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9.03.31 [IT 기업 이슈] 감기엔 장사 없다! 세계 경기침체에 몸살 앓는 글로벌 IT 기업
  2. 2009.03.31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3. 2009.03.25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⑥] ‘와인=프랑스’, ‘전자제품=일본’,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지배한다
  4. 2009.03.11 [불황 극복] 구성원의 ‘성과 몰입도’를 높여라 - 불황에도 매출 올릴 수 있다
  5. 2009.02.08 [소비 트렌드] 불황기 히트상품에는 ‘절약+알파’가 숨어 있다
  6. 2009.01.23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7. 2008.12.17 [2009년 국내외 경제 전망 3편] 업종별 전망 / 조선은 숨 고르기, 반도체는 경쟁력 강화 계기, 어렵지만 더 멀리 보자!
  8. 2008.12.16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본 기업들 - 해외 진출이든지, 틈새시장이든지 둘 중 하나
2009. 3. 31. 18:12

[IT 기업 이슈] 감기엔 장사 없다! 세계 경기침체에 몸살 앓는 글로벌 IT 기업

[IT 기업 이슈] 감기엔 장사 없다! 세계 경기침체에 몸살 앓는 글로벌 IT 기업


세계적인 IT 기업들도 금융위기는 피해갈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을 견디면서 성장해 온 IT 기업들이라 다른 업종에 비해 내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반적인 소비 부진으로 인한 실적 부진은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황제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하는 노키아의 부진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승승장구했던 구글마저도 막대한 투자손실을 겪으면서 IT 산업은 결코 혼자서만 잘하면 문제없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구글, 영업실적은 선방했지만

영업실적만 놓고 보면 구글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무관해 보인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주요 지표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의 2008년 4분기 매출은 5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다. 광고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은 42억 2,000만 달러로 애널리스트 예상치인 41억 2,0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도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효율적인 비용의 광고집행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구글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구글은 영업 외적인 부분에서 큰 손실을 치러야 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투자기업들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순이익은 12억 1,000만 달러에 달했으나 2008년 4분기 순이익은 68%나 감소한 3억 8,244만 달러에 그쳤다. 구글은 AOL과 클리어와이어 등에 11억 달러의 주식투자를 했는데 이들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AOL은 미국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야후나 구글과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리어와이어도 야심차게 내세운 모바일 와이맥스 서비스의 활성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곤경에 처했다. 구글이 이 두 기업에 투자한 것은 미래를 향한 포석이지만 극심한 경기침체기에 미래만 내다보는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 준 사례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비용절감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인사 담당 인력을 줄이고 통근버스 운전사와 청소 용역을 줄이는 인력 효율화에 착수했으며 천사표 직장 구글의 대명사였던 공짜 점심의 메뉴도 소폭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수익이 불투명한 서비스를 대폭 중단한 반면 통신 서비스 진출에 도전하는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올해 온라인 광고 시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구글의 미래를 불투명하다고 점치기는 이르다. 다만 막대한 손해를 경험한 구글이 지나치게 소심한 투자를 할 경우 오히려 될 성 부른 새싹을 놓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야후가 지난 2000년 구글을 인수했다면 지금 IT 기업의 지도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가 했던 실수를 구글이 반복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은 이채롭다.


미래 성장동력 못 찾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굴욕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적도 심각하다. 지난 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47억 1,000만 달러에 비해 6억 달러 정도가 줄어든 41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11.5%나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매출은 166억 3,000만 달러로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익이 11%나 줄어든 것은 주력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PC 시장의 침체가 있다. PC 시장이 2008년부터 정체기에 들어가 주력 제품인 윈도우 비스타의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근 급속하게 시장이 커가고 있는 넷북이 윈도우 XP를 기본 운영체제로 삼고 있는 점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닷컴 버블 시기에도 단행하지 않았던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더 큰 문제는 갈수록 시장이 커가고 있는 온라인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인터넷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인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검색 시장에서는 구글의 벽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차세대 검색 기술을 보유한 파워셋을 인수하며 검색 시장에 대한 도전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구글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구글은 웹오피스 ‘구글독스', 웹브라우저 ‘크롬'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까지 선보이며 운영체제 시장에도 경쟁을 선언한 상태.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위협을 야후 인수를 통해 극복하려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여전히 야후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야후의 새로운 수장인 캐롤 바츠 CEO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 인수카드를 다시 빼내거나 독자적인 온라인 사업 모델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키아, 저가폰의 부메랑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노키아의 부진은 더욱 충격적이다. 노키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80%가 줄어든 4억 9,200만 유로에 그쳤다. 매출액 역시 19% 감소한 127억 유로로 집계됐다. 4분기 휴대전화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13.9% 줄어든 1억 1,310만 대이다.

전반적인 영업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은 노키아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노키아는 안방인 유럽시장을 제외하면 주로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분기에 1억 대를 만들어 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경쟁업체에 비해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초저가 휴대전화로 신흥시장 확대에 주력해 온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시장의 구매력이 크게 감소한 것이 노키아에게는 그대로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선진시장 공략에 주력해 온 국내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선방을 펼친 것과 대조적이다.

노키아는 콘셉트폰 형태로 풀터치 휴대전화의 개념을 가장 먼저 선보였지만 정작 이를 상용화한 것은 경쟁 업체들에 비해 한참 뒤였다. 이미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선점한 뒤였다. 노키아는 데이터 서비스를 내세워 선진시장에서 빼앗긴 점유율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오비(Ovi)를 내세워 고가폰 시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키아를 견제하려고 하는 메이저 통신사들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노키아는 독자적으로 오비 서비스를 대중화 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전 세계 금융위기는 영원한 승자로 군림할 것 같았던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을 고난에 빠트리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강자는 위기에 더 두각을 나타내는 법. 이들이 향후 어떠한 돌파구를 찾아 수렁에서 빠져 나올지 지켜 볼 일이다.

