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해당되는 글 7건
- 2009.03.31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 2009.03.20 [기획연재 : 불황기 마케팅 , 어떻게 할 것인가 (1).기업전략]확실히 공격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
- 2009.01.23 [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 2008.12.18 [Think Smart Work Better] 창의성 원하면 인식의 틀 바꿔라 (DBR)
- 2008.12.16 [위기 극복 기업 7편] 월트 디즈니 / 창의성 잃었을 때 회사도 위태, 디즈니의 ‘창의성 회복’ 작전
- 2008.11.24 [디자인 경영 시대 2편] 가구 디자인 트렌드 / 예술과 디자인의 벽을 허물고 창의성을 담는다 1
- 2008.11.24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편] 세상은 창의성을 사고 판다
[IT 기업 이슈] ‘대수술’ 앞두고 있는 소니,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 되찾을까?
일본의 대표적 가전회사인 소니(Sony)가 요즘 풀이 죽어 있다. 세계 동시불황과 엔고라는 이중고로 인해 사상 최악의 적자가 예고된 상태인 데다, 최근 전격적인 사장 교체 인사로 뒤숭숭하기까지 하다. 일본 벤처기업 성공신화의 상징이었던 소니가 어느새 전형적인 대기업형 경영부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반짝 부활 후 적자 수렁
1년 전만 해도 소니의 실적 호전에 “소니가 부활했다”며 찬사를 보내던 세계 전자업계는 지금 “소니가 예전의 소니가 아니다”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불황과 엔고라는 외부 요인도 문제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진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한 내부 요인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소니가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소니다움'을 잃고 대기업병에 걸렸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니의 위기 극복 열쇠는 ‘소니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조언이 많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액정표시장치) TV 개발에 소홀했다가 2000년대 초반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다. 그때 사람들은 “이제 소니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5년 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면서 과감한 변신을 꾀해 다시 일어나는 저력을 보였다. 2007년 소니는 3,694억 엔의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화려한 부활'이었다.
그러나 부활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실적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소니는 지난 1월 29일 실적 전망 발표를 통해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에서 사상 최대인 2,600억 엔(약 3조 9,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당기순이익도 1,500억 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했다. 14년 만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전락한 것이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수익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 분야인 LCD TV 등 전자부문의 실적이 급락한 탓이다.
소니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두 개의 TV 공장 중 한 곳을 폐쇄하고,전 세계 사업장에서 1만 6,000명(정규직 8,000명 포함)을 해고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올해 TV 사업 투자액도 당초 계획했던 4,300억 엔에서 3,800억 엔으로 줄였다. 스트링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손실을 입었다”고 고백하며 “경영진으로서 남은 책임은 빨리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소니다움'을 잃은 게 문제
소니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것은 세계 동시불황에 따른 제품 판매 급감과 가파른 엔고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표면적인 요인이다. 스트링거 회장은 “원래 지난해 2,000억 엔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판매 감소와 엔고로 각각 2,800억 엔과 600억 엔의 적자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니의 진짜 문제는 판매 급감과 엔고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판매 급감과 엔고는 소니 외의 다른 일본 전자기업 및 전 세계 다른 경쟁사들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다. 즉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진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못 내놓고 있는 한계가 소니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니다움'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TV 사업의 고비용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 TV 개발에 한발 늦게 참여하는 바람에 LCD 패널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현재 소니는 LCD 패널을 삼성과의 합작회사에서 주로 공급 받고 있다. 최근엔 경쟁사인 샤프로부터도 구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LCD를 자체 생산하는 삼성이나 샤프에 비해 생산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과의 합작사로부터는 삼성전자와 똑같은 가격에 LCD패널을 공급 받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LCD TV 부문에서 이익을 내는 반면 소니는 손해를 보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최근 중역들에게 “삼성과 똑같은 가격으로 LCD패널을 공급 받고도 TV를 더 비싸게 만드는 이유가 뭐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소니의 비효율적 사업구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소니는 일본·북미·유럽·아시아 등 각 지역에서 TV 개발과 설계 생산을 각각 담당한다. 개발과 설계 기능 등이 분산돼 있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다. “TV가 안 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많이 팔려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소니 경영진)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스트링거 회장의 ‘과감한 수술'
소니다운 히트상품을 못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년 발매), 워크맨(1970년),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1994년) 등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최초', ‘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걸로 유명했다. 그러나 LCD TV에서 박자를 놓친 이후 제대로 된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의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 닌텐도는 게임기 DS와 위(Wii) 등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미즈호 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 구라하시 노부는 “소니는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며 “소니의 위기 극복은 ‘소니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기업이 ‘성공 유전자'를 잃어버린 순간 몰락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지금의 소니가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소니에 대수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4월 1일부터 옆에 앉아 있는 주바치 료지 사장은 상담역으로 물러나고 내가 사장을 겸직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나와 사업본부장 사이에 사장, 부사장 등 관료적 단계를 없애는 것”이라며 앞으로 일선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영 전권을 장악한 스트링거 회장은 네 개 사업본부의 책임자 네 명 중 세 명을 40대 젊은 간부로 발탁했다.
