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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5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⑥] ‘와인=프랑스’, ‘전자제품=일본’,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지배한다
  2. 2009.03.11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⑤] 협상은 어렵기만 하다? - 협상의 고수가 되기 위한 설득의 전략을 알아본다
  3. 2009.02.26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④] 이기고 싶다면 당신과 당신의 작품에 ‘매력’을 장착하라
  4. 2009.02.11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③]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
2009. 3. 25. 19:54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⑥] ‘와인=프랑스’, ‘전자제품=일본’,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지배한다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⑥] ‘와인=프랑스’, ‘전자제품=일본’,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지배한다


불황일 때 소비자는 더욱 똑똑해진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기왕이면 값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 제품을 면밀히 따지고 고른다. 그리고 위험한 선택은 하지 않는다. 안전한 선택인 1등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불황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건 농축된 브랜드의 힘이다.


국가브랜드지수 높아지면 기업 영업이익도 동반 상승

 
이탈리아가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십 년 만에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와인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탈리아는 2007년보다 8% 증가한 47억 리터의 와인을 생산했다. 프랑스는 와인 생산량이 전년보다 5% 감소해 44억 리터에 그쳤다.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탈리아 와인이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프랑스 와인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뇌리에는 ‘와인=프랑스'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와인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도 “와인은 프랑스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계산업은 독일, 전자제품은 일본이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이는 ‘국가브랜드'의 힘 때문이다.

외국 사람들은 삼성의 휴대전화를 쓰고, 현대의 자동차를 타면서도 그것이 한국 브랜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제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분 상하는 일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이라는 국가브랜드의 덕을 보는 측면도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미국 조사기관 안홀트사(社)의 국가브랜드지수(NBI)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세계 33위 수준이다. 1위는 독일, 2위 프랑스, 3위 영국의 순서였다. 일본은 5위, 미국은 7위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24위), 인도(27위), 중국(28위) 등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오는 2013년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지수를 세계 15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는 선진국에 비해 30% 가량 저평가돼 있다”면서 “이를 10%만 개선해도 삼성, LG, 현대 등 3대 기업의 영업이익을 130억 달러 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황엔 더욱 똑똑해지는 소비자 마음 얻기

 
브랜드는 국가보다 개별 기업에 더 중요하다. 가령 요즘같은 불황기에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어려워도 소비를 안 할 수는 없기에 경제 실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은 구매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게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더 싸게 살 방법은 없는지, 같은 값이면 더 나은 게 없는지 등등 ‘가치(value)'를 더 따지고, ‘현명하게 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지갑을 연다.

자동차, 가전, 식료품, 패션 등 여러 시장에서 제품 가치를 엄격하게 따지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실제로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한국 자동차와 TV, 휴대전화 등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물론 가격이 저렴한 물건이 제일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싸다고 해도 품질이나 고객만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제대로 된 브랜드에는 여러 고객들의 사용 경험이 녹아 있고, 그만큼 선택에 실패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황에 동종 업계의 1등 브랜드 제품이 더 많이 팔리는 것이다.

브랜드 전략의 대가(大家)인 케빈 켈러(Kevin Keller) 미국 다트머스대 석좌교수는 “요즘 같은 때가 오히려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브랜드 전략을 통해 기존 고객층을 튼튼히 다지는 동시에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역설한다.

 

같은 값으로 더 많은 가치를
 
1등 브랜드가 영원한 1등은 아니다. 글로벌 메이커와 브랜드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소비자는 끊임 없이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가치는 뛰어난 성능이나 저렴한 가격일 수도 있고 상징성, 감성, 매력 등 무형적 요소일 수도 있다. 유명 브랜드에는 대부분 여러 가지 가치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개념을 경영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 잭 트라웃(Jack Trout)은 “제품이나 브랜드 아이디어가 ‘못'이라면 차별화 마케팅은 ‘망치'”라고 강조한다. 못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의 마음에 망치로 밀어 넣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소비자의 마음 속에, 머릿속에 파고들려면 메시지를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메시지를 날카롭게 만들려면 애매모호하거나 불필요한 것은 빼고 단순화해야 한다. 한 제품에는 여러 특성이 섞여 있지만 그 제품을 독특하고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은 결국 딱 하나의 특성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벤츠는 기술력', ‘도요타는 품질', ‘볼보는 안전'이라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아직까지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가격이 싸다'는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이것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좋은 강점으로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가치를 준다(more value for the same money)”라는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최근 월마트나 맥도날드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도 이런 단순한 메시지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들을 ‘싸구려 브랜드'라고 폄하하는 사람은 없다.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가치를 주고 신뢰를 심어 주는 기업이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인 것이다.


