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3.01 [비즈니스 3.0 시대의 新무기 5] 따라잡기, 벤치마킹을 뛰어넘어라
  2. 2008.11.09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3. 2008.10.29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LG경제연구원)
2009. 3. 1. 08:34

[비즈니스 3.0 시대의 新무기 5] 따라잡기, 벤치마킹을 뛰어넘어라

[비즈니스 3.0 시대의 新무기 5] 따라잡기, 벤치마킹을 뛰어넘어라


선진 기업들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따라잡기(catch-up)' 전략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소개한 ‘창조적 전환'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 하는 것도 곤란하다. 성공 기업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방향에 눈을 맞추고, 변화의 계기와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스스로 변화하는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창의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한 명의 뛰어난 천재가 획기적인 발명을 할 수도 있고 평범한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대박'을 낼 수도 있다. 또 조직 구성원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이 발현될 수도 있다. 


“미래에는 경쟁(competition)이 아니라 초경쟁(surpetition)을 해야 한다. 초경쟁이란 새로운 ‘독점 가치(value monopolies)'를 창조하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의 창시자 에드워드 드 보노)

“‘최고 기업'이 되거나 ‘보다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독특한 가치(unique value)'를 찾아내 포지셔닝하는 게 중요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마이클 포터 교수)

“경쟁의 레드오션(Red Ocean)이 아닌 창조적 가치혁신을 통해 블루오션(Blue Ocean)을 개척해야 한다. (김위찬·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

독점가치, 독특한 가치, 블루오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이들 가치(또는 전략)의 공통점은 “남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따라잡기(catch-up)' 시대처럼 앞선 기업을 쫓아가는 데 급급해서는 성공을 담보하기는커녕 생존조차 힘든 시대다.

닌텐도, 애플 등 경영에 창의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조하는 기업들이 새로운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구촌 전체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넘버원 아닌 온리원” 벤치마킹을 넘어서라

소비자들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찾아내고, 때로는 새로운 욕구까지 ‘창조'해 상품화할 수 있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의 경영이 필요하다. 창의와 상상의 힘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사업방식을 선택하며, 임직원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를 구비해야 한다. 즉, 사업분야, 사업방식, 조직문화의 ‘창조적 전환(creative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

선진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창조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GT(Green Technology; 그린 기술)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설립 5년 만에 매출을 540배나 늘린 독일의 큐셀, 게임과는 거리가 먼 여성과 중장년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닌텐도DS와 Wii라는 대박상품을 만들어 낸 일본의 닌텐도,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섬유부문을 과감히 버리고 종자회사를 인수해 생명공학과 산업소재 등을 중심으로 한 ‘종합 과학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듀폰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선진 기술을 재빠르게 모방해 따라잡는 ‘따라잡기(catch-up)' 전략을 구사해 왔다. 선진 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모방하거나 기술과 설비를 도입하여 개량함으로써 선진 기업을 따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선진 기업으로부터 기술과 설비를 도입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자체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한 한국 기업들이 R&D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2~3년 후면 대부분의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가 1년 내외로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창조적 전환'은 어려울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새로운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프록터앤갬블(P&G), IBM,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내로라하는 미국의 대기업들이 과거 혹독한 불황기 때 세워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던 1975년에 창업됐다. 1889년 화투 제작사에서 출발한 닌텐도가 게임업체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도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시기였다.

 

위기상황이라고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한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불황으로 경쟁 기업들이 투자축소와 구조조정에 나설 때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그리고 때를 기다려 불황이 지나고 호황이 찾아왔을 때 그동안의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현재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 산업들이 비슷한 패턴의 전략을 구사했다.

불황기 때 과감한 투자는 중요하다. 문제는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다.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신사업 분야 개척이나 기존 사업의 재해석을 통해 사업분야의 창조적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업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사업분야와 사업방식의 전환은 그에 상응하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동반해야 한다.

‘창조적 전환'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단순히 벤치마킹 하는 것도 곤란하다. 각각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능력과 경영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공 기업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방향에 눈을 맞추고, 변화의 계기와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스스로 변화하는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


‘나'부터 창조적 전환의 주체가 되자

‘창조'란 전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기존 제품을 ‘창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애플의 ‘아이폰'은 이미 존재하는 MP3플레이어,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결합해 탄생한 제품이다. 무선 컨트롤러를 사용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은 닌텐도가 처음 개발한 것이 아니다. 닌텐도는 이 기술에다 게임의 ‘재미'를 입혀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 최근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Wii 피트'는 건강과 미용에 관심을 높아지고 있는 ‘웰빙' 트렌드까지 제대로 접목시켰다. 주변에 널려 있지만 남이 주목하지 못한 뭔가를 찾아내는 안목 또한 창의력이다.

 

창의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한 명의 뛰어난 천재가 획기적인 발명을 할 수도 있고 평범한 직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대박'을 낼 수도 있다. 또 조직 구성원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이 발현될 수도 있다. 창조성 자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애니메이션영화 분야에서 잇단 히트작을 내고 있는 영화제작사 픽사의 조직운영 원칙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조직의 창조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고심하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토이스토리>, <벅스 라이프>, <라따뚜이>, <월-E> 등을 만들어 낸 영화제작사 픽사는 집단창의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세 가지 조직운영 원칙을 갖고 있다. 첫째는 누구와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고, 둘째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셋째는 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가까이한다는 것이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08년 9월호).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조직에서 실제로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창의력을 자극하는 기업문화는 남을 모방하지 않고 상상력을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창조적 인재'를 확보하고 키워 나가는 데 필수적이다. 역으로 이러한 기업문화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기업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꿔 나갈 수 있다.