소니 내부적으로는 사장이 단칼에 물러나고 연공서열이 무시된 ‘혁명적인 인사'가 시작되었다. 스트링거 회장은 인사뿐만 아니라 생산체제에도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댈 계획이다. 구조적 비효율을 제거해 ‘소니다움'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 준 것이다. 스트링거 회장의 혁명적 구조조정이 과연 소니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해줄지 두고 볼 일이다.
- 차병석 /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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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불황기 마케팅 , 어떻게 할 것인가 (1).기업전략]확실히 공격하고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
이 주 형 금강오길비 360°플래닝 그룹 이사
우리는 지금 지난 수년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해 있다. 유동성 문제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거대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도산하면서 세계 주요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신속한 조치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연재 '불황기 마케팅,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불황을 기업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위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이번호는 그 첫 회로 불황기에 경쟁사를 공략하면서 소비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여덟가지 행동강령을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GDP가 6개월 연속 줄어들면 이를 ‘불황’이라고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854년 이래 4~5년에 한번씩 불황이 찾아왔고, 21개 OECD 국가들은 1960년 이래 112회의 불황을 겪었다. 이처럼 불황은 어느 때나 일어나는 일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불황이 오면 소비자들의 소비는 위축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제품군 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경제가 위축된다고 해서 소비 활동이 모두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1970년대의 경우 세계 23개국의 50개 제품군에서는 소비자의 브랜드 매출이 15% 가까이 상승했다. 아무리 경기 침체라 해도 소비자는 일상품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해외여행, 대형 TV 등 비일상적인 제품의 구매도 줄어들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꾸준하게 구매가 이루어진다. 결국 불황기에도 소비자들의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광고비 변화와 기업의 수익성 감소율(투자수익률)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1년 비엘과 알렉스의 ‘광고비 삭감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황기 기업의 투자수익률(ROI)은 21.9%에서 20.0%로 평균 1.9%P 하락한다. 그런데 광고비 지출을 약간 늘려도 삭감하는 경우에 비해 수익성 감소율의 큰 차이는 없다. 광고비를 20% 늘려도 투자수익률은 광고비를 삭감했을 때보다 0.1%P 감소하는 데 그쳤다.
물론 광고비를 충분히 늘릴 경우, 즉 100% 내로 인상할 경우의 투자수익률은 광고비를 삭감했을 때보다 1.1%P 떨어졌다. 이는 얼핏보면 과다한 광고비 지출이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ROI 하락을 두려워한 나머지 광고비 지출을 줄이면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기업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실제로 1974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 경기가 침체해 있을 때 포드는 광고비를 14% 삭감한 반면 시보레는 광고비를 확대했다. 그 결과 시보레의 시장점유율은 2%P 상승한 반면 포드는 하락했으며, 포드는 그 후로 상당 기간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하고 나서야 겨우 원래의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었다. ROI를 조금 희생하는 대신 광고비를 과감히 투입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불황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불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확실한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 불황기에 경쟁사를 공략하면서 고객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는 여덟 가지 행동 강령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불황은 약한 경쟁업체 퇴출의 기회,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투자 늘려야
⊙
첫째, 착한 기업으로 남지 말라. 불황은 약한 경쟁업체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절호의 찬스이다. 경쟁사가 여력이 없어 마케팅 비용에 투자하지 못할 경우, 이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경기가 회복되어도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업체의 어느 브랜드가 취약한지 살펴보고 이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얼마나 더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한다.
둘째, 약자를 찾아내라. 광고를 통한 매출 효과는 보통 3년 정도 지속된다. 따라서 경쟁업체가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 해도 당장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와 소비자와의 거리는 분명히 멀어질 것이며, 이는 6개월만 지나도 금방 표가 난다. 실제로 TV광고를 줄인 브랜드의 60%는 6개월 안에 브랜드나 브랜드 이미지의 약화를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경쟁업체에 대한 간단한 리서치를 통해 이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속하게 시장점유율을 높여라. 불황 때 마케팅 비용을 늘린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1920년대 이후 불황 속에서 성공한 모든 기업을 분석해 봐도 역시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평상시에는 다른 기업들도 똑같이 광고비를 늘리기 때문에 광고비를 확대해도 불황 때만큼 대폭적인 시장점유율 확보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황이야말로 평상시보다 더 높은 시장점유율 상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불황기에 마케팅 비용을 늘린 기업은 평상시로 돌아왔을 때, 경쟁기업들보다 3배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반대로 불황에 마케팅 비용을 감축한 기업은 불황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넷째, 가능성 있는 제품에 투자하라. 불황기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투자 방법이 두 가지 더 있다. 바로 제품 개발과 R&D에 대한 투자이다. 특히 경쟁업체의 마케팅 활동이 부진할 때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 개선을 이룬다면 소비자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불황기에 신제품 개발을 늘린 기업은 삭감한 기업보다 2.5배(2% vs. 0.8%) 가까운 시장 점유율 상승효과를 보았으며, 제품 개발비를 증대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시장 점유율이 0.8%P 더 높았다(힐리어, 토니 1999).
