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6. 01:15

[인재경영 사례 - ‘로슈’의 혼혈문화] 국적, 성별, 문화! 골고루 잘 섞여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인재경영 사례 - ‘로슈’의 혼혈문화] 국적, 성별, 문화! 골고루 잘 섞여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 140여 국가에 8만 명에 달하는 인재를 거느린 신약개발의 선구자다. 직원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로슈에서는 20여 명이 모인 회의에 참석한 직원의 국적 수만 15개인 상황이 낯설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국적과 사고방식, 인품 등이 뒤섞인 로슈의 혼혈문화가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로슈의 다양성 중시 문화는 인재를 섞어 새로운 ‘제3의 개체'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아니다. 출신과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로슈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에서 인재경영의 노하우를 엿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곳, 차별은 절대 금물

로슈(Roche)는 스위스 바젤(Basel)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로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 등의 의약품과 당뇨병 여부를 판별하는 ‘아큐첵(Accu-Chek)' 등의 진단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로슈는 1896년에 설립된 이후 성장을 거듭해 2007년 기준 직원 수가 7만 8,604명, 매출액은 460억 스위스 프랑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07위, 제약회사 중에서는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화이자(Pfizer) 등에 이어 6위에 랭크된 기업이다.

 

로슈의 특별한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직원의 다양성(Diversity)'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이다. 직원의 다양성이란 직원의 국적, 종교, 문화적 배경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말한다. 로슈는 이같은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과정을 비롯해 경영 전반에서 어느 누구도 인종이나 국적 등의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막고 있다.

이러한 로슈의 다양성 중시 문화는 인재를 섞어 새로운 ‘제3의 개체'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출신과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성 속에서 여러 의견이 표출되고 교환되며, 그런 가운데 창의적 발상이 나온다'는 로슈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로슈의 경영 철학은 실제 기업 경영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로슈 직원의 대부분은 유럽(44%, 3만 4,510명)과 북미(32%, 2만 4,765명) 지역에서 근무하며, 아시아에는 16%(1만 2,751명), 중남미에는 6%(5,00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로슈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국적 수는 140개가 넘으며, 회사의 본부인 스위스 바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국적 수만 71개에 달한다. 바젤 본부에 근무하는 7,800명의 직원 중 42%인 3,300명만이 스위스 출신임을 감안하면, 사내 회의에 참가한 20여 명의 출신 국가가 15개국에 이르는 것도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남녀의 조화에서 창의적 발상 가능

로슈는 임직원의 ‘성별의 조화'도 중요시한다. 성별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직원의 국적, 종교,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녀 임직원 중 어느 한쪽의 성이 다수이고 다른 성은 소수일 때보다는 양성이 같은 비율일 때 창의적 아이디어가 더 잘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경영 철학을 반영하듯, 로슈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2007년 기준 45%이다. 경영진의 32%와 Top 포지션의 7%도 여성이다.

 

 


인수한 기업의 문화도 존중하니 떠나는 직원은 드물어

로슈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 대상 기업의 기업문화를 존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슈는 지넨텍(Genentech)이라는 미국의 바이오 기술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다. 지분 매입 당시 로슈의 최고경영자(CEO) 쉬반(Severin Schwan)은 애널리스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지넨텍의 연구원들이 로슈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거듭 이야기한 바 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지넨텍의 독특하고, 과학을 동력으로 하는(Science-Driven) 기업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직원의 다양성은 물론 인수한 기업의 자율성도 보장하는 로슈의 다양성 중시 정책은 로슈의 높은 고용 증가율과 낮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로슈의 전 세계 고용 인원은 7만 8,604명으로 2005년 6만 9,795명에서 13% 증가했다. 한편 이직률은 2007년 8.7%, 2006년 6.6%에 불과했다. 이직률의 경우 자발적 이직만을 포함하면 그 수는 2007년 2.0%, 2006년 2.1%로 떨어진다. 이는 제약 회사들의 평균 이직률 19.9%(2006년 기준), 자발적 이직률 16.5%(2006년 기준)와 비교할 때 월등히 낮은 수치이다.

 


글로벌 기업의 초석은 인재의 다양성에서

이렇듯 로슈는 전 세계 곳곳에서 온,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함으로써 업계를 선도해 가는 글로벌 기업이다. 다양한 임직원의 각기 다른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협력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내고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로슈는 현재의 경제 불황을 이겨내고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본받아야 할 기업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이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 채용시 국적과 성별 등의 요소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채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채용시 지원자의 능력 이외에도 지원자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며, 직원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 남성 직원 등 다수 직원의 비율에 상한을 두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국적과 종교 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회사 규정을 만들고, 구성원 모두가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규정에는 ‘특정 국적 직원 또는 문화적 배경을 지닌 직원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의 예' 등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적이 다르거나 배경이 다른 사람들 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의 방지를 위한 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교육도 필요하다.


- 조현국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