- 김희섭 /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1. 19:04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⑤] 협상은 어렵기만 하다? - 협상의 고수가 되기 위한 설득의 전략을 알아본다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⑤] 협상은 어렵기만 하다? - 협상의 고수가 되기 위한 설득의 전략을 알아본다.


사람들은 날마다 협상을 한다. 손님과 가게 주인, 직장 상사와 부하,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식 간에도 늘 협상이 이뤄진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기업 간 협상은 비즈니스의 하이라이트다. 무조건 자기 의견을 고집하거나 고압적인 자세로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상대방의 호감을 사서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계권사, 방송사 양쪽 다 상처 입은 WBC 중계 협상
 

 
협상에 대한 한 예로 이번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의 TV 중계료 협상 과정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중계권을 확보한 한 회사는 지상파 방송사에 거액의 중계료를 요구했다. 방송사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런 거금을 주고는 중계할 수 없다”고 맞섰다. 중계권 회사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방송사는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고 버텼다. 파국으로 흘러가던 협상은 결국 대회 개막 직전에 방송사가 처음 제시한 액수와 비슷한 선에서 타결됐다.

중계권 회사가 방송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협상이 결렬됐을 때의 대안(代案)이 없었기 때문이다. 협상학에서는 이같은 대안을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라고 부른다. 내가 좋은 배트나를 갖고 있다면 이 협상은 백전백승이다. “당신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는데요.” 이 한마디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협상창구를 단일화해 협상에 나섰다. 금액이 맞지 않으면 모두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버틴 것이다. 방송사들의 강력한 배트나는 바로 ‘중계 취소'였다. “경제가 어려운데 외화를 낭비할 수 없다”는 방어 논리가 뒤따랐다.

생중계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야구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중계권 회사는 결국 손실을 감수하고 방송사의 요구에 응해야 했다. 방송사들이 서로 경쟁했다면 중계권 회사는 이들을 훌륭한 배트나로 활용했을 것이다. 지상파 수준의 중계료를 부담할 케이블 채널이나 인터넷 매체가 있었어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방송사들이 100%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협상 파트너에게 호되게 당한 중계권 회사는 다음 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손실을 만회하려고 할 것이다. 협상의 제 1덕목이 신뢰라는 점에서 볼 때 양 측은 이번 협상에서 모두 상처를 입었다.

 


보답의 심리를 활용한 협상 전략

 
협상은 상대방을 굴복시켜서 항복문서에 사인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도 아니다. 그건 사기와 마찬가지며 일시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어도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협상은 상대방과 내가 모두 즐거운 윈-윈(win-win) 프로세스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양보한 만큼 얻는 것도 있어야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비즈니스 협상에선 경제적 이익 외엔 다른 욕구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오해다. 사람은 돈 외에도 ‘명예롭고 싶다', ‘공평하고 싶다', ‘위험을 무릅쓰기 싫다', ‘인정받고 싶다', ‘출세하고 싶다', ‘좋은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등 수많은 욕구를 갖고 있다.

예컨대 상대방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은 거기에 보답하려는 심리가 생긴다. 공짜 샘플을 받은 사람은 실제로 그 상품을 사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산 상품 가격에 무료 샘플 비용이 들어있는 줄 알면서도 이를 기분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당신이 제 입장이라도 저와 같이 하셨을 겁니다. 당신을 도와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라고 말해주면 당신이 베푼 호의(好意)의 가치는 더 커진다.