다섯째,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공가치를 바꿔라. 가치에 더욱 민감해진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에 더욱 탄력적으로 반응하고 결국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는 투자 수익률과 매출 대비 이익률과 같은 기업의 이익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가격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기업이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인식하는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광고점유율을 높일 경우, 소비자의 품질 인지도를 함께 높일 수 있으므로 제품 가치와 이익 모두가 개선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여섯째, ‘창의성’에 투자하라. 소비자의 대부분이 소비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의 취약한 마케팅은 신규 사업 진출, 새로운 브랜드 출시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큰 성공을 거둔 GE, 디즈니, HP, 마이크로소프트 설립과 애플 아이팟 출시는 모두 불황기에 이루어졌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불황기야말로 사람들에게 꿈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는 소비자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성적인 접근이나 메시지보다 감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소비자를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과거의 사례 분석을 통해 증명되었다. 모든 브랜드는 감성에 기초해 완성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광고도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360° 전방위 마케팅을 실시하라. 다수의 채널 활용 캠페인은 하나의 채널만 활용했을 때보다 캠페인 성공률이 높아진다(다채널 캠페인 성공률 65%, 단일채널 캠페인 성공률 58%). 전통적인 광고 채널만 사용하면 광고점유율이 10% 상승할 때 시장 점유율은 평균 1.1% 오르는 데 그치지만,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면 시장 점유율이 2.6% 오른다.
물론 TV매체를 활용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TV는 여전히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매체 중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TV매체를 활용한 광고 캠페인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66% vs. 49%). 추가로 여러 가지 BTL 채널을 동원하면 캠페인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하나의 BTL 채널을 활용할 때 효과가 55%라면 4개 이상의 채널이 동시에 가동될 때 그 수치는 무려 80%까지 치솟는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신개념 PR과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옵션을 적극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마케팅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마케팅예산 꼭 줄여야 한다면
많은 투자 필요한 작은 브랜드부터
⊙
여덟째, 수요 창출을 위한 활동과 단기 매출 증대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라. 불황기에 예산이 부족할 때 단기 매출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 프로모션(한시적 세일 행사나 프리미엄 쿠폰 발송, 보너스 상품 제공 등)의 유혹이 크지만 이러한 프로모션은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수요 창출과 가격 프로모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절박한 상황이라면, 마케팅 예산 중 무엇부터 감축할 것인가? 우선적으로 기업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큰 브랜드보다는 향후 많은 투자가 필요한 작은 브랜드를 선택하여 비수기에 마케팅 예산 투자를 줄여야 한다. 두 번째로 제품 라인 가지치기를 통해 정체된 브랜드를 파악하고 이러한 브랜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마케팅 투자와 이익간의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자는 다윈의 말과 같이 “강한 자도 똑똑한 자도 아니다.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자”다. 새롭게 변한 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금까지 추천한 행동 원칙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대응 전략을 세우고 묵묵히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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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업경영 핵심 이슈 4편] 조직문화 관리와 조직창의성 / 나름의 크고 작은 창의성 실천으로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하자
최근 많은 기업의 히트 상품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든 직원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큰 조직창의성이 구현되려면 조직의 풍토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커다란 창의성은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작은 창의성, 그리고 그러한 실천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반적인 조직 풍토에서 나온다. 서로 나누는 말 한마디, 서로의 좋은 측면을 보고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킬러앱을 창출할 수 있다.
조직창의성의 의미와 유형
창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조직창의성을 높일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이란 개인의 개성이나 튀는 행동보다는 규율과 협력이 중시되는 곳으로 창의성과는 일부 상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충을 극복하고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21세기 기업의 핵심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경영은 어렵게 생각하면 끝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천지창조만이 창조라고 한다면 창조는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남이 안 하던 방식, 나만의 색깔을 넣어서 조금만 새로운 측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일종의 창조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창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창조적 활동을 구분하는 유용한 도식이 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케리 운스워스(Kerrie Unsworth)가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회 저널인 지에 발표한 논문 (2001)의 도식에 따르면 조직창의성은 자발적이냐 지시에 의한 것이냐, 닫힌 문제냐, 열린 문제냐의 기준으로 다음의 넷으로 나뉘어진다.
1) 기대 창의성(expected creativity): 정형화되지 않은 광범위한 과제로서 조직이 공식적으로 지시한 경우, CEO 지시에 의한 조직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
2) 반응적 창의성(responsive creativity):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상사의 지시에 의해 수행하는 경우
3) 기여적 창의성(contributive creativity): 단순하고 정형화된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4) 적극적 창의성(proactive creativity): 정형화되지 않은 광범위한 과제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경우
과거 우리 기업은 주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에 따른 창의성 발현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거둬 왔다. 특히 기대 창의성의 경우 CEO의 의지를 받아들여 전사 차원에서 형성된 T/F가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 과제를 성공시키고 이를 통해 기회 선점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 기업만의 독특한 강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창의성의 유형이 경영진의 지시에 의한 것보다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GE, 구글, 애플의 히트 상품들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하고 전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밀고 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기업의 문제점은 창조적 역량이나 추진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아이디어 창출 및 실행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문화 관리 전략
결국 향후의 조직문화 전략은 어떻게 하면 ‘반응적 창의성(responsive creativity)'을 ‘적극적 창의성(proactive creativity)'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작은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파격적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이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조직은 작은 창의성에서 큰 창의성까지, 그리고 참신한 발상에서 현실적 문제 해결과 성과 창출을 위한 실행력까지 다양한 창의성의 스펙트럼을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성의 발원지가 조직의 상층부만이 아니라 전 계층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제안과 실행은 소수 엘리트만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조직창의성 구현에 큰 걸림돌이 된다.
