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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13 미디어로 변화하는 개인블로그
- 2009.02.12 [위기 극복 기업 11편] 네슬레 /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1
미디어로 변화하는 개인블로그
최근 블로그는 대안미디어, 1인미디어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면서
새로운 뉴미디어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Content Management System 툴의 개념을
넘어서 블로그를 활용한 브랜딩, 마케팅, PR과의 접목을 위한 다양한 시도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의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는 성급한 접근은 오히려 모래 위에 성을 쌓아 올리는 격이어서 쉽게 허물어지기 쉽다. 블로그 매체의 성격과 본질을
분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 블로그를 활용한 블로그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블로그비즈니스의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1인미디어 블로그의 등장과 성장
2007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터넷 이용자 중 블로그 이용자는 40%에 육박한다. 적극적으로 블로그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구가 전체 인터넷 사용자 중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물론 미니홈피를 블로그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블로그 인구는 점진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국인이 블로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횟수는 어느정도일까. 블로그산업협회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은 일주일에 평균
2.03회 정도 블로그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 영국, 프랑스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치인과 언론인, 공공문제에 대한 집회에 참여하는 등 공공담론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는 영향력 행사자가 블로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횟수는 주당 평균 3.06회로 일반 이용자보다 더욱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블로그 콘텐츠가 단순한 정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시민 저널리즘의 등장
2008년 대한민국은 광우병, 멜라민 파동 등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과 미국발 외환위기와 경기침체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매스 미디어가 주도하고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던 여론의 흐름은 아고라, 블로그
등 이른바 소셜 미디어로 불리는 뉴미디어로 분산됐고, 다양한 형태의 의제 설정은 물론, 수용과 소통, 전파되는 과정이 순수
대중들에 의해 이뤄지는 시민 저널리즘의 꽃을 피웠다.
이런 경향은 정치나 공공문제에 대해서 사실과 의견을 제대로 구분해 전달하지 못하고, 다소 편향되거나 왜곡된 보도형태로
일관하는 일부 주류언론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욕구의 표출인 동시에 기성언론에 대한 불신과 냉소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아고라의 참여형 게시판과 풀뿌리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1인미디어, 블로그가 있었다.
블로그 서비스의 국내 등장과 성장 되짚어보기
ㅣ블로그 서비스의 등장과 발전ㅣ
국내에 처음 블로그가 소개된 2001년 12월이래로 블로그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일부 IT종사자들에 의해서 시작된
블로그는 2003년 5월 각종 포털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한국형 블로그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2003년 7월에는 포털뿐만 아니라 주요 언론사들도 블로그 서비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월간지 전자신문을 필두로
2004년 3월에 중앙일보, 2004년 8월에는 조선일보, 2005년 들어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한겨레 등이 블로그 서비스
대열에 합류하며 블로그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또한 블로그플랫폼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이글루스, 태터툴즈
등의 서비스들도 잇따라 오픈했다.
대형포털과 중소형포털, 언론사뿐만 아니라 전문 블로그 업체까지 합세한 2005년은 1인미디어 시장 내 쟁탈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였다. 포털 서비스뿐만 아니라 대형언론사들이 블로그에 관심을 보인 것은 블로그 서비스가 커뮤니티 속성이 강한
사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뿐 아니라, 자사의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를 확인하고 독자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블로그가 성장하고 콘텐츠가 비약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하자 포털과 언론사, 전문블로그업체뿐만 아니라 흩어져있는 블로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유통해 줄 메타블로그 서비스들도 등장했다. 2003년 10월 블로그코리아를 시작으로 2004년
9월에 올블로그, IT전문 메타서비스인 블로그전자신문 버즈가 2005년 8월 오픈했다.
포털 역시 블로그콘텐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음은 2006년 5월 개발형 블로그서비스인 티스토리를 오픈하면서
블로그플랫폼을 통한 콘텐츠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06년 9월에는 포털서비스 최초로 미디어다음 내에 블로거뉴스라는
별도의 메타블로그 형식 서비스를 오픈하며 블로그콘텐츠와 뉴스서비스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블로그 미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ㅣ블로그 미디어의 특징과 성장동력ㅣ
블로그는 웹에 개인의 일상을 담아내는 일기형식의 개인 홈페이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홈페이지와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첫째, 단순한 생각들을 저장할 목적으로 생성된 웹로그 형식의 블로그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홈페이지에 비해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를 콘텐츠 단위로 잘게 쪼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쪼개진 단위는 고유주소를 갖고 발행되고 이
고유주소를 통해 링크와 인용 댓글, 트랙백 등을 통해 폭넓은 형태로 소통하고 소비된다.
