 키워야 했다.
이사는 진시황의 이런 처지를 잘 꿰뚫어 보았다. 직관은 번뜩이는 영감이며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이다. 직관을 발달시키면 상대방의 심리를 읽을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진다. 이사의 계책은 진시황에게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밖으로 쏟아 낼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었다.
진나라가 강대해지자 제후국 내부에 나라를 진에게 바치려는 배신자들이 속출했다. 이사는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돈을 쥐고 쉽게 동반자들을 포섭했고 대항하는 이들은 칼로 찔러 죽였다. 그는 곧 다른 나라에서 온 유세가에게 주는 재상 벼슬 객경(客卿)으로 승진했다.
용인술의 원칙-양보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사에게 첫 번째 정치적 시련이 닥친다. 한나라에서 온 정국(鄭國)이라는 유세객이 스파이라는 사실이 발각됐다. 이미 진나라는 그의 말을 듣고 운하 사업을 벌였다가 엄청난 국부를 낭비했다. 이를 빌미로 텃새들의 집요한 공격이 시작됐다. 본국 출신 관료들과 외부 출신 빈객 유세가 사이의 오랜 알력관계가 폭발한 것이다. 이 시련을 넘어서는 과정은 이사가 결정적 순간에 승패를 좌우하는 직관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잘 보여 준다.
그가 축객(逐客)론을 돌파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는 ‘개방적 인재관이 큰 그릇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증명해 줄 역사적 근거는 충분했다. 진나라 효공이 상앙의 변법을 채용해 나라가 부강해진 것, 혜왕이 장의의 계책을 받아들여 삼천의 땅을 차지한 것, 소왕이 범저를 얻어서 외척을 억누르고 대신들의 세력 확장을 막은 것이 모두 그랬다. 나아가 개방적인 용인술이 갖는 장점을 원리적인 측면에서도 설명했다.
진시황이 갖고 있는, 주변국에서 빼앗은 수많은 보석들은 무엇인가. 또한 남쪽 제후국에서 데려온 악사들이 연주하는 화려한 음악과 도공들이 빚어 내는 투명한 도자기들은 또 무엇인가. 이것을 문화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면 낯선 것을 녹여냄으로써 안이 넓어진다는 것의 적절한 예시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이사는 이것을 제왕의 자질론으로 연결시켰다. “태산은 흙 한 줌도 양보하지 않으므로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고, 장강은 작은 물줄기 하나 버리지 않아서 그렇게 넓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량껏 포용하는 게 아니라 ‘양보불가'라는 적극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는 제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진나라 황제가 견지해야 할 ‘인재론'과 ‘용인술'을 너무나 시의적절하게 구사했던 것이다.
권력은 선심 쓰듯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사의 도움으로 20여 년이 지나 통일 대업을 이룬 진왕 정은 천자(天子)라는 호칭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것으로는 자신의 공적을 다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삼황오제만이 자신과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해 ‘시황제(始皇帝)'라는 호칭을 새롭게 만들었다. 여기서 시(始)란 만세(萬歲) 중 제 1세, 즉 처음이라는 뜻이다. ‘만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는 이사의 조언을 받아들인 시황제는 새로운 만 년을 자신이 직접 열어젖혔다. 두 사람이 얼마나 궁합이 잘 맞았는지는 이러한 세부적인 것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기회'라는 자기 경영의 키워드는 정상에 오르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충분히 효과적이지만, 정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모든 사물이 극점에 이르면 서서히 쇠락함은 자연의 진리이다. 정상에서 아래로 순탄하게 내려오기 위한 지침으로서도 ‘기회'라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사는 끝까지 기회에 자신의 몸을 기탁했다. 부귀할 수 있는 기회, 타인을 억누를 수 있는 기회, 인생의 온갖 욕망을 아귀처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권력은 언제든지 제공한다. 이때의 기회는 과거 목마를 때 마시는 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사가 중용과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을 역사가 허락하지 않았다. 진시황이 지방 순례에 올랐다가 사막 한가운데서 갑자기 죽어버리자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 시황제를 수행했던 이는 승상 이사와 환관 조고(趙高) 그리고 시황제의 막내아들 호해(胡亥)였다.
조고는 호해의 어릴 때 스승으로 진시황의 죽음을 권력 창출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시황제는 숨이 넘어갈 무렵 저 북방에 3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흉노를 방비하기 위해 떠난 큰아들 부소(扶蘇)에게 유언을 남겼다. 군대는 장군 몽염에게 맡기고 돌아와 유해를 맞으라는 것이었다.
비록 진시황은 평소 바른말로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큰아들을 멀리했지만, 미워하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서 먼 변방에 보내서 거친 일을 시켰지만, 죽음에 이르러서는 적자계승의 원칙을 지켜 맏아들에게 제위를 물려주는 유서를 남긴 것이다. 조고는 시황제의 죽음을 아무도 모르게 비밀에 부치고 호해와 이사를 설득해서 유서를 고쳤다. 부소와 몽염에게 자결을 명하고 호해를 2세 황제로 삼는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이사에게 이 사태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보통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기회가 곧 위기였다. 조고는 온갖 감언이설과 반 협박조로 승상인 이사를 설득했다. 너무 큰 반역의 행위인지라 이사는 처음엔 반대했다. 하지만 조고의 설득은 끈질겼고 이사 자신이 반대하면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할 판이었다.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이사는 “아! 나 홀로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죽을 수도 없으니 어디에 내 목숨을 맡기랴?”라는 탄식과 함께 유서 조작과 왕위 찬탈에 동참한다.
판단의 결정적인 계기는 만약 부소가 왕이 되면 그의 측근인 몽염이 승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사는 시황제의 맏아들 부소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시황제의 죽음은 곧 자신의 권세도 종결된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래도 법가의 정신으로 제국의 법을 만든 이사가 헌법에 해당하는 왕위 계승의 원칙을 무너뜨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왔지만, 권력의 안일함에 중독된 그의 이성은 이 ‘위기'를 자신의 인생에 다가온 ‘마지막 기회'라고 왜곡해서 인식한다.
결국 이사는 조고와의 권력 싸움에서 패배했고, 참혹하고도 급속도로 진 제국이 무너지는 모습이 「이사열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사는 반역의 누명을 쓰고 허리가 잘리는 요참형을 받아 거리에서 처형당하고 그 가족은 삼족이 멸해졌다.
직관이 발휘되는 것은 언제나 결정적 순간이다. 그것은 20세기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만 번에 한 번 오는 기회라는 말은 만 분의 1초의 차이로 예술작품이 탄생하느냐 평범한 사진이 되느냐가 갈라지는 것만큼 사태에 대한 민감하고도 집중적인 인식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이사의 삶을 어떻게 봐야 할까? 사마천은 그를 뛰어난 인재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에 적절하게 몸을 맡겨서 성공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기회를 다스리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그리고 한 개인이 역사의 운명을 이겨내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이사의 마지막 결단에 진한 아쉬움이 남으면서도 그를 섣불리 어리석은 자로 평가하기가 주저되는 이유다.
- 강성민 / <2천년의 강의> 저자, 교수신문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인물과 사상>에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저술가들의 책을 분석·비평하는 ‘탈脫 아카데미 저자열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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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력은 ‘관찰'과 ‘비교'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에 이르는 기술이다. 노(魯)나라 자공(子貢)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5개국을 서로 싸움 붙인 일은 관찰과 비교만으로 이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현재의 행위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경우의 수를 도출하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행동에 돌입하는 지혜가 스며 있다.
외교의 달인 자공, 나라를 구하러 나서다
종합력은 작은 조각들을 결합하는 능력이다. 이는 분석과는 또 다른 지적 능력이고 서로 다른 것들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특정한 해답을 전하기보다는 폭넓은 패턴을 감지하는 능력이며, 누구도 결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한 곳에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다.
우리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종합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래미안은 아파트 이름에 혁명을 불러일으킨 브랜드다. 아파트 앞에 붙는 삼성, 엘지, 주공, 대림 같은 판에 박힌 상호를 없애고 아늑한 뜻을 지닌 합성어로 대체한 것이다. 래미안(來美安) 식의 콘셉트는 이후 아파트 브랜드의 표준이 되었다. 여기서 보아야 할 것은 서로 다른 것,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을 결합시켜 새로운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중국 고대에도 이와 같은 특출한 종합력을 보여 준 인물이 있다. 공자의 제자였던 자공(子貢)이 그 주인공이다.
공자와 제자들의 학문이 깊어 갈 때 나라 밖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제(齊)나라의 대부호 전상(田常)은 반란을 일으킬 속셈이 있었으나 역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차라리 제나라에서 세력이 큰 고씨 등과 군대를 합쳐 노(魯)나라를 쳐 공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공자는 이 소식을 듣고 제자들에게 “나라가 위태로우니 누가 나서서 구하겠는가?”라고 물었고 이 말에 여러 제자들이 다투어 나섰다.
맨 처음 자로(子路)가 나서기를 청했지만 공자는 그를 제지했다. 자장(子張)과 자석(子石)이 연이어 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윽고 자공이 나서겠다고 하자 그제야 공자는 허락했다.
왜 공자는 자공에게 임무를 맡겼을까? 바로 그의 외교 자질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자공은 공자 밑에서 배웠지만 「화식열전」에서도 소개될 만큼 성공한 상인이었다. 원래 위(衛)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단목사(端沐賜)이며, 말재주가 뛰어났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제나라 전상을 진정시키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상을 찾아가서 쳐들어오지 말라고 통사정이라도 해야 할까?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제나라 전상의 반란을 막다
자공은 전상에게 미끼를 던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주변 다섯 나라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했다. 아직은 머릿속의 계획일 뿐인 이것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그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자.