- 최광 / 매일경제신문 기자

2009. 3. 31. 18:09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일본의 대표적 가전회사인 소니(Sony)가 요즘 풀이 죽어 있다. 세계 동시불황과 엔고라는 이중고로 인해 사상 최악의 적자가 예고된 상태인 데다, 최근 전격적인 사장 교체 인사로 뒤숭숭하기까지 하다. 일본 벤처기업 성공신화의 상징이었던 소니가 어느새 전형적인 대기업형 경영부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반짝 부활 후 적자 수렁
 

1년 전만 해도 소니의 실적 호전에 “소니가 부활했다”며 찬사를 보내던 세계 전자업계는 지금 “소니가 예전의 소니가 아니다”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불황과 엔고라는 외부 요인도 문제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진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 내부 요인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소니가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소니다움'을 잃고 대기업병에 걸렸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니의 위기 극복 열쇠는 ‘소니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조언이 많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액정표시장치) TV 개발에 소홀했다가 2000년대 초반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다. 그때 사람들은 “이제 소니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5년 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면서 과감한 변신을 꾀해 다시 일어나는 저력을 보였다. 2007년 소니는 3,694억 엔의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화려한 부활'이었다.

그러나 부활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실적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소니는 지난 1월 29일 실적 전망 발표를 통해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2,600억 엔(약 3조 9,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당기순이익도 1,500억 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했다. 14년 만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전락한 것이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수익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 분야인 LCD TV 등 전자부문의 실적이 급락한 탓이다.

 

소니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두 개의 TV 공장 중 한 곳을 폐쇄하고,전 세계 사업장에서 1만 6,000명(정규직 8,000명 포함)을 해고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올해 TV 사업 투자액도 당초 계획했던 4,300억 엔에서 3,800억 엔으로 줄였다. 스트링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손실을 입었다”고 고백하며 “경영진으로서 남은 책임은 빨리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소니다움'을 잃은 게 문제
 

소니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것은 세계 동시불황에 따른 제품 판매 급감과 가파른 엔고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표면적인 요인이다. 스트링거 회장은 “원래 지난해 2,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판매 감소와 엔고로 각각 2,800억 엔과 600억 엔의 적자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니의 진짜 문제는 판매 급감과 엔고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판매 급감과 엔고는 소니 외의 다른 일본 전자기업 및 전 세계 다른 경쟁사들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다. 즉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진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못 내놓고 있는 한계가 소니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니다움'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TV 사업의 고비용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 TV 개발에 한발 늦게 참여하는 바람에 LCD 패널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현재 소니는 LCD 패널을 삼성과의 합작회사에서 주로 공급 받고 있다. 최근엔 경쟁사인 샤프로부터도 구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LCD를 자체 생산하는 삼성이나 샤프에 비해 생산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과의 합작사로부터는 삼성전자와 똑같은 가격에 LCD패널을 공급 받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LCD TV 부문에서 이익을 내는 반면 소니는 손해를 보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최근 중역들에게 “삼성과 똑같은 가격으로 LCD패널을 공급 받고도 TV를 더 비싸게 만드는 이유가 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소니의 비효율적 사업구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소니는 일본·북미·유럽·아시아 등 각 지역에서 TV 개발과 설계 생산을 각각 담당한다. 개발과 설계 기능 등이 분산돼 있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TV가 안 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많이 팔려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소니 경영진)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스트링거 회장의 ‘과감한 수술'
 
소니다운 히트상품을 못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년 발매), 워크맨(1970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1994년) 등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최초', ‘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걸로 유명했다. 그러나 LCD TV에서 박자를 놓친 이후 제대로 된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의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닌텐도는 게임기 DS와 위(Wii) 등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미즈호 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구라하시 노부는 “소니는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며 “소니의 위기 극복은 ‘소니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기업이 ‘성공 유전자'를 잃어버린 순간 몰락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소니가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에 대수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4월 1일부터 옆에 앉아 있는 주바치 료지 사장은 상담역으로 물러나고 내가 사장을 겸직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나와 사업본부장 사이에 사장, 부사장 등 관료적 단계를 없애는 것”이라며 앞으로 일선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영 전권을 장악한 스트링거 회장은 네 개 사업본부의 책임자 네 명 중 세 명을 40대 젊은 간부로 발탁했다.

 

소니 내부적으로는 사장이 단칼에 물러나고 연공서열이 무시된 ‘혁명적인 인사'가 시작되었다. 스트링거 회장은 인사뿐만 아니라 생산체제에도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댈 계획이다. 구조적 비효율을 제거해 ‘소니다움'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 준 것이다. 스트링거 회장의 혁명적 구조조정이 과연 소니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해줄지 두고 볼 일이다.

- 차병석 /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2009. 3. 25. 19:54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⑥] ‘와인=프랑스’, ‘전자제품=일본’,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지배한다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⑥] ‘와인=프랑스’, ‘전자제품=일본’,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지배한다


불황일 때 소비자는 더욱 똑똑해진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기왕이면 값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제품을 면밀히 따지고 고른다. 그리고 위험한 선택은 하지 않는다. 안전한 선택인 1등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불황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 농축된 브랜드의 힘이다.


국가브랜드지수 높아지면 기업 영업이익도 동반 상승

 
이탈리아가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십 년 만에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와인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탈리아는 2007년보다 8% 증가한 47억 리터의 와인을 생산했다. 프랑스는 와인 생산량이 전년보다 5% 감소해 44억 리터에 그쳤다.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프랑스 와인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뇌리에는 ‘와인=프랑스'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도 “와인은 프랑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계산업은 독일, 전자제품은 일본이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이는 ‘국가브랜드'의 힘 때문이다.

