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3.12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2. 2008.12.22 불황기, 역발상 마케팅의 3가지 교훈
  3. 2008.12.18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4. 2008.10.25 꽉 닫힌 소비자의 지갑 열려면.. _ 제일기획 불황타개 전략
2009. 3. 12. 02:57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광고와 스토리텔링]이야기가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아들은 진화한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는 말은 이제 안 통한다. 아비만한 자식 없다는 것은 거의 망발에 가깝다. 적어도 엄마들에게 아들은 이세상 최고의 존재다. 희망이고 구원이다. 남편이 못 이룬 것들을 아들은 다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신념으로 산다. 아들은 애인이고 장난감이고 신종보험이다. 남편은 ‘웬수’이고 애물단지고 효력 없는 보험이다. ‘불혹’이 지난남자는 어느새 여자의 인생에서 ‘부록’으로 전락하고 만다. 아들은 아내를 가로채는 라이벌이요 복병이다. 한 때 내 애인이었고 내 여자였던 아내를 앗아간 아들이 밉다.

이른 아침 아들의 통학을 책임지는 운전기사이자, 늦은 밤 아들의 출출한 배를 다독거리는 야식당번으로 봉사하는 아내가 안쓰럽지만 한편 야속하기도 하다. 애꿎은 아내의 호의도 마다하고 사사건건 투정을 부리는 수험생 아들 녀석의 행패를 더 이상은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아들 방에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갔다가 무참하게 퇴짜를 맞고 나오는 아내 대신 핫 초콜릿 한 잔을 건네주면서 불쑥 한마디 한다. “내 여자 너무 괴롭히지마라.” 머리를 쓰다듬는 건지 꿀밤을 먹이는 건지 모를 애매모호한 아버지의 동작에 이어지는 서먹한 집안 공기. 내레이션으로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광고1)”

핫초코 미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국 청년을 애인이라고 데리고 들어와 인사시키는 딸 앞에서 머쓱해 하던 아버지가 쭈뼛거리며 한 마디. “하우 올드 아… 후~” 그러곤 싹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독이며 “찬바람 불 때, 핫초코 미떼.”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던 딸 녀석이 화해의 제스처로 엄마 앞에 차 한 잔을 툭 밀쳐놓으며 한마디 한다. “집 한번 되게 썰렁하네.”

핫초코 미떼 광고에는 서늘한 패러독스가 있다. 감칠맛과 여운을 남기는 서사가 있다. 그래서 이 광고를 두고 사람들은 ‘이야기 되는’ 광고라고 여기는 것 같다. 스스로 이야기 되는 광고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인터넷에서 바이러스처럼 광고 이야기가 꼬리를 무는 패러디 열전이 생겨난다.

이야기는 패러디를 타고 번져간다

패러디를 이야기하자면 ‘생각대로 T’ 광고를 뺄 수 없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두면 되고, 그러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딴따다따 따란따다~ 생각대로 T.” 최근 방송된 광고 중에서 가장 쓸모가 많았던 CM송이었던 것 같다. 벨소리를 대신하는 컬러링 송도 되고, 기분풀이 추임새도 되고, 동아리 주제가도 되고, 여기저기 패러디도 되고. 말 그대로 생각대로 되는 노래였다. ‘되고 송’이라는 별명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광고2, 3).

가지 수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패러디가 인터넷 사이트를 떠돌고 있다. ‘군인 버전’, ‘노처녀 버전’, ‘재수생 버전’, ‘백수 버전’, ‘알바 버전’ 등. ‘~하면 〜되고’라는 문장 속에 대입하기만 하면 패러디 끝! “가수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그러다가 가수 되고 싶으면 소녀시대 멤버 보면 되고, 연예인 보고 싶을 땐 오디션 통과해서 보면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돈이 없으면 알바하면 되고, 몸이 안 되면 운동하면 되고, 얼굴 안 되면 성격 좋으면 되고, 성격 아닌 건 고치면 되고, 이것저것도 아무것도 아니면 그냥 평생 혼자 살면 되고~.” 어떤 방송사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패러디 가사도 인기를 끌었다. “차 싫증나면 한 대 또 사고, 몸이 아프면 병원을 사고, 그러다가 돈 다 떨어지면 아빠한테 손 벌리고. 아빠 나 백억만. 백억이면 해결 되고~ 좀 사는 티.” 아무튼 여기저기 패러디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세상은 모를 일이다. 온갖 ‘쇼’를 하며 불패의 기세를 떨치던 쇼(SHOW) 광고의 약발이 잘 안 먹히고 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무수한 화제를 만들어 냈던 KTF SHOW 캠페인이 이 광고로 인해 적잖이 주춤거리는 형국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패권 다툼에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련의 CM송이 뜻하지 않은 변화를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로 시작되는 왕년의 새우깡 CM송 신화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라이벌인 SHOW의 ‘인생을 돕자’ 시리즈나 ‘쇼하고 살자!’시리즈가 별 볼일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뚱맞은 상황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의 엎치락뒤치락 코믹한 몸동작도 여전히 재미있다. 애교스런 콧소리로 마무리하는 내레이션도 여운을 남긴다(광고4, 5). 하지만 아무래도 ‘되고 송’의 예측불허 변화무쌍한 랠리에는 역부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의 ‘라이프 이즈 원더풀(Life Is Wonderful)’ 캠페인도 그럴 듯하지만 그냥 멋있는 정도다.