둘째, RSS의 구현이다. RSS는 Really Simple Syndication 혹은 Rich Site Summary의
약자로 웹사이트의 갱신된 정보를 요약하고 인터넷으로 발행하기 위한 문서포맷을 말한다. 기존의 홈페이지가 갱신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를 재방문하고 검색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RSS는 갱신된 정보를 능동적으로 알려줌으로써 갱신주기를
RSS정보 (RSS Feed)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잘개 쪼개진 콘텐츠의 생성과 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RSS정보의 결합으로 블로그는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의 교류와 확장을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정보의 자가증식 및 전달의 메커니즘이 현저히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개인의 지극히 사소한 콘텐츠가 이런
기술적 특성을 활용한 서비스들과 결합해 더욱 교류가 활발해지고 확장된 것이 현재의 블로그 성장의 동인이다.
블로그 이용자의 성향 및 요구분석
한국형 블로그의 특징
ㅣ포털 종속적인 성격ㅣ
2007년 7월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블로그 서비스는 네이버와 다음 등의 거대포털 내 블로그 서비스다.
양대 포털에서 개설된 블로그 수만 전체 블로그 인구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는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블로그로
대표되는 1인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일찌감치 총력전을 펼친 결과의 산물이다. 양대 포털의 통합검색시스템은 자사 블로그
콘텐츠 결과물을 검색 최상단에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전문블로그업체와 타포털의 콘텐츠는 검색결과에서 제외하거나 하단에 배치함으로써
블로그 콘텐츠 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단절시키는 다소 폐쇄적인 구조를 띄기도 했다. 또한 사용자에 의한 실질적인 콘텐츠의 생산이
아니라 기성 언론의 기사를 스크랩하거나 타블로그의 콘텐츠 스크랩을 조장하는 형태의 UI는 개인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생산을
저해하거나 저작권문제에 취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포털 종속적인 특징이 가져온 장점도 있다.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다소 어려운 설치형 블로그 서비스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손쉽게 이용가능한 형태로 발전시켜 블로그의 저변을 확장하고 단기간에 블로그가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이 그것이다.
ㅣ커뮤니티 성격ㅣ
한국의 블로그 이용자들의 보편적인 특성은 웹에 로그를 남긴다는 블로그 본연의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한국형
블로그의 특화된 형태라고 불리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젊은 세대들의 요구와 취향을 잘
간파한 히트 상품 중 하나이다. 일촌맺기 기능을 이용한 네트워크 관리는 미니홈피의 대중화를 가속화시킨 동력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의 블로그 역시 미니홈피의 소셜 네트워크 특성에 영향을 받아 이웃맺기 기능 등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 특성을
일부 차용한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러한 커뮤니티 성격이 특정 포털서비스나 블로그 전문 서비스안에서만 형성되고 소통되는
단조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블로그의 독립성과 개방성이라는 특징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이견도 존재한다.
ㅣ멀티미디어 활용한 블로그ㅣ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보편화와 더불어 디지털카메라, 카메라폰, 캠코더 등의 보급이 활발해졌다. 이는 UCC의 제작과 유통이 특정
전문가만의 전유물에 머물지 않고 보편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나 손쉽게 멀티미디어 창작물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얻었다. 지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에는 멀티미디어 기기를 앞세워 실시간으로 집회현장을 생중계하는 블로거들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블로그 이용자의 욕구 분석
한국 블러그들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블로그 이용자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블로그에서 사용자들이 누리는 효용은 무엇일까를 함께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ㅣ자기만족의 욕구ㅣ
PR전문업체인 에델만코리아와 한국과학기술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통계자료(2006년)에 의하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생각과 경험, 지식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실제로 자유로운 표현 도구인 블로그를 기억과 생각의 보관장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자별로 작성된 포스트는 차곡히 쌓여 그 자체가 개인을 기록하는 역사가 된다.
ㅣ소통의 욕구ㅣ
블로깅의 가장 큰 재미를 상호교류를 통한 소통으로 꼽는 블로거가 많다. 블로그는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표출하는 도구인 동시에
댓글과 트랙백, 링크와 인용 등을 통해서 가치를 확장시키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콘텐츠를 단순히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활발한
교류과정을 통해 콘텐츠를 수정, 보완하고 확장함으로써 경험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한다. 쌍방향의 소통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공통의 주제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온라인상의 유대는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기도 하고, 팀블로그 형태의 연합된 형태를 띄기도 한다.