외국 사람들은 삼성의 휴대전화를 쓰고, 현대의 자동차를 타면서도 그것이 한국 브랜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제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분 상하는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이라는 국가브랜드의 덕을 보는 측면도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미국 조사기관 안홀트사(社)의 국가브랜드지수(NB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세계 33위 수준이다. 1위는 독일, 2위 프랑스, 3위 영국의 순서였다. 일본은 5위, 미국은 7위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24위), 인도(27위), 중국(28위) 등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오는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지수를 세계 1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선진국에 비해 30% 가량 저평가돼 있다”면서 “이를 10%만 개선해도 삼성, LG, 현대 등 3대 기업의 영업이익을 130억 달러 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황엔 더욱 똑똑해지는 소비자 마음 얻기

 
브랜드는 국가보다 개별 기업에 더 중요하다. 가령 요즘같은 불황기에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어려워도 소비를 안 할 수는 없기에 경제 실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은 구매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게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더 싸게 살 방법은 없는지, 같은 값이면 더 나은 게 없는지 등등 ‘가치(value)'를 더 따지고, ‘현명하게 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지갑을 연다.

자동차, 가전, 식료품, 패션 등 여러 시장에서 제품 가치를 엄격하게 따지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실제로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와 TV, 휴대전화 등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물건이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싸다고 해도 품질이나 고객만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제대로 된 브랜드에는 여러 고객들의 사용 경험이 녹아 있고, 그만큼 선택에 실패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황에 동종 업계의 1등 브랜드 제품이 더 많이 팔리는 것이다.

브랜드 전략의 대가(大家)인 케빈 켈러(Kevin Keller)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요즘 같은 때가 오히려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브랜드 전략을 통해 기존 고객층을 튼튼히 다지는 동시에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역설한다.

 

같은 값으로 더 많은 가치를
 
1등 브랜드가 영원한 1등은 아니다. 글로벌 메이커와 브랜드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소비자는 끊임 없이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가치는 뛰어난 성능이나 저렴한 가격일 수도 있고 상징성, 감성, 매력 등 무형적 요소일 수도 있다. 유명 브랜드에는 대부분 여러 가지 가치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개념을 경영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웃(Jack Trout)은 “제품이나 브랜드 아이디어가 ‘못'이라면 차별화 마케팅은 ‘망치'”라고 강조한다. 못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의 마음에 망치로 밀어 넣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소비자의 마음 속에, 머릿속에 파고들려면 메시지를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메시지를 날카롭게 만들려면 애매모호하거나 불필요한 것은 빼고 단순화해야 한다. 한 제품에는 여러 특성이 섞여 있지만 그 제품을 독특하고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은 결국 딱 하나의 특성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벤츠는 기술력', ‘도요타는 품질', ‘볼보는 안전'이라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직까지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가격이 싸다'는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이것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좋은 강점으로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가치를 준다(more value for the same money)”라는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최근 월마트나 맥도날드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도 이런 단순한 메시지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들을 ‘싸구려 브랜드'라고 폄하하는 사람은 없다.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가치를 주고 신뢰를 심어 주는 기업이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인 것이다.


- 김희섭 /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1. 19:07

[불황 극복] 구성원의 ‘성과 몰입도’를 높여라 - 불황에도 매출 올릴 수 있다

[불황 극복] 구성원의 ‘성과 몰입도’를 높여라 - 불황에도 매출 올릴 수 있다


회사의 생산성을 30%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무엇이 구성원으로 하여금 30% 이상 더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게 만들까? 그 정답은 바로 ‘성과 몰입(engagement 혹은 work engagement)'이다. 성과 몰입이란 회사의 이익과 경영성과 향상을 위해 구성원이 자발적(voluntary)으로 혹은 자율적(discretionary)으로 하는 노력을 말한다. 성과 몰입이 높은 구성원은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히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며, 일에 대해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몰입의 효과,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성과 몰입도가 높은 회사들은 조사 기간 중 영업이익이 19.2% 증가한 반면, 성과 몰입이 낮은 회사들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2.7% 감소했다. 또 한 회사의 여러 팀 간 성과 몰입 정도를 측정하고 매출을 비교했더니 팀원들의 몰입도가 높았던 팀은 그렇지 못한 팀보다 연평균 매출이 약 100만 달러 정도 높았다.

그리고 몰입도가 높은 팀일수록 팀원들의 이직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중장비 건설 기계업체인 캐터필러에서는 직원의 몰입도를 높이는 사업을 추진한 결과 직원의 불만 표출건수가 무려 80%나 감소하고 고객 만족도가 34%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 덕분에 최근 많은 미국 기업들은 구성원의 성과 몰입을 회사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성과 몰입도를 측정하고 이를 향상시키려는 몰입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와코비아는 구성원의 몰입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이 부서를 책임지는 중역에게 ‘Vice President for Employee Engagement and recognition'이란 타이틀까지 부여하여 구성원 몰입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경기가 침체되고 불황이 깊어질수록 구성원의 성과 몰입도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같이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몰입경영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몰입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해 몰입경영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구성원의 성과 몰입도를 어떻게 측정하며 몰입경영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알아보자.


성과 몰입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몰입경영에 관심이 있는 리더들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조직 내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 도구로는 간단한 설문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갤럽, 머서, 휴잇, 와슨와이어트 등 미국의 인사/조직 컨설팅 회사들은 구성원의 몰입을 측정하기 위해 설문지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구성원의 몰입도를 측정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설문지는 갤럽이 개발한 ‘Q12'라는 것인데 1999년에 마커스 버킹햄과 코프만이 지은 라는 책 덕분에 유명해졌다. Q12는 인간 심리의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행동, 특히 동기부여와 변화 리더십 등을 설명하려 했던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에 기초를 두어 개발되었다. Q12의 대표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출처: < First, Break All the Rules >, p.28)

- 직장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 매일 업무 중에 최선을 다할 기회가 주어지는가?
- 지난 7일 동안 업무에 대한 칭찬이나 인정을 받은 적이 있는가?
- 직장 내에 내가 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 회사의 목표나 목적을 보면 나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느껴지는가?
- 작년에 나의 직무와 관련하여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는가?

