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6. 01:03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4편] 인재경영을 위한 인사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창조적 인재, 인재경영 4편] 인재경영을 위한 인사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현 시점에서 성과주의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 경제(Creative Economy)'로의 이동이라는, 최근의 추세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 확대, 초(超)경쟁시대 돌입, 창조경영에 대한 요구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인사제도는 다양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도전은 인재경영에 근간을 둔 지속성장형 성과주의의 모색일 것이다. 우수인재가 성과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몰입하게 만들고, 임직원은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유연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재경영을 지원하는 인사제도의 역할 - 성과주의를 포기할 수 있는가

인재경영을 이야기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인사제도'이다. 제도 자체로 사람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수인재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게 만드는 기초적인 인프라가 바로 인사제도라는 사실이다.

우선 인사제도 하면 떠올리는 성과주의를 보자. 기업가치 제고와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의 사명을 고려한다면 인사제도 자체를 성과주의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2000년 초반 한국과 일본을 뜨겁게 달구었던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은 ‘성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공통적 논조로 거의 정리되어 가는 분위기이다.

단, 앞으로의 고민은 현재 운영되는 성과주의를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가이다. 현재의 인사제도가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조직 전체의 성과에 대한 마인드를 강화하는 긍정적 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과주의 운영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재경영을 위한 인사제도는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가'를 진정으로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인사제도는 외부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니,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가 오히려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결국 특정 형태의 인사제도가 언제나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더욱 인사제도의 변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업 간 경쟁구도가 변화되면서 업종과 지역을 초월하는 글로벌 초(超)경쟁(Hyper Competition)시대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경영 환경과 경쟁의 경계까지 허물어 버린 상황에서 성과주의를 포기한다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오히려 다양한 위험 요인을 회피하고 고(高)성과자가 또 다른 성과를 창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한 고성과자 입장에서도 자신에 대한 대우가 보통의 인력과 다르지 않을 때 추가적인 성과 창출을 포기하거나 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주의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 경제(Creative Economy)'로의 이동이라는, 최근의 경영 환경 변화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대량생산과 스피드, 단기 실적 지상주의 등 기업의 성장과 생존의 이슈에 집착했다면, 이제는 창의적 기업문화, 자발적 동기 부여 등 지속가능한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갈증과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선제적으로 제도 혁신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미국, 일본 기업도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 - 그 핵심은 성과주의 제도 도입

미국과 일본의 HR(Human Resource) 부문은 항상 서로 대립하거나 반대의 개념으로 언급되어 왔다. 그들은 각국의 사회·문화적 여건에 기반하여 미국은 직무 중심, 일본은 사람/능력 중심의 인사제도를 근간으로 삼았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그들에게 HR 전략의 일대 전환을 가져 온 키워드는 바로 ‘성과에 대한 갈증'이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기업은 다양한 업종에서 일본 기업보다 경쟁력 열위에 있었다. 내부 시스템을 분석해 본 결과, 일본 기업의 유연한 능력/사람 중심의 인사제도에 비해 미국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경직적인 직무 중심 인사제도는 성과 창출에 근본적으로 취약함이 밝혀졌고, 미국 기업은 위기 의식을 갖게 된다.

즉, 미국식 직무 중심 인사제도에서 종업원들은 자신의 직무 내에서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상위 직무로의 승진(Promotion)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렇게 직무에 매몰되자 추가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동기는 제공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미국 기업은 직무 중심 인사제도의 취약점 개선에 나섰다. 직무급 이외에 별도의 개인 성과급을 만들고 이를 중요한 동기 부여 요인으로 활용했다. 또한, 경직된 직무 중심 인사제도를 보완하여 직급 통합을 추진하였으며, 이를 통해 직급에 관계없이 고성과자에 대해서는 높은 보상이 가능하도록 인사제도에 유연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전개하였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기업 역시 그들의 인사제도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을 시작하였는데 그 시기는 바로 버블경제의 붕괴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던 1990년대였다. 고도·지속성장의 벽에 부딪힌 일본 기업은 능력주의 인사제도의 취약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효율 제고를 위한 직무급 도입, 성과보상 강화 등 서양식 인사제도를 도입하여 일본식 인사제도 자체의 취약성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성과주의 인사제도라는 방향을 정립한 이후 두 국가의 인사제도를 정리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 모두 직무와 사람의 대립각이 아니라 직무와 사람이 일정한 부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무 중심의 미국 기업은 제도의 유연성과 추가 성과 창출을 위한 탈(脫)직무화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 기업은 연공·능력 중심의 인사제도에서 직무의 가치와 직책 개념을 도입한 서구식 인사제도를 도입해 왔다. 이들 두 국가는 현재 환경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왔고 그러한 접점으로 ‘상호보완'이라는 키워드를 찾은 것이다. 정리하자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최고 성과 달성'과 ‘임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 강화'를 위한 인사제도도 지속적으로 진화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주의는 포기할 수 없는 명제 - 지속가능한 성과주의를 꿈꾸며