물론 회사의 전략적 초점을 받는 큰 창의적 프로젝트에 모두 다 참여할 수는 없다.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디즈니의 경우 테마파크의 기획, 캐릭터 창출 등 전략적 과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달리, 시설/안전관리, 고객 대응 등을 담당하는 일반 직원의 경우는 엄격한 규정과 매뉴얼의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직원들도 자기 직분 내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들은 작은 창의성, 특히 상사가 지시하지 않은 자기 업무의 독자적 차별화, 즉 기여적 창의성(contributory creativity)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직원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규모가 큰 조직창의성이 구현되려면 조직의 풍토 자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 대문호가 나오려면, 개성 있는 아마추어 작가군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이백과 두보를 낳은 성당시대(盛唐時代)에 내로라하는 시인만 1만 명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군기가 잡혀 있는 상황에서 특정 연구실, 특정 조직만 경이적인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창의성이 존중받고 박수받는 조직 풍토, 프로와 아마추어가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 창의적 성과를 달성한다.
작은 창의성 실천에서 킬러앱 창출로
“나폴레옹의 군대에서는 졸병도 나폴레옹이 된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나폴레옹이 병사들을 지시에 복종하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보지 않고 전략과 전술의 실행자로 존중했음을 의미한다.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임직원을 만들려면, 우선 회사의 중요 정보가 소통이 되어야 하고, 임직원이 도구가 아닌 주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조직행동론에서는 임직원 간 관계의 질, 상호 존중,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가 창의성의 전제조건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커다란 창의성은 개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작은 창의성, 그리고 그러한 실천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반적인 조직 풍토에서 나온다. 서로 나누는 말 한마디, 서로의 좋은 측면을 보고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분위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킬러앱(킬러 애플리케이션: killer application)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 김은환 /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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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Smart Work Better] 창의성 원하면 인식의 틀 바꿔라 (DBR)
“사람은 누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잘’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요리에 대가가 있듯이 사고에도 ‘달인’이 있다. 달인은 여러 정신적 재료로 맛을 내고 섞어 조합하는 일에 도통한 사람이다.”(‘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우리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낸 사고의 ‘달인’을 가끔 접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현상의 핵심을 잘 간파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공에 필수적인 ‘사고의 기술(thinking skill)’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인크루트와 함께 직장인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회사에서 사고의 기술에 대해 교육받았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불과 7%에 그쳤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기술을 배웠다는 응답자도 극히 소수(4%)였습니다. 물론 직장인의 88%는 “사고의 기술을 익히면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훈련을 통해 사고능력을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루트번스타인 부부도 “사고의 대가가 되려면 필요한 도구의 용법을 익히고, 정신적 재료의 요리법을 배우면서 실력을 키우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누구라도 탁월한 사고 능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텔과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이 조직원들에게 사고 방법을 교육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DBR은 이번 스페셜리포트로 사고의 기술을 키울 수 있는 세 가지 핵심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창의적 사고는 아이디어 창출 과정, 전략적 사고는 실제 전략 수립 과정, 시각적 사고는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히 하는 데 각각 도움이 되는 방법론입니다. 이번 기획이 독자 여러분의 사고력 증진과 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미국 하버드대에서 ‘Mark I’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그레이스 호퍼는 일반인에게 ‘나노초(nano second: 나노초는 10억분의 1초이며, 슈퍼컴퓨터 내부 시계의 기본이 되는 시간 단위)’의 의미를 설명할 예정이었다. 사람들에게 “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입니다”라고 말하더라도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감을 잡지 못할 것 같아서 그녀는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런 시계 산업의 지형을 바꾼 것은 바로 일본의 전자시계다. 1950년대 전자공학이 발전하면서 일본 사람들은 시계를 이전과 달리 전자제품으로 바라봤다. 이후 값싼 전자시계가 대량으로 사람들에게 판매되면서 시계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더 이상 시계를 만들어서는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았다.
2. 다이아몬드 사고법
출처 : 동아비즈니스리뷰(DBR) - www.dong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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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7편] 월트 디즈니 / 창의성 잃었을 때 회사도 위태, 디즈니의 ‘창의성 회복’ 작전
창의성이 생명인 곳에서 창의성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조직은 위태로워진다. 상상과 공상의 나라 디즈니, 가장 창의적인 곳이 되어야 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창의성을 잃어버리자 기다렸다는 듯 위기가 찾아왔다.
두 번의 위기를 맞았을 때 디즈니는 마이클 아이즈너와 로버트 아이거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힘겨운 고비를 넘겼다. 낡은 리더십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그 두 번의 위기를 이긴 핵심은 바로 ‘창의성 회복'이다.
국내 캐릭터 상품의 시장 규모가 연간 4조 원대라고 한다. 그런데 월트 디즈니가 만든 캐릭터 상품 하나가 연 6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바로 ‘미키마우스'다. 미키마우스의 상품성은 현대자동차의 대표 차종인 ‘그랜저'를 30만 대 수출한 것과 같은 경제효과를 갖고 있다.