자공은 전상을 만나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다 허물어져 가는 노나라는 공격하기 어려운 나라이고, 물샐틈없는 방비에 군사력도 강한 오(吳)나라가 오히려 공격하기 쉽다고 말한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전상이 버럭 화를 내자 자공은, 그렇게 해야 전상 당신에게 유리하다고 재빨리 덧붙였다. 만면에 득의의 미소를 짓고서 말이다.
당시 전상은 제나라 왕과 실세 귀족들에게 늘 치여 사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키고자 했지만 아직 힘이 그만큼 되지 않아 우선 노나라라도 쳐서 공을 세움으로써 힘을 비축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공의 논리에 따르면 노나라를 쳐서 이기면 제나라 왕만 더욱 높아질 뿐이다. 왕은 더욱 교만해지고 대신들의 위세도 덩달아 높아진다. 반면 오나라를 공격해 패배하면 나라 밖에서 백성들이 많이 죽고 제나라는 힘이 약해질 것이다. 왕과 대신들은 나라 안에서 그 지위가 위태로워지며 그렇게 되면 전상에게 대적할 만한 신하가 없어진다는 논리였다.
‘옳다구나'하고 무릎을 친 전상이 오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할 동안 자공은 재빨리 오나라로 건너갔다. 오나라 왕 부차(夫差)를 만난 그는 제나라를 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부차는 월(越)나라가 눈엣가시이기 때문에 월나라를 먼저 쳐야 한다고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자공은 오왕을 겁쟁이로 몰아붙였다. 큰 먹이를 놔두고 잔챙이를 건드리는 건 제왕의 태도가 아니라고 말이다. “월나라는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서 제나라 정벌을 떠난 오왕의 군대에 합세하게 할테니, 어서 군사를 이끌고 제나라로 떠나라.”고 부추겼다. 이 말을 들은 부차는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월나라 군대가 오나라를 도우러 오면 월나라 안이 텅 비게 될테니 후방의 급습을 우려할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오왕은 여기서 결정적으로 자공에게 속아 넘어갔다. 월나라 왕 구천(句踐)을 만난 자공이 오히려 제나라와 전쟁하고 돌아오는 오나라를 공격하라고 첩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구천은 늘 오나라 왕에게 무시를 당했으나 굽실거리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 부차가 이것을 눈치 채고 월나라를 정리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자공은 그에게 말했다.
“남에게 보복할 뜻이 없으면서도 그런 의심을 받는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고, 남에게 보복할 뜻이 있는데 이것을 알아차리게 한다면 이는 위태로운 일입니다. 또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새어 나간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 세 가지는 일을 꾀하는 데 있어 큰 걱정거리입니다.”( <사기열전> 중 「중니제자열전」)
핵심을 찔린 구천은 즉시 머리를 조아려 두 번 절하고 오나라에 군대를 보냈다. 하지만 자신은 정예 병력을 이끌고 오나라가 제나라와 전쟁한 뒤 돌아오는 길목에 매복했다.
다시 자공은 진나라로 갔다. 지금 오나라와 제나라가 붙으면 분명 오나라가 이긴다. 그러면 문제의 발단인 전상은 해결이 된다. 하지만 오나라는 그 기세를 몰아 진나라로 쳐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자공이 볼 때 진나라가 준비만 잘 하고 있으면 지친 오나라 군대를 꺾을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그는 진나라 정공을 만나 “군대를 잘 정비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면서 기다리라.”고 말해 주었던 것이다.
사태는 자공이 예측한 대로 돌아갔다. 오나라는 제나라를 깨뜨리고 진나라로 진격했지만, 진나라에게 크게 패하고 힘만 소진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매복해 있던 월나라 군대와 부딪혀 거의 전멸당한 뒤 오왕 부차는 겨우 궁궐로 몸만 피신했다. 월왕 구천은 궁궐을 에워싼 뒤 오왕 부차를 끌어내 죽이고 재상 백비의 목을 베었다. 사마천은 논평한다.
“자공은 한 번 나서서 노나라를 보존시키고 제나라를 어지럽게 했으며,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진나라를 강국이 되게 했으며, 월나라를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되게 하였다. 즉 자공이 한 번 뛰어다니더니 각국의 형세에 균열이 생겨 십 년 사이에 다섯 나라에 각기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사기열전> 중 「중니제자열전」)
새로운 두 개념이 만날 때 통찰이 싹뜬다
자공의 계획은 전상의 침략을 저지시키는 것이었지만 자공이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그 핵심은 어느 한 나라가 절대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은 약하게 약한 것은 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노나라를 둘러싼 에너지의 절대량은 변화하는 것이 없도록 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계산법인가.
다섯 개의 퍼즐로 중국 지도를 바꾼 자공의 능력은 분명 뛰어난 종합력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자공이 뛰어난 외교가이자 명민하고 민활한 상인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공자의 제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유가(儒家)였다.
머리를 쓰는 사람은 항시 꼬리 밟힐 것을 걱정해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그려지는 자공은 외교가와 상인의 모습이지만, <좌전>과 같은 역사서를 보면 유가로서 자공의 활약이 잘 그려져 있다. 여기에는 자공이 공자의 예(禮) 사상을 지침으로 삼아 모두 일곱 차례나 노나라를 위해 활약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협상과 속임수가 본질인 외교 및 상업영역과, 청렴과 결백이 핵심인 유가의 영역은 어떻게 자공이라는 한 몸 안에서 구현될 수 있었을까? 떨어뜨려 놓으면 한없이 모순되어 보이는 것이 ‘논리의 본질'이다. 자공은 이것을 삶의 기술로 받아들여 그 안에서 융합시켰기에, 서로 모순되는 것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두 배의 속도로 무섭게 질주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통찰이론의 권위자인 인지심리학자 로버트 와이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통찰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순간은 ‘이전에 만나지 않았던 두 가지 개념이 새롭게 만날 때'이다. 이전에 만나지 않았던 두 가지 개념이 새롭게 만나, 이전에 없던 추론이 발생하고, 그 추론에 따라 감동과 정보처리의 수준이 결정된다.”
- 강성민 / <2천년의 강의> 저자, 교수신문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인물과 사상>에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저술가들의 책을 분석·비평하는 ‘탈脫 아카데미 저자열전'을 연재 중이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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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력은 나와 나 아닌 것,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 시급한 것과 여유 있는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등 서로 대비되는 사물의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다른 것들을 분별해내는 지혜이다. 인간은 많은 것을 욕망하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 내지 못할 때가 많다. 진짜 욕망과 가짜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직업을 자주 바꾸는 사람을 보게 된다. 정신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는데 표면에서만 겉도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불안스러운 악착같음을 보고 있자면 알고 지내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해 준 말이 생각난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도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찾아오는 내방자들이 많다는 얘기였다.
인간의 욕망은 삼각형을 닮았다
인간의 욕망은 대체로 강렬하다. 순간적이고 충동적인데다가 여러 개의 복수 형태로 나타나고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늘 도시에서의 성공적 삶을 꿈꾸지만 한편에서는 시골로 가서 농사나 짓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욕망이 우리를 속인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어떻게 속이는가? 이에 대해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인간의 욕망은 삼각형을 닮았다'고 말했다.
여기 A,B,C를 꼭짓점으로 하는 정삼각형이 있다. A는 욕망하는 주체, 바로 나다. B는 내가 사고 싶어하는 스포츠카다. C는 내가 스포츠카를 사고 싶게 만든 중개자다. 지라르는 A가 B를 욕망하게 된 것은 C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일견 이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갖고 싶으면 갖고 싶은 거지, 무슨 중개자가 필요하냐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라. 주변의 친구나 경쟁자들이 얼마나 나의 모방 욕망을 부추기는지, 사람들은 왜 톱 탤런트가 유행시킨 스타일을 따라 하는지를……. 욕망에 있는 모방적인 본질 바로 그것을 지적하는 게 지라르의 이론이다.
예를 들어 진주목걸이를 갖고 싶은 욕망은 실제로는 상류층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주목걸이 너머의 ‘상류층'이 자신의 진짜 욕망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다만 상류층의 대리자인 간접적인 욕망의 중개물들과 끊임없이 몸을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욕망의 이러한 가면적 경로를 냉철하게 인식한다. 그래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은 중개자인 C(탤런트)처럼 되고 싶은 것이지, B가 아니라고 말이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가 낙양을 고집하는 걸 보고 뜯어말린 유경도 낙양천도(B)는 바로 주나라 천자(C)의 대리품일 뿐이었음을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유방은 왜 낙양보다 함곡관을 택했을까
춘추전국시대에도 이러한 욕망의 삼각형 구도는 자욱하게 펼쳐졌다. 진나라를 무너뜨리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는 후한이 망한 뒤 촉나라와 한나라를 석권하고 삼진을 평정한 후 항우와 천하제패를 놓고 각축을 벌이다가, 형양현에서 크게 무찔렀다. 두 번째로 중국을 통일한 한제국이 건설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유방이 항우를 물리친 그 순간만 해도 아직 제국의 기틀은 미미했다. 아직 수도를 어디로 할 것인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디를 제국의 도읍으로 정해야 할까. 유방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적합한 곳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주나라의 수도인 낙양이다. 당시엔 주나라가 종주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아직 간직하고 있을 때였다. 유방은 수도를 옮기는 일에 착수했고, 이 소식이 나라 안팎에 널리 알려졌다.
그때 제나라의 포로 출신인 유경(劉敬)이라는 자가 소문을 듣고 한 고조(유방)를 만나러 왔다.
“폐하께서 낙양에 도읍을 정하신 것은 혹시 주나라 왕실과 융성함을 다투려는 것입니까?”
황제가 말했다. “그렇소.”
그러자 유경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 고조에게 주나라가 어떻게 생겨난 나라인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주나라는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등장했다. 은나라 말기의 주왕(紂王)은 로마의 네로황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폭군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하는 물론 제후까지 가리지 않고 소금에 절여 죽이고, 삶아 죽이고, 포를 떠서 죽였다.