‘세련되었지만 어렵다’, ‘잘 만들었지만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와 같은 평을 받아오던 SK텔레콤의 T 광고가 확실히 변했다. 이 광고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따라 부르기 좋을 만큼 익숙한 멜로디에 쉽고 편한 노래 가사 때문일까? 인구에 회자되었던 노래 가사에 브랜드를 앉힌 광고라면 최근에 방송된 오뚜기 진라면 광고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아침이 오는 소리에 문득~”, “미칠 듯 사랑했던~”, “어제는 사랑을 오늘은~” 이렇듯 귀에 익은 노래 가사의 한 대목을 툭 잘라서 진라면이라는 브랜드를 끼워 넣는 간단명료한 서사구조다. 새삼 새로울 것 없는 표현방식이다. 고전적 조건화 내지는 단순노출이라는, 효력이 입증된 이론모형에 기대고 있는 안전한 전략이기도 하다. CM송이라는 똑같은 수법을 가지고서도 뜨는 브랜드와 안 뜨는 브랜드가 있는 건 광고 물량의 차이라고 하지 않을 수도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야기’의 함량 문제 아닐까?

현대해상 하이라이프 광고는 위트 있는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 “위암일지도 모른단다. 7년 모은 비상금을 아내에게 다 줬다. 근데, 위염이란다. 아침마다 반찬이 달라진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건강진단을 받았다. 1백 살까지도 거뜬하겠단다. 근데, 낼 모래가 은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한 대 맞았다. 코뼈가 나갔단다. 납작하던 코가 오뚝해졌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하이라이프가 있어 웃는다.” 인생의 한 지점에서 마주치는 황당한 사건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략난감인 상황에서 보험이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고 피난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솜씨가 깜직한 경지에 이르렀다(광고6).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서사

디지털 시대일수록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더하는 것 같다. 원래 디지털이란 자로 잰 듯이 딱딱 떨어지는 것이다 보니까 가파르고 메마른 성질머리를 하고 있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을 터이다. 그런 까칠한 모양새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솜씨로 다독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옛날 할부지, 할매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를 하던 것처럼 디지털 미디어들이 구수하고 정감 있는 아날로그 이야기를 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박카스 광고의 ‘재봉틀’편과 ‘자전거’편도 그 사례다. “김정남 할머니의 피로회복제는 재봉틀입니다.” 이런 주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카메라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가간다. 할머니의 굵은 손마디와 자잘한 주름살, 윗실과 아랫실이 부지런히 교차하면서 한 땀 한 땀 헝겊을 누비는 바늘, 발놀림의 강약에 따라 춤추듯이 아래위로 진동하는 노루발의 움직임을 카메라는 정확하게 기록한다(광고7). 얼마 전 타계한 박경리 선생에게도 재봉틀은 고단한 글쓰기의 노역을 위로하는 피로회복제이고 장난감이었을 것이다. 그런 재봉틀로 박은 원고지가 강물이 되어 바다에 닿았다는 어느 추도사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봄의 피로회복제는 무엇일까? 박카스 광고는 정답을 자전거라고 밝히는 대신 이런 저런 형상을 한 자전거들을 오랫동안 보여주고 있다(광고8). 소설가 김훈의 비유처럼, 자전거는 삶을 굴리는 바퀴다. 온몸의 힘을 받아서 움직이는 가장 정직한 동력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자신이 도로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져 거만해져 있을 때 자전거를 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겸손하고 조심스런 마음가짐으로 페달을 성실하게 밟아 간다. 그래서 바퀴를 타고 달리면서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거리는 나와 세상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가 되고 나는 자전거 위에서 세상과의 관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재봉틀과 자전거를 통해 묘사되는 박카스는 철저히 아날로그 음료다. 마시면 피로가 바로 풀리는 마법의 에너지원이며 뇌물과 정표 사이를 살갑게 오가는 인정의 기호다.

이야기의 참고서, 소설과 시

‘이야기’ 잘하는 솜씨가 새삼스럽게 능력의 잣대가 되고 있다. 지도자의 리더십을 말할 때도 그렇고 문화 콘텐츠의 함량을 잴 때도 그렇다. 게임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를 들먹인다. 인물이든 브랜드든, 놀이든 사건이든,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얼마나 ‘이야기’를 잘 해 낼 수 있는지가 진정성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상·문화 콘텐츠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 <반지의 제왕>, <리니지> 게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이런 영화와 드라마, 게임,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은 문학 용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뜻한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넣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판매 촉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스토리텔링+마케팅=감성 마케팅’, 즉 소비자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상품이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야기’의 풍부함과 빈곤함이 ‘좋은 광고’를 가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놀랍다, 재미있다, 특이하다, 새롭다, 강하다고 칭찬하는 대신 ‘이야기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메시지나 텍스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 지를 굳이 따져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란 동화 구연하듯이 아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그런 소통방식이 아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수용자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반응하는가 하는 쌍방향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기’ 솜씨가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좀 어눌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긴다. 이야기 솜씨의 교과서는 역시 소설이다.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작가로 주목 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은 광고 서사를 짜는 데도 참고할 만한 중요 한 힌트를 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라는 인물이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며 만난 많은 노인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털어놓는 푸구이 노인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느끼며 그에게 문학 용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뜻한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넣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판매 촉진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스토리텔링+마케팅=감성 마케팅’, 즉 소비자의 마음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뭔가 다른 상품이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야기’의 풍부함과 빈곤함이 ‘좋은 광고’를 가리는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놀랍다, 재미있다, 특이하다, 새롭다, 강하다고 칭찬하는 대신 ‘이야기 된다’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메시지나 텍스트가 ‘좋은 이야깃거리’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 지를 굳이 따져 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란 동화 구연하듯이 아기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던 그런 소통방식이 아니다. 텍스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수용자가 얼마나 잘 받아들이고 제대로 반응하는가 하는 쌍방향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하기’ 솜씨가 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좀 어눌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여긴다. 이야기 솜씨의 교과서는 역시 소설이다. 중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대표작가로 주목 받는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은 광고 서사를 짜는 데도 참고할 만한 중요 한 힌트를 줄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라는 인물이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역사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나’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는 민요를 수집하러 다니며 만난 많은 노인들 중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털어놓는 푸구이 노인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호감을 느끼며 그에게 이야기를 재촉한다.

