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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5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2. 2009.03.19 [영화로 본 문화 읽기] 혹시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셨는지? -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를 통해 본 창조경영의 키워드
2009. 3. 25. 19:53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21세기 메가트렌드] ③문화 콘텐츠와 IT의 융합 / 환상적인 신세계를 열어 가는 ‘컬처 테크놀로지’


<괴물>이나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가장 큰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감독의 역량? 배우의 연기력? 시나리오의 완성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이것'이 없거나 부족했다면 이 영화들은 애당초 만들어지지 못했거나 실패작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구현하는 테크놀로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컬처 테크놀로지(CT; Culture Technology), 즉 문화기술이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당연한 귀결

 
“문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명제를 접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문화에 도대체 무슨 기술이 필요하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래, 문화에도 기술이 필요해. 음악이든 미술이든, 대가들은 뭔가 특별한 기술을 가졌잖아!”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첫머리에 주어진 명제의 참뜻을 제대로 짚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한 개인의 예술적 기교나 재주 등을 일컫는 ‘테크닉'이 아니라 공학적 기술인 ‘테크놀로지'를 의미한다. 여기서 또 다른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인간의 정신적, 정서적 활동의 소산인 문화에 왜 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일까'라고 말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자 디지털 기술의 시대이며 또한 융합의 시대이다. 따라서 문화와 기술의 융합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문화향수의 욕구가 많아 지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졌으니 그에 따른 기술적 진보는 당연한 귀결이다. 문화와 기술은 둘 다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춰서 발전하는 것이다.

 


‘문화적 삶의 질' 향상하는 기술

 
문화와 기술의 동반 진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문화기술이다. 문화기술은 좁게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각종 문화 콘텐츠의 기획, 개발, 제작 등에 필요한 기술을 지칭하지만, 보다 넓게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총체적인 기술을 뜻한다.

문화기술이 대두된 배경에는 문화 콘텐츠의 양상 변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던 문화 콘텐츠가 디지털화 추세로 가고 있어 기술적 요소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이 작품 완성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화산업, 콘텐츠 자체가 100%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임산업 등의 예만 보더라도 문화기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20세기 산업시대에는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기술'이 대접 받았다면,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적, 감성적 만족감을 채우는 데 필요한 기술'이 더욱 인정 받게 된 것이다.


한국 문화기술 수준 급속 성장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인 영화에 적용되는 기술 사례를 살펴 보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신기원을 이룬 <태극기 휘날리며>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혀 부럽지 않은 대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이전 국내 전쟁영화와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가 보여 준 극적인 사실감은 상당 부분 군중(群衆) 신에 적용된 ‘3차원(3D) 디지털 캐릭터' 기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기술은 엄청난 숫자의 엑스트라가 필요한 장면을 식은 죽 먹듯 쉽게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 <괴물>에서는 보다 고도의 기술이 활용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은 이른바 ‘디지털 크리처(Digital Creature)', 즉 디지털 기술로 이미지가 창조된 생물체다. 디지털 크리처는 인간, 동식물, 외계인 등 생명체를 실사(實寫) 수준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또한 괴물의 공포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입과 꼬리는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 Animation + Electronics) 기술로 제작되었다. 애니메트로닉스는 매우 정교한 기계적 작동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특수분장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는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할 때 쓰인다. 영화 <각설탕>에서 여배우 임수정과 애틋한 정을 나누는 말(馬)이 바로 애니메트로닉스로 제작된 말이다.

 


‘5대 문화산업 강국' 도약의 히든카드

 
우리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문화기술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문화기술을 통한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이라는 미래 비전이 정부의 정책 목표다. 지난 수년 동안 이뤄 낸 국내 문화기술 개발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세계 일류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도 적지 않다.

특히 ‘디지털 크리처' 기술은 세계 영화시장으로 당당히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할리우드 영화 <포비든 킹덤>에서 활용된 디지털 크리처를 비롯한 특수효과 부문은 국내 업체가 완성한 것이다.

