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1.13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2. 2008.12.24 [2008년을 되돌아본다 3편] 녹색산업 / 그린오션을 향한 발빠른 움직임, 식을 줄 모르는 그린 열풍
  3. 2008.10.25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삼성의 디자인경영
2009. 1. 13. 19:30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②]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주주가치’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도 기업의 기본활동인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지 않고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어렵다. 매출이나 수익은 기본적으로 주주, 종업원, 고객,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중 중요한 것이 바로 주주가치의 극대화이다.

우선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수익을 창출하여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자산 활용도를 높여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GE나 도요타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고 모범적이면서도 매출액이나 이익률, 성장성 등 기업 경영활동 측면에서도 경쟁업체를 압도할만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주의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서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됨을 의미한다.

주주는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함께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주주가 기업 가치에 대해 가장 직접적이고 균형적 위치에 있는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주주가치 극대화란 주주의 투자수익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경영 전략이다. 다시 말해 일반 주주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경영 체제를 말한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시장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또한 앞으로 다가올 미래 시장을 선점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라

닥퍼페퍼와 세븐업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음료 및 제과업체인 캐드베리 쉐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따라잡는 것을 일관된 기업 목표로 삼았다. 시장에서 1위를 목표로 끊임없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고배를 마셨다.

1996년 존 선드랜드가 새로운 CEO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경영전략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존 선드랜드는 기존의 성장지향적 경영 전략 대신 가치창조 경영을 본격 도입하며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의 방향을 일관되게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정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로 5년 이내 회사의 주가를 두 배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캐드베리의 주가는 4년 만에 두 배로 올랐다. 단순히 시장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마 주주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1997년 말 외환위기와 그에 이은 IMF 구제금융시대를 겪기 전까지 국내 기업들에게 주주가치 개념의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상당수 기업이 주주에 대한 적정한 보상보다는 기업의 외형을 키우는 일에만 급급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을 부쩍 늘리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이상으로 배당도 증가했다. 결국 외환위기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상당한 공헌을 한 셈이다.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선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고수익을 창출하여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구조를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에 의한 투자의 효율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주가치를 실현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라

기업은 현재를 선도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냄으로써 주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줌은 물론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성장을 이루며 존경받는 기업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주주들이 믿음을 갖고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현재의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향후 5년, 10년을 준비하고 보장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확실한 미래가 보이는 기업에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것이 기업을 존경받는 기업의 반열에 올려 줄 기본적인 요건이 될 것이다.

2001년 9·11 사태 후의 극심한 경기불안 상황에서 CEO로 취임한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신성장동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전략을 통해 GE의 성장궤도를 이어가고 있다. GE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을 인수, 합병(M&A)했으며, 동시에 수익성과 성장성이 낮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퇴출시켰다. 이를 통해 고수익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GE의 전략은 현재 가지고 있는 훌륭한 사업군, 즉 선도적인 사업부문에 새로운 사업분야를 인수, 합병 또는 매각함으로써 기존에 선점하고 있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한 포트폴리오의 재편에 앞장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경쟁 우위 산업 중에서 개별적으로 사업부문을 경쟁적 우위에 올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앞으로의 신사업을 위해 어떤 분야에서 인수, 합병 또는 성장 전략을 만들어 낼 지를 고민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업을 통한 인수, 합병과 그에 대한 성장 전략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다.


[새 가치를 창출하는 ‘종합력']

기업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저마다의 전략이 있다. 국내 1호 종합상사로 출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인프라와 노하우를 접목한 ‘종합력'을 무기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종합력의 사전적인 의미는 관찰과 비교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에 이르는 기술을 의미한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에서는 네트워크, 거래선 등 상사 고유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품, 지역, 기능 등의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품과 산업의 밸류 체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종합력'이라고 정의한다. 돈이 된다면 무조건 뛰어들고 보자는 방식이 아니라 그동안 해 온 사업과 인프라, 수십 년간의 노하우가 유기적으로 얽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힘을 싣게 된다는 것이다.