앞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병폐가 존재한다고 해서 성과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제는 성과주의의 틀 안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한마디로 현재는 기업의 초(超)경쟁구도와 창의성 경제를 대비하고 향후 심화될 인재 중심 경영으로 인사제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1. 육성형 / 장기적 관점의 성과주의로의 전환
현재까지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보상 또는 조직 내에서의 수직적 성장을 중심으로 개인의 경쟁을 유도해 왔다. 연공 중심의 한국 기업의 질서와 패러다임을 전환한 데에는 크게 기여하였으나 향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그에 따른 인재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제 한국 기업은 인재에 대한 투자와 양성에 대해 장기적 관점으로 제도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수인재들은 단기적/금전적 보상보다는 자신이 직무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으며 기업 내부에서 관리받고 있다는 의식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재에 대한 성과 측정과 그에 따른 보상도 중요하지만 인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평가와 보상차원에서 본다면 단기적·재무적인 평가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재 육성과 조직 내 성장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평가 기회 부여와 장기적 성과 창출을 견인하는 보상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HR의 시도들이 직원의 창의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경쟁시대에 인재에 대한 동기 부여를 강화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2. 수평·수직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인사제도의 구현
현재 한국 기업의 다단계 직급제도는 임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부진자와 우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단계 승격을 통해 임직원에 대한 동기 부여 기능도 가능하다. 반면, 다단계 운영은 우수자에 대한 특별 승진을 어렵게 함은 물론 직급 간의 경직성을 유발한다. 즉,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있더라도 연공적인 조직 분위기에서 단기에 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며 수평적으로도 자신의 직무에만 매몰되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인사제도는 수평적, 수직적 벽을 깨야 한다. 즉 우수한 인력에 한해 본인의 성과와 노력 여하에 따라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마련하고, 다양한 직무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수직적인 승진에 집착하기보다는 직무 확장과 직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사고와 적응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예전같이 부장, 차장, 과장 등의 연공 중심의 다단계 직급 체계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조직의 노령화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상하좌우 소통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만이 지속적인 조직 활력과 역동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과도한 성과주의보다 인재의 특성과 비전을 고려한 차별화된 인재제도 적용
한국 기업의 성과주의는 단기간 처방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고 피로감을 심화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편하게 하고 경쟁시키지 않는 ‘좋은 게 좋은'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미래 경영자로 성장할 우수 인력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우와 승진 기회 등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경쟁시켜야 한다. 중간 인력들은 수직적·계층적 상승과 경쟁에 힘을 쏟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성과 창출 기회를 주되 직급과 보상의 안정감도 줘야 한다. 반면 하위 인력에게는 철저한 경고와 성과 개선 프로그램, 직무 전환 등의 기회를 부여하여 재기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전 임직원의 조직 긴장과 경쟁 분위기에서 인재의 특성과 비전을 고려한 차별화된 인사제도의 적용이 필요한 시기다.

글로벌 경영 확대, 초(超)경쟁시대 돌입, 창조경영에 대한 요구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앞으로 우리 기업의 인사제도는 다양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도전은 인재경영에 근간을 둔 지속성장형 성과주의의 모색일 것이다. 우수인재가 성과 창출을 위해 자발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들고, 임직원은 조직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유연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배노조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