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의 디자인경영이 제일 잘 반영돼 있는 분야는 바로 휴대전화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은 지난 2005년 적자를 기록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복잡한 기능을 생략한 대신 심플한 감성 디자인을 강조한 블랙라벨 시리즈 ‘초콜릿폰’ 출시를 계기로 분위기를 반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초콜릿폰은 지금까지 1800만 대가 팔렸다. 이후 휴대전화 외관에 플라스틱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을 적용해 소재의 디자인을 차별화한 ‘샤인폰’, 명품 브랜드와의 결합을 통해 휴대전화의 패션디자인 시장을 개척한 ‘프라다폰’ 등 감성 디자인 제품을 계속 출시하며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LG화학의 인테리어자재 사업은 예술작품을 벽지, 창호 등에 결합한 아트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며 건설 경기의 계속된 침체에도 경쟁사와는 달리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벽지 ‘지인 모젤’은 기존 제품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늘었다. 얌전했던 과거 스타일을 벗어나 화려한 꽃무늬, 큼지막한 기하학 무늬 등의 디자인 차별화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은 오휘, 후, 이자녹스, 수려한 등 4대 전략 브랜드가 2005년 이후 연평균 24%의 고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을 강화한 덕분이다.
올해 디자인 부문에 1000억원 투자
LG가 고객가치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디자인경영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급변하고 있는 외부 경영환경 속에서 디자인은 기술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기술혁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새로운 성장 돌파구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LG는 계열사별로 디자인 조직을 철저하게 고객 지향적으로 바꿔 나가는 한편 내부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외부적으로도 선진 디자인 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는 올해 디자인경영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 2006년 780억원, 2007년 880억원에 이어 매년 100억원 이상씩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또 디자인 인력도 대폭 확충한다. 지난 2006년 600명, 지난해 640명이던 디자인 인력을 올해는 700명 규모로 늘려 디자인 맨파워를 강화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6일 계열사 최고경영진 및 디자인 부문 최고책임자들과 함께 역삼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서 ‘디자인 간담회’를 가진 구 회장의 지시다.
LG 측은 LG전자가 휴대전화·TV·생활가전제품의 전 세계 연령별·지역별·계층별 소비자 연구를 통한 감성디자인, LG화학이 주거공간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테리어자재 디자인, LG생활건강이 화장품의 연령별로 차별화된 디자인에 투자를 집중하는 등 ‘고객 인사이트’를 반영한 디자인을 창출하는 데 자원을 집중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 연속 디자인센터 방문한 구본무 회장
LG가 디자인 부문의 투자와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구 회장의 디자인경영에 대한 3년에 걸친 강력한 실천의지 때문이다. 구 회장은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통해 LG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강력한 디자인경영 추진 의지를 밝혀 왔다. 매년 LG전자와 LG화학의 디자인센터를 방문해 디자인전략을 직접 점검하고 있는 것은 실천의지의 일환이다.
지난 5월6일 역삼동 LG전자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3시간에 걸친 디자인 설명을 일일이 듣고 질문을 하는 관심을 보였다. 구 회장은 LG전자 디자인센터에서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등 3개 분야의 고객 인사이트를 강조한 디자인 제품을 살펴보고 각 분야 디자인연구소장들로부터 구체적인 디자인전략에 대해 보고받았다.