미키마우스의 위상은 대단하다.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그림이 그려 있는 상품을 좋아하느냐'고 물어 보면 반드시 나오는 대답이 미키마우스다. 여기에 ‘도날드 덕', ‘구피' 등 디즈니가 만든 어린이들의 친구들이 꽤 많다. 이 뿐인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 어린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어디로 놀러 가고 싶으냐”고 물어 보면 주저 없이 ‘디즈니랜드'라고 대답한다.
1928년 만화제작자 월트 디즈니가 세운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변신하며 8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많은 글로벌 기업이 그러하듯 디즈니도 위기 국면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위기가 찾아온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창의적인 곳이 되어야 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그 창의성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과의 불화도 새로운 어려움을 낳았다. 과연 디즈니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마이클 아이즈너, ‘공쇼'로 직원들의 숨겨진 창의성 끌어내
디즈니는 두 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첫 번째는 창업주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후에 찾아왔다. 1966년 탁월한 능력과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기업을 이끌었던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뒤 후계자들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의사결정력이 떨어지면서 창의적인 사업 대신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운용에 치중했다.
부실경영의 여파는 1980년대 초반에 찾아왔다. CBS가 1954년부터 방송해 오던 디즈니 방송을 끊으면서 텔레비전과의 인연이 사라졌고, 당시 인기를 끌었던 <스타워즈>에 완전히 밀려났다. 디즈니는 미국 중년의 사라져 가는 브랜드로 인식됐다.
1979년 시장점유율은 4%로 7개 대형 영화제작사 중 꼴찌로 전락했다. 1980년 1억 5,000만 달러에 달하던 이익이 1983년에는 9,000만 달러대로 하향곡선을 그렸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있는 놀이공원 입장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선 ‘월트 디즈니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파다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한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이다. 파라마운트사에서 전격 영입된 아이즈너 회장이 디즈니를 구한 비법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바로 ‘창의성 회복'이다. 그는 디즈니에 영입되자마자 비전부터 다시 세웠다. 5년의 장기 계획을 세워 매년 열두 편의 영화와 한 편의 만화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그 뒤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공쇼(Gong Show)'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공쇼는 1970년대 유행한 미국의 TV 쇼 이름. 아마추어들이 자유롭게 춤이나 노래 실력을 겨루는 무대였다. 이를 본떠 모든 직원들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했다. 모든 임직원들이 1년에 세 번의 공쇼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늘어진 조직문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숨어 있던 직원들의 창조성을 되살렸던 것이다.
또 본업에 충실했다. 영화와 테마파크에 몰두한 것이다. 특히 영화산업에 매진했는데 한 영화의 성공이 엄청난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5년 주기로 극장에서 재개봉하던 기존의 영화 전략을 폐기하고 새로운 영화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그는 미키마우스로 상징되는 디즈니의 브랜드 파워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 사업을 추진했다. 아이즈너 회장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 히트 작품을 잇따라 내놓을 수 있었다. 그가 위기 극복에 매진하는 동안 1984년부터 1997년까지 이익은 16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시가총액도 20억 달러에서 670억 달러로 껑충 끌어올렸다.
후임 로버트 아이거, 제작자 아이디어 최대한 존중
그런데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엔 아이즈너 회장 자신이 위기를 자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년 이상 재직하는 동안 그토록 강조했던 창의적인 조직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그는 독재자처럼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했다. 디즈니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 작품을 직접 선택했고, 심지어 디즈니 건물의 커튼 색깔까지 자신이 고를 정도로 지나친 개입이 계속되자 눈총을 받았다. 결국 아이즈너 회장은 내부 직원들의 반발과 경영진과의 다툼으로 인해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2005년 사임했다.
다행스럽게도 후임자인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한 번 창의성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ABC방송 기상캐스터에서 출발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그는 아이즈너 밑에서 일할 때 그의 문제점을 잘 알았고, 전제통치의 대명사로 불렸던 전략기획그룹을 해체했다. 아이즈너 회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매사 뒤편에 서서 사람들을 독려했고, 말을 아끼고 주변의 말을 경청했다. 또한 제작자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존중해 사업을 추진했다.
그의 리더십으로 인해 창의적인 회사 분위기를 해치는 관료적 경영이 점차 사라졌다. 테마파크, 리조트, 스튜디오 등 각 사업부 단위는 스스로 권한을 갖고 책임 있게 일하게 됐다. 톰 스택스 월트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로버트 아이거는 신중한 자유방임형 스타일로 임직원의 잃어버린 창의성과 조화를 다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디즈니 영화 프로덕션 파트너사인 픽사 애니메이션과의 관계를 회복시켰고, 나아가 2006년 1월 스티브 잡스 애플 CEO로부터 픽사 지분을 모두 인수해 애니메이션 분야의 위상을 굳건히 다졌다. 아이거 회장이 아니었더라면 사무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다닐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재기 발랄한 픽사 직원들이 월트 디즈니의 압력에 눌려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이기도 하다.