- 김종립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대표이사 사장, <미래는 존경받는 기업을 원한다> 편저자

2008. 12. 24. 13:47

[2008년을 되돌아본다 3편] 녹색산업 / 그린오션을 향한 발빠른 움직임, 식을 줄 모르는 그린 열풍

[2008년을 되돌아본다 3편] 녹색산업 / 그린오션을 향한 발빠른 움직임, 식을 줄 모르는 그린 열풍

모든 지표의 움직임이 둔화세를 보인 2008년, 지속성장을 멈추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녹색산업이다. 불황의 여파에도 그린 테마주의 고공행진은 이어졌으며 전 산업 분야에서 그린 비즈니스의 강화 또는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기업들은 남보다 한 발 앞서 녹색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녹색산업에 불고 있는 그린 열풍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2009년은 역으로 녹색산업 분야의 최대 호황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녹색성장을 통해 다음 세대가 10년, 20년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창했다. 이후 2008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그린' 열풍에 휩싸였다. ‘위대한 국민, 새로운 꿈'이라는 제목의 이날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5% 남짓한 에너지 자주개발률(국내 업체에 의한 해외의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흔히 한 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측정하는 지표)을 임기 중에 18%, 2050년에는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의 단계적 부양과 ‘그린 홈 100만 호' 프로젝트,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 도약,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 등 그린 에너지 기술개발 실천 과제도 내놓았다.

 


시장에 부는 녹색 바람

당장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다음날 개장과 동시에 태양광과 하이브리드카, 원자력, 풍력 등 관련주들은 일제히 급등했다. 이른바 ‘그린 테마주'의 고공행진은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에도 끄떡하지 않는 뚝심을 보이고 있다.

전 산업 분야에서 너도 나도 그린 비즈니스의 강화 또는 신규 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올해 국내 산업계의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옥수수 전분을 재료로 이용한 휴대폰과 브롬계 난연제 및 PVC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휴대폰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삼성SDI도 올해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2차 전지사업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삼성물산은 전남 진도군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비롯해 수소 연료전지사업, 친환경 주거공간인 ‘E-큐빅' 사업도 추진 중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월 경북 김천시에서 태양광발전소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LG그룹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한 해였다. 먼저 LG전자가 지난 2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환경전략팀을 전면 개편, 인력 규모를 기존 20명에서 50여 명으로 늘렸다. LG화학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G CNS가 운영 중인 상암IT센터는 냉각방식의 효율화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2분의 1로 줄여 그룹 내 대표적 저탄소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포스코는 지난 9월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 2003년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스텍 등과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 매진, 연간 50㎿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해 왔다.

현대·기아차에게도 올해는 그린 카 개발에 속도를 낸 한 해였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핵심 역량을 집중, ‘세계 4대 그린 카 강국'에 조기 진입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카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고, 현재 하이브리드카의 핵심 부품인 하이브리드 변속기, 모터, 인버터, 리튬 배터리 등을 일곱 개의 1차 업체와 함께 협업 개발 중이다.

 


부처 간 경계 없이 활발한 관련 정책 쏟아 내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직후인 지난 9월 지식경제부가 중앙부처 중 제일 먼저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식경제부는 ‘그린 에너지산업 발전 전략'을 통해 9대 분야를 엄선했다. 이 가운데 LED와 전력IT, 태양광, 풍력은 ‘제 1그룹'으로 별도 선별, 산업화를 위한 지원이 보다 강력하게 이뤄지게 됐다.

‘그린오션 정책에 관한 한 부처 간 경계가 없다'는 게 요즘 관가의 풍속도다. 국토해양부의 그린 에너지 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부처 경계 파괴형 정책 중 하나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산하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을 통해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는 내년 2월, ‘바이오 에너지 개발 마스터 플랜'을 내놓겠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방침이다. 이 마스터 플랜에는 산업화 적지탐색과 민간기업 활성화 방안 등 향후 10년간 기술개발 사업의 중장기 추진 전략이 담긴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오는 2010년부터 ‘녹색물류 인증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물류기업이 공동 배송 활용 확대와 대량 수송수단으로 전환, 장비·설비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는 자발적 실천 계획을 제시하면 이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업체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밖에 방송통신위원회도 IPTV와 와이브로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IT정책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한 ‘중장기 그린IT 전략' 마련을 위해 최근 테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녹색성장 관련 분야 내년 예산으로 올해 대비 91.8% 증액된 1,416억 원을 투자, 에너지·환경 및 미래 유망 융합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1일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문화 전략'을 발표하고 기후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가 설익은 녹색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식경제부가 지난 9월 11일 청와대에 보고한 ‘그린 에너지산업 발전 전략'의 주요 골자는 이미 지난 8월 28일 확정·발표된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포함돼 있어 빈축을 샀다.