기업의 ‘창조적 전환'은 구성원 개개인의 ‘창조적 전환'을 요구한다. 회사의 창조적 전환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업무분야), 어떻게 나의 아이디어를 회사의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업무방식)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역량(업무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회사 내에서도 나의 ‘독점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집결 됐을 때 기업의 ‘창조적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 박성완 /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11. 9. 17:47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경기침체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들의 교훈(LGERI)
홍덕표 | 2008.11.03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주목 받은 경기침체기는 크게 4차례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경기침체기를 전후하여 기업들 간 경쟁 지위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들이 경쟁 지위가 올라갔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단기적인 대응에만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Big Picture’를 갖고 대응하였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Fundamental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또한,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포인트를 견지하여 제품력을 강화하였으며, 보다 빠른 대응을 통해 경기침체기 이후의 호황기때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기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목 차 >

 

Ⅰ. 과거 경기침체기의 유형 
Ⅱ. 경기침체기의 영향과 특징 
Ⅲ.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략적 대응 포인트 
Ⅳ.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지난 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단이 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언제 끝날 것인지 모를 정도로 세계 경제를 위협해 들어가고 있다. 금융 위기의 여파는 실물 경제에도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이미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기간이 짧을 것이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상당 기간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의 고민에 깊이 빠져 있다.


하지만, 해결책의 모색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과거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선진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살펴 보았다.

 

 

I. 과거 경기침체기의 유형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과 소비 등의 경제 활동은 주기적으로 활성화되었다가 침체되기를 반복한다. 이를 경기 변동(business cycle)이라 한다. 하지만, 경기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를 침체기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이 없다. 다만, 미국의 경우 前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일 때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우리 경제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이미 경제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저성장을 하는 미국과 우리 경제의 성장속도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판단하자면 그 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는 여러 경제 지표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금의 경제 상황이 경기침체기에 진입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IMF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서 주목을 받은 경기침체기는 크게 네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1970년대 1, 2차 오일 쇼크 시기(1차: 1974년 ~ 1975년, 2차: 1979년~1981년)의 경기침체기이다. 당시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에 따라 유가가 급등함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초 미국의 경기침체기이다. 1980년대 경기 확대 국면에서 기업들이 인수 및 합병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부채 증가로 인해 재무 구조가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인해 금융 기관이 부실화되면서 그 여파는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소비가 부진해지는 수요 불황을 겪었다.


세 번째는 1990년대 일본의 복합 불황기이다. 1980년대 후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인해 형성된 버블이 1990년대 초에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자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금융 기관과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 부문으로 부실이 확산되면서 소비도 위축되었다. 게다가 자산 디플레이션 발생 초기에 일본 정부가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연한 것이 부실 채권 확대를 가져와 불황이 2000년대 초반까지 장기화되었다.


네 번째는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기이다. 신경제에 대한 환상으로 무분별하게 과잉 투자를 감행한 소위 ‘닷컴 기업들’의 실적이 급속하게 악화되면서 IT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9.11 테러, 기업 회계 부정 등의 영향 속에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업 투자가 급감하고 자산 효과가 감소함으로 인해 소비가 저하되는 수요 불황을 겪게 되었다.


이들 네 번의 경기침체기는 그러나 그 영향 지역이나 지속 기간은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일 쇼크기는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일본 장기 불황은 10여 년이나 지속되었으나 일본 지역에 국한되었던 침체기였다. 1990년대 초 미국 불황은 기간도 단기였으며,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프리카 지역 등지에만 영향을 주었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기는 기간은 단기간이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준 시기였다.

 


II. 경기침체기의 영향과 특징

 


1. 시장 지위의 변화 초래


과거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어떠하였을까? 2007년 현재 매출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과거 매출액 증가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침체기에는 매출액 증가율이 미미했거나(1990년대 초 미국 사례),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기). 하지만, 만일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사라진 기업들까지 포함한다면 매출 하락의 골은 더욱 깊었을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시장 지위가 크게 변화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PC산업의 경우 2000년대 초 불황 시기를 전후해서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경기침체기 전 시장 점유율 2위이던 Dell은 경기침체기를 벗어나면서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으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Compaq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HP에 인수 합병 되었다. 같은 기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Nokia가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힌 반면, Ericsson은 Global Top 3의 지위에서 떨어져 나갔다.

 

최근 Mckinsey & Company에서 조사한 자료(2000년대 초 IT 버블 시기 전후의 미국기업 지위 변화, 2008)에 의하면 경기침체기 전에 상위 25%에 속해 있던 기업들 중에서 경기 침체기 이후에도 상위 그룹에 속해 있는 기업이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40%는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시장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75%에 속하던 기업들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인 Bain & Company에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의 기업 지위 변화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상위 25%에 드는 기업들 중 5분의 1 이상이 하위 25%로 추락하였으며, 하위 25%에 속하는 기업들 중 5분의 1 이상이 상위 25% 내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를 전후해서 기업 지위의 변화가 극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여러 조사 보고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이처럼 지위 변화가 나타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을 이해하자면 먼저 경기침체기의 특징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2. 경쟁 Dynamics 변화의 장 제공