 

Q12가 몰입을 측정하는 데 가장 널리 쓰이기는 하지만 조직 구성원의 몰입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 (예를 들면 리더십, 업무환경,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상, 조직 문화에 대한 자긍심 등)가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인터뷰 같은 보완적인 방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조직 내 몰입 수준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구성원의 몰입 수준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조직 내 특정 그룹이나 직급 또는 연령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측정해 조직의 총체적인 몰입 상태와 동시에 세부 그룹의 몰입 수준을 동시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몰입의 가장 중요한 결과이자 대상인 고객이 느끼는 구성원의 몰입도를 같이 측정해 외부에서 느끼는 구성원의 몰입 수준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셋째, 몰입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잠시 지나가는 유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조직의 최고경영자가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몰입에 대한 측정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내부 리더의 업무 평가에 구성원의 몰입 수준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몰입을 측정할 때 직원에게 측정 결과는 어떻게 사용되며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은 그저 설문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액션 플랜과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몰입경영,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몰입경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란 문제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구성원의 몰입도가 높은 회사를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최고경영자가 구성원의 경력 개발에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구성원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항상 가지고 있게 한다.

둘째,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충분히 제공해 성공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보상이 잘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정신적 보상을 통한 내적 만족감과 물질적 보상을 통한 재정적 만족감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몰입경영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셋째, 구성원이 조직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관 활동을 전개해 대외 이미지 제고에 노력한다.

넷째, 구성원이 업무 이외의 영역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내 커뮤니티 조성과 활동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다양한 리더십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다섯째, 업무를 추진하는 데 명확한 방향 설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의 확실한 정의는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리더는 부하 직원에게 명확한 업무 분배와 결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많은 서비스 회사들은 구성원의 몰입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들의 몰입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파악해 이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리츠칼튼 호텔이다. 이 회사는 구성원의 몰입도를 서비스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고 2006년부터 몰입도를 측정하기 위한 설문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매해 최고경영자와 HR 담당 임원에 의해 세심하게 분석되며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회사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을 분기별로 계획해 실천하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리츠칼튼 호텔은 서비스 산업에서 구성원의 몰입도가 가장 높은 조직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 되었다.

리츠칼튼 구성원의 높은 몰입도는 최상의 서비스 이외에도 회사에 여러 가지 형태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면 럭셔리 호텔의 이직률이 일반 직원이 연간 158%, 초급 관리자가 연간 136% 그리고 중간 관리자가 129% 인데 리츠칼튼의 이직율은 불과 18%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몰입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 준다.

구성원의 몰입을 높이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주인의식이 아닐까 싶다. 주인의식이야말로 평범한 기업을 위대한 기업 또는 살아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확신한다. 필자가 리더십 강의를 위해 많은 기업들을 방문해 다양한 계층의 리더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조직 구성원 하나 하나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헌신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경쟁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일 것이다. 주인의식을 통한 몰입경영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모든 리더들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이슈이다.


- 정동일 /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8. 15:21

[소비 트렌드] 불황기 히트상품에는 ‘절약+알파’가 숨어 있다

[소비 트렌드] 불황기 히트상품에는 ‘절약+알파’가 숨어 있다


불황이라고 소비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소비가 줄긴 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소비는 이뤄진다. 다만 소비여력이 줄어든 만큼 소비자의 눈은 더 까다로워진다. 불황이 깊어진다고 무조건 싼 것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 단순히 싼 것 만으론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플러스 알파'의 가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최근 히트상품은 불황기 소비자들이 원하는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세계 동시 불황으로 주요 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요즘 일본의 한 회사는 ‘표정 관리'하기에 바쁘다.게임기 업체 닌텐도다. 이 회사는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5,300억 엔에 달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매출액 역시 8.8% 늘어난 8,200억 엔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할 전망. 예상대로 이익을 내면 닌텐도는 도요타자동차 등을 제치고 일본 상장회사 중 이익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하게 된다.

교육, 가족,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소비자 공략

닌텐도의 실적호조는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위'는 지난해 4~12월 사이 전 세계에서 2,052만 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실적이다. DS도 전년을 소폭 웃도는 2,562만 대가 판매됐다. ‘100년만의 경기침체'에 게임기가 잘 팔린다고?

의아스러울지 모르지만 ‘위'와 ‘DS'의 성공 비결을 캐 보면 불황기 소비코드가 보인다. 우선 불황으로 사람들이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은 게임기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기본 토대다. 그렇다고 모든 게임기가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여가활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절약' 개념 외에 소비자는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

닌텐도가 성공한 포인트가 바로 그 ‘플러스 알파'다. DS의 경우 단순 게임 뿐만 아니라 영어학습, 지능개발 등 교육적인 게임 타이틀을 개발해 게임기에 대한 부모들의 저항감을 최소화했다. ‘위'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운동 삼아 즐길 수 있는 게임기라는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DS는 ‘교육', ‘위'는 ‘가족'과 ‘건강'이란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창출한 것이 불황기에 히트할 수 있었던 비결인 셈이다.

싼 것 만으론 소비자 못 잡아

불황이라고 소비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소비가 줄긴 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소비는 이뤄진다. 다만 소비여력이 줄어든 만큼 소비자의 눈은 더 까다로워진다. 단순히 싼 것 만으론 소비자를 잡을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플러스 알파'의 가치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최근 히트상품은 불황기 소비자들이 원하는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혹독한 불황에도 닌텐도 만큼이나 잘나가는 일본 회사가 또 있다. 중저가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작년 12월 매출액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2% 급증하면서 ‘불황 상품의 황제'란 닉네임까지 얻었다. 유니클로의 월간 매출액 증가율이 30%를 넘은 것은 2001년 이후 7년 만이다. 2001년 당시에도 일본은 경기침체와 디플레(물가하락)가 겹친 불황으로 연말에 저가 방한복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유니클로의 성공 요인도 단순히 ‘싼 가격'만은 아니다. 유니클로가 지난해 히트시킨 제품 중 하나가 겨울 내복인 ‘히트텍'. 일본에서만 2,000만 장 이상이 팔린 히트텍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히트텍은 몸에서 발산되는 수증기를 흡수해 열을 발생시키고 섬유 사이의 공기층이 열을 차단하는 기능성 신소재로 만들어졌다. 저렴한 가격에 실용적 기능성을 갖춘 게 성공 포인트다.