2009년 녹색산업 분야, 최대 호황기 맞을 것으로 관측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내년은 역으로 녹색산업 분야의 최대 호황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SK그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린 카와 해양 바이오 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무공해 석탄 에너지 등 5대 저탄소 녹색기술 분야에 1조 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카 양산체제에 돌입한다.

정부 역시 올해 경쟁적으로 남발했던 정책을 내년에는 본격 시행에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녹색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내년 초 출범하게 된다. 또 ‘녹색성장 기본법(가칭)'이 제정된다. 이는 국무총리실이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응하고자 지난 8월 입법 예고한 ‘기후변화대책기본법'을 확대한 것으로 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대한민국 그린오션을 이끌어 갈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류경동 / 전자신문 그린오션팀 기자

2008. 10. 25. 23:44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삼성의 디자인경영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삼성의 디자인경영

회장은 떠나도 디자인은 남는다

 

 

삼성전자 LCD TV 1분기 북미 시장 1위, 햅틱폰 단기간 10만대 돌파, 디자인경영 대통령상 수상에 빛나는 래미안, 제일모직의 10꼬르소꼬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일선 퇴진 방침과 별개로 최근 삼성 계열사들의 호실적을 설명하는 아이콘들이다. 그간 끊임없이 강조해왔던 삼성의 디자인경영이 서서히 꽃피고 있는 것이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가 브랜드 가치에서 소니를 제치며 급상승한 주요 요인으로 ‘획기적인 디자인(Cutting Edge Design)’을 꼽은 바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삼성 디자인 저력의 비결을 짚어봤다.

비결 1경영진의 의지

원대연 SADI(Samsung Art & Desi gn Institute) 학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93년 발언을 삼성 디자인경영의 시발점으로 본다. 당시 화제가 됐던 ‘마누라,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발언은 혁신을 강조하는 핵심 어록으로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원 학장은 “이 발언 이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 이어졌고 결국 소프트웨어, 즉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이후 95년 SADI 개원, 96년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명’ 선언 등 후속 조치들은 급물살을 탔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는 CEO 직속의 디자인경영센터를 조직하고 CEO 주재의 디자인위원회를 통해 주요 디자인 전략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2005년은 삼성그룹의 디자인이 한차례 업그레이드된 해로 기록된다. 이건희 회장이 ‘제2 디자인 혁명’을 선언했기 때문. 4대 전략으로 △독창적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 체계 구축 △디자인 우수인력 확보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 조성 △금형기술 인프라 강화 등이 제시됐고 전 계열사는 이를 묵묵히 따르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지성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임하면서 히트상품인 보르도TV 신화에 이어 애니콜 디자인 혁명도 이어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제일모직은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 이서현 상무보가 디자인을 직접 챙기면서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자의 의지가 결국 사운을 좌우한다는 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정신이 공유되기에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 2 인재에 관한 한 ‘흑묘백묘’

삼성그룹의 디자인 경쟁력 핵심 중 또 하나는 ‘흑묘백묘(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로 요약된다. 외부 인재 영입은 물론 외부 전문가와 공동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유연함이 강점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은 2005년부터 래미안의 주거형태, 조명 배치, 조경 등을 이돈태 탠저린 사장에게 자문했다.

이돈태 디자인고문 영입 이후 개선된 래미안 지하주차장 디자인.
권혁우 삼성건설 디자인실 차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안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아파트에 적용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였다며 “하나의 개념 아래 아파트의 내외부 디자인을 다시 해야 한다는 개념을 이돈태 사장을 통해서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얘기가 끝나면 철저한 ‘아웃소싱’에 방점이 찍힐 터.

하지만 삼성건설은 이듬해 이 사장에게 디자인고문이라는 직함을 줘 장기적으로 삼성건설의 디자인 전략을 짜도록 했다. 이 고문은 탠저린 사장이란 직책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삼성건설에 출근해 각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결정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10꼬르소꼬모도 같은 맥락. 제일모직은 서울 청담동에 명품편집숍을 준비하면서 내부 논의 끝에 자체 브랜드보다 해외 유명 브랜드가 낫다는 결론을 냈다. 내부 콘셉트, 인테리어 등도 10꼬르소꼬모의 창립자 카를라 소차니에게 대부분 일임했다. 이로써 제일모직은 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은 물론 매장 내 각 브랜드의 매출 추이를 기반으로 판매 전략을 수립하는 등 디자인경영의 전초기지로 삼을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은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아르마니폰, 아르마니 LCD TV 등이 그 결과물들이다.