경기침체기는 시장/경쟁, 소비자, 그리고 기업 측면에서 호황기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개별 기업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위협이 되기도 하고,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먼저, 시장/경쟁 측면에서 보면 수요 부진에 따라 기업들은 매출 감소로 인한 재무 유동성 압박을 받게 된다. 또, 매출 부진 탈피를 위해 지나치게 가격 경쟁에 의존하게 되고 이의 여파로 원가 절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소비자들의 경우 호황기 때에 비해 가격을 중시하게 되고 기본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로 인해 제품의 범용화가 촉진되기도 한다.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 짐에 따라 제품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이 까다로워지고 웬만한 제품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려고 하는 등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로 인해 어지간히 차별화된 제품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없고 혁신적인 제품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저관여 제품의 경우에는 오히려 브랜드 충성도의 영향이 커질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특히 고관여 제품의 경우 호황기 때의 버블이 꺼짐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요모조모 따지다 보면 브랜드 충성도의 영향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제품군에 속하는 기업들의 경우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회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가치 또한 하락함에 따라 재무적인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저렴하게 인수 합병할 수 있다. 산업 특성에 따라서 경기의 영향을 받는 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 조정이나 집중화 대상을 식별하기가 용이할 수 있다. 지역이나 국가별 차이가 있을 경우 해외 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특히, 기업 간 경쟁력 차이가 부각될 수 있다. 마치 시험이 어려우면 변별력이 커지듯이 핵심역량이 있는 기업과 한계 기업들 간의 경쟁력 차이가 경기침체기에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경기침체기의 특성과 영향이 시장/경쟁 상황이나 소비자, 기업별로 달리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기업들에게는 위협이 되지만 또 다른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서 시장 지위의 변화가 나타난 것도 이와 같은 특성과 영향을 잘 감안하여 적절한 전략적 대응을 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경기침체기가 경쟁 Dynamics 변화의 장을 마련하는 시기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다음에서는 시장 지위를 변화시킨 기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했는지, 그리고 그러지 못한 기업들과는 어떤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한다.

 


III.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략적 대응 포인트

 


사례 분석의 대상 시기를 90년대 초 불황과 일본 장기 복합 불황 시기, 그리고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시기로 나누어 살펴 보기로 한다. 사례 기업의 개요는 <표 1>과 같다.


1.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의 사례 :  Nokia vs. Kodak


1) 사업 구조조정에 성공한 Nokia


1980년대 말까지 목재, 제지, 고무, 케이블 등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었던 Nokia는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험을 한다. 전통적인 주력 사업들의 성장 잠재력이 줄어들고 사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짐을 간파한 경영진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사업 구조를 대전환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이러한 판단 하에 Nokia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하였다. 1990년대 초에 제지, 펄프, PC, 데이터 등 대부분의 기존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였다. 그리고, 이동 통신 사업의 경쟁력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해 유럽 휴대폰 2위 업체인 영국의 테크노 폰을 인수 하였다. 경기침체기에 기업 가치가 많이 하락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하였다.


이와 더불어 유럽 통신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1992년부터 미국과 아시아의 시장 확대를 위해 판매 거점을 확보해 나갔다.


한편,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안주하기 보다는 디지털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혁신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당시 아날로그 제품이 주류였던 상황이었기에 경기침체기에 이러한 방향 전환은 다소 성급할 수도 있었겠지만, Nokia는 1991년에 세계 최초로 GSM 방식의 디지털 휴대전화의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시장 트렌드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모든 제품들을 Nokia 단일 브랜드로 통일하고 디지털 이미지 심기에 전력 투구한 결과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1995년도에 세계 시장점유율 18%로 2위, 1998년도에는 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설 수 있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40%를 넘나드는 시장 점유율로 2위 업체와의 차이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었다.


사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조조정을 할 당시인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그 전 기간보다 매출액이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잘 인내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 오늘날의 결실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Nokia는 경기침체기에 이미 한계에 봉착한 기존 사업의 성과 개선에 매달리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즉, 중장기적인 안목의 사업 대전환과 더불어 호황기 때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2) 사업 구조조정 타이밍 실기한 Kodak


Kodak의 경우 1980년대까지 공격적으로 다각화한 전자출판, 의약품, 가정용품, 플로피 디스크 등에 대한 방만한 연구 개발 투자로 경영 효율성이 저하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던 필름과 카메라 사업이 디지털 제품들의 시장 잠식으로 성과가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초 경기침체기를 맞이한 Kodak은 경기침체기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미래 성장성이 떨어지는 필름 사업을 오히려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개도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글로벌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Kodak으로서는 진부화된 기존 사업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이미지 솔루션 등 뉴 패러다임으로 사업구조를 대전환하는 것을 모색했어야 했다.


당시, Kodak은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의 핵심 기술인 CCD(Charge-Coupled Device : 전하 촬상 소자, 디지털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의 한 방식)나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 디지털식 고화질 수동 카메라) 등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관련되는 원천 특허도 보유하고 있었다. 즉, 디지털 사업의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Kodak은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드는 기존 필름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준비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1992년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였지만 마케팅 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하지 못함으로써 시장 확대에 실패하였다. 반면 Canon, Sony, Nicon 등 경쟁업체들은 경기침체기에 집중적으로 디지털화로 전환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Kodak은 경기침체기 막바지인 1993년에 이르러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17%에 이르는 1만 명 이상을 감축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했다. 이때 당시 차세대 유망 사업으로 간주되었던 디지털 사업, 의료, 제약, 화학 사업 등을 기존 핵심 역량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매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2004년에는 신사업 육성을 위해 경기침체기에 매각했던 신기술들, 예를 들어  상용 프린팅 기술, 의료 등을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재구매 하게 된다. 결국 뒤늦은 그리고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경기침체기 이후를 대비한 Fundamental을 강화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 실패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매출이 계속 하락과 정체를 반복하였으며, 수익성도 과거 대비 낮아졌다.