유니클로는 이 밖에도 브래지어 기능이 합쳐진 민소매 여성 속옷, 겉옷인지 내복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세련된 느낌의 내복 등 히트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하나 같이 ‘저렴하면서도 멋지고 실용적'이라는 특성이 공통점이다. 바로 그 점이 불황기 히트상품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다.

작년 도쿄 긴자와 젊은이들의 거리인 하라주쿠에 문을 연 다국적 중저가 의류 브랜드인 ‘H&M'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해 9월 긴자점 개점일에는 약 5,000명이 줄을 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H&M의 강점은 무엇보다 ‘저렴하면서도 멋지다'는 것. 명품을 살 돈은 없지만, 그래도 스타일이 좋은 옷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바로 H&M이다.

‘하류의 상' 추구하는 소비자

이런 현상을 ‘하류의 상(上)' 현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류의 상은 일본의 마케팅 전문가인 미우라 아쓰시의 책 <하류사회>에서 나온 말이다. 1990년대 장기불황으로 중산층이 급격히 붕괴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하류가 된 상황에서 그래도 남들과는 차별화하려는 사람들을 ‘하류의 상'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불황에도 싸지만 싸구려 티가 나지 않는 양질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도 불황기 소비코드를 읽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무인양품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싼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양질의 친환경 소재 발굴,제품의 핵심 기능과 관계 없는 광택 염색 등 불필요한 공정의 생략, 로고 등의 장식을 최소화한 포장의 간략화 등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거품을 뺀 실용성'으로 불황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인양품의 콘셉트는 심플한 디자인과 기능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져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일본 2008년 히트상품 >

1위 유니클로, H&M, 자체 상표상품(PB)
2위 저가 미니노트북, 닌텐도 ‘위'
3위 블루레이 플레이어, 절전형 형광등
4위 엔고 환원 세일, 맥도널드 커피
5위 순간냉동기능, 디지털 사진첩
6위 무당분 음료, 알코올 8% 음료
7위 도요타 iQ, 애플 G3 휴대전화
8위 B형 인간 설명서(책), 금융위기 서적

* 자료: < 니혼게이자이 >

일본에서 요즘 직장인에게 잘 팔리고 있는 전동 자전거는 불황 때문에 타깃 고객이 바뀐 경우다. 전기 모터를 달아 언덕을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전동 자전거는 원래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을 태우고 다녀야 하는 주부가 주 고객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동 자전거의 주요 수요층이 직장인으로 바뀌었다. 기름값이 크게 올라 승용차를 갖고 다니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자전거를 타기엔 체력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전동 자전거를 선택한 것이다.

불황이지만 ‘니즈(Needs)'를 포기할 수는 없다

히트상품들을 보면 불황기 기업들의 제품개발이나 마케팅 전략도 눈에 들어온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졌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싼 제품만 찾는 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니즈(Needs)를 불황이라고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그동안 다양한 제품을 이미 경험해 본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도 좋은 품질과 좋은 기능의 ‘보물'을 찾길 원하는지 모른다. 불황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이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 차병석 /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1. 23. 23:57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5]위기 속 기회를 찾다 - 불황기 이후를 대비, 전략적 기회 모색의 시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지향의 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면서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가운데 큰 타격을 받았던 1997년과 비교하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개선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통해 불황 극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산업에서의 포지션 상승 또는 주력사업 변신의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 시작된 2009년은 한국 경제 전반은 물론 기업 경영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글로벌 불황이 초래할 여러 가지 경영상의 위험과 난관 속에서도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존 산업에서의 포지션 상승, 혹은 주력사업 변신의 기회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번 불황이 끝난 이후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이 명암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 중에도 경영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변신에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 노키아는 수익성 악화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던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제지, 가전, PC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던 비관련 다각화 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의 위기 극복을 통해 서비스 중심의 IT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한 IBM도 위기 당시에는 하드웨어 제조·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한국 기업들도 1997년에 겪었던 외환위기라는 경험과 함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기업 역량을 바탕으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단기적 접근에 매몰되지 않고 불황기 이후를 보는 전략적 기회 모색을 상당수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선된 한국 기업의 기초 체력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전망이 가능한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한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성장 지향의 기업 경영이 주를 이루면서 내실이 충분히 다져지지 못한 가운데 큰 타격을 받았던 1997년과 비교하면 최근 한국 기업들의 체력은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비율 등 재무적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이를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재무적 안정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보수경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만큼 낮은 부채비율, 충분한 현금성 자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것이 불황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해 본격적인 현금 확보 노력을 시작했다. 외부차입이 거의 없던 미국 IT 장비업체 시스코사(社)가 이미 2008년 2/4분기에 약 4억 3,000만 달러를 차입했고, 동년 10월에는 GE가 워렌 버핏으로부터 30억 달러 유치 및 유상증자를 통해 15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조달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도 그 영향력의 크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무 안정성 유지를 주요 관리지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꾸준히 펼쳐 왔던 국내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품 가격 하락이나 매출의 감소에도 상당 기간 동안 버텨 내면서 필요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불황기가 지난 이후에 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질 개선 노력에서 앞서 간 국내 우량 기업들에게는 경영 환경 악화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불황 대응 전략의 다양성 확대