협상의 고수는 숫자 흥정을 하지 않는다

물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조금씩 양보한다고 협상이 잘 될 수는 없다. CEO 대상의 협상스쿨을 운영하는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이사장은 국제변호사로서 굵직한 M&A(인수합병) 협상을 여러 차례 담당했는데, 그는 “객관적 기준부터 합의를 하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협상의 전 과정에 원칙이 생기기 때문에, 혹시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불만도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래 업체에 물건을 팔기 위한 협상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10억 원에 팔고 싶은데, 거래처 8억 원 이상은 못 준다고 버틴다. 협상의 하수들은 이런 상황에선 대충 중간인 9억 원에 합의한다. 그리고 만족해 한다. 윈-윈 협상을 이뤘다고.

하지만 협상 고수들은 절대 이런 방식의 숫자 흥정은 하지 않는다. 숫자를 말하기 전에 우선 객관적 기준부터 설정한다. 숫자를 산정하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 말이다. 이 경우에는 원가(原價)나 시장가격, 그 동안 거래했던 가격 등이 기준이 될 수 있다.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개가 있다. 어떤 기준이 가장 합리적이냐에 대해선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양쪽이 다 납득하기가 쉽고 결과에 승복하기도 쉬워진다.

 

나라와 문화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해도 그 바탕에 깔린 협상의 원리는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좋은 협상가가 되려면 다양한 상대방의 심리와 욕구를 파악하고 공략할 줄 알아야 한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달려들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설득도 과학이다.


- 김희섭 /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26. 01:43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④] 이기고 싶다면 당신과 당신의 작품에 ‘매력’을 장착하라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④] 이기고 싶다면 당신과 당신의 작품에 ‘매력’을 장착하라


카리스마의 시대는 가고, 매력의 시대가 왔다. 21세기 새로운 경쟁코드는 ‘매력'이다. 매력 있는 사람, 매력 있는 기업, 매력 있는 나라에 인재가 몰리고 돈이 몰린다. 매력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매력이 약한 것은 강하게 바꾸고, 전에 없던 새로운 매력을 창조해야 한다.

디자인이든, 브랜드든, 문화와 역사든 간에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팔아야 한다. 이제는 비슷한 기능과 가격의 제품이라도 ‘매력'과 ‘흥미'라는 소프트 파워를 브랜드에 장착하느냐 못하느냐가 마케팅에서 승패를 가른다. 


김연아와 이용대의 매력은 '소프트 파워'
 

‘피겨 퀸' 김연아의 매력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실력? 깜찍한 외모? 물론 이런 점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김연아 선수의 밝은 표정과 솔직하고 당당한 자기 표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김연아의 경기를 지켜보면 스케이팅을 정말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멋진 점프를 성공시켰을 때는 활짝 웃는 표정을 짓고, 실수를 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런 솔직한 태도가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김연아가 10여 개 기업 광고에 출연한 이후 해당 제품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기업 호감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고 스타로 떠올랐던 이용대(배드민턴) 선수도 마찬가지다. ‘용대찬가', ‘용대어천가' 같은 패러디 시구(詩句)들이 인터넷과 일상 대화의 화제로 떠오를 정도였다. 한국대표팀이 13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이용대에게 보내는 대중의 환호는 특히 뜨거웠다.

이용대 선수에게서는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스포츠 선수들처럼 “죽기살기로 최선을 다해 싸웠다”는 식의 비장한 각오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용대 선수도 고된 훈련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도 이용대 선수는 승리가 결정됐을 때 카메라에 멋진 윙크를 날릴 정도로 여유와 센스를 갖췄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계 최정상의 실력이라는 ‘하드 파워'에서는 다른 금메달리스트들과 얼추 비슷했지만, 귀여운 외모나 카메라 앞 윙크 같은 ‘매력'의 ‘소프트 파워'에서 이용대 선수가 월등했다”고 분석한다.  