결국 Kodak은 경기침체기에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기존 필름 사업을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구조조정 타이밍의 실기에 따라 Fundamental이 약화되고 디지털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소홀히 함으로써 경기침체기 이후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2. 일본 복합 불황기의 사례 :  Canon vs. Sanyo


1) 핵심역량에 집중한 Canon


1980년대 차입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오던 Canon은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더불어 재무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다각화 했던 사업들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비핵심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인식에 맞추어 Canon은 핵심 역량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였다. 선택과 집중의 모토 하에 복사기, 프린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성과가 우수한 사업 중심으로 재편했다. 반면, 사업 유망성은 있으나 핵심 역량과 관련이 없는 사업들, 즉 FLCD(Ferroelectric LCD), PC, 태양전지 등 7대 적자 사업들을 철수하거나 매각하였다.


한편, Canon은 경기침체기에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촉진할 수 있는 신사업을 적극 공략하였다. 디지털 카메라 분야에서는 선발자 전략으로 신제품 개발을 선도하였다. 핵심 역량의 하나인 광학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DSLR 방식에 집중하였다. 디지털 복사기에서는 대형 시장에 주력하는 Xerox 등과는 달리 중소형 시장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창출해 나갔다. 이전에는 대형 복사기 위주였던 시장이 경기침체기에 접어 들면서 중소형으로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먼저 발견하고 먼저 대응한 것이다.


Canon은 또 시장 선점 후에는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디지털 복사기의 경우 특허를 강화하고 토너, 잉크 탱크 등의 블랙박스화로 진입 장벽을 구축해 갔다. 특히, 경기침체기에 대부분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용을 삭감하려고 하는데 반해 Canon은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증가시킴으로써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심화시켰다. 다른 일본 기업들이 불황 극복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행하는 가운데에서도 Canon은 종신 고용제를 유지함으로써 핵심 인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 결과는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 불황 초기인 구조조정 시기에는 매출 신장이 주춤하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엔 고성장을 하였으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었다. 
결국 Canon은 先 구축된 핵심 역량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면서 신시장/신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창출하고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진입 장벽을 구축함으로써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넓혀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2)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Sanyo


흑백 TV와 냉장고에서 출발한 Sanyo는 1990년대 초까지 종합 전자기업으로서 AV, 정보통신기기, 2차 전지, 일반 가전, 산업 기기, 전자 디바이스 등 150여 개 업체를 거느리는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매출은 8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 일본 내 복합 불황이 발생함으로 인해 매출이 부진하게 되었고 수익성도 저조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anyo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가전과 AV 등 기존 주력 사업과 LCD, 디지털 카메라, 비메모리 반도체, 2차 전지 등 차세대 성장 사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 갔다. 당연히 기존 주력 사업의 성숙화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차세대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 미흡으로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되었다. 결국 최근에 이르러서는 휴대폰, 반도체 등의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또한, 지역별 매출 구조에서도 내수 중심을 고수함으로 인해 장기 복합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 Canon 등이 글로벌화를 통해 미국, 유럽만이 아니라 신흥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여 매출 구조 다변화를 꾀한 것과는 상반된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결과는 <그림 5>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저조하였으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Sanyo는 복합 불황기를 거치면서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다양한 사업들을 계속 유지하다 보니 성장 동력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데에 실패한 사례로 기록된다.


3. 2000년대 초 버블 붕괴기의 사례 : Apple vs. Compaq


1) New Business Model로 회생한 Apple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에 PC 산업은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과다 재고 누적으로 산업 전반적으로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었으며 소비자 니즈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PC 산업의 게임 룰은 가격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이러한 게임 룰의 변화는 차별화된 User Interface와 제품 디자인에 바탕을 두고 경쟁하는 Apple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실제로 주력 제품이었던 i-Mac, Power Mac 등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Apple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MP 3 Player를 주목하였다. 당시 MP 3 Player를 제조하는 기존 제조사들은 기능, 디자인 등 하드웨어 중심의 경쟁에 치우치고 있었다. 하지만 하드웨어 차별화 중심의 제품 개발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Apple은 경기침체기에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감성과 경험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이 절실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Apple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i-Pod를 중심으로 한 MP 3 Player 비즈니스 모델이다. Apple은 하드웨어 차별화를 통한 기기 판매 중심에서 컨텐츠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대전환을 추진하였다. 또 경기침체기에 신제품을 대중화하기 위하여 ‘Apple 제품 간 연결’에 머물러 있던 기존의 폐쇄적 사업 방식을 포기하고 개방형으로 전환하였다. 그 일환으로, i-Tunes 플랫폼의 호환성을 강화하였다. Apple OS에서만 작동되던 플랫폼을 Windows OS용에서도 작동 가능하도록 개방하였다. 


또한, 불법 다운로드의 확산 및 경기침체의 여파로 신규 수익원을 갈망하던 Sony, Warner, Universal 등 5대 음원업체들을 파트너로 유인하였다. 음원 사용료의 70%를 음원업체에 배분함으로써 파트너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한편, 위축된 소비 심리를 직접 체험을 통해 자극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에 Apple Store를 개설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였다. Apple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를 문화적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Apple의 경영 성과는 경기침체기 초기에 다소 주춤하였으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힘입어 급신장 하게 된다. 수익성도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Apple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단순히 MP 3 Player 시장의 리더로 부상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산업 주류 시장 전반을 리드하는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요약하면, Apple은 기존 게임 룰을 파괴하는 고객 가치 창출을 통해 경기침체기에 대응한 것이다. 즉, 근본적인 사업 모델 변신을 꾀하고, 경기침체기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차별화한 것이 경기침체기 이후 도약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2) 승산 없는 게임 룰 적응에 급급하다 합병된 Compaq