<인생>은 원래 3인칭 시점의 소설이었다. 작가는 1~2만 자쯤 쓰고 나서 필력의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주인공 푸구이가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바꿨더니 이야기가 막힘없이 술술 풀려 나갔다고 한다. 푸구이 노인은 고난의 연속인 일생을 회고하는 화자가 된다. 같은 글감이라도 스토리텔러의 입을 빌어 묘사되면 그 생생함과 깊이가 훨씬 더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은 방증하고 있다.

내친 김에 윤대녕의 단편소설집 <제비를 기르다>도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의 단편 <제비를 기르다>는 과거 아버지의 연인이었던 술집 작부 ‘문희’가 다시 ‘나’의 연인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쩌면 우연일 수 있고 실현의 개연성도 없는 듯한 만남이 이 소설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야기만 두고 보면 불편한 곳도 없지 않다. 동명이인으로 묘사된 ‘문희’의 캐릭터라든가, 인물들의 만남이 우연의 남발로 일관되는 것이라든가 어머니와 아버지, 술집 작부 할머니 ‘문희’가 다시 현실의 ‘나’와 만나는 ‘문희’로 현신하는 대목 등은 잘 꿰어 맞춘 모자이크 같은 스토리다.

목소리를 듣고 싶으면 바로 전화 걸어 통화를 하면 되고, 보고 싶으면 바로 화상통화를 하면 그만인 세상. 그야말로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고 마음에 있는 모든 생각들은 즉석에서 ‘쇼’를 해야 통하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신속성과 실효성의 잣대로 측정되는 디지털의 편리한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모양새를 띠는 ‘정’과 ‘회한’, ‘이별’과 ‘아픔’, ‘그리움’과 ‘기다림’ 등은 그저 사치스럽고 미련한 감정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일까? 윤대녕의 소설 <제비를 기르다>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아날로그 인간들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로 읽혔다.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작용과 반작용을 만들어 내면서 확산되는 이야기의 가능성. 보다 전문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이야기 가치(story value)’가 된다. 이야기 가치는 사건이 전개되는 시간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 역동성과 반전, 긴장과 갈등, 심리작용의 복잡한 화학작용의 농도에 있음을 <인생>과 <제비를 기르다>는 말해 주고 있다.

충분한 함량의 이야기를 담기에 광고는 너무 짧은 매체라는 불평이 있을 수 있다. 짧은 것을 불평하자면 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시는 이야기를 담기에 적당하지 않은 장르인가?


(전략)… 요새 고기 없니더 달랑, 눈만 달린 호박씨만 나오니더 어제 시청 김계장, 와, 거, 벌초 때도 낚싯대 들고 오는 양반, 세 칸대 네 칸대 외바늘로 딱, 딱 수초 구멍에 때리 넣는데 참말 기가 막힙디더 그래도 꽝쳤심더 1급수 맹동지 옛말 됐니더 4짜 붕어 인터넷에 뜬 뒤에 벌떼 같은 릴 부대 원자탄에 물이 죽었심더… (후략)
- 전동균 시집, <거룩한 허기> 중 ‘맹동에서 온 전화’에서

시에도 이야기의 장치는 힘이 세다. 시인은 전화기 건너편에서 건너온 화자의 목소리를 빌어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알아듣고 공감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낚시에 일가견이 있거나 명당을 찾아 헤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간절한 이야기다.

어차피 광고가 풀어내는 이야기도 말귀를 알아들을 사람에게 더 절절하게 생생하게 전하는 데 묘가 있을 것이다. 세세하게 주절주절 다 설명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시간과 공간에는 어김없이 호기심과 관심이 모여든다. “소비자들의 세계관에 맞추어 스토리의 틀을 짜라.

그러면 당신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들리게 될 것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 <아이디어 바이러스(Unleashing the Ideavirus)>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변화의 전도사로 알려진 세스 고딘(Seth Godin)이 설파한 얘기도 바로 이 맥락이다.

