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0. 00:38

[분석 ! 소비자 마음 속 광고]불황기 소비자의 광고 호감요인 변화 감성요인은 하락, 모델의 매력은 영향력 커져

[분석 ! 소비자 마음 속 광고]불황기 소비자의 광고 호감요인 변화 감성요인은 하락, 모델의 매력은 영향력 커져

주 영 현 한국CM전략연구소 국장

경제위기로 촉발된 소비 패턴의 변화는 TV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변화시켰다. 한국CM전략연구소의 광고호감도 조사 결과, 모델 자체의 매력은 예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거나 진실한 메시지를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승화시킨 광고의 호감도가 높았다. 성별, 연령별로 보면 20대 남성은 모델 또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가장 중요한 호감요인이었으며, 20대 여성의 광고호감도는 상품 자체의 매력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30대의 경우 남녀 모두 모델 요인이 높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남성은 영상미가 여성은 메시지의 전달성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환율과 물가는 진정기미가 보이지 않고 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소비’를 해야 할 소비자가 잔뜩 움츠리고 있다는 것은, 상품을 파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수요가 감소하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불황일수록 위축된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광고를 늘려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줄이거나 심지어 중단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상파TV에 집행된 광고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감소하기 시작하여, 2009년 1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33%, 금액으로는 542억 원이나 줄었다.

광고량뿐만 아니라, 광고의 내용 역시 예년과 다른 분위기다. 여느 때 같으면, 새로움과 희망, 그리고 고객에 대한 감사를 테마로 한 경쾌한 광고가 신년광고의 주류를 이뤘지만, 2009년 새해는 사뭇 비장하다. 대한민국은 강하고, 우리는 할 수 있고, 신데렐라의 주문을 외우면서 긍정의 힘을 믿자고 한다. 김연아와 같은 ‘희망아이콘’이 최고의 광고모델로 떠오르고, 개인의 가치에 소구하는 광고보다는 아빠의 처진 어깨를 토닥거리거나, 가족의 소중함을 테마로 한 광고가 IMF이후 다시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소비를 조장한다는 ‘광고’가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피로회복제라도 되는 느낌이다.

불황기에 히트한 영화나 드라마의 특징을 살펴 보면 가족이나 고향을 얘기하거나, 복고적 소재를 끌어 들여 향수를 자극한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에 개봉해 화제가 된 영화 ‘워낭소리’가 그 좋은 사례인 것 같다. 한평생을 같이 일해 온 늙은 소와 노인의 애잔한 감정을 다큐멘터리로 그려낸 이 독립영화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개봉 한 달도 안 되어서 100만을 돌파하였고 현재도 가파르게 관객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다소 선정적이거나 현실세계에서 이룰 수없는 판타지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경우도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백마 탄 왕자님과 평범한 서민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그렇다. 원작만화의 인기와 일본, 대만에서의 성공으로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고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로 1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F4 신드롬’을 자아내고 있다. 마케팅에 의해 의도된 것이든 자연스러운 현상이든 분명, 불황기 소비자의 마음속은 평소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경제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소비심리의 위축은, 불요불급한 제품에 대해서는 구매를 연기하고, 꼭 필요한 제품을 위주로 이성적인 구매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광고도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대한 준거를 제공하고, 추상적인 메시지보다는 가격할인과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주로 소구하게 된다. 불황기 찾아오는 소비패턴의 변화는 TV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이번호에서는 2009년 1월 CM 밸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불황에 따라 소비자의 광고호감 요인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를 어느 세대보다도 불황의 파고를 가장 심하게 느끼고 있는 20, 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어려운 시기, 시청자의 눈과 귀
즐겁게 해주는 광고에 호감

먼저 2009년 1월 CM 밸류 조사를 통해 호감반응을 얻은 TV 광고의 호감요인을 지난 1년간의 평균치와 비교해서 어떠한 요인에서 변화가 보이는지를 20, 30대 남녀 소비자 4계층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CM 밸류 분석결과에 따르면, 광고를 좋아하는 이유 즉 광고의 호감요인 중 ‘모델요인’은 통상 광고의 메시지 요인(설득력, 이해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2~3년간 CM송과 같은 청각적 요소와 ‘유머’와 같은 감성요인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광고호감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특히 20, 30대 소비자에게서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광고 호감요인 트렌드가 경제위기와 불황이 표면화되고 있는 2009년 1월에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최근 1년간의 호감요인 평균대비 모델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특히 모델 요인 중에서도 모델 또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제품과의 적합성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20대 남성층의 경우 모델 또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20가지 호감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대로 ‘김연아 효과’도 김연아 자체의 매력이 광고호감도를 급상승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결과이다. 몇 년 전 ‘이영애의 하루’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던 것처럼 김연아 역시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광고에 출연하며 ‘연아의 하루’를 써도 될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불황기에 광고주 사이에서 효과를 보증하는 모델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으로, 세대를 막론한 폭발적인 인기 뒤에는 귀여움과 미모, 자신감과 카리스마라는 광고모델로서의 매력이 크게 작용, ‘묻지마 김연아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CM 밸류의 월례 광고모델 호감도 조사에서도 김연아는 2008년 11월만 해도 14위였으나 12월 8위 그리고 2009년 1월에는 전체 3위에 오르는 등 매월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꽃보다 남자’의 ‘F4’에서도 나타날 조짐이다. 드라마가 종영되기도 전에 예약된 광고만도 10편이 넘고 그중에는 광고에서 금기시되어 온 동종업종 출연까지도 있다. 불황기 효율성을 중시하는 광고주와 스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소비자의 감성이 어울려 모델요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명민과 예능프로그램에서 선전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천희 역시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다.