1990년대 말까지 시장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던 Compaq도 2000년대 초에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수요 부진과 원가 압박으로 경영 성과가 악화되었다. 가격 경쟁 중심의 게임 룰 변화는 Compaq에게 점점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경쟁업체 Dell은 기왕에 구축한 Direct Business Model을 더욱 강화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원가우위를 바탕으로 가격 인하 경쟁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Compaq도 가격 경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체 인원의 12%를 감축하여 비용 절감을 꾀하였다. 기업용과 일반 소비자용으로 분리되었던 PC 사업부도 통합하였다. 한편, Dell의 주 비즈니스 모델인 Direct Sales 방식을 Compaq도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기존 유통 채널과의 마찰만 양산할 뿐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더욱이 Compaq의 원가 구조는 Dell의 그것과는 차이가 커서 맞대응에서 원가 우위를 누릴 가능성이 적었다. 이로써 매출이 부진해지고 손실은 더 커져서 결국 2002년에 HP에 합병되고 말았다.


차라리 Compaq은 Dell과는 다른 방식으로  Target 시장을 차별화 하면서 PC 사업을  Repositioning 할 필요가 있었다. 즉, PC 사업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향후 기업 서버용 솔루션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당시 Compaq은 이미 경기침체기에 들기 전인 1997년과 1998년에 각각 Tandem과 DEC를 인수하여 서버 및 솔루션 사업에 대한 기반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Compaq은 시너지 제고를 위한 노력보다는 단순히 매출 규모를 늘리는 차원에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 서버용 솔루션 사업에 역량 집중을 통한 사업 구조 고도화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실패는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성과에도 나타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매출은 다소 증가하였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 가격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한 끝에 합병되었다.


요약하면, Compaq은 경기침체기에 경쟁 우위를 상실한 PC 사업의 시장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격 경쟁을 지속하다가 Fundamental 강화를 통한 솔루션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 추진에 실패한 것이다.

 


IV.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이상 여섯 기업들의 경기침체기 전후를 걸친 전략적인 대응 과정과 결과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았다.


1. 중장기적인 ‘Big Picture’를 갖고 대응하라


경기침체기에 들면 기업의 매출이 줄거나 수익성이 악화된다. 때문에 유동성 압박으로 단기적인 대응에 급급하게 된다. 그러나, 사례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Big Picture’를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Nokia는 전통적인 기존 주력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성장 영역인 이동통신 사업 중심으로 구조 대전환에 성공함으로써 호황기에 들었을 때 비약적인 성장을 한 반면, Compaq은 단기 처방 중심으로 대응하다 장기적 사업 구조 고도화에 실패하였다.


2.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Fundamental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라


Apple이나 Nokia는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과 신사업의 확고한 역량 구축에 주력함으로써 호황기 때 대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Canon도 유망사업이라고 다 한 것이 아니라 핵심 역량과 관련 있는 사업에만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하였다.


그러나, Kodak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시하여 성장 활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변신하는 데에 실기하였으며, Sanyo도 선택과 집중에 실패함으로써 성장성 있는 사업의  Fundamental 확보에 실패 하였다.


경기침체기일수록 절박함에 사로잡혀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할 뿐 Fundamental한 투자에는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 사례들은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Fundamental한 투자에 인내심을 갖고 지속하다 보면 호황기에 큰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3. 경기침체기일수록 더욱 ‘소비자 니즈’에 맞춘, ‘확실히 차별화된’ 포인트를 견지하고 강화하라


Apple은 가격 중심으로 바뀌는 경쟁의 Game Rule이 자신의 강점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마케팅 전략 또한 일관되게 전개하였다. Canon의 경우에도 기존 대형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중소형 디지털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시키고 진입 장벽을 구축해 나갔다.


4. 경기침체기에 대한 대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단기 효과가 나는 대응이 우선이겠지만, 근본적인 변화, 어차피 해야 하는 변화, Customer Insight에 대응하는 변화, 핵심 사업에 맞는 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Apple, Canon은 경기침체기 초기에 발빠른 변신을 함으로써 성공하였지만, Kodak, Compaq 등은 적기에 의사 결정을 못하고 뒤늦은 변신을 모색하다 실패하였다.

 

경기침체기에는 전반적인 수요 침체, 신용 경색, 기업 활동 위축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압박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또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뚜렷해지고, 이 때문에 자신의 Fundamental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호황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한다면, 이 시기를 시장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동성 확보나 수익성 방어 등 단기적인 대응은 불황을 이기는 필요조건이지만, 지속적인 경쟁 포지션 강화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Fundamental 강화를 통해 경기침체기 이후의 도약을 대비하는 노력도 중요하며, 이것이 불황을 이기는 충분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끝>


2008. 10. 29. 12:56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LG경제연구원)

2009년 국내외 경제전망
수출둔화로 성장률 3%대 하락

선진국 정부의 국가간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으로 세계경제는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파국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금융불안 과정 속에서 수요위축이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경제의 하강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하반기 이후의 회복과정도 매우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경기가 내년중 0%대의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개도국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성장세 저하가 예상된다. 국내경기의 하강기조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3.6%로 낮아질 전망이다. 자산가격 약세, 내수심리 위축, 신용경색으로 인해 감세 등 정책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률 하락을 주도할 것이다. 경기후퇴, 유가안정으로 소비자물가는 3%대 후반으로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균형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내년까지 경기하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능동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감세 정책과 더불어,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자재정 편성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세계경제의 흐름 
Ⅱ. 주요국 경제전망 
Ⅲ. 국내경제 전망 
Ⅳ. 정책 시사점
 