그때까지 주나라의 힘은 미약했다. 하지만 요임금 때부터 10대를 거쳐 선정을 쌓은 덕분에 주나라 문왕대로 내려오면서 따르는 자들이 많았다. 문왕이 죽고 아들 무왕이 즉위해 은나라 주왕을 칠 때에는 미리 기약하지 않았는데도 맹진(孟津)에 모인 제후만 80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주왕을 쳐야 한다고 말했고, 마침내 은나라를 멸망시켰다.
주나라는 성왕이 즉위하자 낙양에 도성을 세웠다. 유경은 한 고조에게 주나라가 낙양에 도읍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이유는 주나라가 천하 백성을 덕으로 감화시키려 한 것이며, 험준한 지형에 기대 후손들이 오만함과 사치로 백성을 학대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한 것입니다. 병사 한 명 주둔시키지도 않고 주위의 소수민족과 큰 나라의 백성 가운데 기쁘게 복종하여 공물을 바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기열전> 중 「유경·숙손통열전」)
하지만 주나라와 지금의 한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유경은 지적했다. 서두에 인용했듯이 중국 전역이 피로 물든 지금 주나라의 도읍논리를 그대로 가져올 경우 사리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유경의 경고였다.
그는 한 고조에게 진나라의 땅을 권했다. 진나라의 수도 함곡관은 산으로 에워싸이고 하수를 띠처럼 두르고 있으며 사면의 요새가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고 있어 갑자기 적이 쳐들어오는 위급한 사태에도 100만의 군사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라가 계속 어지러울 것이 명약관화한데 함곡관에 도읍하면 수도만은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유경의 논리였다.
“폐하께서 함곡관으로 들어가 도읍을 정하고 진나라의 옛 땅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천하의 목을 조르고 그 등을 치는 일입니다.”
한 고조 유방은 고심 끝에 결국 유경의 이야기를 따랐다. 그의 공을 치하해 낭중으로 삼고 봉춘군(奉春君)이라고 불렀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에 대한 깨우침
유경의 지혜는 단순히 사태를 정확하게 읽으라는 것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거기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사람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다. 등 뒤엔 피바다가 가득하고 발밑은 쑥대밭인데 눈앞에 고지가 보인다고 앞뒤 없이 달려가면 기다리는 것은 신기루뿐이라는 얘기다.
유방은 결코 그의 재위 기간에는 성군이 될 수 없었다. 그가 수습해야 하는 것은 명성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이었다. 수도가 한 국가의 심장이라면 그 심장을 수많은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헌데 한 고조는 주변에 아무 방어물이나 요새지도 없는 무방비 도시를 수도로 선택했다. 만약 유경이 없었다면 한 고조는 낙양의 핏빛 노을을 바라보며 후회하는 날을 맞아야 했을 지도 모른다.또 하나는 앞서도 말했듯이 욕망의 모호한 대상에 대한 깨우침이다. 무릇 다스리는 자라면 냉철해야 한다. 목적에 복무해야지 대상에 매혹되어선 곤란하다. 수도를 굳건히 해서 제국의 기틀을 갖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낙양은 도읍의 대상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고조는 낙양에 매혹당했다. 그곳은 1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중국의 수도였고, 그 중심에는 성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고조는 주나라의 성왕이나 강왕처럼 되고 싶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소유물인 낙양을 차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삼각형이다. 자칫 운명의 트라이앵글이 탄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매우 직접적인 듯이 보이지만 실은 간접적일 경우가 더 많다. 성욕의 근원이 모성애 결핍일 경우가 있듯이, 인간은 항상 무의식 중에 내재된 진짜 욕망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을 대변하고 있는 상징물에 집착하기 때문에 실수를 저지른다.
오늘날에도 욕망의 장난은 그치지 않는다. 르네 지라르가 말했듯 우리의 욕망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욕망을 모방하고 있다. 남들이 치니까 골프 치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지기 싫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남들이 백화점 음식 사 먹자 덩달아 시장을 버리고 백화점에 간다.
창조적이지 못한 사회의 특징은 이처럼 ‘욕망의 간접화'의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욕망에 개성을 부여하는 사회, 욕망의 직접성을 되살리고 그것이 갖는 사회적, 개인적 의미를 생각하는 사회야말로 창조적인 무언가를 그려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 강성민 / <2천년의 강의> 저자, 교수신문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인물과 사상>에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저술가들의 책을 분석·비평하는 ‘탈脫 아카데미 저자열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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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배우는 창조적인 생각법 1] 원근법적 관찰력 / 6개국의 재상을 지낸 춘추시대 종횡가 소진
관찰력은 기본적으로 풍경화가의 시선에서 탄생한다. 화가는 저 멀리 화폭의 균형을 잡아 줄 한 지점을 응시한다. 뛰어난 관찰자는 자신의 눈앞으로 확대된 풍경을 뚫고 들어가 사태의 발단을 찾아내고 그것을 꼭짓점으로 삼아 사태를 훑어 내려오며 정리한다. 바로 그것이 관찰의 깊이다.
춘추시대 소진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6개국을 설득시켜 하나로 묶은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 발단의 꼭짓점을 찾아내는 관찰의 힘이었다.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를 구성하는 세부품목들도 대부분 바닥이다. 시장에는 무기력이 넘쳐 난다. 집값·전세값 폭락에 이어 기어이 땅값마저 내리고 있다. 이 좁은 대한민국의 땅값이 떨어지다니! 금융 해일이 실물 경제를 덮친 것처럼, 불안감은 이제 가계에 직접적인 실물 고통이 되었다.
위기가 기회라며 투자하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향후 1년간 코스피가 1,000 이하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집값도 주가도 모두 ‘반토막'을 향해 달려가는 꼼짝할 수 없는 포위의 극한이다.
중심 없는 관찰은 산만한 아이쇼핑일 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러나서 관망하는 것? 그것은 구경꾼의 태도다. 그래서야 포물선이 다시 상승하는 정확한 시점을 파악할 수 없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능동적인 주시, 관찰이다. 관찰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심이 없는 관찰은 산만한 아이쇼핑에 불과하다. 눈만 쓰는 게 아니라 눈과 머리가 함께 조화를 이뤄야 복잡한 현상을 조직할 수 있다.
눈과 머리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둘이 맞닿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호기심이다. 호기심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관찰력은 현대의학이 20세기에야 발견한 신체의 비밀을 5세기 먼저 발견했다. “왜 그럴까?”라는 과학자다운 질문은 관찰의 제1조건이다.
물론 정치경제학적 관찰은 이런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확실한 목적 관찰의 태도를 첨가해야 할 것이다. 대상에 매혹되거나 휘말리지 않고 목적에 충실한 관찰에서 깊이가 생겨난다. 그 깊이는 대상의 본질을 ‘궁금'하게 여기는 호기심과, 현상을 행동의 근거로 가져가려는 ‘목적성'이라는 꼭짓점에서 비롯된다.
사단이 벌어진 최초는 그저 조그마한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태는 거기서부터 확산된 것이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확산된 복수의 현상들이지만, 냉철한 머리는 결과로서의 확산을 뚫고 들어가서 그 최초의 발화점을 주시한다. 이것이 관찰의 힘이다. 하지만 발화점을 찾아내는 관찰력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물이나 사태의 이모저모를 방대하게 섭렵하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길고 긴 시간이 투여되어야 한다.
논리 회로가 엉키면 풀지 말고 뛰어넘어라
백가가 쟁명한 중국 고대의 춘추시대. 정확한 관찰력으로 6개국의 재상을 겸임한 불세출의 재상 소진(蘇秦)의 사례에서 ‘원근법적 관찰력'의 한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기원전 334년부터 320년까지 활동한 소진은 제(齊)·연(燕)·한(韓)·위(魏)·조(趙)·초(楚) 여섯 나라가 ‘합종'해서 강대국 진(秦)나라에 맞설 것을 주장한 종횡가다.
진나라가 초강대국이 되면서 약한 나라들이 동병상련의 처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여섯 나라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었고, 과거에는 수도 없이 싸웠으며 당시에도 서로에게 잠재적인 적에 가까웠다. 이들을 설득해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내기란 소진처럼 뛰어난 유세가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었다.
사태를 주시하던 소진은 여섯 나라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진나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나라가 떵떵거리는 이유도 연나라가 움츠리는 이유도 모두 진나라에 대한 공포심이 그 원인이었다. 소진의 눈은 이들의 행동을 진나라라는 꼭짓점에 맞춰서 일렬로 조직해 나갔다.
그런 후 그가 유세에 나서서 활용한 것은 ‘화근(禍根)의 심리적 확산효과'였다. 화의 뿌리! 이것을 제대로 건드려 주면 군주들의 위장된 공포심을 적나라하게 발가벗길 수 있었다. 정확한 설득과 대화는 가면을 벗은 다음에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나라 왕에게 말했다.
“조나라는 강합니다. 진나라가 천하의 방해거리로 여기는 것은 조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진나라가 감히 병사를 출동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한나라와 위나라가 그 후방을 교란시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나라와 위나라는 조나라에게 남쪽 장벽인 셈입니다. (지금처럼 그냥 두면) 진나라는 누에가 뽕잎을 먹듯 한나라와 위나라를 야금야금 차지하여 두 나라는 진나라의 신하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화는 반드시 조나라로 모아질 것입니다.”(<사기열전> 중 「소진열전」)
위험요소는 아무리 과장해도 그것이 거짓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심리는 위험을 외면하거나 현실을 실제 상황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근을 없애는 것으로 이익을 말하면 매우 현실적인 충고가 된다.
