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6. 10:19

[2009 비즈니스 키워드 5] 꼭 알아둬야 할 2009년 대한민국 10대 소비 트렌드

[2009 비즈니스 키워드 5] 꼭 알아둬야 할 2009년 대한민국 10대 소비 트렌드


사회,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개인은 자기 자신에게서 신뢰의 근거를 찾게 된다. 믿고 의지할 것을 밖에서 찾지 못하면 안에서라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 줄 것은 결국 나밖에 없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올해 한국 사회를 관통할 핵심적 소비 가치를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는 ‘불황형 실존주의'로 예측했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자아를 적응시키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타인과 차별화하며, 자기 내면으로 침잠해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노력하는 ‘실존적 자아 찾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열 가지 키워드의 첫 글자만 모으면 ‘BIG, CASH, COW'가 된다.


1. Better Me : 스펙을 높여라

‘더 나은 나'를 향한 경쟁적인 자기계발 트렌드는 2009년 그 정점에 달할 것이다. 새로운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구직난 속의 구인난'이라는 말도 있듯이 대체 노동력은 넘쳐 나지만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고급 인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습 열풍이 IT 기술과 접목되며 이러닝(e-learning)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지독한 불경기 속에서도 학습기기 시장 만큼은 호황이 기대된다. 우리 사회가 학습형 사회로 이행하며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스터디 그룹이 더욱 활발하게 조직될 것이다.  

2. I'm So Hot : 난 너무 멋져

자아도취에 빠지는 셀프홀릭(self-holic)족이 늘고 있다. 자기 표현적 나르시시스트(narcissist)에게선 개인 출판 등이 자기 표현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이들은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항상 ‘나' 자신을 둔다. 청년 백수 200만 시대. 위안추구형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자신이 특별한 존재이고, 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며, 잠시 날개를 접은 이 시기를 유쾌하고 보람 있게 만들어 줄 위로형 대중문화 상품이 속속 선보일 것이다. 오타쿠적인 감수성이 투영된 독특한 콘셉트의 수집물이나 체험 상품의 출현도 예상된다.

3. Gotta Be Cocooned : 다시 집으로 

코쿠닝(cocooning)이란 사람들이 누에고치(cocoon)처럼 보호막 안에 칩거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네오 코쿠닝은 소비자가 더욱 능동적으로 가내 체험을 활성화한다는 면에서 수동적·소모적으로 시간을 보내던 기존의 디지털 코쿠닝과 구별된다.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면서 홈 쿠킹도 주목받는다. 컴퓨터 게임은 온 가족이 모여 쉽게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심 속 휴식(urban retreat)'을 화두로 파티·클리닉·명상·요가 등 실내 치유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이다.

4. Cross-Internetization : 생각대로 인터넷 

올해는 모바일 연계성(mobile connectivity)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휴대전화를 TV·PC·게임기·프로젝터 등 다른 기기와 연결해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제약을 넘어서려는 시도다. 대신 소비자들은 삶의 여백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상시 연결'은 ‘상시 여백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더 많은 정보와 광고에 노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마케팅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폭주하는 정보로 인해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는 가중될 것이다.

5. Alpha-Mom, Beta Dad : 아빠 같은 엄마, 엄마 같은 아빠 

가정 내 부모의 성(性)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자상한 남성 모델을 내세워 여심(女心)을 잡으려는 생활용품 광고는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가사 도우미 서비스, 급식당번 일일 도우미, 가족 식사를 유기농 식단으로 짜는 푸드 플래너, 주간 계획표·숙제검사·쪽지시험까지 관리하는 학습 도우미 등 엄마의 역할을 도와줄 직업군이 성장할 것이다. 문화센터에서는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 교실, 보드게임, 놀이영어 강좌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돌싱남(이혼남)'을 위한 가사상품인 ‘우렁(색시) 가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 Simply·Humbly·Happily : 소박한 행복 찾기 

스파·리조트·템플스테이·명상여행 등 치유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가능한 일탈'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계약직 등으로 잠시 일해 돈을 벌고 다시 1~2년간 쉬며 여행이나 취미를 즐기는 생활을 반복하는 프리커(free+worker=freeker)족의 증가도 점쳐 볼 수 있다.