아이거 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 실적은 다시 상향세로 돌아섰다. 월트 디즈니의 2007 회계년도(2006년 10월~2007년 9월) 순이익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어나 그가 부임한 2005년 회계연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이러한 성장은 그가 창의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마케팅 목표 계층을 기존 유아 중심에서 10~20대, 나아가 중·장년층으로 확대시킨 것이 주효했다. 예를 들어 2006년 디즈니 채널에서 방영돼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TV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을 실제 뮤지컬과 콘서트, 아이스쇼 등으로 새롭게 각색해 총 1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방대한 양의 실증 조사를 통해 ‘단기간에 성장한 기업들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지만, 위대한 기업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전환점을 거쳐 도약한다'고 했다. 그 전환점이란 바로 ‘위기와 극복의 모멘텀'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디즈니는 두 번의 위기를 맞아 마이클 아이즈너와 로버트 아이거라는 다소 다르지만 뛰어난 리더의 리더십으로 힘겨운 고비를 넘겼다. 낡은 리더십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으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위기를 극복한 경우이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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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 시대 2편] 가구 디자인 트렌드 / 예술과 디자인의 벽을 허물고 창의성을 담는다
이런 현상은 미술시장(아트페어)과 경매 등에서 예술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rt)이라는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선두에 있는 디자이너의 작품들과 세계 최대의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소개된 가구들을 통해 세계적인 가구 디자인 트렌드를 이해해 보자.
20세기 디자인의 변천사는 가구 디자인, 특히 의자 디자인이 그 흐름을 주도해 왔다. 의자 디자인의 변천사에는 각 시대의 디자인 미학, 기술, 소재,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어 왔다.
한편, 의자 디자인은 건축가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고 그들 건축의 완성을 의미했다. 따라서 20세기 의자 디자인은 건축가들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건축 디자인과 함께 발전했다.
모던 시대를 여는 의자로서 건축가 게리트 리트벨트의 ‘레드블루 체어'는 몬드리안의 신 조형주의 미학과 조형으로서의 가치, 공간의 완성을 보여 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유기적 형태들의 다양한 의자들은 기술적 낙관주의와 편안한 미래에 대한 열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1980년대 멤피스 디자인 그룹에 의해 주도된 포스트모던 디자인은 세기말에 대한 염세주의를 ‘다양성'과 ‘절충'으로 해석하고 그 의미를 의자를 비롯한 다양한 가구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예술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rt) = 기능성 + 미학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예술과 디자인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특히 가구 디자인 분야에서 그 흐름은 더욱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나 시험작(Proto Type)들이 갤러리에 수집되고 있으며,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가구는 기능적인 제품이 아니라 미학을 지닌 예술품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미술시장(아트페어)과 경매 등에서 예술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rt)이라는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선두에 있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이 세계적 흐름을 이해해 보자.
▶ 마크 뉴슨(Mark Newson)
2006년 디자인/마이애미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마크 뉴슨(Mark Newson)은 예술로서의 디자인(Design as Art)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뛰어난 미학에 기술이 결합된 그의 디자인은 가구를 비롯해 무한한 영역을 넘나든다. 그의 데뷔작 ‘록히드 라운지(Lockheed Lounge)'는 뉴욕 소더비에서 현존하는 디자이너 작품 중 최고가에 낙찰되었다.
이것은 21세기 현대 디자인이 산업 디자인 시장에서 예술 디자인 시장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중심에 가구 디자인이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 론 아라드(Ron Arad)
예술로서의 가구 디자인으로 유명한 또 다른 인물은 영국왕립예술학교 제품디자인대학장 론 아라드(Ron Arad)이다. 그는 올해 가나아트 전시와 리빙페어를 통해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인물이다. 금속의 차가움을 조형성으로 극복하고, 다양한 실험과 가능성 제시로 아트로서의 가구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최근 그의 작업은 금속 외에 인조대리석, 실리콘, 아크릴 등의 다양한 재료로 표현된다. 예술로서 갤러리를 통해 전시된 그의 가구는 모로소(Moroso)라는 이탈리아 가구업체에 의해 대량생산되어 생활공간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 자하 하디드(Zaha Hadid)
2008 서울디자인올림픽을 통해 소개된 이라크 출신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 역시 디자인 아트의 대열에 있다. 그녀의 작품은 물 흐르듯 유동적인 형태에 다중적인 관점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커브와 조형성, 무중력 공간을 연상시키는 무한한 변화와 유기적 표현은 가구 디자인의 기능과 함께 조각적인 오브제로서의 예술적 가치를 보여 준다.
▶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디자이너들은 한동안 유행했던 매끈하고 미니멀한 모더니즘 경향을 탈피해 ‘표현주의(Expressive)'와 ‘감성주의(Emotional)'적 요소를 추구하고 있다. 멤피스 디자인의 부활이라고도 평가되는 초대형(Super Size) 디자인과 화려한 색채, 패턴을 통해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와 즐거움을 선보인다. 네덜란드의 산업디자인 업체 ‘반더스 원더스(Wanders Wonders)'를 운영하고 있는 마르셀 반더스는 스스로 작품 제작에 참여해 감성과 혼을 담고 있다.
21세기 디자인 트렌드 '밀라노 가구 박람회'
21세기의 디자인 트렌드 역시 가구 디자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1961년 최초로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밀라노 주변 외곽도시에 위치한 ‘The New Rho-Pero Exhibition Complex'에서 개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2,500여 개가 넘는 디자인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는 행사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패션과 가구는 물론, 자동차와 패션, IT제품과 럭셔리 디자인의 만남 등 영역을 파괴하는 다각적인 디자인 제휴를 통해 더욱 강력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추구하고 있으며,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보여 주는 장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가구 디자인은 자연주의(Naturalism), 선명한 색채(Vivid Color), 믹스 앤드 매치(Mix & Match), 유연한 모듈(Flexible Module),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으로 요약된다.
