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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1 [소프트 파워, 소통 2] 언행일치로 세상과 소통한 역사 속 달인 / 소통의 달인 1
  2. 2008.11.24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편] 세상은 창의성을 사고 판다
2009. 3. 11. 19:11

[소프트 파워, 소통 2] 언행일치로 세상과 소통한 역사 속 달인 / 소통의 달인 1

[소프트 파워, 소통 2] 언행일치로 세상과 소통한 역사 속 달인 / 소통의 달인 1


이번에 살펴볼 소통의 달인은 청중 중심의 소통, 철저한 자기 준비, 언행일치의 진정성을 보여 준 사람이다. 소통은 얕은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 보여 줄 때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다.


한 시간 연설을 20분으로 줄인 청중 중심 소통의 달인, 오바마

 
“진보적인 미국인도, 보수적인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 흑인을 위한, 백인을 위한, 히스패닉을 위한, 아시아인을 위한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입니다.”

2004년 7월 2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기조연설을 남긴 오바마는 미국 대선의 태풍으로 떠올랐다. 극심한 경기불황과 인종갈등, 소득격차 등의 문제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미국인들에게 ‘모두 같은 하나의 국민일 뿐'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08년 11월 4일 마침내 그는 미국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지금은 그의 이름에 세계인이 열광하지만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만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이 된 후 경제문제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동안 보여 준 그의 소통능력은 현존하는 인물 중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현재진행형인 그의 소통이 역사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흥미롭다.

 

우리는 오바마의 스피치와 소통에 열광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의 노력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소통방식은 청중 중심의 스피치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의 일화를 보면 그의 소통방식을 알 수 있다. 한 카운티의 작은 지역에서 유세 연설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 시간 간격으로 오바마와 힐러리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인기 정치인이 온다는 소식에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당에 300여 명이 모였다. 먼저 도착한 오바마는 한 시간 예정 연설 중 20분만 이야기하고 나머지 시간은 청중과 악수하며 사인을 해줬다. 그는 혼잡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연설을 집중해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시간 뒤 연설을 시작한 힐러리는 흥분하며 자신의 공약을 한 시간이 넘도록 설명했다. 힐러리가 연설을 마쳤을 때는 청중의 반이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이후 그 지역에서 예상 외로 오바마가 압승을 거두고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다. 대화 중 상대방이 자주 시계를 보고 고개를 돌리면 이야기를 그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소통이다.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소통의 기본 원칙이다.


키워드 강조의 달인, 링컨,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오바마는 링컨, 케네디, 마틴 루터 킹 같은 소통의 달인을 벤치마킹했다. 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키워드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지식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키워드, 즉 내용을 압축하지 못하면 중언부언하게 된다. 사람들은 선택적 지각을 하기 때문에 장황하게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케네디는 자유를, 마틴 루터 킹은 인권을, 오바마는 변화라는 키워드를 설정했다. 이처럼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도 많은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보다 중요한 키워드 몇 가지를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머지 내용은 문서를 참고하면 된다. 중요 키워드를 강렬하게 인지하면 그것을 들은 사람 스스로 상세한 내용을 찾을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메시지를 압축한 비주얼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그 키워드를 반복해 강조하면 된다. 미국인들이 최고의 연설로 꼽은 마틴 루터 킹의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보면 ‘꿈'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된다. 여러 사례를 곁들여 특정 문장을 반복하면 특유의 운율과 리듬이 생기고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272단어 밖에 안 되는 링컨의 게티스 버그 연설 중에도 봉헌(dedication)이라는 단어가 다섯 번이나 반복됐으며 케네디의 베를린 연설에서도 “베를린에 오게 합시다”라는 문장이 반복됐다.

 

케네디가 처음 연방 하원으로 미디어 연설을 했을 때 심각한 발표 불안증 현상이 나타났다. 왼쪽 손이 심하게 떨렸다. 그는 거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스피치 컨설턴트 테드 소렌슨을 고용해 훈련했다. 이후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그 훈련의 결실로 압승을 거두고 대통령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스피치의 달인 오바마의 스피치를 총괄한 사람이 바로 케네디를 가르쳤던 테드 소렌슨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연설 전까지 수 차례 연설문을 고치며 내면화 시킨다. 청중, 상황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링컨도 게티스버그 추모사 연설 부탁을 받고 그 묘지를 조성한 사람을 불러 분위기를 파악했다. 심지어 정적까지 찾아가 연설을 감수받았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것이 객관적으로 타당한지 고민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링컨의 리더십, 케네디의 이미지(실제로 케네디가 한 것처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야외에서 했다), 마틴 루터 킹의 반복 기법을 벤치마킹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언행일치를 위해 전투에 참가한 경청의 달인,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트라시마코스! 무엇을 그토록 열띠게 토론하고 있었나?
트라시마코스: 네, 정의란 무엇인지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정의는 무엇인가?
트라시마코스: 정의는 정의로운 것, 강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그렇군. 그런데 강자는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
트라시마코스: 당연히 사람입니다.
소크라테스: 사람은 때때로 실수하지 않나? 실수를 한다면 잘못된 행동도 하겠군.
트라시마코스: 맞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된 행동을 합니다.
소크라테스: 그런데 말이네, 잘못된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도 정의로운 것인가?
트라시마코스: …….

