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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31 고객 가치 창조, 시각부터 교정하자(LG경제연구원)
2009. 3. 31. 18:50
고객 가치 창조, 시각부터 교정하자(LG경제연구원)
2009. 3. 31. 18:50 in 창조경영
고객 가치 창조, 시각부터 교정하자(LG경제연구원)
최근 고객 가치 창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고객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시각에서 벗어나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경제 상황을 놓고 다들 위기라고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심각하다’. ‘자유시장 모델이 실패했다’라고 할 정도로 금융위기의 충격은 광범위하고 깊다. 3월 들어 국내외 증시가 다소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분간 기업들의 화두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기업에게 위기(危機)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유수한 기업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례가 수두룩했으며, 그 자리는 어느새 새로운 기업으로 대체되어 왔다.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가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 전후의 미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불황 이전 상위 25%에 속한 기업 가운데 40%가 과거 시장 지위를 상실했던 반면 하위 75%의 기업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극심한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강조되는 것이 ‘고객 가치’이다. 실제로 Toyota, GE,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도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오직 비용 절감만을 위해 긴축경영으로 일관하기보다 고객에 기반한 가치를 추구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고객 가치를 발견하여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경영 환경이 ‘제품이 부족한 시대’에서 ‘고객이 부족한 시대’로 전환되어 마켓 파워가 기업에서 고객으로 이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가치를 파악하고 실현하는데 있어 기업의 시각이 여전히 기업 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기에는 고객 가치 창조의 접근 방법에 따라 사업 성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다 보니 시각을 고객에 두지 않고서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피상적인 글귀만으로 좋은 사업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본고에서는 진정한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한 고객 관점의 접근이란 무엇이며 이를 명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업 관점 vs 고객 관점
진정한 고객 가치 창조란 기업 관점에서 행해지는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주기 위한 고민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해 유사한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가 천차만별인 것은 고객 가치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 가치 창조는 프로세스나 방법론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어 기업 관점과 고객 관점의 접근으로 인한 차이는 무엇일까?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 고객 가치 파악, 고객 가치 분석 결과물 활용 측면에서 그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자(<그림 1> 참조).
첫째, 기업 관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는 목적이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제품 구매 전에는 뭐든지 들어줄 것 같던 기업들이 제품 판매 후에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경우가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반면 고객 관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류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자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미국에서 12년 연속 자동차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조 지라드(Joe Girard)는 ‘나는 차를 팔지 않는다. 고객이 소개시켜준 고객을 만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며 진정한 고객 관계는 일회성 판매가 아닌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둘째, 고객 가치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기업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선호 여부에 초점을 둔다면, 고객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의 특성과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불황중에도 표정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닌텐도(Nintendo)의 이와타 사토루 현 사장은 닌텐도 관련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는 외주업체 출신인데 43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경영 관련 서적은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 단지 유명한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내가 CEO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엔지니어로서 더 성능이 좋은 게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게임기 고객인 젊은 남자들의 애로 사항과 게임기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고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객 관점의 고민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개발에 전력투구해서 내놓은 작품이 바로 전세계에서 7천만대가 넘게 팔린 닌텐도 DS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고객과 시장 정보에 대한 활용 측면을 살펴보자. 기업 관점에서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은 이를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주력한다. 반면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은 고객만이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의사결정의 핵심적인 근거로 활용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고객에 대한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며 ‘고객 없는 사업은 없다(No Business without a Customer)’고 주장했다. 고객은 기업의 활동을 정당화시켜주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 관점 명확화 방안
결국 고객의 시각에서 고객 가치를 이해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생각의 힘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시장 지향적 활동에 대한 믿음이 고객 가치 창조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해답이 안보일 때 일수록 방법론이나 프로세스에 연연하기보다 고객 가치 창조의 기본으로 돌아가,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객 관점에서 고객 가치 창조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고객 관점을 명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1. 고객의 원하는 것은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이다.