  
  
Ⅰ. 세계경제의 흐름  
  
 
선진국 중심으로 침체국면 진입하는 세계경제  
 
세계경제는 지난 9월부터 심각한 글로벌 금융 경색에 직면하여 실물경제도 동시에 추락하는 복합 불황에 부분적으로 빠지고 있다. 은행 간 자금거래 시장의 불안심리가 기업 및 소비자 금융의 위축으로 파급되면서 투자 위축, 실업 확대,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과잉 채무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2000년대 들어서 계속되어 왔던 선진국의 소비 호황이 마감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기하강은 과거의 경기침체기에 비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간 세계경기 하강국면에서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성장률이 저하되기 시작한지 5~6분기 뒤에 경기가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하강이 길었던 2차 오일쇼크 시기 중에는 성장률이 6분기 이후 반등했다가 다시 1년후 떨어지는 더블딥(double-dip)의 모습을 나타냈다(<그림 1> 참조). 
 
이번 경기하강을 야기했던 요인으로 세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번 경기하강은 복합적 충격(multiple shock)에 의해 유발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제의 하강기에는 한 부문에서의 충격이 경기하강을 유발해 다른 부문으로 파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하강국면은 공급측면에서의 유가상승과 거품붕괴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부실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의 충격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각국의 경기가 동시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계경기 침체기에는 미국경기 하강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으로 전파되면서 세계경기 하강으로 이어져 국가간 경기변동에 시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기부진시 다른 나라가 어느 정도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현재에는 유가충격의 발생으로 2차 오일쇼크 시기 이후 다시 세계경제의 동시 하강이 발생함으로써 국가간 완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셋째, 이번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그동안의 과도한 소비로 취약해진 선진국 가계의 부채조정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부문에 의해 부풀려진 소비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가 크게 확대되었고 신용경색 과정에서 가계는 소비절약을 통해 부채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급격한 파국보다는 불황의 장기화 예상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세계경기 하강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과거 경기침체의 학습효과로 각국이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어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억제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정책 협조를 강화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각국 금융기관에 대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공적 자금의 투입, 자본 확충 및 국유화 등의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한편 재정에 여유가 있는 신흥국이나 일부 선진국에서도 경기 부양 정책을 강화하여 실물경제의 위축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평균성장률이 높은 개도국의 비중이 커져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선진국의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과거의 동시 불황기와 같이 0%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측면들을 감안할 때 세계경기는 급격히 추락하기보다는 하강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추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경기하강 국면은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는 경기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의 정책 공조가 실패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위험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급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파생상품 시장이 잇따라 무너지거나 이란 핵 위기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재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경제위기, 미국-러시아의 관계 악화나 미국 신정부의 강경한 통상정책으로 인한 무역마찰 심화 등 글로벌화를 역행하는 정치적 갈등이 고조될 경우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투자조정 본격화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회복추세는 매우 완만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향후 글로벌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신용창출 기능 약화가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GDP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선진국 소비를 대체할 만한 수요부문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자원제약도 여전히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고성장 끝에 유가가 폭등하면서 세계경기를 끌어내렸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당분간 과거와 같은 5% 내외의 성장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5년간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3%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경기 하강기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글로벌 투자 위축이 클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5년간 4%대 후반의 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가 크게 늘었다(<그림 2> 참조). 향후 설비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둔화가 경기하강을 선도하고 있지만 변동성은 투자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개도국으로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줄어들면서 투자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건설, 기계, 철강, 화학 산업등의 생산 둔화가 예상되고 그동안 생산능력이 크게 높아진 부문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유가 90달러대 등락 예상 
 
2009년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배럴당 20달러 정도 낮은 9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 압력은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1일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10월 10일 78달러까지 47%나 급락한 이유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OECD 국가의 석유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져 향후 석유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이 겹쳐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석유소비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올 9월 중 석유소비량이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하였다. 이처럼 OECD 국가들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소비 감소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석유수요 증가에 큰 기여를 해 오던 인도와 중국 등 개도국들의 석유수요 증가세도 경기 침체와 유가 보조금 삭감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유공급 측면에서 여전히 유가 상승의 압력이 존재하고 있어 유가가 2007년의 배럴 당 70달러 수준으로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 원유생산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非OPEC 산유국 중에서 미국, 브라질, 아제르바이잔 등이 내년에는 원유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급 불안이 다소 해소될 전망이지만 국제원유시장 전체의 공급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9월에 개최된 OPEC 회의에서 1일 52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였고, 11월 회의에서도 추가감산에 합의하는 등 유가 하락에 대응한 OPEC의 감산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OPEC의 여유생산능력 부족과 올해 들어 나타난 러시아의 원유생산 감소세 전환 등 원유에 대한 공급 불안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란 핵 문제, 나이지리아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긴장 역시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멕시코만 심해유전의 한계생산비용이 배럴당 90달러에 이르는 등 유가의 이론가격인 유전의 한계생산비용 상승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Ⅱ. 주요국 경제전망 
  
 
선진국 
  
 
금융과 실물경제의 복합불황에 빠진 미국경제의 장기 정체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실물경기 하락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년 상반기 미국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된 것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증대에 기인한 바 컸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는데 수출이 물량기준으로 13.2%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3.1%p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측면의 메리트가 지속되기 어려운 데다 세계경기도 위축되면서 미국의 수출활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세금환급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도 3분기 정도까지만 지속될 전망이어서 4분기 이후 미국경제가 2~3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경제 불안의 단초를 제공한 주택가격 하락은 내년중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6월까지 고점 대비 16.4% 하락한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S&P Case-Shiller index)가 향후 수년에 걸쳐 추가적으로 10~20%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추세 지속은 금융기관의 추가부실로 이어져 미국 정부의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등 신용 창출 능력이 단기간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기능의 약화로 현재 GDP 규모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가계부실이 확대되고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미국기업의 재무구조가 평균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는 것이 미국경제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지만, 신용경색과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제약이 큰 기업들은 보다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미국경제는 0.4%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1%대의 낮은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성장률보다 소비와 수입의 하락추세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수입증가율은 이미 물량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경기둔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유럽, 미국경기와 동조화 심화 
 