소크라테스와 청년 트라시마코스가 ‘정의'에 대해 대화한 내용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소통방식은 산파술이다. 아이를 낳도록 도와주는 산파처럼 상대방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경청하며 기다릴 줄 알았으며 상대방 수준에 맞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자 청중 중심의 소통방식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적절한 질문은 관계 형성에 효과적이다. 물론 겉도는 질문이나 쓸데없는 질문은 부적절하다.

질문은 폐쇄형보다는 개방형 질문이 효과적이다. 즉 “이번 보고서 ○○ 내용이지? 맞지?”보다는 “이번에 올린 보고서 어떤 내용인가”라고 묻는 것이 대답하는 사람 입장에서 훨씬 운신의 폭이 크다. 또한 소크라테스는 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 주었다. 직접 전투에 참여했으며, 죽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지켰다. 그의 언행일치는 그를 위대한 철학자로 역사에 남게 했다.

 


어깨를 바로 잡기 위해 칼을 매달아 둔 노력의 달인, 데모스테네스

말더듬이인 데모스테네스는 스피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처절할 정도로 연습을 했다. 빼앗긴 부친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그에게 있어 스피치는 생존능력이었다. 떨리는 호흡을 잡기 위해 뒷동산에 매일 뛰어 올라가 말하기 연습을 했으며, 말할 때 올라가는 어깨를 바로 잡기 위해 천장에 날선 칼을 매달아 두고 훈련했다.

논리적 기술을 높이기 위해 지하 창고에 들어가 책을 읽었는데 외출을 삼가기 위해 머리카락과 수염의 반을 깎은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는 훈련을 바탕으로 아테네의 10대 웅변가이자 정치가로 변신했다. 그의 성실한 모습은 아테네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마케도니아 필립왕이 침공했을 때 그는 ‘아테네 시민이여 일어나라'라는 명 연설로 투쟁을 시작했다. 소크라테스처럼 그 역시 자신의 삶을 통해 언행일치로 세상과 소통했다.


- 김은성 / KBS 아나운서, 국내 1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오바마처럼 연설하고, 오프라처럼 대화하라>, <마음을 사로잡는 파워 스피치> 저자. 서울대, 경희대, 국민대 정치 대학원 겸임교수.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11. 24. 22:36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편] 세상은 창의성을 사고 판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1편] 세상은 창의성을 사고 판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뒤숭숭한 요즈음, 이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조직의 힘에서 나오며 이 힘의 원천은 사람이다. 개인과 조직이 살아남기 위한 다섯 가지 비밀 코드를 풀어 본다. <편집자 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인간의 마음에서 자란다. 과학소설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지만, 제아무리 날고뛰는 첨단기계라 할지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는 못한다. 그래서 창의성에 의존하는 산업계는 영원히 창의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창의성은 이제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시장을, 자본을,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적인 사람들은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 그들은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까. 음악, 광고, 스토리, 디자인, 패션 등의 분야는 어떻게 새로운 영감을 끄집어내는 것일까.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야망, 금전, 명성, 성취감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일까.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관리하며 통제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규율과 제약이 있는 조직 내부에서 그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참으로 미묘하고 어려운 질문들이다. 어떤 경영전문가도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다. 우선 창의성이란 개념부터 모호하고 다의적이다.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도 쉽지 않다. 혹자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학식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창의성을 최고조로 이끌어 내고 관리하는 기술(역량) 역시 경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다.


알면서도 속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창의성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매일 텔레비전을 보고, 옷을 사 입고 잡지와 신문, 서적을 읽고, 가구와 집기를 구매한다. 보다 맵시 있는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전시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우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주변에 널려 있는 창의성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즐긴다. 비용-편익 구조에 웬만큼 익숙해진 이들조차 알면서도 광고에 속아 넘어간다.