지갑이 얇아지면 고객들은 더욱 까다롭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수의 기업들이 새로운 성능이나 디자인을 개발하여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 가치 창조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고객 관점에서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아이팟(i-pod)이라는 히트 상품 덕에 애플(Apple)이 재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플의 주가를 살펴보면 아이팟이라는 새로운 제품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그림 2> 참조). 오히려 2001년의 1세대 아이팟 출시 후 2003년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를 시작하고 디자인, 대용량 메모리와 클릭휠 방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6세대 아이팟 시리즈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더욱 더 확장하여 컬러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사진 및 비디오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음반회사들과 할리우드 영화사, 방송사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음악, 영화, 텔레비전 쇼 등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팟캐스팅라 불리는 손수제작물(UCC)인 개인 방송들을 쉽게 구독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부분 무료이어서 사용자들의 편의를 대폭적으로 향상 시켰다. 그 결과 2007년 4월까지 1억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애플의 성장은 아이팟이라는 MP3 상품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 편의라는 새로운 가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닌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닌텐도의 실적 개선은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 ‘위’는 지난해 4~12월 사이 전 세계에서 이천만대가 넘게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실적이다. '닌텐도 DS'도 전년 실적을 웃도는 약 이천 오백만대가 판매됐다. 과연 ‘100년 만의 경기 불황’상황에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휴대용, 가정용 게임기였을까? ‘위’와 '닌텐도 DS'의 성공 비결을 찬찬히 뜯어보면 불황으로 사람들이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 게임기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닌텐도의 게임기만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일까? 바로 '닌텐도 DS'의 경우 단순 게임뿐만 아니라 영어 학습, 지능 개발 등 교육적인 게임 타이틀을 개발해 게임기에 대한 부모들의 저항감을 최소화했고, ‘위’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운동 삼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 고객 가치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깝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 가치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수록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지나친 고객 가치는 고객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기업의 마케팅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즉, 기업 관점에서의 고객 가치는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에서 다다익선에 가깝다면, 고객 관점에서의 고객 가치는 가짓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가치를 극대화하여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2월 세상에서 가장 얇고 이동성이 뛰어난 노트북을 표방하며 출시된 맥북 에어(MacBook Air)의 경우를 보자. 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내장 광 드라이버, Firewire, 모바일 브로드밴드 등이 지원되지 않고 타이핑 시 손가락이 뜨거울 정도의 발열, 신경에 거슬리는 팬 소음 등으로 인해 ‘최악의 노트북’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맥북에어는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맥북 애호가들에게는 이동성과 디자인이 핵심적인 가치였을 뿐 다른 것들은 관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맥북에어가 접속사양과 발열이라는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동성과 디자인에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면 애플의 주 타겟 고객층인 애플의 매니아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맥도널드(MacDonald)도 자신들의 주고객층의 관점에서 고객의 가치를 파악하여 ‘최고급 햄버거’가 아닌 ‘빠르고 저렴한 햄버거’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였기 때문에 불황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마다 원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을 정확히 선별(Targeting)해서 그들의 핵심 가치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고객 만족에 대한 맹신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고객 가치 창조는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이 표출한 요구나 니즈뿐 아니라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된 니즈까지 파악해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고객 만족만을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제품 또는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고객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특히 기존 방식을 뒤엎을 정도의 파괴적 혁신일 경우에 대해 고객들로부터 통찰력을 얻는 것은 그 전제부터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실제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다고 믿는 수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고객 목소리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들이 더욱 영리해지고 까다로워지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파괴적 혁신이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M.Christensen) 하버드대 교수는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말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일례로 스테이플스(Staples)는 1990년대 고객 정책 수립 초기에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위해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여기고 연간 $100 정도의 구매 고객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기업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다 주는 대량 구매 고객은 실제적으로 아무런 변화나 혜택을 느끼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후 스테이플스는 연간 $1,000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할인 및 환불 혜택 등 계층적 보상 시스템을 수립하는데 추가적인 막대한 자원을 낭비해야만 했다. 가치에 따른 고객 식별 작업 없이 일률적으로 파악되는 고객 만족에 대한 맹신은 고객 가치 창조는 커녕 기업에게 심각한 부작용으로 작용할 뿐이다.
4.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은 기업에게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다.
2006년 와튼(Warton School)의 불만 고객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불만족 고객 100명 중 6명만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뿐이라고 한다. 반면 94%의 불만족 고객은 이를 직접 표현하지 않는데 이 중 31%에 달하는 불만족 고객이 입소문이나 험담을 통해 친구나 가족, 동료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잠재 고객까지 잃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은 제거하거나 회피해야 하는 '독(毒)'이 아니라 의사로부터 처방 받고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藥)'이다. 특히 약 중에서도 항생제나 소화제 같이 되도록 적게 먹어야 좋은 것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치료를 위해 반드시 지속적으로 복용되어야 하는 약에 가깝다. 기업들은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에 대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분석하여 그때그때 신속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이러한 불만이 더 큰 불만으로 확대되어 잠재 고객에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불만이 자라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감지되는 불만에 대해서는 잠재 고객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치해야 한다.
