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29. 18:09

[옮김] 덤의 문화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명사]: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

 

덤이라는 말은 내가 주체일 때는 뭔가 하나를 더 주었다는 긍정의 표현이 되지만 내가 객체가 되었을 때는 잉여인생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만큼 덤의 문화는 우리에게 양날의 칼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덤이라는 것이 조금 더 얹어 주는 일이라는 주체적인 표현임을 인식할 수 있다면, 근래 우리의 덤 문화가 주체가 되기보다는 객체가 되려는 움직임이 강했음을 깨닫게 된다.

 

덤은 더하는 문화다. 나의 여유로움을 떠나 상대의 행복을 더해주는 선물의 문화가 바로 덤이다. 덤은 빼기의 문화다. 나의 것을 빼어 행복을 찾는 역발상의 문화가 바로 덤이다. 덤은 곱하기의 문화다. 내가 줌으로써 나와 너, 우리가 행복해지는 제곱의 문화가 바로 덤이다. 덤은 나누기의 문화다. 나의 것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넉넉한 삶을 나누는 시너지의 경제학이 바로 덤이다.

 

얼마 전에 퇴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의 사회공헌활동이 화제다.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부자가 보여주는 진정한 덤의 문화이기 때문이 주목 받는 것이다. 그가 주창하는 창조적 자본주의야말로 덤이라는 우리문화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무의식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도 창조적이라는 말이 더해지면 행복한 개인주의가 될 수 있듯이,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하는 덤 문화의 해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덤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행하(行下)라는 우리의 옛 풍습을 살펴보자. 행하란 경사가 있을 때 주거나, 위로조로 내리는 금품, 품삯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놀이나 놀음이 끝난 뒤 기생이나 광대에게 준 보수를 행하라고도 하였다. 또한 새로 관직에 임명된 관리가 인사와 관계가 있는 중앙 여러 관부의 관리들에게 음식을 내려 주는 것도 행하라 하였다. 결국 행하라는 것은 Bottom-Up의 문화가 아니라 Top-Down 혹은 잘못된 Bottom-Up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덤의 문화는 행하와는 다르다. 그것은 자발적인 동기로 발원하는 풍류의 문화였기 때문이다.

 

덤의 부정적인 모습이 바로 행하의 문화이며, 행하의 현대적인 모습들이 바로 부정과 부패로 연결되는 우리 정치와 경제의 관습이다.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것이 진정한 덤의 문화일진대, 요즘의 덤은 서민의 미소 속에서만 살필 수 있는 희귀한 문화로 존재하게 되었다. 가진 사람들의 덤은 행하로 변질되어 Top-Down 혹은 잘못된 Bottom-Up의 시끄러운 이중곡만을 연주하는 사회의 종양이 되어 버렸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행하문화의 수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저 밑바닥의 아름다운 덤 문화를 차근차근 올려 보내는 일이 더욱 쉬운 일이다. 검은 물과 맑은 물이 섞여서 어떤 물이 될지는 위대한 국민들의 몫이라 믿는다.

 

한국경제의 기적은 낭만주의의 소산이다. 당당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꿈을 꾸는 경제인들과 국민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는 200년이나 걸리는 경제성장을 단 60년 만에 이룩할 수가 있었다. 한국적 낭만주의에는 덤의 문화가 숨어 있다. 사장의 영광을 직원들과 나누고 회사의 영광을 다른 회사와 나누고, 경제의 영광을 나라와 나누는 덤의 문화야말로 한국경제가 기적을 만들 수 있었던 낭만주의의 핵심정신이 아닐까? 하지만 일찍 터뜨린 샴페인은 우리가 만든 기적의 철학을 일찌감치 감춰 버렸다.

 

우리 영토의 문제를 다른 나라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정치의 현실과 독점과 과점을 지상과제로 여기며 협력을 군림으로 여기는 경제의 현실. 피와 땀으로 일군 경제의 기적이 끝나기도 전에 영리한 펜대만 굴리며 재산증식을 기대하는 국민들.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이라는 공인된 도박 속에서 성장을 부르짖는 어리석은 민중의 메아리가 바로 덤의 문화가 상실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믿음직한 지도자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바로 위대한 민중 자신들이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지금이야말로 덤의 문화로 행복했던 우리 선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진정한 덤의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달픈 현실 생활 속에서도 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겁게 살아갈 줄 아는 삶의 지혜와 멋, 즉 풍류(風流)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칠 줄 모르고 채우기만 하는 우리의 검은 머리를 풍류의 정신으로 깨끗이 세탁해야 할 때다. 풍류의 정신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제2의 낭만주의이며 사라진 덤의 문화를 복원시켜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줄 영원한 처방약이라고 믿는다. 부족한 글을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을 빌어 마칠까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