이처럼 개선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을 통해 불황 극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구조 개편, 내핍경영 등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조치들에 더해, 소속 산업의 특성과 기업별 역량을 반영한 공격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기업들이 다수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들의 재무적 유연성이나 유·무형 자산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기업의 복원력(resilience), 즉 불황기 도래로 인한 외부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이 전체적으로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기업은 실제 불황이 닥쳤을 때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들 우량 기업은 향후 호황기가 도래했을 때 기존의 경쟁 우위를 보다 공고히 하거나,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불황 대응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우선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둔 수비 경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무적 유연성과 소프트 역량을 중심으로 측정한 한국 기업의 복원력, 즉 불황 대응 역량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우리나라 상장기업 중 이자보상비율 3 이상, PBR(Price Book-value Ratio: 주당 순자산 비율)이 1 이상인 기업의 비중이 7.4%에 불과했던 반면, 2008년 상반기에는 31%로 증가했고, 재무적 건전성과 소프트 역량이 모두 열악한 기업의 비중은 47.4%에서 23.9%로 감소해, 한국 기업의 전체적인 역량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가 많아진 만큼, 2009년 경영 환경 악화를 맞게 된 기업들이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3사분면에 속한 기업이 생존을 위한 현금 확보, 제휴 파트너 물색 등 한정된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반면, 1사분면에 속한 기업들은 기존 산업 내에서의 위상 공고화를 위한 M&A나 미래를 위한 투자 등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1사분면에 해당하는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수비 일변도의 대응보다는 R&D 및 마케팅 관련된 투자를 지속해 나가는 한편, 국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당 산업 내에서 지위를 공고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를 글로벌 판세 전환의 기회로 활용

이번 불황이 지구촌의 일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스케일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며, 여기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한국 기업들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해외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엔고 등의 이유로 인해 일본 기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0% 감소한 바 있는 소니가 2008 회계연도에 1,000억 엔 정도의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상당수 우량 기업들에게는 지금의 불황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판도를 바꾸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미국 모토롤라가 경쟁력 약화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미국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이나 미국 자동차 Big 3가 고전하는 가운데 현대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처럼, 시장 상황 뿐만 아니라 주요 기업 간 경쟁 상황도 글로벌 업계 판도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기초 체력과 경영 능력을 토대로, 특히 최근 일본 경쟁 기업들의 부진을 기회로 승화시켜 경영 환경 악화라는 악재를 판세 변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기업 CEO들 역시 다가올 불황의 위기에도 수비 경영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며 해외 기업 M&A 등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다. 예컨대 삼성, 포스코 등은 M&A를 2009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채택하고 해외 기업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8년 하반기에 이미 미국 샌디스크사(社) 인수를 시도한 바 있으며, 포스코는 동년 10월 일본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약 4조 원 규모의 브라질 철광석 광산 지분 인수를 감행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한국의 우량 기업들은 변동성이 매우 커진 불황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면서 향후의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강한수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12. 17. 20:14

[2009년 국내외 경제 전망 3편] 업종별 전망 / 조선은 숨 고르기, 반도체는 경쟁력 강화 계기, 어렵지만 더 멀리 보자!

[2009년 국내외 경제 전망 3편] 업종별 전망 / 조선은 숨 고르기, 반도체는 경쟁력 강화 계기, 어렵지만 더 멀리 보자!

2009년 휴대폰, 반도체, 가전 등 IT산업군은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업체별 경쟁력에 따라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지난 5년간 호황을 누렸던 조선업은 이미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며, 자동차산업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 침체가 우려되는 등 전통 주력 산업은 전망이 좋지 않다. 반면, 인터넷쇼핑이나 편의점은 낮은 가격과 다양한 서비스 도입을 무기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반도체는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산업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IT산업, 전통 주력 산업, 서비스산업의 2009년 업종별 전망을 살펴보자.


금융위기 여파로 부진 예상

2009년 업종별 전망은 밝지 못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신흥국 및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기, 반도체, 조선 등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산업군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여갈 전망이다.

 

세계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TV와 휴대폰, 자동차 등 각종 소비재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소비재에 이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석유화학 등의 부품소재도 판매가 격감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동시 불황에 빠지면서 물동량이 줄자 조선의 신규 발주도 거의 실종되었다. 이전의 경기침체와 달리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 나타나면서 주택과 자동차 등 금융을 융통하여 물건을 구매하는 고가 제품의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판매부진은 신규 투자의 의욕을 꺾어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경기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성장해 왔다. 반도체, 조선, 건설 등 현재의 주력 산업은 대부분 불황기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인재를 양성하여 호황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통해 선두그룹으로 부상해 왔다. 경기침체라고 해서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위기극복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이다.

IT, 전통 주력, 서비스의 3개 업종군으로 나누어 2009년 업종별 전망을 살펴보자.


전반적인 부진, 기업별 명암이 뚜렷해지는 IT산업

정보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으로 구성된 IT산업군은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업체별 경쟁력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통신기기는 세계 경기둔화로 인해 수출 성장률이 둔화되겠지만 국내 제품의 품질 및 비용 경쟁력 개선을 배경으로 2009년에도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09년은 3세대 휴대폰 및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린터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수출 감소를 경험한 정보기기부문은 2009년에도 생산 및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내수시장에서는 넷북 등 저가 제품의 판매가 증가할 전망이다.

반도체산업은 시장여건이 좋지 않지만 경쟁사의 설비투자 축소로 공급과잉이 다소 해소되면서 국내 업체의 수출이 5%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업이익, 투자, 공정기술력 등에서 앞서 있는 한국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산업은 평판 TV의 성장 모멘텀 약화로 전년보다 성장률이 둔화될 전망이다. 2007년까지 5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던 LCD TV는 보급률 진전과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2008년에는 23%, 2009년에는 12%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시작된 실물경기 침체로 TV 수요가 감소하면서 2009년 세계 LCD TV 수요는 당초 1억 3,000만 대 수준에서 1억 대를 약간 넘기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해 오던 세계 평판디스플레이 시장은 2009년부터 성숙기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 온 노트북 PC, LCD 모니터, 평판 TV가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미흡하다.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는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60% 이상의 비중(대수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2009년 세계 평판디스플레이 패널의 성장률(금액기준)은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운 시기를 맞은 전통 주력 산업

