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5. 19:49

[21세기 메가트렌드] ① 디자인 상상력 / 디자인 상상력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하라

[21세기 메가트렌드] ① 디자인 상상력 / 디자인 상상력으로 기업 혁신을 주도하라


전 세계적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의 우선순위였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기능을 숙지하기도 전에 또다시 새로운 기능을 더한 제품이 출시되는 시장 상황을 볼 때, 여전히 디자인은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차별화시키는 핵심 포인트일 수밖에 없다.
 
 

많은 고객은 디자인의 의미를 단순히 ‘새로운 스타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디자인은 스타일을 넘어서 과거의 경험을 존중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상상해 나가는 ‘통찰(insight)'과 ‘직관(intuition)'의 통합적 의미이다.

특히 디자인은 한 가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여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기대하지 못한 감동을 창출하고 만족스러운 미래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는 측면에서 디자인의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디자인으로 상상을 실현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 사례를 통해 그 핵심 가치를 알아보자.


경쟁자와 정반대의 길로 가라, 다이슨 청소기

청소기 브랜드 다이슨은 영국의 RCA(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에 의해 탄생됐다. 다이슨 청소기는 영국 청소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청소기 시장에서 최고가 브랜드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청소기는 세계 최초로 먼지 주머니가 투명하게 내비치는 상상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이클론 흡입 방식을 사용해 고객은 청소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결과에 대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경쟁 기업과는 정반대의 상상력을 디자인으로 구현해 현재까지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트레오 타입(stereo type)의 인식을 멀리하라, 삼성 휴대전화/영국 항공
 

유럽 사람들은 한국 휴대전화의 놀라운 성공을 부러워하는 한편 시기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 종합정보통신망과 연결되어 모뎀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화 단말기와 팩시밀리, 랩톱 등에 직접 접속해 이동 데이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럽식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금속성의 밝고 작은 폴더 전화의 등장에 당시 휴대전화 시장의 강자였던 에릭슨, 지멘스, 보쉬, 필립스 등은 유럽인의 커다란 손 사이즈도 반영하지 못한 장난감이라고 펑가절하했다. 이들의 판단 근거는 바로 유럽인의 특성을 스테레오 타입(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정된 견해)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관과 통찰에 근거해 유럽인을 공략한 한국 휴대전화의 성공으로 이들은 현재 쇠락의 길을 걷고 있거나 심지어 대부분의 브랜드가 휴대전화 사업을 접었다.

또 다른 예는 영국 항공(British Airways)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다. 세계 최초로 수평으로 누울 수 있도록 디자인된 이 비즈니스 좌석은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앞뒤로 마주보는 두 개의 좌석이 한 쌍을 이룬다. 이 디자인이 처음 구체화될 때, 뒤로 비행하는 좌석은 승객에게 대단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견이 영국 항공 내에서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도 편안한 침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상상력에 확신을 가지고 론칭하였다. 이후 영국 항공은 이 좌석을 통해 현재까지 8년여 동안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연평균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마니아를 배려 하라, 일본 혼다 Zoomer

일본 혼다가 최근 선보인 스쿠터 Zoomer는 긴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트렁크가 개방되어 있는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 스쿠터는 1리터에 75km를 주행하는 놀랄 만한 경제성을 가지고 있으며, 일산화탄소를 일본 규제치의 5분의 1밖에 방출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다. 즉 경제성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은 획기적인 제품인 것이다.

이 제품은 혼다 사장의 “최종 고객의 입장에서 젊은이들이 진정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반드시 상상해 내라”라는 요구에서 시작되었다. 기존 스쿠터의 빈약한 디자인을 넘어 강인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제품의 조형을 만들어 낸 것이 성공의 주요인 중 하나이다. 결국 제품 가격보다 몇 배의 비용을 투자해 튜닝을 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으며, 이들을 일컬어 Zoomer족이라 부르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미래 경영의 힘 ‘상상력' 키우기

위의 세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의 공통점은 기존 경쟁자들에게서 찾기 힘든 상상을 통해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상상의 주체를 고객에게 철저히 집중시켰다. 이러한 상상력은 기업 혁신의 큰 추진체가 된다.

미래 경영의 힘은 상상이다. 상상은 지속성을 가진 전달과 디자인에 의한 확신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디자인을 잘 활용했을 때 상상을 조직 안에서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상을 발현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1. 낯선 것을 상상하자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가장 기본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접할 때 멋지고 효율적인 상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상상은 자신의 모든 경험이 전혀 색다른 경험과 충돌할 때 반짝인다.

2. 전략적으로 상상하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기발한 상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새롭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사실은 기억 저편에 자리잡고 있었거나 끊임없는 고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타고난 상상가는 없다. 다른 분야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자신만의 상상 과정을 구축해 전략적으로 상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3. 절박함으로 상상하자
기업의 상상은 여유로운 감성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절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위기가 기회라는 정의와 직결된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공상과 상상을 구분 짓는 것이기도 하다. 간절하고 절박하게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혁신을 추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 이돈태 / 디자인 기업 ‘탠저린' 대표, 삼성물산 디자인 고문. <하이트렌드> 공동 저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