특급호텔 수영장에서 파는 ‘학창시절 추억의 라면'은 2만 원, 동네 분식점에서 파는 계란라면은 2,000원이다. 그런데도 특급호텔의 라면을 찾는 고객들이 있다. 열 배나 비싼데도 말이다. 특권의식이나 허영심 때문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호텔측이 메뉴에 그냥 ‘라면'이라고 했다면 ‘바가지를 씌운다'는 원성을 들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특급호텔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그냥 라면이 아닌 ‘학창시절 추억'을 구매하는 기분으로 2만 원을 지출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청년시절 갖은 고생을 거쳐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된 재력가들의 경우다. 수영장 벤치에 편안하게 기대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과거의 역경을 떠올리며 오늘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면 2만 원이라는 돈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호텔 역시 고객들의 그런 심리나 성향을 간파했을 게다. 결국 호텔이 팔고 있는 라면은 라면에 담긴 고객들의 정서와 추억인 셈이다. 호텔 라면은 요리사의 솜씨가 아니라 창의성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기계는 창의성을 만들지 못한다

창의성은 우리가 소비하는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와는 전혀 다르다. 대량생산 사회가 배출해 내는 제품은 대부분 규격화·표준화되어 있다. 하지만 창의성은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화할 수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인간의 마음에서 자란다. 과학소설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지만, 제아무리 날고뛰는 첨단기계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창의성에 의존하는 산업계는 영원히 창의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례는 또 있다.

 

루이비통의 스테디셀러 가방 ‘스피디 30'은 명품치고는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도시 여성들이 들고 다니기엔 ‘2%'가 부족했다. 물건을 넣고 빼기엔 편리하지만 디자인이 단순한 게 문제였다. 해법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내놓았다.

2005년 봄 시즌에 맞춰 루이비통이 선보인 ‘맨해튼 PM'을 통해서다. 이 가방은 포켓 두 개가 나란히 있어 마크 제이콥스의 작품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광고 모델로는 도시적 이미지의 배우 우마 서먼이 기용됐다. 루이비통 특유의 모노그램에 실용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맨해튼 PM은 스피디 30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두 제품은 사실 생산 원가에서 큰 차이가 없다. 맨해튼 PM에 더 들어간 재료가 있다면 몇 개의 금속 정도이다.

그렇다면 루이비통은 무엇을 판 것일까. 바로 ‘이 가방을 들고 뉴욕의 맨해튼을 걸어도 더 이상 촌스럽지 않고 꿀리지 않는다'는 스토리였다. 새로운 부가가치는 이런 점을 젊은 여성들에게 알릴 수 있는 힘에 있었던 것이다.

노키아의 고가 브랜드인 ‘버투 어센트(Vertu Ascent)'는 중가폰인 ‘노키아 550 스포트 뮤직'과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무려 15배나 비쌌다. 소비자들은 외장의 일부를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마감한 버투 어센트에 무려 4,200달러를 더 지불했다. 생산원가 차이는 얼마되지 않지만 디자인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수천 달러에 달했던 셈이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올림푸스가 제품이 아닌 ‘추억'을 팔아 초기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비결은 광고에 있었다. 올림푸스는 처음엔 제품의 기능을 부각시킨 광고를 만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보다는 그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억과 사연에 관심이 더 많았다.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만든 후속 광고는 이런 측면에서 적중했다.

루이비통, 노키아, 올림푸스는 모두 가방, 휴대폰, 디지털카메라라는 ‘컨테이너'에 스토리, 디자인, 추억과 같은 ‘콘텐츠'를 담아 팔았던 것이다. 하드(Hard)는 거의 그대로인데 어떤 소프트(Soft)를 더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그렇다면 이런 제품들을 가능케 했던 창의성의 요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연구한 학자들이 의외로 많다.

창의성을 학문의 틀에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사람은 헝가리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다. 그는 <창작의 예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창의적 과정을 ‘이연현상(Bisoci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연현상이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것이다.

케슬러는 난데없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식의 아이디어 탄생 논리를 거부했다. 대신 변화는 때때로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존재하는 현상이나 사실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관계,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를 창조하는 과정이 이연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근거하면 뉴턴이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을 연결한 것이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 이론을 얻었다는 얘기에 수긍이 간다.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과 곰팡이 역시 마찬가지다.

 

케슬러가 유럽에서 이연현상 이론을 정립할 때 미국에서는 창의성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러시아와의 우주개발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상상력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들은 인간이 갖고 있는 두 뇌(좌뇌, 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좌뇌는 주로 ‘논리적인' 사고(수학, 언어, 분석, 추론 등)를 하고 우뇌는 ‘창의적인' 사고(상상, 색상, 음악, 리듬 등)를 한다는 것. 실제 몇몇 실험결과에 따르면 두뇌의 두 반구는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 심지어 외과수술을 통해 분리해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창의성을 사고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이도 있다. 1950년대의 저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고든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창의성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분석을 통해서 낯선 것을 낯익은 것으로 바꾸려고 시도하는 마음의 기능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낯선 것에서 불편과 위협을 느낀다. 마음은 낯선 것을 만났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패턴으로 만들거나 그것의 기하학 체계를 바꿔서 수용하려고 한다

… 근본적으로 참신한 것은 새로운 시각,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관건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은 새로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마음의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이 낯선 것과 교감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분출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 모든 설명들은 창의성의 개념을 한마디로 일목요연하게 정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 하지만 늘 우리 생활 가까이 존재하고 오늘날 경제적 선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준이 바로 창의성인 것이다.


- 조일훈 /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