마음을 다독이고 심신을 보살피는 ‘테라피(therapy)' 관련 책, 치유를 주제로 한 잡지·음악 등 문화상품도 인기를 끌 것이다. 점술(占術), 인터넷 상담 사이트의 이용자도 급증하고 있다.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내세우는 추억산업(nostalgia industry)의 파생 가능성도 높다.

7. Hobby-Holic : 취미 대한민국 

생활스포츠 열기로 스포슈머(Sposumer·스포츠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소비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경기용품 매출이 급증하고 스포츠·아웃도어·캐주얼 의류시장, 리그 조직시장, 기능성 식품·음료 관련 시장도 함께 클 것이다. 개인·단체 스포츠 레슨, 라식 등 시력 회복술, 재활·부상치료 관련 의료 시장 등 파생 시장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최근 고가의 오디오, DSLR 카메라, 스포츠 장비 등 프로추어(Proteur·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합성어로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를 겨냥한 전문가용 하이엔드(high-end) 제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8. Casual Classics : 고급문화, 일상 속으로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취향이 고급화되고 문화 소비에서 자기 실현·표현 욕구가 중요해졌다. 그동안 ‘명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경제 발전 속도가 둔화되고 계층 간 이동이 잦아듦에 따라 ‘보이지 않는 잉크(invisible ink·테이블 매너나 세련된 언어, 고전음악·발레·오페라 등 고전에 대한 이해, 시·서·화 등 고색창연한 수집물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쉽게 익히거나 보유하기 어려운 문화적 유산과 취향)' 효과가 나타났다. 클래식한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9. Off-Air Attitude : 무심한 듯 시크하게

‘Off-Air'는 ‘On-Air(방송중)'의 반대 의미로, 세심하게 연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기에는 완전히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노력한 티가 전혀 나지 않는 스타일·태도·분위기·자기 연출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들이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의 솔직한 모습조차도 언제나 최고이기를 바라는, 하나의 존재론적 판타지를 꿈꾸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일상의 패션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패션 정보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패션쇼 같은 스타일링 이벤트, 일반 잡지나 웹진에서 제공하는 스타일링 정보, 코디네이션을 도와주는 1대1 스타일링 컨설팅도 차츰 시장을 확장할 것이다.

10. Wanna-Be-Star, Wanna-Be-Mass : 스타와 대중의 자리 바꾸기 

스타덤(stardom)과 팬덤(fandom)의 양분법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스타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서려 하고, 대중은 자기 연출에 매달리며 매체에 대거 등장해 스타처럼 행세하고 있다.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 속의 PPL(Product Placement·TV 프로그램 속에서의 제품의 간접노출)이 엄격하게 규제 받는 상황에서 스타가 평상시 입는 실내복, 집안 가구, 소품에 소비자들은 주목하고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과거 연예인들이 독점하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유행이나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의 역할을 스타성 있는 일반인, 일반 패셔니스타 소비자들이 나눠 갖게 될 가능성도 크다.


[2009년 대한민국 10대 소비 트렌드]

 BIG
Better Me (스펙을 높여라)
  e-러닝, 학습기기 시장 호황 예상, 스터디 그룹 열풍 후끈
I'm So Hot (난 너무 멋져)
  셀프홀릭 시대, 자기 표현 나르시시스트의 개인 출판 봇물
Gotta Be Cocooned (다시 집으로)
  사회와 단절된 ‘방콕'과는 달라, 재충전의 공간으로

◆ CASH
Cross-Internetization (생각대로 인터넷)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 ‘여백 없는 생활'에 노출
Alpha-Mom, Beta Dad (아빠 같은 엄마, 엄마 같은 아빠)
  자상한 남자 모델 내세워 여심(女心) 노리는 광고 늘어날 것
Simply, Humbly, Happily (소박한 행복 찾기)
  템플스테이·명상여행·리조트 등 치유상품 각광
Hobby-Holic (취미 대한민국)
  스포슈머·프로추어 위한 제품 쏟아져

◆ COW
Casual Classics (고급 문화, 일상 속으로)
  발레·오페라 즐기며 문화적 우월성 과시
Off-Air Attitude (무심한 듯 시크하게)
  패션화된 일상, 1대1 스타일링 컨설팅 시장 확대
Wanna-Be-Star, Wanna-Be-Mass (스타와 대중, 자리 바꾸기)
  평범하게 보이려는 스타, 자기 연출에 매달리는 대중


- 채성진 / 조선일보 기획취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