출처 : 한국방송광고공사
2008. 12. 22. 14:43

불황기, 역발상 마케팅의 3가지 교훈

불황기, 역발상 마케팅의 3가지 교훈


제일기획은 IMF시기(1997~2002) 동안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분석해 최근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자 불황기 마케팅 성공 전략인 ‘불황3訓'을 21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97년 기준 국내 매출 1,000위 기업 중 광고비 집행 상위 200개 회사를 대상으로 IMF 시기(98 ~ 99년) 동안 기업들의 광고비 투자와 그에 따른 2002년까지의 매출 추이 관계 및 마케팅 전략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1. IMF시기의 광고 활동과 기업 매출간의 관계 분석

이번 조사 대상이 된 200개 기업 중에서 IMF 기간 중 97년보다 광고비를 10% 이상 증가시킨 기업은 55개사였고,
(-)10 ~ 10% 내외로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은 26개사, 10% 이상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은119개사였다.

이번 분석 결과 IMF 불황기(98~99년)에 광고비를 증가시킨 기업은 같은 기간 동안에도 97년 대비 약2배 (19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지만, 광고비를 축소한 기업은 매출이 94%로 하락했다. 또

한 IMF 이후 경기 회복기에는 IMF 당시 광고비를 증가시켰던 기업이 97년 대비 매출이 3배(307%) 이상 증가했지만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은 1.4배(141%), 축소한 기업은 단지 1.1배(110%) 매출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표1) IMF 광고 활동과 기업 매출 관계


*97년도 매출액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광고비 증가, 유지, 삭감 기업의 연도별 매출액 변화

구체적인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정보통신 및 기타 내구재' > ‘금융/기타 서비스' > ‘식품/생활용품' 순으로 불황기의 광고 투자가 회복기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정보통신 및 기타 내구재 부문'의 경우 불황기에 광고를 증가·유지 기업의 회복기 매출은 97년 대비 4~5배 이상 성장을 했지만, 삭감한 기업은 거의 성장하지 못했으며 (표2), 금융 및 서비스 부문의 광고비 증가·유지 기업의 회복기 매출은 97년 대비 평균 1.7배 성장했지만, 삭감 기업은 1.3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표2) ‘전기/전자/정보통신/기계/화학/건설'업종 97년도 대비 매출액 추이

2. IMF시기 마케팅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한 ‘불황 3훈(訓)'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위험기피' 식 의사 결정을 하게 되고, 방어적인 마케팅 전략을 채택한다. 즉 시장 방어를 위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마케팅 활동을 축소해 수익성을 유지하며, 가격 인하 및 저가 제품 출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준에 머문다.

하지만 IMF 시기에 극적인 매출 증대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들의 공통점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불황기를 대응을 넘어선 ‘역발상' 마케팅들이다. 즉 경쟁자들의 움직임과 반대로 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제일기획은 IMF 시기에 성공한 역발상 마케팅을 ‘불황 3훈(訓)'으로 분류했다.

〈불황3訓〉

1) 想轉碧海(상전벽해): 생각을 바꾸면 블루오션이 열린다.

불황기에는 한정된 시장 안에서 가격인하 전쟁 등 경쟁이 격화되면서 레드오션이 심화된다. 따라서 이런 때일수록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창출해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 사례로는 웅진코웨이의 렌탈 서비스, 동아제약 박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① 웅진코웨이

불황기에 가격부담때문에 구입을 못하는 소비자가 많자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는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업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업계 최초로 ‘렌탈 서비스'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이로써 98년 4만 명, 99년 19만 명의 렌탈 회원을 유치함으로써 97년 초반 30% 초반에 머물던 시장 점유율이 2000년에는 50%까지 증가해 지금까지 50~6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업계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② 동아제약 박카스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재활성화 시키기 위해 98년 마케팅 타깃을 20대 젊은 층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건강한 젊음'을 소재로 한 광고와 국토대장정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98년 40억 원, 99년 51억 원(4대 매체 기준) 등 IMF 시기에 오히려 97년보다 광고비를 62%나 증액하며 광고를 집행했다.

그 결과 97년 대비 99년 박카스 매출은14%, 동아제약 전체 기업 매출은 18%나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2001년에는 브랜드 최초 상기율과 1년 이내 음용율에서 20대가 40대보다 앞서는 등 젊은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2) 孤掌强鳴(고장강명): 홀로 박수 소리를 내면 강하게 울린다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마케팅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 경쟁사의 위축을 역이용하는 공격적 마케팅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큰 매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삼성화재, 동서식품 맥심, 롯데칠성 2% 부족할 때가 대표적 사례다.

①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업계 1위 기업으로서 경제 위기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해 후발 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99년 IMF 위기 속에서도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IMF 시기에 오히려 광고비를 증액했다. (97년: 44억 원 → 99년: 81억 원, 4대 매체 기준)

그 결과 삼성화재의 자동차 보험 시장점유율은 매년 증가했고, 격차도 크게 벌렸다.(97년: 25.9% → 99년: 28.2% → 02년: 30.8%)

② 동서식품 맥심

동서식품은 IMF 시기에 재료비 폭등과 판매물량 감소 등으로 경영 침체를 맞았지만, 한석규 등의 빅 모델을 활용해 ‘연인의 사랑'을 주제로 한 감성적인 광고를 적극 집행했다. 기업 전체로는 불황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광고비를 30% 증액했다.(97년: 156억 원 → 98~99년: 평균 203억 원, 4대 매체 기준)

그 결과 98년 57%였던 시장점유율이 99년 64%로 증가해 커피 시장 리더의 위치를 확실히 굳히는 계기가 됐고, 기업 전체로도 99년 매출이 IMF 이전인 97년 대비 22%나 성장했다.