문화유산을 3D 입체영상으로 복원하는 ‘디지털 복원 기술'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숭례문, 창덕궁, 거북선 등 중요 문화재가 현재 3D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돼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수 안경을 끼지 않고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기술도 국내 업체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 각도에 맞는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가 마치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하다. 3D 입체영상 디스플레이 기술은 영상산업뿐 아니라 홍보, 광고, 전시 등의 용도로도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책 속의 여러 이미지 정보(가령 사람, 동물, 건물 등)를 컴퓨터 화면에 가상현실 객체로 띄우는 ‘디지로그(디지털 + 아날로그)북', 인물 사진을 화가가 그린 작품처럼 변환시키는 ‘디지털 초상화', 카메라가 내장된 브러시(일종의 붓)로 특정 이미지를 디스플레이에 옮겨 그리는 ‘디지털 캔버스', 대형 벽면(화면)에 무한대의 디지털 정보창고를 구현하는 ‘인포월(Info-Wall)' 등의 문화기술이 조만간 실용화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화기술의 정점은 오감형 콘텐츠

 
문화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문가들은 그 지향점을 ‘오감(五感)정보처리기술'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간의 오감을 총체적으로 충족시키는 ‘오감형 콘텐츠'의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형 기술이다.

오감형 콘텐츠는 현실 세계와 흡사한 정도의 감각 자극을 제공하는 ‘실감형 콘텐츠(realistic contents)'다. 여기에는 3D 디스플레이, 입체음향, 손으로 만지거나(haptic) 몸에 걸치는(wearable) 체험형 콘텐츠 등이 있다. 심지어 냄새를 맡는 전자 코(e-nose), 맛을 보는 전자 혀(e-tongue)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가상현실이 구현되는 것이다.

오감정보처리기술은 현 단계에서 예상되는 가장 최첨단의 문화기술이다. 이 기술이 본격 등장하게 되면 문화 콘텐츠는 더 이상 간접체험의 수단이 아니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문화기술이 만들어 가는 신세계는 더 이상 몽상이 아니다. 성큼 다가온 내일의 모습이다.


- 김윤현 / 한국일보 출판국 기자, 주간한국 문화팀장, 포춘코리아 시니어라이터.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2009. 3. 19. 23:22

[영화로 본 문화 읽기] 혹시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셨는지? -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를 통해 본 창조경영의 키워드

[영화로 본 문화 읽기] 혹시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셨는지? -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를 통해 본 창조경영의 키워드


괴수영화 〈클로버필드〉는 개봉과 함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화면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카메라 렌즈의 초점도 맞지 않아 상영 시간 내내 눈이 아파 보기 힘든 영화인 것.

그럼에도 〈클로버필드〉는 지난 2008년 1월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역대 1월 셋째 주 개봉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도대체 이 해괴망측한 영화의 흥행 비밀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멀미나는 영화 <클로버필드>, 미국에서 흥행 대박

혹시 괴수영화 〈클로버필드(Cloverfield)〉를 보셨는지.

이 80분짜리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 “와! 재미있다”고 환호작약하는 관객에 대해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사람은 자동차 멀미는 물론 뱃멀미, 비행기 멀미, 심지어 테마파크 롤러코스터 멀미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 그 어떤 멀미에도 끄떡하지 않을 인물이란 것.

이 영화, 정말 어지럽다. 마치 높이 30m의 파도 위 통통배에 탄 심정이랄까? 화면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카메라 렌즈의 초점조차 제대로 맞지 않아 눈이 아플 지경이니….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은 이런 황당한 영화가 미국에서 지난 2008년 1월 개봉되자마자 역대 1월 셋째 주 개봉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를 둘러싼 한층 더 황당무계한 ‘사건' 하나 더. 뭔가 무시무시한 비밀을 담고 있는 듯 보이는 영화의 제목 <클로버필드>는 무슨 뜻일까? 주인공의 이름? 괴수의 이름? 아니면 천하무적 괴수를 쳐부술 결정적인 비밀병기의 이름?

모두 아니다. ‘클로버필드'란 단어는 아무리 눈 씻고 살펴봐도 영화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왜냐고? ‘클로버필드'란 말은 영화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 ‘클로버필드'는 이 영화를 제작한 J.J. 에이브람스 감독(유명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감독)의 사무실이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거리 이름이다. 그럼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목을 붙였느냐고? 그냥, 재미로 그런 거다!

이처럼 영화나 소설에서 뭔가 중요한 사건이나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관객이나 독자의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속임수를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 한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년)가 대표적. 이 영화 속 주인공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할 결정적 단서를 가진 ‘조지 캐플란'이란 인물을 추적하지만 알고 보면 조지 캐플란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아무튼 〈클로버필드〉는 개봉과 함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괴수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치고는 너무나 해괴망측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무지하게 간단하다. 어느 날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괴수가 나타나고, 때마침 인근 파티장에 모여 있던 주인공 일행이 캠코더를 들고 괴수를 쫓아가며 괴수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는다는 얘기다.