ㅣ수익추구의 욕구ㅣ
블로그라는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블로그로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수익모델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한다. 블로그를 통해서 수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요구와 더불어 블로그 매체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려는 기업의 노력들이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블로거들은 구글의 애드센스를 필두로 다음의 애드클릭스, 올브로그의 올블릿 등의 문맥형 디스플레이 광고형태의 집행으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다음의 블로거뉴스AD처럼 배너 디스플레이광고집행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블로거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블로거 얼이어답터를 활용한 블로거 체험단이나 리뷰어 모집 등으로 자사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려는 기업의 마케팅
역시 블로그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 블로거들은 언론이나 잡지에 기고하거나 강연 등을 통해서
부가적인 수익을 실현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ㅣ인정의 욕구ㅣ
블로거들은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분야나 실제 활동하는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실제로 특정분야에서 오랜 기간
블로깅을 통해서 전문성을 인정 받은 블로거를 롤모델로 삼고, 자신 역시 분야를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실제로 이러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충성고객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들이 늘어가고 있다.
2009년 블로고스피어 전망
전문가 블로거들의 약진
2008년의 블로거스피어는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소신이나 신념을 콘텐츠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블로그콘텐츠 유통의 메카인 다양한 메타블로그서비스 역시 블로거들이 쏟아내는 생각과 의견들이 제대로 공유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
이런 경향들은 자칫 블로고스피어가 이슈 종속적으로 흐르고 시의성있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공간으로 한정될 염려를 낳았다. 블로그의 다양한 기능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메타서비스들은
스스로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의 블로거뉴스는 시사분야뿐만 아니라 사는이야기, 문화연예, IT과학, 스포츠 등 블로거들이 관심이 집중되거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의 카테고리별 UI개편을 통해서 블로고스피어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블로그코리아는
다양한 분야의 카테고리별 포스트를 수집해 노출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들이 스스로 관심분야의 채널 개설을 통해 특정분야의
전문블로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최대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 역시 블로그의 미디어 측면을 중시한 기존의 서비스 형태를 탈피하고 분야별로 전문적이고
다양한 포스트들이 주목받고 교류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 개편을 준비중이며, 분야별 전문가 블로거들이 인정받고 부각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2009년은 이처럼 보다 전문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블로그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구조적 변화와
함께, 개별 블로그가 블로거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블로거들이 2008년에 비해 더욱
많이 부각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블로그마케팅의 출현
블로그라는 매체가 주목받고 조명되면서 블로그를 활용한 마케팅에 대한 관심 역시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서두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듯이 블로그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없이 단순히 블로그를 통제가 가능한 광고판 정도로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블로거들의 강력한 저항을 경험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대신 자사 브랜드에 해가 되는 부정적 여론에 직면하기도
한다. 독립적이고 개방적인 블로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장기적으로 기업이나 광고주의 입장에서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블로그 자체에 대한 신뢰를 깍아내리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009년은 블로그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리고, 블로그 이용자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블로그 마케팅
기법들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단순히 블로그 이용자에게 수익 분배를 통한 참여동기를 제공하기보다는 블로거 스스로
참여가능하고 참여를 통해서 고정적인 수익이 부장되는 형태의 다양한 서비스가 기획들 것으로 보인다.
IM, 20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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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기업 11편] 네슬레 /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네슬레는 무려 150년 가까이 이어 온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위기 상황을 맞곤 한다. 네슬레에게 위기 때마다 힘이 된 것은 바로 창업정신이었다. 죽어가는 유아를 살리자는 공익적 취지는 안전 제일주의 식품 회사로 커 가는 밑바탕이 됐다.
한편, 네슬레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세웠다.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다국적 식품 회사로 성장했고, 철저한 글로벌화와 현지화 전략으로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개 도시에 진출했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
지금은 영향력이 조금 약해졌지만 10년 전쯤 소니(SONY)는 난공불락의 세계적인 IT 기업이었다. 당시 일본의 모 신문사 국장이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소니도 벤치마킹을 하는 기업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많은 기업이 소니를 벤치마킹하는 상황이었지만 소니도 무언가를 닮고 싶은 기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잠시 고민하던 이데이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럽의 ABB와 미국의 GE입니다. 제조업은 휴렛팩커드(지금의 HP)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는 네슬레를 벤치마킹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식음료 기업 네슬레(Nestle)다. 네슬레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당시 세계 IT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소니도 배우고 싶다고 했을까?
1860년 모유 대체 식품으로 개발
네슬레의 탄생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1860년대 당시 숙련된 약사였던 앙리 네슬레는 모유를 먹일 수 없었던 어머니들을 위해 모유 대신 유아의 영향을 보충해 줄 식품을 개발했다. 궁극적인 목적은 영양실조로 인한 유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는 우유와 밀가루, 설탕 등을 조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한 끝에 모유 대신 먹일 수 있는 우유와 비슷한 액체 성분인 ‘페린락테(farine lactee)'를 개발했다. 첫 고객은 모유나 기존 대체 식품을 소화하지 못해 의사들도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미숙아들이었다. 네슬레의 ‘페린락테'는 성공적이었다. 미숙아는 이 분유를 먹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자랐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네슬레가 유럽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이다.