주요국들이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로지역은 경기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미국 금융불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데다 영국,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추세가 가속되면서 미국과 같은 가계의 부채조정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부진을 겪으면서 역내교역이 위축되고 전체 교역의 8~9%를 차지하는 영국과의 교역도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역외교역의 경우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로화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지만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부진과 설비투자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 가동률이 하락하고 신규투자가 줄어듦에 따라 고용사정 역시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경제는 내년 상반기 저점을 기록한 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불안, 가계의 부채조정, 실업 증가 등으로 회복속도는 미미할 것이다.  
 
수출경기 급락·엔고에 고전하는 일본 
 
2002년 이후 미약하지만 수출에 의존해 경기확장기를 이어왔던 일본경제는 세계경기의 둔화로 지난 2/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경기후퇴기 진입이 확인되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의 경우 미국, 유럽과 달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나 이와 관련된 각종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으나 만성적인 소비 정체 속에서 수출이 둔화됨으로써 성장세의 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 공업국의 자본재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와 일본 수출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나타나고 있어 글로벌 투자 둔화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4> 참조). 글로벌 금융불안의 여파로 수출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엔화마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일본기업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연쇄적으로 설비투자도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09년의 경우 2008년에 극심하게 악화된 교역조건이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안정에 힘입어 다소 개선되면서 내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9년 성장률은 0.5%로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수출경기 둔화와 함께 중국경제도 하강 국면 진입?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돈은 수출과 투자에 주로 의존해 성장을 해온 중국 경제에도 악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및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향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내 민간부문의 투자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올해 가격상승 요인을 제거할 경우 14%대까지 떨어져 최근 수 년 동안 기록해온 20%대 중반의 신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출둔화로 대외수요가 줄어들면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민간의 투자활기가 내년 중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 중앙정부가 2006년 이후 추진해온 노동합동법 제정 및 발효, 위안화 절상, 에너지 및 환경보호 정책 등도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투자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고정자산투자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주택투자가 향후 중국 경제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림픽 폐막 이후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함께 중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거래가 크게 위축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건설투자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데다 고가 내구재 및 중간재 판매와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만일 시장이 붕괴될 경우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화는 중국 정부도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10월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이후 사실상 거시경제 정책기조를 경기부양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2년 만에 은행 대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감세 등 재정확대 정책도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같은 재정정책의 효과를 감안할 때 중국경제는 내년중 8%대의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의 SOC 투자가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중심 성장으로의 정책전환으로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증가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내구재 소비는 보급률 포화현상과 맞물려 내년중에도 둔화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동유럽, ASEAN 국가 경기둔화 빠를 듯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 글로벌 투자 위축 등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 그리고 수출에서 중간재 및 자본재 비중이 큰 나라를 중심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ASEAN 국가,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와 체크,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그림 6> 참조).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투자둔화 효과도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크, 폴란드의 경우 경상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복지 확충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폭도 늘어나면서 쌍둥이 적자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대외부채가 경제규모 수준인 발틱 3국의 경우 EU의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큰 폭의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 내수중심국 경기하강은 상대적으로 완만 
 
중동 지역의 경우 원유가격의 하락세로 수출증가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축적된 오일머니를 통해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OPEC 산유국의 석유수입이 금년 중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났지만 이를 모두 투자하기보다는 상당부분을 국부펀드 등에 예치해 자원가격의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설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은 내년 중에도 5%대의 성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 높은 물가상승률, 글로벌 신용경색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이 수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경상수지 흑자를 더욱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며, 식료품 부문이 견인하는 10%대의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소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원 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사회 인프라 건설과 신성장 산업 육성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큰 서비스업에서 선진국 시장 침체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와 제조업부문 생산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지 않아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충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하향추세로 물가가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소비가 소폭 회복되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정부의 SOC인프라 투자도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남미 경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국내 소비와 국제 원자재 수요 역시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9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 주춤한 가운데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기 둔화 지속,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 유입 감소 등 대외 여건 악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그 충격을 다소 완화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Ⅲ. 국내경제 전망 
  
 
국내경기 흐름 
 
수출의 기여도 하락으로 성장률 저하 
 
국내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기의 하강추세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경제 불안과 유가상승으로 금년 들어 투자와 소비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수요둔화가 수출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8월중 수출용 출하가 부진해지면서 산업생산 증가세가 크게 꺾여 향후 제조업 부문에서의 성장둔화 추세가 나타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향후 수출둔화에 의해 주도되는 경기의 하강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03년 이후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세계경제 고성장에 기인한 수출의 호조로 우리경제가 4~5%의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내년중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7> 참조).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어느 정도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내수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수출부진이 기업과 근로자 수익 저하로 이어지면서 올해 1%대 증가로 부진했던 실질 국민소득(GNI)이 내년중에도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2004년 이후 높아진 가계부채의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도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경제의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과 방향 뿐 아니라 크기 면에서도 매우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그림 8> 참조). 이는 우리경제의 내수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인데 내년중에도 우리경제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에 따라 국내 경제도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실질국민소득 둔화추세 지속으로 소비회복 어려움 
 
올해와 내년은 소비여건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소비는 유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빠르게 위축되어 왔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는 완화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변동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향후 소비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두가지이다.  
 