2003년 이후 5년간 계속된 발주 급증으로 호황을 누리던 조선업은 2009년부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수주 급증 현상이 이미 2008년부터 반전되었고, 이러한 추세는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수주를 기록했던 2006~2007년의 계약분이 본격 인도되면서 수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금융여건 악화와 원자재비용 증가, 원료공급 차질 등으로 일부 중소형 조선소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자동차산업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 침체가 우려된다. 유가 급등과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전 세계 자동차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판매 급감과 신용경색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미국 자동차산업은 정부의 구제금융지원에 목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고용 확대를 주장하는 오바마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미 자동차산업의 경쟁과 무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과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등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석유화학은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하강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감소로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중동산 저가제품의 출시 본격화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에게 2009년은 원가절감과 수출선 다변화 및 체질강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서비스산업의 부진 심화도 우려

미국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둔화가 실물 부문에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2009년 유통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 미국의 가전양판점 ‘써킷시티'가 파산보호신청을 냈고 불황기를 맞아 대부분의 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단,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인터넷쇼핑이나 편의점은 저가격과 다양한 서비스 도입을 무기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불황기를 맞아 유통업체들이 어떠한 마케팅을 펼칠 것인가가 2009년 유통산업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건설부문은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완화와 SOC 예산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동의 오일 머니에 힘입은 해외건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원유가격 하락과 경쟁심화로 증가율이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 재편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

글로벌 경기침체는 종종 세계적인 차원의 업계 재편을 후폭풍으로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에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가치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경쟁사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향후에 이어질 업계 재편을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복득규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8. 12. 16. 01:11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본 기업들 - 해외 진출이든지, 틈새시장이든지 둘 중 하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본 기업들 - 해외 진출이든지, 틈새시장이든지 둘 중 하나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중소기업은 두 가지에 역량을 집중,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해 사업 기회를 찾거나 아니면 일본 내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움츠러드는 요즈음 발 빠른 일본 중소기업의 움직임은 여느 때보다 재빠르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불황은 어느새 ‘기회'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일본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법 속에서 불황의 해법을 찾아보자.


일본 큐슈의 대표적인 상업도시 하카타의 두 기업

사례#1_ ‘온리 원(Only One)' 제품으로 승부하는 제일시설공업

하카타에서 전철을 타고 20분을 가면 ‘제일시설공업'이 나온다. 이 회사는 반도체와 LCD 제조공장에서 사용되는 수직 반송장치(승강기) 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에서 만든 승강기는 상하로 움직이는 박스 형태에 공기압 원리를 적용해 제품을 깨끗한 상태로 이동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 LCD 패널인 10세대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매출 구성비는 한국, 대만, 일본이 각각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올 4분기 매출액은 47억 엔으로 3분기 대비 80%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달러로 대금 결제를 하지만 이 업체는 엔화 결제만을 고집한다. 이곳의 기술을 대체할 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서 거래 상대도 이 결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제일시설공업이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온리 원(Only One)' 제품을 만든다는 점. 이외에 사원들의 다양한 국적 구성을 보면 금방 그 비결을 알 수 있다. 약 100명의 사원 중 20명이 한국, 대만, 중국 출신이다. 이들은 구매에서 설계, 영업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 배치돼 있다. 한국이나 대만에 있는 고객 회사의 주문을 받을 때부터 설치, 납품 후 애프터 서비스, 문제 발생 대처에 이르기까지 모두 현지 언어로 대응한다. 언제라도 고객 회사의 요청이 있으면 해외 출장을 떠날 수 있도록 사원들은 여권을 회사의 책상서랍에 넣어 둔다.
현재 이 회사는 인도인 채용을 계획 중이며 내년에는 설계 부문을 중국으로 이관할 생각이다. 아울러 매출액의 8%를 연구개발비에 투입해 1년에 1개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목표를 실천 중이다. 올해 새로 시작한 것이 물에 젖은 휴대폰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서비스다. 어느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매입한 것으로 지난 10월에는 가전양판점인 베스트덴키와 제휴했다.

 

사례#2_ 눈앞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장기 투자로 방향 잡은 니치콘

“당장은 힘들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회사의 비전에 맞는 부문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릴 시기다” “투자는 남들이 안 할 때 해야 빛을 발한다”

다케다 잇페이 니치콘 회장(67)은 눈앞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장기적 투자를 지속할 것을 역설한다. 니치콘은 교토에 본사를 둔 콘덴서 제조업체다. 주요 제조 품목은 몇 와트 수준에서 250만 볼트의 고전압까지를 변환하는 데 쓰이는 다양한 콘덴서다.

이 회사는 올해 3월말 결산 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1.5% 감소했을 정도로 실적이 악화됐다. 그렇지만 올해 투자 규모를 120억 엔(지난해에는 94억 엔)으로 오히려 늘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모터의 구동력-변속을 담당하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 확대를 위해서다. 미래의 자동차로 꼽히는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셈이다.

다케다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재 17%인 전체 매출 내 자동차 관련 매출을 20% 선으로 하루빨리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각 자동차 업체들이 2015년까지 친환경 자동차 생산량을 높이겠다고 앞다퉈 나서고 있으므로 다케다 회장은 이처럼 성장성이 높은 미래사업에 승부를 걸고 나선 것이다.

다케다 회장은 이미 후쿠이현과 나가노현 등지에 공장을 지어 원·부자재 가공부터 제품 조립까지 일관 제조를 하고 있다. 다케다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1)LCD TV 등에 들어가는 관련 제품 (2)휴대폰 등 정보통신 관련 품목군 (3)에어컨용 인버터 기기 (4)자동차 관련 제품 등으로 짜고 첨단설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여름부터 가속화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세계 경제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으며, 세계 경기침체가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관론은 더 심각한 비관론을 낳아 경영인들의 의지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 2개월 동안 자고 일어나면 엔화가치가 뛰는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폭등한 엔고로 특히 일본의 수출 기업들은 수요 부진과 환율 급등이라는 연타를 얻어맞은 셈이다. 이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제일시설공업이나 니치콘 등은 지금이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시장 전략이나 상품 전략을 전환한 곳도 있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발상으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시장의 비즈니스 모델 바꾼 이토추상사

이토추상사는 최근 중국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 지금부터는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를 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수출과 투자에 올인해 온 중국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되자 앞으로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내수에서 찾겠다고 정책을 전환하려고 한 만큼 이토추상사도 내수 쪽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공장 건립 목적도 제품을 가공해 미국 등지로 수출하겠다는 목적이 아닌 중국시장을 겨냥한다.

