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 시대 1편] 비즈니스 경쟁력의 또 다른 이름 ‘디자인 경영’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가치관·생활양식·문화 등이 크게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디자인 경영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Innovate of Perish).”는 말이 있다. 최근 아마존닷컴에서는 이 제목의 책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리라.
디자인 경영은 혁신이다
디자인과 혁신도 불가분의 관계다. 변화의 원동력인 창조적 혁신은 디자인으로 가시화되며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IT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Anytime, Anywhere, Anything)'이 가능한 ‘3A 상품'이 늘어남에 따라 인간 중심의 디자인과 혁신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2006년 필립스가 출시한 웨이크 업 라이트(Wake-Up Light)는 생체 리듬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아침잠을 깨워 주는 새로운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제품은 정해 놓은 시간에 강제로 잠을 깨우는 자명종과는 달리 생체 리듬을 도입했다. 즉 미리 정해 놓은 기상 시간 30분 전부터 주위가 밝아져 자연스럽게 잠에서 깰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세 가지 자연 소리, 비퍼(Beeper)음, 라디오 채널 중에서 원하는 소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롭다.
웨이크 업 라이트는 필립스의 브랜드 철학인 ‘감각성(Sense)과 단순성(Simplicity)'이 반영된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간 중심의 디자인 정신과 기술력의 유기적인 조화로 성공을 거두었다. 가격은 99파운드(약 20만 원)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는 혁신을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구현해 낸 결과이다.
혁신과 디자인을 이어주는 디자인 경영
디자인과 혁신을 이어 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다. 디자인과 혁신은 서로 다른 속성으로 인해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혁신은 정량적인 접근을 위주로 하는 반면, 디자인은 정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영은 경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인 역량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지식 체계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즉 비즈니스의 모든 국면에서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디자인 경영의 목적이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은 디자인과 경영을 융합하여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혁신을 가시적으로 구현하여 삶의 질을 제고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 활동이다.
비즈니스 디자인과 디자인 관리
디자인 경영은 기업 혁신을 디자인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경영자들이 당면하는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경영자는 종종 어떻게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복잡한 디자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수많은 디자인 안 중에서 하나를 선정해야 하는 경우이다. 문제는 디자인에 관한 안목이나 식견이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영은 ‘비즈니스 디자인'과 ‘디자인 관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경영자와 디자이너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비즈니스 디자인은 경영자의 역할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디자인 혁신 마인드를 기반으로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즉 혁신을 통한 새로운 사업 기회의 발견에서부터 제도·관행·서비스의 획기적 개선 등을 포함한다.
반면에 디자인 관리는 비즈니스 디자인을 실체로 구현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탁월한 식견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디자인을 통해 경영자의 목표와 의도를 신속히 파악하고 독창적인 디자인 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의 성공은 호기심과 탐구심이 많은 최고경영자(CEO)와 창조성과 심미적 감각을 갖춘 디자인 최고책임자(CDO)가 이루어 내는 하모니에 달려 있다.
20세기 초 기업에 최초로 디자인 경영 개념을 도입한 독일 AEG의 CEO 에밀 라데나우와 미술고문으로 CDO 역할을 수행한 피터 베렌스의 관계에서 이러한 협력의 성공 사례를 볼 수 있다. IBM의 전 회장 토마스 왓슨 2세와 디자인 고문 엘리엇 노이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와 CDO 조나단 아이브 등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전략-디자인 경영-고객·사용자
디자인 경영은 기업의 전략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창(窓)과도 같다. 비전, 목적, 전략, 정책, 프로세스 등 기업의 전략은 주로 문자 형태로 전달되므로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전략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이미지상의 왜곡 현상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디자인 경영은 기업의 전략이 스며들게 건물, 제품, 가구, 서비스, 광고, 매장 등의 조형적 특성을 창출함으로써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 필립스의 브랜드 철학인 ‘감각성과 단순성'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어필시켜 주고 있는 ‘웨이크 업 라이트'가 그런 사례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 감동의 크기가 디자인 경영이라는 창(窓)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점이다. 즉, 창의 크기가 클수록 감동도 커지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가치관·생활양식·문화 등이 크게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고객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디자인 경영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창조적인 혁신을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국제적으로 소통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의 역할이다.
- 정경원 /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미래의 경쟁 디자인에 달려 있다>, <디자인경영>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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