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6. 01:43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④] 이기고 싶다면 당신과 당신의 작품에 ‘매력’을 장착하라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④] 이기고 싶다면 당신과 당신의 작품에 ‘매력’을 장착하라


카리스마의 시대는 가고, 매력의 시대가 왔다. 21세기 새로운 경쟁코드는 ‘매력'이다. 매력 있는 사람, 매력 있는 기업, 매력 있는 나라에 인재가 몰리고 돈이 몰린다. 매력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매력이 약한 것은 강하게 바꾸고, 전에 없던 새로운 매력을 창조해야 한다.

디자인이든, 브랜드든, 문화와 역사든 간에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팔아야 한다. 이제는 비슷한 기능과 가격의 제품이라도 ‘매력'과 ‘흥미'라는 소프트 파워를 브랜드에 장착하느냐 못하느냐가 마케팅에서 승패를 가른다. 


김연아와 이용대의 매력은 '소프트 파워'
 

‘피겨 퀸' 김연아의 매력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실력? 깜찍한 외모? 물론 이런 점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김연아 선수의 밝은 표정과 솔직하고 당당한 자기 표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보면 스케이팅을 정말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멋진 점프를 성공시켰을 때는 활짝 웃는 표정을 짓고, 실수를 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런 솔직한 태도가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김연아가 10여 개 기업 광고에 출연한 이후 해당 제품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기업 호감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고 스타로 떠올랐던 이용대(배드민턴) 선수도 마찬가지다. ‘용대찬가', ‘용대어천가' 같은 패러디 시구(詩句)들이 인터넷과 일상 대화의 화제로 떠오를 정도였다. 한국대표팀이 13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이용대에게 보내는 대중의 환호는 특히 뜨거웠다.

이용대 선수에게서는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스포츠 선수들처럼 “죽기살기로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용대 선수도 고된 훈련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도 이용대 선수는 승리가 결정됐을 때 카메라에 멋진 윙크를 날릴 정도로 여유와 센스를 갖췄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계 최정상의 실력이라는 ‘하드 파워'에서는 다른 금메달리스트들과 얼추 비슷했지만, 귀여운 외모나 카메라 앞 윙크 같은 ‘매력'의 ‘소프트 파워'에서 이용대 선수가 월등했다”고 분석한다.  

매력의 시대가 왔다 

기업도 이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품질이 최고면 가만히 있어도 소비자가 그냥 꼬인다고?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TV, 가장 얇은 휴대폰, 최대 저장용량을 가진 MP3플레이어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제일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뛰어난 기술과 품질은 기본조건이긴 하지만,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는 2% 부족하다.

애플의 아이팟, 닌텐도 게임기, 삼성전자의 파브 TV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이 좋아서? 편해서? 구체적인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 제품은 공통적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확실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가 작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 1위를 차지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동차는 벤츠”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판매량이나 매출로만 따질 수 없는 매력이 벤츠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벤츠나 도요타 렉서스에 뒤지는 것도 이제는 ‘품질'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의 매력' 때문이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최근 펴낸 책 <매력이 경쟁력이다>에서 “카리스마의 시대는 가고, 매력의 시대가 왔다”고 단언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도 21세기의 새로운 경쟁코드로 매력을 내세우고 있다. 매력 있는 사람, 매력 있는 기업, 매력 있는 나라에 인재가 몰리고 돈이 몰리는 것이다.  


새로운 매력을 창조하라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카리스마에서 매력으로 리더십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카리스마가 강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자신만의 방식, 즉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지지도가 바닥으로 떨어져도 주변의 충고나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대내외적으로 늘 마찰을 빚었고, 경제나 외교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정반대였다. 그는 부시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 오바마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읽었다. 링컨, 케네디 같은 전임 대통령의 매력 요소를 두루 벤치마킹해 자신의 장점으로 흡수했다. 부시의 카리스마 정치에 실망한 미국인들은 변화와 희망을 내세운 오바마에 표를 던졌다.

매력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도 있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 기업들은 오바마처럼 당연히 후자에 주목해야 한다. 제품을 기획할 때는 어떤 매력적 요소를 집어넣을 것인지 반드시 따져 봐야 한다. 매력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매력이 약한 것은 강하게 바꾸고, 전에 없던 새로운 매력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 '매력' 

끝없는 가격경쟁으로는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를 당할 도리가 없다. 디자인이든, 브랜드든, 문화와 역사든 간에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팔아야 한다. 이제는 비슷한 기능과 가격의 제품이라도 ‘매력'과 ‘흥미'란 소프트 파워를 브랜드에 장착하느냐 못하느냐가 마케팅 승패를 가른다. 사람들이 반드시 갖고 싶은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 되려면 반드시 거기에 어울리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21세기형 기업문화는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명령과 복종을 외치는 일방적인 리더십을 거부한다. 이제는 권력형 리더보다 신뢰와 믿음을 통해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가 매력적인 사람으로 각광받는다. 수평적 관계, 소통의 리더십 등이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더를 꿈꾸는 이들이여! 이기고 싶다면 당신에게도, 당신의 작품에도 ‘매력'을 장착하라.


- 김희섭 /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