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6. 01:06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5편] 우수인재와 조직문화 - 쉽게 버리지 못할 집을 회사에 짓도록 만들자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5편] 우수인재와 조직문화 - 쉽게 버리지 못할 집을 회사에 짓도록 만들자

우수인재를 자원이나 부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역, 주인공으로 만들 때 우수인재는 더 큰 애착과 노력을 발휘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되, 우수인재를 그 주역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우수인재 관리 방안이 될 것이다. 기업의 ‘조직문화'는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전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수인재의 육성과 활용에서 조직문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수인재의 특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력과 우수인재의 가장 큰 차이는 ‘협상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수인재란 대안이 많은 인재, 즉 그만큼 확보와 유지가 어려운 인재를 뜻한다. 어느 기업을 지원하든 환영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만큼 붙잡고 있기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회사 특정적(Firm-specific)' 역량을 키워 줄 경우, 우리 회사에서는 매우 유용한데, 다른 회사에서는 유용하지 못한 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회사인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회사 간의 경계가 약화되고 회사 간 연결과 협력이 빈번해지면서 ‘특정 회사에만 통하는 역량'의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회사가 사용하는 시스템, 인프라, 경영 기법들이 점차 표준화되고 있어 한 회사의 우수인재는 다른 곳에서도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

우수인재의 양성 및 활용에 가장 중대한 변수가 바로 우수인재 확보와 유지의 곤란성이다. 우수인재는 대안이 많기 때문에 쉽게 조직의 이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을 통상적으로 확보·유지하기 위한 방법, 즉 급여나 복리후생 또는 파격적인 승진 기회의 제공만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상은 회사의 지불 여력과 직결되며 승진 역시 조직의 기존 질서와 상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소수의 우수인재 때문에 엄청난 비용과 기존 조직의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면 우수인재 관리의 득실을 다시 따져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직문화가 우수인재 관리에 미치는 영향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조직문화는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다. 우선 비용이 적게 드는 경제적 전략이다. 보상이나 승진과 같은 조직내의 유형 자원을 통한 물량공세가 아니라 무형자원을 통해 인재의 마음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다. 조직문화가 우수인재 관리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가치에 대한 공감
우수인재는 높은 경쟁력과 협상력을 가진 만큼 물질적 보상이나 명예에 민감하다. 조직 내의 위상과 보상 수준에 둔감한 우수인재는 드물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우수인재는 단순히 물질만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치, 미션, 대의명분에 대해서도 역시 민감하다. 이들은 생계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결국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이 자신의 가치관, 자아상과 일치할 경우 이들은 의외로 물질적 조건에 대해 대범해질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의 보상 수준이라면 우수인재의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건은 오히려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이라는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의 제국 다스베이더에 비유하고 자신을 젊고 유약하지만 정의의 편에 선 스카이워커에 비유한다. 이들은 전 직원이 함께 <스타워즈>를 관람하면서 다스베이더에게 야유를 보내고 스스로를 은하계의 정의파로 자부한다.

구글은 자신의 미션 선언문을 통해 이를 임직원과 세상 모두에 알렸다. 구글의 첫 번째 미션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은 젊은 IT 우수인재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구글은 검색엔진의 검색결과 순위 결정에서 광고비용을 많이 지불한 업체의 사이트가 아니라 실제 유저들의 조회수가 많은 사이트에 높은 순위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미션이 단지 말에서 끝나는 구두선(Lip Service)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매력적이고 윤리적인 회사의 가치와 미션이 우수인재를 붙잡을 수 있는 경제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제안이 되는 것이다.

 

2) 조직과 인재의 궁합
가치에 대한 공감 이상 중요한 것이 조직과 인재의 궁합이다. 우수인재는 일을 잘하는 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이 강하다. 즉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 자신만의 조건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은 우수인재에게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 가며 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근무환경에서 구성원의 개성과 스타일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스타일, 위계적인 문화, 세분화된 직무설계 등은 우수인재에게는 모두 적합하지 않은 조건들이다. 오히려 상당 폭의 권한 위양, 카리스마적이기보다는 후원적인 리더십, 수평적 협력이 왕성한 조직이 우수인재에게 더욱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의 이데이 전 회장은 “회사는 임직원의 꿈을 실현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또 다시 구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직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이것이 채택되면 바로 독자적인 비즈니스 단위로 키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수평적인 동료 상호 평가를 중시하며, 다수의 임직원이 높은 평가를 한 아이디어는 관철될 수 있도록 보호한다.

빌 게이츠 역시 다단계 의사결정 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유실되지 않도록 휴가 중 전 임직원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안을 검토하고 공감이 가는 아이템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토론하고 사업으로 채택하는 채널을 운영했다.

이처럼 위계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 채널,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는 바로 조직 내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 실행 체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을 우수인재를 무조건적으로 후원하고 특혜를 주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우수인재는 일반인재보다 부당하게 좋은 대우나, 근거 없는 특혜(Favor)에 대해 오히려 불편해 하는 속성을 지닌다. 엄정한 평가와 위험 감수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는 조직의 엄격함이 필요하다. 우수인재는 일반인력보다 ‘고수익 고위험(High-return High-risk)'을 추구하는 경로를 택하게 하고 ‘정글의 법칙'이라고 불릴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특별한 가시적 성과없이 단지 우수인재라는 완장만으로 특혜를 독점한다면 우수인재의 나태화는 물론 일반인력의 불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는 우수인재에게 가장 적합한 근무환경이라 할 수 있다.

3) 우수인재를 문화 구축의 주역으로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수인재는 어느 회사에 가도 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상만으로 이들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과거의 내부 노동시장처럼, 우리 회사에서만 유용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쓸모없는 ‘회사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곤란하다. 오늘날의 우수인재는 그렇게 쉽게 회사인간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조직은 우수인재에게 더욱 더 많은 기회와 여지를 부여하여 이들이 회사의 전략, 비전,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인재를 회사 전략에 맞추지 말고 확보한 인재에 맞춰 회사 전략을 바꾸라'고 했다. 우수인재일수록 주어진 틀에 맞추기보다는 틀 자체를 개선하고 바꿔 나갈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들로부터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이들이 능동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도록 권한을 위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충분한 자원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 하나의 상품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프로세스 자체, 경영전략, 고객가치, 더 나아가 문화 자체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우수인재 스스로 이러한 근본적인 것을 만들어 낸다면 이들은 자신이 이룩한 업적 때문에 쉽사리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할 것이다. 즉 우수인재의 발목을 잡을 쇠사슬을 회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인재 스스로 만들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들이 애착을 가지고 쉽게 버리지 못할 집을 회사에 짓도록 하라.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회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화를, 교육과 훈련에 의해 우수인재에 주입하려 하지 말고 우수인재가 조직문화 자체를 거듭나게 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우수인재는 자신이 공들여 만든 프로세스, 가치, 문화를 통해 조직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인재가 ‘회사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인재회사'가 된다. 이것은 회사가 인재에 끌려 다니고 종속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재가 자신이 이룩한 업적에 몰입하고 결국 회사에 로열티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우수인재를 자원이나 부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역, 주인공으로 만들 때 우수인재는 더 큰 애착과 노력을 발휘한다. 결국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는 조직문화를 만들되, 우수인재를 그 주역으로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효과적인 우수인재 관리 방안이 될 것이다.


- 김은환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