이토추상사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4대 분야로 환경, 에너지 절감, 자원, 생활소비재 관련 업종을 정했다. 예를 들어 환경 관련 분야라고 해도 그 범위가 넓다. 아사히맥주 등과 손을 잡고 시작한 순환형 농업도 환경사업으로 꼽힌다. 에너지 절감 분야로는 보일러 개조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기계 등의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자원 분야 사업으로는 크게 이토추상사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에 필요한 자원을 수입하는 분야와 중국 내부에서 채굴한 자원을 중국시장에 판매하는 부문으로 나뉜다. 생활소비재 분야는 식품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토추상사는 지난 9월 아사히맥주와 공동으로 우유를 팔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사료로 먹인 젖소에서 짠 우유인 만큼 가격이 일반 우유의 두 배에 달하지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한 이토추상사는 취급 품목을 빵 등 다른 품목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토추상사 중국법인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 중국시장에 모두 1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토추상사 본사의 대중국 투자와는 별도로 현지법인이 자체적으로 책정한 투자 금액이다. 이토추상사 중국법인이 지난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이 고작 9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금액이다.


독점 기술력으로 돌파구 찾는 중소기업들

어려울 때일수록 자사만이 갖춘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중소기업도 많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개발 경쟁이 한창인 태양전지. 선발 주자인 샤프와 산요가 태양전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들의 이목은 교토시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클린 벤처 21(CV21)'에 쏠린다.

2001년 5월에 설립된 CV21은 올해 6월부터 지구 모양의 둥근 태양전지를 양산하기 시작한 후발주자다. 지구형 실리콘 태양전지에 관한 기초 기술은 1970년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양산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었다.

CV21의 무로조노 미키오 사장은 남들이 사실상 포기한 기술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마쓰시타전기(지금은 파나소닉으로 명칭 변경)의 태양전지사업부에서 구형 실리콘 태양전지 개발을 담당했지만 2001년 회사측이 태양전지사업부를 수익성이 약하다며 조직을 폐지하자 고민에 빠졌다. 마쓰시타전기의 다른 사업부로 옮겨가 다른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아직 성공시키지 못한 연구를 지속할 것인지의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결국, 그는 벤처기업을 설립키로 마음을 굳혔다.

무로조노 사장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할 경우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실리콘의 양이 종래의 판형 실리콘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실리콘 양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국제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실리콘 확보 전쟁이 벌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꿈의 제품'인 셈이다. CV21는 이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실리콘 소비량을 대폭 줄여 종전에 비해 원가를 20~30% 가량 낮췄다. CV21은 전체 종업원 숫자가 77명이며 올해 3월말 결산에서 고작 4억 2,888만 엔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15억 엔에 이르는 자금 조달에 성공, 2009년 연말까지 교토에 새로운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유럽의 늘어나는 태양전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내수업종도 해외 진출에 박차

일본의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전형적인 내수 기업 가운데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곳이 부쩍 늘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일본 내 신규 주택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자 일본의 주택 건축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기업 특유의 에너지 절감 기술이나 태양광 등 새로운 에너지원을 활용한 건축 기술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스미토모린교는 2002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에, 올해 4월에는 호주에서 단독주택 건설시장에 뛰어들었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목조 주택을 지어온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홍보하며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공업용 주택업체인 다이와 하우스도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한 전통 여관은 일본식 비즈니스 모텔에 서양의 호텔 시스템을 접목시켜 대박을 터뜨렸다. 1906년 이시가와현에 설립된 ‘카가야(加賀屋)'는 연간 숙박객 30만 명 가운데 2만 명이 외국인이다. 이들 외국인중 절반 가량은 대만에서 온 관광객이다. 1박(두 끼 식사 포함) 숙박비가 3만 엔으로 매우 비싸지만 성수기에 이곳에 묵으려면 예약하기도 힘들 정도로 인기다. 대만의 여행객을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지방 여관이 1박에 1만 원 이하로 가격을 설정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고가다.

카가야는 고가인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만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때가 되면 이 여관의 사장이 1시간이 걸리는 공항까지 마중을 나간다. 돌아갈 때는 대만에서 인기를 끄는 일본산 과일 후르츠나 도넛 세트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가 선물한다. 식탁에는 장례나 사망을 의미하는 흰색의 식탁보나 냅킨 대신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붉은색만을 쓴다. 일본의 마쯔리(축제)나 가라오케 등도 참석시켜 색다른 일본의 문화를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이 여관은 1996년부터 대만에서 홍보를 시작했는데 이제 ‘카가야'라는 이름은 ‘고급 일본 전통 여관'이라는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대중의 뜨거운 인기가 확인되자 이 여관은 직접 대만에 진출했다. 타이베이시 북부에 일본의 카가야를 그대로 옮겨 놓은 전통여관을 2010년에 개점한다는 목표 아래 현재 한창 건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일본 각 지방의 산업에 정통한 히토츠바시대 대학원 상학연구과의 세키 미치히로 교수는 “일본은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해외로 진출해 사업 기회를 찾거나 아니면 일본 내의 니치(Niche : 틈새) 마켓을 노리는 길 뿐이다”고 말한다.

한국의 기업들도 경기침체와 내수위축으로 어렵다고 움츠러들지만 말고 어차피 국내가 어렵다면 눈을 부릅뜨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밖으로 나설 일이다.


- 김대영 /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