소진의 유세 전략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조나라 숙후에게 소진은 ‘화의 뿌리'를 강조했다. 마치 종이에 물이 스미듯 진나라가 한나라와 위나라를 잠식하고 있다는 말은 숙후에게 위협적으로 들렸다. 다행히 조나라 왕은 어렸고 그가 겪은 진나라의 지긋지긋함은 여름철 모기떼보다 더했다. 소진은 조나라 왕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방대한 섭렵은 관찰본능을 단련시킨다
인간의 공포심을 이용한 심리전술은 아귀가 딱딱 맞는 정확한 관찰의 뒷받침이 없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소진은 연나라에 1년간 머물며 이 나라의 사정을 속속들이 관찰했다. 연나라 왕 앞에 나섰을 때 그는 연나라 백성들의 창고에 어떤 물건이 쌓여 있는지도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연나라 땅은 사방 2,000여 리가 되고, 무장한 병력이 수십만 명이며, 수레 600대에 말 6,000필이 있고, 쌓아 놓은 식량은 몇 년을 견딜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갈석(碣石, 하북성에 있는 갈석산)이나 안문(雁門, 오늘날 산서성에 위치한 지역)처럼 자원이 풍부한 곳이 있고, 북쪽에는 대추와 밤에서 얻는 이익이 있어 백성은 밭을 갈지 않아도 넉넉하게 살 수 있습니다.”(<사기열전> 중 「소진열전」)
한나라 왕에게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이든 그 나라가 존립하는 이유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소진에게 그것은 한나라의 뛰어난 무기(武器)였다.
“한나라 계자(谿子) 땅에서 만들어지는 쇠뇌, 소부(少符)에서 만들어지는 시력(時力)이나 거래(距來) 같은 훌륭한 활은 모두 600보 밖까지 쏠 수 있습니다. 한나라 병사들이 발로 쇠뇌를 밟고 양손으로 기계를 잡아당겨 쏘면 백 발이 쉼 없이 잇달아 발사됩니다. 멀리서 맞은 것도 화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슴에 박히고, 가까운 데서 맞으면 화살 끝이 가슴속 깊이 파고 들어갑니다. 한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칼은 모두 땅에서는 소나 말을 벨 수 있으며 물에서는 고니나 기러기를 베고 적과 싸울 때에는 튼튼한 갑옷이나 쇠방패를 쪼갤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가죽 깍지나 방패의 끈 등 갖추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사기열전> 중 「소진열전」)
칭찬과 구체성의 칼날에 객관적이고자 하는 왕들의 의식은 여지없이 베이고 만다. 뛰어난 강약대비 화술로 소진은 6개국 왕을 설득시켜 진나라의 천하통일을 수십 년 지연시킬 수 있었다. 그가 이용한 것은 단 하나 ‘무서워 하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을 쓰기 위해 소진은 몇 년을 절치부심하며 설득의 논거를 만들어 나갔다.
부동산은 한국 경제의 ‘화근'일까?
오늘날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이 ‘미네르바 신드롬'에서 관찰된다.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다음카페 아고라의 논객 ‘미네르바'는 지난 몇 달간 한국 경제를 정확히 예측해 ‘본좌'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신비에 싸인 인물이지만 오랜 기간 금융권에 몸담아 온 현장 전문가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대한 가장 냉혹한 평가는 그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주가 500선, 마이너스 성장, IMF를 통한 일본 금융권의 공격 예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황이고 미네르바의 묵시록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한국이 GDP 대비 부동산 비중이 89%를 차지한다”는 진단이다. 이것은 소진이 건드린 조나라와 연나라의 ‘화근'과 유사하게 닮아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위기가 전 세계적 동반하락 현상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야말로 한국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언은 사람들을 불안감으로 내몰고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거대여론을 형성하는 중이다. 위험은 아무리 과장해도 거짓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네르바 신드롬만큼 잘 보여 주는 사례는 없을 듯하다.
그는 화의 뿌리를 찾아내 그것을 치밀한 시장 관찰력을 토대로 확산시키는 데 있어 춘추시대 소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의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말이라는 주장이 있다. 1년 뒤에는 주가가 오를 거라며,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들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거기에 관찰이 있는지, 관찰이 정확한 것인지 말이다.
- 강성민 / <2천년의 강의> 저자, 교수신문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인물과 사상>에 우리 시대의 주목받는 저술가들의 책을 분석·비평하는 ‘탈脫 아카데미 저자열전'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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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사례 - ‘로슈’의 혼혈문화] 국적, 성별, 문화! 골고루 잘 섞여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 140여 국가에 8만 명에 달하는 인재를 거느린 신약개발의 선구자다. 직원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로슈에서는 20여 명이 모인 회의에 참석한 직원의 국적 수만 15개인 상황이 낯설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국적과 사고방식, 인품 등이 뒤섞인 로슈의 혼혈문화가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로슈의 다양성 중시 문화는 인재를 섞어 새로운 ‘제3의 개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아니다. 출신과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로슈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에서 인재경영의 노하우를 엿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곳, 차별은 절대 금물
로슈(Roche)는 스위스 바젤(Basel)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로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 등의 의약품과 당뇨병 여부를 판별하는 ‘아큐첵(Accu-Chek)' 등의 진단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로슈는 1896년에 설립된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07년 기준 직원 수가 7만 8,604명, 매출액은 460억 스위스 프랑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07위, 제약회사 중에서는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화이자(Pfizer) 등에 이어 6위에 랭크된 기업이다.
로슈의 특별한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직원의 다양성(Diversity)'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다. 직원의 다양성이란 직원의 국적, 종교, 문화적 배경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말한다. 로슈는 이같은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과정을 비롯해 경영 전반에서 어느 누구도 인종이나 국적 등의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막고 있다.
이러한 로슈의 다양성 중시 문화는 인재를 섞어 새로운 ‘제3의 개체'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출신과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성 속에서 여러 의견이 표출되고 교환되며, 그런 가운데 창의적 발상이 나온다'는 로슈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로슈의 경영 철학은 실제 기업 경영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로슈 직원의 대부분은 유럽(44%, 3만 4,510명)과 북미(32%, 2만 4,765명) 지역에서 근무하며, 아시아에는 16%(1만 2,751명), 중남미에는 6%(5,00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로슈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국적 수는 140개가 넘으며, 회사의 본부인 스위스 바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국적 수만 71개에 달한다. 바젤 본부에 근무하는 7,800명의 직원 중 42%인 3,300명만이 스위스 출신임을 감안하면, 사내 회의에 참가한 20여 명의 출신 국가가 15개국에 이르는 것도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남녀의 조화에서 창의적 발상 가능
로슈는 임직원의 ‘성별의 조화'도 중요시한다. 성별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직원의 국적, 종교,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녀 임직원 중 어느 한쪽의 성이 다수이고 다른 성은 소수일 때보다는 양성이 같은 비율일 때 창의적 아이디어가 더 잘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 철학을 반영하듯, 로슈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2007년 기준 45%이다. 경영진의 32%와 Top 포지션의 7%도 여성이다.
인수한 기업의 문화도 존중하니 떠나는 직원은 드물어
로슈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 대상 기업의 기업문화를 존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슈는 지넨텍(Genentech)이라는 미국의 바이오 기술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다. 지분 매입 당시 로슈의 최고경영자(CEO) 쉬반(Severin Schwan)은 애널리스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지넨텍의 연구원들이 로슈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거듭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지넨텍의 독특하고, 과학을 동력으로 하는(Science-Driven) 기업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원의 다양성은 물론 인수한 기업의 자율성도 보장하는 로슈의 다양성 중시 정책은 로슈의 높은 고용 증가율과 낮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로슈의 전 세계 고용 인원은 7만 8,604명으로 2005년 6만 9,795명에서 13% 증가했다. 한편 이직률은 2007년 8.7%, 2006년 6.6%에 불과했다. 이직률의 경우 자발적 이직만을 포함하면 그 수는 2007년 2.0%, 2006년 2.1%로 떨어진다. 이는 제약 회사들의 평균 이직률 19.9%(2006년 기준), 자발적 이직률 16.5%(2006년 기준)와 비교할 때 월등히 낮은 수치이다.
글로벌 기업의 초석은 인재의 다양성에서
이렇듯 로슈는 전 세계 곳곳에서 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함으로써 업계를 선도해 가는 글로벌 기업이다. 다양한 임직원의 각기 다른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협력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고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로슈는 현재의 경제 불황을 이겨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본받아야 할 기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이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 채용시 국적과 성별 등의 요소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채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용시 지원자의 능력 이외에도 지원자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며,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 남성 직원 등 다수 직원의 비율에 상한을 두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국적과 종교 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회사 규정을 만들고, 구성원 모두가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규정에는 ‘특정 국적 직원 또는 문화적 배경을 지닌 직원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의 예' 등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적이 다르거나 배경이 다른 사람들 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의 방지를 위한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교육도 필요하다.