우선 내년까지도 실질국민소득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은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실질국민소득 증가는 1%대에 머물렀다. 국내총생산의 상당부분이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대금 증가로 해외에 유출됐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에는 수출의 둔화로 인해 소득을 벌어들이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을 때 소비가 살아나려면 소비심리가 급격히 확산되어 저축이 줄어들던가 금융부문으로부터의 차입이 크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불투명성이 내년 중에도 이어지고 자산가격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소득 이상으로 소비를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불안으로 자금확보가 쉽지 않은 금융기관들도 이제까지와 같은 가계대출 확대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소비의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설비투자 제약 
 
설비투자는 80%가 넘는 높은 가동률로 투자 증가 압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원자재 조달난, 원화 가치 하락, 신용 경색으로 인한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내년에도 여전히 부진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외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설비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수 부문 역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서 가동률 하락과 설비 투자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업종별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과 자동차 업종 등에서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 증설보다는  유지, 보수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조선, 철강 업종 등에서도 향후 설비투자 계획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등 기업친화적 정책 등으로 제도적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회복의 징후가 보일 때까지는 투자 심리 회복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주택건설투자 침체 지속 
 
건설투자는 올 상반기 마이너스의 성장을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불안감 확산, 건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 악화와 더불어 국내 부동산 가격 약세 지속 및 매수 심리 실종,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미분양 물량 적체 등 대내적 요인이 더해져 민간 주택 건설 투자 침체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내수 경기 침체로 상가, 공장 등 비주거용 건축 투자도 여전히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내년중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균형개발사업의 본격 시행과, 2기 신도시 및 도심 재개발 사업, 공공 SOC 투자 등 정책적 건설 수요 확대가 건설 투자 활성화에 다소 기여할 것이다. 올해 말부터 국토균형개발사업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가 늘어나고 공공 SOC 투자의 집행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건설투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 주택 건설 부문의 부진이 공공 투자로 어느 정도 상쇄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다소 증가한 수준의 건설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수출 
  
 
수출단가 하향압력 거세질 듯 
 
글로벌 불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출단가 상승, 개도국 수출 호조로 우리나라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년말 이후 수출여건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량 기준 수출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원자재 가공 품목들의 수출 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수출 주력 품목인 IT 및 전자제품에서 더욱 좁아진 시장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출단가의 하향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더욱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자동차 등 내구재에 대한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경기 부진으로 우리나라가 가져올 파이의 몫이 크지 않아 보인다. 단가하락과 물량증가세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로는 對선진국 수출 부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對개도국 수출도 투자 관련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둔화 추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연쇄적으로 신흥국들에 대한 자본재 및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총액에서의 비중이 22.2%에 달하는 중국의 수출 둔화세가 가시화되면서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균형 수준에 접근 
 
올해 급증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폭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의 하향 추세와 국내 수요 둔화로 수입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 엔화 등 주요국 환율이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는 당분간 달러당 1,100원이 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상품수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환율은 여행수지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내년 중에도 90달러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항공운임 및 환율 부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의 감소추세는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물가 
  
 
고용창출 부진 지속될 전망 
 
고용창출효과가 큰 민간소비와 건설 부문의 침체로 고용창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취업자수 증가는 둔화되어 올 한해 평균 16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에는 공공건설 부문의 회복 및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 등이 고용흡수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다. 민간소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서비스부문의 고용흡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고용부담이 큰 상용직 근로자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중에도 취업자 증가수는 10만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인구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저하와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의 취업준비 기간 장기화 현상이 내년 중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새로운 고용 창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활동 참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내년 중에도 우리경제는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3%대의 낮은 실업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3%대 안정 
 
국제유가 급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최근 유가의 하향안정과 함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많이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금년 1월 이후 지속된 경기하강으로 총수요압력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판단되어 향후 물가의 하향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물가불안 요인들이 남아 있다.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크게 높아진 원달러 환율이 수입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파급 효과가 큰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계획되어 있는 점도 물가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올해 유가급등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평균 5%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중에는 3%대 중반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5년 이후 3년간 2%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졌던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유가상승의 시차적 효과와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다.  
  
 
Ⅳ. 정책 시사점 
  
 
내년에도 글로벌 금융 불안 요인들이 우리 경제에 크고 작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최근의 금융 혼란의 파장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경기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외생적인 시스템 교란 요인들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안정적인 거시경제 관리를 위한 보다 능동적인 정책 접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책 당국으로서는 적극적인 감세 정책과 아울러 필요 시 임팩트 있는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살펴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과거나 현재 비슷한 소득 수준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취약한 상황은 아닌 만큼 소폭의 적자재정 편성을 꺼릴 일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 역시 물가를 자극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경기하강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낮아지고 원화 환율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가계 부채 부담, 제2금융권 부실화 등 신용경색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만큼 전반적인 완화 기조 하에 국면 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유가와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경상수지는 내년에 균형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본수지 호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외환시장 불안을 교훈 삼아 외환 관리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자본수지 개선을 위한 국내 비즈니스 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시장 참여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쟁게임의 룰을 세우고 관리하는 규칙 제정자 및 심판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정부 개입의 정도와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 개입이 시장의 대체가 아닌 시장 실패의 보완을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은 원칙을 갖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 경색에 따른 흑자기업들의 도산을 막고, 해외 금융시장의 돌발 상황에 의해 국내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입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위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 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은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실패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시장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정책 당국의 비상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끝> 

출처 : 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