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1. 22:44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③]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

[김희섭 기자의 경제 포커스 ③] 일하기 좋은 최고의 직장


좋은 직장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월급도 중요하지만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가 꼭 좋은 직장은 아니다. <포천>이 최근 발표한 ‘일하기 좋은 직장' 랭킹에서, 급여가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10위 안에 골드만삭스 한 곳만 포함됐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급여나 복지 혜택 외에도 회사 및 개인의 비전, 인간 관계, 조직 문화, 직업 안정성, 사회적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성공하면 효과는 엄청나다.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대량 감원 한파에다 취업난까지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억제하고 급여를 삭감하는 등 인건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인력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재'다. 어려울수록 인재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한 명의 천재급 직원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고, 10만 명의 직원이 힘을 모으면 망해 가는 회사를 되살리는 일도 가능하다. 국내 기업들은 IMF 금융위기를 통해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발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만들어야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히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의 CEO 애드 캣멀 회장은 “여러 회사가 금융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외부에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직원들에게서 창의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집단 창의력'을 강조한 말이다.

창의성과 능력을 끌어내려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월급만 많이 준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회사 내에서 개인의 비전, 사회적 인식, 인간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유명한 경영학자 맥그리거(McGregors)의 ‘Y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오락이나 휴식뿐 아니라 자존(自尊)과 헌신(獻身)에 대해서도 본성적으로 욕구가 있다. 자발적으로 일할 마음을 갖게 하면 능력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그의 ‘X 이론'은 인간은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므로,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통제와 명령과 상벌(賞罰)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최근 기업들은 상명하복 식의 X 이론보다 구성원의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Y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일하고 싶은 기업' 랭킹에서 12년 연속으로 최상위권에 오른 고어텍스(정식 회사명은 W. L. Gore & Associates)가 좋은 예다. 등산복 등에 쓰이는 첨단 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고어텍스의 조직은 상사나 부하가 없는 완전 수평 조직이다. 임원이나 직원 모두가 ‘동료(associate)'로 불린다. CEO도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뽑는다. 물론 이런 방식을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은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는 사람이 주인인 따뜻한 회사 ‘넷앱'

<포천>은 매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Best Companies to Work For)'을 선정한다. 올해는 미국 내 353개의 회사 직원 중 4,000여 명을 무작위로 추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종합 순위는 각 기업의 정책 및 문화에 대한 평가와 임직원의 내부의견 조사 등을 평가해 정해진다.

올해 1위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IT 회사 넷앱(NetApp)이 차지했다. 미국 내 직원 5,014명을 보유한 이 회사는 감원 칼바람 속에서 단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은 ‘천사표' 회사다. 직원들의 아픈 자녀들을 직접 챙기는 ‘따뜻한' 회사이기도 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넷앱은 최근 6년간 <포천>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경기침체의 와중에도 넷앱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2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높였다. 지난해 고용을 12% 늘렸고,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다.

넷앱은 직원들이 자녀를 입양할 때 1인당 연간 1만 달러(약 1,39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2006년부터는 직원 자녀 가운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에게 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아울러 전 직원에게 1년에 5일씩 자원봉사를 위한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으며, 사내 피트니스센터와 세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분기별로 최고경영자에서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회사 경영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넷앱은 “직원들이 녹초가 되도록 일할 필요는 없다. 상식을 활용하라”는 경영관을 내세운다. CEO인 댄 워맨호벤(Dan Warmenhoven)은 “기술 혁신도 중요하지만 직원 복지와 근무 여건에도 신경 써서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원들의 능력 극대화가 중요

넷앱에 이어 2위에 오른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자문 서비스 회사다. 이 회사 역시 작년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2,129명을 신규 채용했다. 3위를 차지한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고용을 25% 가량 늘렸고,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해 왔다.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통하는 구글은 작년 1위에서 올해는 4위를 차지했다. 구글은 구내식당에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말단 직원에게까지 스톡옵션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에서 일정 시간은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하도록 장려,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기도 한다. 구글은 오후 티타임이나 연례 스키여행 등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채용공고를 내면 77만 명이 넘는 구직자가 몰려든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고용 감소 및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일하기 좋은 기업 24위에 올랐다.

반면 급여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랭킹에 거의 들지 못했다. 10위 안에는 골드만삭스 한 곳만 포함됐을 뿐이다. 이 밖에 최고의 직장 10위 내에는 IT 기업인 시스코(6위), 바이오산업의 대표 기업인 제넨텍(7위) 등이 포함됐다.

좋은 직장을 만들려면 급여나 복지 혜택 외에도 회사 및 개인의 비전, 인간 관계, 조직 문화, 직업 안정성, 사회적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성공하면 효과는 엄청나다. 결국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음은 <포천>이 발표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상위 20위 기업의 리스트다.

<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상위 20위 >

순위 회사명

1 NetApp
2 Edward Jones
3 Boston Consulting Group
4 Google
5 Wegmans Food Markets
6 Cisco Systems
7 Genentech
8 Methodist Hospital System
9 Goldman Sachs
10 Nugget Market
11 Adobe Systems
12 Recreational Equipment(REI)
13 Devon Energy
14 Robert W. Baird
15 W. L. Gore & Associates
16 Qualcomm
17 Principal Financial Group
18 Shared Technologies
19 OhioHealth
20 SAS


- 김희섭 /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차장대우로, 경제 및 산업 분야를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UT Austin) 비즈니스스쿨에서 1년간 수학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 및 전경련, 정보통신부 등을 두루 취재했으며 산업부 IT팀장 및 미디어팀장을 지냈다.

출처 : 삼성(
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