- 조현국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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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5편] 우수인재와 조직문화 - 쉽게 버리지 못할 집을 회사에 짓도록 만들자
우수인재를 자원이나 부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역, 주인공으로 만들 때 우수인재는 더 큰 애착과 노력을 발휘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되, 우수인재를 그 주역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우수인재 관리 방안이 될 것이다. 기업의 ‘조직문화'는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전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수인재의 육성과 활용에서 조직문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수인재의 특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력과 우수인재의 가장 큰 차이는 ‘협상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수인재란 대안이 많은 인재, 즉 그만큼 확보와 유지가 어려운 인재를 뜻한다. 어느 기업을 지원하든 환영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만큼 붙잡고 있기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회사 특정적(Firm-specific)' 역량을 키워 줄 경우, 우리 회사에서는 매우 유용한데, 다른 회사에서는 유용하지 못한 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회사인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회사 간의 경계가 약화되고 회사 간 연결과 협력이 빈번해지면서 ‘특정 회사에만 통하는 역량'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회사가 사용하는 시스템, 인프라, 경영 기법들이 점차 표준화되고 있어 한 회사의 우수인재는 다른 곳에서도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
우수인재의 양성 및 활용에 가장 중대한 변수가 바로 우수인재 확보와 유지의 곤란성이다. 우수인재는 대안이 많기 때문에 쉽게 조직의 이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을 통상적으로 확보·유지하기 위한 방법, 즉 급여나 복리후생 또는 파격적인 승진 기회의 제공만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상은 회사의 지불 여력과 직결되며 승진 역시 조직의 기존 질서와 상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수의 우수인재 때문에 엄청난 비용과 기존 조직의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면 우수인재 관리의 득실을 다시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직문화가 우수인재 관리에 미치는 영향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조직문화는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다. 우선 비용이 적게 드는 경제적 전략이다. 보상이나 승진과 같은 조직내의 유형 자원을 통한 물량공세가 아니라 무형자원을 통해 인재의 마음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다. 조직문화가 우수인재 관리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가치에 대한 공감
우수인재는 높은 경쟁력과 협상력을 가진 만큼 물질적 보상이나 명예에 민감하다. 조직 내의 위상과 보상 수준에 둔감한 우수인재는 드물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우수인재는 단순히 물질만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치, 미션, 대의명분에 대해서도 역시 민감하다. 이들은 생계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결국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이 자신의 가치관, 자아상과 일치할 경우 이들은 의외로 물질적 조건에 대해 대범해질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의 보상 수준이라면 우수인재의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건은 오히려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이라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의 제국 다스베이더에 비유하고 자신을 젊고 유약하지만 정의의 편에 선 스카이워커에 비유한다. 이들은 전 직원이 함께 <스타워즈>를 관람하면서 다스베이더에게 야유를 보내고 스스로를 은하계의 정의파로 자부한다.
구글은 자신의 미션 선언문을 통해 이를 임직원과 세상 모두에 알렸다. 구글의 첫 번째 미션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은 젊은 IT 우수인재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구글은 검색엔진의 검색결과 순위 결정에서 광고비용을 많이 지불한 업체의 사이트가 아니라 실제 유저들의 조회수가 많은 사이트에 높은 순위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미션이 단지 말에서 끝나는 구두선(Lip Service)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매력적이고 윤리적인 회사의 가치와 미션이 우수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경제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제안이 되는 것이다.
2) 조직과 인재의 궁합
가치에 대한 공감 이상 중요한 것이 조직과 인재의 궁합이다. 우수인재는 일을 잘하는 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이 강하다. 즉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 자신만의 조건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은 우수인재에게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 가며 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근무환경에서 구성원의 개성과 스타일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스타일, 위계적인 문화, 세분화된 직무설계 등은 우수인재에게는 모두 적합하지 않은 조건들이다. 오히려 상당 폭의 권한 위양, 카리스마적이기보다는 후원적인 리더십, 수평적 협력이 왕성한 조직이 우수인재에게 더욱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의 이데이 전 회장은 “회사는 임직원의 꿈을 실현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또 다시 구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직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이것이 채택되면 바로 독자적인 비즈니스 단위로 키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수평적인 동료 상호 평가를 중시하며, 다수의 임직원이 높은 평가를 한 아이디어는 관철될 수 있도록 보호한다.
빌 게이츠 역시 다단계 의사결정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유실되지 않도록 휴가 중 전 임직원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을 검토하고 공감이 가는 아이템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토론하고 사업으로 채택하는 채널을 운영했다.
이처럼 위계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 채널,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는 바로 조직 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 실행 체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우수인재를 무조건적으로 후원하고 특혜를 주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수인재는 일반인재보다 부당하게 좋은 대우나, 근거 없는 특혜(Favor)에 대해 오히려 불편해 하는 속성을 지닌다. 엄정한 평가와 위험 감수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는 조직의 엄격함이 필요하다. 우수인재는 일반인력보다 ‘고수익 고위험(High-return High-risk)'을 추구하는 경로를 택하게 하고 ‘정글의 법칙'이라고 불릴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특별한 가시적 성과없이 단지 우수인재라는 완장만으로 특혜를 독점한다면 우수인재의 나태화는 물론 일반인력의 불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는 우수인재에게 가장 적합한 근무환경이라 할 수 있다.
3) 우수인재를 문화 구축의 주역으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수인재는 어느 회사에 가도 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상만으로 이들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과거의 내부 노동시장처럼, 우리 회사에서만 유용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쓸모없는 ‘회사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곤란하다. 오늘날의 우수인재는 그렇게 쉽게 회사인간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직은 우수인재에게 더욱 더 많은 기회와 여지를 부여하여 이들이 회사의 전략, 비전,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인재를 회사 전략에 맞추지 말고 확보한 인재에 맞춰 회사 전략을 바꾸라'고 했다. 우수인재일수록 주어진 틀에 맞추기보다는 틀 자체를 개선하고 바꿔 나갈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들로부터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이들이 능동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도록 권한을 위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충분한 자원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상품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프로세스 자체, 경영전략, 고객가치, 더 나아가 문화 자체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우수인재 스스로 이러한 근본적인 것을 만들어 낸다면 이들은 자신이 이룩한 업적 때문에 쉽사리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할 것이다. 즉 우수인재의 발목을 잡을 쇠사슬을 회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인재 스스로 만들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들이 애착을 가지고 쉽게 버리지 못할 집을 회사에 짓도록 하라.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화를, 교육과 훈련에 의해 우수인재에 주입하려 하지 말고 우수인재가 조직문화 자체를 거듭나게 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우수인재는 자신이 공들여 만든 프로세스, 가치, 문화를 통해 조직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인재가 ‘회사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인재회사'가 된다. 이것은 회사가 인재에 끌려 다니고 종속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재가 자신이 이룩한 업적에 몰입하고 결국 회사에 로열티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우수인재를 자원이나 부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역, 주인공으로 만들 때 우수인재는 더 큰 애착과 노력을 발휘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되, 우수인재를 그 주역으로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우수인재 관리 방안이 될 것이다.
- 김은환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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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4편] 인재경영을 위한 인사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현 시점에서 성과주의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 경제(Creative Economy)'로의 이동이라는, 최근의 추세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 확대, 초(超)경쟁시대 돌입, 창조경영에 대한 요구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제도는 다양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도전은 인재경영에 근간을 둔 지속성장형 성과주의의 모색일 것이다. 우수인재가 성과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임직원은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유연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재경영을 지원하는 인사제도의 역할 - 성과주의를 포기할 수 있는가
인재경영을 이야기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인사제도'이다. 제도 자체로 사람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수인재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게 만드는 기초적인 인프라가 바로 인사제도라는 사실이다.
우선 인사제도 하면 떠올리는 성과주의를 보자. 기업가치 제고와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의 사명을 고려한다면 인사제도 자체를 성과주의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2000년 초반 한국과 일본을 뜨겁게 달구었던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은 ‘성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공통적 논조로 거의 정리되어 가는 분위기이다.
단, 앞으로의 고민은 현재 운영되는 성과주의를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가이다. 현재의 인사제도가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조직 전체의 성과에 대한 마인드를 강화하는 긍정적 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과주의 운영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재경영을 위한 인사제도는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가'를 진정으로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인사제도는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니,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가 오히려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결국 특정 형태의 인사제도가 언제나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욱 인사제도의 변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업 간 경쟁구도가 변화되면서 업종과 지역을 초월하는 글로벌 초(超)경쟁(Hyper Competition)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경영 환경과 경쟁의 경계까지 허물어 버린 상황에서 성과주의를 포기한다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오히려 다양한 위험 요인을 회피하고 고(高)성과자가 또 다른 성과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한 고성과자 입장에서도 자신에 대한 대우가 보통의 인력과 다르지 않을 때 추가적인 성과 창출을 포기하거나 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주의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 경제(Creative Economy)'로의 이동이라는, 최근의 경영 환경 변화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대량생산과 스피드, 단기 실적 지상주의 등 기업의 성장과 생존의 이슈에 집착했다면, 이제는 창의적 기업문화, 자발적 동기 부여 등 지속가능한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갈증과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제도 혁신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미국, 일본 기업도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 그 핵심은 성과주의 제도 도입
미국과 일본의 HR(Human Resource) 부문은 항상 서로 대립하거나 반대의 개념으로 언급되어 왔다. 그들은 각국의 사회·문화적 여건에 기반하여 미국은 직무 중심, 일본은 사람/능력 중심의 인사제도를 근간으로 삼았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그들에게 HR 전략의 일대 전환을 가져 온 키워드는 바로 ‘성과에 대한 갈증'이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기업은 다양한 업종에서 일본 기업보다 경쟁력 열위에 있었다. 내부 시스템을 분석해 본 결과, 일본 기업의 유연한 능력/사람 중심의 인사제도에 비해 미국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경직적인 직무 중심 인사제도는 성과 창출에 근본적으로 취약함이 밝혀졌고, 미국 기업은 위기 의식을 갖게 된다.
