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5. 00:02

물에 관심을 가지자! - 21세기 미래 산업, 물 / 세계의 기업들이 블루 골드(Blue Gold)에 뛰어들고 있다

물에 관심을 가지자! - 21세기 미래 산업, 물 / 세계의 기업들이 블루 골드(Blue Gold)에 뛰어들고 있다


물이 생명의 근원이고 인류의 역사와 문명이 물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그런데 세계의 수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인구는 급증하고 있으며, 더욱이 갖가지 수질오염으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그 혜택을 공평하게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21세기는 물의 시대가 될 것이라든가 또는 물을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칭하는 일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로 발전 중인 물산업
 
2000년 9월 열린 유엔총회는 ‘2015년까지 상수도 및 기초 위생설비 미보급 인구를 절반으로 축소'를 포함하는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를 채택했다. 이는 물부족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세계 일부 지역의 현실을 보면 반드시 필요한 목표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세계 인구 62억 명의 17%인 11억 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42%에 해당하는 26억 명은 기초 위생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위생상태가 악화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물을 공급하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투자재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 이를 조달하기 어려워 민간부문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상하수도 서비스 시장을 민간기업에 개방하는 국가도 많다. 전 세계 민간기업에 의한 상하수도 서비스 인구는 1988년 기준 9,300만 명에서 2005년 5억 6,260만 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했다. 세계 물산업은 2003년 기준 830조 원에서 2015년에는 1,59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물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5.5%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5, EBI 등)

한편, 민간기업에 의한 물공급은 2006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10%에서 2015년에는 16%로 전망되며, 아시아 지역이 세계 물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6-2007)

기후변화 때문에 만년설과 빙하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남미나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은 앞으로 물부족으로 인한 인구 이동과 사회적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지인 <포천>은 “물산업은 20세기의 석유산업과 같은 21세기의 대(大) 유망산업”이라고 했으며, 세계은행은 “21세기에는 물산업이 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에 매료된 세계 기업들

물산업 시장이 형성되고 발달하면서 세계 굴지의 기업이 고효율의 첨단기술을 보유한 업체와의 M&A를 통해 물산업에 신규로 진입했다.

GE는 2005년부터 분리막 분야에 진입을 시도해 ‘이오닉스(Ionics)'를 인수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캐나다의 ‘제논(Zenon)'사 역시 인수하면서 수처리 설비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사업을 본격화한지 3년 만에 상하수도 설비, 산업용수 설비, 기기, 화학약품 등수처리 제조업 등 전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멘스는 제조업 전 부문에 위탁운영을 포함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2004년 100년 역사의 상하수도 서비스 기업인 ‘베올리아(Veolia)' 계열의 수처리 장비회사 ‘US 필터(US Filters)'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제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3M은 2005년에 필터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큐노(CUNO)'를 인수했다.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물산업의 매력으로 인해 제조업 부문 기업(GE, 3M, 지멘스)뿐만 아니라 금융자본들도 상하수도 서비스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물, 전력, 가스 등을 단일기업에 의존하는 멀티-유틸리티(multi-utility) 경향이 확산되면서 에너지 기업들도 신규로 진입하고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 예금공탁공고가 ‘소어(Saur)'를 인수했고, ‘맥쿼리(Macquarie)'도 2006년에 ‘RWE 템즈(RWE Tames)'를 인수했다. 또한 ‘가즈 드 프랑스(Gaz de France)'는 2007에 ‘수에즈(Suez)'와 합병했다.

GE나 지멘스와 같은 기업들의 신규 진입에 맞춰 기존의 대표적인 물산업 기업이던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핵심사업이 아니었던 기기, 장비업체들을 매각하는 한편 고객의 다양한 필요에 따라 물 서비스 시스템의 계획, 설치, 운영, 관리 등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산업, 21세기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물산업에 대한 확신과 이해 부족으로 아직까지는 상황을 판단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특성상 활동을 제한받고 있으며, 일찍이 물산업 진출을 표방한 코오롱이 해외시장 개척에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선발 기업들은 신속하게 물시장에 접근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이미 베올리아 등과 합작회사를 만들면서 물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물산업은 세계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기술과 인력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다만 필요한 것은 정책적 뒷받침과 산업의 호응, 그리고 주도적 기업의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물산업 육성 정책을 수립해 정책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물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물시장에 진입하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에 IT산업과 조선, 건설, 중화학산업 등으로 국가 경제를 육성했으나 21세기에 지속적인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산업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신규 사업으로 매우 유망하다고 할 수 있다.


- 최승일 /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한국 물환경학회 이사, 한국 상하수도협회 이사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