오늘날 나이키(Nike)가 전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2007년 추산 120억 달러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1990년대 아랍어로 알라를 지칭하는 문자와 유사한 신제품 로고가 새겨진제품 출시로 인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키는 발빠르게 일부 운동화에 붙은 로고가 알라신을 모독했음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관련 제품 3만 8,000켤레에 대해 모두 리콜을 실시하고 문제의 로고가 부착된 모델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나이키는 꾸준히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들을 자발적으로 리콜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 불만을 잠재운 것은 물론 현재 고객 및 잠재 고객에게 ‘1등 제품은 다르다’는 인식을 굳건히 심어줌으로써 경제적 손실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였다. 이후 2000년 이후 전 세계 인권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제3세계 여성과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막대한 이익을 낸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신속하게 전세계적으로 어린이 구호사업과 환경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국제적인 NGO 단체들과의 갈등을 극복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전담 부사장직을 상설화하고 매년 사회책임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책임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또한 전세계 569개 해외 하청공장에 대한 인권위반 감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나쁜 기업,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미 해병대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 체스티 풀러(Chesty Puller) 장군은 아군이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고립되었다는 보고를 받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포위됐다. 덕분에 문제는 간단하다! 이제 우리는 모든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황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무조건 ‘어렵다’고 규정하고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기업의 진가를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계기로 삼아, 고객의 지갑에서 굳건한 자리(SOW : Share Of Wallet)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고객가치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때이다. <끝>
최근 고객 가치 창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고객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시각에서 벗어나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경제 상황을 놓고 다들 위기라고 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심각하다’. ‘자유시장 모델이 실패했다’라고 할 정도로 금융위기의 충격은 광범위하고 깊다. 3월 들어 국내외 증시가 다소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분간 기업들의 화두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기업에게 위기(危機)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유수한 기업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례가 수두룩했으며, 그 자리는 어느새 새로운 기업으로 대체되어 왔다.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가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 전후의 미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불황 이전 상위 25%에 속한 기업 가운데 40%가 과거 시장 지위를 상실했던 반면 하위 75%의 기업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극심한 불황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강조되는 것이 ‘고객 가치’이다. 실제로 Toyota, GE, 월마트 등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도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오직 비용 절감만을 위해 긴축경영으로 일관하기보다 고객에 기반한 가치를 추구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고객 가치를 발견하여 가시적 성과를 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경영 환경이 ‘제품이 부족한 시대’에서 ‘고객이 부족한 시대’로 전환되어 마켓 파워가 기업에서 고객으로 이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가치를 파악하고 실현하는데 있어 기업의 시각이 여전히 기업 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기에는 고객 가치 창조의 접근 방법에 따라 사업 성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다 보니 시각을 고객에 두지 않고서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피상적인 글귀만으로 좋은 사업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본고에서는 진정한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한 고객 관점의 접근이란 무엇이며 이를 명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기업 관점 vs 고객 관점
진정한 고객 가치 창조란 기업 관점에서 행해지는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해주기 위한 고민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해 유사한 방법론을 사용하지만 그 결과가 천차만별인 것은 고객 가치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고객 가치 창조는 프로세스나 방법론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어 기업 관점과 고객 관점의 접근으로 인한 차이는 무엇일까? 고객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고객과의 관계 형성, 고객 가치 파악, 고객 가치 분석 결과물 활용 측면에서 그 차이점을 살펴보도록 하자(<그림 1> 참조).
