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9. 13:00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LG경제연구원)
2008. 11. 19. 13:00 in Marketing
의류산업의 타임 투 마켓 성공 사례(LG경제연구원)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과 고객 니즈에 대해 경쟁사보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 Inditex그룹의 Zara 브랜드 사례를 통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의 성공 조건을 살펴본다.
많은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여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는데, 정작 고객의 반응이 냉담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기업 생존의 기본조건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읽기만 하면 문제가 끝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바와 같이,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 실행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면 모처럼의 고객 통찰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즉, 타임 투 마켓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업만이 고객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본고에서는 소비자 요구사항의 정확한 이해와 타임 투 마켓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 스페인 Inditex그룹의 Zara 브랜드 사례를 통해 타임 투 마켓의 성공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패스트 패션의 선도자로 평가받는 Zara 브랜드
패스트 패션이란 고객의 니즈를 제품으로 빠르게 반영하여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 어제 오늘의일은 아니지만, 이를 기업 경영 이념과 접목시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어온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Zara 브랜드이다(<박스 기사> 참조).
Zara의 성공 포인트
그렇다면 Zara의 성공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사업 모델의 핵심인 매장의 적극적인 활용, 짧은 컬렉션 준비 기간, 품목별 소량 생산 원칙,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 창조 그리고 지리적 이점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
● 매장의 적극적인 활용
Inditex 사업 모델의 핵심은 매장이다. Zara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산업 평균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오히려 광고를 거의 안 한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Zara는 매장 구성에 많은 노력을 함으로써, 광고 없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Zara는 매장 그 자체가 홍보인 셈이다. 매장은 고객 경험 관리를 하기 위한 첫 장소이자 가장 강력한 프로모션 수단이다. Zara 매장들은 도시의 번화한 상업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매장에서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해 Inditex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부분들은 매장의 인테리어 디자인, 의류 컬렉션들의 배열, 상품 진열 창문에 대한 세심한 관리 그리고 고객 관리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합쳐져 Inditex가 추구하는 고객 경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2주에 한번씩 변화하는 매장 내부의 배열은 고객에게 항상 새로운 분위기를 제공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매장은 살아있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최첨병의 역할도 하고 있다.
● 짧은 컬렉션 준비 기간
Zara의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국 매장에서 들어온 고객 정보와 시장 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2주 만에 패션을 재창조해 낸다. 반면에 일반 의류업체 디자이너들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차기 컬렉션 준비를 시작한다. 과연 2주 만에 새로운 의류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시장 조사, 디자인, 생산, 운송, 매장 진열 등의 기본적인 과정은 동일하다. 다만, 각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일례로, 일반적인 기업들은 고객 니즈 조사를 하는 데 수주 내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Zara는 이런 과정이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Zara 매장에는 한번에 10벌 까지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구비되어 있다. 입어본 옷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반납하게 되는데, 이 때 매장 직원들은 반납된 의류들에 대한 정보를 따로 관리하고 고객이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근본 이유를 찾아내어 본사로 피드백 한다. 심지어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여 취향이나 현재 나온 제품들에 대한 품평 그리고 향후 기대하는 의류 제품의 방향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자료 수집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매장의 매출과 직결되어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영향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의 70%가 인센티브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아이디어가 디자이너들에게 전달되면 생산 부문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 소량 생산 원칙
Zara는 모든 제품을 소량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류업체들은 히트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생산하려고 한다. 반면, Zara는 모든 의류 제품들의 소량 생산 원칙을 통해, 재고를 줄이고 세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 하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히트 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더라도 또 다른 히트 상품을 개발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이다. 동시에 소량 생산 원칙은 디자인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하나의 위기 관리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매장을 방문했을 때 마음에 드는 물건에 눈도장을 찍어두고 그 다음주에 다시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하면 그 옷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희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량 판매와 희소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한번 매장에 발을 들인 고객들의 지갑을 내일이 아닌 오늘 열도록 도와준다.
이는 매장 방문 인구를 구매 고객으로 탈바꿈 시키는 Zara만의 독특한 전략인 동시에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주 의류 컬렉션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되는 고객들은 Zara 매장을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되며 더욱 자주 지갑을 열게끔 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Zara 고객에 대해 실시된 한 조사에서 Zara의 평균적인 고객은 월 17회 방문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통상 월 2회 방문에서 3회 방문이 전부인 일부 다른 유명 브랜드의 통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 Zara 매장에는 주 2회씩 신제품이 들어오는데, 이러한 빠른 대응이 고객들의 발걸음을 매장 안으로 이끄는 것이다.