⊙ 자연주의(Naturalism) - Pattern & Motive
자연을 모티브로 한 패턴으로 자연 영상물을 보는 듯하다. 종이, 꽃, 나뭇결, 자연현상 등을 그대로 살린 사실적인 패턴들을 사용한다. 특히 가위로 오려 낸 듯한 디테일은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Sense)과 감성(Emotion)을 보여 준다. 식물은 ‘인간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환경을 규정한다'는 디자인 컨셉트(Inspired by Plants)를 잘 반영하고 있다. 또한 동물의 형상 그대로를 조각으로 표현한 램프는 익살스러움까지 보여 준다.
⊙ 선명한 색채(Vivid Color)
빨강, 노랑, 주황, 초록, 파랑 등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채의 화려함이 나타난다. 원색의 선명하고(Vivid) 따뜻한 느낌을 살린 색채들은 자연을 옮겨 놓은 듯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카림 라시드(Karim Rashid)의 작품은 디지털 색상을 재현하였으며 그의 유기적 디자인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탈리아 가구업체인 카르텔(Kartell)의 디자인은 원색과 재료의 투명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독특한 질감과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 믹스 앤드 매치(Mix & Match) - Material
여러 제품군을 넘나들며 사용되는 다양한 소재의 탐구가 보인다. 가죽, 털,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 특히, 실리콘(Silicone) 소재와 같이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의 소재 사용이 확대되었고, 이는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나무, 종이, 패브릭, 펠트와 같은 자연 소재와 함께 자연스러운 느낌을 더할 수 있는 폴리에스터 소재도 등장했다. 또한 기존에 흔히 사용됐던 소재라도 그 가공 방식이 매우 다채로워 새로운 느낌을 준다.
⊙ 유연한 모듈(Flexible Module)
모듈 디자인의 발전은 현대인의 다양한 욕구, 개성, 소유욕에 대한 반영이며, 새로운 재료의 개발과 발견 그리고 적용에 의한 것이다. 유연하면서(Flexible) 개인주의적인 모듈 디자인은 앞으로도 노마드(Nomad)적인 미래 공간에 맞게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로낭과 에르완 형제의 ‘Algues'는 식물의 형태를 본뜬 연성 플라스틱을 소재로 사용해 사용자에 의해 변형 및 확장이 가능하다. 또한 칸막이나 벽도 바람과 빛이 통과하는 친환경적 공간 표현이 가능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이것은 자신만의 것을 열망하는 현대인들의 니즈(Needs)가 결합된 디자인이다.
⊙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
21세기 지속가능한 가구 디자인은 환경적 의미의 자연친화적 디자인, 경제성이 반영된 재활용, 재사용, 재생에 의한 디자인, 윤리적 의미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의 조화를 통해 생명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디자인, 사회적 의미로 다문화(Multi-Culture)와 수공예(Craft)에 대한 이해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드루그 디자인(Droog Design)의 전시(Touch of Green)는 에너지 절약과 재활용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21세기 가구 디자인 트렌드를 크게 나누어 살펴 보았지만 앞으로의 디자인은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다양성의 원인은 디자인 영역에 예술적 접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진보된 기술과 재료의 개발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Needs)와 환경에 대한 배려 등도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디자인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20세기에는 현대 미술이 그 시대 디자이너에게 큰 영향을 미쳤지만, 21세기 디자이너들은 그들 자신이 예술과 디자인의 벽을 허물고 창의적인 예술가로서 대중의 문화를 형성하는 문화적 코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백은 /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교수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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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편] 세상은 창의성을 사고 판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편] 세상은 창의성을 사고 판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뒤숭숭한 요즈음, 이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조직의 힘에서 나오며 이 힘의 원천은 사람이다. 개인과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다섯 가지 비밀 코드를 풀어 본다. <편집자 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인간의 마음에서 자란다. 과학소설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지만, 제아무리 날고뛰는 첨단기계라 할지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창의성에 의존하는 산업계는 영원히 창의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창의성은 이제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시장을, 자본을,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적인 사람들은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 그들은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까. 음악, 광고, 스토리, 디자인, 패션 등의 분야는 어떻게 새로운 영감을 끄집어내는 것일까.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야망, 금전, 명성, 성취감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일까.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관리하며 통제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규율과 제약이 있는 조직 내부에서 그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참으로 미묘하고 어려운 질문들이다. 어떤 경영전문가도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다. 우선 창의성이란 개념부터 모호하고 다의적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도 쉽지 않다. 혹자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학식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창의성을 최고조로 이끌어 내고 관리하는 기술(역량) 역시 경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다.
알면서도 속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창의성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텔레비전을 보고, 옷을 사 입고 잡지와 신문, 서적을 읽고, 가구와 집기를 구매한다. 보다 맵시 있는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전시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우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주변에 널려 있는 창의성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즐긴다. 비용-편익 구조에 웬만큼 익숙해진 이들조차 알면서도 광고에 속아 넘어간다.