첫째, 기업 관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는 목적이 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제품 구매 전에는 뭐든지 들어줄 것 같던 기업들이 제품 판매 후에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경우가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고객 관계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반면 고객 관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과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류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자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미국에서 12년 연속 자동차 판매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조 지라드(Joe Girard)는 ‘나는 차를 팔지 않는다. 고객이 소개시켜준 고객을 만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며 진정한 고객 관계는 일회성 판매가 아닌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둘째, 고객 가치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기업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선호 여부에 초점을 둔다면, 고객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들은 고객의 특성과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고객의 고민과 문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최근 불황중에도 표정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닌텐도(Nintendo)의 이와타 사토루 현 사장은 닌텐도 관련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는 외주업체 출신인데 43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는 경영 관련 서적은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 단지 유명한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내가 CEO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엔지니어로서 더 성능이 좋은 게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게임기 고객인 젊은 남자들의 애로 사항과 게임기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고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객 관점의 고민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개발에 전력투구해서 내놓은 작품이 바로 전세계에서 7천만대가 넘게 팔린 닌텐도 DS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고객 가치 창조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고객과 시장 정보에 대한 활용 측면을 살펴보자. 기업 관점에서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은 이를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주력한다. 반면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나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은 고객만이 제대로 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이를 의사결정의 핵심적인 근거로 활용한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고객에 대한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며 ‘고객 없는 사업은 없다(No Business without a Customer)’고 주장했다. 고객은 기업의 활동을 정당화시켜주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무엇을 해야할 지를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 관점 명확화 방안
결국 고객의 시각에서 고객 가치를 이해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생각의 힘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시장 지향적 활동에 대한 믿음이 고객 가치 창조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해답이 안보일 때 일수록 방법론이나 프로세스에 연연하기보다 고객 가치 창조의 기본으로 돌아가, 시각을 교정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객 관점에서 고객 가치 창조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고객 관점을 명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1. 고객의 원하는 것은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이다.
지갑이 얇아지면 고객들은 더욱 까다롭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수의 기업들이 새로운 성능이나 디자인을 개발하여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 가치 창조를 통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고객 관점에서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아이팟(i-pod)이라는 히트 상품 덕에 애플(Apple)이 재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플의 주가를 살펴보면 아이팟이라는 새로운 제품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그림 2> 참조). 오히려 2001년의 1세대 아이팟 출시 후 2003년 아이튠즈(i-tunes) 서비스를 시작하고 디자인, 대용량 메모리와 클릭휠 방식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6세대 아이팟 시리즈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하였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더욱 더 확장하여 컬러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사진 및 비디오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음반회사들과 할리우드 영화사, 방송사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음악, 영화, 텔레비전 쇼 등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팟캐스팅라 불리는 손수제작물(UCC)인 개인 방송들을 쉽게 구독할 수 있도록 했는데 대부분 무료이어서 사용자들의 편의를 대폭적으로 향상 시켰다. 그 결과 2007년 4월까지 1억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애플의 성장은 아이팟이라는 MP3 상품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 편의라는 새로운 가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닌텐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닌텐도의 실적 개선은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불티나게 팔린 덕분이다. ‘위’는 지난해 4~12월 사이 전 세계에서 이천만대가 넘게 팔렸다.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실적이다. '닌텐도 DS'도 전년 실적을 웃도는 약 이천 오백만대가 판매됐다. 과연 ‘100년 만의 경기 불황’상황에서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휴대용, 가정용 게임기였을까? ‘위’와 '닌텐도 DS'의 성공 비결을 찬찬히 뜯어보면 불황으로 사람들이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 게임기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닌텐도의 게임기만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일까? 바로 '닌텐도 DS'의 경우 단순 게임뿐만 아니라 영어 학습, 지능 개발 등 교육적인 게임 타이틀을 개발해 게임기에 대한 부모들의 저항감을 최소화했고, ‘위’는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운동 삼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 고객 가치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깝다.
