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4.01 [생존 게임] 살기 위해 뭉친다! 기업 불황탈출기!
  2. 2009.03.05 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3. 2008.12.16 [위기 극복 기업 6편] 한 번도 안 해봤으니 이제 해보자! 아사히맥주 / 맥주 모르는 은행원 사장, 역발상으로 위기 타개의 해법을 찾다
2009. 4. 1. 20:46

[생존 게임] 살기 위해 뭉친다! 기업 불황탈출기!

[생존 게임] 살기 위해 뭉친다! 기업 불황탈출기!


전 세계가 사상 유례없는 경제 위기를 겪는 지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서로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식당, 기숙사까지 공유하며 불황 타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일부 대기업은 국적을 넘어 다른 기업과 손을 맞잡으려 하고 있다. 불황기 ‘뭉치면 산다'는 진리를 믿고 손을 맞잡는 기업들의 속내와 그 시사점에 대해 알아 보자. 

유통업계 짝짓기 한창, 백화점과 쇼핑몰 공동판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인 유통업계 내 짝짓기가 한창이다. 합작법인보다는 경쟁사 물건을 공동 판매하는 방식이다. 서로 으르렁대던 백화점 업체들이 경쟁사 유통 물건을 판매하는가 하면 인터넷몰과 백화점이 서로 제휴를 맺는 모습도 보인다.

애경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몰 제휴 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G마켓에 이어 인터파크와도 업무제휴를 맺고 온라인 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애경백화점은 인터파크에 ‘애경백화점관'을 만들어 입점하고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애경백화점관에서 구로본점, 수원점, 삼성플라자에 입점 중인 300여 개 브랜드의 3만여 개 상품을 G마켓과 인터파크 애경백화점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경백화점 측은 오픈마켓과 협의를 통해 상품구색 및 마케팅을 강화해 상호 시너지를 높임으로써 연 매출 1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매출 부진으로 고민 중인 백화점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백화점도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을 통해 수입하는 미국 캐주얼의류 ‘갭(GAP)' 매장을 미아점에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연내에 추가로 한두 개 점포에 갭 매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단독 수입 브랜드 ‘훌라'도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문을 연데 이어 현대백화점 천호점에도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2005년부터 단독 직수입해 온 프랑스 캐주얼웨어 ‘꼼뜨와 데 꼬또니에'를 자사 아홉 개 점포에서만 판매해 왔지만 올 상반기에는 수도권 다른 백화점에 한두 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미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현대백화점에서 독점 공급해 온 브랜드인 ‘쥬시 꾸뛰르'를 입점 시켰다. 이 제품은 현대백화점이 2007년부터 독점 수입해 압구정 본점 등 네 개 점포에서만 판매하던 것이다.

 


도요타, 미쓰비시 등 바이오연료 개발

이웃나라인 일본도 한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전 세계 식량난에 영향을 미치는 원료가 아닌 폐목재나 나무줄기, 해조류, 비식료 식물 등을 이용해 새로운 자동차용 연료를 만들어 내는 제 2세대 바이오연료 개발에 신니폰석유,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중공업, 화학업체 도레, 가지마건설, 삿포로 엔지니어링 등 일본 대기업 여섯 개 사가 공동 개발키로 결정한 게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 회사는 ‘바이오 에탄올 혁신기술 연구조합'을 설립, 농작물 경작에 적합하지 않은 토지에 바이오연료에 쓰일 비식료용 작물을 재배토록 할 계획이다. 이 조합은 오는 2015년까지 연간 20만 킬로리터의 바이오연료를 대량 생산, 1리터 당 40엔 정도로 생산 단가를 낮춰 기존 가솔린 연료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방침도 정했다. 현재는 1리터에 150∼200엔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조합 측은 “지구온난화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바이오연료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이에 대한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아 업체 단독으로는 개발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조합 설립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바이오연료 개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도요타는 원료생산을, 가지마는 연료 수확·운반·저장을, 미쓰비시는 원료 열처리를, 도레는 효소 분해를, 삿포로는 효모 발효를, 신니폰석유는 제조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등 회사별로 책임 분야를 나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일본-대만 반도체 연합전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오랜 시간 한국이 전 세계 주도권을 잡아 온 반도체 D램 산업에서도 ‘짝짓기'가 한창이다. 전 세계 D램 업계 3위인 일본 엘피다가 대만 최대 메모리업체인 파워칩, 렉스칩, 프로모스와 영업을 통합할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통합사가 지주사가 되면 이 지주사가 엘피다와 렉스칩을 자회사로, 파워칩과 프로모스는 손자회사로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반도체 기업이 외국 회사와 통합을 결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일본 엘피다의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만약 D램 업계 3위인 엘피다(15.8%)와 대만 3사가 합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이 22.9%로 올라 하이닉스(19.2%)를 제치고 삼성전자(30.1%)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다.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치킨게임(상대방이 포기할 때까지 출혈경쟁을 지속하는 것)'을 펼쳐 왔다. 이런 출혈경쟁 와중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수요가 급감, 그동안 공급량을 늘려 온 업체들, 특히 국외 업체들의 손실이 엄청났다. D램 세계 5위권인 독일 키몬다는 파산했고, 대만과 일본 기업 역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상태다.