이날 구 회장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에서 전시한 100여 개의 미래 선행 디자인 제품들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는 한편 제품을 설명하는 디자이너들을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의 뒤를 이을 블랙라벨 시리즈 휴대전화와 검정색 일색이었던 TV 디자인에서 탈피해 강렬한 레드계열의 색상을 도입한 스칼렛 LCD TV 및 슬림함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강조한 보보스 PDP TV의 후속 모델,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적용한 아트디자인 에어컨, 냉장고 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구 회장은 “미래 변화를 주도할 최고의 경쟁력은 디자인”이라며, 디자인 책임자들에게 “고객이 원하거나 필요로 한다고 느끼기 전에 고객의 마음을 미리 움직일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쓰기 편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해서 직접 판매로 연결돼 이익이 나야 3사간 시너지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구 회장이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접 디자인을 주문해 개발된 제품도 있다. 지난 2006년 LG전자 디자인센터 방문 시 버튼 크기를 크게 하는 등 중장년층 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높인 차별화된 휴대전화 디자인을 직접 제안했다. 이 제안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끈 ‘3040폰’, 일명 ‘와인폰’의 탄생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열린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참석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배터리, 신약 등 고객가치 혁신 측면에서 개발된 제품들을 직접 살펴보며 “휴대전화 개발 시에는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 손가락 크기까지 다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고 연구원들에게 제안했다. 세계 각 지역별로 고객들의 손가락 크기가 다르므로 휴대전화 키패드도 R&D단계부터 고객들의 손가락 크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과 더불어 계열사 최고경영진도 디자인경영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4월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2010년 글로벌 톱3’ 달성을 위한 6대 전략 방향 중 하나로 ‘기술혁신과 디자인 차별화’를 꼽고,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초콜릿폰, 샤인폰, 아트디오스 등과 같이 디자인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도 “LG생활건강의 혁신 전략은 바로 디자인이며,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이 핵심 역량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디자인의 핵심인 크리에이티브 활동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조직문화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구 회장의 디자인경영에 대한 의지는 LG 디자인 부문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3개사가 참여해 운영하고 있는 ‘LG디자인협의회’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LG디자인협의회는 지난해 7월 출범해 지금까지 미래의 주거공간 디자인 트렌드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표면소재 디자인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TV·냉장고·세탁기 등 생활가전제품과 벽지·바닥재 등 인테리어제품, 화장품 등 생활용품 디자인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LG 디자인 유나이티드 존(LG Design United Zone)’은 1년 남짓한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한 공간이다. 주거공간과 조화된 일관된 컨셉트의 디자인을 가전제품과 인테리어 자재, 생활용품 등에 적용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주거공간으로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올해 LG전자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 회장은 ‘LG디자인협의회’의 1년여 간의 성과를 직접 점검하고 ‘LG 디자인 유나이티드 존’을 관심 있게 살펴보면서 “LG화학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표면소재 분야에서 개발한 신제품을 LG전자의 냉장고나 에어컨,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용기 등에도 적용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해오던 개별 제품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객의 생활공간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총체적인 디자인에 힘을 쏟아 달라”고 당부했다.
디자인 조직, 철저하게 고객 지향적으로
LG는 디자인경영의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 조직의 강력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디자인 창출을 위해 고객 지향적으로 조직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개발 초기단계부터 디자인을 주축으로 상품기획, 설계, 마케팅 등 관련 부서가 협업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하고 감성적 유대를 이끌어내는 디자인 창출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또 해외 디자인 조직도 지역별 고객 특색에 맞게 바꿔 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센터는 2~3년 후 시장을 선도할 선행 디자인 컨셉트 개발에, 중국 베이징과 미국 뉴저지는 현지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디자인 창출에, 일본 도쿄는 소재·컬러 등을 통한 표면처리 디자인 기술연구에 각각 조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LG화학은 2006년 강남 논현동에 242㎡(800평) 규모의 인테리어 토털 전시장인 ‘LG화학 인테리어 디자인센터’를 개관했다. LG화학에서 생산하는 창호, 바닥재, 벽지 등 각종 인테리어 자재를 전시함은 물론, 이곳을 고객의 소리를 듣는 창구로도 적극 활용해 제품 디자인에 고객의 목소리를 즉각 반영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별도의 공간에 위치했던 LG화학 디자인연구소도 전시장과 같은 공간으로 옮겼다. 또 지난해 건축자재의 해외 최대 시장인 중국 현지에 디자인연구소를 개설하는 등 해외 디자인 조직의 역량 강화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도 디자인센터 조직을 완전히 크리에이티브 중심으로 바꾸고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디자인 창출을 목표로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의 개발 및 관리 업무를 과감히 축소,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잠재된 고객 니즈를 발굴하는 크리에이티브 활동에만 역량을 집중하도록 업무를 조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 육성
내부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해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할 수 있는 제품 컨셉트를 만들어내는 수준의 ‘슈퍼 디자이너(Super Designer)’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슈퍼 디자이너는 임원급의 파격적인 보상으로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명예를 누리게 된다. 지난 2006년 도입한 슈퍼 디자이너 제도는 구 회장이 LG전자와 LG화학의 디자인센터를 방문하면서 “디자인 인력에 대한 명확한 보상과 처우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후 신설됐다. 슈퍼 디자이너로는 초콜릿폰 개발의 주역인 차강희 LG전자 상무, 판타지 모니터의 디자이너 박세라 LG전자 디자인센터 책임연구원 등이 선발됐다.