③ 롯데칠성 2% 부족할 때

롯데칠성은 불황에 따라 경쟁사들이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고 있는 것을 기회로 여겨, 이 시기에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 활동을 펼쳐 1년 만에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사실 미과즙음료는 경쟁사인 남양유업이 롯데칠성 보다 3개월 빠른 시기인 99년 4월에 ‘니어워터'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남양유업보다 2배 이상의 광고물량과 최진실, 정우성, 전지현, 핑클 등 당대 최고의 빅 모델을 활용한 전략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60억 원, 시장점유율 88%를 달성했다. 또한 2000년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 85~95%를 유지했다.

3) 高級甘來(고급감래): 고가 시장을 공략하면 성과가 나온다

불황기의 소비는 실속 또는 프리미엄으로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해 수익성과 매출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전자 지펠, 남양유업을 꼽을 수 있다.

① 삼성전자 지펠

삼성전자는 97년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하고, ‘지펠' 이라는 독립 브랜드를 적용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가격에 있어서도 유사한 조건의 수입제품과 대등한 수준의 고가 전략을 채택했고, IMF 시기임에도 98년 10월부터 99년 12월까지 1년 여간 60억 원 이상(4대 매체 기준)의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을 집행했다.

그 결과 IMF 시기에도 99년 23만대, 2000년 31만대 등 급속한 판매 증가를 가져와 98년 시장점유율 56%를 시작으로 03년에 시장점유율을 62%까지 확대했다.

②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IMF 경기침체 속에서도 98년360억 원, 99년 530억 원(4대 매체 기준)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특히, 99년에는 프리미엄 제품인 ‘임페리얼 드림' 등 기존의 1.5배 가격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광고 내용 역시 성분과 효능을 강조하던 기존 광고들과 달리 ‘엄마의 꿈이 이루어집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IMF시기인 98~99년을 거치면서 오히려 40%의 매출 성장을 가져왔다. (97년: 4,300억 원 → 98년: 4,900억 원 → 99년: 5,900억 원) 특히, 분유 부문에서는 시장점유율이 54%(98년)에서 60%(99년)으로 확대됐다.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 허원구 국장은 “강한 기업은 불황에 삼아 남는 기업이 아니라 오히려 불황을 이용하는 기업이다. 즉, 불황은 기업에게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의 시기이므로, 움츠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08. 12. 18. 13:23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Surviving in Red Ocean]“익숙한 것이 좋아!” 레드오션은 살아있다

경쟁자를 이기려 하지 말고,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라.’ 2005년 한국 경영자들은 이 메시지를 담은 ‘블루오션 전략’에 열광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은 레드오션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치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는 블루오션 전략의 메시지는 유효합니다. 그렇지만 레드오션에서의 생존법을 알아야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블루오션 전략의 주창자들도 ‘기존 시장의 수성’과 ‘신시장 개척’ 모두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어렵게 블루오션을 찾더라도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드오션에서의 생존 전략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내외 환경 악화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는 레드오션에 대한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한물갔다고 생각하던 레드오션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들의 이론을 집약했습니다.


주거 지역에서 몇 발자국만 걸으면 수많은 통닭집이 눈에 들어온다. 치킨업은 극도로 심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일부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복제품과 신제품이 쏟아진다. 지독한 레드오션이지만 여기서도 기막힌 성공 스토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이 블루오션에 열광했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서 레드오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차별적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한국에서의 블루오션 존속 기간은 다른 국가보다 짧다.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베끼면서 수치심을 느끼는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다.
 
매번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새 시장 창출 전략은 리스크가 매우 높다. 자칫 블루오션만 추구하다가 위험관리에 실패할 수도 있다. 레드오션은 기업에 또 다른 의미도 부여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기가 튼튼하면 다른 ‘바다’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레드오션에서 시련을 겪은 기업은 ‘근성’이라는 DNA가 남다르다. 레드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전략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블루오션과는 다른 레드오션에서의 생존법도 잘 알고 있어야 기업은 지속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가혹한 레드오션에서의 생존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웰빙 치킨이란 개념을 앞세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BBQ’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음료 시장에서 성공한 ‘옥수수수염차’ △1700개가 넘는 쌀 브랜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안성마춤 쌀’ △출생의 비밀이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로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 ‘태양의 여자’ 사례를 분석했다.
 
철저한 시장분석부터 시작해야
한국의 외식산업은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낮기로 유명하다.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특별한 원천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개인 사업자들은 창업 시 가장 먼저 외식업을 고려한다. 그 중에서도 치킨업은 단순히 포화상태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업체가 존재한다.
 
이런 시장에서 창립 13년 만에 국내 최대 치킨 전문 체인으로 성장한 기업이 제너시스BBQ다. 윤홍근 BBQ 회장은 1995년 치킨브랜드 BBQ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뛰어들어 불과 10여 년 만에 2000여 개의 가맹점에 연 매출 5000억 원을 올리는 중견 기업으로 키워냈다.
 