일본 엘피다는 부채가 65억 달러를 넘어섰고, 대만 파워칩, 난야, 프로모스 등도 각각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만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자국 반도체업계를 통합시킨 뒤 일본 엘피다와 연대전선을 펴는 안을 제안했고 일본 엘피다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적과의 동침'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일부 대만 반도체 기업이 사실상의 국유화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통합안이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무산될 수도 있지만 해외 반도체 D램 업체들 경영상황이 워낙 안 좋은 만큼 엘피다와 대만 3사의 영업 통합과 비슷한 형태의 ‘짝짓기'는 계속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접점 못 찾은 기계적 합작은 실패 가능성 커

기업들이 국적까지 넘어서며 제휴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독자적으로 신규 사업에 뛰어들거나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기가 회복됐을 경우 시장 지배자가 되려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언제 회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나중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간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 간 짝짓기는 불황기일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작을 비롯한 기업 간 짝짓기가 마냥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안겨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 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합작이나 제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김정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2009. 3. 5. 00:04

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소비자와 더 친해져라! 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 소비자친화경영에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생필품은 ‘싸고, 가까운 곳에서, 빨리' 구입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최대한 줄이려는 생활방위형 라이프스타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소비자 편에서 그들의 삶을 개선해주는 경영활동이 아니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기업경영의 관점이 소비자에서 출발하는 마케팅 전략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친화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소비자친화경영,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자친화경영이란 제품기획 및 개발단계에서는 소비자 안전 및 건강 등의 요소를 고려하고,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에서는 품질, A/S,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의사소통을 철저히 시스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공동체, 국제사회, 미래세대와 생태계 등에 대한 배려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EHS(Environment, Health, Safety)' 시스템의 운영은 기업 이미지와 신뢰 구축을 위한 핵심 이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서는 지난 1990년부터 소비자지향우량기업상을 제정해 기업의 자율적 소비자친화경영을 촉진했다. 우리나라도 향후 국가 소비자정책계획에서 기업의 소비자지향적 역할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따라서 향후 소비자친화경영은 기업사회 전반에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친화경영의 성공 사례를 통해 경기침체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P&G의 팸퍼스 기저귀,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전방위 전략

세계 최대 생활용품기업 P&G는 아기기저귀 팸퍼스를 단순히 흡수가 빠른 기저귀로 홍보하기보다는 건강하고 행복한 아기 키우기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을 수년간 전개했다. P&G는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양육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기들이 잠을 잘 자지 않는 이유를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천 기저귀와 유사한 감촉을 주는 기저귀를 개발했다. 새롭게 디자인된 기저귀는 아기 엉덩이를 따뜻하게 감싸주어 아기가 보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했다.

 

새로운 기저귀 덕분에 팸퍼스의 시장점유율은 증가했다. 물론 점유율이 증가한 이유가 단순히 신개발품의 기능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기를 위한 제품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직원들이 의기투합할 수 있었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입지가 강화되고 소비자와의 감정적 유대도 돈독히 할 수 있었다. 제품 차별화를 통해 직원들의 마음까지 얻게 됨으로써 선순환의 고리가 연결돼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피봇(Pivot)의 에코백, 포스터 소재를 가방으로 재활용

 
삿포로에서 패션몰을 운영하는 피봇은 옥외광고 소재를 활용하여 에코백을 만들었다. 도심의 빌딩을 화려하게 수놓은 옥외광고는 계약했던 기간이 끝나면 내리고 곧이어 다른 광고가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광고캠페인은 기간이나 계절이 끝남과 동시에 그 생을 마감하며 광고기간이 의외로 짧아 사실상 산업폐기물로 버려졌다.

옥외광고에는 방수성,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인 타폴린(tarpaulin, 타르를 칠한 방수천)이 주로 사용된다.폐기될 타폴린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기업이 바로 피봇이다. 피봇은 2007년 이후 자사의 건물에 걸린 옥외광고물을 재활용하여 가방을 제작했다. 패션몰의 옥외광고라면 화려한 색상과 참신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한 디자인이 적지 않다. 가방 등 패션잡화의 소재로서 안성맞춤인 셈이다. 또한 광고 중에서도 옥외광고는 그 역할을 다하면 바로 폐기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광고 소재가 가방 등의 제품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거리에서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소니의 CSR 디자인을 위한 SD(Sustainable Design)팀

SD팀은 소니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에코 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부문의 디자이너가 모여 구성된 팀이다.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인 개발부서인데, 그들은 고성능 절전형 모듈이 개발되어 제품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주제의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에콜로지와 유니버설 디자인은 SD팀이 추구해야 할 커다란 테마이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어떻게 디자인을 접목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모색하고 있다.