〈클로버필드〉의 스토리는 기존 괴수영화 블록버스터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괴물이 어떻게 탄생해 어떤 경로로 맨해튼에 당도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그 괴물이 결국엔 어떤 종말을 맞게 되는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기 때문이다. 아! 관객으로선 복장 터질 노릇이다.

허나 여기서 놀라기엔 이르다. 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what)을 보여 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보여 주느냐'에 있으니 말이다. 놀라지 마시라! 영화의 모든 장면은 주인공 일행이 캠코더에 담은 모습이 전부이다.

이 영화는 ‘아비규환이 된 맨해튼에서 한 남자가 괴물을 따라가며 자신의 캠코더로 찍은 내용이 영화의 전부'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화면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건 기본. 중간 중간 이야기가 뚝뚝 끊기다 못해 괴물이 등장하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카메라 초점이 맞지 않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클라이맥스에서 만큼은 괴수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여야 하건만 이 영화에선 괴수의 전신이 제대로 드러나는 법 없이 슬쩍 지나가는 꼬리나 발끝 같은 일부분만 보여 준다. 하긴 캠코더에 어렵사리 담긴 괴물의 모습이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상영 시간이 80분이란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두어 시간쯤 상영되었다면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발작증세를 보이는 관객들이 속출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감독, 배우
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클로버필드〉에 미친 듯이 열광했으니 말이다. 왜 미국의 신세대는 〈클로버필드〉에 열광했을까? 셈에 밝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왜 이런 황당한 영화를 기획했을까?

아니다. 이 영화는 변화한 시대, 변화한 관객을 공략하기 위한 할리우드의 영악한 전략에서 탄생했다. 할리우드는 새로운 세대의 인식과 취향, 트렌드를 읽었다. 요즘 세대에게 영화는 더 이상 재능 있는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창조물이 아니다. 이제 영화는 하나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젠 누구나 영화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작은 캠코더나 휴대전화 카메라 하나면 충분하다. 나를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나는 곧바로 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클로버필드〉는 과감하게도 ‘UCC 형태의 영화'라는 발상을 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주인공 일행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 카메라를 들고 괴수를 찍은 바로 그 인물의 시점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 결국 관객은 영화를 단순히 ‘관람(watch)'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든 인물의 시점이 되어 영화를 온전히 ‘체험(experience)'하게 되는 것이다.

〈클로버필드〉는 유튜브 세대를 겨냥해 만든 대중문화 상품이다. 캠코더나 휴대전화로 찍은 UCC를 유튜브에 마구 올리는 동영상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문법으로 가져오는 엄청난 모험을 걸었던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엇(what)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how) 하느냐'가 관건

그런데 더욱 재미난 사실이 있다. 이런 ‘인식의 혁명'과 ‘시각의 혁명'을 통해서 〈클로버필드〉는 제작비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 아마추어가 캠코더를 들고 마구 뛰어다니면서 괴수를 어렵사리 찍은 조악한 화면'이란 전제로 출발을 하니, 괴물을 선명하게 보여 줄 까닭이 전혀 없지 않은가? 이렇게 해서 영화는 컴퓨터그래픽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종국엔 단돈 3,000만 달러(약 450억 원)로 ‘괴물 블록버스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통상 괴수 블록버스터 한 편의 제작비는 2억 달러 남짓이다).

영화 〈클로버필드〉의 흥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지혜롭게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블록버스터들이 ‘더 크게, 더 세게, 더 화려하게, 더 비싸게'를 외칠 때, 이 영화는 불현듯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더 커야 하지? 왜 더 화려해야 하지? 왜 더 비싸야 하지?”

그렇다. 〈클로버필드〉는 ‘더 작고, 더 조악하고, 더 값싼' 블록버스터를 만들겠다는 역발상을 했던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관건은 ‘무엇(what)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영의 해법이 아닐까.

※ 〈클로버필드〉는 국내에서도 2008년 1월 개봉되었으나 흥행에서 참패했다.

- 이승재 / 동아일보 영화담당기자로 삼성경제연구소 온라인지식서비스 ‘SERI CEO'에서 〈대중문화 읽기〉를 강의 중이며 저서로 〈영화관에서 글쓰기〉(2008년)가 있다.

출처 : 삼성(www.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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