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8. 19:16

제 44대 미국 대선 후보들의 홍보 전략 비교

제 44대 미국 대선 후보들의 홍보 전략 비교
 
Prain


11월 4일에 진행된 제 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사상 초유의 관심이 쏟아졌다.

올해 9월 경에 터진 금융 위기는 미국 사회를 강타했고, 자연히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전 정권의 실패로부터 새롭게 미국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또한 세계 최대 선진국으로서 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강압적이고 무거운 이미지를 그려왔던 미국의 외교 측면에서도 변화가 촉구되는 시점에서, 이번 대선은 미국과 우호 혹은 적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든  나라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전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지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 역시 높은 관심을 이끄는데 한 몫을 했다.



미 첫 흑인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민주당)와 전쟁 영웅 존 매케인(공화당) 간의 팽팽한 대결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되었고 대선 결과에 대한 온갖 예상과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알다시피 결과는 버락 오바마의 승이었다. 오바마는 52%라는 득표율로 32년 루즈벨트 이후 현역이 아닌 민주당 후보로는 최초로 50% 이상의 지지율을 받는 기록을 남겼다. 젊은 층과 소수민족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인해 투표율은 65%에 육박했다.

‘변화’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2가지 커다란 과제를 안고 실시된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의 홍보 전략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고자 한다.


* 핵심 메시지- 오바마의 "변화" vs 매케인의 “변화”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미 국민의 실망감은 단순한 여야의 정권교체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동반한 완전히 새로운 미국을 원했다.

오바마는 '변화(Change)'라는 간단하고 강력한 슬로건을 유세 기간 동안 일관되게 전달해 유권자의 큰 공감을 얻어냈다.

  

다른 후보들이 자신의 이름을 강조한 밋밋한 선거 로고를 사용한 반면 오바마는 자신 이름의 첫 글자인 "O"를 태양으로 형상화하고 푸른색 배경을 넣어 미래로 달려가는 이미지를 상징화했다. 그는 이 로고로 변화와 희망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극대화 시켰다.

존 매케인 역시 변화를 주장했으나 지난 4년간 90% 이상 부시법안에 찬성했던 그가 앞으로의 4년이 부시 8년간과 어떻게 다를 것인지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그는 일관성이 결여된 주장으로 부시 정권과의 차별화에 실패했으며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극단적인 예로 오바마는 유세 기간 동안 미국산 하이브리드 카를 타고 다녔다. 이는 자신이 내세운 에너지 공약에 부합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오바마의 열정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끝까지 대형 세단을 고집해 자신이 주장해 온 자동차 에너지 공약을 무색하게 했다. 국민들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변화에 힘쓰겠다’고 말하는 후보보다 ‘작은 일이라도 먼저 실천하는’ 후보에게 더 감동했음은 물론이다.


* 금융위기 대처- 적극적 대처 vs 안일한 대처

두 후보가 앞다투어 주장했던 ‘변화’는 대선의 결과를 가르기에 부족했다.
2008년 9월, 미국 금융 시장에 찾아온 위기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 문제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올려놓았다.



이에 오바마는 금융위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문단을 모았다. 클린턴 경제부흥의 주역들, 또 레이건 정부에서 경제위기를 구했다고 평가받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장을 지낸 폴 볼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등. 이 같은 경제계의 거물들이 오바마를 자문한다는 언론의 보도는 오바마의 경제능력에 신뢰를 더하였다.

반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던 날 매케인은 플로리다주 잭슨빌시 유세에서 "미국의 경제근간(펀더멘털)은 튼튼하다"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하고 만다. 이 발언은 매케인이 당시 경제 위기의 심각성이나 금융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끝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또한 오바마 캠프에서 선거 초반부터 고착시키고자 했던 ‘매케인은 경제 문외한’이라는 이미지는 때마침 불거진 금융위기로 매케인 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매케인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최대 강점이었던 외교안보 이슈는 금융위기에 묻혀 선거전 내내 빛을 발하지 못했다.



* 부통령 지목- 기본에 충실 vs 위험한 도박



매케인에 비해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바마는 러닝 메이트로 탁월한 국방, 외교 전문가인 조지프 바이든을 선택했다. 현재 상원 외교위원장이자 최고 외교통으로 꼽히는 바이든의 부통령 수락은 오바마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고, 바이든은 오바마를 보완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매케인은 중앙 정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알래스카 주지사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으로 지목하여 화제가 되었다. 세라 페일린은 다운증후군의 아들, 임신한 고등학생 딸 등 미국의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담은 가정을 힘있게 꾸려나가는 당찬 ‘하키맘'의 모습으로 한때 대선의 판도를 흔들었다.