15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 오는 동안 위기의 순간은 수시로 찾아왔다. 제 1·2차 세계 대전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1차 세계 대전은 엄청난 유제품 수요를 만들었고, 네슬레는 미국에 있는 공장을 속속 사들여 전쟁이 끝날 무렵 40여 개의 공장을 갖게 됐다. 기회가 되는 듯 했으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소비자들은 신선한 우유를 원하기 시작했고 네슬레는 1921년 첫 번째 손실을 기록했다. 바로 위기가 닥친 것이다.
네슬레는 스위스의 금융전문가인 루이스 데이플을 데려와 공장 가동 효율성을 높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때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초콜릿 회사 피터 카일러를 사들였다. 이 곳에서 맥아로 된 우유, ‘마일로'라고 불렸던 가루 음료, 유아 음료 등을 개발했고 1938년에는 ‘네스카페'를 출시했다.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들이 네스카페 전파
2차 세계 대전도 네슬레에게는 위기처럼 보였다. 회사 이익은 반토막 났고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는 전쟁 기간 동안 유럽에서 고립됐다.
그러나 전쟁이 네슬레에게 위기로만 끝나지 않았다. 제 2차 세계 대전은 네슬레의 최신 제품이었던 네스카페가 급속도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추운 전쟁터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뜨거운 네스카페는 언 몸을 녹이는 최고의 음료였고 세계 각지에 주둔하는 미군의 주요 음료가 됐다.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군인들은 본토로 돌아가서도 네슬레의 커피를 즐겼다. 1938년에 1억 달러 수준이었던 총 판매액은 1945년 2억 2,500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네슬레 역사상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급격히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분유에서 커피,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
네슬레는 전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 첫 번째는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초콜릿 회사 피터 카일러를 인수한 것은 분유에서 커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요구르트와 디저트 회사인 프랑스 기업 샴부르시를 인수했고, 1992년에는 생수 회사 페리에, 1998년에는 스필러 패스트푸드를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네슬레는 생수 회사, 냉동식품 회사, 제약 회사,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며 다국적 식품 회사로 성장했다.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또 하나의 전략은 철저한 글로벌화와 현지화다. 네슬레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고 종업원 수가 25만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지만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서의 매출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다.
유엔(UN)이 최고의 현지화 기업을 꼽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첨단 업종이 되리라고 결과를 예상했지만 1위는 바로 네슬레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화에 따라 입맛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식품업체만큼 현지화가 중요한 곳도 없다.
일본이 ‘스시'와 ‘사시미'를 미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를 생각해 보면 식품의 현지화만큼 힘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네슬레는 아주 성공적으로 현지화를 이뤄 냈다. 미국인에게 네슬레가 어느 나라 기업인가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이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한국에서도 철저하게 현지화가 이뤄졌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입맛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소비자는 맛은 씁쓸해도 향이 풍부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반면 한국 소비자는 양립하기 어려운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을 기대합니다. 한국네슬레는 본사의 지시를 최대한 한국 코드에 응용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내놓게 된 겁니다.”
최근 멜라민 파동도 슬기롭게 넘겨
네슬레는 신뢰도 높은 브랜드를 앞세워 철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식품 회사는 한 번의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2004년 이른바 ‘만두 파동' 때문에 한동안 만두 시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멜라민 파동도 전 식품 업계를 흔들었다. 특히 커피에 멜라민이 들었다는 소문과 함께 네슬레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네슬레는 멜라민 파동이 일어나자마자 베이징에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유해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실험기계를 도입하겠다고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슬레가 갖고 있는 경영철학과 브랜드다. 네슬레의 로고는 어미새와 아기새 둥지로 이뤄졌는데 이는 안전, 모성애, 자연, 가족 등을 의미한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식품을 제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모토는 다양한 환경정책, 사회공헌 등을 통해 투영되며 브랜드에도 그대로 녹아 들게 관리됐다.
네슬레는 전 세계 경영학 교수들이 선호하는 회사라고 한다. 조직과 인사 관리, 자금 운용, 브랜드 마케팅, M&A, 기업 윤리 등 경영학 수업시간 어디에 등장시켜도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네슬레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네슬레는 무려 150년 가까이 이어 온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위기 상황을 맞곤 한다. 네슬레에게 위기 때마다 힘이 되는 것은 바로 창업정신이었다. 죽어가는 유아를 살리자는 공익적 취지는 안전 제일주의 식품 회사로 커 가는 밑바탕이 됐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앞으로 100년간 장수할 세계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스페인의 건설사 ‘악시오나', 프랑스 소비재 기업 ‘아코르' 등이 꼽혔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단 한 기업도 선정되지 못했다. <포브스>의 잣대를 비판하기에 앞서 한국 기업에는 장수기업의 DNA가 없는 것인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서 또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더라도 위기 극복의 DNA가 있느냐의 여부는 다른 이야기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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