특급호텔 수영장에서 파는 ‘학창시절 추억의 라면'은 2만 원, 동네 분식점에서 파는 계란라면은 2,000원이다. 그런데도 특급호텔의 라면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 열 배나 비싼데도 말이다. 특권의식이나 허영심 때문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호텔측이 메뉴에 그냥 ‘라면'이라고 했다면 ‘바가지를 씌운다'는 원성을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특급호텔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그냥 라면이 아닌 ‘학창시절 추억'을 구매하는 기분으로 2만 원을 지출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청년시절 갖은 고생을 거쳐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된 재력가들의 경우다. 수영장 벤치에 편안하게 기대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과거의 역경을 떠올리며 오늘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면 2만 원이라는 돈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호텔 역시 고객들의 그런 심리나 성향을 간파했을 게다. 결국 호텔이 팔고 있는 라면은 라면에 담긴 고객들의 정서와 추억인 셈이다. 호텔 라면은 요리사의 솜씨가 아니라 창의성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기계는 창의성을 만들지 못한다
창의성은 우리가 소비하는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와는 전혀 다르다. 대량생산 사회가 배출해 내는 제품은 대부분 규격화·표준화되어 있다. 하지만 창의성은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화할 수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인간의 마음에서 자란다. 과학소설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지만, 제아무리 날고뛰는 첨단기계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창의성에 의존하는 산업계는 영원히 창의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례는 또 있다.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 가방 ‘스피디 30'은 명품치고는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이 들고 다니기엔 ‘2%'가 부족했다. 물건을 넣고 빼기엔 편리하지만 디자인이 단순한 게 문제였다. 해법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내놓았다.
2005년 봄 시즌에 맞춰 루이비통이 선보인 ‘맨해튼 PM'을 통해서다. 이 가방은 포켓 두 개가 나란히 있어 마크 제이콥스의 작품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광고 모델로는 도시적 이미지의 배우 우마 서먼이 기용됐다. 루이비통 특유의 모노그램에 실용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맨해튼 PM은 스피디 30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두 제품은 사실 생산 원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 맨해튼 PM에 더 들어간 재료가 있다면 몇 개의 금속 정도이다.
그렇다면 루이비통은 무엇을 판 것일까. 바로 ‘이 가방을 들고 뉴욕의 맨해튼을 걸어도 더 이상 촌스럽지 않고 꿀리지 않는다'는 스토리였다. 새로운 부가가치는 이런 점을 젊은 여성들에게 알릴 수 있는 힘에 있었던 것이다.
노키아의 고가 브랜드인 ‘버투 어센트(Vertu Ascent)'는 중가폰인 ‘노키아 550 스포트 뮤직'과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무려 15배나 비쌌다. 소비자들은 외장의 일부를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마감한 버투 어센트에 무려 4,200달러를 더 지불했다. 생산원가 차이는 얼마되지 않지만 디자인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수천 달러에 달했던 셈이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올림푸스가 제품이 아닌 ‘추억'을 팔아 초기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비결은 광고에 있었다. 올림푸스는 처음엔 제품의 기능을 부각시킨 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보다는 그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억과 사연에 관심이 더 많았다.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만든 후속 광고는 이런 측면에서 적중했다.
루이비통, 노키아, 올림푸스는 모두 가방, 휴대폰, 디지털카메라라는 ‘컨테이너'에 스토리, 디자인, 추억과 같은 ‘콘텐츠'를 담아 팔았던 것이다. 하드(Hard)는 거의 그대로인데 어떤 소프트(Soft)를 더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그렇다면 이런 제품들을 가능케 했던 창의성의 요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연구한 학자들이 의외로 많다.
창의성을 학문의 틀에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사람은 헝가리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다. 그는 <창작의 예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창의적 과정을 ‘이연현상(Bisoci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연현상이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것이다.
케슬러는 난데없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식의 아이디어 탄생 논리를 거부했다. 대신 변화는 때때로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존재하는 현상이나 사실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관계,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를 창조하는 과정이 이연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근거하면 뉴턴이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을 연결한 것이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 이론을 얻었다는 얘기에 수긍이 간다.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과 곰팡이 역시 마찬가지다.
케슬러가 유럽에서 이연현상 이론을 정립할 때 미국에서는 창의성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러시아와의 우주개발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상상력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들은 인간이 갖고 있는 두 뇌(좌뇌, 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좌뇌는 주로 ‘논리적인' 사고(수학, 언어, 분석, 추론 등)를 하고 우뇌는 ‘창의적인' 사고(상상, 색상, 음악, 리듬 등)를 한다는 것. 실제 몇몇 실험결과에 따르면 두뇌의 두 반구는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심지어 외과수술을 통해 분리해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창의성을 사고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이도 있다. 1950년대의 저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고든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창의성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분석을 통해서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바꾸려고 시도하는 마음의 기능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낯선 것에서 불편과 위협을 느낀다. 마음은 낯선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패턴으로 만들거나 그것의 기하학 체계를 바꿔서 수용하려고 한다
… 근본적으로 참신한 것은 새로운 시각,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관건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은 새로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마음의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이 낯선 것과 교감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분출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 모든 설명들은 창의성의 개념을 한마디로 일목요연하게 정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 하지만 늘 우리 생활 가까이 존재하고 오늘날 경제적 선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준이 바로 창의성인 것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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