그러나 정책 현안에 대한 미숙한 답변과 말실수, 알래스카 주지사 재직 시 여러 스캔들에 대한 언론의 집중 공격은 페일린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중간 성향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이렇듯 매케인의 부통령 지목은 초반에는 ‘경륜과 젊음’이라는 절묘한 결합으로 평가 받았지만 결국은 실패한 선택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여 당선의 필수요소인 ‘신뢰’를 심어주고자 했던 오바마와 달리, ‘페일린’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도박수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려 했던 매케인은 페일린 카드가 힘을 잃으면서 함께 추락하였다.


* TV토론회- 냉철함과 신뢰감 vs 경계와 불안감

유권자에게는 후보자들의 역량을 가늠해 볼 기회, 그리고 대선 후보자에게는 결정적인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TV토론회에서 오바마는 냉철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짙은 감색 양복에 흰 셔츠를 입은 오바마는 차림새만큼 냉철하고도 신뢰감 있는 모습으로 변화를 이끌 주역의 느낌을 주었다. 매케인은 하늘색 셔츠에 빨간 줄무늬 넥타이를 매 열정적이지만 다소 충동적인 인상을 남겼다.

토론회 내내 오바마는 매케인을 ‘존’이라 부르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매케인은 오바마를 한 번도 ‘버락’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의 과장된 몸짓과 어투는 오바마를 경계하는 듯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오바마는 야당의 젊은 후보답게 정부와 여당 후보를 날카롭게 공격했으며, 이라크 전과 관련해 매케인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매케인은 자신이 자부하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설명하면서 상대국의 원수 이름을 잘못 말하는 등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 홍보매체- 뉴미디어 vs 올드미디어


오바마의 선거 캠프는 인터넷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했다. 온라인, 모바일 등의 새로운 홍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젊은 세대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지지자들은 정보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UCC, 위젯 등으로 자발적인 오바마 홍보에 동참했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소액 다수의 참여를 통해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천문학적 선거 자금을 마련한 것은 미국 대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충분한 선거 자금을 바탕으로 오바마는 거의 모든 주에서 조직과 TV광고를 과감하게 풀가동해 막판 굳히기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튜브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매케인은 한정된 선거 자금으로 오바마의 공세에 방어하기 급급했고, 백인 보수층이 갖고 있는 오바마에 대한 불안감을 극대화하려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매달려 오바마를 비난하는데만 힘을 쏟았다. 하지만 화합을 기치로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한 오바마측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 지지 세력- 홍보 대사를 얻느냐 vs 잃느냐

신인 오바마에게 정치 명문가이자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케네디가 사람들의 지지는 큰 힘이 되었다. 케네디 형제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암 투병 중에도 전당대회에 참석, 오바마 지지를 호소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도 오바마를 지지했으며, 조카 마리아 슈라이버는 공화당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남편임에도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또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프라윈프리, 린제이 로한, 마돈나, 비욘세 등은 자발적으로 오바마 유세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혀 ‘오바마 홍보 대사’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각 세대와 계층별로 영향력 있는 셀레브리티들의 오바마 지지 선언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긍정적인 홍보 효과를 저절로 이끌어낸 것이다.



반면 매케인 진영은 오바마를 반짝 유명인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페리스힐튼에 빗대어 비판했다. 화가 난 패리스힐튼은 비키니 차림으로 "나는 구시대 인물이 아니고, 구시대 인물같은 공약도 약속하지 않을 것이다" 며 매케인을 비판하는 UCC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 명이라도 더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스스로 적을 만드는 매케인의 행동은 그의 불안하고 초조한 심정을 보여주어 자신의 패색을 인정한 꼴이 되었다.

오바마는 자신의 신념과 선거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실천에 옮기며 완승을 거뒀다. 준비된 정책과 시기 적절한 미디어 활용 능력, 유권자와 함께 호흡했던 그의 선거 운동은 모범적이며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지금 ‘변화’라는 역사적인 장을 써내려 가는 중이다.

초반에는 오바마의 이 ‘대단한 도전’이 무모한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주변인들마저 우려하며 그의 대선 출마를 말렸지만, 변화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는 인종과 국적과 세대를 뛰어넘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미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당을 심판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대안에 대해 그들의 희망을 걸었다.세계가 오바마의 당선에 기대와 환호를 보내며 그가 보여줄 변화에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오바마가 그 기대에 부응하여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야 할 차례다.

선거 기간 동안 그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처럼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한미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의 리더쉽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프레인 뉴미디어팀

출처 : www.i-allianc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