즉, 미국식 직무 중심 인사제도에서 종업원들은 자신의 직무 내에서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상위 직무로의 승진(Promotion)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렇게 직무에 매몰되자 추가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동기는 제공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미국 기업은 직무 중심 인사제도의 취약점 개선에 나섰다. 직무급 이외에 별도의 개인 성과급을 만들고 이를 중요한 동기 부여 요인으로 활용했다. 또한, 경직된 직무 중심 인사제도를 보완하여 직급 통합을 추진하였으며, 이를 통해 직급에 관계없이 고성과자에 대해서는 높은 보상이 가능하도록 인사제도에 유연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전개하였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기업 역시 그들의 인사제도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을 시작하였는데 그 시기는 바로 버블경제의 붕괴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던 1990년대였다. 고도·지속성장의 벽에 부딪힌 일본 기업은 능력주의 인사제도의 취약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효율 제고를 위한 직무급 도입, 성과보상 강화 등 서양식 인사제도를 도입하여 일본식 인사제도 자체의 취약성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성과주의 인사제도라는 방향을 정립한 이후 두 국가의 인사제도를 정리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 모두 직무와 사람의 대립각이 아니라 직무와 사람이 일정한 부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무 중심의 미국 기업은 제도의 유연성과 추가 성과 창출을 위한 탈(脫)직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 기업은 연공·능력 중심의 인사제도에서 직무의 가치와 직책 개념을 도입한 서구식 인사제도를 도입해 왔다. 이들 두 국가는 현재 환경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왔고 그러한 접점으로 ‘상호보완'이라는 키워드를 찾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최고 성과 달성'과 ‘임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 강화'를 위한 인사제도도 지속적으로 진화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명제 - 지속가능한 성과주의를 꿈꾸며
앞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병폐가 존재한다고 해서 성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제는 성과주의의 틀 안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한마디로 현재는 기업의 초(超)경쟁구도와 창의성 경제를 대비하고 향후 심화될 인재 중심 경영으로 인사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1. 육성형 / 장기적 관점의 성과주의로의 전환
현재까지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보상 또는 조직 내에서의 수직적 성장을 중심으로 개인의 경쟁을 유도해 왔다. 연공 중심의 한국 기업의 질서와 패러다임을 전환한 데에는 크게 기여하였으나 향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그에 따른 인재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제 한국 기업은 인재에 대한 투자와 양성에 대해 장기적 관점으로 제도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수인재들은 단기적/금전적 보상보다는 자신이 직무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으며 기업 내부에서 관리받고 있다는 의식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2. 수평·수직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인사제도의 구현
현재 한국 기업의 다단계 직급제도는 임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부진자와 우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단계 승격을 통해 임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 기능도 가능하다. 반면, 다단계 운영은 우수자에 대한 특별 승진을 어렵게 함은 물론 직급 간의 경직성을 유발한다. 즉,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있더라도 연공적인 조직 분위기에서 단기에 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며 수평적으로도 자신의 직무에만 매몰되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인사제도는 수평적, 수직적 벽을 깨야 한다. 즉 우수한 인력에 한해 본인의 성과와 노력 여하에 따라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마련하고, 다양한 직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수직적인 승진에 집착하기보다는 직무 확장과 직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고와 적응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예전같이 부장, 차장, 과장 등의 연공 중심의 다단계 직급 체계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조직의 노령화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상하좌우 소통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만이 지속적인 조직 활력과 역동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과도한 성과주의보다 인재의 특성과 비전을 고려한 차별화된 인재제도 적용
한국 기업의 성과주의는 단기간 처방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고 피로감을 심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편하게 하고 경쟁시키지 않는 ‘좋은 게 좋은'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미래 경영자로 성장할 우수 인력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우와 승진 기회 등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경쟁시켜야 한다. 중간 인력들은 수직적·계층적 상승과 경쟁에 힘을 쏟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성과 창출 기회를 주되 직급과 보상의 안정감도 줘야 한다. 반면 하위 인력에게는 철저한 경고와 성과 개선 프로그램, 직무 전환 등의 기회를 부여하여 재기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전 임직원의 조직 긴장과 경쟁 분위기에서 인재의 특성과 비전을 고려한 차별화된 인사제도의 적용이 필요한 시기다.
글로벌 경영 확대, 초(超)경쟁시대 돌입, 창조경영에 대한 요구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앞으로 우리 기업의 인사제도는 다양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도전은 인재경영에 근간을 둔 지속성장형 성과주의의 모색일 것이다. 우수인재가 성과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들고, 임직원은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유연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배노조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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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3편] 인재양성 - 사람이 힘이다, 미래다, 희망이다
글로벌 경영 현장에서 최고 인재들이 벌이는 ‘두뇌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두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진국들과 글로벌 일류 기업들 역시 우수인재의 확보와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의 경쟁력이 곧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인재양성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핵심가치의 전략적 전개를 통해 기업 고유의 문화를 구축하고 가치공동체를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조직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 인재양성의 중요성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창조성과 상상력, 지식 등과 같은 ‘소프트 경쟁력'이 새로운 경쟁원천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츠 등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창조사회로의 전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력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굳이 전쟁이란 말을 쓴 것은 그 치열함이 실제 전쟁 못지않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 간, 산업 간, 국가 간의 경계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의 성공 방식과 전략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고, ‘Winner takes all'의 승자 독식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제 기업이건, 국가이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지 않으면 도태와 쇠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영 현장이야말로 최고 인재들이 모여 머리로 전투를 하는 ‘두뇌 전쟁'의 최전방인 셈이다. 결국 ‘인재의 경쟁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두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진국들과 글로벌 일류 기업들은 우수인재의 확보와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주도해 나갈 창의와 열정,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여 이들이 조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모든 기업들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제 인재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최근 인재양성 전략의 주요 흐름
과거 1970~1980년대의 인재양성은 단기적 관점에서 조직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직무능력 배양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 시기 인재양성의 의미는 Training 즉 연수나 훈련의 의미로 통용되었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점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직무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필요 역량 개발에 주목하기 시작하였으며, 리더의 전략적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 시기를 통과하면서 Training이 Development, 특히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 인적자원개발)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단순한 용어 사용의 변화 뿐만 아니라 인재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재양성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양성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핵심가치의 전략적 전개를 통해 기업 고유의 문화를 구축하고 가치공동체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조직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기업 고유의 문화 구축과 가치공동체 조성
기업문화는 기업의 보이지 않는 경영 자원으로, 기업의 정신적 토대이자 체질을 의미한다. 건강한 기업문화의 기반 없이 쌓아 올린 경영 성과는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사상누각과도 같다. 그러므로 인재양성의 큰 틀을 기업의 핵심가치 공유를 통한 기업과 조직원의 가치 극대화에 두고 있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은 한결같이 기업 공유가치 이른바 ‘Shared Value'로 불리우는 핵심가치 체계를 수립하고 모든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있으며 이 핵심가치에 기초하여 경영 방향과 전략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글로벌 일류 기업들은 조직원들이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경영 현장에서 의사 결정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 GE, 도요타,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P&G, HP, 삼성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핵심가치가 액자 속의 구호로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경영 활동 및 HRM(Human Resources Management : 인사관리와 운영)의 원칙과 기준으로서 적용되고 있으며, 임직원들의 핵심가치 공유와 실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삼성의 경우에는 SVP(Samsung shared Value Program)라는 가치공유 프로그램으로 신입사원부터 간부, 임원에 이르기까지 정규 교육과 세미나를 통하여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한편 조직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리더의 체계적 육성
한편, 새로운 경쟁력인 ‘창조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리더의 체계적 육성 역시 인재양성의 핵심 중 하나이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은 일찍부터 리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차세대 리더의 발굴과 양성, 검증을 위한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통하여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준비된 인력의 사전 양성 차원에서 우수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상위 단계의 리더십과 필요 역량을 선행하여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리더 양성 교육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우수인력의 유지(Retention)에 기여하고 있다. 교육은 인사 프로세스와 철저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교육대상자는 사전 선발 프로세스를 통해 선발되고 교육 후에도 지속적인 경력관리(CDP : Career Development Program)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수인력이 유지된다.
둘째, 교육은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의 장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교육은 경영 현장의 현안 과제를 해결하는 경영 활동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의 역량 개발과 검증이 이루어진다.
셋째, 네트워킹(Networking)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 참가자들은 모두 선발된 인력으로 참가자 간의 상호 학습을 유도하고 또한 인적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리더 양성 교육은 최고경영진의 독려와 참여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기업마다 고유의 브랜드화 된 프로그램으로 정착되고 있다.
GE의 경우 MDC(Manager Development Course)-BMC(Business Management Course)-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의 과정으로 체계화된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도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라는 차세대 리더 양성 체계를 통해 전략적으로 미래의 경영 리더를 육성하고 있다.
국가 간 경계를 허무는 글로벌 인재양성화
또한, 인재양성의 글로벌 지평 확대가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세계화의 영향으로 사업과 인력의 글로벌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제 국내 인력 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 인력을 포함하여, 인종·국적·성별·가치관 및 세대 간의 장벽을 넘어서는 통합적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내와 해외 구분없이 국적을 초월한 글로벌 우수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여 기업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 안정훈 / 삼성인력개발원 컨설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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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2편] 인재 채용 / 창조경영 시대에 맞는 글로벌 인재 찾기
세계 초일류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창의성과 진취성, 기본기를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할 것이다. 바로 현재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할 줄 아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다.
기업들은 그런 우수한 인재를 찾기 위해 인사 패러다임과 채용 방식을 바꿨음은 물론, 인종과 국적도 불문하며 글로벌 무대로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인재 채용 활동은 글로벌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인 역량 흡인 활동으로, 그리고 사업 경쟁력 및 조직 역량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활동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갈 때 더욱 의미가 있다.
기업의 미래는 전략이 아니라 인재가 관건
“이제는 지식경제가 아닌 창조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로 알려진 게리 해멀이 향후 경영환경 변화를 예측하며 한 말이다.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사회를 거쳐 진화해 온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는 지금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창조경영'이란 화두로 많은 기업들에게 중요시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 벤치마킹을 통한 성장에서 탈피하여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쟁자와 확실히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사업과 시장을 창출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인재' 즉 ‘사람'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비단 ‘창조경영'이라는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세계 선도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은 ‘우리의 미래는 전략이 아니라 인재에 달려 있다.'고 역설하며, 기업 경영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우수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채용시 중요시되는 인재의 요건
우수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대적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우선, 창의력과 진취성을 가진 사람이다.
과거에는 축적된 경험이 경쟁의 원천이었지만 창조경영 시대에서는 빠른 두뇌 회전과 독창적 사고가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관행과는 다르게 현재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할 줄 아는 진취적인 도전정신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둘째, 글로벌 경영 환경에 맞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다.