SD팀은 발족과 동시에 소니 LA 디자인센터에서 개발한 ‘odo'를 인계받았다. 소니의 디지털 가전시리즈 odo는 ‘스스로 사용할 에너지는 스스로 만들자'라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자가발전 기능을 갖춘 친환경제품인 odo는 전원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나라에서도 어린이들이 사진촬영이나 음악청취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소니는 ‘For the Next Generation(다음 세대를 위해)'이라는 명쾌한 슬로건과 로고를 탄생시켰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소니의 CSR 활동을 나타낸 캐치프레이즈다. ‘odo'는 이러한 소니의 철학에 기초하여 제안된 수동발전(kinetic energy)을 응용한 디자인 콘셉트 그룹이다.

odo 컨셉으로 제작된 기기들은 아이들의 창의성, 호기심, 에너지를 활용한다. 그 대가로 아이들에게 미래의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여 사회적 의식 및 생태적 가치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을 고취시킨다. 본체 소재로는 식물성 원료의 플라스틱이나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본체 바닥에 있는 롤러를 움직여서 충전하는 비디오 뷰어나, 레버를 돌려 충전하는 캠코더, 좌우의 집게손가락을 구멍에 끼고 돌리면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마쓰시타의 청소가 필요없는 아라우노 변기

소비자의 친환경 의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친환경 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친환경 상품이라는 호소만으로는 팔리지 않는다. 마쓰시타는 3개월간 청소할 필요가 없는 변기 아라우노(A La Uno)를 출시했다. 절수, 절전 설계와 더불어 변기용 세제가 아닌 주방용 세제를 사용한 거품세척 등을 도입해 친환경 성능과 귀찮은 화장실 청소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이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실속형 친환경 상품이라는 점이 주효한 것이다.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격대비 높은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감정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불황을 극복할 또 다른 무기가 될 것이다. 브랜드 가치와 가격을 함께 홍보하여 얼어붙은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 그 이상을 원한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새로운 물건을 갖기 위한 끝없는 경주 속에서 불황의 허전함을 느끼던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친화경영은 기업환경이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앞으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과제임에 분명하다.


- 이동훈 /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8. 12. 16. 01:48

[위기 극복 기업 6편] 한 번도 안 해봤으니 이제 해보자! 아사히맥주 / 맥주 모르는 은행원 사장, 역발상으로 위기 타개의 해법을 찾다

[위기 극복 기업 6편] 한 번도 안 해봤으니 이제 해보자! 아사히맥주 / 맥주 모르는 은행원 사장, 역발상으로 위기 타개의 해법을 찾다

1953년 당시 33.5%로 업계 1위였던 아사히맥주의 시장점유율은 1985년에는 한자리 수인 9.6%로 떨어졌다. 아침해를 뜻하는 아사히(朝日)가 거듭된 실적 악화로 저무는 해를 뜻하는 ‘유우히(夕日) 맥주'라고 불릴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히구치 히로타로 사장이었다.

은행원 출신의 히구치 사장은 맥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또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임직원 의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전례가 없으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전례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가장 잘 만들고, 또 즐기는 국가로 독일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일본인들은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선술집에 가면 ‘とりあえず, なま! (도리아에즈, 나마!: 생맥주 먼저!)'라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전통 술인 사케(청주)를 더 즐기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사케를 마시기 전에 맥주로 먼저 목을 축인다. 점심시간에 혼자 맥주를 마시는 직장인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맥주가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맥주 생산 역사는 깊고, 그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맥주 시장의 경쟁 구도를 두고 2강 2중이라고 한다. 아사히와 기린이 40%에 약간 못 미치는 시장점유율로 1, 2위를 다투고, 그 뒤를 삿포로와 산토리가 10% 조금 웃도는 점유율로 3~4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맥주시장에서 주목할 기업은 바로 아사히맥주다. 아사히맥주가 1위로 등극한 것은 2001년으로 전쟁 이후 50년 가까이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기린은 장기 집권에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사히맥주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 아사히맥주는 1985년 시장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도의 순간까지 내몰렸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1위 다툼을 할 만큼 경쟁력을 끌어올린 원동력은 무엇일까?

 

아사히맥주 히구치 히로타로 사장의 위기 타개법

1. ‘전례가 없으니까 한다'는 역발상을 시도하라.
2.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다.
3. 영업소를 소비자 불만을 모으는 창구로 만들어라.
4. 소비자가 제품을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라.