● 차별화된 패션으로 고객 가치 창조
한 품목에 대해 소량만 생산하므로 Zara에서 패션 의류를 구매하게 된 고객은 남들과 차별화된 의상을 통해 나만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Zara가 창조하는 고객 가치의 핵심이다. Zara의 패스트 패션을 통해 우리는 기업 관점에서 운영상의 우수성을 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제품별로 소량 생산되었기 때문에 길에서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게 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개성이 강조되고 남과 다른 나만의 멋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소비자들은 비교적 경제적인 가격대의 의류에서 고급 브랜드에서 경험할 법한 한정 판매에 의한 의류의 희소성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Zara는 매장에서 취합된 제품별 매출 정보를 통해 특정 지역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신제품 아이디어도 얻는다.
●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
그리고 생산에 있어 제 3세계의 비교적 값싼 노동력을 투입하는 대신에,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상대적으로 비싼 인력을 활용하면서라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데 주력한다. 비즈니스 위크지에 의하면 Inditex에서 일하는 스페인 근로자들은 월평균 1,650 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중국 관동성의 근로자는 206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인건비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노동력을 고집하는 것은 생산을 가까이에서 관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두고 관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디자인과 생산을 가까이에 위치시킴으로써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요구되어지는 대응 속도에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 게다가 이미 오랜 기간 성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온 납품 업체들을 근거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Zara는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고 원하는 제품 규격을 보장받으면서 시장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Zara의 핵심 역량
지금까지 Zara의 주요한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런 Zara의 성공을 타 업체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이유는 조직의 역량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디자인과 생산 과정의 수직 계열화
Inditex 사업 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 원동력의 하나는 디자인과 생산의 수직 계열화이다. 생산 과정의 수직 계열화와 조직의 유연성은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Zara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만 250명이 넘는다.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는 Inditex 생산 과정의 49%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인접 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진다. Inditex 생산량의 35%가 아시아 그리고 14%는 기타 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1,200개에 달하는 납품업체들과 견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또한 Zara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 과정의 상당 부분을 인하우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생산을 모두 외부에 의뢰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납품 지연 및 품질 불량 등과 같은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Zara의 한 경쟁사는 자체 공장은 없이 900개의 납품 업체들을 활용하고 있으나 Zara는 약 60% 정도의 제품을 인하우스로 제작하고 있으며, 심지어 40%에 달하는 원단을 직접 제조하여 계열사를 통해 염색 작업을 수행할 정도이다. Zara의 역량은 디자인과 생산의 긴밀한 협업을 가능케 하는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협업 문화를 통해 이룩한 수직 계열화이다.
● 패션의 재창조 능력
Zara가 가진 또 다른 경쟁 우위 요인은 바로 길거리 패션의 재창조 능력이다. Zara는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인 동시에 최신 유행 패션을 따라가는 추종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미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검증된 패션을 창의적으로 재창조하여 히트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이미 선택한 패션을 벤치마킹하고 추가적으로 자사 매장 등에서 취합한 고객의 소리와 자료를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패션 의류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매출은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고객 정보 수집을 위한 IT 시스템
Inditex로 하여금 살아있는 고객 정보의 획득과 활용을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기반이 고유의 IT 시스템이다. 전세계 매장마다 마련되어 있는 POS(Point-of-sales)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본사에 전달하고, 더 나아가 제품 디자인에서 제작 그리고 매장별 맞춤 공급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Zara의 IT 시스템이다. 시장 평균 IT 투자 비용의 1/4로 이러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Zara의 IT 시스템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시사점
패스트 패션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Zara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불황기인 현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죽은 정보가 아닌 생생하고 살아있는 고객 정보, 발로 뛰고 노력해서 취합된 따끈따끈한 고객 정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고객 가치 창조에 사용해야만 선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기업 운영 측면에서의 우수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창조할 수 있느냐가 최종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렇듯 타임 투 마켓은 의류 업체만이 아닌 유행의 속도가 빠르게 바뀌는 모든 제조업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며, Zara의 패스트 패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끝>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과 고객 니즈에 대해 경쟁사보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 Inditex그룹의 Zara 브랜드 사례를 통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의 성공 조건을 살펴본다.
