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5. 11:42

[소비 트렌드] 불황기, 고객의 지갑을 여는 다섯 가지 마케팅 전략

[소비 트렌드] 불황기, 고객의 지갑을 여는 다섯 가지 마케팅 전략


올해 초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경제위기가 최소한 내년, 길어지면 2~3년 이상까지도 지속될 것이라고 하니, 기업들은 당분간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 불황기에 가장 힘든 점은 고객들이 지갑을 닫아 버리고 소비를 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해서 물건을 팔 길이 없을까?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방법은 있다. 불황기 소비 심리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알아본다.


불황기 소비자 심리의 근원? ‘불안감'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개인소득 감소, 직업의 불안정, 언론 등에 의한 집단적 동요 등을 경험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들은 불안감을 ‘회피'하거나, ‘무시'하거나,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아래 표와 같이 ①원초적 자극 추구 또는 ②위안형 소비를 하거나 ③그냥 무시하고 소비를 유지하거나 ④가족을 위한 소비를 위주로 하거나 ⑤브랜드를 더욱 중시하는 등의 다섯 가지 소비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소비 패턴에 대응하는 다섯 가지 마케팅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本能之計(본능지계) : 자극적인 것이 좋아!

그 첫 번째는 本能之計(본능지계), 즉 소비자들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라는 것이다. 불황기 소비자는 경제적 압박과 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심각하고 머리 쓰는 것보다는 원초적 자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제일기획의 최근 소비자조사에서도 소비자의 74%가 불황기에 ‘단순하고 감각적인 것에 끌린다'고 응답했고, 62%는 불황기에 ‘오락, 엔터테인먼트 TV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본다'고 대답했다. 따라서 이성적 설득보다는, 감각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도 불황기에 성공한 광고 중에는 섹시 코드, 감각적인 유머 등을 활용하거나 오감을 자극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처음처럼'이다. 두산주류는 2008년 소주 ‘처음처럼'의 광고 모델을 이효리로 교체하면서 ‘흔들면 부드러워진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효리의 춤을 활용한 섹시 코드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가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키면서 2005년 7%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서울 기준)이 2008년 7월엔 24%를 넘어섰다. 한편, 2001년 9·11테러 이후의 국내 경기침체 시기에는 도도화장품이 국내 최초로 트렌스젠더인 하리수를 모델로 활용한 자극적인 TV 광고로 1년간 매출 성장률 385%라는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2. 補償之計(보상지계) : 나를 위로해 주는 작은 소비

두 번째는 補償之計(보상지계). 즉, 보상 심리를 채워 주는 위안형 마케팅(Consumer Consolation Marketing)이다. 불황기에는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 심리, 보상 심리로 ‘자기 위안형 소비'가 증가한다. 초콜릿, 주류, 담배, 옷, 화장품, 근교 여행 등 불안감과 우울함에서 탈출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소비가 그 예다.

제일기획의 소비자조사에서도 79%의 소비자가 불황기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고 응답하였다. 즉, 경제적인 압박감에 대한 보상 심리가 오히려 소비를 유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4분기 화장품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6% 늘었으며,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도 증가 폭이 30%에 육박하며 호황을 누렸다. 한편, 롯데마트의 올해 10월 소주 판매량은 작년 대비 13.9%나 증가했고, 신세계 이마트의 맥주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무려 17.4%나 신장했다고 한다. 최근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배스킨라빈스가 기존 매장 대비 네 배 이상 많은 좌석과 고급 인테리어로 단장한 카페형 매장을 늘리고, 1만 원이 넘는 고가 메뉴들을 런칭하면서 작년 상반기 대비 30% 이상 매출이 증가한 것도 불황기 소비자의 보상 심리를 충족시키는 위안형 마케팅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靑年之計(청년지계) : 불황? 난 몰라

세 번째는 靑年之計(청년지계)다. 불황기의 소비자 태도 및 행동의 변화는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난다. 특히, 가족 부양 의무가 없고 유행에 민감한 20대 이하의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덜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례로 최근 이태원, 청담동, 압구정동 등에는 브런치(Brunch) 전문 카페가 성업 중인데, 일인당 2만 원을 상회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유학, 해외 여행 등을 경험하고 유행에 민감한 20~30대 고객들로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또한, 올해 9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햅틱2' 휴대폰은 70만 원대 이상의 고가지만 출시 두 달 만에 판매 20만 대를 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주 타깃인 젊은 층들의 소비가 불황에도 쉽게 줄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요컨대, 젊은 층 대상의 공격적 마케팅은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4. 家族之計(가족지계) : 어려울수록 가족이 힘

네 번째는 家族之計(가족지계)다. 불황기에는 개인 소비는 줄어들더라도, 가족을 위한 소비는 쉽게 줄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가족은 위기에도 최후의 보루이며 불안감에 대한 방어벽이라는 심리가 작용하여, 가족을 위한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제일기획의 소비자조사에서도 75%의 소비자가 ‘불황에도 가족을 위한 소비는 포기할 수 없다'와 함께 80%는 ‘다른 소비는 줄여도 육아, 자녀교육비는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2004년 카드 대란 이후의 경기침체기에 삼성생명은 가족의 사랑과 정을 소재로 한 광고를 대대적으로 집행했었다. 집행 결과 Top of Mind 즉, 브랜드 최초상기도가 70%에서 75%로 상승, 1등 보험사의 브랜드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할 수 있었다.

또 최근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위(Wii)'의 마케팅도 가족지계의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닌텐도는 위를 개인용 게임기가 아니라 가정용 게임기로 포지셔닝했고, 광고에서도 게임을 같이하는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보여 주며 가족애를 자극한 것이 큰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5. 商標之計(상표지계) : 그래도 역시 믿을 수 있는 브랜드

마지막으로 商標之計(상표지계)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불황일수록 ‘브랜드'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황기 소비자는 브랜드 이미지보다 ‘가격'과 ‘품질'을 구매 준거로 하는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민감성이 증가한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불황기 소비자의 심리인 ‘불안감'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위험회피형(Risk-averse) 구매 경향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제일기획 조사에서도 불황에 가격보다 브랜드를 우선하는 소비자가 56%로 가격을 우선하는 소비자(44%)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불황기에도 제품의 특장점이나 가격 등 정보 제공 중심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일 수 있다.

IMF 시기에 동서식품 맥심 커피는 한석규 등의 유명 모델을 활용한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지속적으로 집행하여 1998년 57%의 시장점유율을 1999년에 64%까지 증가시키면서 커피 시장의 리더 위치를 확실히 굳힐 수 있었다.

 

흔히 ‘위기는 곧 기회'이고, ‘영웅은 난세에 탄생'한다고 했다. 경쟁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때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시기이다. 특히 불황기에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읽어 그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즉 ‘힘든 때에도 이 브랜드는 내 편이야'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불황이 끝난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와 함께 하는 ‘롱런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형도 / 제일기획 AP그룹 차장

출처 : 삼성(www.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