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6. 22:27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편] 게으른 천재는 없다 / IQ 115 범인(凡人)들의 반란이 천재보다 위대한 이유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편] 게으른 천재는 없다 / IQ 115 범인(凡人)들의 반란이 천재보다 위대한 이유 


창의적인 사람들은 성격상 게으름을 피우기보다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이 창의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일을 즐긴다. 지시를 받아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성과물 또한 온전히 그들의 보람과 자부심이 된다.

기업과 조직을 움직여 가는 충성심이자 주인의식인 팀워크도 그렇게 모인다. 창의성은 후천적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지루하고도 피를 말리는 고통이 뒤따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IQ 115의 범인(凡人)들도 개인과 조직의 동반 성장을 목도하며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람을 평가하는가. 우선 직장, 학력, 경력, 외모, 나이, 집안 배경 등 눈에 보이는 요소들이 작용한다. 처음 만나 명함을 교환하고 출신지와 출신학교를 묻는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절로 알게 되는 요소들이 있다. 성격, 자세, 성실성, 긍정적인 사고, 적극성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특정인에 대한 최종적 평가가 전자보다는 후자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00%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70∼80% 이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요즘 기업들은 인재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위에 열거한 덕목들 외에 창조적 역량을 꼽고 있다. 창의성이라는 개념이 경영학계에 등장한 것이 불과 30여 년이고 보면 이제 와서 강조되는 현실을 알 법도 하다.

창조와 혁신의 차이

기업에서의 창조는 상업적 의미로 제한된다. 예술이나 과학과는 달리 기업이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유용성을 가져야 한다. 해당 기업의 정체성을 가미한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하버드대학의 애머빌 교수는 창조를 “독창적이고(Original) 유용하며(Useful), 실행 가능한(Actionable)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에모리대학교의 페리 스미스 교수는 “새로운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존 방식의 재해석을 통해 업무 수행상의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와 혁신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서로 다른 것이다. 창조는 아이디어의 창출 자체를 의미하는 반면 혁신은 사업화가 실행되어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혁신인 것이다. 창조는 개인 수준에서도 가능하지만 혁신은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과정이라는 견해도 있다. 창조가 있어야 혁신이 가능하지만 창조가 반드시 혁신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 창출 능력과 실행 능력은 엄연히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제록스의 팔로알토연구소(PARC)는 데스크톱 PC, 마우스, GUI(Graphic User Interface :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입출력 등의 기능을 알기 쉬운 아이콘을 이용해서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 레이저프린터 등 역사에 남을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하지만 제록스는 이 컴퓨터를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다. 연구소는 다른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마케팅 부서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제록스는 이 컴퓨터를 창고에 방치한 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용 워크스테이션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1980년 팔로알토연구소를 방문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달랐다. 잡스는 제록스의 기술이 미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몇 년 뒤 애플이 내놓은 매킨토시는 전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잡스를 일약 세계적인 기업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창조성은 훈련의 영역

그렇다면 어떻게 창조성을 키울 수 있을까. 창의적인 인물은 따로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흥미있는 한 가지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은 지난 1921년부터 무려 한 세기에 걸쳐 IQ(지능지수)와 창조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오고 있다. 청소년기에 IQ를 측정한 실험 대상의 전 생애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아직 목표 연구기간인 100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스탠포드대학은 몇 년 전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창조적 성과를 내기 위한 IQ는 115∼120 수준으로, 그 이상을 넘어도 IQ와 창조성의 상관관계가 더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지능지수는 107 정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결국 천재나 준재가 아닐지라도 세상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창조성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며 후천적인 학습에 의해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다는 게 최근 학계의 주류 학설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창조적 활동은 천재의 영역이라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1950년대 이후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후천적 노력을 통해 창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 월트 디즈니는 평소 ‘용불용설(用不用說)'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자꾸 사용하면 역량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당연히 훈련도 가능하다.

미국 버팔로대학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창조성을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아이디어 차이는 최고 1.7배까지 벌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차이의 대부분을 생산적 아이디어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독한 천재'라는 표현도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천재들의 예술작품도 결국은 그 사람이 접촉했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상호관계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바티칸 시스틴 성당의 천장 벽화는, 사실 13명의 화가들이 협업을 통해 완성한 것이었다. 불세출의 스타인 비틀즈도 팀 내부에서 벌어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에 음악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게으른 천재는 없다

물론 창조적 사고를 배양하는 데는 고통이 따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가만히 혼자서 침잠의 시간을 가져 보라. 선인들이 면벽 참선을 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생각'을 생각한다. 나중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다음엔,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 생각해야 하는 게 상상의 세계다.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생각의 양에 비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세계'가 계속 팽창한다는 점. 그래서 생각을 쥐어짜 내는 창조는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 “천재는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얘기는 고통에 찬 비명일 뿐이다. 세상에 ‘게으른 천재'는 없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성격상 게으름을 피우기보다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대작을 만들었다. 모짜르트와 피카소는 다작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발자크와 디킨스는 매달 소설 한 편을 창작할 정도로 정력적으로 글을 썼다.

기업이 창의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일을 즐긴다. 지시를 받아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성과물 또한 온전히 그들의 보람과 자부심이 된다. 그래서 즐기는 사람한테는 못 당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기업과 조직을 움직여 가는 충성심이자 주인의식인 팀워크도 그렇게 모인다. 결론적으로 창조력(창의성)은 후천적으로 개발이 가능하지만 지루하고도 피를 말리는 고통이 뒤따른다. 하지만 일단 배양된 창조력으로 일을 시작하면 금전이나 명예보다도 훨씬 내적으로 충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를 통해 IQ 115의 범인(凡人)들도 개인과 조직의 동반 성장을 목도하며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