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되돌아본다 1편] 소비 트렌드 / 키워드로 본 2008년 소비 트렌드
2008년 소비 키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에 대한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정서적 만족에서 즉각적인 만족으로, 부의 증식보다는 부의 보존으로, 건강 중시에서 자기보호로 자기방어적 형태로 소비 트렌드가 옮아가고 있다.
그러나 불황기에도 예외 없이 히트 상품은 존재한다. 가격과 품질이 판매를 좌우하던 대중 마케팅 시대와 달리 소위 ‘개성소비 시대'에 닥친 불황기는 소비자의 마음을 보다 까다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2008년 소비 트렌드, 그 특징을 살펴본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로 보유한 자산가격의 폭락, 극심한 고용불안 등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은 여느 해보다 착잡하다. 불황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았던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2008년 소비 트렌드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불안한 현실로 자기방어적 소비 성향 보여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전문가와 일반인 1만 351명을 대상으로 2008년 히트 상품의 69개 후보군을 선정하고 이 중 10대 히트 상품을 선정한 바 있다(참고로 선정한 10대 히트 상품은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했으며 ① 촉각형 휴대폰 ② 베이징 올림픽 스타 ③ 교통요금 결제서비스 ④ 인터넷 토론방 ⑤ 베토벤 바이러스 ⑥ 리얼 버라이어티 쇼 ⑦ 닌텐도 Wii ⑧ 넷북 ⑨ 기부 ⑩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선정된 10대 히트 상품을 포함하여 상위에 랭크된 히트 상품군을 분석한 결과 2008년에는 적극적인 소비 트렌드가 걷히고 제품(식품, 가전, 의류)과 서비스(TV 프로그램, 카드서비스 등) 전반에 걸쳐 보수적인 소비 패턴을 보여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소비 키워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에 대한 자기방어'라고 할 수 있다. 소비 목적에 따른 정서(Mind), 재산(Wealth), 건강(Health),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2008년은 과거와 차별적인 성향을 보였다.
우선 정서적인 측면(Mind)에서는 ‘정서적인 만족에서 즉각적인 만족'으로, 재산(Wealth)에 대해서는 ‘부의 증식보다는 부의 보존'으로, 건강(Health) 측면에서는 ‘건강 중시에서 자기보호'로 자기방어적인 형태로 관심사가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사의 전환으로 야기된 2008년 소비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즉각적 반응을 보이는 혁신 제품에 관심
첫째, ‘상호작용적 재미 추구'이다. 소비자들은 과거의 단순한 즐거움보다는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혁신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터치스크린과 중력 센서를 탑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햅틱폰이다. 단순한 터치가 아니라 만지고 잡아끄는 일련의 동작 등 다양한 방식의 터치로 구동된다. 한편, 터치에 대한 휴대폰의 반응도 다양한 진동과 사운드를 차용하여 과거에 전자기기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편안함과 친근함을 제공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리모컨과 온몸을 움직이며 조작할 수 있는 체감형 게임 방식을 차용한 ‘Wii'도 상호작용적 재미라는 속성을 추가하면서 남녀노소로 사용자 계층을 넓혀 큰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디자인을 빠르게 변경하면서 참을성이 없어진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 패스트 패션(자라, 유니클로 등)의 인기도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다.
합리적 소비패턴과 의미 있는 지출 늘어
둘째,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지출'이다. 웰스케어(Wealthcare)의 초점이 ‘큰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서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로 전환되었고 소비 패턴도 이에 동조하는 합리적 소비 패턴을 보였다.
실제로 2008년 히트 상품 조사에는 2003년부터 꾸준히 선정되었던 재테크 상품(재테크 서적, 주택장기대출, 주식형 간접투자 상품, 판교, 펀드 등)이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다. 보수적인 트렌드 속에, 최근 소비는 저렴한 가격에 확실한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서만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했다.
즉, 과거 저가형 소비를 추구하는 중·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형성되던 실속형 소비가 불황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소득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소비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노트북의 1/4 가격이면서도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도록 휴대성은 높이고 인터넷, 워드프로세서, 일부 게임 등 기본 프로그램으로 특화된 넷북의 열풍과 도로 통행요금과 통과시간을 줄여 주는 ‘하이패스', ‘교통카드서비스' 등의 인기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합리적인 지출 트렌드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욱 어려운 사람에 대해 지갑을 여는 ‘의미 있는 지출'경향도 나타났다. 불황이 심해질수록 어려운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선진국형 소비 패턴이 등장하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다. 실제로 문근영, 김장훈, 차인표·신애라 부부 등 연예인들의 기부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넘어 스스로도 이 같은 소비에 동참하고자 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안심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폭
셋째, ‘안전성 추구' 트렌드이다. 국내외에서 식품관련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이 증폭되었다. 웰빙이나 뷰티에 앞서 우리 몸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고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국가 중요 현안이었던 쇠고기 문제와 각종 먹거리 파동을 반영하여 한우(제품부문 4위)나 각종 유기농 식품(제품부문 5위)이 히트 상품에 선정되었으며 서비스 기타 부문에서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 및 멜라민 파동에 대해 국민적 토론이 진행된 인터넷 토론방(비제품부문 3위), 각종 먹거리 파동을 비롯해서 소비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점을 폭로하고 안전한 소비 방법을 제공해 주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비제품부문 7위) 등이 선정되었다.
또한 소비자들은 원산지뿐만 아니라 가공처, 품종(유전자 조작여부 등), 성분 등 세세한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먹거리 뿐만 아니라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비해 일정 회비를 내면 원스톱 상조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일종의 상조보험 서비스(비제품부문 8위) 등도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과 개성소비를 만족시키는 마케팅 해법 찾아야
국내 소비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격과 품질이 판매를 좌우하던 대중 마케팅 시대와 달리 소비자들이 각자의 주관에 따라 개성을 소비하는 소위 ‘개성소비 시대'에 닥친 불황기는 소비자의 마음을 까다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황기 히트 상품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소비심리는 자명하다. 불황 속에 소비자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점점 급해졌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빠르게 얻길 원하며, 딱딱한 가면 뒤 상처받은 속살을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정태수 /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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