유능한 인재는 국제적 대화(Communication)가 가능한 언어능력과 정보화 수준을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주변 인프라를 잘 네트워킹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세계가 가깝고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환경에서, 이러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이를 주도하는 회사로 성장하려는 기업은 글로벌 마인드와 프로세스를 잘 갖추고 실천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셋째,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는 인재다.
항상 명확한 목표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위치를 입체적, 국제적으로 파악하며 언제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인재는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세계 초일류를 추구하고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기업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창의성과 진취성, 기본기를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인재 채용 방식의 흐름과 방향
과거의 인재 채용 방식은 기업 중심의 인사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했다. 기업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지원자의 기본 자질을 검증하는 것에 중점을 둔 채용이었다. 면접 방식도 단순히 임원 면접과 실무진 면접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했다.
이에 반해, 현재는 직무 중심, 성과 중심의 인사 패러다임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개인의 직무와 조직의 성과에 중심을 두어 지원자의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비중을 늘렸다. 면접 방식도 전문성 평가, 조직 적합성 평가, 인성 평가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하여 보다 세분화된 역량 검증 프로세스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직장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과거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에서 평생 직업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경영과 인사 패러다임도 진화하여 사람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전환되고, 성과주의와 능력주의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인재 확보를 위한 방안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 경기 침체로 경제 전반의 위기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도 글로벌 핵심 인재들은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최적의 기업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 국가들과 인재 풀(Pool)이 풍부한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전략 국가들을 중심으로 고급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주요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우수 인력 풀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편, 다양한 장학제도 도입 및 채용전담자 해외 파견 등을 통해 인종과 국적을 불문한 인재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인재 채용 노력이 막연히 사람을 뽑는다는 단순한 사고를 전제로 한 채용 활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채용 활동 전개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인 역량 흡인 활동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재 확보 노력을 사업 경쟁력 및 조직 역량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활동으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김현도 / 삼성전자 인재개발연구소 부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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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1편] 인재,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의 핵심
기업은 이제 한 가지 경쟁원천에만 의존할 수 없다.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경쟁원천을 창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과거의 틀을 답습하거나 남의 전략을 모방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과거의 틀을 벗어나 남들이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쟁원천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위기가 커질수록 사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인재경영에 성공하지 않고서는 경영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인재경영은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움츠러들고 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규칙이나 질서가 붕괴되고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업은 이제 한 가지 경쟁원천에만 장기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경쟁원천을 창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과거의 틀을 답습하거나 남의 전략을 모방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과거의 틀을 벗어나 남들이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쟁원천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의 몫이다.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
많은 미래학자들은 창조력과 유연한 사고를 갖춘 인재가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맥킨지가 출판한 <인재전쟁(The War for Talent)>에서는 ‘인재가 회사의 성과와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 고성과(高成果)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공통적 신념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재가 현재의 경쟁원천이라면, 인재를 유인, 개발,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은 미래의 경쟁원천이라고 지적한다. 짐 콜린스도 에서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회사의 경우에도 성장의 궁극적인 동력이 시장도, 기술도, 경쟁도, 상품도 아님을 이해한다. 다른 모든 것 위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적합한 사람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붙들어 두는 능력'이라며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위기가 커질수록 사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인재경영에 성공하지 않고서는 경영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인재경영은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GE와 IBM, MS, 인텔과 같은 글로벌 일류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동시에 존경받는 기업으로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이들 모두 자신의 주요한 핵심 역량으로 인재경영을 꼽고 있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경영은 사람경영이다. 먼저 사람을 생각하고 전략은 그 다음'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자신의 일과 중 70~80%는 좋은 사람을 뽑는 데 할애하고 있다고 할 만큼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MS의 전 회장 빌 게이츠도 ‘핵심 인재가 없다면 MS는 평범한 기업'이라는 신념을 갖고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용 비행기까지 동원했을 정도다. 특히 MS는 글로벌 우수인재 발굴을 위해 300명이 넘는 ‘Candidate Generator'라고 불리는 인재발굴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인재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국경을 넘어 어디든 찾아가는 열정을 보인다.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도 ‘창조적 인재는 이제 천연자원과 금융자원을 능가하는 새로운 필수자원이므로 기업이나 국가의 성공은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창조적 인재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재 확보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우수인재 확보와 양성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대전이라 할 만큼 치열하다.
‘인재 제일'을 경영 이념으로 한 삼성
우리 삼성 앞에는 늘 ‘인재의 삼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삼성은 창업시부터 ‘인재 제일'을 경영 이념의 하나로 삼고,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우수인재 확보와 양성에 힘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삼성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은 한 강연에서 그의 인재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기업은 사람입니다. 기업(企業)은 문자 그대로 업(業)을 기획(企劃)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기업을 경영한다는 이 소박한 원리를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내 일생을 통해서 80%는 인재를 모으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키운 인재들이 성장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업적을 쌓는 것을 볼 때 고맙고, 반갑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제 2 창업시 새로운 경영 이념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한다'에서 알 수 있듯이 인재를 경영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일찍부터 ‘인재 제일, 인간 존중'을 경영 이념으로 삼아 인재를 널리 구하고, 아끼고, 키우는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던 최고경영자들의 인재에 대한 끝없는 욕심이야말로 오늘날의 삼성을 있게 한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도전정신으로 기존의 상식과 틀을 깨는 창조적 인재상
그럼 지금과도 같은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창조적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창조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창조적 인재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탄탄히 받쳐 주어야 창조의 꽃이 핀다는 것이다.
둘째, 창조적 사고다. 기존의 지식이나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똑같은 사건과 현상을 보고도 예사롭게 보지 않고 그곳에서 새로운 지혜를 발견하여 훌륭한 업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 일에 대한 열정이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과 그것을 위해 몰입하고 끈기있게 도전하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창조적 사고와 열정을 가지고 급격한 환경변화에 순발력 있게 적응하며 모험심과 도전정신으로 기존의 상식과 틀을 깨는 창조적 인재가 지식정보화시대에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창조적 인재들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글로벌 우수 인재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창의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산업화시대에 사용되었던 획일적인 규정과 규칙에 얽매이지 말고, 모든 것을 인재에 맞추어 개선해야 한다.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글로벌 우수인재들을 평등하게 채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인사제도와 시스템도 창조적 인재를 잘 다룰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창조적 인재들이 글로벌 경영의 리더와 최고전문가로 커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하며, 그들이 거둔 성과와 시장가치에 적합한 처우를 해야 한다. 또한 창조적 인재들이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창조적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며, 자발적 몰입과 헌신을 유도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지식정보화시대에 더욱 커지는 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창조적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함으로써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다시 한 번 도약의 계기로 반전시켜야 할 때다.
- 정권택 / 삼성경제연구소 HR일류화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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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이 모여,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Walt Disney Imagineering) 센터는 디즈니 월드의 심장부다. 디즈니 구성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 테마파크에 적용하고, 영화에 반영하는 등 ‘꿈을 현실화하는 것'이 이곳에서 하는 일이다.
이매지니어링 센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매일매일 예술과 과학을 결합해 꿈과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거나 여러 기술을 엮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이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꽃피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릴 적 놀이공원에 가면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든가 “어이 반가워!” 등의 말을 던지는 앵무새 인형이 무척 신기했다. 몇 마디의 구체적인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안녕!”하면 “오랜만이야!”하고 받아치고, “잘 지내?”하면 “그럼!”하고 답하는 식이다. 이런 간단한 수준의 로봇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0년대다.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지역에 있는 한 센터가 개발한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다.
1952년 설립된 이 센터는 ‘대화하는 로봇' 외에도 수많은 기술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3D 이미지를 영화로 만드는 기술도 이곳에서 1960년대에 개발해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내는 이 센터의 이름은 WDI.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Walt Disney Imagineering)'의 줄임말이다.
우리는 마법사들
이매지니어링 센터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디즈니 월드의 심장부다. 디즈니 구성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 테마파크에 적용하고, 영화에 반영하는 등 현실화하는 것이 WDI의 몫이다. 이매지니어링(Imagineering)은 ‘풍부한 상상력(Imagination)'과 ‘빼어난 기술력(Engineering)'의 합성어로, 1940년대 신문에서 가끔 사용됐던 문구지만 지금은 디즈니의 고유어처럼 사용된다.
이매지니어링 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은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구분 없이 모두 ‘이매지니어'로 불린다.글렌데일의 WDI에서 일하는 인원이 700명이고 세계 각국의 테마파크에서 일하는 400명까지 합하면 모두 1,100명의 이매지니어가 있는 셈이다. 이들은 디즈니의 전 세계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디자인한다. 화려하고 정교한 불꽃놀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나 성의 첨탑 주변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팅커벨의 가벼운 날갯짓, 갑작스레 눈을 떠서 관광객을 향해 목을 빼고 달려드는 공룡의 역동적인 움직임도 모두 이매지니어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디즈니사의 주요 수입원이 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현실세계에 다시 구현하는 것 역시 이들이 담당한다. 예컨대 히트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잠수함을 실제로 타 볼 수 있게 만들고 유리창에 비치는 이미지를 통해 바닷속 여행을 구현하는 식이다. 지난 6월에 남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어드벤처 파크에서 첫 개장한 ‘토이 스토리 마니아'도 마찬가지. 입장객은 3D 안경을 끼고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특수 제작된 세트를 보면 자신이 마치 영화 주인공인 우디와 버즈처럼 10분의 1정도로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WDI의 창조성부문 최고책임자(CCE)인 브루스 본은 “이매지니어링 센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매일매일 예술과 과학을 결합해 꿈과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우리는 문자 그대로 ‘마법사'들”이라고 표현한다.
블루 스카이 프로세스로 아이디어를 살린다
이매지니어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당연히 ‘창조성'이다. 디즈니는 직원들의 제안이 아무리 허황돼도 내치지 않는다는 ‘블루 스카이 프로세스'를 고수한다. 맑은 하늘을 날아가듯 제한 없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독려하는 것.