많은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여 신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는데, 정작 고객의 반응이 냉담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기업 생존의 기본조건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읽기만 하면 문제가 끝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닫고 있는 바와 같이,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는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 실행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빠르게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다면 모처럼의 고객 통찰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즉, 타임 투 마켓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업만이 고객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본고에서는 소비자 요구사항의 정확한 이해와 타임 투 마켓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 스페인 Inditex그룹의 Zara 브랜드 사례를 통해 타임 투 마켓의 성공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패스트 패션의 선도자로 평가받는 Zara 브랜드
패스트 패션이란 고객의 니즈를 제품으로 빠르게 반영하여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용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이 어제 오늘의일은 아니지만, 이를 기업 경영 이념과 접목시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어온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Zara 브랜드이다(<박스 기사> 참조).
Zara의 성공 포인트
그렇다면 Zara의 성공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사업 모델의 핵심인 매장의 적극적인 활용, 짧은 컬렉션 준비 기간, 품목별 소량 생산 원칙,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 창조 그리고 지리적 이점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
● 매장의 적극적인 활용
Inditex 사업 모델의 핵심은 매장이다. Zara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비 지출이 산업 평균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오히려 광고를 거의 안 한다고 봐도 무관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Zara는 매장 구성에 많은 노력을 함으로써, 광고 없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Zara는 매장 그 자체가 홍보인 셈이다. 매장은 고객 경험 관리를 하기 위한 첫 장소이자 가장 강력한 프로모션 수단이다. Zara 매장들은 도시의 번화한 상업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매장에서 고객 경험 관리를 위해 Inditex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부분들은 매장의 인테리어 디자인, 의류 컬렉션들의 배열, 상품 진열 창문에 대한 세심한 관리 그리고 고객 관리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합쳐져 Inditex가 추구하는 고객 경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2주에 한번씩 변화하는 매장 내부의 배열은 고객에게 항상 새로운 분위기를 제공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매장은 살아있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최첨병의 역할도 하고 있다.
● 짧은 컬렉션 준비 기간
Zara의 디자이너들은 세계 각국 매장에서 들어온 고객 정보와 시장 조사 정보를 바탕으로 2주 만에 패션을 재창조해 낸다. 반면에 일반 의류업체 디자이너들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차기 컬렉션 준비를 시작한다. 과연 2주 만에 새로운 의류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매우 간단하다. 시장 조사, 디자인, 생산, 운송, 매장 진열 등의 기본적인 과정은 동일하다. 다만, 각 단계별로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일례로, 일반적인 기업들은 고객 니즈 조사를 하는 데 수주 내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Zara는 이런 과정이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Zara 매장에는 한번에 10벌 까지 입어 볼 수 있는 피팅룸이 구비되어 있다. 입어본 옷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반납하게 되는데, 이 때 매장 직원들은 반납된 의류들에 대한 정보를 따로 관리하고 고객이 그 옷을 선택하지 않은 근본 이유를 찾아내어 본사로 피드백 한다. 심지어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여 취향이나 현재 나온 제품들에 대한 품평 그리고 향후 기대하는 의류 제품의 방향에 대해 문의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자료 수집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매장의 매출과 직결되어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영향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급여의 70%가 인센티브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아이디어가 디자이너들에게 전달되면 생산 부문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 소량 생산 원칙
Zara는 모든 제품을 소량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류업체들은 히트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생산하려고 한다. 반면, Zara는 모든 의류 제품들의 소량 생산 원칙을 통해, 재고를 줄이고 세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 하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히트 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더라도 또 다른 히트 상품을 개발하면 된다는 입장인 것이다. 동시에 소량 생산 원칙은 디자인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하나의 위기 관리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매장을 방문했을 때 마음에 드는 물건에 눈도장을 찍어두고 그 다음주에 다시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하면 그 옷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희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량 판매와 희소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한번 매장에 발을 들인 고객들의 지갑을 내일이 아닌 오늘 열도록 도와준다.
이는 매장 방문 인구를 구매 고객으로 탈바꿈 시키는 Zara만의 독특한 전략인 동시에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자주 의류 컬렉션이 바뀐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되는 고객들은 Zara 매장을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되며 더욱 자주 지갑을 열게끔 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Zara 고객에 대해 실시된 한 조사에서 Zara의 평균적인 고객은 월 17회 방문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통상 월 2회 방문에서 3회 방문이 전부인 일부 다른 유명 브랜드의 통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 Zara 매장에는 주 2회씩 신제품이 들어오는데, 이러한 빠른 대응이 고객들의 발걸음을 매장 안으로 이끄는 것이다.