올해부터는 우수 디자이너들을 해외 선진 교육기관에 파견하는 등 ‘슈퍼 디자이너 후보군 과정’을 운영해 슈퍼 디자이너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한편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UI(User Interface) 등 전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를 영입할 계획이다.
LG화학은 글로벌 디자인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 성과가 탁월한 핵심 인재급 디자이너를 선발해 이탈리아 등 디자인 선진국의 교육기관에 1년간 파견하는 ‘HPD(High Performance Designer)’ 제도, 국내 디자인 인력을 중국 등 해외에 파견해 현지 완결형 디자인 개발을 위한 지식 및 경험을 축적하게 하는 ‘지역 디자인 전문가’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채용부터 우수 디자이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젊은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채용하고 있으며, 우수 디자이너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운영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 및 선진 디자인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고객에게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은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항공, 자동차, 가구, 주방기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10여 개 해외 디자인 업체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뛰어난 디자인을 갖춘 휴대전화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LG화학은 중국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디자인 네크워크를 구축, 이를 통해 전문 디자이너 풀(Pool)을 구성해 디자인의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디자인 연구소 내에 프로젝트팀인 GDM(Global Design Marketing)팀을 신설, 선진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를 다각도로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전략 시장별 맞춤형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7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아웃소싱전략팀을 구성, 유명 디자이너 및 디자인 회사와의 프로젝트, 우수 엔지니어링 업체와의 신기능 개발, 디자인 트렌드 조사 등 전략적 아웃소싱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자녹스 셀리언스’ 라인을 선보였으며, 또 프랑스의 손꼽히는 디자인 업체인 ‘에스떼뜨(Aesthete)’와도 제휴를 맺고 새로운 화장품 라인을 개발 중이다.
국내외 각종 디자인상 휩쓸어
이 같은 구 회장의 디자인경영은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하는 각종 디자인상을 LG 제품들이 휩쓰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LG는 국내외에서 총 80건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2005년 41건, 2006년의 58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실적이다. 또 올 초 산업자원부 선정 ‘차세대 디자인 리더’ 31명이 뽑은 ‘아트디자인 베스트 5’에는 LG전자 프라다폰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LG화학의 붙박이장 슬라이딩 도어가 3위, LG전자 휘센 에어컨이 4위를 차지하는 등 LG 제품 3개가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아트디자인은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 벽지 등을 예술가나 유명 패션회사와 함께 만들어 제품에 예술을 입히는 것으로 최근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세계 양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상(reddot Design Award)’과 ‘iF디자인상(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을 휩쓸었다. 독일 에센디자인센터가 수여하는 ‘2007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프라다폰이 대상인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the Best)’를 수상하는 등 업계 최다인 29개 제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독일의 산업디자인협회가 주최하는 ‘iF 디자인 어워드 2007’에서도 21개 제품이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Interview
김선규 LG전자 DA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원
“디자인경영 선포 이후 디자이너들 신바람 나게 일한다”
LG전자가 지난해 에어컨 부문에서 3년째 1000만 대 이상 판매실적을 올리며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LG전자의 휘센 에어컨은 지난해 6185만 대 규모의 전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19.8%에 달하는 1228만 대를 판매해 2000년 이후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1968년 에어컨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7058만 대를 기록했으며, 2008년 누적판매 1억 대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선규 LG전자 DA연구소 책임연구원은 “7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하며 독자 브랜드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기반은 ‘디자인’ 때문이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LG전자 내 몇 안 되는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추천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는 에어컨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외 예술작가 작품을 접목한 외관 디자인이 판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6일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구본무 회장은 휘센 에어컨 디자인을 보고 “예술이네”라고 딱 한마디 했다고 한다.
- 가전제품 등에 아트적인 요소를 접목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최근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소비생활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많아지고 있다. 에어컨의 경우 음향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외관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예술작가의 작품을 에어컨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접목해 아트오브제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작가 외에 국내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작가들의 호응도 좋다.
- 예술작품을 가전에 접목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2006년 히트 친 삼족오 문양의 ‘오리엔탈 골드(Oriental Gold)’ 디자인은 우리만의 뭔가를 찾아보자며 시도한 것이다. 당시 경영진은 디자인에 대해 일반적인 트렌드와 동떨어져 너무 위험하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자인팀의 의견을 결국 경영진이 받아 들였다.