은행원 출신 사장 “발상을 바꾸다”

1986년 일본은 소주 열풍이 휘감고 있을 때다. 맥주업계의 성장세는 뚝 떨어졌다. “맥주업계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나왔다. 아사히맥주는 그 와중에 더 힘겨운 때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사히맥주를 두고, ‘유우히(夕日) 맥주'라고 했다. 아사히란 말이 원래 아침해(朝日)라는 뜻인데, 거듭된 실적 악화를 비꼬아 ‘저무는 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53년 당시 33.5%로 업계 1위였던 시장점유율이 1965년 23.2%, 1975년 13.5%, 1985년에는 한자리 수인 9.6%로 떨어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히구치 히로타로(Higuchi Hirotaro) 사장이었다. 1986년 스미토모 은행에서 영입된 히구치 사장이 본 아사히맥주의 첫 인상은 ‘패배' 그 자체였다.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안 된다. 영업비가 제공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전례가 없어서 안 한다' 등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직원들은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게 없지'라고 자조하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아사히맥주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히구치 사장은 맥주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또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는 임직원 의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전례가 없으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전례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히구치 사장 스스로가 먼저 전례에 없던 일을 했다. 경쟁업체인 기린과 삿포로를 찾아가 ‘아사히맥주의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약간은 당황했던 경쟁업체 회장들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요약하면 ‘맥주를 만들 때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오래된 맥주를 고객들 앞에서 없애라'는 것.

따끔했지만 값진 충고였다. 그는 맥주업계 대선배의 조언에 따라 아사히맥주의 사내 지침으로 네 가지 원칙을 수립했다.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돈을 아끼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원재료를 사용한다.
2. 다른 업체를 흉내내지 않는다.
3. 건강을 지향한다.
4. 고객이 늘 신선한 제품을 마실 수 있게 제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맥주는 전국 어디에 있든지 회수한다.

그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오래된 맥주를 회수하는 데 당시 12억 엔이라는 큰 돈이 들었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자부심이었다. 직원들에게 오래된 맥주를 시음시켰더니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히구치 사장은 말했다.

“당신들이 먹기에도 맛없는 맥주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겠는가? 이런 맥주를 파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앞으로 우리 아사히는 신선한 맥주만을 공급함을 소비자에게 알리자.”

이러한 결단은 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였고, 아사히맥주를 부활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또 “모든 책임은 사장 한 사람이 질 뿐, 영업사원은 현장에서 판매에만, 기술자는 공장에서 신기술 개발 매진에만 힘쓰면 된다”고 독려했다.


영업소를 소비자 불만 수집 창구로 바꿔

아사히맥주가 결정적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87년에 발매된 ‘슈퍼드라이'였다. 당시 맥주업체들은 맥주의 맛을 바꾸지 않고 병 용기만 바꾸는 데 치중했다. 아사히맥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히구치 사장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그랬더니 용기보다 맛에 대한 평가가 더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5,000명을 대상으로 ‘지금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무려 87%의 응답자가 ‘맛을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의 전략대로 영업사원이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고 소비자의 불만을 모으는 데 집중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소비자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히구치 사장은 소비자의 불만과 의견을 모아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이 정도면 소비자의 마음에 들겠지'라면서 스스로 만족하던 관행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젊은 사원의 고집으로 대히트작 ‘슈퍼드라이' 탄생

그러나 신제품 개발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맛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가볍고도 잘 넘어가는 드라이맥주가 필요하다'는 원칙 아래 ‘쌉쌀한 맛'을 가미하느냐가 이슈였다. 알코올 음료에서 ‘드라이'는 와인의 맛이고 ‘쌉쌀한 맛'은 청주의 맛이다. 이 두 맛을 조화롭게 섞어 맥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기술자인 고참 임원들은 “쌉쌀한 맛이 나는 맥주는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개발팀의 젊은 사원들의 히구치 사장이 늘 말했던 대로 “전례가 없기에 도전해 보자”고 맞섰다.

히구치 사장은 논쟁을 멈추게 하고 개발을 지속시키면서 최종 결정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시음 평가에서 신제품의 맛을 본 소비자들은 만족해 했고, 이에 자신감을 얻어 시장에 선보이자 ‘깊이가 있으면서도 깔끔한, 달면서도 쓴 맛'이라며 뜨거운 반응이 돌아왔다.

1987년도에만 1,350만 박스를 팔았는데, 병으로 따지면 무려 2억 7,000만 병이라는 역대 최고 판매를 기록했다. 판매점에 물량을 대지 못해 직원들에게 “사지도, 마시지도 말고 회사 내 매점에도 진열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패배의식에 빠져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까지 내몰린 아사히맥주, 맥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히구치 사장은 아사히맥주를 일본 최고의 맥주회사로 재기시켰다. 히구치 사장은 199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느니 이제 해 보자'는 적극적인 자세와 역발상으로 일본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