비결 3 ‘메기론’ 내부경쟁

이건희 회장이 93년 신경영 선언 시 내건 경영론 중 하나가 ‘메기론’이다. 미꾸라지를 키우는 논에 포식자인 메기를 넣어 두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운동한다는 것.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는 ‘내부경쟁’을 장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디자인경영에도 이는 적용되고 있다. 삼성건설의 경우 2005년 업계 최초로 디자인실이 문을 열면서 사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파트의 구조 등 디자인을 두고 상품개발실과 경쟁 구도에 놓인 것. 결국 주택사업본부장이 최종 조율을 하지만 그 전까지 두 실에서는 치열한 디자인 경쟁을 벌이면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삼성전자에서 휴대폰을 만들 때 무선사업부 디자인팀과 상품기획팀 간 치열한 내부 논의가 오가는 것도 이런 맥락. 계열사 간 디자인 경쟁도 볼거리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간,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 간 등 동일 아이템을 놓고 디자인 경쟁을 벌였던 점도 삼성그룹 디자인의 경쟁력을 확대시킨 중심축이 됐다.

조벽호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은 “피 말리는 경쟁 체제로 당장은 당사자들 역시 고통스럽겠지만 시장에서 성공 이후 방향성을 다시 가늠해볼 수 있는 등 디자이너들의 역량 강화에 기폭제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비결 4 전문 인력 양성

이돈태 고문은 사실 삼성그룹과 인연이 깊다. 삼성전자가 93년에 처음 시작한 디자인 영재 후원 프로그램 ‘디자인 멤버십’ 1기 출신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디자인 인력의 중요성에 주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영재 프로그램은 각 계열사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삼성건설 역시 2005년에 래미안디자인멤버십 1기를 선발한 이후 올해부터는 지원 분야와 상금(1등 1500만원)을 높여 디자인 인재들을 더욱 적극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세계 각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 출신 유망 디자이너를 발굴,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2005년 SFDF (Samsung Fashion & Design Fund)를 설립한 상황. 지금까지 총 5명의 신예 디자이너들이 수혜(1인당 10만달러)를 입었다.

SADI는 단연 삼성 디자인 인재양성의 핵심이다. 제일모직 사장 출신인 원대연 학장 취임 이래 보다 현장성을 강조하는 커리큘럼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2007년 개설된 PD(상품디자인) 부문 출신 학생들은 iF 등 해외 전시회에서 매년 입상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원대연 학장은 “현장경험이 많은 교수진이 가르치다 보니 졸업생들이 삼성전자를 비롯, 100% 취업을 달성했다”라고 소개했다.

【 인터뷰 / 이돈태 삼성물산 건설부문 디자인고문(탠저린 사장) 】

Q> 미래 유산이 될 만한 디자인 추구

산업디자인이 전공인데 건설부문 참여가 이채롭다.

한국식의 사고가 아닐까 싶다. 디자인은 칼로 자르듯 분야가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철학과 콘셉트를 가지고 있느냐다. 돈을 더 들여서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비용을 들이면서도 훨씬 더 좋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관건이다. 종전 아파트가 그간 소비자들에게 불만이 많았던 것은 공통된 디자인에 대한 이해 없이 중구난방으로 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였다. 이런 점을 디자인실과 상의하다 보니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Q> 래미안의 디자인 콘셉트는 뭔가.

퓨처 해리티지, 즉 현재의 모든 건축물은 ‘미래에서도 유산이 돼야 한다’란 철학이다. 그간 아파트는 판상형, 즉 성냥갑 같은 형태가 전부였다. 이는 공급자 위주의 편의성에 기반을 둔 철학이었다. 개인이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상품인 집이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살면서 가치를 느끼고 후세에도 자랑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과 다른 주거공간을 연출하는 데 일조하게 됐다.

Q> 타사 소속으로 바라본 삼성 분위기는.

외부 인재 영입 시 검증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일단 검증만 되면 이후에는 철저히 일을 맡기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대외비 수준의 정보도 서슴없이 제공하며 홍보용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 한국의 디자인 수준은 대기업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지만 중소기업은 고사 위기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디자인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건물에 부족한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디자인 역량을 높이기 위해 특정 기간 삼성에 납품하게 하는 조건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