다음으로 감성요인은 평균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감소한 반면 시청각요인과 표현요인의 비중이 평년대비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유머광고의 기세는 여전히 거세지만 2009년 들어 경제 분위기와 맞물려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아실현이나 위신을 강조하면서 최고를 얘기하는 추상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메시지도 최근 상황에 비춰볼 때 다소 적합하지 못하다.

조사결과만 놓고 보면 CM 밸류의 감성요인 중 ‘귀여움’을 제외한 모든 요인의 전체 평균값이 줄었다. 반면 어려운 시기에 광고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진실한 메시지를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승화시킨 광고의 호감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2039남녀에게 나타난 광고 호감요인의 변화를 세대별 특징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20대 남자 소비자의 프로파일은 대학생과 직장 초년생이 주를 이루며, 취업과 결혼 그리고 대인관계 등에 관심이 많은 계층이다. 10대에 비해 감성트렌드를 추종하기보다 자기 표현적 소비성향이 증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10대와 함께 TV시청보다는 PC와 인터넷 사용시간이 많은 편이며, 관심 있는 품목으로는 휴대폰, 자동차, 컴퓨터 등이 대표적이다.

2009년 1월 20대 남자 소비자가 좋아하는 광고 상위 10위에는 식음료 광고가 4편, 이동통신 및 휴대폰 관련 광고가 3편, 자동차 광고가 2편 올랐다. 20대 남자층에서 특히 호감 순위가 높은 광고로는 안성탕면 ‘라면 쪼개는 김현중’ 편과 추성훈이 모델인 로체 이노베이션 ‘저차 뭐지?’ 편, SK텔레콤의 T끼리 할인 ‘경제를 생각해서’ 편 등이 올랐다. SK텔레콤의 광고는 20대 대학생에게 다소 추상적인 경제라는 소재를 연인 사이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면서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20대 여성층에서는 ‘상품자체의 매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황에 따른 전반적인 소득의 감소와 구매패턴의 변화가 광고호감도에도 미묘한 변화를 주고 있다. 광고호감도에서 상품의 매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감성적인 소비가 줄고 이성적인 소비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관심있는 상품에 대한 정보수집의 양을 늘리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행태가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높은 관여도와 매력이 광고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맥도날드의 맥카페 ‘어떤 커피를 선택할까요?’ 편은 동일한 커피를 가격만을 바꿔 소비자를 테스트하는 모습을 광고에 담았다. 소비자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면서 상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이 광고는 2009년 1월 20대 여성 호감광고 9위에 올랐다.

‘상품 자체의 매력’ 요인 높아지는 등
여성들 사이에서 이성적 소비로의 변화 나타나

30대 남자층에서는 광고의 영상미와 공감가는 광고표현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나타났다. 30대 남성은 안정된 위치를 차지하고 성공을 추구하는 자기표현적 소비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동통신과 컴퓨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광고의 멋진 영상이 보여주는 판타지는 브랜드 호감도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한편 이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반면 그것들을 해소할 시간과 방법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 유머와 공감은 이러한 30대 남자소비자에게 잠깐의 피로회복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다.”라는 그랜저 뉴 럭셔리 광고는 30대 남자가 공감하면서도 동경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전체 소비자보다 30대 남자에게서 높은 호감도를 얻을 수 있었다. 또 TV, 컴퓨터, 인터넷전화를 믹서에 넣고 갈면 보라색 주스가 되는 SK브로드밴드 광고나 LG휘센 ‘한예슬’ 편처럼 시각적인 볼거리와 경쾌한 BGM으로 무장한 광고가 30대 남성층에게서 효과를 얻고 있다.

30대 여성층에게는 광고모델의 신뢰성과 메시지의 진실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부인 경우에는 가족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자기표현적 소비성향과 알뜰소비에 대한 의식이 공존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화장품과 가전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고, 화장품이든 식품이든 본인과 가족의 건강과 직접 연관된 제품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광고모델과 메시지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세대이다. 김명민이 출연한 오리온 닥터유 ‘좋은재료’ 편이 전체 광고호감도에서는 17위였지만 30대 여성층에서 6위에 오른 것은 이러한 30대 여성의 의식을 잘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상위 10위에 기업PR이 2편이나 오른 것도 특징이다. 현대자동차 PR은 김연아가 직접 ‘거위의 꿈’을 부르며 국민과 함께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역동적으로 잘 표현하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