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0. 00:32

[기획연재 : 불황기 마케팅 , 어떻게 할 것인가 (1).기업전략]확실히 공격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

[기획연재 : 불황기 마케팅 , 어떻게 할 것인가 (1).기업전략]확실히 공격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

이 주 형 금강오길비 360°플래닝 그룹 이사

우리는 지금 지난 수년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해 있다. 유동성 문제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거대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도산하면서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연재 '불황기 마케팅,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불황을 기업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위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이번호는 그 첫 회로 불황기에 경쟁사를 공략하면서 소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여덟가지 행동강령을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GDP가 6개월 연속 줄어들면 이를 ‘불황’이라고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854년 이래 4~5년에 한번씩 불황이 찾아왔고, 21개 OECD 국가들은 1960년 이래 112회의 불황을 겪었다. 이처럼 불황은 어느 때나 일어나는 일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불황이 오면 소비자들의 소비는 위축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제품군 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경제가 위축된다고 해서 소비 활동이 모두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1970년대의 경우 세계 23개국의 50개 제품군에서는 소비자의 브랜드 매출이 15% 가까이 상승했다. 아무리 경기 침체라 해도 소비자는 일상품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해외여행, 대형 TV 등 비일상적인 제품의 구매도 줄어들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꾸준하게 구매가 이루어진다. 결국 불황기에도 소비자들의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광고비 변화와 기업의 수익성 감소율(투자수익률)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1년 비엘과 알렉스의 ‘광고비 삭감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황기 기업의 투자수익률(ROI)은 21.9%에서 20.0%로 평균 1.9%P 하락한다. 그런데 광고비 지출을 약간 늘려도 삭감하는 경우에 비해 수익성 감소율의 큰 차이는 없다. 광고비를 20% 늘려도 투자수익률은 광고비를 삭감했을 때보다 0.1%P 감소하는 데 그쳤다.

물론 광고비를 충분히 늘릴 경우, 즉 100% 내로 인상할 경우의 투자수익률은 광고비를 삭감했을 때보다 1.1%P 떨어졌다. 이는 얼핏보면 과다한 광고비 지출이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ROI 하락을 두려워한 나머지 광고비 지출을 줄이면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기업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실제로 1974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 경기가 침체해 있을 때 포드는 광고비를 14% 삭감한 반면 시보레는 광고비를 확대했다. 그 결과 시보레의 시장점유율은 2%P 상승한 반면 포드는 하락했으며, 포드는 그 후로 상당 기간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하고 나서야 겨우 원래의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었다. ROI를 조금 희생하는 대신 광고비를 과감히 투입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불황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불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확실한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 불황기에 경쟁사를 공략하면서 고객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는 여덟 가지 행동 강령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불황은 약한 경쟁업체 퇴출의 기회,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투자 늘려야


첫째, 착한 기업으로 남지 말라. 불황은 약한 경쟁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절호의 찬스이다. 경쟁사가 여력이 없어 마케팅 비용에 투자하지 못할 경우, 이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경기가 회복되어도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업체의 어느 브랜드가 취약한지 살펴보고 이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얼마나 더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둘째, 약자를 찾아내라. 광고를 통한 매출 효과는 보통 3년 정도 지속된다. 따라서 경쟁업체가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해도 당장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거리는 분명히 멀어질 것이며, 이는 6개월만 지나도 금방 표가 난다. 실제로 TV광고를 줄인 브랜드의 60%는 6개월 안에 브랜드나 브랜드 이미지의 약화를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경쟁업체에 대한 간단한 리서치를 통해 이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속하게 시장점유율을 높여라. 불황 때 마케팅 비용을 늘린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1920년대 이후 불황 속에서 성공한 모든 기업을 분석해 봐도 역시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평상시에는 다른 기업들도 똑같이 광고비를 늘리기 때문에 광고비를 확대해도 불황 때만큼 대폭적인 시장점유율 확보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황이야말로 평상시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 상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불황기에 마케팅 비용을 늘린 기업은 평상시로 돌아왔을 때, 경쟁기업들보다 3배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반대로 불황에 마케팅 비용을 감축한 기업은 불황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넷째, 가능성 있는 제품에 투자하라. 불황기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투자 방법이 두 가지 더 있다. 바로 제품 개발과 R&D에 대한 투자이다. 특히 경쟁업체의 마케팅 활동이 부진할 때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 개선을 이룬다면 소비자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불황기에 신제품 개발을 늘린 기업은 삭감한 기업보다 2.5배(2% vs. 0.8%) 가까운 시장 점유율 상승효과를 보았으며, 제품 개발비를 증대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시장 점유율이 0.8%P 더 높았다(힐리어, 토니 1999).

다섯째,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공가치를 바꿔라. 가치에 더욱 민감해진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에 더욱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결국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는 투자 수익률과 매출 대비 이익률과 같은 기업의 이익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기업이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인식하는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광고점유율을 높일 경우, 소비자의 품질 인지도를 함께 높일 수 있으므로 제품 가치와 이익 모두가 개선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여섯째, ‘창의성’에 투자하라. 소비자의 대부분이 소비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의 취약한 마케팅은 신규 사업 진출,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큰 성공을 거둔 GE, 디즈니, HP, 마이크로소프트 설립과 애플 아이팟 출시는 모두 불황기에 이루어졌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불황기야말로 사람들에게 꿈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는 소비자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성적인 접근이나 메시지보다 감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소비자를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과거의 사례 분석을 통해 증명되었다. 모든 브랜드는 감성에 기초해 완성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광고도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360° 전방위 마케팅을 실시하라. 다수의 채널 활용 캠페인은 하나의 채널만 활용했을 때보다 캠페인 성공률이 높아진다(다채널 캠페인 성공률 65%, 단일채널 캠페인 성공률 58%). 전통적인 광고 채널만 사용하면 광고점유율이 10% 상승할 때 시장 점유율은 평균 1.1% 오르는 데 그치지만,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면 시장 점유율이 2.6% 오른다.

물론 TV매체를 활용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TV는 여전히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매체 중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TV매체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66% vs. 49%). 추가로 여러 가지 BTL 채널을 동원하면 캠페인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하나의 BTL 채널을 활용할 때 효과가 55%라면 4개 이상의 채널이 동시에 가동될 때 그 수치는 무려 80%까지 치솟는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신개념 PR과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옵션을 적극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마케팅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마케팅예산 꼭 줄여야 한다면
많은 투자 필요한 작은 브랜드부터

여덟째, 수요 창출을 위한 활동과 단기 매출 증대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라. 불황기에 예산이 부족할 때 단기 매출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 프로모션(한시적 세일 행사나 프리미엄 쿠폰 발송, 보너스 상품 제공 등)의 유혹이 크지만 이러한 프로모션은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수요 창출과 가격 프로모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절박한 상황이라면, 마케팅 예산 중 무엇부터 감축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기업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큰 브랜드보다는 향후 많은 투자가 필요한 작은 브랜드를 선택하여 비수기에 마케팅 예산 투자를 줄여야 한다. 두 번째로 제품 라인 가지치기를 통해 정체된 브랜드를 파악하고 이러한 브랜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케팅 투자와 이익간의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자는 다윈의 말과 같이 “강한 자도 똑똑한 자도 아니다.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자”다. 새롭게 변한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금까지 추천한 행동 원칙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대응 전략을 세우고 묵묵히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