1984년 대상그룹(옛 미원)에 입사, 사회생활을 시작한 윤 회장은 입사 후 6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고, 중국 공장 사장으로 내정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1994년 초 중국 부임 직전에 그는 회사로부터 미원의 거래 업체이자 부도 후 미원이 인수한 마니커를 맡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치킨과 외식업에 대해 지식이 없는 그가 마니커에 방문했을 때 회사는 그야말로 빈사상태였다. 영업 직원은 고작 2명, 100개였던 대리점은 불과 10개만 남아 있었다. 밤낮으로 이탈한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점장들을 설득해 대리점 수를 부도 이전보다 늘려놓은 그는 1995년 회사에서 나와 BBQ를 창업한다.
 
그 당시에도 국내 시장에는 200개가 넘는 치킨 업체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위험한 창업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윤 회장은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치킨사업의 성장성이 일반인의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니커에서 두 달 동안 한국의 외식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저 역시 시장조사를 해보기 이전에는 이 사업이 대표적 경쟁 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1995년 한국인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6kg에 불과했습니다. 반면에 쇠고기는 7∼8kg이었고, 삼겹살은 이보다 더 높았습니다. 1995년 미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45kg, 유럽과 동남아는 35kg, 일본도 25kg에 달했습니다. 율법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스라엘의 1인당 소비량은 무려 60kg에 달했습니다. 한국의 닭고기 소비량이 적다는 사실을 파악하자 확신이 섰습니다. 닭고기 소비량을 일본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BBQ의 사례가 보여주듯 단순히 경쟁자가 많다고 해서 그 시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시장 분석을 해 보면 전혀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실제 밀폐용기 시장을 석권한 락앤락도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냉장고의 절대 면적을 계산해 본 결과 밀폐용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결론을 얻고 이 분야에 전력투구, 성공을 거뒀다. 경쟁자 수만으로 시장의 성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장 잠재력을 확신한 윤 회장은 ‘맛’이 아니라 ‘영양’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각종 식품학회·영양학협회·조리사협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콜레스테롤·칼로리는 낮고 필수 단백질은 높은 닭고기의 우수성, 즉 ‘3저(低) 1고(高)’ 닭고기론을 집중 홍보했다. 닭고기가 중풍과 관련이 있다는 미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보다는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부터 공략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서였다.
 
윤 회장은 이후에도 끊임없는 혁신을 단행했다. 설립 4년 만인 1999년 국내 점포 수가 1000개를 넘어서자 그는 곧바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외식 업체가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 예가 없다. 치킨이라는 품목으로 해외 시장에서 KFC 같은 대형 업체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도 굴하지 않고 중국·일본·미국·싱가포르·스페인·북유럽 등지로 매장을 확장했다. 현재 BBQ는 세계 각국에 3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30%에 이른다.
 
윤 회장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한국 서비스업은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고객이 부르기 전에 먼저 다가오거나 말하기도 전에 리필해 주는 매장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도입했더니 해외 고객들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BBQ는 2005년 중대한 결정을 통해 이미지 변화를 꾀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란 고급 기름을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토록 해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감을 없앴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사용 때문에 연간 140억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했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름 때문에 치킨을 안 먹겠다는 고객이 있으면 ‘먹어서 좋은 기름’으로 공략하는 것이 발상의 전환입니다. 지금은 모든 업체가 ‘웰빙 치킨’을 표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윤 회장은 레드오션의 존재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많은 업체가 존재하고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광범위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기본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차별화하거나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기업이 할 일입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아직도 12kg에 불과합니다. 경쟁자가 많다 해도 성장 여력은 충분합니다.”
 
모방하지 말고 나만의 소재를 발굴하라
총 3조7000억 원 규모의 국내 음료 시장은 많은 전문가가 가장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는 분야다. 수천 종의 제품이 경쟁하고 있는 데다 한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 수십 종의 유사품이 곧바로 뒤따르는 소위 ‘미투(Me Too) 제품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복제품의 브랜드까지 비슷하기 때문에 수시로 법정 분쟁이 벌어진다.
 
절망적인 시장 환경에서 식품 업체도 아닌 제약 업체가 연이은 ‘홈런’을 터트려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과거 쌍화탕으로 유명한 광동제약. 광동제약은 2001년에 출시한 ‘비타500’으로 수십 년간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군림하던 국내 드링크류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어 2006년에는 ‘옥수수수염차’를 개발해 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옥수수수염차의 성공을 주도한 이인재 유통사업부 상무는 “차 음료 시장 자체는 레드오션이지만 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많다”고 말한다. 2005년 후반부터 차 음료 시장을 지배하던 녹차 시장 규모가 감소하면서 남양유업의 ‘17차(茶)’를 중심으로 한 혼합차가 주류로 떠올랐다. 광동제약은 이미 남양유업이 장악하고 있는 혼합차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시장 발굴에 나섰고, 곡물차의 잠재력을 감지했다.
 