매력의 시대가 왔다 

기업도 이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품질이 최고면 가만히 있어도 소비자가 그냥 꼬인다고?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선명한 TV, 가장 얇은 휴대폰, 최대 저장용량을 가진 MP3플레이어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이 제일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뛰어난 기술과 품질은 기본조건이긴 하지만, 경쟁자들을 압도하기에는 2% 부족하다.

애플의 아이팟, 닌텐도 게임기, 삼성전자의 파브 TV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인이 좋아서? 편해서? 구체적인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 제품은 공통적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확실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가 작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 1위를 차지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자동차는 벤츠”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판매량이나 매출로만 따질 수 없는 매력이 벤츠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벤츠나 도요타 렉서스에 뒤지는 것도 이제는 ‘품질'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의 매력' 때문이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최근 펴낸 책 <매력이 경쟁력이다>에서 “카리스마의 시대는 가고, 매력의 시대가 왔다”고 단언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도 21세기의 새로운 경쟁코드로 매력을 내세우고 있다. 매력 있는 사람, 매력 있는 기업, 매력 있는 나라에 인재가 몰리고 돈이 몰리는 것이다.  


새로운 매력을 창조하라
 

작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카리스마에서 매력으로 리더십의 중심이 이동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카리스마가 강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자신만의 방식, 즉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지지도가 바닥으로 떨어져도 주변의 충고나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대내외적으로 늘 마찰을 빚었고, 경제나 외교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정반대였다. 그는 부시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 오바마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읽었다. 링컨, 케네디 같은 전임 대통령의 매력 요소를 두루 벤치마킹해 자신의 장점으로 흡수했다. 부시의 카리스마 정치에 실망한 미국인들은 변화와 희망을 내세운 오바마에 표를 던졌다.

매력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도 있고, 치밀한 계획에 따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 기업들은 오바마처럼 당연히 후자에 주목해야 한다. 제품을 기획할 때는 어떤 매력적 요소를 집어넣을 것인지 반드시 따져 봐야 한다. 매력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매력이 약한 것은 강하게 바꾸고, 전에 없던 새로운 매력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 '매력' 

끝없는 가격경쟁으로는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를 당할 도리가 없다. 디자인이든, 브랜드든, 문화와 역사든 간에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팔아야 한다. 이제는 비슷한 기능과 가격의 제품이라도 ‘매력'과 ‘흥미'란 소프트 파워를 브랜드에 장착하느냐 못하느냐가 마케팅 승패를 가른다. 사람들이 반드시 갖고 싶은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 되려면 반드시 거기에 어울리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21세기형 기업문화는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명령과 복종을 외치는 일방적인 리더십을 거부한다. 이제는 권력형 리더보다 신뢰와 믿음을 통해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가 매력적인 사람으로 각광받는다. 수평적 관계, 소통의 리더십 등이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더를 꿈꾸는 이들이여! 이기고 싶다면 당신에게도, 당신의 작품에도 ‘매력'을 장착하라.


- 김희섭 /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2. 11. 22:44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③]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③]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


좋은 직장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월급도 중요하지만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가 꼭 좋은 직장은 아니다. <포천>이 최근 발표한 ‘일하기 좋은 직장' 랭킹에서, 급여가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10위 안에 골드만삭스 한 곳만 포함됐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급여나 복지 혜택 외에도 회사 및 개인의 비전, 인간 관계, 조직 문화, 직업 안정성, 사회적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성공하면 효과는 엄청나다.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대량 감원 한파에다 취업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급여를 삭감하는 등 인건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인력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재'다. 어려울수록 인재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명의 천재급 직원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고, 10만 명의 직원이 힘을 모으면 망해 가는 회사를 되살리는 일도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은 IMF 금융위기를 통해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만들어야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히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의 CEO 애드 캣멀 회장은 “여러 회사가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외부에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직원들에게서 창의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집단 창의력'을 강조한 말이다.