이후 드라마 <주몽>에 삼족오 문양이 나오면서 대히트를 쳤다. 새로운 발상의 접근이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고,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높였다. 한 번 사고치고 나자 소비자뿐만 아니라 경영진으로부터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대가 커졌다. 그리고 기획한 게 아트디자인이다. 신선하고 참신한 국내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제품 디자인에 접목했다.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작품을 찾기 위해 서울, 경기 지역에 있는 290여 갤러리를 모두 돌아 다녔다.
- 창의적인 디자인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나.
매주 수요일을 갤러리 데이라고 부른다. 모든 디자이너들은 매주 수요일 갤러리와 전시회를 방문해 정보도 수집하고, 아이디어도 구상한다. 생각이 굳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놀러 다닌다. 쇼핑하고, 아이들하고 어울리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특히 고객으로부터 얻는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출장가면 두 군데 이상 매장을 꼭 들른다. 또 현지 고객을 방문하기도 한다. 에어컨, 냉장고, TV 등의 위치나 사용 방식 등을 보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슬쩍 흘리는 한 마디에 귀 기울인다. 디자인은 급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가전·휴대전화 부문 디자이너, LG화학·LG생활건강의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면서 디자인 방향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기도 한다. 한 주거공간에 들어가는 제품이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기술을 모른다면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기 힘들 것 같다.
디자이너들은 준엔지니어다. 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술과 관련된 내부 디자인도 도맡아 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외관도 아름답고, 성능도 뛰어나야 좋은 에어컨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상반기 에어컨 디자인의 컨셉트는 ‘히든 디자인’이었다. 에어컨을 작동하면 숨겨져 있던 토출구가 돌출되면서 9m까지 닿는 바람이 분다.
- 디자인이 판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2007년 판매, 마케팅전략은 2006년에 비해 크게 변한 게 없었지만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3.8배 늘었다. 변한 것이라곤 아트디자인을 적용한 것뿐이었다. 결국 아트디자인 바람을 타고 순풍에 돛 단 듯 판매가 급증했다고 본다.
-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디자인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이 많다.
구본무 회장이 디자인경영을 강조한 이후 디자이너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디자이너들이 창작활동을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 부서가 지원 부서에서 핵심 부서로 변모했다고 볼 수 있다. CEO, 본부장, 부장 등이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한 명의 제안자’에 불과하다. 디자이너의 영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다.
주요 제품 디자인전략
휴대전화 터치와 신소재로 입힌 첨단 디자인
LG전자는 전면 터치스크린이라는 낯선 형태의 디자인을 프라다폰에 최초로 적용해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 영역을 개척했다. 이어서 선보인 뷰티폰에서는 전면에는 터치스크린 화면, 뒷면에는 디지털카메라를 적용해 또 한 번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올해도 터치를 이용한 새로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연이어 선보였다.
생활가전 인테리어 가전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휘센 에어컨에는 예술작가 6명의 작품을 적용했다. 이상민(유리조각가), 김지아나(조형예술가), 하상림(서양화가), 함연주(조형예술가), 수지 크라머(색채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반영했다.
디스플레이 인텔리전트 패션 아이콘으로 육성
엑스캔버스 스칼렛과 보보스는 LG의 디자인과 기술력이 집약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평판TV의 결정판이다. 엑스캔버스 스칼렛의 경우 45mm의 두께에 시각, 촉각, 청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디자인과 최고의 화질 및 음질을 자랑한다. 엑스캔버스 보보스는 지난 1월 미국 CES 2008 전시회에서 세계 전자 업체의 TV 중에서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출시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제품이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 강화
외국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꾸준한 상승세를 얻고 있는 ‘오휘’, ‘후’는 제품에 혁신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입해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인 사례다. ‘오휘’는 원형의 이중용기 구조를 하고 있어 마치 조각품처럼 느껴진다. 궁중 화장품 이미지의 ‘후’는 왕과 왕후라는 일관된 스토리와 컨셉트를 갖춘 디자인 용기를 선보여 중장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LG화학 인테리어 자재 생활공간 전반 총체적 디자인 정립
LG화학은 그동안 품질, 서비스에 주력하던 내부 역량을 디자인 차별화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단순히 개별 제품을 디자인한 데서 그친 디자인 영역을 공간과 생활디자인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벽지, 바닥재, 창호 등 각 개별 디자인에 치중하다 보니 제품 간 공간에서의 어울림이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