이 상무는 “당시 웅진식품의 ‘하늘보리’가 월간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하고, 무명 회사인 담원식품의 ‘옥수수 끓인물’이 노래방에서 조금씩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혼합차 시장 이후에는 곡물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음료 업계에는 일본 등 외국 제품을 모방한 ‘미투 제품’이 난무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한국 고유의 원료를 발굴해 차별화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원료를 쓸까 고민하던 이 상무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그의 친척이다. 자궁과 신장 기능이 좋지 않던 이 상무의 한 친척이 이뇨 작용에 효능이 있는 옥수수수염을 달여 먹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그는 즉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과연 일반인들이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서 직접 동대구역에서 40대 아주머니 10여 명에게 비타500을 나눠주면서 혹시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주머니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강한 확신을 갖게 됐죠.”
 
2006년 옥수수수염차 출시 후 초창기 마케팅을 펼칠 때도 주부들을 중점 공략했다. 2006년 겨울에 광동제약은 전국 각지의 미용실에 옥수수수염차 포스터를 붙이는 조건으로 무료로 차 샘플을 나눠줬다. 주부들은 이미 옥수수수염의 효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용실에 오는 젊은 여성들에게 입소문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V라인 얼굴’이라는 광고 카피도 주효했다. 당시 대부분 차 음료들은 ‘칼로리 제로’나 ‘슬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몸매’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광동제약은 붓기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옥수수수염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얼굴선을 V라인으로 만들어주는 차’라는 메시지를 홍보했다.
 
이 상무는 미투 제품으로는 결코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옥수수수염차의 경우 한국 고유의 소재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차 음료가 극도로 발달한 일본에도 없으며, 중국에서는 옥수수차가 있을 뿐입니다. 사실 국내 식음료 업계에 존재하는 많은 제품이 일본 복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베낀 제품은 소비자들이 쉽게 식상해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라
특정 시장에 수많은 사업자가 난립하고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유력한 생존 대안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비용 우위는 물론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집중시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업이 인수합병(M&A)이나 신규 설비투자 같은 결정을 하는 중요한 이유도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단순한 숫자로만 보면 브랜드 쌀 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도 없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국내 쌀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2008년 4월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브랜드 쌀은 무려 1721개에 이른다. 특히 이천 쌀과 여주 쌀이 워낙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어 이에 필적할 만한 브랜드를 키우기는 더욱 어렵다.

안성시의 ‘안성마춤 쌀’은 이런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후발주자로 성공한 보기 드문 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쌀을 시도한 안성마춤 쌀은 2005년 국내 농산물 중 최초로 쌀 생산·유통 전 과정의 ISO9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주 및 이천쌀과 비슷한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안성마춤 쌀은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영세 농가의 결합을 촉진,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농산물 경쟁이 치열하던 1998년에 안성시는 ‘안성마춤’이라는 고급 농축산물 브랜드를 만들어 한우·쌀·포도·배·인삼까지 다섯 종류를 한 브랜드로 단일화했다. 전국 최초로 안성 내 14개 농협 단위조합이 뭉쳐 농협 연합사업단(안성마춤농협)도 꾸렸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안성마춤’이라는 공동 브랜드만 있었을 뿐 14개 농협 단위 조합마다 가격, 포장 디자인, 미곡처리장, 유통망 등이 모두 달라 대규모 유통이 불가능했다. 서류상 브랜드만 존재한 셈이다.
 
이에 안성시는 2003년부터 브랜드 단일화에 박차를 가했다. 안성마춤농협의 이순옥 마케팅 1본부장은 “대부분의 농민들은 투자를 비용 개념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하면 바로 흑자가 나는 줄 압니다. 이 점을 납득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2003년 출범 후 2006년까지는 적자가 났기 때문에 농협 연합사업단을 탈퇴하겠다는 조합도 심심찮게 있었고, 연합사업단을 해체하라는 요구도 많았습니다. 단일화 재배 매뉴얼이 까다롭다는 불평도 많아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안성시가 농민들을 다독인 방법은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이었다. 안성시는 2004년부터 마케팅 담당관실을 설치해 20여 명의 공무원이 안성마춤 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TV나 신문 광고도 시가 지원한다. 지난해 11∼12월에는 안성마춤 쌀 이동전시관 버스를 만들어 버스 안에서 홍보·시식·상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주요 대형 마트 앞을 찾아다니며 소비자와 접촉하는 등 이색 마케팅을 전개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일관된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다. 농민들에게 높은 수매가격을 보장해 주되 엄격한 품질 관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안성마춤 쌀은 1년 간 예비심사를 거쳐 합격한 땅에서만 계약 재배를 할 수 있다. 종자는 안성 땅에 맞는 ‘추청(일명 아끼바리)’이란 단일 품종만을 사용한다. 추청 벼의 순도율은 97∼98%에 달해 균일한 밥맛이 가능하다. 작목 반장, 농협 직원, 시청 직원들이 수시로 계약 재배 농가에 들러 재배 매뉴얼을 지키는지 검사하고, 이를 어기는 농가는 계약농가에서 탈락시킨다.
 