최근 개장한 ‘토이 스토리 마니아'가 만들어진 과정은 이를 잘 보여 준다. 2005년 케빈 래퍼티라는 이매지니어가 “디즈니랜드 입장객을 <토이 스토리> 주인공처럼 느끼게 하는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토이 스토리> 주인공들은 인형이다. 10~20cm에 불과하다. 물론 비율을 맞춰 현실의 열 배 크기로 집을 만들면 사람도 ‘쪼그라든'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금전적·공간적 제약이 컸다. 가상현실로 가자니 기술적인 제약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래퍼티와 같은 팀에 있었던 로버트 콜빈 이사는 이 아이디어를 적극 환영했다.
래퍼티의 아이디어는 쇼 프로듀서인 크리씨 앨런과 엔지니어 존 누난에게 제공됐다. 이들은 각각 구체적인 스토리와 기술로 아이디어에 살을 입혔다. 디즈니가 인수한 픽사의 컴퓨터 그래픽팀이 이들을 도왔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래퍼티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 블루 스카이 프로세스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실패한 아이디어는 없다
만약 당장 현실화하기가 어려운 아이디어가 제안된다면 어떨까. 디즈니는 이를 ‘실패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나중에 실현할 아이디어'로 여겨 별도의 아카이브(아이디어 창고)에 보관한다.
아카이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로 구성된다. 온라인 아카이브는 과거 디즈니 구성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모두 검색할 수 있도록 한 DB다. 오프라인 아카이브는 WDI에 있다. 여기는 이매지니어들이 만들어 낸 각종 아이디어 스케치북과 미완성 캐릭터, 플라스틱 모형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이디어 개발이 벽에 부딪힐 때면 이매지니어들은 누구라도 얼마든지 아카이브를 참고할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많은 시간이 흘러 현실화되기도 한다.
일례로 디즈니는 1950년대 처음 개장한 ‘잠자는 숲속의 공주' 성을 지난 11월 재개장하면서 내부에 ‘가상현실 체험관'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경우 계단을 따라 탑의 끝에 올라 공주의 모습을 발견하는 체험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마치 공주를 찾는 왕자가 된 것처럼 성을 따라 걷는 체험이 가능하다.
스토리 텔링에 집중한다
이매지니어들에게 기술적 난제는 ‘동반자'나 다름없다. 기존에 없던 기술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여러 기술을 엮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이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매지니어들의 강점은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절대로 기술에 몰두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에게 ‘어떤 스토리를 전달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뿐이다.
이는 디즈니의 굉장히 중요한 강점이다. 디즈니는 캐릭터 왕국이고, 새로운 캐릭터의 ‘세계'를 현실세계에 창조해 고객이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WDI의 주요 업무라는 것을 이매지니어들은 알고 있다. 이들은 부차적 요소인 ‘기술'이 핵심 요소인 ‘스토리'를 해치는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앞뒤가 바뀌었다는 말) 현상을 경계한다.
창조성은 협업에서 나온다
이매지니어들은 또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늘 같이 작업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어 관계가 친밀할 수밖에 없다. WDI의 이직률은 높지 않으며, 은퇴한 직원들은 ‘컨설턴트'로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하거나 일을 돕는다. 일종의 커뮤니티처럼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하나 하나가 창조적 인재들인 이매지니어들이 똘똘 뭉쳐 있으니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산실이 될 수밖에 없다.
- 이상은 / 한국경제신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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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4편] 기업 역전의 시대 / 개선장군이여,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기업 역전 현상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는 후기 정보화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다. 영원히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마법은 없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성공은 마약과 같은 것이다. 교만과 자만심에 눈이 멀어 버리는 순간 어느새 파멸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스토리 1
1907년까지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프랑스였다. 이 해 프랑스의 자동차 생산량은 2만 5,000대로 영국의 열 배였다. 세계로 수출되는 자동차의 3분의 2는 프랑스 제품이었다. 하지만 1908년에서 1914년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헨리 포드의 주도 아래 혁신적인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과거에 왕실 마차를 제조하던 프랑스의 루이 르노는 자동차를 이런 방식으로 조립하는 것을 거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패가 확연히 엇갈렸다. 1914년 미국은 48만 5,000대를 생산했고 포드는 미국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프랑스의 생산량은 미국의 11분의 1로 떨어졌다.
#스토리 2
자동차 대중화가 본격화된 1920년대 초. 이제는 포드가 당할 차례였다. 당대 최고의 혁신가였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승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자만심이 슬슬 일었다. 그는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준 검은색 세단 ‘T형 카' 외에는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반면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캐딜락·뷰익·올즈모빌·폰티악·시보레 등 가격과 기능, 디자인과 색상이 다른 차들을 쏟아 냈다. 미국인들은 과감한 혁신으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GM의 손을 들어주었다. 바야흐로 GM의 시대가 시작되는 분수령이었다.
#스토리 3
2008년 가을 미국 자동차업계의 빅3인 GM·포드·크라이슬러는 정부에 수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동시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과 일본에서 사들인 회사들을 매물로 내놓았다. 텃밭이었던 미국 자동차시장은 일본의 도요타·혼다·닛산,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가 점령했다. 빅3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도 미래의 생존을 확실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성공은 마약과 같은 것, 좋은 것은 위대함의 적
모든 게임의 룰이 상대적인 경쟁력으로 바뀌어 버렸다. 생산성과 품질을 아무리 높여도 경쟁 상대보다 뛰어나지 못하면 허사다. 미국의 새 정부를 구성하게 될 버락 오바마가 갖은 애를 써도 바꿀 수 없는 룰이다. 일본과 한국 자동차업체들은 미국 회사들의 약점과 한계를 이미 간파하고 있다. 앞으로의 변수는 오히려 지금 세계시장을 휘젓고 있는 업체들의 성공에 대한 자만이다.
바야흐로 기업 역전의 시대다. 한때 자동차시장을 호령했던 GM과 포드는 몰락하고 도요타·혼다·현대자동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소니·도시바·히타치의 퇴조를 삼성과 LG가 메웠다.
기업 역전 현상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한다는 후기 정보화 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인류 앞에 혜성처럼 나타난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세상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린 것은 변화의 단절성, 광폭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더 이상 과거의 사이클을 답습하지 않는다. 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월가의 파탄이 글로벌 경제에 일대 타격을 가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영원히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마법은 없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성공은 마약과 같은 것이다. 교만과 자만심에 눈이 멀어 버리는 순간 어느새 파멸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바로 경영학자들이 강조하는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공예의 신' 다이달로스의 아들. 우연찮게 감옥에 갇혔던 그는 아버지가 만든 밀랍 날개를 달고 탈옥했다. 몸이 하늘 높이 두둥실 떠오르며 기분 좋은 해방감이 밀려왔다. 날갯짓 아래로 에게해의 푸른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고도를 계속 높여 가던 이카루스의 마음 속에는 슬며시 오만함이 머리를 쳐들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대로 태양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잊어버렸다. 강렬한 태양에 깃털을 이어 붙인 밀랍이 녹아내렸다.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 이카루스는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이 이야기는 성공이 결국 파멸을 낳고 가장 소중한 자원이 나중에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저술가 짐 콜린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를 통해 “좋은 것은 위대함의 적(Enemy)”이라고 갈파했다. 좋은 사람, 좋은 학교, 좋은 정부, 좋은 기업들이 좋은 상태에 만족(자만)해 버리면 더 이상의 발전을 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공한 기업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죽인다
성공적인 기업을 일구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공을 계속 이어가기는 더욱 어렵다. 사람들은, 조직은 대개 현재의 강점분야만을 고집하거나 기존 역량을 활용하려는 관성을 갖고 있다. 이른바 ‘역량의 함정'이다.여기에는 이미 투자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하고 있다.
성공한 기업들은 종종 창조적 아이디어를 죽이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특히 시장의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와해성 혁신의 경우 규모를 중시하고 정교한 예측을 요구하는 기존의 경영 마인드로서는 채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무너진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각각 자신의 연봉과 명예를 걸고 총력전을 펼치는 미국·일본·한국의 리그를 보라. 우승팀은 거의 매년 바뀐다.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들이 더러 있지만 10년, 20년 정도를 끊어 놓고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한국 야구를 제패한 SK와이번스는 지난 2006년 6위였다. 그 전의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삼성, LG처럼 화려한 선수층을 구성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모든 팀 감독들은 SK가 당대 최강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언젠가 SK 또한 경쟁팀에 뒤처지는 날이 올 것이다. 어쩌면 내년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우승한 뒤에 자만했다”, “정신적으로 나태해졌다”는 판에 박힌 변명을 들을 것이다.
실패의 싹을 관찰하라
사실 가장 극적인 성공을 거둔 조직이나 기업일수록 실패의 쓴맛을 보기 쉬운 게 승부의 세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기업의 수명은 가련할 정도로 짧다. 산업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유럽에서도 기업의 평균수명은 13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기준으로 매출액 100대 기업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1955년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기업들 중 40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32%에 그쳤다.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조직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실패의 싹을 관찰한다. 문제는 그 변화의 양상이 과거보다 훨씬 더 급격하고 단절적이라는 데 있다.
지난 2002년 개봉된 <스파이더맨>은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친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예고편을 다시 찍어야 했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배경으로 예고편을 찍은 1주일 뒤에 9·11테러로 무역센터가 붕괴돼 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테러라는 예외적 상황이긴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변화는 그만큼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따지고 보면 메릴린치와 리먼 브러더스가 저토록 허망하게 무너질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옛날 로마의 개선식에는 이런 노랫말이 있었다.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득의양양한 개선장군의 뒤를 따르던 어린아이들이 조용하게 읊조리던 노래였다. 바로 성공과 자만을 경계하라는 메시지.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w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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