창의성과 능력을 끌어내려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월급만 많이 준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회사 내에서 개인의 비전, 사회적 인식, 인간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유명한 경영학자 맥그리거(McGregors)의 ‘Y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오락이나 휴식뿐 아니라 자존(自尊)과 헌신(獻身)에 대해서도 본성적으로 욕구가 있다. 자발적으로 일할 마음을 갖게 하면 능력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그의 ‘X 이론'은 인간은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므로,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통제와 명령과 상벌(賞罰)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최근 기업들은 상명하복 식의 X 이론보다 구성원의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Y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일하고 싶은 기업' 랭킹에서 12년 연속으로 최상위권에 오른 고어텍스(정식 회사명은 W. L. Gore & Associates)가 좋은 예다. 등산복 등에 쓰이는 첨단 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고어텍스의 조직은 상사나 부하가 없는 완전 수평 조직이다. 임원이나 직원 모두가 ‘동료(associate)'로 불린다. CEO도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뽑는다. 물론 이런 방식을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은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는 사람이 주인인 따뜻한 회사 ‘넷앱'

<포천>은 매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Best Companies to Work For)'을 선정한다. 올해는 미국 내 353개의 회사 직원 중 4,000여 명을 무작위로 추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종합 순위는 각 기업의 정책 및 문화에 대한 평가와 임직원의 내부의견 조사 등을 평가해 정해진다.

올해 1위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IT 회사 넷앱(NetApp)이 차지했다. 미국 내 직원 5,014명을 보유한 이 회사는 감원 칼바람 속에서 단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은 ‘천사표' 회사다. 직원들의 아픈 자녀들을 직접 챙기는 ‘따뜻한' 회사이기도 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넷앱은 최근 6년간 <포천>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경기침체의 와중에도 넷앱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2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높였다. 지난해 고용을 12% 늘렸고,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다.

넷앱은 직원들이 자녀를 입양할 때 1인당 연간 1만 달러(약 1,39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2006년부터는 직원 자녀 가운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게 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아울러 전 직원에게 1년에 5일씩 자원봉사를 위한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며, 사내 피트니스센터와 세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분기별로 최고경영자에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회사 경영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넷앱은 “직원들이 녹초가 되도록 일할 필요는 없다. 상식을 활용하라”는 경영관을 내세운다. CEO인 댄 워맨호벤(Dan Warmenhoven)은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직원 복지와 근무 여건에도 신경 써서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원들의 능력 극대화가 중요

넷앱에 이어 2위에 오른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자문 서비스 회사다. 이 회사 역시 작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2,129명을 신규 채용했다. 3위를 차지한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고용을 25% 가량 늘렸고,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해 왔다.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통하는 구글은 작년 1위에서 올해는 4위를 차지했다. 구글은 구내식당에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말단 직원에게까지 스톡옵션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에서 일정 시간은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하도록 장려,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기도 한다. 구글은 오후 티타임이나 연례 스키여행 등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채용공고를 내면 77만 명이 넘는 구직자가 몰려든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고용 감소 및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 24위에 올랐다.

반면 급여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랭킹에 거의 들지 못했다. 10위 안에는 골드만삭스 한 곳만 포함됐을 뿐이다. 이 밖에 최고의 직장 10위 내에는 IT 기업인 시스코(6위), 바이오산업의 대표 기업인 제넨텍(7위) 등이 포함됐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급여나 복지 혜택 외에도 회사 및 개인의 비전, 인간 관계, 조직 문화, 직업 안정성, 사회적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성공하면 효과는 엄청나다.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음은 <포천>이 발표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상위 20위 기업의 리스트다.

<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상위 20위 >

순위 회사명

1 NetApp
2 Edward Jones
3 Boston Consulting Group
4 Google
5 Wegmans Food Markets
6 Cisco Systems
7 Genentech
8 Methodist Hospital System
9 Goldman Sachs
10 Nugget Market
11 Adobe Systems
12 Recreational Equipment(REI)
13 Devon Energy
14 Robert W. Baird
15 W. L. Gore & Associates
16 Qualcomm
17 Principal Financial Group
18 Shared Technologies
19 OhioHealth
20 SAS


- 김희섭 /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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