진부한 소재로도 성공할 수 있다
지난 7월 말에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여자’는 최근 드라마 가운데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초반에 한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매회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 미디어에 따르면 5월 28일 1회 시청률은 6.8%에 그쳤지만 중반부로 접어들며 20%를 돌파했고, 20회 마지막 방송의 시청률은 무려 27.3%에 달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방송 1, 2회 때 시청률을 마지막 방송까지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셈이다. 호화 캐스팅이나 해외 로케 같은 투자도 없었으며, 이야기 소재도 극히 상투적이었다. 입양된 고아가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양부모의 친자녀를 버리고, 친자녀가 다시 복수에 나선다는 ‘출생의 비밀’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게다가 기억상실, 복수, 4각 관계 등 한국 드라마가 수십 년간 우려먹은 소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태양의 여자’는 단순 복수극으로 끝날 수 있었던 드라마에 인간에 대한 미세한 관찰력을 가미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용서와 화해, 인간 구원의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색다른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빤한 소재의 통속극이지만 전개나 결말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통속적이고 진부한 소재도 재해석을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시청자들이 특히 이 드라마에 호감을 표시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이다. 피해자인 ‘사월’은 가해자 역할을 맡은 ‘도영’ 못지않게 독하고 기가 세다. 이들은 선과 악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인간은 모두 악하면서도 착하고,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태양의 여자’는 잘 보여 준다. 인간 본성의 단면을 스토리로 잘 녹여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억상실 같은 지나치게 진부한 소재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면서도 결국 다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문화콘텐츠 산업을 연구하는 김경묵 덕성여대 교수는 “진부한 소재를 썼으며 특급 배우를 동원하지 않고도 ‘태양의 여자’가 성공한 것은 지나치게 새로운 것에 집착하지 않고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드라마의 기본은 새로운 소재, 화려한 볼거리, 톱스타가 아니라 결국 ‘이야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멜로드라마처럼 대중이 친숙함을 느끼는 주제일수록 스토리가 중요하지 배경이 어디냐, 배우가 누구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는 익숙한 것에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드라마를 시도하기보다 기존 요소들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출처 : 동아 비즈니스 리뷰(www.dongabiz.com)
2008. 10. 25. 18:26

꽉 닫힌 소비자의 지갑 열려면.. _ 제일기획 불황타개 전략

꽉 닫힌 소비자의 지갑 열려면.. _ 제일기획 불황타개 전략


[파이낸셜 뉴스]

 


 

두산의 ‘처음처럼’과 SPC ‘배스킨라빈스 카페’, 삼성전자 ‘햅틱’, 닌텐도 ‘위’, 동아제약 ‘박카스’의 공통점은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불황기에도 잘 나가는 상품들이라는 점이다.

제일기획은 19일 불황기 소비자 인식 조사를 통해 불황기에 증가하는 소비자 구매유형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불황기 마케팅 전략인 ‘불황(不況) 5계(計)’를 발표했다.

제일기획이 지난달 수도권에 거주하는 20∼49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96%가 현재 상황을 불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 지난해보다 소비를 평균 67.5%로 줄였다고 답했다.

제일기획은 이처럼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자의 근원적 심리 원인을 ‘불안감’으로 보고 불황 속 소비패턴을 5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불황기 소비자는 ‘본능충실형’ 패턴을 보인다. 경제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심각하고 이성적인 것보다는 원초적인 자극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본능에 끌린 감각적인 소비가 증가한다는 논리다. 제일기획은 “이효리의 섹시코드광고인 처음처럼과 감각적 재미로 인터넷을 달구었던 올 여름 빠삐놈도 이러한 소비자심리를 보여 주는 문화현상”이라고 말했다.

둘째로는 마음 놓고 돈을 쓰지 못하는 데에 대한 보상심리로 특정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자기위안형’ 소비가 증가한다. 불황기에 고가의 아이스크림, 초콜릿, 주류, 담배, 중저가의 옷, 화장품, 액세서리, 근교 여행 등의 소비가 활성화하는 것이 그 예다. 실제 배스킨라빈스는 기존보다 4배 이상 좌석을 늘리고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민 카페형 매장을 늘리면서 올 상반기 매출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트렌드 소비 경향이 강하면서 ‘유행집착형’ 소비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 햅틱폰은 70만원대의 고가지만 8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이 50만대를 돌파했고 8월 한달 동안만 10만대가 팔렸다. 수입맥주도 지난 8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4%나 늘었는데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제일기획 측은 분석했다.

불황기 쉽게 줄지 않는 것은 바로 가족을 위한 소비다. 오히려 가족을 위한 소비는 늘고 있으며 자녀를 위한 소비도 최대한 유지하려는 ‘가족중시형’ 소비가 강하다. 신한카드는 가족애의 감성코드를 강조한 캠페인을 보내고 있으며 닌텐도 위는 가족게임기로 주제를 설정해 마케팅에 성공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불안감 때문에 오히려 위험을 회피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더 받는 ‘상표애호형’ 소비가 증가한다. 동서식품은 커피시장의 리더를 확실히 지켜오고 있으며 박카스도 올해부터 ‘당신의 피로 회복제 캠페인’을 벌이면서 꾸준한 매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일기획은 불황기 마케팅 전략인 ‘불황 5계’를 제시했다. 불황(不況) 5계(5計)는 본능지계(本能之計: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라)와 보상지계(補償之計:보상심리를 채워 주는 위안형 마케팅을 활용하라), 청년지계(靑年之計:젊은층을 공략하라), 가족지계(家族之計:가족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라), 상표지계(商標之計:브랜드를 더욱 강화하라) 등이다.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 AP팀 이형도 차장은 “기존에 구축해 온 기본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라는 큰 그림 속에서 ‘불황 5계’가 잘 녹여져야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