기업 관점에서 고객 가치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수록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지나친 고객 가치는 고객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기업의 마케팅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즉, 기업 관점에서의 고객 가치는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에서 다다익선에 가깝다면, 고객 관점에서의 고객 가치는 가짓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가치를 극대화하여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2월 세상에서 가장 얇고 이동성이 뛰어난 노트북을 표방하며 출시된 맥북 에어(MacBook Air)의 경우를 보자. 이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내장 광 드라이버, Firewire, 모바일 브로드밴드 등이 지원되지 않고 타이핑 시 손가락이 뜨거울 정도의 발열, 신경에 거슬리는 팬 소음 등으로 인해 ‘최악의 노트북’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맥북에어는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맥북 애호가들에게는 이동성과 디자인이 핵심적인 가치였을 뿐 다른 것들은 관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맥북에어가 접속사양과 발열이라는 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동성과 디자인에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면 애플의 주 타겟 고객층인 애플의 매니아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맥도널드(MacDonald)도 자신들의 주고객층의 관점에서 고객의 가치를 파악하여 ‘최고급 햄버거’가 아닌 ‘빠르고 저렴한 햄버거’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였기 때문에 불황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이처럼 고객마다 원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을 정확히 선별(Targeting)해서 그들의 핵심 가치 구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 고객 만족에 대한 맹신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고객 가치 창조는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이 표출한 요구나 니즈뿐 아니라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잠재된 니즈까지 파악해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고객 만족만을 위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제품 또는 서비스에 반영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고객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반응한다’라고 말한 것처럼, 특히 기존 방식을 뒤엎을 정도의 파괴적 혁신일 경우에 대해 고객들로부터 통찰력을 얻는 것은 그 전제부터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실제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다고 믿는 수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고객 목소리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적극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들이 더욱 영리해지고 까다로워지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파괴적 혁신이론(Disruptive Innovation)’으로 유명한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M.Christensen) 하버드대 교수는 ‘고객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말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일례로 스테이플스(Staples)는 1990년대 고객 정책 수립 초기에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을 위해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여기고 연간 $100 정도의 구매 고객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기업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다 주는 대량 구매 고객은 실제적으로 아무런 변화나 혜택을 느끼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후 스테이플스는 연간 $1,000 이상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할인 및 환불 혜택 등 계층적 보상 시스템을 수립하는데 추가적인 막대한 자원을 낭비해야만 했다. 가치에 따른 고객 식별 작업 없이 일률적으로 파악되는 고객 만족에 대한 맹신은 고객 가치 창조는 커녕 기업에게 심각한 부작용으로 작용할 뿐이다.
4.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은 기업에게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다.
2006년 와튼(Warton School)의 불만 고객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불만족 고객 100명 중 6명만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뿐이라고 한다. 반면 94%의 불만족 고객은 이를 직접 표현하지 않는데 이 중 31%에 달하는 불만족 고객이 입소문이나 험담을 통해 친구나 가족, 동료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잠재 고객까지 잃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은 제거하거나 회피해야 하는 '독(毒)'이 아니라 의사로부터 처방 받고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藥)'이다. 특히 약 중에서도 항생제나 소화제 같이 되도록 적게 먹어야 좋은 것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치료를 위해 반드시 지속적으로 복용되어야 하는 약에 가깝다. 기업들은 고객이 직접 말하는 불만에 대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분석하여 그때그때 신속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이러한 불만이 더 큰 불만으로 확대되어 잠재 고객에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객의 불만이 자라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감지되는 불만에 대해서는 잠재 고객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치해야 한다.
오늘날 나이키(Nike)가 전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2007년 추산 120억 달러에 달하는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의 불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1990년대 아랍어로 알라를 지칭하는 문자와 유사한 신제품 로고가 새겨진제품 출시로 인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키는 발빠르게 일부 운동화에 붙은 로고가 알라신을 모독했음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관련 제품 3만 8,000켤레에 대해 모두 리콜을 실시하고 문제의 로고가 부착된 모델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나이키는 꾸준히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들을 자발적으로 리콜하였다. 이를 통해 고객 불만을 잠재운 것은 물론 현재 고객 및 잠재 고객에게 ‘1등 제품은 다르다’는 인식을 굳건히 심어줌으로써 경제적 손실 이상의 효과를 창출하였다. 이후 2000년 이후 전 세계 인권단체와 소비자단체가 제3세계 여성과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막대한 이익을 낸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신속하게 전세계적으로 어린이 구호사업과 환경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국제적인 NGO 단체들과의 갈등을 극복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전담 부사장직을 상설화하고 매년 사회책임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책임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또한 전세계 569개 해외 하청공장에 대한 인권위반 감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나쁜 기업,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미 해병대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 체스티 풀러(Chesty Puller) 장군은 아군이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고립되었다는 보고를 받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포위됐다. 덕분에 문제는 간단하다! 이제 우리는 모든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황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무조건 ‘어렵다’고 규정하고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기업의 진가를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계기로 삼아, 고객의 지갑에서 굳건한 자리(SOW : Share Of Wallet)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고객가치전략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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