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 20:49

[경영 혁신 전략] 로꾸거, 거꾸로! 청개구리처럼 정반대로 생각해 보자 - 혁신의 열쇠, 통찰력(insight)

[경영 혁신 전략] 로꾸거, 거꾸로! 청개구리처럼 정반대로 생각해 보자 - 혁신의 열쇠, 통찰력(insight)


전 세계 경제 위기로 미래에 대한 불안한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인사이트(insight) 경영', 즉 ‘통찰력'에 주목하고 있다.

인사이트 경영은 한 마디로 고객에게서 얻은 통찰을 토대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조차 모르는 가치를 찾기 위해 통찰력을 길러야 할 때이다. 
 

익숙함, 그 표면 아래의 진실

경제 위기로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문제해결의 돌파구로 ‘통찰력(Insight)'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통찰력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표면 아래의 진실을 찾아내는 일'이라 표현하겠다.

‘익숙한 것' 이면에는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진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 ‘애니콜' 브랜드의 탄생은 대표적인 통찰의 사례이다. 한국은 산악 지형이 70%를 차지해서 평야지대가 많은 미국과는 통신환경이 다르다. 모토로라가 한국의 지형적 특성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애니콜은 이에 집중해 한국 지형에 강한 애니콜을 만들어 냈다. 이를 시작으로 애니콜은 이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바일 폰이 되었다.

이처럼 통찰의 핵심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관성적 기억을 넘어, 보다 핵심적 이유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통찰력은 어느 한순간 천재의 영감처럼 갑자기 떠오르기보다는 충분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도출되는 지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찰력을 보다 쉽게 도출하기 위한 핵심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을 뽑기 위해 왜 기다려야 하지?' 결핍을 찾아라

통찰적 문제해결점을 찾아내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는 소비자 결핍을 찾아내 해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결핍을 새롭게 정의해주면 ‘깜짝 놀라고', ‘재해석하고', ‘추론하고', ‘기억한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기다리기 싫다'는 소비자의 결핍을 발견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광학자였던 에드윈 랜드 폴라로이드 사장은 어느 날 딸의 사진을 찍어 주었고, 딸은 지금 찍은 사진을 바로 보고 싶다며 그를 재촉했다. 에드윈 랜드는 딸의 재촉에 ‘그러게… 왜 사진을 바로 뽑을 수 있는 카메라는 없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사진 현상과 인화에 걸리는 시간에 소비자들은 상당한 결핍을 느끼고 있고, 이것을 해결하면 대량의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폴라로이드 카메라 탄생의 시작이었다. 최초의 즉석 카메라인 미국 폴라로이드의 모델은 1947년 첫선을 보였다. 당시 대중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환호했고, 엄청난 수요가 발생해 발매하자마자 품절될 정도였다. 많은 사람이 폴라로이드의 뜻을 즉석 카메라라고 이해할 정도로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가 되었다.

 


소비자에게 집중하면 결핍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결핍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결핍을 찾고자 하는 충분한 의도가 필요하다. 충분한 의도를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탐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둘째, 소비자의 말을 듣지 말고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소비자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소비자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이렇게 충분한 의도를 갖고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려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순간 문제해결 방법이 보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 그 반대를 살펴라

통찰이 일어나는 가장 놀라운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익숙한 것의 반대를 살피는 순간이다. 모두 다 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 반대의 해석을 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그 내용이 타당할 경우 감동과 함께 설득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통찰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 반대를 살피는 것이다. 3M의 ‘포스트 잇'은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접착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잘 붙어야 된다는 것이다. 손쉽게 떨어지는 접착제는 자격 미달이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제품이 바로 3M의 포스트 잇이다. 3M의 연구원인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1970년 경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고 했지만 우연치 않게 접착력이 약한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일종의 실패였다. 의도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대부분은 폐기처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펜서 실버는 같은 연구소에 다니던 아서 프라이(Arthur Fry)의 도움으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아서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의 일원이었는데, 찬송집에서 곡을 고를 때 뒤적뒤적하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스펜서가 만든 약한 접착력의 풀이라면 붙이기도 쉽고 떼기도 쉬운 새로운 형태의 접착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추가 연구와 시간 투자를 통해 이들은 지금의 포스트 잇을 만들어 냈고 1980년 이후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포스트 잇 성공의 핵심은 접착제에 대한 기존의 관점, 그 반대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사무실 어느 곳엘 가도 포스트 잇이 없는 곳은 없다. 무엇이 이런 놀라운 통찰을 만들었겠는가? 붙이는 게 중요한 접착의 개념에서, 떨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정반대의 관점을 찾아낸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미국 존슨앤존슨의 벤드에이드(Band-Aid)는 사람의 살색과 비슷한 색을 띄고 있다. 상처난 것이 겉으로 드러나면 누가 봐도 좋지 않을 테니 최대한 살색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벤드에이드는 상처난 것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통상적 관념이 수용된 제품이다. 그런데 큐래드(Curad)는 밴드에이드의 반대 입장을 취했다.

큐래드는 반창고에 캐릭터를 입혀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다는 것을 과감히 드러낸다. 일회용 반창고의 주 사용 계층은 어린이들이다. 큐래드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1995년에 캐스퍼를, 1998년에는 스타워즈와 스쿠비 두를, 1999년에는 포켓몬을 그려 넣어 성공을 거두었다.

 

통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살펴 보았다. 첫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장의 결핍을 찾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의 반대를 살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이 읽는 이의 통찰력을 키우는 데 작은 단서가 되기를 희망한다.

- 신병철 /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의 기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