● 차별화된 패션으로 고객 가치 창조
한 품목에 대해 소량만 생산하므로 Zara에서 패션 의류를 구매하게 된 고객은 남들과 차별화된 의상을 통해 나만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Zara가 창조하는 고객 가치의 핵심이다. Zara의 패스트 패션을 통해 우리는 기업 관점에서 운영상의 우수성을 넘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제품별로 소량 생산되었기 때문에 길에서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게 될 확률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개성이 강조되고 남과 다른 나만의 멋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소비자들은 비교적 경제적인 가격대의 의류에서 고급 브랜드에서 경험할 법한 한정 판매에 의한 의류의 희소성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Zara는 매장에서 취합된 제품별 매출 정보를 통해 특정 지역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신제품 아이디어도 얻는다.
●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
그리고 생산에 있어 제 3세계의 비교적 값싼 노동력을 투입하는 대신에,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의 상대적으로 비싼 인력을 활용하면서라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데 주력한다. 비즈니스 위크지에 의하면 Inditex에서 일하는 스페인 근로자들은 월평균 1,650 달러를 벌어들이는 반면, 중국 관동성의 근로자는 206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인건비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노동력을 고집하는 것은 생산을 가까이에서 관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두고 관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디자인과 생산을 가까이에 위치시킴으로써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요구되어지는 대응 속도에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 게다가 이미 오랜 기간 성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온 납품 업체들을 근거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Zara는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하고 원하는 제품 규격을 보장받으면서 시장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Zara의 핵심 역량
지금까지 Zara의 주요한 성공 요인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런 Zara의 성공을 타 업체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이유는 조직의 역량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디자인과 생산 과정의 수직 계열화
Inditex 사업 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 원동력의 하나는 디자인과 생산의 수직 계열화이다. 생산 과정의 수직 계열화와 조직의 유연성은 빠르게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Zara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만 250명이 넘는다. 톱니바퀴처럼 촘촘하게 엮여 있는 Inditex 생산 과정의 49%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인접 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진다. Inditex 생산량의 35%가 아시아 그리고 14%는 기타 유럽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1,200개에 달하는 납품업체들과 견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또한 Zara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생산 과정의 상당 부분을 인하우스로 관리할 수 있게 되어 생산을 모두 외부에 의뢰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납품 지연 및 품질 불량 등과 같은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Zara의 한 경쟁사는 자체 공장은 없이 900개의 납품 업체들을 활용하고 있으나 Zara는 약 60% 정도의 제품을 인하우스로 제작하고 있으며, 심지어 40%에 달하는 원단을 직접 제조하여 계열사를 통해 염색 작업을 수행할 정도이다. Zara의 역량은 디자인과 생산의 긴밀한 협업을 가능케 하는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협업 문화를 통해 이룩한 수직 계열화이다.
● 패션의 재창조 능력
Zara가 가진 또 다른 경쟁 우위 요인은 바로 길거리 패션의 재창조 능력이다. Zara는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브랜드인 동시에 최신 유행 패션을 따라가는 추종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미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검증된 패션을 창의적으로 재창조하여 히트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이미 선택한 패션을 벤치마킹하고 추가적으로 자사 매장 등에서 취합한 고객의 소리와 자료를 바탕으로 더욱 창의적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패션 의류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매출은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고객 정보 수집을 위한 IT 시스템
Inditex로 하여금 살아있는 고객 정보의 획득과 활용을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기반이 고유의 IT 시스템이다. 전세계 매장마다 마련되어 있는 POS(Point-of-sales)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본사에 전달하고, 더 나아가 제품 디자인에서 제작 그리고 매장별 맞춤 공급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Zara의 IT 시스템이다. 시장 평균 IT 투자 비용의 1/4로 이러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Zara의 IT 시스템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시사점
패스트 패션을 통해 지속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Zara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불황기인 현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죽은 정보가 아닌 생생하고 살아있는 고객 정보, 발로 뛰고 노력해서 취합된 따끈따끈한 고객 정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고객 가치 창조에 사용해야만 선두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기업 운영 측면에서의 우수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가치를 얼마나 창조할 수 있느냐가 최종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렇듯 타임 투 마켓은 의류 업체만이 아닌 유행의 속도가 빠르게 바뀌는 모든 제조업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며, Zara의 패스트 패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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